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趙甲濟의 시각

北核 문제 해법, 판을 깨야 산다!

“수소폭탄 곧바로 제조 가능”

글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mongo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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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의 핵무기 개발 과정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몇 단계를 건너뛰어서 水爆 제조로 바로 갈 수도 있다”

NPT, 유엔안보리, 6자회담, 미국의 핵우산은 한국을 배신하였다. 이젠 우리가 배신할 때이다. ‘자위적 핵무장론’으로 ‘한반도의 핵게임’ 규칙을 바꿀 때이다. 반칙을 일삼는 북한 선수를 감싸는 중국 심판의 불공정성을 세계에 폭로하고 퇴장할 때이다. 국민투표로 ‘압도적 여론’을 만들고 머리를 쓰면 ‘韓美 核共有 제도’ 등 돌파구가 생긴다. 한반도에 ‘공포의 균형’을 서둘러 만들 때이다.
캐나다 중수로 기술을 이용한 월성 원자로. 플로토늄과 삼중수소를 획득하는 데 유리하다.
  워싱턴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2025(Asia-Pacific Rebalance 2025)〉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CSIS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그린(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과 캐슬린 힉스(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 행정관리예산국에서 근무했던 마크 캔시안이 대표 작성자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 등 대표적인 아시아 정책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연구기관은 아시아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핵 문제에 있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보다 복잡하고 위협이 되는 지역은 없다. 물론 러시아의 핵위협도 존재하지만 아시아가 더 위험하다. 인도와 중국, 북한이 핵으로 무장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는 러시아와 파키스탄이 있다. 이 다섯 국가 모두 핵에 있어 뚜렷한 입장을 갖고 있다. 일말의 판단 실수, 불신 등에 의하여 언제 폭발할지 모를 정도로 매우 취약하다.〉
 
  이어 보고서는 북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과거 재래식 무기 시절과 같은 대응 방안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핵의 그림자가 이 지역을 뒤덮은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핵위협에서 자신들을 보호해 주기를 촉구하고 있다. 같은 시각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능력을 늘려가고 있다. 2010년 연평도 포격에서 보이듯 북한은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것을 즐기고 있다. 이는 핵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다.〉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할지도’
 
  북한의 잦은 도발이 핵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매우 당연한 얘기이지만 정책 전문가들은 쉽게 꺼내지 못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기로 한 핵우산의 영향력이 약해지면서 동맹국들이 핵무기 개발을 선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상황이 미국에 있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지역 안보 상황이 악화(惡化)된다면 비핵화(非核化)를 선언한 국가들의 힘은 약해질 것이고 일부는 미국이 보장하는 핵우산 등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능력을 키우자는 정치적 여론이 생겨날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가 해제되면서 동맹국들의 핵무장론은 가속(加速)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우라늄 농축에 상당한 제한이 있다. 문제는 10년 정도 흐른 뒤에 생길 수 있다.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허가해 줬기 때문에(자신들도 우라늄을 농축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이 일본의 핵전략을 모델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이미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우라늄 농축, 재처리 시설 등)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은 동맹국들을 핵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능력이 약해진 상황이다. 미국이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사전(事前)에 발견할 가능성도 적다. 이미 잠재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전에 발견할 가능성은 한국의 경우가 더 높다. (일본보다는) 아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드 기술 개발에 수십 년 걸릴 것”
 
  이 보고서는 미국이 일본이나 한국의 핵확산을 막기 원한다면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사시 미국의 핵무기를 특정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CSIS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알려진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지만 2015년 2월 중국 과학자들은 북한에 20개의 핵무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소개하였다. 중국 측은 오바마 정권 말기(末期)까지 북한이 40개 이상의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방 세계에서 예상한 8~16개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CSIS는 북한 김정은 정권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북한은 이웃 국가들을 재래식 및 핵무기로 위협하면서도 급변적인 붕괴라는 위험을 떠안고 있다. 김정은은 살아남으려면 개방해야 하지만 개방하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는 소위 ‘독재자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정은은 개혁을 감행하고 시장을 개방할 능력도 없다.〉
 
  연구소는 또 북한이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탈북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북한 경제는 침체되어 있으며 중국이 북한의 실수를 덮어주는 관대함을 보이는 것도 영원할 수 없다. 우리는 무엇이 (정권 붕괴로 이어질) 방아쇠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러한 북한의 시스템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CSIS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설명한다. 이어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국의 반대로 사드 배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자체적으로 사드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경험을 빌리자면 이러한 기술 개발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사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막을 중요한 기술이다.〉
 
 
  朴正熙가 CANDU 원자로를 도입한 이유
 
오원철 전 경제 제2수석 비서관.
  1998년 인도가 핵실험을 할 때 TNT 환산 4만5000t의 폭발력을 낸 것은 수소폭탄이었다. 수소폭탄의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삼중수소이다. 인도는 전력(電力) 생산용으로 운영 중이던 캐나다 모델 중수로(重水爐·CANDU로 불림)에서 뽑아낸 삼중수소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냉각재 및 중성자 감속재(減速材)로 중수(重水)를 사용한다고 하여 중수로로 불린다. 이런 원자로는 핵연료를 매일 교체하고,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폭탄용 플루토늄을 많이 뽑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수소폭탄의 원료가 되는 삼중수소를 가동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972년 무렵, 청와대의 중화학 공업 및 방위산업 담당이던 오원철(吳源哲) 경제 제2수석 비서관은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에게 아홉 페이지짜리 〈원자핵연료개발계획〉이란 명칭의 핵무기 개발 계획을 보고한다. 그는 재처리한 플루토늄을 핵폭탄 원료로 쓰는 방식의 개발 계획과 함께 캐나다 CANDU형 중수로 도입을 건의하였다. 중수로를 전력 생산뿐 아니라 핵폭탄 개발의 매개체로 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서 동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던 유대인 상인 사울 아이젠버그가 1969년에 처음으로 한국 정부 고위층에 캐나다 중수로 도입을 권유하였다. 1972년 11월엔 아이젠버그가 캐나다 원자력 공사의 독점 대리인이 되었다. 그는 고리에 이어 월성에 짓게 된 원자력 3호기 건설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한전(韓電) 사장 민충식(閔忠植)씨는 상공부의 반대를 무시하고 직접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캐나다 원자력 공사를 주계약자로 결정하였다. 정부는 이때 캐나다로부터 3만kw짜리 NRX형 연구용 원자로도 같이 수입하기로 하였다. 인도처럼 핵무기 제조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
 
  캐나다의 중수로 기술을 이용한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이후 미국의 포드 행정부는 인도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는 한국의 핵개발 의도를 간파, 압력을 넣기 시작한다. 1975년 3월 4일, 월남이 패망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도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은 한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들에게 한국의 핵개발을 저지하라는 긴급 전문(電文)을 보낸다. 여기서 한국이 추진 중인 캐나다 CANDU형 중수로 도입이 핵무기 제조를 목적으로 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신저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도록 압박하고 캐나다 정부에도 협조할 것을 요청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플루토늄 생산을 캐나다 NRX 연구용 원자로로, 재처리는 프랑스 기술 도입으로, 기폭 장치와 운반수단(미사일) 개발은 자체적으로 한다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미국의 압력으로 캐나다 및 프랑스 루트가 차단당함으로써 플루토늄을 합법적으로 얻을 수가 없게 되어 핵개발은 좌절되었다.
 
  박 대통령은 정면돌파 식의 핵무기 개발은 포기하였지만 그 뒤 원자력 발전(發電) 사업을 확대, 그 속에 자연스럽게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재료가 잠복하는 방식의 우회 전략을 썼다. 한국은 2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운전하는 나라가 되었을 뿐 아니라 원자로도 자체 설계,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원자력 대국(大國)이니 국가가 결심만 하면 핵폭탄 제조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원료, 기술, 전문가)은 많다. 문제는 국가의지이다.
 
 
  새삼 주목받는 월성 원자로
 
  월성에 지어진 4기의 중수로는 요사이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자위적(自衛的) 핵무장과 관련하여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서균렬(徐鈞烈)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중수로 덕분에 한국은 원폭(原爆) 제조 과정을 건너뛰어 바로 증폭핵분열탄 및 수소폭탄 제조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기술적 능력이라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핵실험 없이도 최장(最長) 18개월 안에 증폭핵분열탄을 만들 수 있고, 머지않아 수소폭탄 제조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Spent Nuclear Fuel)의 양은 1만5000톤에 달한다. 재처리하면 수천 개의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잠재된 상태이다. 월성 중수로에서 나온 삼중수소는 증폭핵분열탄이나 수소폭탄에 들어가는 원료이다.
 
  그동안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은 한미(韓美)원자력협정에 의해 사실상 금지되어 왔다. 2015년 4월 한미원자력협정이 재개정되면서 재처리에 대한 완화 요건이 생겼다. 종전의 한미원자력협정에는 미국의 동의나 허락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 조항이 들어 있었으나 이것이 빠졌다. 새 협정의 발효로 우리나라는 사용 후 핵연료 관리에서 일정 부분 자율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개정된 협정으로 우리나라는 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이 핵무기 원료로 전용(轉用)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가지고 농축 및 재처리 연구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
 
파이로 프로세싱 공법은 플루토늄 추출에 원용할 수 있다.
  개정된 협정에는,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공동연구를 향후 10년간 추진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연구 및 사업 방향을 정립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乾式高溫 再처리)’ 공법이란 재처리 기술 중 하나이다. 사용 후 핵연료를 용융염[열에 녹아 액체 상태가 된 염류(鹽類)]에 녹여 플루토늄을 떼어내는 방식이다. 이런 공법(工法)으로 얻게 되는 플루토늄은 다른 물질과 섞여 추출되기 때문에 그 순도(純度)는 다소 떨어진다.
 
  서균렬 교수는 증폭핵폭탄을 만드는 데는 이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불순물이 섞인 저(低)순도지만, 고폭(高爆) 화약을 터뜨려 압축시키면 1억 도에 이르는 고온을 내고 이 열(熱)이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융합시키기 때문에 증폭 핵무기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그래서 월성의 중수로에 주목한다.
 
  경수로의 핵연료 교체는 1년에 한 번 정도 이뤄진다. 이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가 집중되기 때문에 경수로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핵무기 개발 목적으로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수로는 하루에 16개씩의 핵연료 다발을 교체하기 때문에 IAEA 사찰을 벗어날 여지가 있다. 서 교수는 “캐나다제(製) 중수로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물질은 미제(美製) 원자로에서 나오는 게 아니므로 엄밀히 따지면 미국의 통제권 바깥에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NPT 체제 아래서 IAEA의 사찰을 받아야 하니 멋대로 플루토늄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삼중수소도 重水爐에서
 
  증폭핵분열탄과 수소폭탄에는 핵융합 물질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이 가능하므로 확보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없다. 삼중수소는 까다롭다. 삼중수소는 리튬6에 중성자를 대량으로 조사(照射)해 얻는다. 리튬6과 삼중수소 모두 핵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물질이라 국제적 통제가 따른다. 가격도 매우 비싸고 생산되는 나라가 한정되어 있다. 중수로 원자로인 월성 원전은 2007년부터 TRF(Tritium Removal Facility·삼중수소제거장치)가 설치되어 삼중수소를 생산하고 있다. 삼중수소를 추출하기 위한 촉매기술부터 저장용기까지 우리가 자체 개발했다. 중수로를 이용한 삼중수소 추출 기술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서 교수는 “리튬6은 볼리비아 등으로부터 수입을 해야 하고, 값도 비싸다. 우리는 리튬6을 수입할 필요 없이 중수로를 통해 수소폭탄의 원료인 삼중수소를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서균렬 교수는 “박정희 대통령이 이런 이점(利點)들을 고려해 중수로를 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핵무기를 완전히 개발한다는 개념으로 가기보다는 핵무기 개발 기술을 완벽하게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력을 다 갖추고 있다. 과학자보다는 기술자가 중요한데, 과거처럼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다른 핵보유국들의 핵무기 제조 과정을 우리가 기계적으로 다 수행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들의 핵무기 개발 과정을 지켜봐 왔기 때문에 몇 단계를 건너뛰어서 수폭(水爆) 제조로 바로 갈 수도 있다.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광대역 통신망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물론 NPT 체제 아래에선 합법적으로 핵개발을 할 순 없다. 핵 문제로 인한 국가 생존 차원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엔 합법적으로 NPT를 탈퇴할 수 있는데, 그런 결단은 압도적 국민 여론을 업은 정부만이 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국가적 차원의 비밀 작업이다.
 
  한미 FTA 협상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던 김현종(金鉉宗) 전 통상교섭본부장·유엔대사(삼성전자 해외 법무담당 사장 역임)는 몇 년 전에 나온 책 《김현종, 한미 FTA를 말하다》(홍성사)에서 이렇게 썼다.
 
  〈백악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오찬 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잘 모르지만 미국과 중국은 생각보다 가까운 관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큰 나라 간에는 크게 타협할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큰 나라들의 의도를 잘못 해석하고, 여기에 휘말려 국익(國益)을 훼손시키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미사일과 핵무기, 화학무기, 장사정포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일본과 중국의 군사력에 대한 최소한의 억지력도 확보해야 한다. 현상유지의 지속은 달콤하겠지만, 그 끝은 우리나라와 민족의 약화 내지 소멸로 나타날 것이다.〉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대응조치란 자위적 핵무장 검토 등 거국적(擧國的) 핵안보 체제 구축이다. 한 전직 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신도시를 건설할 때 지하도시를 만들고 여기에 비밀 핵시설을 두어 단기간에 핵폭탄을 제조할 것이다. 그런 다음 북한 정권에 ‘장난감 같은 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하지 말라’고 하고 주변국에는 ‘우리는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있다. 다만 북한도 동시에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북핵 문제를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의 힘을 빌려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노예근성이다. 미국의 협력을 받아 핵무장을 할 생각은 왜 하지 않는가? 이라크와 아프간에 전투 사단을 보낸 뒤 미국에 ‘재처리 시설을 갖도록 해달라’고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한국에선 정신병자 취급을 하는 풍토이지만 이스라엘에선 상식일 것이다.”
 
  한국은 지금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핵전(核前)무장해제 상태이다. 그럼에도 “적이 핵을 가졌으니 우리도”라는 목소리가 매도당하고, “사드라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이 싫어할 텐데”라는 반격을 받는다. 그런 가운데서 “우리는 죽어도 국제법을 어기지 않아야 한다”는 위선적(僞善的)인 평화론이 판을 친다. ‘이 정도의 위기를 맞은 나라가 핵무기 보유를 위한 비밀계획을 갖지 않았다면 나라도 아니라는’ 문제의식 자체가 없다. 김정은의 핵에도 “미국이 가만있겠나”, 정당방위적 핵무장론에도 “미국이 가만있겠나”이다.
 
 
  NPT를 무시한 ‘核共有 제도’
 
  필자는, 1990년대 초에 미국이 철수해 간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고, 그 통제권을 한미연합사에 둠으로써 한국이 간접적으로 미국의 핵무기 관리에 참여, 핵무장한 북한을 견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유식자들은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정책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가 그렇게 하겠나”라고 논평한다. 국가 생존의 문제를 구경꾼 입장에서, 미국의 입장에서 이해해 주려 한다.
 
  1970년부터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1조와 2조에서 핵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나 그 관리권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넘겨선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미국과 유럽의 다섯 나라는 (NATO 체제 안에서) 1960년대부터 NPT의 가장 중요한 이 규정을 어기는 ‘핵무기 공유제도(Nuclear Weapon Sharing)’를 운영하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터키의 미군 기지엔 160~240개의 전술핵무기(히로시마 투하 원폭의 20배 폭발력을 가진 수폭도 포함)가 있다. 평화 시엔 미군이 관리하지만 전쟁이 나면 주둔지 국가의 전투기 등에 핵폭탄이 이전(移轉)됨으로써 핵을 갖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 사용에 공동참여, 간접적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이는 누가 봐도 NPT 조약 위반이지만 미국과 NATO는 이렇게 강변한다.
 
  “평화 시엔 미군이 핵무기를 관리하므로 NPT 위반이 아니다. 전쟁이 터지면 NPT는 무효화되므로 그 규정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뻔뻔하다고 할 정도의 자의적(恣意的)인 해석이다. NPT 조약 어디에도 ‘이는 전시(戰時)엔 해당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
 
  NPT 조약 초안이 미국, 영국, 소련 사이에서 합의되어 가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때인 1960년대 말, 미국에서 ‘핵무기 공유제도’가 조약과 배치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당시 국무장관 딘 러스크는 이런 요지로 반박하였다(NATO에 보낸 편지에서).
 
  “NPT엔 무엇을 허용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고 무엇을 금지한다는 규정만 있다. 따라서 명시적(明示的)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었다고 봐야 한다. 예컨대 핵보유국이 핵을 갖지 않은 나라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 없으므로 배치할 수 있다. 핵보유국이 핵무기를 운반하는 비행기, 미사일 등을 비보유국에 팔아선 안 된다는 규정이 없으므로 팔 수 있다. NPT가 전시에도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으므로 NATO는 전시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非확산인가, 세력균형인가?
 
  약한 나라가 이런 억지 해석을 하면 당하겠지만 NATO에 가입한 미국 등 유럽 국가들은 편리한 대로 해석을 하고는 지금까지 ‘핵무기 공유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1968년부터 가입이 시작되고 1970년부터 발효된 NPT의 대부분의 가입 국가는 ‘핵무기 공유제도’의 존재를 당시엔 모르고 있었다. NATO와 미국이 소련에만 알려주고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사시 이 제도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역(逆)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핵정책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비확산과 세력균형이다. 이란이나 한국에 대하여는 ‘비확산’을,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일본·사우디엔 ‘세력균형’을 적용한다. 이스라엘·파키스탄·인도는 NPT 체제를 거부하고 핵무장하였지만 미국은 지금 이 세 나라를 제재하기는커녕 지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고,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대(對)테러전(戰)을 돕고,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NPT 가입국이지만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지원, 이란이 핵무장을 하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폭탄을 넘겨받기로 비밀 약속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세력균형’의 입장에서 사우디의 이런 생존 전략을 눈감아주고 있다. 이란을 공동의 적으로 삼는 ‘우리 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인도나 파키스탄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한국은 핵무장의 길을 뚫을 수 있거나 NATO식 ‘핵공유’의 파트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인도의 핵무장은 되는데 한국은 왜 안 되나”라고 물어야 한다. 미국에는, 세계 5대 공업국, 세계 6대 수출국인 친미(親美) 국가가 중국과 북한이 주도하는 한반도의 핵게임에서 패배, 중국 세력권으로 넘어가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한국의 지도층은 경제력과 군사력, 그리고 지정학적(地政學的) 가치가 강대국 급인데도 스스로 약소국 행세를 하려고 한다.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계산하고 행동할 때 자위적 핵무장의 길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두 전범(戰犯) 국가인 독일과 일본, 그리고 네덜란드를 포함한 10여 개 국가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미국과 전시 핵무기 공유 체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도 우라늄 농축 시설을 또 가지고 있다. 2중의 핵전략이다. 한국은 적이 핵무장하였음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이나 재처리 시설도, 핵공유 제도도, 물론 핵무기도 없다. 핵무장할 능력이 있는데 국가의지와 외교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北核개발 비호세력
 
  북한의 핵전략은 한반도 적화통일 전략에 기초한다. 공산주의 체제의 전략은 이념적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의 통일전략은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 노선이다. 그들은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본다. 미국 제국주의를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한국에 친북(親北) 정권을 수립하는 데 핵무기를 가장 유력한 무기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대결하여 해결하겠다는 것은 한국의 종주국(宗主國)을 미국으로 설정한 데서 나오는 전략이며, 이를 실천하는 데는 핵무기 이상이 없다. “북한의 핵 문제는 어차피 미국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이니 우리는 빠지는 게 현명하다”는 좌파 및 자칭 보수세력의 생각은 북한 정권의 핵전략에 호응하는 것이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 방식의 핵무기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핵미사일을 실전배치, 일단 한국을 인질로 잡은 다음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 미국의 핵우산을 무력화(無力化)시키고, 미북(美北) 담판으로 평화협정을 체결,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연방제를 내세워 한반도를 공산화시키려 한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핵을 가진 쪽이 갖지 않은 쪽을 흡수 통일할 가능성이 높다. 소련이 핵무기를 가졌는데 미국이 갖지 않았더라면 소련이 냉전에서 졌을까? 미국이 졌을 것이다.
 
  미국 공군장관을 지낸 토머스 C. 리드와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서 핵폭탄 설계를 맡았던 대니 B. 스틸먼은 10년간 중국의 핵시설을 방문 조사한 경험을 묶어 《핵특급(The Nuclear Express)》이란 책을 냈는데, 중국도 1980년대에 이미 북한이나 파키스탄이 핵무장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념적,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핵무기 제조 기술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등 비호 세력이 되었다는 주장을 하였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핵무기로는 인도를 견제하고, 북한의 핵무기로는 미국을 견제, 한미일 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의 4차 핵실험은, 그런 중국에 기대어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을 확인해 주었다.
 
 
  시진핑의 메시지, “한국 편을 들 생각이 없다”
 
2013년 6월 27일 한중정상회담을 위해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화려한 한중외교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북핵 문제에서 북한 편을 들고 있다.
  중국 주석 시진핑(習近平)은 지난 2월 초 전화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중국은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이는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각국의 공동이익에 부합된다. 한반도에는 핵무기가 있으면 안 되며 전쟁이나 동란이 있어도 안 된다. 우리는 관련 당사자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한다는 기본 취지에서 출발하여 냉정하게 목전(目前)의 정세에 대처하기를 희망하며 시종일관 대화와 협상의 정확한 방향을 주장한다. 중국 측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한반도 문제에 대하여 한국 측과 소통하고 한국 측에 협조할 것을 다짐한다.”(신화사 통신 보도)
 
  중국은 한 번도 ‘북한의 비핵화’를 말한 적이 없다. 시진핑 주석이 말한 ‘한반도의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거나 미국의 핵무기를 들여와서는 안 된다는 데 강조점이 있다(중국과 북한식인 이 용어에 박근혜 정부가 몇 차례 동의한 것은 큰 실수이다).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보려는 지난 20여 년간의 시도가 실패,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는데도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는 북한의 핵을 포기시킬 뜻이 전혀 없다”는 거의 명시적인 선언이다.
 
  6자회담의 주최국은 ‘한반도 핵게임’의 심판인 셈인데, 반칙을 일삼는 북한 선수에 대하여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반칙으로 넣은 골도 무효화시키지 않겠다는 자세이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에겐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져주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핵게임에서 진다는 것은 문명국가가 조폭(組暴) 같은 북에 인질이 되어 끌려다니면서 자유와 번영을 잃는다는 의미이다.
 
 
  親中사대당의 등장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7일 한·미 양국(兩國)이 북의 장거리 미사일 실험 직후 사드 배치를 공식 협의하기로 한 것과 관련, “기다렸다는 듯이 발표한 사드 배치 공식 협의 시작은 유감스럽다”고 비난하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은 그동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충분한 여론 수렴과 신중한 판단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며 “마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기다렸다는 듯이 국방부가 오늘 사드 배치를 위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것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드 배치는 동북아에 새로운 긴장을 조성하고, 특히 중국의 반발을 불러 대중국 외교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중국을 설득하지 못했을 때 우리가 감수해야 할 경제적 불이익과 외교·안보적 불안을 고려한다면 한·미 양국 정부의 대중국 설득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친중(親中)사대주의 정당임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사드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을 지키기 위하여 스스로의 부담으로 배치하려는 방어용 장비이다. 부수적으로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된다. 중국을 자극할 일도 중국의 양해를 받을 일도 아니다. 현재로선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實戰)배치에 대한 거의 유일한 방어체제이다.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의 배치를 허용하는 것은 동맹국의 의무이고 주권국가의 권리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북한의 군사동맹국이다. 조국보다도, 동맹국보다도 적의 동맹국을 더 상전으로 모시자는 노예근성의 이적성(利敵性) 발로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5000만 국민의 생명이 걸린, 자국의 핵심적 안보 정책의 결정에 적의 동맹국인 중국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발상(發想)은 조선시대에도 하지 못하였던 수준이다.
 
  시진핑의 냉담한 자세와 더불어민주당의 친중사대주의적 자세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현실감 있게 만든다. 북한의 핵무장과 중국의 경제력이 남한의 종북(從北)-친중세력과 결합될 때 한국이 과연 핵전무장해제 상태에서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버틸 수 있는가.
 
 
  自衛的 核무장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정은을 상대하려면 한국 지도자도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란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교전 중인 적이 핵무기를 가진 상황에선 우리가 못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지를 가진 대통령이 지금 청와대에 있다면 북핵 문제를 어떻게 요리할까? 먼저 세계를 향하여 이렇게 경고할 것이다.
 
  “한국은 교전 중인 적의 핵무장과 국제사회의 직무유기로 인하여 국가 생존의 위기를 맞았다. 이런 책임은 유엔안보리, 6자회담 당사국들, NPT 체제가 져야 한다. 미국의 핵우산도 믿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5000만 국민의 운명을 외국이나 이미 실패한 제도에 맡겨놓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것이다.”
 
  1. 그는 대한민국이 피해자임을 강조하고, 북진(北進)통일을 주장하였듯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핵무장의 권리가 있음을 선언할 것이다.
 
  2. 유엔군으로부터 국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압박한 것처럼 “1년 내로 북핵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NPT를 탈퇴하겠다”고 예고할 것이다.
 
  3. 공갈이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하여 반공포로를 석방하였듯이, 자위적 핵무장과 거국적 핵방어체제 건설, 그리고 NPT 탈퇴를 걸고 국민투표를 할 것이다.
 
  4. 압도적으로 가결되면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한국, 일본, 대만 등 비핵3개국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것이다.
 
  5. 미국이 말리고 나오면 고자세로 요구할 것이다.
  -미국이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국과 공동으로 관리하자.
  -한국 해역(海域)에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상시(常時) 배치하라.
  -선언적 핵우산은 믿을 수 없다. 핵우산, 즉 확장된 핵억제력 행사의 결정 과정에 한국이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자.
  -NATO식의 한미일 핵공유 제도도 검토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통일론으로 미국을 압박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얻었다. 핵무장론으로 당당하게 얻을 수 있는 국익의 메뉴가 많다. 이런 대전략의 출발점은, 북한이 주도하고 중국이 밀어주는 한반도의 핵게임 규칙을 바꾸는 일이다. 한국과 미국이 끌려다니던 판을 깨는 것이다.
 
  이런 일은 군인이나 관료나 외교관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프랑스의 클레망소가 이야기하였듯이 ‘전쟁은 군인에게 맡겨놓기엔 너무나 큰일이다’. 이런 대전략은 이승만 같은 위대한 정치인의 몫이다. 1950년대 말에 벌써 핵무기 제조를 위한 기술을 키우려고 원자력원을 만들고 시험용 원자로를 도입하였던 이다.
 
  63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힘없는 정부가 ‘자살도 우리의 특권’이라면서 휴전협정 반대를 밀어붙였고, 그 결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획득했는데 세계 5대 공업국, 세계 6대 수출국인 한국이 못 한다?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도 하는데 우리가 왜 못 하나. 벼랑에 선 국가와 국민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판을 깨야 산다
 
  ‘한반도의 핵게임’ 규칙을 바꾸려면 한국인의 행태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체제의 명운을 걸고 대전략적 승부를 걸어온 적을 상대로 한국 정부는 지난 30년간 대결 회피적, 전술적, 구경꾼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역사적 통찰과 철학적 결단을 내리고 전략적, 주체적, 창조적 대응을 하지 않으면 민족공멸을 각오해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
 
  국민들이 국가 생존의 문제에 봉착하였다는 위기감을 공유, 구경꾼 자세를 버리고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고 우리는 남북 화해를 모색하면 된다’는 식의 잔머리 굴리는 자세가 오늘의 핵위기를 부른 원인이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교전 중인 적이 핵무장을 하였지만 우리는 핵도 없고, 핵을 막을 방법도 없다. 이 공포의 불균형이 김정은을 유혹한다. 핵발사 단추를 누를 권한이 있는 자는 예측불능의 과대망상적 ‘정서 불안자’이다. 이 자가 지금 단추를 누르면 서울 상공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데 7분이 걸린다. 한국 경제력의 약 60%가 집중된 수도권이 파멸당하는 순간, 한국은 회복 불가능의 치명타를 맞는다. 원자폭탄이 발명된 지 71년, 그 어떤 나라도 이 정도의 위기에 봉착해 본 적이 없다.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의 결정적 차이는 선제 기습 공격의 효과이다. 재래식 무기로는 선제공격을 당해도 반격을 하여 승리할 수 있다. 핵무기는 선제공격을 당한 쪽이 반격력을 상실, 패배하는 정도가 아니라 멸망할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는 억지가 실패하는 순간 지구적 재앙으로 달려간다. 핵전략의 핵심은, 상대가 쏘지 못하게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얻어맞고도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온존(溫存)시키는 게 중요하다.
 
  김정은 정권의 네 번째 핵 및 장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통일대박론, 한반도신뢰프로세스, DMZ 평화공원 구상, 북핵해결을 위한 친중노선은 폐기하거나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정부는 ‘거국적 핵안보체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자위적 핵무장, NPT 탈퇴, 사드 배치, 다층적(多層的) 핵미사일 방어체제, 국민투표, 북한 지도부 무력화 공작, 한미 핵공유 제도 검토, 미국의 핵우산 약속 명료화 등 종합적 대책이 그 안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 방으로 막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자산과 대책을 종합해야 막을 수 있다. 핵무장한 상대를 선제공격하는 것은 핵공격을 부르는 자살행위가 될 수도 있다.
 
 
  ‘돈 對 核’으로 밀어붙여야
 
  한국이 강경하게 나와서 북한이 반칙하고 이를 중국이 감싸는, 불공정한 ‘한반도의 핵게임’ 규칙을 바꿔야 한다. 이러한 국가의지를 집약적으로, 충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핵무장 등을 건 국민투표로 압도적 국민여론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정당들도 북핵 대책이나 자위적 핵무장에 대한 공약을 제시, 총선과 대선(大選)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구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과 담판하자고 제의할 경우에 대비하여, 한국은 “우리의 참여가 없는 회담은 반대한다”고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킨 후 미북 담판을 통하여 핵 문제를 해결하자면서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이다.
 
  적의 비대칭 전략에 대하여 우리도 비대칭 전략을 써야 한다. 적의 핵을 우리의 경제력으로 무력화시키는 전략이다. ‘돈 대(對) 핵’이다. 핵을 막는 데, 김정은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돈을 퍼부어야 한다. 특히 우리가 가진 과학 기술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핵은 없지만 경제력은 44 대 1로 북을 압도한다. 우리의 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쳐야 이긴다.
 
  김정은을 표적으로 삼고, ‘한민족의 적’ ‘인류의 적’으로 규정,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된 일본이나 대만과도 협조한다. 비핵3국이 중국을 압박, 이란 수준의 제재를 북한에 강요하도록 해야 한다. 이란과 북한의 핵 협력 체제도 감시해야 한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는 미국이 기안(起案)하고 중국이 결재하는 식이다. 여기에 기대를 걸지 말고 한국은 미국 및 일본과 함께 별도의 대북제재를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적의 핵 및 미사일 실험 직후에 연속적으로 취한 휴전선상의 대북방송 재개, 사드 배치, 개성공단 조업 중단 조치는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대북 풍선 작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위적 핵무장론’은 기존의 판을 깨지 않으면 실현이 어렵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국가 생존 차원의 결단, 그 집약된 표현이다.
 
  서둘러 한반도에 공포의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망하고, 핵을 쓰면 먼저 죽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핵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면 한국은 덩치에 걸맞은 어른이 될 것이다. 자유통일의 길이 열리고 일류국가 건설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이는 신라 통일 이후 한민족(韓民族)이 두 번째의 황금기를 맞는 일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용감한 사람이 필요한 때이다. 핵 문제 해결의 주인공은 이승만, 박정희에 버금가는 역사적 위상(位相)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무모하게, 무식하게 나가는 게 가장 현명하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에선. 역사의 무대는 영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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