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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統一방송 설립하겠다는 통일부의 꿈

505억원 들이고 운영비로 연간 100억원 드는 방송국 필요할까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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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운영 중인 인터넷 통일방송, 통일부 직원(592명)조차 무관심… 1일 방문객 108명
⊙ 2012년, 1100억원 투입한 7개 國策 방송 평균 시청률은 0.0073%
⊙ 통일방송, 北韓 주민 선호하는 드라마·뉴스 제작은 사실상 不可能
⊙ “통일부 용역 再발주는 요식 행위로 볼 수 있어”(國會 外統委 관계자)
통일부가 케이블, 위성 등을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통일방송’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
  통일부가 케이블·위성·IPTV(인터넷 기반 TV)로 동시에 송출하는 ‘통일방송’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방송이란, 남북한과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방영하는 방송이다.
 
  통일부는 2011년부터 해당 채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11년과 2013년에는 민간 연구기관에 관련 용역을 위탁해 통일방송 설립과 관련한 논리를 구축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통일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통일 논의를 확산하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한 통일방송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계획을 언급했다. 최근에는 〈통일방송 설립 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6월 19일 자 《서울신문》이 보도한 계획안 내용에 따르면 통일부는 ▲제작 시설 구축 ▲건물 임차 ▲장비 구매 등에 필요한 초기비용 235억원을 비롯해 향후 4년간 총 505억원의 예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운영·유지비로는 약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굳이 통일부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통일방송을 만드는 건 타당한 것일까.
 
  이에 《월간조선》은 통일부가 해당 사업의 근거로 활용한 문건을 입수해 그 내용을 검토했다. 이 문건은 올해 1월 용역을 마친 한 민간 연구기관이 통일부에 제출한 〈인터넷 통일방송 확대 발전 및 콘텐츠 제작 활용방안 연구〉란 보고서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한 통일, 나아가 한민족 통합을 목표로 공익과 중립성을 추구하는 전문방송인 통일방송을 설립하는 건 시대적 과제”라는 것이다. 통일부는 해당 보고서 내용을 ‘201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기재정계획’에 반영했다.
 
  〈인터넷 통일방송 확대 발전 및 콘텐츠 제작 활용방안 연구〉의 분량은 총 289쪽이다. 이 중 대부분은 ▲운영 방식 ▲콘텐츠 제작 ▲인력·예산 소요 예측 ▲중장기 발전 방향 등을 기술한 것이므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약 30쪽에 걸쳐 통일방송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부분과 ‘편성 전략’만을 검토했다.
 
 
  “통일방송은 가장 효과적인 통일 정보 전달 매체”
 
  통일부는 현재 인터넷 통일방송(uni TV)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그해 11월 정식으로 개설했다. 이는 TV 기반 ‘통일방송’ 설립을 본격화하기 전, 이 사업이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하고, 방송 경험을 쌓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 그런데 운영성과만 놓고 보면 통일부가 이를 통해 유의미한 경험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통일방송의 2012년 1일 평균 방문객 수는 108명이다. 이는 2012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김성곤(金星坤) 당시 민주당 의원이 “실제로 통일부 직원들이 들어오는 건지, 다른 국민들이 들어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당시 통일부와 산하 기관 총원이 592명인 점을 감안하면 통일부 직원조차 방문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사이트’였던 셈이다.
 
  2013년에는 1일 방문객이 792명으로 늘었지만, 이를 위해 3억6300만원을 썼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인터넷 통일방송의 확대 발전’을 언급하며 TV 기반 통일방송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하는데, 이를 ▲국내용 ▲해외동포 및 국제사회용 ▲남북관계용으로 분류해 설명했다.
 
  이 중 국내 상황상 통일방송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기 위해 보고서는 “현재 초·중·고 교과 과정에서는 통일 관련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고, 성인들도 적절하고 편의성이 보장된 정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편적인 보도 뉴스를 통해서 북한과 통일에 관한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사실 전달이 어렵고 흥미주의를 벗어난 객관적인 접근에도 한계가 있다”며 “전문적인 방송을 통해 국민들의 북한 및 통일 관련 정보 수요를 충족할 필요가 있고 통일방송은 그러한 수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 만든다고 統一 관심 올라가나?
 
  교육 현장의 문제를 ‘방송 설립’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 ‘통일방송’이 생기면 통일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란 가정을 전제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주장이다. 하지만 보고서엔 청소년들이 수많은 TV 채널 중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 주제를 다루는 채널을 볼 것이라는 근거 자료가 없다.
 
  이는 주 시청자를 성인으로 설정해도 마찬가지다. 보고서는 통일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20·30세대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대신 통일방송을 얼마나 시청할 것인지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또 “현재 북한, 통일 관련 방송 프로그램은 그 수도 부족하며 방송 시간대도 시청 사각지대에 편성되는 실정”이라며 정보 수요자들이 통일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게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옥외 활동량이 많은 40대 이하 연령층에서는 시청률이 매우 낮아지는 현상을 보이고, 현재 편성된 프로그램의 장르나 형식이 단조롭고, 소재나 내용도 매우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엔 2013년 10월의 지상파TV,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의 ‘통일 관련 프로그램 현황’이 있다. 당시의 통일 및 북한 관련 프로그램은 ▲KBS1-<남북의 창> ▲MBC-<통일전망대> ▲TV조선-<북한사이드 스토리> ▲채널A-<이제 만나러 갑니다> ▲뉴스Y-<북한은 오늘> 등 총 5개다.
 
  2014년 7월 현재 지상파TV, 종편 등의 통일·북한 관련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보다 늘었다. TV조선이 <북한사이드 스토리> 폐지 후 시사 프로그램 <북한본색>, 예능 프로그램 <애정통일-남남북녀>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보고서가 지적한 것과 달리 여러 부문에 걸쳐 다른 내용을 얘기한다. <남북의 창>과 <통일전망대>는 주간 북한 뉴스를 종합하고, 북한 영상을 소개한다. <북한본색>은 주로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린다. <북한은 오늘>의 경우, 매일 변화하는 ‘북한 정세 변화’에 대해 얘기한다.
 
  <애정통일-남남북녀>는 결혼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남북 간 문화적 차이를 확인하고 이질감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탈북자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 얘기한다. <남북의 창>과 <통일전망대>를 제외하면 프로그램의 성격과 내용이 중첩되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
 
  또 종편 출범 이후 ▲북한 전문가 ▲정치평론가 ▲탈북자 등이 앞서 언급하지 않은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통일과 북한을 주제로 얘기하는 걸 감안하면 ‘프로그램 수 부족’을 지적하는 것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0.0199% 기록한 KTV가 국책방송 시청률 1위(2012년)
 
   ‘저조한 시청률’ 관련 보고서 지적과 달리 현재 북한·통일 관련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6월 14일부터 7월 12일까지의 ‘지상파 일일 시청률’에 따르면 <남북의 창>은 평균 시청률 8.7%를 기록했다. 이는 주말 황금시간대 대표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의 같은 기간 평균 시청률 10.6%보다 2%P 낮고, <세바퀴> <불후의 명곡> 등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보다 2~3%P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TV조선의 <애정통일—남남북녀>는 7월 4일 첫 방송 때 2.74%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뉴스Y의 <북한은 오늘>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들도 평균 시청률 1~2%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케이블방송 업계에서 보통 이상의 ‘우수한 성적’이다.
 
  ‘주변 시간대 편성’ 문제를 지적하는 건 오히려 통일방송 설립이 무의미하다는 걸 자인하는 주장이다. 방송사들이 해당 프로그램들을 주변 시간대에 편성하는 것은 적정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통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를 주제로 한 방송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걸 뜻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지적을 예상하고 ‘상시적 노출’을 강조했다. 수요나 시청률과 무관하게 통일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하면, 누군가는 보게 되는 효과를 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논리도 한 해 1100억원(2012년 기준)을 쓰는 기존 국책방송들의 성적 앞에선 설득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7개 국책방송은 소수점 이하 두세 자리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2년 기준 예산 188억원을 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국민방송)의 평균 시청률은 0.0199%였다. 이는 7개 국책방송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국책방송들의 시청률은 ▲국회방송-0.0175% ▲국방TV-0.0058% ▲아리랑TV-0.0053% ▲직업방송-0.0014% ▲소상공인방송-0.0009% ▲교통방송TV-0.0006% 등이다. 국책방송 7곳의 평균 시청률이 0.0073%인 셈이다. 객관적으로 통일방송이 이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보고서에 없다.
 
 
  간판은 통일전문채널, 속으론 종합편성채널
 
  다음은 ‘해외용’으로서 통일방송의 역할에 관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해외동포 및 국제 시민사회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통일을 지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통일방송의 권역을 ‘국내 및 해외’로 설정했다.
 
  그런데 이미 전 세계를 권역으로 하는 국제위성방송 ‘KBS 월드 TV’, 11개 언어로 방송하는 국내 유일의 다국어 라디오 채널 ‘KBS 월드 라디오’가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한민족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한반도 정세 ▲한국 문화 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을 방송하기 때문에 ‘해외용’이란 구실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보고서는 과거 독일 통일 과정에 방송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들면서 “향후 남북관계가 진전되어 남북한 방송교류협정이 체결된다면 통일방송이 남북한 주민의 상호 이해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른바 ‘남북 관계용’이다.
 
  현재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매체는 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거주 한인들을 주 청취 대상으로 하는 KBS 한민족방송이다. 한민족방송은 총 3개의 주파수(AM 2개, 단파 1개)를 통해 제1방송은 20시간(13시~익일 9시), 제2방송은 18시간(19시~익일 13시) 동안 송출한다.
 
  원래 이 방송은 북한 주민과 소련, 중공 거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반공 선전용이었는데, 2000년 ‘김대중-김정일 6·15 회담’ 이후 북한 비판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8월에는 ‘한민족방송’으로 이름을 바꾸고, 소위 ‘민족 화합 메시지’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한에서 외부 라디오 청취 경험이 있는 탈북자들은 주로 ▲KBS 한민족방송 ▲미국의 소리(VOA) 등을 들었다고 증언한다.
 
  종합하면 이미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를 방송 권역으로 하는 KBS 계열 TV, 라디오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이들은 국내 시청률과 무관하기 때문에 편성 내용을 일부 조정해 보고서에 있는 통일방송의 역할을 맡기면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통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의 ‘통일방송 편성 전략’에 따르면 통일방송은 ‘통일전문채널’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방송과 다른 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음은 관련 내용이다.
 
  “통일문제는 어떤 면에서는 전문적인 이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과제를 포괄한다는 측면에서는 종합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채널은 통일 전문채널이라 할지라도 프로그램 내용은 전문채널을 지향하기 어렵고 종합채널을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가장 유효한 대북 매체는 CD, 라디오, TV 順
 
현재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CD, DVD 등의 영상저장장치다.
  현재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TV가 가장 유효한 정보 전달 수단이라고 얘기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2011년 입국 탈북자’ 148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거주 당시 외국정보 입수 경로는 ‘외국 CD’가 37.2%, 내부 소통은 22.4%, 외부 라디오 청취는 14.1%, TV 시청은 11.6%였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접하기 위해 선호하는 매체를 묻는 질문에도 ▲외국 CD 31% ▲휴대전화(통화) 16.8% ▲외부 라디오 청취 15.6% ▲TV 11.8% ▲USB 9.8%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윤환 북한인권정보센터 사회조사센터장은 〈북한의 표현 권리 침해와 정보유입 실태〉에서 “최근 북한 주민들은 CD를 외부 정보를 취득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탈북자들의) 거주지별 CD 시청 비율은 지역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북한 전 지역에서 외국 CD를 시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략) 최종 탈북시기에 따른 외국 CD 시청 비율은 2000년 중반부터 꾸준히 증가했고, 2010년 이후에는 전체 응답자 921명 중 666명(72.3%)으로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에 CD가 가장 중요한 외부 정보를 접하는 수단임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CD와 함께 라디오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수요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7일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양강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에서 소형 라디오가 값도 싸고, 감추기도 용이해 외부세계 소식에 목마른 북한 주민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형 라디오의 경우, 장마당에서 쉽게 살 수 있는 건전지만 넣으면 3~4개월은 청취가 가능하다. 이는 전력 부족으로 정전이 잦은 북한에서 영상물을 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외부 소식을 접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통일방송이 생겨도 북한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앞선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TV 시청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접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11.6%였다. 다시 주 시청 프로그램 유형을 묻자 응답자 270명 중 129명(47.8%)이 드라마를 꼽았다. 뉴스는 62명(23%)이었다.
 
 
  설립 당위성 주장하지만 설득력은…
 
  이와 관련,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현인애 박사는 2011년 7월 발표한 〈북한 주민의 외부 미디어 수용 행태〉에서 “북한 주민의 문화적 욕구도 남한과 다름없지만, 충족시킬 수 있는 문화 콘텐츠는 극히 적다”며 “북한 주민들은 남한 드라마나 외국 영화를 한 편 얻으면 밤을 새워가며 보고, 조건만 되면 반복해서 보고 또 본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남한 혹은 외국의 풍요로운 문화를 접하고, 북한 체제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는 게 현 박사의 견해다.
 
  그런데 통일방송이 북한 주민들의 선호 1순위인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액의 제작비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대안으로 탈북자들의 인생 역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드라마 방영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스도 통일방송이 보도 기능을 수행하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제작하기 어렵다. 보고서는 “자체 보도 기능을 가지려면 방통위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정부가 보도채널을 운영한다는 부정적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므로 공식적으로는 보도를 제외하고, 프로그램 속에 녹여내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총원 74명(예상 소요 인력)인 통일방송이 국내 최대 언론사 KBS의 뉴스를 재전송하는 KBS 월드 TV보다 콘텐츠의 양과 질, 전달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살핀 것처럼 보고서 내용만 놓고 보면 통일방송을 설립해야 할 설득력 있는 논거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다.
 
  ‘국내용’ ‘해외용’ ‘남북 관계용’ 등에서 객관적으로 기존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분야는 없었다.
 
  보고서 작성 기관은 ‘통일방송 설립 반대 주장과 통일의 필요성’이란 대목에서 이 같은 지적에 대비해 반론 성격을 가진 내용을 이미 수록했다. 다음은 해당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독립적인 통일방송이 필요한 이유는 통일방송이 역사의 기록과 창조를 선도할 매체이기 때문이다. 통일방송의 경우 예산 대비 시청률이란 효율성 기준보다 남북한 관계사를 기록하고, 남북한 통일을 주도하는 선도적 임무를 수행하게 되므로 공익성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방송은 기존 통일 관련 프로그램의 편성 및 중립성의 문제를 극복하고,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공공 목적·공익 목적을 추구할 것이다.”
 
 
  통일부,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한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정책협력과 관계자는 “부처 차원에서야 통일방송 설립에 의지를 갖고 검토하고 있지만, 통일방송을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 국민과 국회는 어떤 논리로 설득할지 고민이 많다”며 “얼마 전 한국방송학회에 통일방송 도입의 필요성, 운영 주체, 재원 확보, 운영 방안 등을 연구하는 용역을 발주했고,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여러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통일부는 보고서의 ‘통일방송 설립 추진 로드맵’과 일치하는 행보를 보인다. 보고서엔 2014년 6월까지 〈한민족 통일방송 설립 기본 계획안〉을 확정하고, 이후 약 1년 동안 국내외 각종 세미나 등을 활용해 통일방송 필요성을 홍보하는 계획이 있다.
 
  공교롭게도 통일부는 지난 6월 〈통일방송 설립 계획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세미나 ‘남북통일을 준비하는 방송 미디어의 역할’을 후원했다. 보고서의 사업 추진 일정을 한 단계씩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는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축이 된 ‘통일교육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통일부가 비슷한 내용의 용역을 다시 발주한 건 명분을 쌓는 일종의 요식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야당 4선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통일은 대박’으로 대표되는 대통령의 통일 정책 기조 등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통일방송 설립은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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