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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룡 기자의 밀리터리 인사이드

총기난사범들의 ‘애장품’ AR-15 소총을 우리가 만든다고?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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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12일 새벽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게이 나이트클럽에,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29)이 지그 자우어(SIG-Sauer)사의 MCX 반자동 소총을 들고 난입했다. 그는 글록(Glock) 17 권총도 소지하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은 범인 오마르 마틴이 소지한 소총에 주목했다.
 
  MCX 반자동 소총은 최근 미 총기난사 사건에서 단골로 등장했던, AR-15 계열의 반자동 소총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샌버너디노 총기난사를 포함해 14건의 대형 총격사건에서 범인들은 AR-15 계열 반자동 소총을 사용했다. 2012년 7월 콜로라도주 덴버시 오로라 지역 총기난사, 그해 12월 코네티컷주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에서도 범인들은 AR-15 계열 소총인 XM15-E2S 반자동 소총을 사용했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AR-15 계열 소총의 판매가 오히려 증가한다고 한다. 최근 미 현지 언론은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 이후 AR-15를 비롯한 반자동 소총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미국의 총기 소유 관련법이 자동소총 이전에나 들어맞는 낡은 법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1분당 700~900발 이상 발사가 가능한, 기관총을 방불케 하는 성능을 가진 반자동 소총 시대에는 도저히 걸맞지 않은 법이라는 것이다.
 

  1883년 미국의 하이럼 맥심(Hiram Maxim)이 개발한 맥심 기관총은 세계 최초로 가스 반작용을 이용한 완전자동식 기관총이었다. 맥심 기관총이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한 것은 1904년 러일전쟁 때였다. 토치카에 엄폐한 채 기관총으로 방어하는 러시아군에 맞서 일본군은 착검을 하고 군가 ‘밧도다이(拔刀隊)’를 외치며 돌격했으나, 구경 7.7mm의 총신에서 1분간 약 600발이나 쏟아지는 괴물 같은 무기 앞에서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쓰러졌다.
 
  제3군 사령관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는 최대 격전지인 여순요새 공방전에서 203고지를 점령하는 데 13만명 가운데 6만명의 부하를 잃고 충격을 받았다. 일본 국민들은 그의 무능에 분개했으나, 메이지 천왕은 러일전쟁에서 두 아들을 잃은 노기 대장을 두둔했고, 일본 군부는 그를 군신(軍神)으로 추앙했다. 노기 대장은 평생을 전사한 장병들 가족을 돌보다가 1912년 메이지 천황이 죽자 부인 히사코(壽子)와 함께 자결했다.
 
  1914년부터 4년간 벌어졌던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참호전을 구사하며 돌격해 오는 수백만의 영국 청년들을 기관총탄의 밥으로 만들었다. 국가적으로 고귀한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대학에 재학 중인 젊은이들이 무수히 희생당했다. 1936년부터 미국은 발사속도가 더 빠른 M1 개런드 반자동소총으로 무장했다. 단발식 99식 소총을 보유한 일본군은 미군이 모두 기관총으로 무장한 줄 알고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오늘날 AK-47, AR-15 등의 위력은 이를 훨씬 넘는다. 이러한 무기가 국가가 통제하는 군인이나 경찰이 아니라 통제받지 않는 테러리스트들이 갖고 있을 때 그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AR-15의 미군 제식명칭은 M-16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양측 모두에서 사용되며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맥심 기관총. 사진은 맥심 기관총을 시험하는 발명자 하이람 맥심. 사진=구글이미지
  1954년 10월 미국 페어차일드 항공사는 아말라이트(Armalite)라는 총기사업부를 만들어 항공기 정비병 출신 총기전문가 유진 스토너(Eugene Stoner·1922~1997)를 앞세워 경량 소화기 개발에 나섰다. 그는 후에 AK-47 소총 개발자인 러시아의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1919~2013)와 함께 총기제작의 양대 거인으로 평가받았다.
 
  1955년 유진 스토너는 알루미늄 합금 총신에 덮개와 개머리판을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AR-10 소총을 개발했다. 무게가 3.3kg 정도에 불과했던 AR-10 소총은 장난감처럼 취급돼 미 육군 장성들의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스프링필드 조병창의 T44 소총을 미군 제식소총으로 결정했다. T44 소총이 미군의 M-14라는 제식소총이다.
 
  1958년 유진 스토너는 AR-10을 소형화한 AR-15 소총을 개발했다. AR-15 소총은 7.62mm 탄 대신 5.56mm의 소구경 경량 탄환을 채용해 초보 병사들도 부담없이 사격할 수 있을 정도로 무게와 반동을 줄였다. 또한 5.56mm탄은 관통력과 파괴력이 7.62mm탄보다 떨어졌지만, 탄환 속도가 빨라 살상력이 높았다.
 
  AR-15 소총은 미 육군의 소구경 화기 개발계획에 참여해 좋은 점수는 받았지만, 육군은 채용하지 않았다. 절망한 아말라이트사는 1959년 7월 미국 최대 총기메이커 콜트(Colt)사에 AR-15 소총의 권리를 판다.
 
  1961년 미 공군은 AR-15 소총을 기지 경계용으로 채택하면서 미군에 들어갔고, AR-15 소총은 M-16이라는 제식명칭을 부여받았다. 베트남전쟁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미 공군뿐만 아니라 미군의 제식소총으로 발전했고, 미국은 파월 한국군 장병들에게도 M-16 소총을 지급했다.
 
  AR-15 소총은 민간용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고, 현재 미국 내에서 400만 정 정도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콜트사의 M-16 소총 특허 사용 기간이 종료하면서 세계 유수의 총기 회사들이 AR-15 계열의 소총을 만들려고 덤벼들었다. 민간용 AR-15 계열 소총은 원칙적으로 단발형이지만, 개조를 거치면 연발로도 사격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30발 들이의 대용량 탄창도 장착할 수 있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여러 차례 AR-15 소총과 같은 자동 및 반자동 소총에 대한 제재를 시도했다. 1994년 미국 의회가 자동 및 반자동 소총을 비롯해 대용량 탄창을 가진 총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2004년으로 법의 효력이 끝났다. 하지만 몇몇 주에서는 자동 및 반자동 소총 판매를 주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만 30여 개의 총기제작 업체가 AR-15 계열 소총을 제작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10여 개 업체가 생산 중이다. 이 가운데는 AK 계열 소총을 생산하는 러시아의 칼라시니코프(구 이즈마시)사도 돈이 되는 AR-15 계열 소총을 생산한다.
 
 
  35년 총기독점 시대 깨지나
 
동서 양대진영의 총기를 대표하는 AK-47과 M-16의 발명가가 만났다. 유진 스토너(오른쪽)는 AKM을 들고 있고, 미하일 칼라시니코프(왼쪽)는 M-16A2를 들고 있다.
사진=나무위키
  생뚱맞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총기난사범들이 ‘애용’하는 AR-15를 한국 기업이 만든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1992년 총포부품 제조업허가를 받아 올해로 창업 23년째를 맞는 다산기공이다. 다산기공은 2014년 기준 매출액 420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액의 80%는 권총부품(1911, GLOCK계열 총열), 소총부품(AR-15, M4계열 총열) 등의 총기부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였다고 한다.
 
  1993년 총포제조 허가를 취득한 다산기공의 김병학 대표는 해외 총포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봤고, 세계 총기 소비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주목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조지아 주 둘루스 시에 현지 법인인 ‘다산 USA’도 설립해 오는 2016년까지 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해외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산기공은 현지 법인 설립을 계기로 북미주를 대상으로 하는 방위산업제품 수출 활로를 개척하는 한편, 중동의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라이플(rifle) 시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산기공은 그동안 미 콜트사 등에 총기의 프레임, 슬라이드, 총열과 같이 중요부품을 납품했고, 호주의 F90 소총을 라이선스 생산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했다. 다산기공은 지난 2월 1일 방위사업청에 완성총기류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신고했다.
 
  지난해 다산기공은 권총, 돌격소총, 기관총, 고속유탄기관총, 저격용 소총에 이르는 소화기 분야의 풀라인업(Full Line-up)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총기제조업체인 S&T모티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T모티브는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인 K2 소총과 K14 저격용 소총 등 이른바 K(Korea) 계열 소총과 기관총을 생산하는 업체다. 특히 기존 K2 소총의 개머리판과 총열 덮개 부분을 개량한 K2C를 생산하고 있다.
 
  S&T모티브와 다산기공의 1라운드 격돌은 지난해 10월 16일 시작됐다. 방위사업청이 분대용 K3 기관총을 대체하는 차기 경기관총 사업을 공고했기 때문이다. S&T모티브는 K-3 PARA, 다산기공은 미국의 아레스디펜스사에서 개발한 ARES-16을 바탕으로 개발한 기관총을 내놓았다.
 
  군 관계자들은 다산기공이 비록 S&T에 비해서 독자모델 개발 경험이 없어 불리하지만, 이러한 상황 자체만으로도 S&T모티브의 독과점을 끝낼 시기가 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2월 2일 방위사업청은 S&T모티브를 차기 경기관총 개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S&T모티브와 다산기공의 점수 차이는 0.01 정도로 근소했었다고 한다.
 
  당시 심사에 참석한 인사에 따르면, ‘다산기공은 기술제휴 생산 상태인 기업으로, 제휴업체인 미국 회사가 특허를 갖고 있으므로 체계개발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감점요인이었다고 했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편집장은 “S&T모티브가 1989년부터 보급한 K3 경기관총(분대지원화기)은 제원상 분당 최대 1000발을 발사할 수 있으나, 탄피 추출 장애가 수시로 발생하는 등 기능 고장이 빈발해 원성이 자자했다”면서 “S&T모티브가 차기경기관총으로 선보인 모델도 보병용과 특수부대용 모두 자사의 기존 K-3 경기관총을 개머리판 부분만 개량한 것으로 느껴져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안승범씨는 또 “북한은 분대당 73식 경기관총 2정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군은 분대당 K-3 기관총 또는 구식 M-60 기관총 1정만을 보유해 보병화력 면에서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오늘날 전장 상황에서 자동소총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어 다산기공의 ARES-16을 무조건 미국산 ‘M계열’ 총기라고 배척하며 ‘순수혈통’만을 주장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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