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우리의 역사 북한의 역사

국정 역사 교과서 문제로 몸살 앓는 문명고 김태동 교장 인터뷰

“막상 교과서를 보고 나니 도입해야겠다는 의지 더 굳히게 돼”

글 : 이상흔  월간조선 기자  hanal@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외부 세력 개입할 문제 아냐 … 타협하거나 물러설 생각이 없다
⊙ “교육부가 애초 계획대로 하지 않고, 선택과목 비슷하게 하면서 혼란 키워”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 전교생 600여 명의 이 학교에서 ‘국사 교과서 철회’를 주장하는 일부 학부모와 외부단체의 방해로 지난 3월 2일 입학식까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래 경북의 3개 학교가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했지만, 현재 문명고 한 곳만 남은 상태다. 전국 5664개 학교 중 유일하다. 문명고 김태동 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과정과 현재 상황을 들어 보았다.
 
  — 학부모들의 반대로 입학식이 취소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고 들었다.
 
  “입학식 당일 1, 2교시 수업을 하고, 3교시에 입학식을 진행했는데 입학식 준비 도중 휴식 시간에 학생들이 강당 밖에 있던 일부 학부모들과 합세해 입학식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자와 학부모, 학생 등이 뒤섞여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입학식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민노총 등 외부 세력의 개입
 
3월 2일 문명고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이 입학식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입학식에 4명이 다른 학교로 전학하고, 기존 국사 선생님이 수업을 부담스럽게 여겨 새로 국사 교사 채용 공고를 냈다는 보도가 있었다.
 
  “1명은 입학 전 포기하고 1명은 대구로 가족이 이사하여 전출했다. 입학식 날 2명이 이웃학교로 교과서 관련하여 전출했다. 교사 공고를 냈으니 절차에 따라서 채용하고 수업을 할 것이다.”
 
  — 현재 학교 상황은 어떤지.
 
  “3월 2일부터는 학습권을 침해하는 어떤 교내 시위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현재 교내 시위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외부 단체가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내에 들어오면 고발할 계획이다. 교문 쪽에서 1인 시위는 하는 것 같다. 현재는 일부 학부모와 시민단체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밤마다 경산오거리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약 20명 정도의 반대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 그동안 일어난 사건의 경과를 말씀해 달라.
 
  “2월 13일 경산 지역 민노총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국사 교과서 채택한다는데 사실이냐. 만약 하게 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연구학교 신청을 위해 교사들의 의견을 묻고 있는 과정이었는데, 전교조 선생님을 통해 이 문제가 외부로 알려진 것 같다. 전혀 관계 없는 외부인이 협박 비슷한 전화를 하니까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인 2월 16일 민노총·전교조·학부모 등 10여 명이 교장실로 무단으로 들어와서 항의를 했다.”
 
  당시 언론은 학교 교장실로 몰려온 민노총·전교조 등 좌파 단체들은 교장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김태동 교장에게 항의하고, 학교 뒤 주차장에서 홍택정 이사장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고 보도했다.
 
  — 학부모들과 대화는 해 보았는지.
 
  “적극 반대하는 학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았지만 대화가 잘 통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에게 ‘내가 교과서를 다 읽어 보니 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책의 구성도 잘되어 있다.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잘못된 교과서라면 교장이 선택을 하겠는가. 혹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가 있나 싶어서 보니까 오히려 잘못을 비판한 게 더 많더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내용은 필요 없고, 왜 우리가 하느냐’고 이야기했다. 언론이 워낙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했다고 보도하니 무의식적으로 세뇌된 영향이 큰 거 같다.”
 
  김 교장은 “학부모들이 ‘연구학교를 유보하자’거나 ‘국정 교과서 배포를 한두 달 늦게 하자’는 등의 요구를 해 왔지만 그것은 결국 취소하라는 것과 같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민노총 등 외부에서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보고 이것은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문제를 삼으면 교육자로서 설명이나 설득을 할 수 있는 장이라도 만들 수 있지만, 외부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명백한 교권(敎權) 침해다.”
 
 
  “교육부가 혼란 키운 측면 있어”
 
2017년 2월 16일 오전 민노총 등 좌파 단체 회원 10여 명이 문명고 교장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항의하고 있다.
사진=학교 cctv 캡처
  — 선생님들 73%가 동의했다고 보도되었는데,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연구학교 지정 조건 등은 각 도(道)의 교육청에서 관할한다. 도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공립과 달리 사립은 사실 큰 제약이 없다. 그래도 미묘한 문제니까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쳤고, 교사들의 의견도 물었다. 37명의 교사 중에 27명이 연구학교 신청에 찬성했다.”
 
  — 다른 학교는 모두 포기했는데 굳이 연구학교 진행을 하는 이유는.
 
  “연구학교는 교육부 차원에서 어떤 교과 과정 등이 일선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에 적합한지 사전에 점검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여기에 참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우리는 기존 검정 교과서와 국정 교과서를 비교하며 수업을 할 계획이다.”
 
  — 혹시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다른 학교가 채택을 망설인 것은 아닌지.
 
  “막상 교과서를 보고 나니 도입해야겠다는 의지를 더 굳히게 되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사람 눈에도 내용이 괜찮았다. 크게 거슬리거나 막히는 부분이 없었고, 내용이 상세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학생들에게 근현대사를 이렇게 상세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근현대사는 살아 있는 역사다. 역사의 이해 당사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고, 사건에 대한 해석과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한 방향으로 단정하는 기술은 집필진과 사학자들에게 부담스런 일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8개 교과서가 각기 다르게 서술한다면 혼란이 더 커진다고 본다. 근현대사만이라도 한 가지로 통일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 연구학교 신청을 할 때 이런 사태를 예상하셨는지.
 
  “어떻게 할 수가 있겠나. 그래도 교육부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국에서 10% 정도는 지원할 줄 알았고, 경북에서 최소 20개 학교는 신청할 줄로 생각했다.”
 
  —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정부 정책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교육부가 처음 계획대로 연구학교 지정이 아니라, 일선 학교에 바로 적용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욕을 먹더라도 일단 해 보고 1년 후 취소하든지 아니면 아예 연구기간을 두면서 미루든지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교육부가 기존 검정 교과서 중의 하나로 선택과목 비슷하게 하면서 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어쨌거나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타협하거나 물러설 생각이 없다.”
 
  — 어느 언론에서 ‘불통교장’이라고 보도했는데.
 
  “언론에서는 그렇게 보도할 수도 있지만, 이번 일로 인해 처음 들어 보는 소문이다. 나는 원래 자유롭고 다양성을 강조하는 성격이다. 가까이서 보아온 제자들이나 동료 교사들이 나를 ‘불통’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모든 일은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고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하면서 살아왔다. 늘 웃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끝나지 않는 역사 교과서 문제
 
  소위 ‘역사 교과서 문제’는 2002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7차 교육과정에서 ‘한국 근현대사’ 과목이 신설되면서 국정과 검정이 뒤섞이게 되었다. 7차 검정에 통과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6종이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북한 정권을 감싸는 바람에 처음부터 좌경화 논란에 휩싸였다. 《월간조선》이 처음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였고, 이는 이후 수년간의 ‘교과서 파동’으로 이어졌다. 결국 ‘한국 근현대사’ 과목이 폐지되면서 ‘한국사’로 명칭이 바뀌면서 국정 체제가 검정으로 바뀌었다.
 
  2010년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등장했지만, 기존 ‘한국 근현대사’와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편향성을 바로잡기 위해 한국사 교과서가 새로 만들어졌고, 2013년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 8종이 검정을 통과했다. 하지만 이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좌파단체들과 전교조는 교과서가 제작되기 전부터 교과서에 ‘유관순은 깡패’, ‘김구는 테러리스트’라고 기술되었다고 주장하며 채택을 방해했다. 좌파단체들의 물리력 행사에 굴복, 2014년 1월 전국에서 단 한 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면서 사실상 퇴출되었다.
 
  문제는 2014년 새로 나온 8종의 교과서 대부분도 민중민주주의에 기초한 계급사관인 ‘민중사관’에 의해 쓰였다는 것이다. 정경희 영산대 교수를 비롯하여 8종 교과서 분석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일선 학교에서 90% 이상 채택한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을 부인, 자연스럽게 북한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사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마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박근혜 정부는 결국 ‘국정 교과서’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하지만 탄핵정국 속에서 교육부는 당초 계획과 달리 국정 교과서 적용을 1년 유예하고,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로 쓸 수 있게 하겠다며 정책을 바꾸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4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