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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북한 대풍그룹과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

버진아일랜드 ‘차명계좌’를 통해 살펴본 북한 통치자금

글 : 이정현  월간조선 기자  johhlee@chosun.com

글 : 안치용  在美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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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진아일랜드 차명계좌 북한 대풍그룹이 관리
⊙ 북한 정보원이 ‘하나홀딩스’ 전표 넘겨
⊙ 북한의 통치자금 노하우 보여주는 유엔과 미국상원 보고서
⊙ 차명계좌의 특성상 “북한 자금 전부를 제재해야”
⊙ 북한의 외교목표는 ‘핵 보유한채’ 금융제재 탈피

취재지원 : 劉旿相 月刊朝鮮 인턴기자
2010년 1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대풍그룹 이사회 제1차 회의 모습을 보도한 북한 <조선중앙통신>.
  북한 통치자금으로 보이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하나홀딩스’ 계좌에 대한 실체가 드러났다.
 
  지난 2월 초 국가안보 관련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로부터 북한의 해외(海外) 차명(借名)계좌와 관련한 중요한 증언을 들었다.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북한 차명계좌 ‘하나홀딩스’의 실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A씨는 “북한은 2000년대부터 본격화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전세계에 차명계좌와 폐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왔다”며 “버진아일랜드 하나홀딩스 계좌를 추적하다 보면 북한의 수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9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북한 정권의 비자금 관리부서인 노동당 39호실이 자국(버진아일랜드) 내 은행계좌를 이용해 미국의 금융제재를 피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계좌명은 하나홀딩스(Hana Holdings)였다. 해당 조치가 취해진 것은, 한국의 일부 매체에서 ‘북한의 해외자금 유치 기관인 조선대풍국제그룹(이하 대풍그룹)이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퍼스트캐리비언은행(FCIB)에 계좌를 개설해 해외 비자금 관리의 주요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들은 전세계에 걸쳐 북한 돈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북한은 불법 무기구입, 위조지폐 발행 등으로 불량국가로 낙인 찍혔다. 그 결과 전세계 어떤 은행이라도 의심스러운 북한 돈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면, 곧바로 국제적 제재를 받게 돼 해당 은행은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2010년 버진아일랜드가 즉각적인 반응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A씨는 북한 비밀계좌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의 경우, 외교관이라도 당의 지시에 따라 무기거래를 하고 있어요. 해외 대표부에 나가 있는 직원의 경우 개인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요. 개인 계좌뿐만 아니라 하나홀딩스 같은 페이퍼컴퍼니도 만들지요. 이를 통해서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는 것이죠. 이런 개인 혹은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통해 위조지폐, 무기거래 등을 통해 마련한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것이죠. 국제사회가 의심스러운 특정인, 기관을 지정해서 (거래를)정지시키는 것은 그래서 한계가 있어요. 김정은 유일독재 지배체제에서 모든 개인, 기관이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설령 일부 계좌가 제재를 받더라도, 이미 수없이 만들어진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이동시키면 되는 것이죠.”
 
  모든 해외계좌를 김정은의 쌈짓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이해하면, 버진아일랜드 계좌 역시 북한의 통치자금의 일부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기자는 북한 대풍그룹과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를 추적하면서 북한 해외 계좌를 폭넓게 분석하기 위해 UN 등 국제기구가 오랫동안 수집, 정리한 북한 계좌와 관련한 보고서를 입수했다. 또 북한 계좌와 관련해 확보 가능한 권위 있는 증언과 문건을 통해 북한 비밀계좌를 추적했다. 한편 북한 전문가들에게 다각적으로 A씨의 직책, 경험, 능력을 확인했다. 단지 A씨의 증언에 의존하지 않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다른 북한 전문가들로부터 내용을 추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버진아일랜드 차명계좌, 북한 대풍그룹 관리
 
  2010년 9월 국내외 언론은 북한 버진아일랜드 계좌 발견으로 소문으로만 떠돌던 북한 통치자금의 비밀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렇다 할 추가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고,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 안보 관련 기관 종사자 A씨는 “‘하나홀딩스’ 계좌는 대풍그룹의 차명계좌가 맞다”며 “계좌명 ‘하나’는 북한 입장에서 의미심장한 표현으로 ‘통일’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풍그룹 이사장은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국방위원회 참사 겸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남북 비밀협상을 주도했던 김양건을 앞세웠던 것은 해외, 남한 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풍그룹이 ‘하나홀딩스’라는 계좌를 만든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통일하자는 나름의 원대한 포부가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선대풍국제그룹

 
2010년 1월 20일 대풍그룹 이사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한 조선족 사업가 박철수(당시 대풍그룹 총재). <조선중앙TV> 촬영.
  대풍그룹 비밀계좌 하나홀딩스에 관심을 갖는 것은 대풍그룹과 장성택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다. 2010년 1월 국방위원회가 대풍그룹을 외자유치 공식 창구로 결정한 뒤부터 대풍그룹의 위상은 급격히 올라갔다. 2009년 국방위원으로 선출된 장성택은 실질적으로 대풍그룹을 움직였다. 조선족 출신인 박철수 총재는 얼굴마담에 가까웠다.
 
  2010년 3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대풍그룹이 대규모 대외경제협력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대풍그룹 박철수 상임부이사장 겸 총재는 “추진중인 사업은 국가예산에서 완전히 독립된 프로제크트(프로젝트)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의 통로를 닦는 사업”이라며 “제재에도 얽매이지 않은 합법적인 활동이며, 조선반도에 가로놓인 정치적 문제들도 풀어 나갈 수 있는 열쇠가 된다”고 말했다. 장밋빛 목표도 설정했다. 박 총재는 “대규모 대외경제협력사업은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먹는 문제와 철도, 도로, 항만, 전력, 에네르기(에너지) 등 6가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당면 5년 내에 사업으로는 평양-신의주, 평양-원산-라선, 평양-개성, 혜산-김책 사이 철도와 도로의 기술상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자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내놓았다. 박 총재는 특히 해외동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해 “재일동포를 비롯한 모든 해외동포들도 힘껏 국가개발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움직였던 대풍그룹의 끝은 초라했다. 2011년 1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대풍그룹은 북한 정부의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중국 고위층, 금융기관을 상대로 투자 유치 활동을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대풍그룹은 해체됐는데, 2013년 2월 통일부는 ‘2013년도 북한권력기구도’에서 당 외곽기구로 분류했던 대풍그룹을 삭제해 대풍그룹 해체를 공식화했다.
 
  북한 정보원이 ‘하나홀딩스’ 전표 넘겨
 
  2010년 9월 북한 차명계좌 ‘하나홀딩스’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북한 핵심 정보원과 접촉한 국내 북한 전문가 B씨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2013년 여름 기자는 B씨를 만나, 북한 차명계좌를 확인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 당시 B씨의 증언이다.
 
  “북한의 핵심 정보원과 2010년 초에 접촉했어요. 북한 해외자금 유치기관인 대풍그룹이 버진아일랜드에 비밀계좌를 운영 중이라는 증언을 들었습니다. 제가 당시 증거까지 요구해서, 하나홀딩스 계좌 전표까지 입수했어요.”
 
  기자는 당시 문제의 계좌전표를 확인했다. 그러나 B씨는 전표를 넘겨 달라는 기자의 요구는 거절했다. 이유는 “북한이 잇단 문건 유출로, 국내 언론이 북한에서 생산한 문건을 공개하면 유출자를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든 찾아내 처형하고 있다”며 “계좌 전표를 공개할 경우 북한 정보원의 신변이 위험해질 수 있어 언론 공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북한 비밀·차명계좌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김정일 통치자금이 김정은에게 고스란히 넘어갔는가’이다. 즉 통치자금의 인수인계 문제이다. 둘째, ‘국제사회의 감시를 뚫고 어떻게 비밀계좌를 운영하는가’이다. 즉 비밀계좌 운영 실태이다. 셋째, 북한 금융제재의 실효성 문제이다.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성과를 파악하고 좀 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다.
 
  ‘하나홀딩스’ 계좌는 3가지 의문을 풀 수 있는 실마리이다. 북한 비자금 운영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홀딩스 계좌를 통해 본 북한 통치자금 인수인계
 
  무리 없이 통치자금 인수인계
 
  북한 비자금 계좌로 보이는 ‘하나홀딩스’의 발견이 의미가 있는 것은 북한 비자금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제시함과 동시에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이양 과정에서 통치자금 인수인계 절차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풍그룹이 활동하던 시기는 공교롭게도 김정은 후계체계가 확립된 시기와 비슷하다. 2010년 9월 30일 북한 《로동신문》은 베일에 싸여 있던 김정일의 셋째 아들 김정은의 사진을 공개했다. 1983년에 출생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은 당시 27세였다. 이때까지 김정은은 얼굴도 제대로 서방에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대풍그룹이 해외 차명계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시기와 비슷하다. 당시를 쫓아가 보면,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북한 자금이 넘어가는 과정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대북 전문가 A씨의 설명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되고 3년 후에 김정일이 죽었어요. 후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계좌를 넘기는 것인데,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해요. 비밀계좌 인수인계는 차질 없이 진행된 것이죠. 북한은 내각, 그러니까 총리가 관리하는 돈과 김정일이 관리하는 돈이 별개예요. 우리식 표현으로 통치자금인데, 북에서는 혁명자금 등으로 불리죠. 이 돈에 손을 대면 곧바로 숙청이에요. 기껏해야 수수료를 조금 해 먹는 것이지, 원금을 건드릴 수는 없어요. 통치자금과 관련한 인수인계는 차질 없이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와 차명계좌는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어요. 버진아일랜드 하나홀딩스 계좌 역시 그런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봐야죠.”
 
 
  버진아일랜드 차명계좌로 본 비밀계좌 운영실태
 
  북한 통치자금 운영 노하우
 
  한국 대기업의 경우 재산 상속 과정에서 차명계좌가 제대로 상속되지 않아 후대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홀딩스 같은 해외 계좌가 김정일 사후에 김정은에게 이양되는 과정에서 혹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계좌는 어떻게 넘어갔을까. A씨의 추가 설명이다.
 
  “북한의 경우 안전장치를 이미 해 두고 있어요. 계좌를 개설할 때 혼자 명의로 개설하지 않아요. 공동계좌 형식이죠. 단지 비밀계좌뿐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때도 주주를 복수로 하고, 계약서상에 사용 범위, 한계를 지정해 놓아서 해외 기관원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북한 나름의 컨트롤 방법이 있죠.”
 
  북한은 해외에 수많은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통해, 해외 통치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페이퍼컴퍼니가 통치자금 조성과 관리의 필수이다. 하나홀딩스 역시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페이퍼컴퍼니
 
  2013년 6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매체 《뉴스타파》가 조세회피처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북한 페이퍼컴퍼니를 공개했다.
 
  A씨의 설명대로 북한 페이퍼컴퍼니의 주주는 복수(複數)였다. 당시 공개로 잊혔던 버진아일랜드의 하나홀딩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ICIJ의 보도는 입수한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법인 가운데, 이름·주소로 추정해 볼 때 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컴퍼니를 공개한 것이다.
 
  ■ 래리바더 솔루션 (Larivader Solutions, Inc.)
  - 설립 장소 :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 설립 시기 : 2004년 11월 19일
  - Director(등기이사) :
  문광남(서류상 영문명 : Mun Kwang Nam) 이사 임명일 2004.11.19
  Valentina Kharitonova 이사 임명일 2004.11.19.
  * 문광남의 주소는
  “2 Kin Mal Dong, Mao Lang Bong District Pyong Yang Republic of Korea”로 기재돼 있음.
  -Shareholder(주주) : Valentine Kharitonova 주주 등재일 2006.12.19
 
  ■ 천리마(CHOLLIMA LIMITED)
  -설립 장소 :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설립 시기 : 2000년 11월 30일
  -Director(등기이사) : 임종주(서류상 영문명 : Lim Jong Ju), WONG Yuk Kwan, Wong Wai Hay, YEUN Hon Ming Edwin
 
  ■ 조선(Chosun Limited)
  -설립 장소 :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설립 시기 : 2001년 2월 6일
  -Director(등기이사) : 임종주(서류상 영문명 : Lim Jong Ju), WONG Yuk Kwan, YEUN Hon Ming Edwin, CHANG Min
 
  ■ 고려 텔레콤 (Koryo Telecom Limited)
  -설립 장소 :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설립 시기 : 2001년 2월 7일
  -Director(등기이사) : 임종주(서류상 영문명 : Lim Jong Ju), WONG Yuk Kwan, YEUN Hon Ming Edwin, CHANG Min
 
  비록 북한의 페이퍼컴퍼니와 차명계좌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 개발, 위조지폐, 마약 등과 관련된 자금이어야 제재가 가능하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조사를 통해 불법행위와 관련된 인물, 기관을 선정해 이들과의 거래를 제재하고 있다.
 
 
  과거 조사에서 드러난 북한 비밀계좌
 
  HSBC 북한 계좌
 
2012년 7월 HSBC 북한 계좌 의혹을 보도한 TV조선.
  2012년 7월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조사소위는 유럽 최대 은행 HSBC가 미국의 제재 규정을 위반하고 북한과 2007년까지 거래했다는 내용을 담은 <돈세탁 및 테러방지에 대한 미국의 취약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보고서에서 HSBC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2005~2007년은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금융제재를 받던 시기였다. 미국 상원은 2005년 8월 HSBC의 국제 법인영업 부문 내부 문건에서 ‘북한 계좌 3건이 있고 이들 계좌를 폐쇄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 담당 은행으로부터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또 다른 문건을 통해 2007년 5월 HSBC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지사들에서 북한 고객들에게 계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지사의 경우 자산 4만6000달러가 넘는 북한 고객 계좌가 9건이 있고, 이 중 7개 계좌는 자산이 23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확인했다. 은행은 그 후 북한과의 모든 업무관계를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관심을 모은 내용은 HSBC 미국지사가 2010년 4월까지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명의의 달러 계좌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해당 계좌를 통한 달러 거래는 없었다.
 
 
  UN 제재대상 리스트
 
2014년 2월 10일 김정은이 전국농업부문분조장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동신문》.
  해당 사례를 보면, 북한 해외 계좌 문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제재 대상이 되는 북한계좌는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보통 북한의 모든 국제 금융 거래가 금지된다고 막연히 생각할 수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는 북한 계좌는 핵무기 개발, 위조지폐 생산 등과 관련된 불법 자금에 국한된다. 그러나 과연 어떤 계좌가 불법 자금 유통으로 쓰이는가를 규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나아가 김정은 마음대로 모든 해외 계좌가 운영될 수 있는 북한의 현실에서, 합법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북한 계좌와 핵개발 등을 목적으로 하는 북한 계좌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제사회는 일단 북한 핵개발과 관련된 인물과 기관을 선정하고 이들과 관련된 거래를 금지 혹은 심층 감시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 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124쪽의 <표1> 및 <표2>와 같다.
 


 
  BDA 사건으로 드러난 北비밀계좌
 
  북한이 해외 비밀계좌를 운영하는 실태는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anco Delta Asia, BDA) 사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08년 미국 상원 상설조사소위는 2007년 일부 미국 언론과 미국 국무부 관리에 의해 제기한 북한의 유엔개발계획(UNDP) 자금 전용 의혹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UNDP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가는 루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한 계좌 운영 실태 역시 함께 밝혀졌다. 당시 미 상원은 관련 주요 증거자료까지 공개했다.
 
  보고서는 ▲IFTJ(International Finance and Trade Joint Company)는 북한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회사이며 ▲BDA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정황증거가 나왔으며 ▲의심스러운 계좌를 통해 의심스러운 목적(부동산 구입)으로 돈이 사용된 정황이 나오며(부동산 구입은 위장이며, 무기거래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 시사) ▲장록무역이라는 북한 무기거래 회사에 UNDP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있음을 밝혀냈다.
 
 
[편집자 주] 2008년 미국 상원 상설조사소위 보고서의 주요 내용. 당시 국제사회는 불법송금을 감추기 위해 유엔 관련 계좌를 사용한 북한의 수법에 크게 놀랐다. 해당 보고서에서 북한 비밀계좌와 관련된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IFTJ와 방코델타아시아
 
  1. IFTJ와 북한과의 관계
 
  IFTJ(International Finance and Trade Joint Company) 중국국적 람쳉(Lam Cheung)과 켕촌(Chio Keng Chon)이 1992년 마카오에 설립했으며, 등기상의 대표는 람쳉 단독으로 되어 있다. 단순히 무역회사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담당기관에서 확인한 결과 IFTJ는 단순한 무역회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자료를 분석한 결과, IFTJ와 조선무역은행(Foreign Trade Bank, FTB)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표 국제 상업은행이다. 예를 들어 BDA 기록에 의하면 ‘IFTJ는 FTB와 밀접한 계약관계였다’고 기술되어 있다. 마카오 소재 IFTJ 사무실에는 FTB 소속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FTB와 IFTJ 대표의 명함을 보면 두 회사가 같은 사무실을 사용할 뿐 아니라, 전화와 팩스 번호까지 같은 것을 알 수 있다.
 
  IFTJ와 FTB의 관계로 봤을 때, IFTJ는 북한 정부에 의해 소유·운영되는 FTB의 대행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방코델타아시아(Banco Delta Asia, BDA)
 
유엔 미국대표부가 UNDP에 2007년 6월 7일 보낸 공문. ‘장록무역(Zang Lok Trading Co.)은 재래식 무기, 탄도 미사일 기타 무기 제조, 조립 시설 판매와 관련한 북한의 핵심기구’라고 적고 있다.
  델타아시아 그룹의 자외사인 BDA는 마카오에 본사를 두고 있다. 2005년 9월 15일 미(美) 애국법 311조에 따라, 미 재무부는 BDA를 ‘돈세탁 의심(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 기관으로 지정했다. 당시 미국 재무부는 ‘용납할 수 없는 돈세탁과 기타 금융범죄’를 이유로 BDA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그 결과, 재무부 금융범죄처벌기구(The Financial Crimes Enforcement Network)는 미국 금융기관에 BDA와 연관된 어느 계좌도 개설, 유지, 관리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BDA가 미 재부부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마카오 당국은 컨설팅회사 어니스트영(E&Y)에 의뢰해 은행의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IFTJ가 BDA와 오랜 기간 동안 거래했다는 이유로, 충분한 검증(review) 없이 거래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이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어니스트영은 ‘FTB와 IFTJ가 BDA를 통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달러·유로화를 거래했다’고 결론지었다. 어니스트영은 FTB와 IFTJ가 BDA를 통해 거래한 것을 ‘매우 위험한 돈세탁(the highest risk of money laundering)’으로 규정했다.
 
  조사 기간 동안 BDA는 어니스트영에게 해당 거래와 관련한 어떠한 해명이나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어니스트영에 따르면, BDA는 해당 은행이 북한과의 거래에서 돈의 출처와 행방, 거래 액수 등에 대한 정확한 기록도 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北 관련 송금 문건들
 
BDA 계좌를 통해, UNDP에서 장록무역으로 송금한 계좌기록.
  미국 상원 상설조사소위 조사 결과, UNDP가 IFTJ 계좌를 경유해 평양에 있는 FTB 계좌에 9번에 걸쳐 총 272만 달러를 송금했다. IFTJ가 BDA의 계좌로 돈을 송금 받으면 이 돈은 미국과 유럽에 있는 북한 공관에 다시 보내졌다. 보내진 돈은 캐나다와 영국의 부동산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 사례로 2002년 4월 10일 BDA문서를 보면 IFTJ는 프랑스 소재 북한 대사관 계좌로 30만 달러를 송금한 기록이 있다. 송금 기록을 보면 ‘건물을 짓기 위한 자금’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있다. 2002년 5월 3일 IFTJ는 추가로 30만 달러를 프랑스에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2002년 5월 10일 IFTJ는 22만 달러를 요청했다.
 
  2002년 7월 17일 IFTJ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뉴욕 지사를 통해 스웨덴 노데 은행(Nordea Bank)에 30만 달러를 송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서류에는 영국 건물 매입이 목적이라고 적혀 있었다.
 
  BDA 문건을 검증하기 위해 조사 위원회는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관련 은행에 송금 내역 문건을 요청했다. 이 송금 내역들을 검토한 결과 BDA와 관련된 5건의 송금이 확인되었다. 해당 계좌는 미국과 유럽에서 북한 정부가 관리하는 계좌들이었다. 북한 정부 관리 역시 해당 송금은 북한 정부의 지시(direction)을 통해 이뤄졌다고 시인했다.
 
 
  북한 무기거래와 연관된 회사
 
  UNDP는 정기적으로 북한에서 활동하는 다른 UN 기관을 대신해 거래처에 대금을 지불했다. 조사 과정을 통해, 위원회는 2곳의 UN 기관을 대신해 UNDP의 약 5만 달러가 마카오의 장록무역(Zang Lok Trading Co.)에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했다. UN 미국대표부가 UNDP에 2007년 6월 7일 보낸 공문에 따르면 장록무역은 ‘재래식 무기, 탄도미사일 기타 무기 제조, 조립 시설 판매와 관련된 북한의 핵심 금융 기구(main North Korean financial agent)로 북한 관련 단체로 미국 정부에 의해 지정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 금융제재 실효성 있나?
 
  UNDP 북한 무기 구입 전용 의혹
 
  2008년 유엔의 북한 원조자금이 유용(流用)되어 북한 핵무기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국제적으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북한의 자금세탁 은행으로 알려진 BDA를 통해 UNDP 원조자금이 세탁된 정황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당시 미국은 UNDP가 장록무역이라는 회사에 5만2000달러를 지급한 부분을 특히 문제 삼았는데, 해당 회사는 탄도미사일 등의 무기를 판매하기 위한 북한 측의 금융 거점이라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었다.
 
  당시는 북한의 핵 개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따라서 국제기구 지원 자금이 북한 핵개발에 전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그러나 엄청난 국제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금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의 목적으로 전용(轉用)되었다는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한과 UNDP는 원래의 목적대로 원조자금이 사용되었다는 확증도 내놓지 못했다.
 
 
  “북한 자금 전부를 제재해야”
 
UNDP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설명한 그림. 미상원보고서.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은행계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은행계좌에는 국적이 없다. 개인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법인도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국적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법인 혹은 특정 개인의 돈의 흐름만으로 돈의 출처를 알기는 어렵다. 둘째, 전 세계 어디서든 계좌를 개설하면 국가 간 돈의 이동은 너무나도 쉽다. ‘전자적(電子的)’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셋째, 국가 간 금융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다. 즉, 각국 계좌를 통해 수차례 세탁 과정을 거칠 경우 불법행위로 만들어진 돈이라는 의심이 생기더라도 증거를 잡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UNDP 등 여러 경로로 북한에 흘러들어간 돈이 핵무기 개발 등으로 전용되었다는 의심은 들지만, 이에 대한 증거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내성 기른 북한, ‘핵 보유한 채 금융제재 탈피’ 원해
 
  한국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했고, 압박의 핵심은 금융제재였다. 그러나 왕조국가처럼 운영되는 북한에, 지금까지의 압박은 오히려 내성을 기르게 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북한은 대외거래에서 계좌를 통한 신용거래가 아닌 현금거래 혹은 현물거래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2월 17일 북한 당국자로 추정되는 남녀 3명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로 미화(美貨) 145만 달러를 반입하려다 말레이시아 공항세관에 의해 체포된 것이다. 사건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 보도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관용여권을 소지한 남성 2명과 여성 1명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세관직원의 조사를 통해 적발됐다. 관용여권 등으로 볼 때 외교관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현금은 대사관 자금이며 신고 의무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로 핵·미사일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경우 고액의 현금 운반을 규제하고 있다. 즉, 현금 운반을 할 경우 이번 사례와 같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해당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각국은 일단 북한 관련 자금이 드러날 경우 핵, 미사일, 마약, 위조지폐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를 한다.
 
  취재를 하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통해 느끼는 압박은, 마치 신용불량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불편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북한은 일체의 채권발행을 못하고 있다. 즉 국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국채 역시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북한 정권의 제1목표는 국제 금융제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제1목표에 부수적인 조건이 붙는다는 것이다. 즉, ‘핵을 보유하면서’ 금융제재를 벗어나는 것이 북한의 제일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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