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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마약 밀매에 등장하는 북한 류경회사의 실체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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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북한인권위원회(HRNK) 보고서 류경회사 존재 거론
⊙ “마약 판매 수입 등 북한 불법 자금의 세탁 창구”
⊙ “일 년에 헌납금만 수천만 달러, 지금은 김정은 주머니로 들어갈 것”(장진성)
⊙ 北, 아미돈과 메타돈(중독성 높은 마약) 유행
  지난 5월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북한의 진화하는 불법 외화벌이 활동(illicit: North Korea’s Evolving Operations to Earn Hard Currency)> 보고서를 공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브루킹스 연구소(2011년 세계 최고 싱크탱크 선정)의 시나 그라이튼스(Sheena Greitens) 동아시아 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이 주도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활동의 변천(變遷)을 담고 있다.
 
류경회사가 거론된 <북한의 진화하는 불법 외화벌이 활동> 보고서.
  이 보고서가 눈길을 끈 것은 북한 조선노동당(최고권력기관)의 후원을 받는 ‘류경회사’가 당이나 김씨 일가에 충성심을 표하는 대규모 상납금(上納金)을 제공하는 대가로 마약 거래를 독점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류경회사의 존재가 신뢰성 있는 보고서에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RNK 보고서는 미국 의회의 정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HRNK의 창립멤버는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리처드 앨런(Richard V.Allen)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제임스 릴리(James Roderick Lilley) 전 주한 미(美) 대사(별세), 스티븐 솔라즈(Stephen J.Solarz) 전 미국 하원의원(별세) 등이다.
 
  현재 HRNK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지낸 앤드루 나치오스(Andrew Natsious),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인 로베르타 코언(Roberta Cohen), 루마니아의 첫 한국 국비 장학생 출신인 그레그 스칼라튜(Greg Scarlatoiu) 등이 이끌고 있다.
 
 
  곳곳에 등장하는 ‘류경’이란 이름
 
2011년 05월 11일 위성으로 찍은 양귀비 재배지역.
  류경회사, 과연 그 실체는 무엇일까. 참고로 ‘류경’이란 명칭 때문에 북한이 야심 차게 건설에 나섰다가 1992년 공사를 중단하는 바람에 흉물로 방치돼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됐던 ‘류경호텔’과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완전 별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 따르면 류경(柳京)은 버드나무가 많은 도시라는 뜻으로, 평양의 오랜 별칭이다. 따라서 평양에는 류경이란 이름이 붙은 시설이 많다.
 
  HRNK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류경회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탈북자 단체인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의 최근 보고서는 심지어 “국가 후원” 마약 생산조차도 정권이 완전히 소유하거나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보다는 조선노동당의 후원을 받는 류경회사가 당이나 김정일 일가에 충성심을 표하는 대규모 상납금을 제공하는 대가로 마약 거래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류경회사는 아편 거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운영하며, 평안북도 및 평안남도에 있는 양귀비 농장 재배부터 판매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관리한다고 한다. 이에(뉴 포커스 인터내셔널) 따르면 이 회사는 손건하 사장에 의해 운영된다. 손건하 일가는 김정일과 매우 가까운 사이여서 “정권의 절대적인 지원과 완전한 보호”하에 북한 정권의 첫 번째 준 민간 기업을 2000년대 초반 북한에 설립할 수 있었다.
 
  (A recent report by defector organization New Focus International argues that even “state-sponsored” production of drugs was never wholly regime-owned and operated. Rather, the report claims, the Ryugyong Corporation run under the auspices of the Korean Workers’ Party’s Foreign Relations Department handles the trade in exchange for providing large loyalty offerings to the party and the Kim family. The Ryugyong Corporation, it states, ran the opium trade from start to finish, managing every part of the process from the cultivation of poppy farms in the provinces of North and South Pyongan to the final point of sale. According to this account, Son Geon-ha led the operation. The Son family’s close relationship to Kim Jong-il allowed them to set up the regime’s first quasi-private enterprises in North Korea in the early 2000s with the “absolute support and full protection of the regime.)>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류경회사는 과거에는 김정일, 현재는 김정은의 비자금을 조성하는 훌륭한 창구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손씨 一家와 가까웠던 탈북시인 장진성
 
장진성 탈북자신문 《뉴 포커스》 대표.
  보고서는 김씨 일가의 비자금 창구일 가능성이 큰 류경회사를 설명하면서 탈북자 단체인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인용했다.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HRNK에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요청했다. HRNK는 A4용지 2장 분량의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보내왔다. 이 보고서를 분석하던 중 ‘뉴 포커스’가, 탈북시인인 장진성씨가 국내에서 운영하는 탈북자 신문인 《뉴 포커스》를 뜻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뉴 포커스》에 실린 글을 그대로 옮긴 보고서인가 싶어 《뉴 포커스》 사이트에 류경회사 관련 글이 있는지 검색했다. 북한이 류경회사를 통해 은밀하게 마약을 제조 판매한다는 내용의 기사(2011년 12월 23일 게재)가 있었다. 이 기사와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 보고서>의 내용을 비교했다.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 보고서>에는 다른 새로운 내용도 있었다.
 
  HRNK로부터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의 보고서>를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HRNK에서) 자체 수집한 정보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씨가 글을 쓴 것은 3년 전이다. 장씨가 류경회사에 대한 관심을 접지 않았다면 그 또한 HRNK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정보를 수집했을 것이다.
 
  지난 8월 5일 서울 답십리에 있는 《뉴 포커스》 사무실에서 장씨를 만났다. 장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는 “일부 탈북자들이 북한의 중앙당, 군, 국가보위부 등 권력기관들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마약을 제조, 판매한다고 과장된 증언을 하기에 북한이 실제로는 류경회사란 곳을 통해 은밀하게 (마약을 제조) 판매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 보고서>가 아마 그것을 참고한 듯하다”며 “그 글에 쓰지 않은 새로운 내용도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류경회사와 관련해서는 탈북자 중 내가 가장 자세히 안다”고 했다.
 
  새로운 내용을 묻기 전 일반 탈북자들이 잘 모르는 류경회사에 대해 유독 본인만 자세히 아는 이유부터 질문했다.
 
  장씨는 북미를 제외한 세계 영어권 국가 전체 도서 판매 순위 10위에 오르는 등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끄는 수기(手記) 《경애하는 지도자에게(Dear Leader)》의 저자로 나름 검증된 인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실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루머를 ‘한 건 주의’식으로 폭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는 “일부 탈북자의 지나친 정보 과시는 자제돼야 하고,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북한 체제에 대한 상식을 바탕으로 검증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거짓을 말할 까닭이 전혀 없다”며 자신이 류경회사에 대해 잘 아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제가 아버지를 통해 평소 안면이 있었던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소속 은별무역관리국 국장 리병서(현재 숙청)가 1996년 8월 어느 날 보통강 호텔에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갔더니 당시 장성택 형 장성우 딸인 장미영·오극렬의 아들 오세욱·북한골프협회 회장 딸 정순영·리을설 전 호위사령관의 맏사위 박철·당 조직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 리용철의 맏딸 리영란·북한 마약판매총책인 당 대외연락부 평양류경회사 사장 손건하의 아내 리해순·손건하의 형인 마카오 주재 손경철의 아들 손철·북한에 6억 달러를 송금한 조총련 산하 조선신용조합 회장의 손녀 리수남·리종옥 전 국가부주석의 아들 리찬 등 말 그대로 권력과 돈을 양손에 쥔 북한 최고의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있었어요. 이들은 소위 사회주의 자본가였는데 여기서 손건하의 형인 마카오 주재 손경철의 아들 손철과 친해졌습니다. HRNK 보고서에도 나왔듯 류경회사의 주인이 손건하 아닙니까. 탈북 직전까지 손건하 조카인 손철과 가까웠던 제가 누구보다 류경회사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지요.”
 
  《월간조선》은 HRNK로부터 받은 <뉴 포커스 인터내셔널 보고서>, 《뉴 포커스》에 실린 장씨의 글, 장씨의 새로운 증언을 종합해 류경회사의 실체를 살펴봤다.
 
 
  김일성, 손건하 부친에 마카오에서 활동하도록 지시
 
  6·25전쟁 직후인 1954년 김일성은 해외 조직망 구축 및 영주권 획득을 위해 공작원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손경철·손건하의 부친 손씨도 해외로 파견된 공작원 중 한 명이었다. 김일성은 손씨에게 당시 미화 24만 달러를 쥐여 주며 마카오에서 활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손씨는 그 자금으로 기업을 세운 뒤 카지노 사업에 투자했다. 사업은 대성공을 거뒀고, 그는 그 덕분에 많은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런 이유로 손씨는 북한 대외연락부 역사상 가장 성공한 해외 정착 인물로서 공화국 영웅(북한 최고 등급의 칭호) 칭호를 받기도 했다. 손씨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 해외 곳곳으로 파견된 공작원들도 영주권 획득 뒤, 그 지역에 기업을 세우는 방법으로 큰돈을 벌었다. 해외 공작원들이 세운 기업은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공작거점이 됐다.
 
  사회주의 동구권 붕괴 직후인 1990년대 외교 국가들과의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김일성이 주도하는 당 39호실이 위축되고, 대신 비(非)외교 무역 전문부서인 김정일의 당 38호실이 사실상의 모든 실권을 행사했다. 이 무렵 김정일은 과거 김일성이 파견했던 해외 공작원들에게 해외에 만든 기업들을 당에 바치라고 통지(通知)했다. 김정일은 해외에 퍼져 있는 기업을 모두 자신의 손에 넣어 직접 외화를 벌어들이려 했던 것이다. 몇몇 해외 공작원은 김정일의 지시에 반발하며 김일성에게 신소(伸訴)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 시기 김정일의 명령에 앞장서 반대하던 해외 공작원 한 명이 암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겁에 질린 해외 공작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었다. 이때 “당에 충성하자”며 김정일의 명령을 가장 먼저 실천한 이가 있었다. 그게 바로 손씨였다. 그는 마카오 공작활동을 하면서 만든 사업체 일체를 김정일에게 헌납했다. 헌납한 사업체 중에는 마카오에서 번 돈으로 1992년 평양시 보통강 호텔에서 청류관 방향으로 가는 길에 세운 준 국영무역회사인 류경회사도 있었다. 류경회사는 북한의 여러 마약 제조 회사 중 하나였다. 이 공로로 손씨는 김정일의 신임을 얻어 두 번째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정일은 손씨의 딸과 정략결혼한 사위를 류경회사의 사장에 앉혔다. 손씨의 사위는 압록강대학(6년제 정찰국 산하 군사첩보요원 양성소) 출신의 엘리트였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다. 류경회사의 사장으로 임명된 손씨의 사위가 암살당한 것이다. 김정일은 암살의 배후에 손씨의 장남인 손경철이 있다고 판단했다. 동생의 남편이 류경회사의 주인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반대한 것이 손경철이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손경철을 소환, 그에게 류경회사를 비롯, 모든 인맥과 활동영역을 동생인 손건하에게 넘기라고 지시했다. 김정일은 북한 새날혁명학원(외국 근무 자녀 교육 전문) 출신인 손건하를 마음에 들어 했다.
 
 
  외교관의 마약 밀매 연루 피하려 류경회사 내세워
 
  손건하가 류경회사 주인이 된 1990년대 말 김정일의 고민은 마약 밀매 사건에 외교관들이 지속적으로 휘말리는 것이었다. 외교관들이 마약 밀매로 인해 쫓겨날 때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해외 외교 및 상업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고민하던 김정일은 그럴듯한 꼼수를 짜냈다. 2000년대 초 그간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국영무역회사를 통해 하던 마약과 관련한 모든 일을 류경회사만 독점적으로 하게 해준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마약 밀매 사건에 연루되더라도 이것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부정행위라고 잡아뗄 수 있었다. 또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운영해 온 국영무역회사를 폐쇄함으로써 미국 정부에 북한이 더는 마약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명분도 얻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류경회사는 민간 투자자가 참여한 국유기업, 즉 준 국영회사이다. 따라서 엄밀히 당이나 국가기관하에서 운영된다. 결론적으로 김정일이 류경회사에 마약 사업 독점권을 준 것은 당국은 뒤로 숨으려는 일명 ‘눈 가리고 아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김정일의 전략은 성과를 거뒀다. 북한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마약 밀매 적발 건수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실제 HRNK 보고서를 보면 2006년 이전 북한 관련 마약 밀매로 체포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북한 외교관이나 무역 공직자(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사건의 대다수를 차지)였다. 하지만 2001년 이래로 외교관이나 신임을 받은 공직자에 의한 마약 밀매 사건은 알려진 바 없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북한과 관련된 마약 거래 사건의 대부분은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소규모 사건이었다. 2013년 미국 국무부의 국제마약 통제 전략 보고서(INCSR)에는 “2004년 이래 북한 국가기관이 연루된 대규모 마약 밀매에 대해 확인된 보고가 없다”고 나와 있다.
 
  김정일의 지시로 마약 사업을 독점한 류경회사는 2001년 홍콩에서 마약의 순도를 높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특수 장비를 들여오는 등 질 좋은 마약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일까. 북한산 마약은 최상급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마약보다 값이 더 비쌌다. HRNK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제조된 마약(메스암페타민·필로폰)은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 마약보다 높은 수송비와 원산지 관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질이 좋아 일반적으로 이보다 1g당 300위안(100위안=한화로 약 17000원) 더 비싸게 판매된다. 동남아시아에서 제조된 메스암페타민은 1g당 1200위안, 약 193달러에 판매된다.
 
  류경회사가 마약 제조를 위해 소유한 토지는 일개 군(郡) 면적에 달한다. 정권 차원의 마약 범죄를 숨기기 위해 류경회사는 평안남도와 평안북도 두 개 도(道)에서 1개 농장, 1개 분조(分組)를 원칙으로 아편을 분산 재배하고 있다. 인공위성으로 촬영할 수 없도록 은폐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렇게 개발한 마약은 중국 삼합회, 마카오 조폭 등 범죄조직과 손잡고 해외로 밀수한다.
 
  류경회사는 이렇게 얻은 수익의 대부분을 김정일에게 바쳤다. 김정일에게 들어간 액수만 한 해에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 손건하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2월 16일 노력영웅(최고의 영예인 공화국 영웅보다 한 단계 아래) 칭호를 받기도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류경회사의 부사장을 간호원 출신의 그의 내연녀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손건하는 간부만 이용할 수 있는 남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간호원과 연인관계가 됐고 그녀에게 류경회사 부사장직을 줬다. 이에 분노한 본처 리해순은 손건하로부터 류경회사의 계열사격인 설봉회사를 빼앗아갔다. 설봉회사는 마카오 상품만 파는 백화점 같은 곳이다. 류경회사는 2014년 현재도 존재하며, 여전히 마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 봤을 때 류경회사는 사실상 북한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창구인 것으로 보인다.
 
 
  부엌 제조실에서 불법 마약 제조
 
일본의 TV아사히가 보도한 북한 주민의 마약 흡입 모습. 왼쪽 위는 김일성 초상이 박힌 5000원권 지폐로 대롱을 만들고 있고, 오른쪽 위는 연기를 흡입하고 있는 장면이다.
  HRNK 보고서를 보면 류경회사가 마약 사업을 독점하면서 북한에서는 소위 ‘부엌 제조실’에서 불법으로 메스암페타민을 제조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실업자가 된 마약 제조 능력과 기술을 겸비한 수많은 사람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마약 제조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탈북자가 2013년 6월 보고서 작성자에게 한 이야기다.
 
  “원래 마약을 만들던 사람들은 엘리트들이었다. 박사 학위 소지 연구원들이 많았다. 그런데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마약 제조를 금지(류경회사 제외)하자, 이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 형편이 어려워만 갔다. 나름 돈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찾아 마약을 만들면 돈을 주기 시작했고, 이들은 마약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탈북자는 “마약 판매가 북한에서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이전에는 일부 도시에서만 생산되었지만 (불법 마약 제조 행위가 증가하면서) 이제는 단천 및 북청과 같은 지역에서도 생산된다”고 했다.
 
  불법 마약 제조가 늘다 보니 자연히 마약 압수량도 늘어났다. 2013년 미국 국무부의 국제마약 통제 전략 보고서(INCSR)는 “상당한 양의 메스암페타민이 북한 영토 내에서 계속 생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근거로 북한과 근접한 지린 지방에서 압수된 마약의 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중국 언론 보도를 들었다.
 
  <중국 국영 라디오는 2009년 상반기에 북한 접경 동부 지대인 지린 지방에서 마약 압수량이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크리스털 메스(메타암페타민류의 합성마약·아이스) 압수는 2008년 상반기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보고된 사건의 대부분은 국경을 넘는 마약 밀수였고, 이 6개월 기간 압수된 모든 마약의 총 무게는 610만 톤이었다. 또 다른 중국 언론에 따르면, 국경을 넘는 마약 밀매 증가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 경찰은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의 두만강에서 경비정 감시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010년 브루킹스 연구소는 중국인 학자 장 용안(Zhang Yong-an)과 면담한 후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장 용안은 인터뷰에서 지린 지방에서 마약 중독과 마약 밀매 발생률이 증가하는 데 있어 북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해(2010년) 중국인 학자 취 준용(Cui Junyong)도 지난 3년에서 5년 사이에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소비된 메스암페타민의 대부분이 북한에서 왔다고 했다.
 
  2004년 중국 마약통제위원회(NNCC)의 사무차장이자 중국 공안부 마약통제국 국장인 양 펑루이(Yang Fengrui)는 북한에서 중국으로의 마약 밀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보고서에 실린 탈북자의 증언이다.
 
  “북한 국경의 군대는 마약 밀수로 간부들과 연루돼 있다. 군대의 지원 없이 마약 밀수는 불가능하다. 내 처남은 중국 경찰이다. 그는 마약을 조심하라고 말했다. 수 톤의 마약이 북한 군대에 의해 밀수된다고 말했다.(2011년 증언)”
 
 
  마약, 10대 학생들 사이에서까지 유행
 
  마약 생산이 증가하면서 북한의 마약 중독 실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북한 주민들이 어느 정도까지 마약에 중독돼 있을까. HRNK 보고서의 저자는 2013년 7월 마약 거래에 관여한 북한 주민들과 인터뷰하고 나서 보고서에 그대로 실으며 심각성을 알렸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북한 사회 전체가 불법 마약의 영향을 받고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살을 빼기 위해서 복용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추위와 피로를 이기기 위해 복용하기도 한다. 북한에서 마약은 놀라운 치료제로 간주된다.
 
  -과거에 술을 마시러 만나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마약을 복용하기 위해 만난다.
 
  -아이스 복용은 사회적인 행동이다. 매우 재미있다. (내가 탈북한 날 밤에) 나는 강을 건너기 전에 열 번 정도 들이마셨다. 가자, 가자, 가자 하는 생각에만 매우 집중했다. 그 이후에 나는 이틀 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
 
  -해외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마약을 복용한다. 경찰관, 국가 안보 요원, 당 간부, 행정 관료, 이들 모두가 ‘공급’ 라인이 있고 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확산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마약을 복용하는 것이 이제는 특히 곳곳에서 눈에 잘 띈다.
 
  -17명에서 20명 정도의 사람이 1g의 마약을 함께 나눠 사용하는 일이 흔하다. 혼자보다 그룹으로 함께 마약을 복용한다.
 
  -검사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마약 복용을 근절시킬 수 없다. 내가 살던 곳에서 모든 사람이 빙 두(마약)를 복용했다. 마약 단속을 맡은 인민보안부 요원들과 부인들조차 마약을 복용한다. 마약 단속은 아무 의미가 없다.>

 
  보고서는 북한 내부에서 새로운 마약이 유행하고 있다는 최근의 확인되지 않은 보고가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보고서를 보면 현재 북한에서는 아미돈(amidon) 또는 메타돈(methadone)이라고 불리는 마약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마약은 북한에서 이전에 대량으로 생산되었다고 알려진 생아편으로 만들어진다. 아미돈과 메타돈은 서구에서 헤로인 금단증상 치료 및 진통제로 사용되지만, 중독성이 매우 높다.
 
  러시아 출신 북한전문가인 란코프 교수는 북한의 마약 유행의 단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2004~2008년에는 중급 공직자, 경찰관, 밀수자, 민간 기업가, 2007~2010년에는 화이트칼라 및 블루칼라 노동자, 소규모 시장 상인, 2009년~현재는 학생과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이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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