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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진정 통일을 바란다면, 통일논의를 잠시 접어 두자”

글 :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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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준비위원회 구성,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통일한국의 청사진 마련, 통일과정에서의 부작용 최소화 방안 등에 대한 토론으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세대는 교만한 것이다.

⊙ 신라의 통일처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각오 없인 달성 어려워
⊙ 北核은 통일의 암적 존재… 북한의 붕괴가 아닌 평화공존 추구해야
⊙ ‌相生의 결과가 도출될 분야부터 협력… 국방 튼튼히 하고 북한에 대한 경각심 가져야

朴輝洛
⊙ 59세. 육군사관학교 졸업(34기). 미 국방대(NWC) 석사, 경기대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 한미연합사 전쟁기획과장, 국방부 대북정책과장 역임.
⊙ 저서: 《북한핵 어떻게 할 것인가》(공저) 《북핵 위협과 대응》 《평화와 국방》.
⊙ 現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지난 3월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앞으로 통일준비위원회에서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대박’이라는 말의 수준이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이로 인해 국민들은 또다시 통일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게 됐다. 다만, 두 달이 지나도록 통일준비위원회의 모습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한 달 뒤인 지난 3월 28일 대통령은 과거 동독지역이었던 드레스덴의 공과대학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3가지 구상을 북측에 제안했다. 그러나 그날 북한은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500여 발의 포사격을 실시했고,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서는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아 ‘통일 제안’이랍시고 내들었다”면서 극단적으로 비난했다.
 
  앞으로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통일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 ‘통일대박론’에 대한 해설자료를 만들 것이고, 다양한 세미나를 개최해 여론을 수렴할 것이며,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교육을 강화할 것이다. 통일 한국의 청사진을 그려 제시하면서, 유기적인 통일을 위한 사회통합·경제통합·군사통합의 방안을 제시할 것이고, 통일한국의 외교정책 방향도 제시할 것이다. 통일을 위한 헌장도 만들지 모른다. 이렇게 하면 정말 통일이 될까?
 
 
  통일은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국민들은 이 정도의 노력도 기특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번에는 다르겠지라고 미련을 갖기도 할 것이다. 통일을 준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면서 자위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나는 통일이 왜 대박인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지 않고, 통일에 관한 세미나에도 더 이상 참가하고 싶지 않으며,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받고 싶지 않다. 통일한국의 화려한 청사진도, 사회·경제·군사 분야의 통합방안도, 통일 이후 한미동맹의 변화방향도 알고 싶지 않다. 정말 통일헌장 같은 것은 듣기 싫다.
 
  나는 대통령과 정부로부터 통일을 언제까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와 전략을 듣고 싶다. 북한을 언제까지 어떻게 변화시키고, 북한과 언제 어떻게 어떤 사항을 합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을 듣고 싶다.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현실에 기초한 냉정한 평가를 듣고 싶다. 미사여구(美辭麗句)보다는 통일 달성에 정권의 승패를 걸겠다는 각오를 듣고 싶다.
 
  ‘통일’을 외치는 학자들과 이론가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고, 포사격을 가하며, 무인기를 띄우는 등의 도발을 밥 먹듯 하는 북한과 어떻게 통일할 것이냐고? “통일은 도둑처럼 찾아올 것”이라는 예언이 아니라 통일달성을 위한 방법과 로드맵을 말하라고. 미국, 중국, 일본이 어떤 태도인지를 진단하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하라고.
 
 
  문제가 많아도 좋으니 ‘제발’ 통일을
 
독일을 국빈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란 제목의 연설을 하고 있다.
  너무나 사랑해 결혼하기를 오매불망(寤寐不忘)하는 여인이 있다고 하자. 수년 전부터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나의 소원이었고, 꿈에도 소원이었다. 결혼하면 어떤 가정을 꾸릴지에 대한 그림을 수백 번이나 그렸고, 결혼해 행복하게 살기 위한 모든 방안을 준비해 두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세간도 상당한 정도로 마련해 두었다. 그래도 못미더워 준비에 미흡함이 없는지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보완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하면 그녀와 결혼할 수 있는가? 나의 정성 어린 준비가 하늘을 감복시켜 그녀와 결혼하도록 운명을 바꿔 준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노총각이나 노처녀가 있을 수 없다. 준비만 지극정성으로 하면 결혼할 수 있으니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염원하거나 준비한다고 하여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얻고, 그녀 부모의 허락을 받아내야 한다. 살림살이를 사는 시간에 그녀 집 앞에 꿇어앉아 그녀에게 구애해야 하고, 그녀가 바라는 바를 알아내어 만족시켜 줘야 한다. 최후의 수단으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했든 결혼식을 하고,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결혼식장 준비도 제대로 못해 허둥지둥하면 어떤가? 갑자기 결정한 바람에 신혼여행도 못 가고 아무 모텔에서 자고 오면 어떤가? 단칸 셋방에서 주인집 눈치보면서 살림을 시작하면 어떤가?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 여유도 없어서 가끔 싸우면 어떤가? 살림살이가 없어서 방바닥에 신문지를 펴고 밥을 먹으면 어떤가? 중요한 것은 나는 그녀와 결혼하였다는 것이다. 나머지 문제는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이다.
 
 
  전쟁을 불사하는 각오 없이는 통일 어려워
 
김정은이 지난해 6월 16일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항공구락부 모형비행기 조종 시범을 참관하고 있다.
  나는 왜 우리가 통일을 ‘소원’만 하는지 알겠다. 나는 왜 우리가 통일을 ‘준비’만 하는지 알겠다. 나는 왜 우리가 통일된 이후의 ‘청사진’만 그리는지 알겠다. 그것은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실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장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가 통일을 왜 ‘추진하지 않는지’도 알겠다. 왜 ‘통일전략’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지도 알겠다. 그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답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천과 성과로 입증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계기로 우리 민족은 하나로 합해졌다. 그것이 쉽게 이루어졌던가? 수많은 전란을 겪은 후 달성한 통일이 아니었던가? 수많은 영웅과 선조들의 희생 덕분으로 이뤄냈던 것 아닌가? 당나라와 전쟁까지 치러야 했던 것 아닌가? 그러고도 결국 고구려의 옛 땅은 찾지 못했던 것 아닌가?
 
  통일준비위원회 구성,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통일한국의 청사진 마련, 통일과정에서의 부작용 최소화 방안 등에 대한 토론으로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세대는 교만한 것이다. 선조들이 그렇게 어렵게 한 통일을 우리가 그렇게 쉽게 한다고? 정권의 성패와 지도자의 생명을 걸고 노력해도 되기가 어렵고,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각오 없이 이룩하기 어려운 것이 통일이다.
 
  비록 아득하여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제 우리 모두는 통일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자. 최소한 통일을 위한 소원, 준비, 청사진은 없애 버리자. 통일을 위한 거창한 설계도만 그리는 대신에 벽돌 한 장이라도 쌓아 보자.
 
  당연히 통일은 염원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일관성 있는 목표를 갖고,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해 차근차근하면서도 철저하게 구현할 때 서서히 찾아온다. 분명히 씨를 뿌려야 싹이 돋고, 뿌린 만큼 결실이 도래할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겠지만, 통일은 북한의 급변사태나 붕괴로부터 연결되지 않는다. 김일성(金日成), 김정일(金正日)이 갑작스럽게 사망해도 북한이 전혀 동요하지 않았듯이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어쩌다가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자체 안정을 찾을 것이다. 중요한 사항은 스스로 붕괴하기를 기다려서 통일을 하겠다는 남한을 북한이 어떻게 통일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이러한 적대관계로 어떻게 통일한다는 것인가?
 
  더욱 심각한 사항은 북한은 10여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고, 그것을 미사일에 탑재해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상태다. 현재 한반도에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지 한국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통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역사적으로, 군사적으로 열세한 국가가 우세한 국가를 통일한 적이 없다. 다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언하지만, 핵무기는 보유 자체만으로 이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말한다. 통일을 하면 북한의 핵문제도 자동적으로 해결된다고. 그것은 바로 내가 오래 살면 암(癌)이 없어진다는 말과 같다. 암을 치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래 살 수 없듯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통일을 달성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면.
 
 
  답답하더라도 ‘평화공존’ 추구해야
 
북한 조선중앙TV가 연평도 도발 당일인 지난 2010년 11월 23일 ‘김정일 장군 만세 높이’, ‘적 항공모함도 핵무기도 우리가 다 까겠습니다’라고 쓰인 포스터를 방송하고 있다.
  국민들은 답답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통일보다는 ‘평화공존’부터 추구해 갈 필요가 있다. 남북한 간의 무력대결을 완화하고, 상호교류 및 협력을 함으로써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그러다가 여건이 좋아지면 통일로 가는 것이다.
 
  국민들은 통일로 바로 이행하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번 생각해 보라. 만약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지향한다면, ‘통일’하자는 것은 북한에게 ‘공산주의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것을 북한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이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 아닌가?
 
  통일에는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역설(paradox)이 존재한다. 통일을 하자는 것이 오히려 통일을 어렵거나 멀게 만들고, 통일을 생각하지 않아야 통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통일을 목놓아 외치지 않았다. 평화공존을 추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 동서독의 적대(敵對) 소지는 줄었고, 냉전종식이라는 세계사적 변화의 와중에서 통일을 하게 된 것이다. 남북한이 서로 왕래하고, 서로 무역하고, 서로 섞여서 살 수 있으면 실질적인 통일이지 않은가? 그러다가 정치적 여건이 성숙되면 하나의 국가로 합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공식적이고 전통적인 통일정책은 평화공존 정책이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역대정부에서는 모두 남북한이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교류 및 협력하다가 1국가 2체제 정도로 내용상의 통일부터 이룩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1국가 1체제로 통합하는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평화공존을 지향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하게 전달할 경우 북한이 수용할 소지도 적지 않다. 북한도 경제적 발전을 희망하고 있고, 안보적인 불안이 확실하게 해소될 수 있다면 개혁과 개방도 추진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잘살고 싶지 않은 정권이나 주민이 어디 있는가?
 
  ‘평화공존’의 명분이라야 북한 핵폐기를 주제로 한 남북한의 협상이 가능하다. 누가 봐도 한쪽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평화공존을 협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한의 평화공존 주장이 진심이라고 북한이 인식할 경우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고려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변국가들도 한국의 평화공존 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가장 상식적인 접근일 뿐만 아니라 지역정세를 안정시키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평화공존은 바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우리가 진정 통일을 바란다면, 통일 문제는 잠시 접어 두자. 북한 급변사태나 통일 이후 사회·경제·군사 통합 등에 관한 사항은 아예 논의하지 말자. 어떻게 하면 남북한이 서로를 인정하면서 교류 및 협력하고, 어떻게 하면 평화공존에 합의하며, 어떻게 하면 서로의 번영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얘기하자.
 
 
  상생의 분야를 南北이 함께 찾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2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안네프랑크박물관을 방문했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과 위협인식이 일치하거나 상생의 결과가 도출될 것이 분명한 분야부터 협력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와 같은 의심스러운 행동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도록 제의할 수 있다. 더욱 넓은 차원에서 동북아시아의 세력 각축 와중에서 한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 보자고 제의할 수 있다.
 
  쉽지는 않지만 군사적 신뢰구축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안할 경우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3월 31일 서해 북방한계선 근처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면서 훈련의 사실과 장소를 한국 측에 통보한 바 있다. 앞으로는 한국도 북한이 불안해할 훈련사항이 있을 경우 북한에 통보해 주자. 그리고 이러한 사례를 누적시켜 나가자고 제의해 보자.
 
  금강산 관광도 남북한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남한이 모든 것을 운영하고 일정한 액수의 현금을 북한에 주는 형태에서 벗어나 남북한 합자회사를 설립하고, 남북한이 공동으로 운영하며, 공동으로 이익금을 나누는 형태로 변화시키자고 제의해 보자.
 
  가장 피해야 할 사항은 상대가 응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제의하는 것이다. 오로지 민족의 공영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상생의 분야를 찾아보자.
 
 
  통일의 울타리는 국방
 
1989년 11월 9일 귄터 샤보브스키 동독 공산당 정치국 대변인이 ‘장벽·국경개방’을 발표하면서 베를린장벽이 붕괴됐다. 발표후 장벽을 부수는 모습.
  통일을 추진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버릴 수 없고, 버려서도 곤란하다. 북한이 약속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국방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군사대비 태세가 확고할 경우 북한의 호전적 세력들이 도발하거나 환상을 추구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러할 때 남북한 간의 평화상태가 지속 및 제도화될 것이다.
 
  북한 핵무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방어책도 구비해 가야 한다. 북한의 극단주의자들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고자 하더라도 한국이 바로 선제타격을 가해 파괴시키거나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더 이상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통일의 울타리는 국방이다. 울타리 치는 예산과 노력을 아깝게 생각하는 한 통일은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군사대비 태세가 지나칠 경우 다가오는 통일을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는 통일이 갖는 또 하나의 패러독스이고, 그래서 통일이 어려운 것이다.
 
  누군들 통일을 빨리 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 듯이 통일에는 특효약(silver bullet)이 없다. 지금까지 급하게 서둘렀기 때문에 통일에 한 걸음도 가까이 가지 못한 채 헛걸음만 한 셈이 됐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몸의 원기를 보강하고, 섭생에 주의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건강해지는 것처럼, 평화공존의 바탕 위에서 통일을 향한 노력들을 꾸준히 누적시킬 때 오랜 시간에 걸쳐 통일은 달성될 것이다. 당연히 통일은 대박이다. 그러나 대박인 만큼 쉽게 달성되지 않을 것이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전진할 때만이 통일의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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