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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勞作’

과장되고 거창한 문장, 추상적 목표제시로 가득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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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성, 김정일 같은 聖人은 동서고금에 없다”
⊙ 김정은, 호전적인 무력통일관과 核 개발 강조
⊙ “김씨 일가 노작 대부분 대필, 당사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것”
북한이 김정은 노작 모음집을 발간, 가정집과 관공서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에까지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정은이 인민군 수산부문 열성자회의 국가표창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북한이 김정은 우상화(偶像化)를 위해 2013년과 2014년 김정은 노작(勞作) 모음집 1, 2편을 각각 발간해 가정집과 관공서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하는 친북단체에까지 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간조선》은 북한 조선출판물수출입사의 베이징사무소인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2001년 5월에 설립된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는 북한의 출판물을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업무를 맡아 하는 회사다. 조선출판물수출입사는 북한 내각 소속의 출판지도국(일명 출판총국, 출판지도국장은 부장급) 산하의 출판물 무역회사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가 북한 조선출판물수출입사의 베이징사무소이긴 하지만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투자해서 세운 회사는 아니다. 따라서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는 조선출판물수출입사의 지사(Branch)가 아닌 대행업체(Agent)로 볼 수 있다.
 
  《월간조선》이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에 김정은 노작 모음집에 관련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가 조선출판물수출입사의 지사였다면 접촉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노작의 사전적 뜻은 ‘많은 힘을 들여 지은 우수한 작품이나 저작’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통치 구상을 밝히는 모든 발표문’을 노작이라고 지칭(指稱)한다. 김정은 독재체제에서는 그가 발표한 연설, 논문, 담화, 축하문, 서한 등이 모두 노작으로 불린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에 따르면 북한이 김정은 노작 모음집 1편을 발간한 시점은 2013년 초이다. 2012년 4월부터 12월까지 김정은이 발표한 모든 연설과 담화, 논문(▲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에 대하여 당,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책임 일꾼들과 한 담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과 한 담화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65돌에 즈음하여 학원 교직원,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시다’는 제목의 논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 일꾼들과 한 담화 ▲금수산 태양궁전을 주체의 최고성지로 훌륭히 꾸리는 데 온갖 지성을 다 바친 전체 인민군 장병과 인민들에게 보내는 서한) 총 6건을 모았다.
 
  노작 모음집 2편은 최근 발간했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의 연설과 담화 10건(▲전국경공업대회 연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3월 전원회의 보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3월 전원회의 결론 ▲‘마식령 속도’ 창조 호소문 ▲선군절에 《노동신문》 조선인민군에 준 담화 ▲건설 부문 일꾼 대강습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2014년 신년사 ▲전국 농업부문 분소장대회 참가자에게 보내는 서한 ▲전국 모든 선거자에게 보내는 서한 ▲조선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 연설)을 묶었다.
 
  북한은 김정은 노작 모음집 1편과 2편을 영문판과 일어판으로도 제작했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 관계자는 “일어판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영어판은 그 외의 해외친북단체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세 살 때 7개 국어를 정복했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로부터 입수한 김정은 노작 모음 첫 페이지.
  《월간조선》은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로부터 PDF 파일로 된 김정은 노작 모음 1, 2편을 입수했다. 전체적인 골자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내려오는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주체사회주의의 당위성을 피력한 것이다. ‘정책적 로드맵’도 있지만, 깊이가 덜했다. 다소 황당한 내용도 있다. 이런 식이다.
 
  <주체농법은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몸소 창조하여 물려주신 고귀한 유산입니다. 주체농법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우리 식 농법이며 그 어떤 불리한 자연기후조건에서도 높고 안전하게 수확할 수 있는 우월한 과학농법, 집약농법입니다.>-김정은이 전국 농업부문 분소장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중.
 
  실제 주체농법이 그 어떤 불리한 자연기후조건에서도 높고 안전한 수확을 보장하는 우월한 과학 농법이라면 북한은 현재 식량난에 허덕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공개한 <식량안보 평가 2014> 보고서를 보면 북한 주민의 70%가 건강을 유지하기 어려운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노작 모음집에는 ‘김정은이 세 살 때부터 총을 잡고 명중사격을 했으며, 한문으로 된 시를 쓰고 7개 국어를 정복했다’는 식의 상식적으로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담겼다. 몇 가지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장군님(김정일)께서 사회주의 조국을 수호하기 위하여 얼마나 간고한 애국헌신의 길을 걸어오시었는가 하는 것은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생의 마지막 시기까지 입고 계시던 단벌솜옷이 그대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어느 해인가 장군님께서는 준엄한 시련의 고비들을 넘으시던 나날들을 감회 깊이 더듬어보시다가 문득 자신께서 입고 계시는 솜옷에 대하여 이야기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장군님께서는 이 솜옷을 수령님을 잃고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부터 입었는데 준엄하였던 역사를 잊을 수가 없어 아직 벗지 않고 있다고, 이 솜옷은 선군혁명의 상징이라고 절절히 말씀하시었습니다.>-2012년 7월 26일 김정은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의 담화 내용 중.
 
  북한이 최악의 식량난을 겪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는 1994~1996년이다. 김정일이 죽은 것은 2011년 12월 17일이다. 담화 내용대로라면 김정일은 솜옷 하나를 15~17년 동안 입었다는 것이 된다. 김정일은 생전에 온갖 명품으로 몸을 치장하고 다녔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촌스러운 카키색 인민복도 원단은 m당 가격이 600~1000파운드(약 108만~180만원)에 이르는 영국 최고의 스카발 원단이었다.
 
 
  비상식적 내용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모든 발표를 노작이라고 한다. 지난 2014년 2월 25일 김정은이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1. 이 격변하는 세기에 인민 대중의 운명 개척과 세계 정치사에 흔적을 남긴 이름 있는 정치가와 위인들이 많았지만, 우리 수령님처럼 10대의 어리신 나이로부터 80 고령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탁월한 사상과 령도, 고매한 덕망으로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신뢰 속에서 20세기를 반제자주 위업, 사회주의 위업의 승리 세기로 빛내신 걸출한 수령, 절세의 애국자, 위대한 혁명가는 없었다.
 
  2. 인류역사에는 우리 수령님처럼 한평생 혁명의 총대를 틀어쥐고 반제대결전의 최전방에서 특출한 군사전략과 령군술(領軍術)로 백승을 떨쳐온 만고의 령장, 문무를 겸비한 장군형의 수령은 일찍이 없었다.
 
  3. 상과 정견이 다른 사람들도 누구든지 우리 수령님을 한번 만나뵈오면 그 고결한 인품에 매혹되어 수령님을 끝없이 흠모하고 존경하였다. 하기에 우리 수령님은 세상에서 동지와 벗이 제일 많은 분이시었다.>-김정은이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 발표한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이시다’라는 제목의 논문 중.
 
  <금수산의사당은 수령님의 영원한 주석궁이라고 하시며 의사당에서 사업하시기를 바라는 인민들의 간절한 청원을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생애의 마지막 나날까지 저택이 따로 없이 검소한 집무실과 야전 열차에서 사업하시다가 순직하신 우리 장군님과 같은 고결한 도덕 의리의 화신, 위대한 성인은 동서고금에 없습니다.>-금수산 태양궁전을 주체의 최고성지로 훌륭히 꾸리는 데 온갖 지성을 다 바친 전체 인민군 장병과 인민들에게 보내는 글 중.
 
  <마식령 스키장은 우리 인민들이 먼 훗날에도 덕을 보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만년대계의 기념비적 창조물이며 문명국 상징의 하나이다.>-마식령 속도를 창조,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의 호소문 중.(마식령 속도란 마식령 스키장 최단기 건설 지시를 계기로 김정은이 제시한 일종의 노력경쟁운동이다. 김일성 시기 ‘속도전’이나 ‘천리마운동’의 변형으로, 북한은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사회주의 건설속도”라고 주장한다.)

 
  2012년 착공, 2013년 12월 완공한 마식령 스키장은 영국 BBC 방송으로부터 유령스키장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스키장이 텅 비었다는 이유에서다. 탈북자는 “돈과 인력을 들여 건설한 마식령 스키장은 지금 한산하다 못해 삭막한 상황”이라며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실패작”이라고 했다.
 
  미국의 북한전문여행사 ‘우리투어스’는 스위스에서 도입하려다 유엔 제재로 중국에서 중고로 사들인 리프트는 속도가 무척 느려 한번 정상까지 가는 데 30~40분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마식령 스키장 부실공사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정은은 “당의 명령지시라면 산도 떠 옮기고 바다도 메워야 한다”며 속도전을 거듭 주문, 건설목표를 세운 지 1년 만에 마식령 스키장을 완공했다.
 
  그간 북한은 소위 말하는 ‘속도전’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다. 과거의 속도전이 성공으로 귀결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실제 북한은 1974년 김일성 주석이 ‘70일 전투’ 등 많은 속도전 사업을 벌였지만, 결과는 자원 배분의 왜곡으로 인한 경제의 황폐화로 끝났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1998년 회고록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경제적인 고려 없이 무작정 속도전이라거나 전격전의 구호를 내걸고 인민들을 무리하게 내몰아… 국가경제 발전에 치명적인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류는 오늘 위대한 김일성-김정일 주의에서 자기들이 나갈 길을 찾고 있습니다. 인민 대중 중심의 사상, 자주의 혁명학설은 지구상의 그 어느 곳에서나 참된 자유와 행복을 지향하는 인민들의 넋으로, 투쟁의 깃발로 나부끼고 있습니다. 온 세계가 우러르고 자주시대의 지도사상이 태어난 조국에서 그 위대한 사상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혁명하여 온 우리 군대와 인민의 영광은 끝이 없습니다.>-2012년 4월 27일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책임일꾼들과의 담화 중.
 
  김일성-김정일 주의는 북한을 참된 자유와 행복을 지향하는 나라가 아닌 세계 유일의 1인 독재 세습국가, 인권 사각 국가로 만들었다.
 
 
  처형당한 장성택이 떠오른 이유
 
  노작 모음집에는 우리 입장에서 눈에 띌 만한 내용 몇 가지도 있었다. 첫 번째는 장성택과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었다.
 
  북한 정권의 2인자였던 장성택은 2013년 12월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反黨) 반혁명 종파 행위’ 혐의로 연행돼 출당·제명된 뒤 나흘 만에 처형됐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밝힌 장성택의 처형 이유는 20가지인데 이는 크게 두 가지(▲경제적 부정부패 ▲반당 종파행위)로 압축할 수 있다. 장성택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지금 몇 푼의 외화를 벌겠다고 저마끔 나라의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개발하여 수출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것은 멀리 앞을 내다보지 않고 눈앞의 것만 보는 근시안적 태도이며 애국심도 없는 표현입니다. 나라의 지하자원 개발을 국가자원개발성과 비상설지하자원개발위원회에서 검토승인하는 체계를 엄격히 세워 지하자원을 망탕 개발하거나 지하자원 개발에 무질서를 조성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합니다.> -2012년 4월 27일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책임일꾼들과의 담화 중.
 
  <우리 당은 지난해에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투쟁의 벅찬 시기에 당 안에 배겨 있던 종파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처를 하였습니다. 우리 당이 적중한 시기에 정확한 결심으로 반당반혁명종파 일당을 적발 숙청함으로써 당과 혁명 대오가 더욱 굳건히 다져지고 우리의 일심단결이 백배로 강화되었습니다.>-2014년 1월 신년사 중.
 
  <당의 유일적령도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문헌접수토의사업을 전당적으로 진행하고 학습과 강연도 하고 결의도 많이 다졌지만 실지 당 안에서 현대판종파가 발생한 것을 미연에 적발 분쇄하지 못하였습니다. 현대판종파의 정체는 밖으로는 제국주의자들의 압력에 겁을 먹고 안으로는 부르주아사상문화에 오염된 타락한 사상적 변질체라는 것입니다. 당의 유일적령도체계에 도전하는 분파행위는 바로 사상의 변질로부터 시작되며 사상적 배신자들이 가닿게 되는 종착점은 다름 아닌 반당, 반혁명입니다.> -2014년 2월 18일 조선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 연설 중.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가 장성택 처형 직후 공개한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장성택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왕창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꾼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하고 지난 5월 그 빚을 갚는다고 하면서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장성택은 정치적 야망 실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각종 명목으로 돈벌이를 장려하고 부정부패 행위를 일삼으면서 우리 사회에 안일·해이하고 무규율적인 독소를 퍼뜨리는 데 앞장섰다. 장성택은 우리 당과 국가의 지도부와 사회주의 제도를 전복할 목적 밑에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하고 조국을 반역한 천하의 만고역적이다. 장성택은 2009년부터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 자료들을 심복·졸개들에게 유포시켜 자본주의 날라리풍이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했다.>
 
 
  “情勢가 어떻게 변하든 절대로 핵 포기 않겠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실린 북한 영변 핵 단지 위성사진. 김정은은 노작을 통해 핵 개발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두 번째는 ‘한반도의 공산화’라는 궁극적인 대남전략의 목표를 여전히 강조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2014년 2월 18일 조선노동당 제8차 사상일꾼대회에서 한 연설 중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앞으로 적들과 총결사전을 벌여야 할 때가 오면 혁명적 군인정신에 기초한 군민 대단결의 위력, 전민 항쟁의 위력으로 최후의 승리를 이룩해야 한다.” ‘적들과 총결사전’ ‘최후 승리’를 강조한 것은 호전적인 무력통일관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김일성-김정일 기치를 높이 들고 조선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오려는 것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신념이고 의지이며 시대와 역사의 뜻”이라는 내용도 있다. ‘조선혁명의 최후 승리’는 곧 한반도의 공산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대북 억지에 실패한다면: 한반도 무력 충돌에 대한 재고찰>이라는 22페이지 분량의 정책 보고서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을 둘러싼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 양국의 대북 억지의 실패와 남북한 무력충돌 위협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작 모음집에는 군사력 강화에 계속 힘을 쏟을 것이며, 이 일환으로 핵개발을 추구하겠다는 김정은의 의지도 담겼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다.
 
  <인민군대 안에 백두산 훈련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전투력을 백방으로 다지며 전군이 언제나 격동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일당백의 비결은 꾸준한 훈련에 있습니다. 모든 군인은 언제나 조국수호의 숭고한 사명감을 깊이 자각하고 만약 적들이 우리 공화국의 신성한 하늘과 땅, 바다를 조금이라도 침범한다면 절대로 용서치 말아야 합니다.>-2012년 4월 6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들과의 담화 중.
 
  <혁명의 군복을 입고 조국보위초소에 서 있는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졸업생들은 최고사령관이 조국통일 대업을 성취하기 위한 작전계획에 최종수표를 하였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고 부대, 구분대의 싸움 준비를 빈틈없이 갖추어야 합니다.>-김정은이 2012년 10월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65돌에 즈음하여 학원 교직원, 학생들에게 보낸 서한 중.(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은 혁명유자녀학원으로 이곳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대남사업 과정에서 공을 세운 혁명가들의 유자녀들과 당·정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이다. 성분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입학이 허용되는 까닭에 혁명유자녀학원 출신들은 김일성종합대학 등 주요 대학을 거쳐 북한의 핵심적인 엘리트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당의 노선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물려주신 핵 무력을 강화, 발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는 것이다. 우리는 대국들을 쳐다보면서 강력한 자위적 국방력을 갖추지 못하고 제국주의자들의 압력과 회유에 못 이겨 이미 있던 전쟁억제력마저 포기하였다가 종당에는 침략의 희생물이 되고 만 발칸반도와 중동 지역 나라들의 교훈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핵 보검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강성부흥의 활로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핵은 통일조국 번영을 영원히 담보하는 민족공동의 귀중한 재부(재산의 북한말)입니다.>-2013년 3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보고 중.
 
  <제국주의자들의 핵 공갈과 침략위협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세대가 바뀌고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절대로 핵을 약화시킬 수 없습니다. 인민군대에서는 전쟁억제전략과 전쟁수행전략의 모든 면에서 핵무력의 중추적 역할을 높이고 핵무력의 경상적(經常的)인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해 나가야 합니다.>-2013년 3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론 발표 중.
 
  <우리나라를 천하무적의 군사강국으로 빛내기 위한 투쟁에서 보다 큰 전진을 이룩하도록 하는 데 힘을 집중하여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무장 장비들을 더 많이, 더 질적으로 만들어내야 합니다.>-김정은의 2013년 8월 25일 선군절 담화 중.
 
  <인민군대를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에게 끝없이 충실한 백두산 혁명강군으로 더욱 강화 발전시켜야 합니다. 오늘 인민군대를 강화하는 데서 중심고리는 군대의 기본 전투 단위이고 군인들의 생활거점인 중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모든 중대를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튼튼히 준비된 최정예전투 대오로, 친혈육의 정이 차 넘치는 정든 고향집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전투훈련을 강화하고 명사수, 명포수 운동을 힘있게 벌여 군인들을 백발백중의 사격술과 무쇠 같은 체력, 강한 규율성을 지닌 일당백의 싸움꾼들로 키워야 합니다.>-2014년 1월 1일 신년사 중.

 
  김정은은 2014년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을 남조선호전광이라고 표현하며 적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은 “미국과 남조선호전광들은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전쟁 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북침 핵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이제 이 땅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그것은 엄청난 핵 재난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미국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직접 전면에 나서 ‘서울 불바다’와 ‘핵 찜질’ 같은 위협을 가한 김정은이 우리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사대매국 행위’로 매도하고, ‘남조선호전광’ 등을 언급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태도”라며 “각종 매체와 지령으로 종북세력을 뒤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부추긴 건 북측 자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과학 엘리트들에게 留學 권유
 
  세 번째는 김정은이 과학기술 발전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타국과의 교류 협력을 강조할 정도로 과학기술 분야에 집착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27일 당, 국가경제기관, 근로단체 책임일꾼들과의 담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발전추세와 다른 나라들의 선진적이고 발전한 기술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이미 말하였지만 인터네트를 통하여 세계적인 추세자료들, 다른 나라의 선진적이고 발전한 과학기술 자료들을 자주 보게 하고 대표단을 다른 나라에 보내어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자료도 수집해 오게 하여야 합니다.”
 
  2013년 12월 8일 건설부문 일꾼 대강습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는 “강성국가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설부문의 유능한 과학·기술 인재들을 키워내자면 전망 있는 대상들을 선발하여 다른 나라에 유학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2014년 신년사를 통해서는 “과학자, 기술자들은 당이 마련해 준 과학기술 룡마(천리마)의 날개를 활짝 펴고 과학적 재능과 열정을 총폭발시켜 누구나 다 높은 과학기술 성과들을 내놓음으로써 부강조국 건설에 이바지하는 참된 애국자가 돼야 한다”며 “전 사회적으로 과학기술 중시 기풍을 세우며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구호를 높이 들고 모든 일꾼과 근로자들이 현대과학기술을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과학기술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이런 움직임은 과학기술을 통해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욕심과 맞물려 있다”며 “과학기술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 전반에서 실용적 사고를 확산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의 과학중시 정책이 일종의 프로파간다(선전)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현재 김정은은 업적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학 중시를 통한 경제발전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북한은 기본적으로 군 중심의 경제, 즉 제2 경제에 모든 것이 집중된 사회이기 때문에 과학을 중시한다고 주민생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제1 경제 발전을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과학중시 정책은) 김정은의 치적 마련을 위한 선전으로 끝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은 타이르는 스타일, 김정은은 직설적 지시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노작의 대부분은 노동당역사연구소가 대필해 준 것이라고 한다.
  김정은 노작 모음집을 분석하면서 김정은이 노작을 직접 작성했는지 여부 등을 비롯하여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안찬일 세계 북한연구센터소장,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등 탈북자 출신 인사 다수에게 물었다. 다음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종합,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김정은이 노작을 직접 씁니까.
 
  “본인이 쓰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김일성과 김정일을 ‘사상이론의 천재’라고 치켜세우며 그들의 명의로 된 수많은 노작을 출간해 간부들과 근로자들이 학습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작들은 대부분 노동당역사연구소의 연구진, 김일성종합대학 철학과 교수들이 대신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김정은 노작도 이들이 썼을 것입니다.”
 
  노동당역사연구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 일가족의 이른바 ‘혁명 사적’을 발굴·보존·관리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지난 1994년 6월 13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김정일 저술 대필 많아’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이런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문예 분야와 관련된 김정일 이름의 저술은 약 30건에 이르고 있고 내용도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충실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 입수된 북한 관계 자료와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거의 모두가 주변 인물들이 대필해 준 작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노작을 쓰는 데 전혀 관여하지 않는 건가요.
 
  “김정일의 경우 30대까지는 노동당역사연구소가 써준 자신의 노작을 읽었지만 40대부터는 아예 읽어보지도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김정은의 바쁜 일정으로 봤을 때 자신이 무슨 노작을 썼는지도 잘 모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써주면 앵무새처럼 읽기만 하는 것이군요.
 
  “그렇지요.”
 
  —김일성, 김정일 노작과 비교했을 때 김정은 노작은 어떻습니까.
 
  “김정은의 노작은 김정일 노작보다 직설적인 면이 많으며 잘못된 점을 과감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과거 김정일 노작은 호소성으로 일관하면서 타이르는 식이라면 김정은 노작은 젊은 지도자답게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정은 노작이 더 낫다는 것은 아닙니다. 김정은 노작은 과장되고 거창한 문장과 추상적인 목표제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노작 내용대로라면 북한은 오래전에 선진국이 돼 있어야 합니다. 김일성, 김정일 노작과 비슷한 점은 사상사업을 우선하는 정치우선주의에 큰 변화가 없으며 혁명적 변화 조짐에서 매우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를 보니 김일성 노작을 문답식 학습경연에 이용한다고 하던데, 북한 사람이라면 김씨 왕조의 노작은 무조건 다 외워야 합니까.
 
  “그렇다고 봐야지요.”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신년사 원문을 그대로 암기하고 나서 간부들에게 점검을 받는다. 지난 2014년 1월 1일 《데일리NK》가 보도한 내용이다.
 
  <신년사 전문 암기는 북한 주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보통 북한 주민들은 총 1만9백 자로 이뤄진 이번 신년사 원문을 암기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손을 내젓는다. 하지만 당의 지시를 어길 경우 엄격한 생활 총화와 간부들의 닦달과 엄포로 어쩔 수 없이 달달 외워야 한다. 그만큼 북한 당국이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최상의 지침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신년사가 나오면 1월 한 달 동안은 신년사 독보로 모든 일정을 시작하며 모든 원문 암기는 물론, 신년사로 문답식 경연도 진행한다.>
 
  문답식 경연은 일정한 문제를 내놓고 그에 대해 서로 묻고 대답하는 학습방법이다. 북한은 문답식 경연에 대해 김일성이 항일혁명투쟁 시기에 창조한 전통적 학습방법인 ‘항일유격대식 학습방법’을 오늘의 사회주의 현실에 맞게 계승·발전시킨 ‘혁명적이며 전투적인 학습방법’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노작 정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작은 곧 지도자의 철학과 비전의 시현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작은 많이 쓸수록 유능하고 박식한 지도자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베이징선영과무유한회사’는 곧 김정은 노작 모음집 3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3편에 담길 노작도 과장되고 거창한 문장과 추상적 목표제시로 가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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