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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20대 애국심’의 뿌리를 들여다보니

“내 것을 뺏기지 않겠다는 생각이 출발점”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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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역 연기 장병에 대해 ‘대단’ vs. ‘한심’ 극과 극
⊙ “지뢰로 다리 잃은 장병 나일 수 있다”
⊙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 무엇(이번에는 북한)이 싫다”

취재지원 : 文智垠 月刊朝鮮 인턴기자
경기도 파주에서 1사단 장병들이 휴전선 철책을 점검하는 모습.
  북한의 포격도발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감돌았던 지난 8월, 전역을 앞둔 장병 87명이 스스로 전역을 연기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자진 입대하겠다는 20대들의 글이 국방부 홈페이지에 연일 올라왔다. ‘전쟁이 나면 참전하겠느냐’는 국민안전처 설문조사에서 20대의 78.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성세대들은 20대에 크게 감동한 모습이다. 60대의 가정주부 이정자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나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든든하고, 나라에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다”며 “올 들어 본 뉴스 중에 가장 뿌듯한 뉴스였다”고 말했다. 40대의 직장인 김도형씨는 “군대라는 곳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전역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곳인데 스스로 남겠다고 결정했다니 대단하고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신문에는 ‘20대의 안보의식’, ‘20대의 달라진 대북(對北)관’ 등을 주제로 한 글이 이어졌다.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안보의식이 강한 걸까, 갑자기 애국심이 충만해진 것일까.
 
  《월간조선》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갓 제대한 20대, 예비역 5~6년 차에 접어든 20대 직장인 등 30여 명에게 이번 일을 물었다. 이들 30명을 20대의 대표 표본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얘기 속에는 분명 공통분모가 있었기에 소개한다.
 
 
  “전역 연기라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 대단”
 
김요환 육군참모총장과 전역연기 장병들이 지난 8월 28일,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격려행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40대 이상 소위 기성세대들이 전역 연기 병사들에게 대해 ‘대단하다’, ‘기특하다’를 많이 보였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20대의 시각은 정확히 둘로 나뉘었다. 이들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보내는 이들의 대화다. 김웅천(23세·7월 의경 전역), 이민규(23세·4월 육군 전역), 김승범(23세·7월 공군 전역)씨의 얘기다.
 
  김웅천씨: 처음에 뉴스로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저렇게 하지?’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이민규씨: 나 같으면 안 했을 텐데….
 
  김승범씨: 대단한 일을 했죠.
 
  김웅천: 진짜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 것 같아요.
 
  이민규: 사실 말년이 되면 하루하루가 고통이거든요. 시간이 너무 안 가요. 그거를 연기하겠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죠. SNS에 전쟁 나면 입대하겠다고 군복 사진 올리는 애들보다 더 현실적이고 진짜 나라를 위하는 거죠.
 
  김웅천: 군대에서 처음에는 모든 일이 새롭고 신기해서 시간이 빨리 갔는데, 하도 2년 동안 똑같은 일만 반복하니까 시간이 너무 안 가요.
 
  김승범: 저는 3군(軍)이 같이 있는 곳에서 근무했어요. 공군이 복무 기간이 길다 보니까, 마지막으로 근무할 때 동기들은 다 나간 상태예요. 육군 동기들은 이미 전역하고, 그럼 같이 놀 친구들이 없는 거예요. 시간도 안 가고, 왕따가 되고.
 
  김웅천: 솔직히 전역 연기라는 것을 생각해 내지조차 못했을 거예요. 같은 상황이었다면 ‘제발 이대로 평화롭게 끝나라’ 기도를 했을 거예요. 전역 연기라는 것을 생각해 낸 자체가 정말 대단한 사람들 같아요.”
 
  군대를 아직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윤주만(23세·학사장교 입대 예정), 전민기(20세·육군 현역 입대 예정), 백승일(23세·공익근무요원 예정)씨의 얘기다.
 
  전민기씨: 군대를 안 가서 전역이라는 느낌은 잘 모르겠지만, 얼마나 그날만을 기다렸겠어요. 아마 며칠 남았나, 그것만 세고 있었을 텐데 대단하죠.
 
  백승일씨: 군대가 분명히 끝이 정해져 있어도 가야 한다는 게 엄청난 부담이거든요. 저는 공익이라서 애들하고 군대 얘기를 잘 안 하는데 현역 가는 애들을 되게 많이 챙기는 편이에요. 되게 짠해서. 일단 다 포기하고, 다 두고 가는 거니까. 그런데 군대에 남겠다고, 이거를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의 미담이죠.
 
  윤주만씨: 개인행동이었지만 뭔가 협동하는 마인드나 부대원들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을 것 같아요.
 
  현모(23세·8월 육군 전역)씨는 “전역을 연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쟁이 언제 날지 모르고, 만약 전쟁이 나면 어차피 부대로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미국 애틀랜타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김창인씨는 이 당시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만약에 잘못되면 다시 한국 가려고 뉴스를 봤다. 군 복무 때 천안함, 연평도 다 겪어 봤는데 그때보다 상황이 심한 것 같아서 뉴스를 주의해 봤다”고 말했다.
 
 
  “전역 연기 장병 보면 한심”
 
  전역을 연기한 장병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20대의 직장인 4명을 카카오톡(이하 카톡) 방으로 불렀다. 조모(29세·육군·예비역 6년차), 박모(28세·육군·예비역 5년차), 이모(25세·육군·예비역 1년차)씨의 얘기다.
 
  조씨: 일단 대단하다고 생각했고요. 예비역 6년차인 입장에서 볼 때 나였으면 이랬을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라면 전역합니다.
 
  박씨: 전역합니다. 사실 병장이 많으면 밑에 후임들만 더 피곤해지거든요. 나갈 사람은 나가야죠.
 
  이씨: 전역합니다.
 
  조: 나만 전역한다는 줄 알고 민망할 뻔.
 
  이: 어차피 전역하나 안 하나 1년차 예비역이면 전쟁 나면 자동입대거든요. 굳이 전역을 미뤄 가며 남을 합당한 이유가 없습니다.
 
  또 다른 이모(23세·1월 육군 전역)씨의 얘기다.
 
  “전역 연기 장병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주변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미쳤다고 말할 정도예요. 현대전에서 보병 80명이 늘어난다고 해도 전투력이 늘어나지 않아요. 사실 군대에 다녀오면 군에 대한 신뢰를 잃고 오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왜 굳이 하루라도 더 있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지금 군인인 친구가 말했는데 ‘이미 상황이 해결됐는데 부대 차원에서 미담을 만들기 위해서 전역 연기를 독려했다’고 하던데요. 저부터 전역을 제때 했을 것이고, 동기가 전역 연기한다고 하면 말렸을 겁니다.”
 
  최모(25세·2014년 2월 의무소방원 전역)씨는 “솔직히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직업군인이 해야 할 일을 왜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애국심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했다.
 
  이모(23세·7월 공군 전역)씨의 얘기다.
 
  “전역 연기를 신청한 게 말년 병장들인데 사실 말년 병장은 부대 내에서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전역 연기 얘기가 나왔을 때는 이미 협상이 끝날 때였습니다. 어차피 전역 연기를 해도 추가 복무 기간이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을 겁니다. 다른 장병에 비해 몸과 마음이 편한 말년 병장이 아니었으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습니다.”
 
 
  “전쟁 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군대 복무규정집부터 뒤져 봐”
 
  ‘전역 연기 장병’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과 극이었다. 기성세대가 어떤 이유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20대의 공통적인 의견을 찾기 어려웠는데,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20대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기성세대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현상이나 사람을 보려 합니다. ‘사람이 사는 게 거기서 거기지’,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인데’라는 식(式)입니다. 하지만 20대는 획일화한 공통분모로 세상을 보지 않습니다. 가령 ‘눈 두 개, 코 하나인 것은 맞지만 다 다르게 생긴 것이 아니냐’는 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면 공통적인 가치나 시각이 아니라, 각자 자기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해석을 합니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의 일치를 보기 어려운 세대입니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역시 “20대는 모든 것을 사사건건(case by case)으로 접근한다. 따라서 전역 연기라는 똑같은 상황도 각자 자기의 기준에 맞춰서 잘했다, 못했다는 등 자기의 해석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남북 대치 상황이 20대들 사이에서 굉장히 ‘핫’한 이슈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통상 이런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면 ‘그런 문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나온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20대들은 이번 남북 대치 상황을 모두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할 말을 쏟아 냈다. 김웅천, 이민규, 김승범씨는 “일촉즉발의 위기 당시에 남자들 사이에서는 온통 이 얘기뿐이었다”고 말했다.
 
  김웅천: 저희가 2년 안 되게 복무하고 나왔는데 10년으로 늘어난다니까. 다들 그것부터 말했어요.
 
  사회: 10년으로 늘어난다는 게 무슨 말이죠.
 
  김웅천: 21개월로 군 복무가 끝났는데 전쟁 나면 10년 동안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민규: 저는 전쟁 날지 모른다는 얘기 듣고 규정부터 뒤졌어요. (전쟁 발발) 몇 개월 전에 전역한 사람부터 복무 기간이 늘어나나 싶어서요. (전역한 지) 6개월 이내에 전쟁이 나면 전시(戰時)에 소집돼서 복무를 해야 하는데 10년 조금 안 되는 기간으로 돼 있더라고요.
 
  김웅천: 일 터지고 친구들끼리 다 그 얘기만 했어요. 남자들끼리 있는 카톡방은 다들 그 얘기뿐이었죠. 불려 가는 사람, 안 불려 가는 사람 나뉘어서 안 불려 가는 사람이 불려 가는 사람 놀리고 그런. 제대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을 은어로 ‘짬찌’라고 하거든요. 군대 밥을 ‘짬’이라고 하니까, 아직 그 물이 안 빠진 사람들인데 ‘짬찌’들은 다 끌려가는 거죠.
 
  김승범: 전역한 지 6개월 안 된 사람들은 침울했죠. 카톡방이 여러 개인데 다 그 얘기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인터뷰이 20대 중에서 ‘만일 같이 입대한 장병이 전역 연기를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남을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대로 그 장병을 설득하겠다는 응답도 있었으나, 일부였다.
 
  윤형호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까지 부대 지휘관을 했고, 지난 2012년에 전역했다. 윤 교수의 얘기다.
 
  “전역 연기 장병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기계부대 지휘관을 맡았는데 경험이 적은 사병이 탱크를 몰면 사고가 나기 십상입니다. 전역을 앞둔 병장이 사고를 우려해 전역을 연기하는 일이 있었죠. 이번에는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전역을 연기해 화제가 됐습니다만. 요즘 젊은이들을 캠퍼스에서 만나 보면 자기들이 옳고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엄청난 몰입도를 보입니다. 쉽게 말해 ‘필이 꽂히면’ 달라집니다.”
 
  —자기가 먼저 제안할 수는 없지만, 같은 부대 병장이 전역 연기를 하면 따라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요.
 
  “병사들이 목숨 바쳐 싸우는 것은 전우가 총 맞아 죽는 순간부터입니다. 이때부터는 병사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군대라는 조직은 극한의 상황에서 집단적 조직력, 즉 의리로 나타납니다. 무조건 지켜야겠다는 것이 동기화의 시작입니다. 집단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관이 사병들에게 인간적으로 대하고, 유대감을 돈독하게 하면 흔히 말하는 강한 부대가 되는 겁니다.”
 
 
  군인에 대한 처우 문제에 공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6일, DMZ 지뢰도발로 인해 부상을 당한 육군 하재헌 하사를 격려하고 있다.
  ‘전역 연기’ 장병에 대해 극과 극의 시각을 드러냈던 20대의 인터뷰이들은 ‘남북 대치 상황’과 ‘목함 지뢰’ 사건에 대해서는 90% 이상 같은 목소리를 쏟아 냈다. 특히 목함 지뢰로 인해 다리를 잃은 장병에 대해 몹시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C(23세·1월 육군 전역)씨의 얘기다.
 
  “지뢰에 다리를 잃은 장병들은 정말 안됐어요. 그 장병이 내가 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상당한 군인에 대한 처우는 정말 불만족스럽습니다.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같은 부대원이 드럼통을 옮기다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민간병원이라 치료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L(23세·7월 공군 전역)씨는 “지뢰로 다리를 잃은 장병들의 태도에 놀랐다. 지뢰 때문에 발목이 사라졌는데 첫 얘기가 ‘다른 장병들은 괜찮냐’였다고 한다. 만일 나였다면 충격이 너무 커서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방에서 근무한 이들은 이번 일을 보다 자신의 일로 받아들였다. H(23세·8월 육군 전역)씨는 “전방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게 충분히 나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회에 나가서 할 일이 많은 젊은이들인데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군대를 가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주제는 할 말이 많은 이슈였다. 윤주만, 전민기, 백승일씨의 얘기다.
 
  윤주만: 나라를 지키러 가는 건데 군인들에 대한 예우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전민기: 맞아요. 확실히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면 이해를 하겠는데 이건 뭐 아예 기본이 안 되니까.
 
  윤주만: 이번에 지뢰 폭격당한 장병들한테 한 달까지만 책임져 준다면서요. 법 개정이 됐는데 결국 그 두 명은 보상 못 받는다면서요.
 
  백승일: 병원비는 내준다 그러지 않았냐? 다시 정정해서. 남자들끼리는 지뢰 얘기가 젤 많이 나와요. 정말 얘네 어떡하지, 어떡하냐….
 
  전민기: 얘네 어떡하냐. 그리고 우리는 어떡하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군대를 갓 전역한 이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전역한 지 짧게는 한 달에서 5개월 차인 김웅천, 이민규, 김승범씨의 얘기다.
 
  김웅천: 정말 북한에 화가 났고 정부에 화났어요. 지원을 해 주는데 한 달뿐이고, 나머지는 사비로 하라니까. 다리를 잃은 게 나라를 위해서 봉사하다가 그렇게 된 건데, 나라에서는 책임져 주지 않고 버리는 것을 보고 많이 안타깝고 화가 났어요.
 
  이민규: 보상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진짜 재수 없어서 그렇게 된 거잖아요. 그게 분명히 나일 수도 있는 거고.
 
  김승범: 이게 군필과 미필의 차이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미필이었다면 ‘불쌍하다’, ‘쟤네 어쩌냐’ 정도였을지 몰라요. 그런데 군필 입장에서는 화부터 나는 거예요. 그게 나였을 수 있는데, 다 우리 후임이고, 선임이고. 그러니까 정말 화부터 나는 거죠.
 
  인터뷰에 응한 한 대학생은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언론에서 다리를 잃은 장병들이 ‘괜찮다’는 것만 왜 자꾸 보도를 하냐. 차라리 그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얼마나 불편한지 그런 것 좀 보도해 달라”고 말했다.
 
 
  “전쟁은 내 일… 어른들이 왜 이래라저래라 하나”
 
  20대의 마음속에서 ‘목함 지뢰로 다리를 잃은 장병=나’, ‘장병 병원비를 못 대 준다는 정부=나의 반대파’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20대는 3포 세대, 5포 세대 등 세대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험을 공유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강한 동질감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집단 간 갈등에 관해 유명한 실험인 로버스 케이브 실험(Robbers cave experiment)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고 했다. 케이브 실험(1966년)은 여름 캠프에 참가한 소년 22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고, 여러 집단활동을 통해 승자만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유도한 실험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상대 집단의 구성원들을 헐뜯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결국 두 집단은 서로 상대방 집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상대방을 한쪽으로 치우쳐 평가했다. 황 교수는 “목함 지뢰로 다리를 잃은 사람은 나 또는 나와 비슷한 시절에 군대에 다녀온 동질감을 느끼는 동료로 보기에, 치료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듣는 순간 정부에 대해 나와는 반대편인 나쁜 집단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의 시각 역시 비슷했다.
 
  “20대는 철저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번에 20대의 행동을 두고 안보의식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안보의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20대는 자기들을 불편하게 하는, 혹은 불안하게 하는 그것이 싫은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불편한 요인을 없애고 싶은 겁니다. 이번에는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이 북한입니다. 그러니 불편한 요인, 즉 북한을 없애겠다고 나온 겁니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는 겁니까.
 
  “물론 일부는 기성세대 식의 애국심이 있겠지만, 대다수는 아니라고 봅니다. 20대는 자기 자신이 판단해서 자기 이성에 따라 움직입니다. 20대는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합리성이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이익’이 그 합리성의 근거입니다. 서구화한 것인데, 하지만 20대는 내 이익이 중요한 만큼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과거 20대와의 토론에서 음주운전은 절대 하면 안 되지만, 지하철에서 자리양보는 안 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정확합니다. 이들은 지하철에서 등산가방을 멘 노인들이 앞에 있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등산을 할 정도인데 내가 굳이 비켜줘야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노인에게는 자리를 양보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내 이익이 침해되니까요. 하지만 음주운전은 나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역 연기 장병’을 두고 잘했다와 이해 못하겠다는 정반대의 답이 나오던데요.
 
  “다들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서 그런 겁니다. 20대는 자유민주주의나 이데올로기 차원에서 어떤 문제를 접근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나와 내 지역, 내가 속한 사회와의 연관성을 따집니다. 내가 정당하게 추구하는 이익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해 목숨 걸고 지키는 겁니다. 만일 이번 일을 보고 기성세대들이 충무공 이순신의 정신과 같은 것을 20대에게 기대했다면, 접근법이 틀린 겁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의 얘기다.
 
  “20대는 이번 남북 대치 상황의 당사자가 본인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이 도발해서 전쟁 나면 현장에 있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이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병력이 앞서고, 미국이 있는데 왜 자꾸 당사자가 아닌 어른들이 싸우지 말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번 대치 상황의 당사자는 20대였다고 철저히 생각하는 겁니다.”
 
 
  “이념으로 무장돼 싸우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인터뷰를 하러 나온 20대들의 대부분은 ‘애국’, ‘국가’라는 단어에 대해 생소함을 표현했다. ‘광복 70주년인데 국가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20대 전역 연기 장병들에게 남다른 애국심이 있었을까’ 등의 질문에 대해 피식 웃어 버리는 이들이 많았다.
 
  H(28·육군·예비역 5년차)씨는 “전쟁이 나면 싸워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생존욕구가 더 클 것 같다. 만약 전쟁에 나간다면 그건 국가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내 가족, 내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 같다”고 말했다.
 
  육군 중위 출신으로 예비역 2년차인 조모씨는 “국지전이면 열심히 싸워야 할 것 같기는 하다. 애국심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이 기성세대에서 말하는 애국심과 같은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 전역한 김승범씨는 “애국심은 결국 소속감에서 나온다고 본다. 내가 소속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기보다는 나, 우리집, 우리 마을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육군 출신 예비역 5년차 조모씨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 내 주변을 위해 싸워야 한다. 목함 지뢰 장병들에게 하는 것을 보면 밉지만, 그래도 내 나라이고 내가 대한민국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지키려는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거시적인 애국심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성호 중앙대 교수는 “몹시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의 얘기다.
 
  “1966년 런던올림픽 축구에서 소련이 준결승전에서 영국에 졌습니다. 그때 소련 감독이 ‘머리 기르고, 난잡하고, 그런 영국애들이 어떻게 이념으로 무장된 우리를 이길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그때 영국 팀 감독이 ‘얘들은 빵을 위해 싸운다’고 말했습니다. 기성세대가 20대들의 인터뷰를 보고 그들 마음속에 우리가 생각하는 애국심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20대는 보수의 상징인 전원책 변호사와 진보의 상징인 진중권씨를 동시에 좋아하는 세대입니다. 자기들 생각에 논리적으로 말이 되고, 합리적이면 되는 겁니다. 이들의 내 가족을 지킨다는 생각이 건강하고, 우리나라의 희망이라고 봅니다. 이념으로 무장돼 싸우는 것이 올바르다는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바꿀 때입니다.”
 
 
  “정치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될 수 없는 20대”
 
  황상민 연세대 교수의 얘기다.
 
  “20대의 이번 전역 연기와 자진 입대를 보고 20대가 386, 486 세대와 달리 보수화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에 놀랐습니다. 20대는 보수, 진보의 개념이 없습니다. ‘내 것은 확실하게 지킨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 이번 경우입니다. 만일 보수층에서 ‘20대는 우리와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입니다. 20대는 누군가, 혹은 그 무엇이 자기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상대방을 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내 밥그릇을 뺏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북한에 대한 적개심보다 더 큰 반감이 기성세대를 겨냥할 겁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의 시각도 비슷했다.
 
  “20대를 두고 흔히 자유롭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자유롭다고 해서 원칙, 생각이 없는 세대가 아닙니다. 오늘날의 20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원칙을 중요시하고, 또 그 원칙이 타당한가를 따집니다.”
 
  —이번에 보여준 20대들의 행동은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자신들이 생각하는 원칙에 맞다고 생각한 겁니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서 물러서지 않고, 밀리지 않고 원칙대로 했다고 평가하기에 긍정적으로 보는 겁니다. 70대가 안보, 경제에 휘둘리고, 386세대가 민주화에 목을 맸다면 20대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세대로 보입니다. 여야, 보수, 진보, 이런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로 보는 겁니다. 이들의 관심은 나의 이익, 그리고 나를 둘러싼 공동체적 발전에 있습니다.”
 
  —원칙과 룰이 그 어떤 세대보다 중요하다는 거군요.
 
  “원칙이 타당한가, 그리고 그대로 실천되느냐를 봅니다. 따라서 이들은 정치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20대가 중요시하는 것은 내가 편한 것, 그리고 일정 수준의 생활입니다. 자신들이 판단하기에 일정 수준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청년실업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겁니다. 과거에 국가, 안보 등 거시적인 틀에서 현상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미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SNS 군복 인증샷, 처음엔 괜찮더니 나중에는 도 지나쳐”
 
페이스북의 ‘좋아요’ 아이콘. 20대는 ‘좋아요’ 클릭수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즈음, 페이스북에는 일명 ‘군복 인증샷’이 화제였다. 제대한 20대들이 군복, 군화를 사진 찍어 올리면서 ‘전쟁이 나면 바로 달려가겠다’고 하는 글이었다. 전역 연기 장병 못지않게 기성세대들이 감동했던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해 20대들의 생각은 달랐다.
 
  7월에 공군에서 전역한 이모씨는 “SNS의 군복 인증은 초반까지는 괜찮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도가 지나쳤다. SNS의 특성상 보여주기 식인 것도 있지만 그런 글을 올린 사람이 한심해 보였다”고 말했다. 20대들의 대화다.
 
  백승일: 페북에는 관종이 너무 많아서….
 
  사회: 관종이요?
 
  백승일: 페북 같은 SNS에서 관심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관심종자’라고 불러요. 진짜 마음이 있으면 국방부에 전화해서 입대한다고 해야죠.
 
  윤주만: 아예 머리 밀고 전화했어야지.
 
  백승일: 처음에는 군화랑 군복 사진 딱 올린 다음에 ‘몇 부대 누구입니다’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오빠가 지켜 줄게’. 뭐 이딴 애들 때문에 한심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놈의 ‘좋아요’가 뭐라고.
 
  사회: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횟수가 높으면 좋은가요.
 
  전민기: 약간 좋아요. 나만 혼자 있는 건 아니다, 이런 느낌 들고요.
 
  백승일: 내 의견에 동조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싸움 났을 때 안 말리고 그 싸움 동영상으로 찍어서 ‘좋아요’ 횟수 올리는 그런 애들, 걔들이 관종이거든요. 이번에 SNS 인증샷 대부분 그럴걸요.
 
  윤주만: 어차피 페북 자체가 관종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SK 특채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의견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들. 기사 안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은 뜻하지 않은 혜택을 받게 됐다. 장병들이 속한 대학교들은 이들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동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은 이들 장병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20대의 생각은 다 달랐다. 그런데 군대를 갓 제대해서 학교로 복학한 이들 중에서는 “배 아프지만, 그럴 만한 대우다”고 말한 이가 꽤 됐다. 반면 20대 후반의 직장인, 군에 입대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몇몇은 “해당 그룹에 입사시험을 준비 중이라 익명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 회사의 채용을 안 좋게 보는 그룹의 입장이다.
 
  A씨: 이건 좀 아니죠.
 
  B씨: (전역 연기 장병들이) 염두에 두고 한 일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아요. SK가 장병들을 채용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되게 모욕적인 거죠.
 
  C씨: 솔직히 SK가 불쾌해요. 최태원 회장(이하 존칭 생략)이 나온 것(사면을 얘기함)에 대해 사람들이 불만이 가득했는데 때마침 이게 터지니까 덮으려고 하는 게 빤히 보여요. 인터뷰 내용도 보면 ‘최태원 회장이 지시했다’고 했잖아요.
 
  B: 진짜로 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어요. 그런 혜택으로 입사하면 처음에는 좋겠죠. 그런데 나중에 끝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제가 만약 SK에 최근 입사를 했거나 SK 입사를 원하는 경쟁자라면 그 사람들이 들어오는 게 굉장히 안 좋게 보일 것 같거든요.
 
  A: 낙하산이라는 이미지가.
 
  C: 엄마, 아빠가 뉴스를 보면서 ‘대단하지 않냐. 쟤네 다 채용한대’ 이러시는 거예요. 저는 되게 비난했어요. 최태원을 풀어 줘서 일부러 이러는 거 되게 불편하다, 일종의 물타기 같다고요.
 
  B: 대기업 입사 진짜 힘들게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그렇게 객관적인 기준은 아니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A: 청년실업이 이렇게 흘러 넘치는 상황에서 80개의 일자리가 그렇게 회장 말 한마디면 만들어질 수 있는 건가 라는 어이없음도 있고. SK가 갑자기 80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청년실업이 이 사회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문제였나 싶고. 우리는 지금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어이없음이죠.
 
  아예 더 노골적인 표현으로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2014년 2월에 제대한 최모씨는 “학교랑 군대랑 무슨 관계인가. 누군가가 군대에 더 있는다고 해서 학교가 짝짜쿵을 맞춰 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국 사회는 안보, 정치, 학교의 문제를 뭉뚱그리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사회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의견도 있었다. 그들의 대화는 이랬다.
 
  D씨: 부럽지만 맞는 건 맞다고 생각해요.
 
  E씨: 괜찮다고 생각해요. 국가에서 명령을 해서 남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남은 거잖아요. 나라를 위해서 목숨 바친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하는 것이 당연하듯, 사적으로 기업들이 알아서 해 주는 건 좋은 방법 같아요.
 
  F씨: 배 아프기는 한데, 반대할 생각은 없는 거죠.
 
  사회: 만일 최종까지 갔는데 그 친구가 붙고, 내가 떨어진다면요.
 
  E: 화는 나겠지만 따질 수는 없다고 봐요.
 
  D: 저는 기업에서 뽑아 주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희 누구도 그 상황에서 ‘연기’라는 생각을 해 내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그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발상이 다른 거거든요.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되니까 충분히 뽑을 만하다고 봐요.
 
  E: 그것도 하나의 스펙이라면 스펙으로 봐야죠. 거기서 밀려서 떨어진 거니까 할 말이 없는 거죠.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나와의 연관성을 중시하는 20대의 사고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갓 전역해서 학교로 돌아간 이들은 아직 군대에서의 힘들었던 경험이 강하고, 취업에 대해 절실하지 못합니다. 반면 취업 준비생이거나, 오랜 고생 끝에 취업한 이들은 ‘SK의 채용’을 자신의 상황에 맞춰 보는 겁니다. SK그룹은 기성세대의 논리로 ‘장병들을 받아들인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홍보했죠. 하지만 지금 SK에 들어가려고 하는 20대가 보면 그들을 거룩한 영웅이나, 희생이라고 인정하기 어려운 겁니다. 그러다 보니 SK의 채용이 당연히 불공정하고, 회장 마음대로 사람을 뽑지만 좀 심하다는 심리가 생기는 겁니다.”
 
  흔히 젊은 세대를 두고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서 참을성이 없다’, ‘나약하다’고 폄하한다. 기성세대의 이런 시선에 대해 20대들은 절반은 ‘맞다’고 했고, 절반은 동조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군에서 전역을 연기한 장병 87명은 우리 사회에 내재된 ‘남남 갈등’을 잠재우는 데 일조를 했다.
 
  박찬구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새로운 시각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일선 사병 근무여건 개선 작업에 민간인 자문관으로 함께 활동했다. 박 교수의 얘기다.
 
  “최근 1년 사이에 일선 사병의 근무여건, 지휘관의 태도가 획기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과거 군대가 장병들에 대해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고, 따라서 이들이 국방부 시계만 쳐다봤던 시절에서 벗어난 겁니다. 젊은이들의 군대, 북한에 대한 철학이 바뀐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더 있어도 되겠다’, ‘이런 지휘관, 동료라면 같이하자’는 상하 신뢰관계가 구축돼 전역 연기가 됐다고 봅니다.”
 
  홍문기 한세대 교수는 “20대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애국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실망스러워할 필요가 없다”며 “20대로 인해 대한민국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의 얘기다.
 
  “20대는 극단적인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세대입니다. 이는 축복이고, 행복이죠. 일제 치하에 살고, 6·25 전쟁을 겪고, 군사독재를 체험한 것이 기성세대입니다.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니들이 뭐를 알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그런 극한 경험을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독재 항거, 기아, 전쟁을 통한 미움은 결코 인간에게 좋은 경험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들이 그런 경험이 없다고 해서 약하고, 참을성 없고, 계속 ‘니들이 이런 시대를 알아?’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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