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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2명이 작성한 보고서

“문화교류국(북한 대남 공작기구)에 정윤회-십상시 문건 파동, 성완종 게이트 보고”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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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씨는 명퇴자, K씨는 범민련 남측본부 후원회원
⊙ 2012년부터 2016년 체포 전까지 싱가포르 마카오 베트남에서 6번 문화교류국 요원과 접촉
⊙ 회합장소는 공원, 카페, 방갈로 등 다양… 007작전 방불케 해
⊙ 북한에 보낸 보고서 내용은 허술… 박패당 등 북한식 표현으로 작성
⊙ 대남혁명 전략을 애국애족의 자주적 조국통일 실천사업으로 찬양
⊙ 이적표현물, 집과 차에 각각 나눠 보관
대한민국 국민 2명이 국내 정세 보고서를 작성, 북한 대남(對南)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구 225국)에 이메일을 통해 보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국민 2명이 국내 정세 보고서를 작성, 북한 대남(對南) 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구 225국)에 보고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둘은 5월 24일 정보 당국 수사팀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7월 12일 L(54)씨와 K(52)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이 꼬박꼬박 정세 보고서를 올린 문화교류국은 과거 ‘대외연락부’ ‘225국’으로 불리던 곳이다. 올 4월부터 ‘문화’ 관련 부서로 착각할 만한 현 이름으로 바뀌었다. 대북 전문가들은 명칭 변경에 대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덧칠하고 나서 다양한 대남 공작을 펼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문화교류국은 ‘김정일정치군사대학’ 등에서 교육받은 간첩을 꾸준히 남한에 침투시켜 지하조직을 구축하고 기밀 탐지와 테러 등을 기도해 온 조직이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해산된 정당) 의원이 과거 소속됐던 남한 내 북 지하당인 ‘민혁당’도 문화교류국의 전신인 대외연락부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 2006년 일심회 간첩단,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의 배후도 문화교류국(당시 225국)이었다.
 
  전쟁이나 혁명이 일어나면 지하조직을 매개로 남한 체제를 전복하는 것이 주 임무인 문화교류국의 지령에 따라 움직인 L씨와 K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검찰이 말한 바로는 L씨는 2012년 7월 퇴직한 이후 무직 생활을 했다. K씨는 2003년경부터 이적단체인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의 후원회원으로 활동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직접 조종하는 범민련 남측본부는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로 판결받았지만 해산하지 않고 있다. 이 단체는 여전히 연방제 통일·주한미군 철수·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싱가포르·마카오·베트남에서 북한 공작원과 회합
 
K씨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의 정보를 수집하다 간첩 혐의로 PC방에서 체포됐다.
  정보 당국은 L씨와 K씨가 2012년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그때(2012년)부터 두 사람이 함께 해외로 출국해 북한 공작원을 만났다”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이 처음 해외에서 문화교류국 요원을 만난 시기는 2012년 6월이었다. 6월 30일 마카오행 비행기를 탄 그들은 7월 1일 호텔 객실로 찾아온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이○○·김○○를 만났다.
 
  9개월쯤 뒤인 2013년 4월 12일 L씨와 K씨는 문화교류국 요원과 회합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갔다. 당시 두 사람은 13~15일 사이에 ‘싱가포르 비치로’ 소재 호텔에서 마카오에서 만났던 북한 문화교류국 요원 이○○·김○○를 접촉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들은 2014년 1월 7일 만나 북한 공작원과의 회합 장소, 시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두 사람은 ▲장소는 베트남 하노이로 하고 ▲일정은 금·토·일 3일로 하며 ▲이번에는 K씨 혼자 토·일에 문화교류국 요원과 만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계획대로 K씨는 3월 21일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그는 하노이의 대표적 관광지인 ‘호안 끼 엠(還劍)’ 호수공원 수상 다리에서 공작원을 기다렸다. 두 사람이 다가왔다. 처음 보는 인물이 있었다. 최○○. 두 번 만난 적 있는 김○○는 K씨에게 새로운 동료라며 최○○를 소개했다. 김○○는 대화를 나누는 척하다가 은밀히 K씨에게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국내 정치권, 노동·시민계 동향을 수집,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4일 국내로 돌아온 K씨는 L씨를 만나 하달받은 명령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사람은 문화교류국 요원의 명령대로 국내 동향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키로 했다.
 
L씨와 K씨는 2012년부터 2016년 체포 전까지 싱가포르, 마카오, 베트남에서 6번 문화교류국 요원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10일 L씨와 K씨는 은밀한 장소에서 만났다. 문화교류국에서 해외 회합에 대한 메일을 보내 왔기 때문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이 이들에게 ‘멤버가 바뀌었으니 안면도 틀 겸 한번 만나자’는 식으로 메일을 보냈고, 이들은 ‘보내 준 새해 사업구상은 잘 받았습니다. 제기한 면접구상 일정에 동의합니다’라고 답 메일을 보냈다”고 했다.
 
  L씨와 K씨는 이날 해외 회합에 대해 논의를 하면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지금 요구하는 사람들(북한 문화교류국 요원들)이 오더가 다르더라니까. (그쪽에서)젊은 사람들이 나온다고 그러던데. 20~30대 신세대들. 우리를 불러서 보는 게 낫겠지?” (L씨)
 
  “원래 제안에는 당신(L씨) 단독으로 진행한다고 하지 않았나.” (K씨)
 
  “혼자 나갈 수도 있었는데 내가 같이 나가겠다고 요청한 거거든, 그렇게 알고 지도한대잖어.” (L씨)
 
  두 사람은 회합을 위해 2015년 8월 19일 베트남으로 떠났다. 그들은 베트남에서 21일부터 24일까지 하루(22일)를 빼놓고 매일 공작원들과 접촉했는데 과정이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8월 21일 첫 번째 회합 장소는 호안 끼 엠 호수공원 내 수상 인형극장 카페 야외 좌석이었다. L씨가 보초를 섰다. 별문제가 없었다. K씨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제야 안심한 K씨는 문화교류국 공작원 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22일은 뛰어넘었다. 23일 약속장소는 하노이 외곽에 있는 ○○ 체육공원 호수 내 방갈로였다.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쓴 결정이었다. 두 사람은 방갈로에서 이틀 전 만났던 공작원 김○○와 처음 보는 공작원 박○○와 접촉했다. 24일은 하노이 소재 평범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와 박○○는 L씨와 K씨에게 정세 보고 등의 명령을 내렸다. 회합을 마친 L씨와 K씨는 2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북한 문화교류국에 보낸 보고서
 
북한의 대남 공작조직. 현 225국은 문화교류국으로 이름을 바꿨다. 사진=종북백과사전 26페이지 수록
  문화교류국 요원으로부터 국내정세 보고서를 작성,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은 L씨와 K씨는 8건(현재까지 밝혀진 것만)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월간조선》은 이들이 북한에 보낸 보고서 일체를 입수했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① 2014년 11월 6일 대북 보고문
 
  ▲아시안게임 응원단 조직현황 ▲10·4 남북공동선언 7주년 기념행사 ▲경기금속노조 결성 및 노동운동 상황 ▲세월호 집회상황을 설명.
 
  ② 2014년 12월 18일 대북 보고문
 
  ▲이른바 정윤회 게이트가 연말 찬바람 부는 연말정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소위 박패당의 측근이라 불리는 정이 자신의 수하인 청와대 비서들을 동원하여 국가정책, 인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은 박패당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의혹을 넘어 박패당의 동생들로 이뤄진 다른 패거리들, 청와대 비서 측근들과의 이전투구(원본에서는 이전추구라 씀)식 진흙탕 개싸움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중략) 정윤회와 이른바 ‘환관 십상시’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허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조합원 67만명이 참가하는 민노총 지도부 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NL계열의 전재환, PD계열의 한상균의 2파전인데, NL계열 전재환의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적들의 대대적인 탄압을 받는 통진당 해산 심판 결정이 12월 중에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해산결정에 동의했다는 풍문이 야당가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습니다. ▲11월 9일 민노총 전국대회가 대학로에 3만명이 집결한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11월 2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쌀 전면개방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집회가 열렸습니다.
 
  ③ 2014년 12월 백두혈통의 계승자이시며 경애하는 영도자 김정은 탄생 축하문
 
  자랑찬 올해의 노정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높이 모시고 선군 조선의 운명개척과 나라의 자주적 통일을 위한 힘찬 투쟁의 애국애족 발자취가 애국민중과 애국투사들의 가슴에 뚜렷이 새겨져 있습니다. 핵 무력 경제건설 병진노선의 천리적 혜안으로부터 현대적 대 유희장들을 마식령 속도, 조선식 속도로 일떠세워(북한어: 기운차게 일어서다) 이북 민중들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시었습니다. 백두혈통으로 이어진 주체선군조선은 필승불패라는 애국의 신념을 깊이 간직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 기치를 높이 들고 애국애족의 자주적 조국통일 실천사업에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④ 2015년 2월 10일 대북 보고문
 
  ▲1월 15일 안산 다문화센터 강당에서 6·15 안산본부와 안산시 평화통일조례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통일대회가 열렸다.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독일계 조명기구 업체의 노조가 부당한 정리해고에 반대, 쟁의에 돌입했다. ▲안산시의회 앞에서 “안산시 남북교류협력 및 평화통일 기반조성 추진 지원에 관한 조례안 부결에 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 새누리당 반대로 부결. ▲통진당 해산 이후 지역별로 민주수호 국민행동이 결성되고 있다. 박근혜의 진보 민주세력 탄압에 대항하는 국민행동은 3만명에 달하는 당원을 결집하고 있다. ▲정동영 등이 속한 국민모임은 영향력이 미미하다. ▲민노총 선거에서 승리한 한상균은 지도부 내 전국회의 성향의 인사들을 노골적으로 제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완종 스캔들에 박패당 휘청”
 
북한은 최근 대남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국장에 남파 공작원 출신인 윤동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임명했다.
  ⑤ 김정일 장군님 탄생 73돌 축하문
 
  불세출의 선군 영장, 위대한 장군님의 73돌, 광명성절을 열렬히 축원합니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인민을 위해 복무한 장군님은 우리민족의 가장 고결하고, 헌신적인 위인이십니다. 남녘의 우리 전위들은 민족분단 70년을 끝장내기 위한 투쟁과 분단의 원흉 미국의 민족 이간 책동, 전쟁 책동을 반대하는 투쟁을 밀접히 결합, 올해를 자주통일의 신기원을 여는 한 해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
 
  ⑥ 2015년 3월 11일 대북 보고문
 
  점증하는 민심의 분노는 마침내 미국의 이남통치 책임자인 미 대사에게 정의의 칼날을 겨누는 것으로 표출(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경기지역 진보 민주단체 신년연찬회, 농업정책 실패 현 정권 규탄 성명서 발표, 현 정권 민생파탄 규탄 범국민대회, 금속노조 키리졸브 독수리 군사훈련 반대 규탄성명 발표.
 
  ⑦ 2015년 4월 15일 대북 보고문
 
  ▲성완종 스캔들이 정국을 강타, 박패당이 휘청. 성완종 사건은 박패당이 성완종이 반기문을 2017년 대선 야권후보로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이를 빌미 삼아 성완종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자원개발 비리를 수사하려 했으나 이에 반발한 성완종이 박패당 측근들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준 것을 자살 직전에 폭로. ▲경기도 포천 양평 승진 미8군 사격장에서 날아든 대전차 포탄에 피해를 본 포천시민이 대책회의 결성. 미군 측의 사과와 진상 규명, 피해보상을 요구.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시민사회단체들이 추모행사에 돌입. ▲민노총 지도부 총파업 결의. 민노총 전국회의 세력 결속력 크게 약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52)씨가 소지하고 다닌 수첩의 자필 메모. 주체를 ‘ㅈㅊ’으로, 인민을 ‘ㅇㅁ’으로 표기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⑧ 2015년 김일성 생일 축하문
 
  위대한 대원수님께서 창시하신 주체사상과 군민 일치의 선군의 초석은 또 한 분의 위대한 수령 김정은 대원수님에 계승발전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원수님의 확고한 선군주체의 영도 아래 자위적 핵무력을 배치하고 위민이천의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여 감히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정치, 경제, 군사강국으로 융성발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직 남녘땅은 미제가 군사적으로 강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김일성 민족의 후손으로서 조국통일을 위한 애국투쟁으로 반미 대결전에서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고, 통일강국 위업실현 선두에 설 것입니다.
 
  이들의 보고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가 박근혜 정부와 관련한 스캔들이다. 이들이 체포되지 않았다면 ‘우병우 민정수석 스캔들’ 내용도 자세히 보고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현 정부정책 반대집회 현황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민노총, 옛 통진당과 관련한 것이다.
 
  이들은 대북 보고문 등을 다른 정보자료에 숨겨 암호화하는 ‘스테가노그래피’와 외국계 이메일을 사용하며 철저히 보안을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수첩에 쓸 때는 ‘주체’를 ‘ㅈㅊ’으로, ‘인민’을 ‘ㅇㅁ’으로 표기하는 등 자음만 사용하거나 모임 때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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