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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後記

《북한 核·미사일 위협과 대응》

北이 核을 절대로 쓰지 못할 것이란 희망적 관측의 위험성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mong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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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核을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는 한 답이 안 나온다.”

“한국은 核무기를 쓰기엔 지리적으로 가장 적합하고, 핵무장한 敵에는 가장 완벽하게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국민들과 지도층이 핵위협에 가장 무관심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 생존을 요행수에 걸고 死亡遊戱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핵문제를 피해 가는 통일대박론은 사망유희의 위험성을 잊게 하는 마취제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에 유리한 내용을 담은 유일한 합의문인 남북기본합의서를 이끌어 낸 대북(對北) 전문가인 이동복(李東馥) 전 국회의원은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이 나온 직후 이를 비판하는 글을 조갑제닷컴에 올렸다. 그는 “한마디로 필자의 머리를 강타한 것은 지독한 실망감이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제시한 것은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을 위한 세 가지의 ‘대북 제안’이었다. 왈(曰), “①인도적 문제의 우선 해결 ②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 ③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이었다. 순간 필자의 머리 속에서는 “도대체 이것은 1970년 8월 15일 광복절 25주년 경축사에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당시)이 제시했던 ‘평화통일 기반 조성 구상’의 복사판(複寫版)이 아니냐”는 상념(想念)이 세차게 고개를 드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화두(話頭)는 여전히 ‘평화통일 기반 조성’ 차원의 ‘분단관리’였지 ‘통일’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제시한 3개 항목의 ‘대북 제안’은 그 어느 하나도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어느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제의하고 또 내외에 천명하는 것을 수없이 반복해 온 ‘흘러간 옛 노래 가사’였다는 것이다.
 
  이동복 전 의원은, 대통령이 ‘평화통일’이라는 표현으로 ‘방법론’의 차원에서만 ‘통일’을 인식할 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성공한 체제의 가치를,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통일’의 ‘내용’으로 선포하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고 지적하였다.
 
  <독일의 통일은 ‘반공’ 국가였던 서독(西獨)과 ‘공산’ 국가였던 동독 사이에 ‘협상’을 통하여 이루어진 ‘합의’ 통일이 아니다. 독일의 통일은 동독의 붕괴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뿐만 아니었다. 독일의 통일은 서독이 동독의 공산체제가 붕괴하여 민주체제로 전환될 때까지 인내한 뒤 동독에 수립된 ‘민주정권’을 상대로 협상을 통하여 이룩한 것이었다.>
 
 
  再起한 左右합작 노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공대에서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대북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했다.
  이동복 전 의원은, “이 같은 독일 통일의 과정은 한반도의 통일도 그 절대적인 ‘전제조건’이 ‘북한의 민주화’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해 준다”고 강조하였다. 박 대통령도 ‘통일대박론’을 거론하려면 서독의 콜 수상이 1989년 11월에 그랬던 것처럼 ‘북한의 민주화’가 통일의 ‘선결과제(先決課題)’라는 점을 명백하게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였다는 것이다.
 
  1989년 11월 28일 헬무트 콜 수상은 서독 연방의회 연설에서 11월 9일 베를린장벽 붕괴로 빚어진 상황을 통일로 가져가기 위한 10대(大) 원칙을 발표한다. 이 원칙이 그 뒤 10개월 만에 독일 통일을 해치우는 지침이 되었다. 콜은 측근들과 의논하여 이 원칙을 만들었지 정부 여당이나 동맹국엔 알려주지도 않았다. 콜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썼다.
 
  <그런 협의를 하였더라면 10개항은 갈가리 찢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젠 이의를 가진 사람들의 시간이 아니었다. 독일 총리인 내가 더는 통일의 주도권을 빼앗겨서는 안 되는 순간이었다.>
 
  이 10대 원칙의 핵심은 5항과 6항이었다.
 
  <5항: 민주국가와 비(非)민주국가 사이의 국가연합적 구조는 한마디로 난센스이다. 그것은 동독(東獨)에 민주화된 정부가 들어섰을 때만이 가능하다. 장차 동베를린에 자유선거에 의한 정부가 탄생하여 서독 정부의 파트너로 등장하면 새로운 형식의 제도적 협력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확대될 것이다.
 
  6항: 미래의 독일이라는 건축물은 미래의 전체 유럽이라는 건축물 속에 끼워 맞춰야 한다.>
 
  콜 수상의 회고록을 읽으면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는데도 사민당(社民黨) 등 좌파 세력은 서독 주도의 통일에 반대하는 등 한국의 좌파(左派) 정치세 력이 지금 하는 것과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중대한 차이점은 기독교민주당과 자유민주당의 연정(聯政) 집권세력이 아데나워의 흡수통일 노선을 굳건하게 밀어붙여 좌파의 방해를 극복하였는데, 한국에선 새누리당이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혼합하는 방식의 통일을 거부한 콜 수상의 통일 10대 원칙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한국의 좌파 세력은 ‘평화적 자유통일’을 규정한 헌법과 배치되는, 공산주의를 용인하는 좌우합작(左右合作)식 통일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을 비호하고, 6·15 및 10·4 선언을 추종하는 좌익은 이른바 ‘남(南)의 연합제와 북(北)의 낮은 단계 연방제 혼합 방식’의 통일 노선을 채택, 심각한 체제 위협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승만(李承晩)의 영도하에 공산당의 적화(赤化)통일론과 중도(中道)세력의 좌우합작론을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식 건국(建國)을 한 나라이고, 이것이 대한민국식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통일도 이런 건국 노선과 헌법 정신의 연장선에서 이뤄져야 대박이 될 수 있다. 이동복 전 의원은 이런 역사성과 가치관을 결여한 ‘드레스덴 선언’에 실망한 것이다.
 
 
  核전쟁의 惡夢을 꾸게 하는 책
 
  군사적 측면에서 한국이 독일식 통일로 갈 수 없음을 경고한 책도 나왔다. 핵(核)무기 앞에서 무장해제 상태인 한국이 핵을 가진 북한정권을 흡수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북이 남한을 향하여 핵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힘조차 부족하다고 지적한 책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대응》은, 한국안보문제연구소(권태영 노훈 박휘락 문장렬 共著. 북코리아)에서 최신 정보를 종합, 674 페이지의 보고서로 만든 것이다. 단숨에 읽고 나니 북핵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가장 깊게 연구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딱딱한 내용이지만 긴박하게 읽은 것은 다루고 있는 주제가 우리 머리 위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북한 독재정권의 핵폭탄과 미사일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대표적 전략통(戰略通)으로 꼽히는 김희상(金熙相) 장군(전 대통령 안보보좌관. 예비역 육군중장)이 지도한 이번 연구에서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들은 쟁쟁한 전문가들이다. 권태영(權泰榮) 박사(한국안보문제연구소 자문위원)는 국방부 군사혁신단장을 지냈고, 노훈(盧勳)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박휘락(朴輝洛)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는 국방부 대북정책과장을, 문장렬(文章烈) 국방대학교 교수는 국가안보회의 사무처 전략기획담당을 역임하였다. 실무와 이론을 겸한 이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통일대박론’이 꿈처럼 느껴지고, 핵전쟁의 악몽(惡夢)을 꾸게 된다.
 
  <지난 20년 사이에 한국은 미국의 전술핵(戰術核) 제공을 받는 간접적 핵 보호 국가에서 완전한 비핵(非核)국가로 변모하였고, 북한은 비핵 국가에서 완전한 핵보유 국가로 변했다. 핵지형(核地形) 측면에서 평가해 보면, 남과 북은 처지가 정반대로 역전(逆轉)되었다. 한국의 안보 위상이 갑자기 상대적으로 왜소해졌다.>
 
  책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지 못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위상도, 새로 G2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의 위신도, 그리고 경제 대국인 일본의 위신도 추락하였으나 한국은 생존 문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에서 한국만이 순수한 비핵국가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처럼 외형상 비핵국가이지만, 내면상으론 완전한 핵주기(核週期)를 갖추어 단기간에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준(準)핵국가이다.
 
  이 책은 “한국이 핵은 물론이고 핵 억제 및 방어대책도 없는 ‘핵 안보 벌거숭이’의 모습이 되었다”면서 “우리의 후손들은 오늘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물었다.
 
 
  북한의 核능력 추정
 
  이 책의 저자들은, 2013년 2월 12일의 북한 3차 핵실험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HEU(고농축 우라늄) 내폭형 핵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북한은 세 차례의 핵시험을 통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를 개발했으며, 그 위력은 편차가 크지만 대략 20kt 내외까지 접근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핵무기의 보유량과 함께 본다면 북한의 현재 핵무기 능력은 하나의 대표값으로 거칠게 표현할 경우 ‘표준탄 20개’ 정도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는 플루토늄 핵무기 2~19개, 고농축 우라늄 핵무기 0~20개, 전체적으로는 중간값을 취할 경우 대략 20기 수준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핵무기 보유 전망은 2년 뒤인 2016년에 17~52개(중간값 약 34개), 4년 후인 2018년에 중간값 43개 수준으로 증가될 것으로 추측된다. 최종적으로는 아마도 오늘날 인도와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고려할 때 약 100기 수준을 보유하면서 핵무기를 각종 탄도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한 질적 성능 향상을 추구해 나갈 것으로 판단된다.
 
  탄도미사일은 현재 약 850~1000기 수준을 보유하고 있는데, 향후 한국을 대상으로 한 단거리 미사일(KN-01, KN-02 등)과 방사포(신형 300mm)를 개발하고, 이동식의 비중을 높이면서, 전술핵무기 탑재를 고려할 것이다. 아울러 미국을 대상으로 핵탄두 장착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고자 도전할 것이며, 인공위성 능력도 함께 발전시키고자 노력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증가하고, 이에 비례하여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을 배경으로 한 정치, 외교, 군사, 심리전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북한 핵·미사일 보유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한반도 적화통일 달성을 위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 대두
  •주변국들이 북한 핵을 용인할 경우, 한국의 전략적 입지 훼손 심각
  •한반도의 통일을 결정적으로 저해
  •한국의 국론(國論) 분열 요소로 작용
 
  이 책의 저자들은 북핵(北核)의 본질을, 적화통일용이고 실전용(實戰用)으로 보았다.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이 클수록, 핵무기에 대한 한국의 방어력이 취약할수록, 또는 북한이 다양한 양과 형태의 핵무기를 보유할수록 그것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 가능성을 배경으로 위협할 경우, 한반도의 모든 문제에 대한 주도권은 북한에 넘어가고 한국은 극단적인 전략적 수세(守勢)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이 적의 핵무기 위협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代案)을 갖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비공인 핵무기 보유 국가들에 비해서 북한은 더욱 호전적(好戰的)이고, 절망적이며, 비합리적이다. 북한은 우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위협을 바탕으로 주한미군(駐韓美軍) 철수를 요구하거나 미국에 대하여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고자 할 것이고, 한국을 철저히 소외시킬 것이며, 그러한 요구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핵무기로 위협하거나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기존 핵보유국들이, 북한에 대한 핵무기 포기 정책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경우 한국으로서는 대안이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 이러할 경우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고, 북한의 입지가 점점 좋아질 것이며, 한국은 혼자서 북한 핵무기를 상대해야 하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 책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한국의 통일을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군사적으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한국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통일을 달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변국들이 통일에 합의해 준다고 하더라도 북한 핵문제 처리가 주변국들의 이해를 불일치하게 할 가능성이 높고(누가 북한 핵무기를 처리하느냐를 둘러싸고),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의 통일이 더욱 복잡해지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北이 核을 쓰지 못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
 
  이 책은 북의 핵무기가 한국의 여론을 지속적으로 분열시키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부에서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통하여 핵문제를 해결하자고 할 것이고, 일부에서는 강경한 대응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 어떤 조건을 내세울 경우 국론분열은 최고도에 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조건을 수용하자고 할 것이고, 일부에서는 굴복이라면서 반대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남(南南)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한국의 협상력도 점점 약화될 것이다.
 
  저자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기존의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하는 산술급수적인 위협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의 안보지형을 근본적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변모시키는 결정적인 사건이다”고 정의하였다.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 퍼진,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도피성 희망에 불과한 이러한 믿음으로 인하여 한국은 북한 핵무기 위협에 철저히 대비한다는 방향으로 국민여론이 결집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북한이 아무리 절박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같은 민족인 한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문제이지 한국의 문제는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다. 심지어 미국과 북한의 문제에 한국이 괜히 개입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의 대대적인 보복을 받아서 북한 정권은 물론이고 수뇌부도 멸망할 것이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데, 이 책은 북한 정권의 합리성에 근거한 분석은 위험하다고 본다.
 
  과거 북한 정권의 행태는 극도로 비합리적이고 돌출적이었다. 대규모 경제원조를 받을 수 있는 개방과 개혁을 수용하지 않은 채 핵무기 개발을 통한 고립의 길을 선택한 북한을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별 노력 없이 거액의 외화(外貨)를 받을 수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을 하루아침에 폐쇄해 버리는 집단을 어떻게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일부 국민들은 북한의 핵무기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고, 공세적이라고 하더라도 협박하기 위한 것이지 사용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하지만 인류의 대부분 전쟁은 갑작스러운 상황악화가 돌발적인 결심으로 연결되어 발생하였다. 스퇴싱어(John Stoessinger)가 최근 10개의 전쟁 사례를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쟁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라고 분석하면서 대부분 오인식(誤認識)에 의하여 전쟁이 발발한다고 분석하였듯이 합리적인 계산보다는 지도자의 성격적 결함, 자존심, 오판이 전쟁의 발발에 더욱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
 
  김정은과 같은 젊은 지도자일수록 상황을 오판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북한은 지구상에 유례가 없는 왕조적 독재체제로서 핵단추를 통제하는 절대권력자의 비이성적 판단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도 없다.>
 
 
  北, 한국을 核공격 대상으로 명시
 
1998년 12월 19일 자 《노동신문》에 실린 포스터. 북한 미사일의 타격 대상으로 워싱턴·도쿄와 함께 서울을 꼽았다.
  이 책은, 남북한 간에 어떤 국지적(局地的) 도발이 발생하거나 심각한 견해 차이가 발생하여 긴장이 최고도에 달하였음에도 북이 핵무기 사용만은 자제(自制)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본다.
 
  북한은 2013년 4월 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 제5조에서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적대적인 핵보유국’은 미국일 것이고,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한다고 북한이 판단하는 국가는 한국일 것이며,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설정한 상태라고 봐야 맞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적 관측보다는 북한의 법제화된 핵사용 지침을 믿고 대비하는 게 옳은 자세일 것이다.
 
 
  核사용의 유혹들
 
  이 책은, 북한이 체제의 명운(命運)을 걸고 국제적 압박을 무릅쓰고 종합적인 핵미사일 공격 체제를 완성하면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 수단
  •북한 도발에 대한 한국의 응징을 차단하는 수단
  •전면전(全面戰)을 일으키고도 한국 측의 반격을 차단하는 수단
  •핵무기를 사용한 공격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및 증원 차단 수단
 
  저자들은 북이 이미 핵무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경제적으로 극도로 피폐해진 현재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라고 할 경우 주변국들이 북한에 대하여 관심을 갖겠는가.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옹호해 주겠는가. 비록 다양한 유엔 결의안이 작동하고 있지만 북한이 극단적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은 바로 핵무기를 보유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는 이미 북한이 느끼고 있고, 따라서 핵무기를 더욱 강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국지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국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더욱 잦은 도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 북한은 전면전을 감행하더라도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하면 한국이나 미국이 계획처럼 대규모로 반격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계산할 수 있다. 그러한 계산을 바탕으로 국지전을 일으켰다가 전면전으로 확대시키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의 어느 부분을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확보한 후, 일단 공격을 정지한 상태에서 한미(韓美) 양국이 어떤 대응조치를 취할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엄포하면서, 공격으로 확보한 것을 기정사실화할 수도 있다.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고 할 경우 국지전 도발 후 중단, 또 다른 국지전 도발 후 중단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로는 한국의 어느 도시에 그들의 의지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핵폭탄을 투하할 수도 있고, 한국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하여 그들이 판단한 결정적인 표적을 타격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산한 후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남북한 간의 군사적 갈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악화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일대박론이 核문제를 피해 간다면…
 
  김정은은 핵무기를 정치적 카드로 써먹기 위하여는 극적인 위력 과시로 한국인들이 공포심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국지적 도발을 해 놓고 한국군이 응징할 경우, “책임자를 처벌하라. 보상하라. 그러지 않으면 핵무기를 쓰겠다”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이 남한에 핵무기를 써도 미국이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 믿음이 사실이든 오판(誤判)이든 핵전쟁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전술 핵무기 정도는 사용해도 미국이 보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고, 수도권을 핵미사일로 집중 타격해 버리면 한국의 국가기능이 소멸할 것이므로 미국이 이미 죽어버린 한국을 위하여 평양을 핵공격하는 우(愚)는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한국 쪽에는 이런 도발적 생각이나 오판을 근원적으로 막을 만한 억지 수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한국은 핵무기를 쓰기엔 지리적으로 가장 적합하고, 핵무장한 적(敵)에는 가장 완벽하게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국민들과 지도층이 핵위협에 가장 무관심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의 도발을 유혹하고 있으며, 국가 생존을 요행수에 걸고 사망유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핵문제를 피해 가는 ‘통일대박론’은 사망유희의 위험성을 잊게 하는 마취제 역할을 할 것이다.
 
  2004년 미국의 환경기구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방부, 합참(合參), 한미연합사가 있는 용산의 삼각지 500m 상공에서 15kt짜리 핵폭탄을 투하, 지면(地面)에서 폭발할 경우, 1.8km 이내의 1차 직접 피해 지역은 초토화(焦土化)되고, 4.5km 이내의 2차 피해지역은 반파(半破) 이상의 피해를 당하여 직접 피해를 입은 사망자가 40만명, 추가 사망자가 22만명으로 추정되었다. 같은 해 미(美) 국방부 위협감소국(DTRA)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사전(事前)경고 없이 서울 상공에 100kt(히로시마 원폭의 다섯 배)의 핵폭탄을 투하할 경우, 핵폭발로 31만명 사망, 23만명 중상, 방사능 낙진으로 수백만 명이 죽거나 다치는 것으로 나왔다.
 
 
  김정은을 표적으로 삼아야
 
북한의 KN-08대륙간탄도미사일. 북한은 가난하지만 강한 군사력을 건설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가장 유효한 대응책으로 북한의 수뇌부를 일거에 무력화(無力化)시키는 이른바 ‘참수(斬首)작전’을 제안하였다. 독재자의 경우엔 다른 목표물의 파괴로는 전쟁의지를 박탈할 수 없으므로 독재자의 무력화나 불능화(不能化)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재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 중심은 군사력이 아니라 독재자라는 것이다. 즉 원거리 타격수단으로, 핵미사일의 발사를 통제하는 최고 지도부, 군사작전 최상급 지도부, 핵미사일 부대 지휘센터의 전부를 일거에 동시·통합·병렬적으로 타격, 파괴할 수 있으면 핵미사일을 작전배치해 놓고 있어도 핵단추 통제권자의 부재(不在)로 작동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비용 대(對) 효과 측면에서도 단연 유리한 방법이다. 요컨대 김정은을 표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저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우리 국민이, 정부의 문제 또는 미국의 문제이고 나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한 답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므로 국민이 관심이 없으면 국민이 뽑은 정부가 문제 해결에 앞장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한 핵은 독재정권을 위한 핵, 주민을 압제하는 핵, 한국을 인질로 삼으려는 핵, 민족 멸망의 핵이란 사실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문제해결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1991년 미국이 전술 핵무기를 한국에서 빼내갈 때까지 한국은 군사적으로 대북 우위에 있었다.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 영토에 있었고, 북한은 핵무기가 없었다. 종북(從北)세력도 미미하였다. 그럼에도 국민의 안보의식은 튼튼하였다. 지금은 북이 핵무기와 종북세력을 다 갖고 한국은 핵이 없으며 있던 미군 핵은 철수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천하태평이다.
 
  이 책은 한국과 서독이 너무 달라 독일식 통일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독은 동독에 대하여 경제적·군사적 우세였지만 한국은 핵무장한 북한에 열세(劣勢)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빈국강병(貧國强兵)이고, 한국은 부국약병(富國弱兵)이다. 역사는 배고픈 군대가 배부른 군대를 이긴 사례로 가득하다. 핵무장하지 못하고 핵문제에 관심조차 없는 나라가 핵무장한 국가를 흡수, 통일할 수 있는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을 던진 책이다.
 
 
  安保위기를 스스로 극복한 적이 없는 민족
 
  1392년 조선 개국(開國) 이후 한민족(韓民族)은 안보위기를 스스로 극복한 적이 없다. 북한 핵미사일 실전배치 상황이란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와 국민의 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이 끔찍한 악순환(惡循環)의 고리가 끊어질 것 같지 않다.
 
  *1592년 임진왜란(壬辰倭亂): 보름 만에 서울 함락
 
  *1627년 정묘호란(丁卯胡亂): 후김(後金) 군대가 압록강을 넘은 지 11일 만에 평양 점령(조선, 휴전협상에 응하여 형제의 맹약을 하다)
 
  *1636년 병자호란(丙子胡亂): 후김의 후신(後身)인 청군(淸軍)이 압록강을 건넌 지 열흘 만에 서울 점령.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했다가 항복
 
  임진왜란에 대비하지 못하였던 조선은 그 35년 뒤 정묘호란을 당하였고, 다시 그 9년 뒤 병자호란을 허용하였다. 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분론에 입각한 강경론을 편 탓이다.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도 역사의 실패로 배우지 못한 체질을 가진 조선조의 종말이었다. 이런 악습(惡習)은 대한민국 건국 후에도 계속된다. 6·25 기습 남침은 불행 중 다행히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파병(派兵) 결단 덕분에 망국(亡國)으로 가지 않았다.
 
  1989~1991년 사이 동구(東歐)와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졌다. 사회주의 실패를 보고도 한국에선 좌익들이 득세하였다. 대통령의 목숨을 노린 북의 테러가 네 차례(1·21 청와대 기습, 국립묘지 현충문 폭파기도, 문세광 사건, 아웅산 테러) 있었지만 응징을 제대로 못하였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을 당하고도 8개월 뒤 또 다시 연평도 포격을 당하였다. 두 번 다 응징을 하지 못하였다. 2011년 유럽에서 과잉복지로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과잉복지 국가의 정권들이 바뀌었다. 이를 보고도 한국에서는 이른바 무상(無償)복지 선동이 기승을 부렸다. 국방예산을 희생시키면서 낭비성 복지예산을 늘렸다. 2012~2013년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성공, 핵미사일 실전배치가 임박하였는데도 좌익 정치인들은 미국과 협력해야만 가능한 미사일 방어망 건설을 반대한다.
 
 
  역사적 실패의 되풀이
 
  1870년 보불(普佛)전쟁 때 프러시아에 진 프랑스는 이를 갈다가 1914년에 일어난 1차 세계대전을 맞아 독일을 이기고 빼앗겼던 알사스 로렌 지방을 되찾았다. 화가 난 독일은 히틀러를 등장시켜 1940년 전격전(電擊戰)으로 프랑스를 패배시켰다. 프랑스는 그러나 드골의 영도하에 연합군의 일원으로 반격을 개시, 2차 대전이 끝날 때는 전승국(戰勝國)으로서 미국, 소련, 영국과 함께 패전(敗戰) 독일을 분할 점령하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된다.
 
  일본은 1274년 몽골-고려 연합군의 침공을 받았다. 하카다에 상륙한 연합군은 일본 가마쿠라 막부 군을 대파(大破)하였으나 폭풍을 만나 후퇴하였다. 그 7년 뒤인 1281년 몽골-고려 연합군 10여만은 다시 일본을 침공, 상륙전을 벌였다. 이번엔 육전(陸戰)에서도 일본군에 밀렸다. 일본군은 몽골군의 재침(再侵)을 예상,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가 반격을 하였고 폭풍이 와서 정박 중이던 연합군의 함선들이 크게 부서졌다. 수만의 연합군만 살아 돌아갔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에 미국 등으로부터 개항(開港)을 강요당하자 정신을 차리고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을 단행, 선제적이고 자주적 근대화에 착수함으로써 식민지 신세를 면하고 오히려 식민지 확보에 나섰다.
 
  프랑스와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역사의 교훈에서 실패의 반복을 방지할 지혜를 배우는 게 아니라 역사의 교훈을 거꾸로 배우는 듯하다. 즉 실패의 요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계속 키워 가다가 더 큰 재앙을 잇달아 부르는 것이다. 공산주의자들 때문에 지옥의 문턱까지 갔던 사람들이 그 공산주의의 득세를 허용했다. 사망유희(死亡遊戱)! 죽어 봐야 죽는 줄 안다는 말이 있는데 한민족은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실패의 요인을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하여야 대비책이 나온다. 실패의 요인을 남 탓으로 돌리고, 변명만 늘어놓으면 실패의 원인은 치유되지 않고 재발하는 것이다. 조선조의 망국은 오로지 나쁜 일본 때문이고, 고종(高宗)과 민비(閔妃·사후의 명성황후)는 좋은 사람이었다고 가르친다. 일본에 투항한 최고사령관(고종)은 미화(美化)하고 버려진 졸병들에겐 왜 끝까지 싸우지 않았느냐며 친일파(親日派)로 몬다. 이런 몰(沒)과학적 자세 때문에 조선 개국 이후 한국은 안보위기를 스스로 극복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통일 前夜의 신라와 비슷한 처지
 
  한족(漢族) 중심의 주자학적(朱子學的) 명분론에 기초한 조선의 대중(對中) 사대주의(事大主義)는 자주국방 의지를 근원적으로 말살하였다. 지도층은, 공동체의 생존을 중국에 맡겨 놓고 내부 권력투쟁에 몰입하였다. 이런 전통을 잇고 있는 게 한국의 정치, 학계, 언론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이들이 주도권을 잡은 한국 사회는 반(反)국가, 반군(反軍), 반기업, 반반공(反反共), 반미(反美), 친중(親中), 친북(親北) 성향을 드러냈다. 이 시기에 북이 핵무장에 성공한 것이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닥친 것이다.
 
  약 30년간 국가 지도층 역할을 했던 국군 장교단을 밀어내고 실권을 장악한 신판(新版) ‘양반세력’은 민주주의를 앞세우지만 본성은 조선조적 사대주의-명분론으로 돌아갔다. 우파는 미국에 의탁, 자주국방을 멀리하고, 반역 좌파는 계급투쟁론에 사로잡혀 국가의 피아(彼我) 식별 기능을 마비시켰다. 안보위기 때 항상 실패하였던 자해적(自害的) 유전자(DNA)가 되살아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실전배치 상황이란 절체절명의 위기에 안일하고 무책임하고 때로는 반역적으로 대응하는 국가와 국민의 자세를 보고 있노라면 이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신라의 삼국(三國)통일은 멋으로 한 게 아니다. 살기 위하여 한 것이다. 숙적(宿敵)인 백제가 의자왕의 등극(登極) 이후 서쪽에서 대공세를 펴고, 지금의 합천에 있던 대야성까지 함락시켰다. 북쪽의 고구려도 친백제, 반신라적이었다. 배후의 왜(倭)도 전통적으로 백제와 친했다. 7세기 초의 신라는 사방이 포위된 형국이었다. 지금의 서울을 중심으로 한 한강하류(漢江下流) 지역을 생명선으로 지켜 내기가 힘겨웠다. 당시의 객관적 국력(國力)은, 군사력은 고구려가, 경제력은 백제가 더 강했다. 신라의 삼국통일은 지도층의 단합력에 위기의식이 보태진 덕분에 가능하였다. 망국의 위기를 통일의 호기(好機)로 역전시킨 것은 김춘추(金春秋, 태종무열왕), 김유신(金庾信), 김법민(金法敏, 문무왕)으로 대표되는 지도층의 결사적(決死的) 자세였다. 위기의식이 통일의지로 승화되어 통일의 주체세력을 만들어 냈다.
 
  ‘통일하지 않으면 우리가 죽게 되었다’는 위기의식이 신라로 하여금 유일한 활로(活路)인 백제·고구려 멸망 작전으로 나서게 하였다. 대야성 전투에서 사위와 딸을 잃은 김춘추가 왜와 고구려를 찾아가 동맹을 꾀하다가 실패, 마지막으로 고구려가 장악한 서해를 건너 입당(入唐), 당태종을 만나 나당(羅唐)동맹을 맺음으로써 현상 타파의 발판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목숨을 건 외교였다.
 
  한국의 상황도 통일전야(統一前夜)의 신라와 비슷하다. 한국은 핵무장 국가로 둘러싸여 있는 비핵국가이다. 북의 핵미사일 실전배치는 이미 성공하였거나 임박해 있다. 한국도, 미국도 핵미사일을 막을 수단이 없다. 미국의 애매한 핵보복 약속이 김정은의 한반도 공산화 의지를 꺾을 것이라고 믿고 웰빙에 전념하는 것은 5000만의 생존을 요행수에 의탁하는 무책임한 짓이다. ‘북의 핵미사일 실전배치’는 대한민국에 선택을 강요한다.
 
  <핵무장한 북한정권에 굴종하여 살아가든지 그들을 무너뜨려 살길을 찾아라.>
 
 
  통일대박론이 아닌 ‘통일決死論’이어야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론’을 꺼냈다. 우리가 처한 절박성보다는 우리가 누리는(또는 누린다고 생각하는) 우위(優位)를 강조하는 여유 있는 용어(用語)이다.
 
  군사적으로는 핵무장한 국가가 핵무장하지 못하고 분열된 국가를 흡수통일하기가 쉽다. 핵무장하지 못한 한국이 안으론 이적(利敵)세력을 키워 가면서, 바깥으론 핵무장한 집단을 흡수통일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천지분간을 못하는 철없는 짓으로 보일 수가 있다. 지금 김정은은 누르기만 하면 10분 만에 서울 상공에서 터져 한국을 멸망시킬 수 있는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만지작거리면서 통일대박론을 비웃고 있을지 모른다.
 
  북이 무인기(無人機) 침투작전을 전방위적으로 편 것은 한국을 만만하게 본 때문이다. 이런 도발을 하고도 “우리가 핵미사일을 갖고 있는데, 어쩔래?”라고 나오면 한국군이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낙관(또는 오판)하고 있을지 모른다.
 
  국사(國史) 교육을 강조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좌편향 한국사 교과서가 전국(全國) 고등학교의 90%를 차지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좌익들에게 역이용(逆利用)당한 것이다. 이념과 전략 부재의 통일대박론도 그런 식으로 역이용당하여 햇볕정책의 아류(亞流)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말고 통일주체 세력이 있는가? 21세기의 화랑도(花郞徒)가 있는가? 통일의 공격수가 있는가? 통일을 향한 결사적 자세가 있는가? 없다면 키워야 하고, 키울 의지가 없다면 핵미사일이 서울 상공에서 터지지 않도록 하는 수비에 전념해야 한다.
 
  통일대박론의 내용은 통일결사론(統一決死論)이어야 한다. 통일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으로 무장해야 성공한다. 그래야 친중반일(親中反日)의 외교노선이 통일에 도움이 될지, 해(害)가 될지를 가려내는 이성적 눈도 갖게 될 것이다. 신라는 대당(對唐) 결전에 즈음하여 숙적 백제를 도운 왜와도 화친하는 현란한 통일외교를 보여주었다. 살기 위하여는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
 
  박정희 대통령은 1976년 국방부 순시 때 이런 말을 독백처럼 했다.
 
  “통일은 언젠가는 아마도 남북한이 실력을 가지고 결판이 날 겁니다. 대외적으로는 내놓고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소·중·일 4대 강국이 어떻고 하는데 밤낮 그런 소리 해 보았자 소용 없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객관적 여건이 조성되었을 때 남북한이 실력으로 결판을 낼 겁니다.”
 
  종합적인 국력은 한국이 우세하다. 문제는 통일의지이다. 국력을 군사력과 통일의지로 전환시킬 국가 엘리트가 없다면, 방으로 들어오는 칼 든 강도를 보고도 권총의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없는 주인의 노예적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현대사는 기적과 역전의 드라마였다. 이번에도 북핵 위기를 통일의 기회로 역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자주적 위기 극복에 실패하여 퇴보(退步)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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