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전문가분석

대한민국 국방예산의 문제점

이명박·박근혜 정권 국방예산 증가율, 노무현 때보다 낮아

글 : 김광우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국방비의 1/3이 인건비… 사병을 절반 감축해도 4000억원 절감뿐
⊙ 모병제 도입해 사병 43만명에 月 180만원씩 지급하면 연간 9조2880억원 소요
⊙ 부사관 증원, 전문병사제 도입 등은 인건비 부담 가중시켜… ‘작지만 강한 군대’ 지향하는
    국방개혁 시급

金光佑
⊙ 58세. 중앙대 전기공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美 시러큐스대 행정학 석사.
    美 조지아대 행정학 박사.
⊙ 방위사업청 분석시험평가국장,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계획예산관·기획조정실장 역임.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퇴소하는 훈련병들. 약 43만명의 병사를 유지하는 데 연간 8234억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3% 늘린 263조1000억원으로 편성하고 지난 9월 이를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 중에서 국방예산은 38조9556억 원으로 금년보다 4% 증가한 규모이다. 내년도에도 세수가 부족하고 국가채무가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국방예산 증가율을 정부재정 증가율보다 1%포인트 더 높게 책정한 것은 국방예산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방예산에 대한 이러한 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돈에 쪼들리고 있다. 세상만사 돈이 없으면 무엇 하나 돌아가지 않는다. 우리 군도 예산을 배정해 줘야 군사력도 건설하고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복지도 증진할 수 있다. 딕 체니 전 미국 국방장관은 “현실 세계에서는 전략이 예산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전략을 조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군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것은 전략이라기보다는 국방예산이다. 따라서 국방예산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는 것이 전략수립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방예산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방예산은 정부 전체적인 재원(財源)배분에서 우선순위가 낮다. 정부재정과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 30여 년 동안 계속되어 온 추세였다.
 
  둘째, 국방예산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6%로 지나치 게 높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인건비 비율만을 가지고 볼 때 모병제 국가의 국방예산과 비슷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우리 군(軍)이 노동집약적 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중한 인건비 부담은 장병 사기, 복지, 군수지원, 시설 분야 등의 열악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는 군 외부적인 문제이고, 후자는 군 내부적인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 군이 진정한 선진 군대로 발전하기란 요원하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국방예산, 전체 예산의 14.5% 수준
 
   금년도 국방예산 37조5000억원(추경 제외)은 정부 전체 예산의 14.5%(일반회계 기준. 총지출 기준으로는 10.0%)이며 GDP의 2.35% 수준이다. 정부예산 중 보건·복지·고용 분야에는 115조원, 일반·지방행정에는 58조원, 교육에는 52.9조원이 각각 지출되어 국방예산 규모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그림 1〉 참조).
 
  GDP대비 국방비 비율은 한 나라가 국방에 투자하는 재정적 노력을 하나의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중반까지 이 비율은 대략 4~5% 수준을 유지해 왔다. GDP와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국방비 비율은 1980년대 들어서부터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그 추세는 2000년까지 지속되었다(〈그림2〉, 〈그림3〉 참조).
 
  1970년대 중반에 중앙정부 재정은 매년 약 30%씩 늘어났고 국방예산도 30~50%씩 증가했다.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국방예산의 비율은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1987년부터 GDP대비 국방비는 3%대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1987년부터 1992년까지 국방예산은 GDP 대비 3% 수준이었고 정부재정 대비 국방비 비율은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 정부재정은 매년 20% 이상 증가하였지만 국방예산은 10% 수준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예산의 많은 부분이 복지와 교육 쪽으로 흘러들어 갔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고 세계적으로 냉전이 종식되면서 한반도에도 금방 통일이 닥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고, 이는 국방예산 증액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 후에도 정부 예산편성 과정에서 국방비에 대한 배분 우선순위는 계속 낮아지기만 했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GDP대비 국방비는 2%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 정부재정은 매년 20%씩 증가했으나 국방비는 그 절반 수준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국방예산이 정부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국방예산, 정부재정 증가율의 절반 수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하의 경제위기는 우리 국방예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IMF 위기가 닥쳐온 다음해인 1998년의 국방예산은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를 했다. 전년대비 국방예산 증가율은 1998년 0.1%, 1999년 마이너스 0.4%였다. 국방예산이 줄어들 경우 우리 군의 대북 준비태세에 나쁜 영향이 미친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지만 당시 우리 경제는 너무나 힘들었고, 정부재정을 긴축할 수밖에 없었다. 국방예산도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부터 GDP 대비 국방비는 2% 후반, 정부재정 대비 국방비 비율은 14~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국방비에 대한 예산배분 우선순위가 낮아짐으로 해서 국방의 각 부문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장병 복지, 군수지원, 시설 등 전투준비 태세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곳부터 돈이 적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난 30~40년 동안 국방예산이 증가는 하였지만 정부재정 증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은 나아졌지만 우리 군만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아들을 군에 보낸 중년의 아버지들이 “지금 군대가 내가 군 생활할 때와 별 차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군과 사회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직접적인 원인이다.
 
 
  계속 줄어드는 국방비 비중
 
  지난 2013년 10월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새누리당)은 합참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진보정권, 좌파정권이라고 비난받던 노무현 정권은 자주국방을 위해 8.8%씩 국방예산을 증가시켰는데,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선 연평균 5.3%, 4.1% 증가에 불과하다.”
 
  이 발언은 보수정권은 좌파정권보다 국방예산 증가에 더 노력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 전제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지난 정부별로 정부재정(일반회계)과 국방예산의 5년 평균 증가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재임기간 중 예산을 편성한 연도를 기준으로 함).
 
  - ‌노태우 정부(1989~1993): 17%(정 부재정), 10.8%(국방예산)
  - ‌김영삼 정부(1994~1998): 14.7%(정부재정), 8.4%(국방예산)
  - ‌김대중 정부(1999~2003): 9.3%(정부재정), 4.9%(국방예산)
  - ‌노무현 정부(2004~2008): 8.7%(정부재정), 8.8%(국방예산)
  - ‌이명박 정부(2009~2013): 6.2%(정부재정), 5.3%(국방예산)
  - ‌박근혜 정부(2014~2015, 2년): 3.7%(정부재정), 4.2%(국방예산)
 
  간단한 통계지만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서는 정부재정 증가율이 비교적 높았지만 국방예산 증가율은 대략 그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정부예산 배분과정에서 국방비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경우, 국방예산 증가율은 정부예산 증가율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만 노무현 정부 5년간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은 8.8%였던 반면 이명박 정부의 경우 5.3%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반드시 노무현 정부가 국방예산에 대한 배려를 더 많이 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 때보다 이명박 정부 때가 정부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서 정부예산과 국방예산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경우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하여 2010년 정부예산이 1.1%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국방예산은 2.0% 증가하는 규모를 보였다. 나름대로 국방비에 대한 우선순위를 유지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국방예산은 정부 전체의 재정규모와 긴밀한 관계가 있고, 정부재정은 경제성장률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즉, 경제성장률이 높으면 정부의 예산규모도 커지고, 따라서 국방예산도 증가한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대통령이 집권한 5년 동안의 국방예산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낮다고 하면 당시의 경제적·재정적 여건과 안보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국방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국방예산, 중장기적으로 3~5% 증가할 듯
 
  그렇다면 중장기적으로 우리 국방예산 증가율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2~3%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재정과 국방예산도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액해 나가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장기적으로 국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3~5% 수준임을 단순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5년마다 대통령선거와 4년마다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볼 때 복지와 지역사업을 중시하는 예산 포퓰리즘이 심하면 심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는 매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국방예산안은 삭감하면서 지역구 사업을 챙기는 행태를 보여 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국방예산 확보에 긍정적인 정치적 여건을 기대하기 힘들다. 오히려 복지지출 등 정부 전체적으로 돈 쓸 데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국방비 증액에 불리한 요소가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장기 경제성장률, 복지예산 증액에 대한 압력, 늘어나는 국가채무, 그리고 정치권의 포퓰리즘 등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도 국방예산이 획기적으로 증가되기란 불가능하다.
 
 
  국방예산의 1/3 이상이 인건비
 
   이제 국방예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 지출에 대해 살펴보자. 2015년도 국방예산 중에서 급여와 급여 관련, 법정부담금은 13조5310억원이다. 법정부담금에는 군인연금 적자를 보충하기 위한 수지차 보전금 1조3431억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인건비예산은 국방예산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국방예산의 3분의 1 이상이 인건비로 나간다는 말이다. 무기도입에도 국방예산의 3분의 1을 지출하고 있다. 그러니 3분의 1만큼을 갖고 군수지원, 복지, 교육훈련, 시설 등에 쓰고 있는 셈이다. 우리 장병들의 복지와 군수지원 태세가 열악해 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은 약 25%이다. 모병제는 징병제보다 인건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보다 징병제인 우리나라의 경우가 국방예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 비율이 더 높다. 인건비 지출 구조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이미 모병제 국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인건비를 줄일 수 없는 상태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국방예산이 제대로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방예산(분모)에서 차지하는 인건비(분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GDP 2.4% 수준의 국방예산으로는 약 60만명의 군사력을 유지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힘들다는 점이다. 하지만 남북대치 구도 때문에 과감한 병력 구조조정이 힘든 것은 사실이다. 국방예산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면서 인건비도 줄일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장병복지 수준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육군부사관학교에서 훈련 중인 부사관 후보생들. 전력강화를 위해서는 부사관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
  그렇다면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건비는 누구에게 얼마나 지급되는 것일까? 장교, 부사관, 병, 군무원, 상근예비역 등에 대한 인건비가 국방예산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그림 4〉 참조).
 
  - ‌장교 인건비: 3조8967억원(전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율 36%)
  - ‌부사관 인건비: 4조5244억원(42%)
  - ‌병 인건비: 8234억원(7.6%)
  - ‌군무원 인건비: 1조4727억원(13.7%)
 
  군 인건비 중에서 부사관의 비중이 42%로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인건비 비중이 많은 것은 장교이다. 장교와 부사관 인건비가 군 전체 인건비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의무복무 병사 인건비는 전체 군인 인건비의 8%, 국방예산의 2%에 불과하다. 군무원 인건비는 1.5조원으로 병사 인건비의 두 배에 가깝다.
 
  만약 의무복무 병사의 숫자를 지금의 절반인 약 20만명 감축하더라도 절감되는 인건비는 400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국방예산의 1%에 불과하다. 인건비를 절감하려면 병보다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높은 장교와 부사관 숫자, 특히 부사관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만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징병제와 모병제
 
육군훈련소에 입영하는 장정들. 현재의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꿀 경우 9조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병 감축을 보완하기 위해 부사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북한과의 대치상태가 전혀 변하지 않는 가운데 전투준비 태세를 유지하며 첨단 무기체계를 정비, 관리하기 위해 병 감축을 대체하는 차원에서 부사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국방예산 측면에서 보면 이는 당장 예산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 언젠가 안보환경이 변화해서 한국군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가 다가온다면 병을 감축하기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하지만 부사관의 경우 대부분 직업군인으로서 정년을 보장받고 있으므로 갑작스럽게 정원을 축소조정할 수는 없다. 지금 부사관 정원을 늘려 나가는 것은 미래 한국군의 구조조정을 더욱 힘들게 할 수도 있다.
 
  2014년 발생한 육군 28사단 구타사망 사건 이후 사회 일각에서 “우리 군도 이제 모병제로 바꿀 때가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병제란 징병제의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같이 군인도 지원자 중에서 선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병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
 
  둘째, 전문화를 통한 정예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셋째, 군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든다.
 
  넷째, 병역과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하지만 모병제는 병사들이 사회 저소득층 자제들로 충원된다는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보현실을 고려할 때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다.
 
  징병제와 모병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복잡한 논의는 생략하고 예산 측면에서만 모병제를 살펴보자. 지금 당장 우리 군을 모병제로 바꾼다면 국방예산이 얼마나 더 필요할까? 우리 군에서 간부를 제외한 병은 대략 43만명이다. 앞으로 국방개혁 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감축될 수도 있겠지만 이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자.
 
  2015년도 병 봉급(월급)은 ▲병장: 17만1400원 ▲상병: 15만4800원 ▲일병: 14만원 ▲이병: 12만9400원 등이다. 하지만 병 봉급을 월평균 14만원으로 가정하면 다음과 같이 단순 계산이 나온다.
 
  병 43만명×월 14만원×12개월=7224억원
 
  즉, 2015년 병 인건비(급식·피복 및 법정부담금 제외)예산은 8200억원 규모로서 전체 국방예산의 약 2%이다.
 
  이제 모병제로 전환할 경우 병 봉급 지급 소요를 계산해 보자. 모병제가 된다면 희망에 의해 군에 입대한 병사들에게 사회 고졸(高卒) 초임(初任) 수준인 월 180만~190만원은 지급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하사 3호봉 보수 월액은 약 190만원이다. 병 봉급을 180만원으로 가정하여 단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병 43만명×월 180만원×12개월=9조2880억원
 
  이는 2015년 국방예산의 25% 수준이다. 즉, 우리 군을 병력감축 없이 모병제로 바로 전환한다면 금년도 국방예산은 37조5000억원에서 46조원으로 9조원 이상 증액하여야 하며 국방예산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은 40%를 훌쩍 넘는다. 물론 여러 가정 수치를 사용하여 단순 계산해 본 것이며 모병제에 따른 병영시설, 교육훈련 등 다른 비용요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모병제뿐만 아니라 전문병사 제도 등을 정책적 대안으로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제도이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병역제도는 국방예산의 경직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군수지원, 복지 등 군의 다른 부분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 뿐이다.
 
 
  군인연금 적자 메우는 데 1조3431억원
 
  군인연금도 사실상 국방예산에서 전액 지출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군인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8만4565명이다. 우리나라 군인연금 수급자(퇴역연금+유족연금+상이연금)의 연도별 숫자는 다음과 같다.
 
  1995년: 4만7471명
  2000년: 5만5418명
  2005년: 6만4577명
  2010년: 7만5677명
  2015년: 8만4565명
 
  이를 보면 1995년 이후 최근 20년 만에 연금수급자 수가 78%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중 직업군인의 정원은 크게 늘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평균수명 연장이 연금수급권자를 늘리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오는 2060년이 되면 군인연금을 받는 사람이 16만2000명이 된다는 예측도 있다. 지금보다 2배 증가한다는 전망이다. 그때까지 장교와 부사관을 합한 군 간부 규모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한 세대 후에는 군인연금 수급자가 간부 숫자에 근접하게 된다.
 
  군인연금 적자보전을 위해 국방예산에서 지원하는 수지차 보조금은 2001년 5514억원에서 2011년 1조2266억원, 2015년 1조3431억원으로 늘어났다. 2001년 이후 15년 만에 2.4배 증가하였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중장기 경제성장률이 과거보다 많이 낮을 전망이라면, 그리고 정부재정과 국방예산의 획기적인 증가가 어렵다고 하면 군인연금 적자 보전금이 국방예산에 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군인연금 규모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군인연금 적자를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장교와 부사관의 숫자를 줄여 나가야 한다. 군인연금 지출 측면에서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가 국방개혁을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작지만 강한 군대’로 군 구조를 바꾸어 나가야 20~30년 후에 군인연금 적자규모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연금이 그러하듯이 군인연금의 경우에도 단기 개혁은 절대 불가능하다. 장기적 계획을 잘 수립한 후에 정부가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와 군인연금 적자규모를 줄여 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 자녀 세대들은 국방예산에서 차지하는 의무지출이 증가하여 예산의 경직성은 가중되고 새로운 무기도입 등 전투력 발휘에 필요한 예산은 제대로 지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국군의 살림살이는 가난한 흥부집 연상
 
  여기서 우리의 전래소설 〈흥부전〉 이야기를 해 보자. 흥부전에서 흥부네 집은 찢어질 듯하게 가난하였다. 흥부네가 못살았던 이유는 뭘까?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흥부의 수입이 별로 없었다(물론 상속 재산을 놀부가 모두 챙긴 이유도 있지만). 둘째, 흥부의 자식들이 너무 많았다. 흥부네 살림살이의 문제점은 가계수입이 원래 적은 상황에서 자식이 너무 많아 가족 모두가 제대로 입고 먹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흥부네가 잘살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별다른 기술도 없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도 없던 흥부가 갑자가 큰돈이 생길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흥부네는 자식들의 숫자를 줄여야 했다. 빨리 시집이나 장가를 보내야 한다. 그렇다면 흥부의 자식은 몇 명일까. 여러 가지 버전에 따라 다르겠지만 흥부의 자식은 스물다섯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놀부의 자식이 몇 명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놀부가 동생 자식 많다고 흥부를 지독하게 구박한 것도 가정 살림살이 측면에서는 아주 터무니없는 주장만은 아니다. 살림살이의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 국방예산은 흥부네 집과 비슷하다. 지출소요는 많은데 국방비(가계수입)가 제대로 증액되지 않다 보니 군대(흥부네 가족) 전체가 가난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 국방비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여 나가든가, 아니면 국방비를 지금보다 대폭 증액시켜 나가야 한다. 후자 쪽이 힘들다면, 인건비 축소를 위한 5개년계획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다.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국방비가 4~5% 수준을 상회하여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앞으로 국방비 증가분의 절반 이상은 인건비로 지출될 것이 뻔하다. 나머지 증가분을 가지고 군수지원, 시설, 복지 분야 등에서 새로운 사업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우리 군의 살림살이는 계속 어려워지기만 할 것이다.
 
 
  역대 정부의 국방개혁은 실패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2039년이 되면 연금을 포함한 인건비가 전체 국방예산을 집어삼킬 것이다. 우리는 산채로 잡아먹히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레이건 행정부 때 국방차관보를 지낸 로런스 코브는 “(국방예산에서) 늘어나는 급료와 연금, 의료보험 부담이 거대한 폭풍이 돼서 불어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방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미국 국방부가 인건비 때문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강 건너 불로만 보일 수 없는 경고성 사례라고 하겠다.
 
  지금과 같은 우리의 정치·경제적 여건과 정부재정 구조하에서 앞으로 국방예산의 획기적인 증가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장교와 부사관 봉급 및 군인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를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남북대치 구도하에서 군인 정원을 크게 조정한다는 자체가 선택할 수 없는 모험일 수도 있다.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없는 딜레마적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제대로 된 국방개혁뿐이다. 국방부는 다른 부처와 달리 개혁실을 상설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국방개혁을 강조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지난 정부들이 강조해 온 국방개혁의 목표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작지만 강한 군대(slim but strong) 만들기’였다. 전투력 발휘에 도움이 안 되는 군살은 빼고 우리 군을 인력집약형에서 인력절약형 및 자원집약형 군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지난 정부들의 국방개혁은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군의 인력운영과 예산집행 과정에서 낭비적 요인을 찾아내어 인건비를 줄이고, 무기도입과 장병복지 및 군수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나가야 한다. 전투준비 태세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조직과 인력은 과감히 폐지, 삭감해야 한다. 이 세상에 복잡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비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평범한 원칙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비결일 것이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군살빼기(불필요한 인력감축)에는 굳은 결심과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
 
  흥부는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군의 경우 갑자기 예산을 늘려 주는 그런 제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 국군을 위해 우리가 기대할 것은 제대로 된 국방개혁밖에 없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4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