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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인사이트

북한의 제5차 핵실험

가상 시나리오 - 대한민국 최후의 날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mong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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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를 군사적으로 제거할 마지막 기회를 놓친 미국과 한국에 김정은이 핵전쟁을 각오한 승부수를 던진다. 핵무기도 방어망도 없는 한국에서 반미반전(反美反戰) 시위가 일어나자 미국 여론이 악화되어 핵우산 정책은 쓸모가 없게 된다. 드디어 미국은 한국을 포기하기로 결심하는데 ….
  9월 5일 북한이 다섯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핵탄두(彈頭)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점이다. 핵 실험 전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비롯해 노동·무수단미사일의 발사실험을 되풀이했었다. 이제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배치가 목전으로 닥쳐온 것이다.
 
  지난 7월 《뉴욕타임스》는 〈북한 핵무기의 목표는 한때 생각하였던 것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루이스라는 전문가는 북한의 전쟁계획이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로 증원군을 보내지 못하도록 괌, 오키나와, 일본의 미군 기지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핵장착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의 서해안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예비적으로 확보하려는 것도 같은 목적이란 것이다. 피츠패트릭 씨는 〈핵무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런 가능성 자체가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 사이에 쐐기를 박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IS와 비슷한 존재”
 
  부산의 동서대학에서 근무하는 북한 전문가 B. R. 마이어 교수는 《뉴욕 타임스》에 이렇게 말한다.
 
  〈북한의 핵계획은 미국을 겁주려는 목적일 뿐 아니라 언젠가는 남한을 압박, 북한 방식의 통일을 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목적만이 (핵개발에 따른 제재 등으로) 10년 전보다 더 악화된 북한의 안보 사정을 합리화해 줄 수 있다.〉
 
  마이어 교수는 VOA(미국의 소리)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을 IS와 비슷한 존재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하였다.
 
  〈북한은 극단적인 민족주의 국가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나는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도, 실패한 공산주의 국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서방 세계가 자신들을 공산주의 국가로 보면서 위협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데 불만이 많다. 공산주의 국가들은 핵무기를 갖고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은 최악의 경우에도 북한은 핵물질을 테러리스트들에게 파는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북한은 극단적인 용어로써 워싱턴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중동에 있는 당신들의 적들처럼 싸우고 죽을 각오가 되어 있음을 잊지 말라.’
 
  우리는 북한이 과격 이슬람 세력처럼 이념을 중시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의로운 존재이고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남한에 미군이 있는 데 대하여 진정으로 분노하면서 통일에 매달리고 있다.〉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CNN도 최근 미국 정부의 깊어 가는 걱정을 전했다. 북한은 이동식 미사일, 잠수함 미사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어 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여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전제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핵위협에 노출될 뿐 아니라 핵공격을 미리 알아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다. 예비역 중장인 마크 허트링 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주권국가뿐 아니라 미국 영토의 일부까지 위협할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으로 기습하는 것은 수십 시간 전에 파악할 수 있지만 핵미사일 공격을 미리 알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발사 후 5~7분 만에 서울 상공 등 목표에 도달한다. CNN은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의 핵무기는 더 이상 ‘이론적인 위협(theoretical threat)’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practical' threat)’이 되었다”고 했다.
 
  한국 쪽에서도 예방공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대학교 세종대학원에서 펴내는 《글로벌 어페어》 최근호에서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박휘락 교수는 〈이미 핵무기를 개발해 버린 상태라서 북한에 대한 예방타격은 쉽지 않으나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검토해 볼 만하다〉고 했다. 예방타격은 선제공격과는 달리 사전에 충분히 준비한 뒤 결행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이 잔존한 핵무기로 남한을 공격하게 되면 핵전쟁으로 돌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험성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예방타격은 최선의 방안이라서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해지는 차악(次惡)의 방책이다〉라고 했다.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였다는 판단 아래 먼저 때리는 것이고 예방공격(preventive strike)은 적의 위협능력을 사전에 제거하는 공격이다. 논의되는 북핵 제거 작전은 후자(後者)이다.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공격은 정보 및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하므로 미국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반대하면 미국 단독으로는 어려울 것이다.
 
 
  전쟁상태로 빠져드는 대한민국
 
북한은 기습적으로 백령도에 포격을 가해 온다. 사진은 북한 포병의 훈련 모습.
  앞으로 2~3년 사이 아무런 군사적 조치 없이 북한 핵(核)무장이 경량화·소형화·다종화(多種化)·정밀화의 길을 달려간다면 대한민국은 혼자의 능력으로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종속적 상황, 더 나아가서 전쟁상태로 빠져들지 모른다.
 
  북한은 핵무기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여 100개에 육박하는 핵폭탄을 단·중·장거리 미사일 및 잠수함에 장착, 한국·일본, 그리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게 된다. 핵을 가지면 전략적·정책적 응용이 다양해지고 유연해진다. 한국은 정당과 언론이 북핵 문제에 무관심한 가운데 친북(親北)·친중(親中) 세력이 여론을 오도(誤導), 자위적 핵무장에도 반대하고 핵미사일 방어망 건설도 방해, 핵전(核前) 무장해제 상태로 노출된다.
 
  북한에선 김정은이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려 할 때 말릴 사람이 없고, 한국에선 막을 방법이 없다. 발사 후 5분 안에 서울 상공에서 폭발, 한 발당 30만명 이상이 죽는데도 한국인들은 ‘설마 김정은이 쏘겠나’, ‘미국이 가만있겠나’라는 자세이다. 핵방어망 건설을 위하여 복지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먹히지 않는다. 정당들이 그런 공약은 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종합적인 핵전력(核戰力)을 구축하는 데 성공하나 심각한 체제위기에 직면한다. 계속되는 국제제재로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통치자금이 고갈된다. 휴대전화를 매개로 한 사회의 개방화 추세를 막을 수 없어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수령에 대한 충성심이 전반적으로 약해진다. 무역과 관광에 종사하여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들 가운데 이탈자가 늘어난다. 자녀들의 장래를 걱정하여 탈북하는 상류층 신종 탈북자가 대세(大勢)를 이룬다.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체제 관리가 장교, 외교관, 기술관료, 상인들의 도전을 받는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이 가속화되어 예전처럼 폭압적인 통치가 어렵다. 80% 이상의 주민이 배급이 아닌 시장에 의존, 생계를 유지하면서 당에 의한 통제력도 허물어진다.
 
  김정은 정권은 초조해진다. 체제의 운명을 걸고 건설한 핵전력(核戰力)을 사용하여 위기를 돌파하지 않으면 정권이 안으로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소위 수령지도체제의 영속적 유지를 위하여는 한국을 종속화시키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김정은은 현상 타파를 결심한다. 지금부터는 가상 시나리오이다.
 
  201×년 어느 날, 김정은은 백령도에 대한 포격을 명령한다. 군인 및 민간인을 포함한 수백 명의 사상자(死傷者)가 발생한다. 한국군은 여러 차례 공언한 대로 원점타격으로 보복에 나선다. 공군 전투기 수십 대가 출격, 백령도 포격을 명령한 군단 사령부와 포대를 공격, 파괴한다. 이번엔 북한 쪽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생긴다.
 
  다음 날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중대 발표를 한다. 요지는, “○○월 ○○일까지, 우리를 공격한 한국군의 책임자들(국방장관, 합참의장, 공군참모총장을 특정)을 처벌하고, 손해를 배상하며, 백령도를 넘겨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의 한 도시에 대하여 핵무기를 쓰겠다”는 최후통첩이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긴급 전화 회담을 갖고 대책을 의논, 미국이 한국에 약속해 온 핵우산 정책, 즉 확장된 억지 전략을 적용하기로 하였다고 공동 발표한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한반도로 전개된다. 중국은 이에 대응, 해군에 동원령을 내린다. 북한은 만약 미국이 공격해 오면 미국의 서부지역을 핵공격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핵전쟁 반대운동이 일어난다. 대규모 시위대가 평화를 외치면서 서울 시내를 점거하고, 북한의 핵공격 위협을 규탄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방어적 대응을 비판한다. 많은 국민들도 “일단 핵전쟁은 막아야 한다”면서 한미(韓美)의 강경대응에 반대한다. 갤럽 여론조사에선 70% 이상이 ‘평화를 위하여 북한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응답을 하였다.
 
 
  서울을 위하여 LA를 희생시킬 수 있나?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원점타격이 과잉대응이었다는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된다.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주장하는 반대의견은 목소리가 약하다. 이런 움직임을 지켜보던 미국에서도 의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서울을 지키기 위하여 로스앤젤레스를 희생시킬 순 없다”는 여론이 일어난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이나 잠수함 탑재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때 이를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은 8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국을 보호하기 위하여 미국인의 안전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여론이 대세(大勢)를 이룬다.
 
  미군 기지가 있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일본에서도 “제2의 히로시마를 반대한다”면서 미국의 대북(對北) 응징 방침을 비난하는 대중운동이 일어난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 틈을 타서 중국이 6자회담을 제의한다. 핵전쟁을 막기 위하여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담판을 짓자는 것이다. 중국은 회담을 제의하면서 중·북(中北) 접경 남쪽 50km까지를 ‘비행 및 무력사용 금지구역’으로 설정한다는 발표를 한다. 이는 미국의 공격을 피해 북한이 핵심 시설을 옮기려 할 때 피난처를 제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5개국은 회담 제안을 수락하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을 먼저 이행하라”고 한국을 압박한다. 며칠 뒤 북한 해역(海域)에 있는 무인도에서 핵폭발이 일어난다. 북한이 잠수함에서 소형 핵폭탄을 장착한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 낙하시키는 실험을 한 것이다. 폭발력은 히로시마 급으로 추정되었다. 한국이 가진 허술한 방어망으론 이런 고각도 비행 미사일은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서울시민들은 공황 상태에 빠진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제공항은 몰려든 출국자들로 마비될 지경이다. 핵 민방위 훈련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정부는 뒤늦게 “핵폭탄이 떨어져도 살 수 있는 방법”을 홍보하지만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공무원들과 회사원들의 결근 사태로 국가기관과 기업의 일상 업무는 중단된다. 사병 가족들이 연일 국방부와 합참 앞으로 몰려가서 전쟁 반대 시위를 벌인다. 드디어 “이런 위기를 부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구속 수사하라”는 주장이 심각하게 등장한다. 그럴수록 미국의 반한(反韓) 여론이 증폭된다.
 
 
  미국 특사, 김정은에게 평화협정 제의
 
미국은 전직 대통령을 비밀리에 북한에 특사로 보내 평화협정에 대해 논의한다. 사진은 2009년 8월 북한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미국 정부는 전직 대통령을, 한국 정부 몰래 북한에 밀사로 보낸다. 김정은을 만난 밀사는 “6자회담에 나오라. 미·북(美北) 담판도 동시에 진행하자”는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정은은 강하게 나온다.
 
  “우리는 핵무기를 쓸 만반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미국이 공격하면 우리도 미국 본토를 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한국의 국방장관을 보호하기 위하여 핵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어요. 미국이 우리를 겨냥한 적대(敵對) 정책을 포기하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평화유지군으로 바꾼다고 약속하면 회담에 나가겠습니다. 이 약속은 공개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주한미군을 평화유지군으로 바꾼다는 데는 2000년 6월 김정일-김대중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 바가 있습니다.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는 한편 두 나라가 수교합시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대북(對北) 밀사는 워싱턴으로 돌아와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미국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에서 CIA 부장은 2000년 6월의 김대중-김정일 회담 자료와 2007년 10월의 노무현-김정일 회담록을 찾아내 읽어 본 결과를 보고한다. 김정일과 김대중 사이에 주한미군의 성격을 남북한 사이에서 중립하는 일종의 평화유지군으로 변경, 사실상 한미(韓美)동맹을 무력화(無力化)시키는 밀약(密約)이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이 보고된다. 대통령 등 지도부가 격분한다.
 
 
  미국 특사, 한국의 불성실함 지적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을 특사 자격으로 한국에 보낸다. 청와대에서 한국 대통령을 만난 미국 부통령은 10쪽짜리 메모를 펴 놓고는 작심한 듯 발언을 시작하였다. 상원의원 출신인 부통령은 외교관처럼 말을 둘러대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였다. 그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했지만,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만류로 무산되었던 일부터 시작해서,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김정일과 회담하면서 주한미군의 성격을 평화유지군으로 격하(格下)시켜 유명무실하게 만들기로 밀약했던 일,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국제무대에서 핵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북한의 입장에 서서 미국과 싸워 왔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던 일,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시위대에 굴복했던 일과 정권 말기에 한일관계를 악화시킴으로써 한·미·일 3각동맹을 훼손한 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미국을 실망시킨 일 등을 거론하면서 한국이 미국의 동맹으로서 불성실했던 사실 등을 거론했다.
 
  한국 대통령은 미국 부통령의 너무나 직설적인 표현에 놀란다. “미국 사람들은 화를 잘 내지 않지만 일단 화가 나면 무섭다”는 말이 생각났다. 수십 년간 쌓아 두었던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하였다. 미국 부통령은 이런 얘기도 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때 당시의 미국 정부는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내심으론 한국군이 확실한 응징으로 북한정권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주길 바랐습니다. 북한군이 연평도를 무차별 포격, 민간인까지 죽인 그날 한국군이 공군기를 출격시키고도 폭격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주한미군 측 보고에 따르면 합참에 근무하는 한국군의 한 장교가 ‘폭격을 해야 한다’는 건의를 하였다가 상관으로부터 구타를 당하였다고 하더군요. 미국은 전통적으로 복수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경멸합니다.〉
 
 
  “사드 배치 반대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 보고 경악”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은 그 뒤에도 한국의 핵미사일 방어망을 조속히 완성하는 데 실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사진은 지난 7월 23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사드반대집회.
  물을 한모금 마신 부통령은 다시 서류를 들고 설명을 재개(再開)하였다.
 
  〈2016년 여름 한국에서 벌어진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은 한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시각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드 배치는 적의 핵미사일을 막겠다는 것이고, 더구나 동맹국인 미국이 자국(自國) 부담으로 하겠다는데 이를 막고 나서는 세력이 그토록 강하고, 더구나 여당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국방장관을 시위대가 감금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국은 과연 동맹국인가, 미국이 지켜줄 가치가 있는가 라는 회의(懷疑)가 지도부에서 확산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이 싫어하니 사드를 배치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는 ‘한국이 결국은 과거의 지정학적(地政學的) 전통으로 돌아가고 말겠구나’ 하는 판단을 하는 이들이 늘어 갔습니다. 미국은 군사무기 배치는 비밀로 하는데 한국이 이를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데도 놀랐습니다.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은 그 뒤에도 악영향을 끼쳐 한국이 핵미사일 방어망을 조속히 완성하는 데 실패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국군은 친북·친중 여론을 의식하여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과 연결시키지 않는 독자적인 방어망을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좌파가 지배하는 국회가 예산을 거부, 잘 아시다시피 지금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되었습니다. 한때 미국 정부는 한국의 보수층에서 요구하는 대로 1990년대 초에 철수해 간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이를 한미연합사의 관리하에 두어 한국이 사실상 공동사용권을 갖는 방안까지 검토한 적이 있으나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사드 반대 경력을 가진 각하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는 포기하였습니다.〉
 
 
  “그것이 한국의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 순간 한국 대통령이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대통령이 된 뒤 현실을 파악하고 나름대로 동맹 강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부통령은 “너무 솔직하게 말씀 드린 점 용서해 주십시오. 오늘은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라도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라면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
 
  〈1994년에 이어 2018년 우리는 북핵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또 다시 놓쳤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가 마지막 찬스였습니다. 북한이 예상 외로 장거리 미사일과 잠수함 발사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보고 우리도 심각한 대책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 정보기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소형화하고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아직은 실전투입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예방공격으로 핵능력을 파괴하는 데 2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리하여 군사작전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국의 정보가 늘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2003년 이라크 공격 때도 후세인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오판(誤判)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만약 CIA의 북핵 평가가 잘못된 것이라면, 즉 북한이 우리의 공격을 받고도 한두 개의 핵폭탄을 보존할 수 있고 그것으로 한국을 공격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럴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았습니다만 문제는 핵폭탄이란 점이었습니다. 각하도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한국과 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한미동맹이 있는 한 미국 단독의 북한 공격은 불가능합니다. 북한의 보복 공격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는 서울을 두고는 미군이 아무리 압도적 전력(戰力)이 있어도 예방공격은 불가능합니다.
 
  이때 한미 양국(兩國)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2016년 사드 반대 사태로 한국이 핵미사일 방어망을 완비하지 못한 것이 이럴 때 우리의 손발을 묶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만약 사드를 비롯하여 PAC-3, SM-3 등 다층적 방어망을 건설하고 이를 미국의 MD(미사일방어망)와 연결시켜 두었더라면 설사 북한이 얻어맞은 뒤 남은 핵폭탄으로 보복을 가해 와도 대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의 방어망이 허술한 상태에서도 과연 북한에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로 두 나라 지도부가 고민한 사실은 각하가 잘 아시는 바입니다. 각하가 예방공격에 가장 적극적이셨지만 이 계획이 한국 언론에 유출되는 바람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반전(反戰)시위가 일어나고 북한이 핵공격을 하겠다고 협박하는 가운데 한국 국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군사조치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키니 미국도 군사적 해결방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각하, 그게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미국의 반한(反韓) 여론이 핵우산 무력화시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경우에도 핵 불사용 약속을 전제로 회담에 임할 것입니다.” 사진은 2007년 2월 이라크로 파병되기 위해 오산기지를 떠나는 주한미군 2사단 2여단 장병들.
  부통령은 탁자 위에 놓인 커피가 식은 줄도 모르고 한모금 마시더니 “지금부터 미 합중국 대통령의 제안을 전달하겠습니다”라고 엄숙한 태도를 취하였다.
 
  〈미국은 현재 조성된 한반도의 핵위기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합니다. 우리 두 나라의 가장 중요한 공동 목표는 북한 정권이 한국을 겨냥하여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막는 일입니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후에는 미국의 상응한 응징이 가해질 것이지만 이런 사후적 조치는 한반도를 핵전장(核戰場)으로 만들 뿐 이성적 해결책이라 볼 수 없습니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한국은 핵무기가 없고 핵미사일 방어망도 완벽하지 않아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할 수단이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에 참석, 북한의 요구 조건을 검토하는 한편, 별도로 북한과 미국이 회담을 갖고 한국전(韓國戰)의 종식 및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북한이 평화협정에 따른 조치로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를 요구할 경우에도 핵 불사용 약속을 전제로 회담에 임할 것입니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국군의 책임자 처벌과 손해배상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다면 한국 측이 전향적(前向的)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외교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언론과 여론은 한국에서 전개되는 반미(反美) 시위를 우려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집권당까지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의 서해안이 핵공격을 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을 핵무기로 지켜야 하는지 의문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1950년 북한 공산정권이 남침하였을 때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파병을 결단, 유엔군의 기치하에 한국을 구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당시의 이승만 정부를 비롯한 한국인과 군이 결사항전(決死抗戰)의 의지를 보인 덕분이었습니다. 지금의 한국인들에게 그런 투지(鬪志)가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敵)의 핵무기보다 동맹국의 방어무기(사드)를 더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하여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피를 흘리라고 명령하기는 어렵습니다. 워싱턴의 한국전 기념물엔 〈미국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조국의 부름에 응한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말이 새겨져 있지만, 적보다 미군을 더 미워하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명령에 응할 젊은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여론을 무시하고 한국 편만 들다가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할 가능성이 높고 국제적으로도 고립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반한(反韓) 여론 때문에 미국의 이른바 핵우산 정책 집행이 어려워졌음을 솔직히 시인하는 바입니다.〉
 
 
  제2의 뮌헨 회담
 
  미국 부통령이 여기까지 읽었을 때 한국 대통령은 “그만하시지요”라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당황하는 미국 부통령을 내려다보면서 말하였다.
 
  “6자회담이 열리면 핵을 갖지 않은 한국의 운명을, 핵보유 국가들끼리 결정하는 모양새가 될 터인데, 뮌헨 회담의 재판이 아닙니까? 이는 핵으로 한미동맹을 해체시키고 한국과 1 대 1 결전으로 통일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에 미국이 동조하는 것 아닙니까?”
 
  부통령은 이렇게 받았다.
 
  “각하, 뭔헨 회담과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1938년 9월 뮌헨 회담에 당사국인 체코슬로바키아는 초청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이 체코의 운명을 결정하였지만 이번 6자회담엔 한국이 참석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점이 있습니다. 히틀러가 체코를 침공하겠다고 선언하였을 때 체코 정부는 군에 동원령을 내리고 싸울 태세를 취하였습니다. 한국인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당시 체코의 동맹국이던 프랑스는 군비 증강이 충분하지 못하여 체코를 도울 수가 없는 입장이었고 영국은 프랑스가 빠지려 하니 히틀러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위하여 싸울 전력(戰力)이 충분하지만 한국이 앞장서지 않으니 핵전쟁을 각오하고 북한을 때릴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각하의 말씀에 토를 다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한미동맹이 해체된 이후엔 한국과 북한이 1 대 1로 대결하는 것이 아니죠. 2 대 1로 대결하는 것입니다. 북한정권과 한국내의 친북세력이 2이고, 군대를 포함한 한국의 보수세력이 1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중국이 가세하면 3 대 1 아닐까요? 이는 정확히 사드 배치 찬성 세력 대(對) 반대 세력이군요.”
 
  한국 대통령이 비감(悲感)한 어조로 말하였다.
 
  “부통령께선 뮌헨 회담과 닮은 점은 빠트리시는군요. 프랑스가 같은 민주주의 국가인 동맹국 체코를 버린 점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물론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우리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을 처벌하면 일단 위기는 넘기겠죠. 문제는 그 뒤입니다. 북한 측은 핵공갈이 먹히고 있다고 판단,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해 올 것입니다. 핵무기를 정치 무기, 더 나아가서 통일의 무기로 삼으려 할 것입니다. 한미동맹이 해체되거나 약화된 뒤라면 우리로선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절망감에 사로잡힌 한국 대통령을 향해 미국 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토머스 칼라일이 《영웅숭배론》의 서문에서 한 말이 기억나는군요. 인간은 역경(逆境)을 이기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사람은 한 명도 안 된다고 썼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풍요하니 비겁해지는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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