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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제언

남북 간 物流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中·러와 協業 통해 北 인프라 정비 참여해야

글 : 임장혁  퀴네&나겔 오스트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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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횡단철도와 남북한 철도 연결, 현실성 약해
⊙ 北, 정치적 부담 따르는 南北철도 개방보다는 항만·공항 개발에 적극적
⊙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熟考해야

임장혁
⊙ 40세. 명지대 국제경영학 석사.
⊙ 판토스로지스틱스(구 범한종합물류) 벨기에·프랑스 지사장 역임. 現 퀴네&나겔 오스트리아 이사.
남북한 철도가 끊긴 지 56년 만인 지난 2007년 12월 11일 문산역을 출발한 화물열차가 개성공단에서 사용할 원자재를 싣고 북한 개성시 판문역으로 들어갔다.
  지난 4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평양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였다. 회의 참석의 주된 목적은 첫째,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북한-러시아 간 철도연계를 통해 유라시아철도사업을 위한 국제적 협조요청, 둘째 남북 간 상이한 철도 시스템을 이해하고 향후 운영상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남북 공동연구의 필요성 제안, 셋째 ‘코레일 국제철도연수센터’를 통한 국제철도 전문가 양성방안을 북한에 제안하는 것이었다.
 
  최 사장의 이번 OSJD 사장단 정례회의 참석을 통해 오는 2015년 물류 분야 회의 및 2019년 사장단 정례회의의 서울 개최가 확정됐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 철도문제에 관한 실무적 진전은 없었다. 때문에 유라시아철도의 첫 단계인 한반도 종단(縱斷) 철도노선 구축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유라시아철도는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주창하면서 재(再)부각되었다. 정부는 러시아와 이와 관련된 협력체제 구축에 합의한 상태이다. 하지만 북핵(北核)문제 등 남북관계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추진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구(舊)소련 해체 후 조명받기 시작한 유라시아철도는 지난 20여 년간 통일한국의 대륙진출 청사진을 상징해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베리아횡단철도, 유라시아철도 등으로 명칭이 바뀌기는 하였지만 남북한 철도를 유라시아대륙을 잇는 철도망과 연결한다는 기본 개념은 다르지 않았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남북 간 철도연결을 통해 남북한 간 경제협력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제 지난 20년간 진척이 없는 유라시아철도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접을 때가 되었다. 남북철도 연결이나 유라시아철도에 대한 구상 자체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남북물류경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中, 北에 100억 달러 투자키로
 
  남북철도와 유라시아철도 연계 방안은 부산에서 출발해서 북한의 원산-청진-나진을 연결하는 한반도 종단 노선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 경우 경부선을 북한 철도와 연결할 수도 있고, 동해안 철도를 북한 철도망과 연결할 수도 있다.
 
  북한으로서는 서울-원산 노선을 위해 북한 내륙 철로를 개방하거나 원산-나진에 이르는 동해안 철로를 개방해야 한다. 이것이 북한에는 체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북한은 열악한 도로사정 때문에 대량수송이 가능한 철도를 군용(軍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철도 개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남북철도 연결을 통한 유라시아철도 구상이 겉도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북한 물류(物流)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경영권 선점(先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첫째, 1995년 시작된 중국의 북한 물류 인프라 구축사업은 나진항 인프라 개발, 물류사업으로 확대되었다. 북한은 나진과 청진항 운영권을 중국과 러시아에 임대하여 외자(外資)를 유치하는 한편, 이 지역을 러시아 및 중국 동북지역 물류 허브(hub)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북한-중국 합작 사업이 시작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은 북한에 전체 소비량의 27%에 달하는 식량을 지원하면서 북한 내 항만·철도 등의 공동개발에 나섰다. 북한은 경제지원의 대가로 나진·청진항을 중국에 개방한 셈이다. 같은 시기 중국은 북한에 100억 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이 북한 항구와 철도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인 것은 석탄을 비롯한 지하자원 공급루트와 동북지역의 해상로 확보를 위해서다.
 
  현재 중국은 나진항 제1부두를 2028년까지 임차하였으며, 제2부두는 북한·중국 합자회사가 공동사용하고 있다. 중국은 나진항 제4·5·6호 부두 및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 사업도 북한과 합의한 상태로, 나진항에 대한 독점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러, 2060년까지 청진항 임차
 
북한 고려항공은 지난 2011년 8월 페이스북을 통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새 터미널 사진을 공개했다.
  청진항의 경우, 중국과 북한이 해운항만합작경영회사를 공동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설비·운송수단·항만건설 기자재 등 전체 자본금의 60.46%인 약 130억 원(한화)을 투자하고, 북한은 7180m2의 30년치 임대료인 약 87억 원(한화)을 자본금으로 출자했다. 이러한 형식으로 북한은 연간화물 처리량이 700만 톤에 이르는 제3·4호 부두를 30년간 중국에 임대했다.
 
  러시아는 이미 2008년 4월 나진~하산 철로 개·보수 및 나진항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운영에 대한 협정을 통해 철도와 해상운송의 연결 방안을 내놓았다. 러시아는 2060년까지 장기임차하는 조건으로 6600만 달러를 투자하여 14만7000m2에 달하는 제3부두를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항공여객·화물사업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최신형 기체 도입사업과 공항시설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 고려항공은 2010년 러시아의 Tu-204 기종 도입을 시작으로 작년에는 An-148 기종을 도입, 현재 6개국 13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북한은 이와 함께 다른 노후화된 기체들을 러시아 수호이사(社)의 최신 기종(Superjet 100)으로 대체하기 위해 비행기 구입 협상을 진행 중이다. 북한이 도입하거나 도입하려고 하고 있는 기종들은 한국 등 서방세계에는 생소하지만, 러시아제 항공기 중에서는 나름 최신으로 평가받는 기종들이다.
 
  북한은 공항 리모델링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홍콩 건축회사인 PLT(PLT Planning and Architecture Ltd.)는 2012년 원산공항의 리모델링 업체로 선정되었다. 이 사업에는 총 2억 달러가 소요되는데, 연간 승객 12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2개의 현대식 터미널을 건축할 계획이었다. 작년에 한동안 활발하게 진행되던 원산공항 리모델링 공사는 현재는 장성택 숙청 등 북한의 정치사정 때문에 중단된 상태이다.
 
  이에 앞서 2011년부터는 김정은의 지시로 평양순안공항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1729m2 크기에 6대의 항공기가 동시에 이용 가능한 규모의 1터미널이 완공되었고, 현재 2터미널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연간 60만명 규모의 해외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고가(高價)의 주력수출품을 항공화물편으로 운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북한이 항만·공항 개발에 적극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 항만·공항은 도로·철도의 경우와는 달리 개방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북한 빚 100억 달러 탕감해 준 이유
 
러시아가 북한 나진항으로 반입한 최신 크레인 설비들. 열차에서 부두로 짐을 실어 나르는 데 쓴다.
  그동안 유라시아철도와 더불어 논의되어 온 것이 남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이다. 이 역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많이 논의되던 사업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도 포함되어 있다. 지난 2008년에는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석유업체인 가즈프롬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북한을 경유하는 PNG 방식(파이프라인방식)으로 연간 750만 톤의 가스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공동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2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LNG에 비해 약 30% 정도 가격이 싼 PNG에 대해 관심이 높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월 구소련 시절 북한이 진 부채(負債) 중 90%에 달하는 100억 달러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있다. 유라시아철도와 가스관 연결사업을 실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움직임은 아직 없다. 2012년에도 이러한 제안이 있었으나 남·북·러 간 가스관 연결의 첫 단계인 북한-러시아 간 송유관 건설조차 진척이 없는 상태다.
 
  북한-러시아 가스관 연결사업도 불투명하지만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바람직한 것인지는 숙고(熟考)해 보아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행(行) 가스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그 바람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진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구소련 국가들은 물론 서유럽 국가들까지도 정치·경제적으로 러시아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실제로 지난 2005년과 2009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가스 대금 문제로 가스공급을 중단하자 유럽 18개국에 가스공급이 중단되는 에너지 대란(大亂)이 일어났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러시아는 가스공급 차단이라는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만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나 북한이 한국으로 향하는 가스관을 차단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사업에 대해서도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독일, 통일 후 인프라 구축에 53조원 투자
 
  남북한은 현재 정전(停戰)상태에 있다. 120여만 명의 북한군과 60만여 명의 국군이 여전히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라시아철도나 남·북·러 간 가스관 연결 사업을 평화정착을 위한 해법이라고 주장하거나, 눈앞의 경제 논리에만 치우쳐 긍정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독일 통일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인적·물적 교류는 통일의 시발점이다. 때문에 남북물류경제협력은 그 어떤 남북 간 경제협력 분야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며, 실현 가능한 남북 물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서독은 통일 전부터 동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가면서 물류·교통 분야를 앞세운 경제교류를 했다. 1951년에는 ‘동·서 베를린 운송협정’을 체결, 서독 차량이 통행세를 내고 동독 내륙도로를 통과하여 서베를린을 왕래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동·서 이산가족 상봉과 무역거래가 이루어졌다.
 
  1980년에 이르러서는 서독 정부가 연간 5000만 마르크(약 350억원)를 매해 동독에 일괄 지불하여 서독 국민이 별도 통행세 없이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989년에는 동독 국경을 넘어 여행하는 서독 국민이 연간 2500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물적·인적교류에 따른 독일 통일의 근간이 되었다. 그럼에도 통일 후 독일 정부는 동·서 간 도로, 수로, 철도 등 교통 인프라 구축, 물류기반설비 정비, 표준화 작업 등을 위해 387억 유로(약 53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이 사업은 오는 2017년에야 마무리될 예정이다.
 
 
  우회적으로라도 北 인프라 투자 참여해야
 
  따라서 북한 내 물류 관련 사업은 당장의 남북한 경제협력을 위해서뿐 아니라 통일 후를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과거 개성공단 등 남북한 경협 사례를 보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좌초하거나 난항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고 남북한 간에 실질적인 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의 협상을 통해 일을 추진하기보다는 다른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중국·러시아를 통한 우회투자나 중국·러시아가 장기임차한 물류 인프라를 재임차해서 북한 물류 인프라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나진항·청진항을 중국과 러시아에 2060년까지 임대했기 때문에, 향후 수십 년 내에 통일이 되더라도 통일 한국의 항만을 중국과 러시아가 운영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북한의 물류 산업 기반이 더 이상 중국과 러시아에 종속되어 통일 전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업을 통한 북한 물류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한국이 참여, 미래 통일한국의 물류·교통체계의 표준화와 현대화의 토대를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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