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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1년여 컴퓨터공학 가르친 윌 스콧 교수

인터넷 차단하지 않지만 실시간 감시해 사실상 무용지물

글 : 류오상  월간조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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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자라 비난하는 사람 있어도 신경 안 써
⊙ 북한 대학생들, 실력은 좋지만 연구환경 나빠
⊙ 학생들, 북한 괜찮지만 유학 가고 싶다고 돌려서 표현하기도
⊙ 할리우드 영화 보면서 미국에 대한 편견 없어져

취재지도 : 崔秉默 편집장
  “이 인터뷰에 민감한 내용이 실리면 보복을 당할 수 있을까요? 제가 북한에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보복을 당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예전에 미국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때도 그런 우려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면만 보려고 합니다. 신문을 보면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기사가 많지만 긍정적인 면도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과정이 결국 북한과 다른 나라 모두에 이득이 되지 않을까요?”
 
  남한 언론과 인터뷰를 해도 괜찮겠냐는 질문에도 그는 성실하게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윌 스콧(Will Scott) 교수는 어떤 질문이든 환영한다고 답했다.
 
  컴퓨터공학자인 그는 워싱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구글에 입사해 운영체제 개발팀에서 일했다. 하지만 2012년 말 북한의 평양과학기술대학교(이하 평양과기대)의 초청을 받아 초빙교수로 운영체제론과 데이터베이스학을 가르치다 지난 봄에 미국으로 돌아왔다. 김일성종합대학에서도 교양강좌로 컴퓨터를 가르쳤다. 그는 북한에서의 삶이 나름대로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북한에서 가져온 태블릿 PC의 운영체제를 분석한 동영상을 보고 연락했다. 첫 전화통화에서부터 미국으로 돌아왔으니까 인터뷰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공학자로서, 북한은 흥미로운 나라”
 
  —다시 (북한으로)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까.
 
  “당장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갈 겁니다. 지금 시애틀에서 강의를 하고 있어서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어요. 그런데 가더라도 오래 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인터넷과 전력이 제한된 북한에서 컴퓨터를 연구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북한에 가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처음 북한이란 나라 얘기를 들었을 때,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들은 얘기라고는 언론에서 말하는 김정일과 김정은, 데니스 로드먼 얘기뿐이었죠. 저는 북한도 다른 나라와 다름없이 사람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가서 스스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외국인 관광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컴퓨터공학자로서 북한은 매우 흥미로운 나라입니다. 전 세계 누구도 모르는 그들만의 인터넷 환경을 갖고 있는 북한을 연구해 보고 싶었습니다. 왜 이런 환경을 만들게 됐는지 설계자를 찾아 직접 물어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까.
 
  “막상 가 보니 이미 죽었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박사학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워싱턴대학교에서 취득한 것은 석사학위입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 평양과기대에서 교수를 모집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컴퓨터 분야는 석사학위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바로 그곳 학장에게 연락했습니다. 마침 학장님이 미국에 와 있는 상태라 바로 면접을 볼 수 있었고 이메일로 서류를 제출해 최종 합격했습니다.”
 
  그를 초청한 평양과기대는 북한에 있는 유일한 사립대학교로 모든 강의가 영어로 이뤄지고 대다수의 교수가 외국인이다. 현재 50~60명의 외국인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은 한국계 미국인이며 백인 교수는 2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출국 때 제재 안해”
 
  —미국 정부에서 북한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심지어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는 여행자보험까지 등록했습니다. 등록하자마자 연락이 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안에서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북한 안에서는 스웨덴 대사가 미국인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바로 북한주재 스웨덴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알아보니 안전을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 제가 감옥에 갔을 때 대신 면회를 와 주는 정도라 하더군요. 미국에서 출국할 때도 조사 한 번 없었습니다.”
 
  —북한에 입국할 때는 문제가 없었습니까.
 
  “출국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북한에 들어가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으로 가는데, 베이징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북한 입국 비자가 나왔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가 평양에 착륙하고 입국심사대에 가서야 비자 허가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은 금융제재 대상인데, 본국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까.
 
  “다른 국가로 가는 경우, 워싱턴대학교에서 어느 정도 체류비용을 부담합니다. 북한으로 가는 경우, 그런 혜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체류비용은 제 사비를 이용했습니다. 체류비용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었습니다.”
 
  —처음 북한에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걱정하지 않던가요.
 
  “제가 북한에 교수로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엄청난 모험을 하러 가는 것마냥 부러워하고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제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심지어 몇몇 사람은 제가 대한민국으로 가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싫어해도 미국인은 좋아해”
 
윌 스콧 씨가 평양학생소년궁전에서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쳐 주는 모습.
  무용담을 들려주듯 빠르게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강의도 재밌게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 대학생들이 미국인 교수를 보고 신기해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그래도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외국인과 접할 기회가 많아서인지 큰 반응은 없었습니다. 특히 컴퓨터공학 같은 학문의 경우, 외국인 교수가 많습니다. 반면 다른 대학교, 김일성대학에선 외국인 교수를 보면 굉장히 신기해합니다. 학생들과 같이 식사를 해 보면 질문이 엄청납니다. 특히 축구나 운동 얘기가 나오면 정말 좋아합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보통 석사과정 학생들이나 3학년, 4학년 학생들은 외국인 교수와도 거리낌없이 지냅니다. 아무래도 자주 보다 보니 익숙해진 것이겠죠. 몇몇 학생들과는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반면 1학년 학생들을 수업하면 정말 힘듭니다. 말도 잘 안 하고 약간 적대적인 것 같습니다.”
 
  —국적이 미국이다 보니 반감을 가진 학생들도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 문제에 있어서 북한 학생들은 굉장히 합리적입니다. 제가 물어보면 학생들은 하나같이 ‘미국 정부’는 싫어해도 ‘개인’은 싫어하지 않는다고 답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학교 내에서도 국적 때문에 문제가 생긴 적은 없습니다. 다른 교수들에게 물어봤는데, 평양 안에만 있으면 미국인도 꽤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말이 굉장히 빠른데, 수업할 때 학생들은 잘 알아듣습니까.
 
  “처음 부임하고 두 번 정도 강의를 했는데, 아침 일찍 북한인 교수들이 제 강의를 청강하러 왔습니다. 제 강의 내용이 궁금해서 찾아왔나 싶어서 더 열심히 강의했습니다. 많은 내용을 가르치려다 보니 말이 평소보다도 빨랐던 것 같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청강했던 교수들이 단체로 찾아왔습니다. 학생들이 제 말이 너무 빠르다고 하소연해서 확인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직접 말할 수도 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에서 영어로 수업하려니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평양과기대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합니다. 학생들 모두 영어를 잘합니다. 제가 강의하는 내용도 잘 이해하고 과제도 영어로 해 옵니다. 학교 안에서는 영어밖에 못해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학생들 수준은 어떻습니까. 북한 내에서 천재들만 모이는 학교라고 들었습니다.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경쟁력이 있습니다. 정말 많은 학생이 학업내용을 충실히 이해하고 있고 생각이 깊습니다. 물론 약간 못한 학생들도 분명 있긴 합니다. 하지만 천재들이 많은 학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맞다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반면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에겐 실망했습니다. 북한인 교수가 김일성종합대 학생들이 세계 최고라고 했는데, 막상 만나 본 학생들은 영어도 못하고 실망스러웠습니다.”
 
  —몇몇 학생들만 그런 것이 아닐까요.
 
  “나중에 학생들하고 밥을 먹으면서 이유를 들었습니다. 김일성종합대는 입학시험 점수가 낮아도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공부를 잘해도 못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이유로 학생들을 선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학문적 입장에서 이건 비극입니다.”
 
 
  “해커 양성 논란 신경 안 쓴다”
 
평양 과기대 1학년 학생들의 모습. 1학년 학생들은 외국인을 처음 보는 경우가 많아 학기 초마다 몰려들어 같이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그런 뛰어난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국가를 위해 해커를 한다는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 가기 전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를 두고 배신자, 스파이라고 비판하는 미국인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육은 인도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음식과 같습니다. 북한은 세계 속에서 자립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도 살 수 있습니다. 교육으로 미국이 북한을 인도적 관점에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북한에 간 것입니다.”
 
  해킹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만약 당신이 해킹과 관련한 책을 쓴다거나,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려서 북한 사람이 본다고 합시다. 그럼 그건 북한의 해킹을 도운 것인가요? 당신이 원조한 식량을 북한 해커가 먹는다면, 해킹을 도왔다고 비난할 수 있습니까?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누군가 해킹을 시도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해킹은 범죄이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가르쳤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군사적 목적으로 지식을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러지 않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분야를 강의한 것입니까.
 
  “제가 가르친 부분은 운영체제와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지금 북한은 자국산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안드로이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학 내 석사과정 학생들의 주요 관심사도 스마트폰 운영체제입니다. 그런 분야에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작년부터 학과 커리큘럼도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뭘 합니까.
 
  “미국과 다르게 북한 대학교에서는 학과 안에서도 반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반 친구끼리는 친하겠죠. 학부생의 경우, 보통 수업이 끝나면 모여서 공부를 하거나 탁구, 축구, 농구 같은 운동을 합니다.”
 
  최근 학생들의 관심사는 여학생 입학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종합대에서는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지만 평양과기대에는 여학생이 없습니다. 최근 보건학부 건물에 여자화장실이 생겼고, 내년에 여학생이 입학한다는 소식이 돌았습니다. 학생들은 모일 때마다 그 얘기만 했습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김일성종합대에서는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교류가 없습니다. 적어도 외국인 교수들과는 교류가 없습니다. 다른 외국인 교수들도 그런 불만을 토로합니다. 수업 외적으로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 차단할 기술 없어 물리적으로 통제
 
  —대학원생들은 어떻습니까.
 
  “대학원생들과는 거의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보통 연구를 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나가서 운동을 하기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합니다. 밤마다 연구실에 모여서 게임을 하는데, 테트리스 같은 경우에는 한 번도 이겨 보질 못했습니다. 테트리스 같은 간단한 게임은 정말 쉽게 만들고 게임도 잘합니다.”
 
  —테트리스 같은 게임만 하나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게임도 합니다. 테러리스트와 미군이 서로 총을 쏘는 게임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게임을 한다니 놀랐습니다. 테러리스트 역할을 하게 되면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시끄럽게 떠들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이런 게임을 막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북한은 인터넷 차단이 심한 국가 아니었나요.
 
  “북한의 인터넷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내부망을 사용합니다. 평양과기대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내부망에는 접속할 수 없습니다. 김일성종합대에서 내부망을 한 번 들어가 봤는데 정부기관이나 김책대학교 등 몇몇 기관에서만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대학교 안에서는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많은 사람이 북한에선 인터넷이 차단돼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차단돼 있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세계 어느 사이트를 들어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북한은 아직 기술적으로 인터넷 차단 능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북한은 물리적으로 인터넷 접근을 차단합니다.”
 
  —물리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우선 학부생은 인터넷을 쓸 수 없습니다. 대학원생과 교수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그 안에서 어떤 정보든 제한 없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북한의 접속을 차단하기 때문에 연구 자료를 찾는 것조차 힘듭니다. 또한 모든 인터넷 기록은 실시간으로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생들도 인터넷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하루의 3분의 1은 전력이 차단되기 때문에 컴퓨터를 쓰기 힘든 환경입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데 컴퓨터 강의는 어떻게 합니까.
 
  “미국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 중 질문이 생기면 ‘구글에 물어봐’라고 대답합니다. 대부분의 궁금증은 구글 검색으로 해결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북한 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일일이 저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수업 진도가 안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해 바깥 세상을 알 수 있는 대학생들은 북한이란 국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궁금했다. 우선, 북한 대학생들과 정치 문제에 대해 토론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북한 주민들 자기검열 심해
 
최근 평양 시내에 생겼다는 스쿼시장. 대학생들의 여가활동으로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북한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편향된 사상을 가진 사람은 10%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는 모든 학생이 식당에 일렬로 가면서 군가를 부르는 모습만 나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면서 먹습니다. 북한 학생들도 그저 축구나 농구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일 뿐입니다.”
 
  그는 북한 학생들끼리도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학생들과 얘기할 때에는 조심스럽습니다. 대학생들은 누군가 항상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량 배급이나 정치적 문제에 대해 얘기하면 불안해합니다. 어떤 학생은 아직도 북한이 미국과 전쟁 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북한 어디선가 계속 전투 중이 아니냐고 묻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몇몇 친한 대학원생들에게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북한 사람들은 애국심이 강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충분히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평양은 다른 나라만큼 살고 있다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식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이죠. 아마 더 궁핍한 상황이 닥친다 하더라도 이 사람들은 또 다른 위안거리를 찾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만난 학생들 중에는 유학을 정말 가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북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직접 평양 밖으로 나가 본 적이 있습니까.
 
  “외국인들이 갈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제한돼 있습니다. 게다가 학교 밖을 나가려면 ‘가이드’라 불리는 안내원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있는 동안 남포와 묘향산밖에 가 보지 못했습니다. 관광지밖에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살기 힘들다는 지방 도시들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주민들, TV로 디즈니 영화 시청해
 
  —가이드는 어떤 역할을 합니까.
 
  “대학 내 모든 외국인 교수에게는 가이드가 동행합니다. 단순하게는 통역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학교에 상주하면서 모든 일정과 생활을 전담합니다. 학교 밖으로 나갈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교외로 여행을 나가는 것에서부터 다른 대학교에 갈 때까지 항상 동행합니다.”
 
  —그럼 장성택 처형 등 북한 내 큰 사건들도 현지에서는 잘 몰랐을 것 같네요.
 
  “그렇진 않습니다. 장성택의 처형은 신문과 TV에서 매일 나왔습니다. 범죄를 저질러 처형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양에선 3개의 방송국, 신문, 라디오를 통해 여러 뉴스를 접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학생들이 신문을 가져와서 어떤 기사가 실렸는지 읽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TV를 보면서 제일 놀랐다고 한다. “북한 TV는 정말 신기합니다. 최근에는 북한에서 만든 태블릿PC에 TV시청 기능이 들어가 있어 많은 사람이 TV를 봅니다. 토요일 저녁에는 서양 영화를 더빙해 틀어 주는데 학생들이 아주 좋아합니다. 보통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틀어 주는데 어떻게 수입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TV에서 해외 소식도 들려줍니까.
 
  “일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뉴스는 해외 소식을 주로 다룹니다. 보통 부정적인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가장 긍정적인 뉴스는 아마 스포츠 소식일 것입니다. 제가 있는 동안에는 그리스의 경제위기를 매주 다뤘습니다. 그리스와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만 6개월 내내 틀어 줘서 학생들도 재미없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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