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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盛贊 前 해군참모총장이 말하는 제주 해군기지 사태 전말

“從北세력 등의 개입 없었다면 순탄하게 진행됐을 것”

글 :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ksdhan@chosun.com

사진 : 조준우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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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기지 제주도 대안으로 완도, 진도 등 실무진에서 검토했었다”
⊙ “미국과 중국의 전쟁터 된다고? 미국은 인근 일본에 해군기지 이미 갖고 있어”
⊙ “천안함 폭침 조사 그 이상 객관적일 수도, 과학적일 수도 없다”
⊙ “북한 도발에 말로 응대할 시기는 지났다. 행동으로 응징해야”

金盛贊
⊙ 57세. 해사 30기. 해군대학 졸업. 영국국방대학원 수료. 경기대 국제정치학 석사.
⊙ 해군 1함대 사령관, 해군 참모차장(중장), 참모총장(대장) 역임.
  서울 대방동에 있는 해군회관에서 만난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차려 입은 감색 양복이 잘 어울려 보였지만 그는 “아직 양복이 어색하다”고 했다.
 
  김성찬(金盛贊) 대한민국 해군(海軍) 제28대 해군참모총장(대장). 그를 만난 11월 8일은 그가 해군참모총장 퇴임식을 마친 지 22일째 되던 날이었다. 양복을 군복처럼 입고 있는 그. 그가 퇴역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아내(문은숙)와 1남1녀의 자녀, 그렇게 네 식구가 저녁시간에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족과 식사도 하고 등산도 하고 이야기도 길게 나눌 생각입니다. 제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던 평범한 일상의 일들을 해보고 싶은 거죠.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라 자주 못 만났던 친구, 선후배들을 만나 사회를 배우느라 바쁩니다. 적응 기간인 셈이죠.”
 
  ―군인(軍人)이라고 해서 못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많은 곳을 옮겨다녀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가족 모두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게다가 어느 조직이든 지휘관은 가장 바쁘고, 가장 힘들고, 가장 외롭고, 가장 재미없고, 가장 고민 많은 생활을 기꺼이 감수해야 합니다.”
 
  가족에 대한 애틋함, 평범한 일상에 대한 갈구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 사회 초년병은 불과 20여 일 전까지 전시(戰時)를 제외하고는 역대 해군참모총장 중 가장 많은 사건의 중심에 서 있어야 했던 지휘관이었다. 그가 말하는 지휘관의 조건인 ‘가장 바쁘고, 가장 외롭고, 가장 재미없고, 가장 고민 많은 생활’을 해군참모총장으로서 감당했던 것이다.
 
  그가 총장에 취임한 지 정확히 일주일 뒤인 지난해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을 필두로 연평도 포격 사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 등 총장 재임 1년7개월여 동안 그는 수많은 사건을 겪어야 했다.
 
  그 사건들이 ‘외부의 적(敵)’들과의 싸움이었다면 그는 ‘내부의 적’들과도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어쩌면 외부의 적에 의한 시달림보다 내부의 적에 의한 시달림이 그의 심신을 더욱 고달프게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이 그것이다. “현직 총장에게 누가 될 것 같다”며 인터뷰를 고사하던 김 전 총장이 결국 인터뷰에 응하게 된 것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때문이었다. 그만큼 할 말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간단명료했다. “국가 정책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종북좌파(從北左派) 세력 등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순탄하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문제 아닌 문제를 만드는 단체들
 
해군참모총장 시절인 2011년 8월 31일 오전 김성찬 전 총장이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찾았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는 김 총장.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1993년부터 계획이 수립돼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수많은 의견수렴을 했습니다. 법적 절차도 다 거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고요. 우리는 주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이는 등 대화를 통해 지난해 10월경 해군기지 건설을 정상적으로 추진한다는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내용을 합의한 겁니까.
 
  “정부에서 제주지역 발전을 보장하고 참모총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난 후 주민과 함께 공사 착공식을 하기로 했던 것이죠. 합의 후 올 4월까지 정부와 군이 약속을 모두 이행하면서 순조롭게 진행되던 시기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논란이 확산된 겁니다. 강정마을과 전혀 관계없는 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개척자들, 생명평화결사 등의 단체가 개입했습니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발목 잡기 등 수많은 반대활동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순수한 주민을 현혹시키면서 문제 아닌 문제를 만들어서 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총장 재임 시절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제3자는 강정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했는데 이 문제는 국가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강정마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국가적 문제이고 전국적 문제로 볼 수 있죠. 하지만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마을 주민의 의견을 우선 더 비중 있게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전한 제3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3자라면 대화하여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었겠죠. 그러나 제가 지칭한 제3자는 갈등의 해결보다는 진실을 왜곡하고 주민을 호도해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불순한 단체들입니다. 이들은 대화를 거부하면서 막무가내식으로 기지 건설 반대만을 외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법치국가(法治國家)에서 사는 국민이라면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불법·탈법 행동들을 자행했습니다.”
 
  ―겪어보니 기지 건설 반대 세력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 것 같았습니까.
 
  “최근 문제를 확산시킨 반대단체는 국책사업을 무산시켜 정부를 어렵게 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겨 안보역량 강화를 저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안보역량 강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어떤 세력들입니까.
 
  “종북좌파와 그 사람들과 연결된 사람들 아닐까요. 군과 국민을 멀리하게 하려는 세력들이 있어요.”
 
  ―기지 건설 반대단체와 북한의 주장이 비슷한 것들이 많은데요.
 
  “바로 그 점을 국민들께서 아셔야 할 겁니다. 친북좌파, 종북단체들과 이들 반대단체들이 연결돼 있다고 추정하는 이유가 그런 것들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 매체가 ‘제주 해군기지는 북침 전초기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구축의 주요 대상지의 하나로 점찍혀 있다’고 보도한 일이 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단체들의 현수막 내용 중에는 ‘7대 경관을 해치는 해군기지 미사일 MD NO’라는 것도 있고 ‘미 제국주의의 대 중국 해군기지 강력 반대’라는 현수막도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거죠.”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사실상의 미군기지이기 때문에 동북아에서 미국과 미군의 확장을 막으려는 중국과의 충돌이 일어나 제주도가 전쟁터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사실을 왜곡하고 확대, 과장하고 있는 불순분자들의 국민현혹 스토리입니다.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 중국 간의 갈등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입니까. 이것은 그야말로 왜곡 과장된 내용으로 국민을 현혹해 우리의 안보역량 강화 계획을 저지코자 하는 짓입니다. 강정마을의 지형을 보면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기지 건설 중간중간에도 제주도와 마을 주민들에게 진행상황을 공개할 것입니다. 미국은 제주도 인근 일본에 이미 약 200만 평에 달하는 사세보 미 해군기지와 250만 평에 달하는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필요치 않습니다.”
 
  ―미국 언론에 주미(駐美)대사관 관계자가 “미군의 압력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그렇게 보도됐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외교부가 주미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그런 내용으로 통화한 사실도 없고 그 기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관련 언론사에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미군의 압력이 있었거나 미군을 위한 기지라는 사실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반미(反美) 감정을 자극해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세력들이 사실을 왜곡해 국민들을 현혹시키려는 작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법 집행 좀 더 엄격해야
 
  ―공사가 늦어진 데에는 법률적 하자가 있었기 때문은 아닙니까.
 
  “지금이 어떤 사회입니까. 어떠한 국책사업도 적법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이해해 줍니까? 정부와 해군은 모든 사업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대단체들이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 확인 소송, 공유수면매립승인처분 취소 소송 등 해군이 추진 중인 사업절차가 모두 불법이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습니다.
 
  다만 제주도, 도의회, 지역주민들이 각종 선거나 갈등해소 방안 수립 등등의 사유로 7회에 걸쳐 공사중단을 요구해 왔을 때 우리 해군은 대승적 차원에서 이를 수용해 그동안 약 10개월간 공사를 지연시켰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단체들은 공사중단 기한 만기가 도래하면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하며 공사중단을 요구했습니다. 공사를 방해하려는 지연 전술의 일환이라고 봐야죠.”
 
  ―좀 더 법 집행이 엄격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지난 4월 11일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 DC 시장이 시위가 금지된 연방의회 앞에서 시위를 하다가 체포된 기사와 7월 26일에는 10선(選)의 미연방하원의원인 루이스 구티 에레즈 의원이 백악관 앞에서 불법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된 기사를 봤을 겁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법을 위반하는 불법시위, 점거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고 당당하게 법 집행을 해야 나라가 바로 서고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단체들의 불법·탈법 행위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완도를 대안으로 검토한 적은 없습니까.
 
  “대안으로 검토된 적은 없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완도와 진도를 검토한 적은 있어요. ‘정말 제주도밖에 없느냐’ 하는 차원에서 검토를 했지만 제주도의 입지가 가장 좋았습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교역량의 약 99%가 통과하는 해역에 위치하고 막대한 해양자원이 있는 제주남방해역을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또 한반도 전 해역의 지리적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유사시 전력의 집중과 분산에 가장 유리한 곳입니다. 이러한 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닙니까? 게다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는 이미 1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있습니다.”
 
  ―혹시 해군기지 건설이 난항을 겪을 때 군인으로서 군을 투입해서라도 공사를 강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그런 마음은 갖지 않았습니다. 강정마을에 우리 해군기지가 들어가면 우리 해군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야잖아요. 우리 자녀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 그곳이 고향이 되기도 하는 거죠.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이 결정된 것은 그 마을 주민들이 환영한다고 하니까 했던 것인데 그게 외부 세력에 의해 변질되니까 참 안타깝습니다.”
 
 
  취임 일주일 만에 터진 천안함 爆沈 사건
 
지난 3월 27일 천안함 피폭 1주기를 맞아 백령도 연화리 해안에 세워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찾은 김 전 해군참모총장이 용사들의 부조상을 쓰다듬고 있다.
  이야기는 지난해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으로 이어졌다. 천안함 폭침 사건 후 천안함 46용사 영결식에서 김 전 총장은 조사(弔詞)를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을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며 강력한 응징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김 전 총장의 조사는 군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 내용의 일부다.
 
  <사랑하는 우리 조국, 아름다운 우리나라, 소중한 우리 바다를 그 누구도 해치지 못하도록 할 것입니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는 자, 우리의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총장 취임 직후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졌는데요.
 
  “취임 후 일주일 됐을 때 터졌죠. 정말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이라는 집단이 예측 불가능하고 우리의 안보를 항상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바다의 안보를 책임지는 해군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걱정과 실망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는 무어라 변명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천안함 이야기가 나오자 김 전 총장은 묵념하듯 잠시 눈을 감았다. 말을 멈추고 눈을 감고 있는 그에게 물었다. “앞으로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군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라고. 그가 눈을 뜨며 답했다.
 
  “이제 말로써 해야 하는 시간은 지난 것 아닙니까. 정확하게 응징함으로써 재발되지 않게 해야죠. 우리 군이 그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국민들도 군의 그런 생각을 지지해 주리라고 믿습니다. ‘강력하게 응징하겠다’하는 말은 필요 없어요. 행동으로 보여줘야죠.”
 
  ―사건 발생 보고를 받았을 때 곧바로 북한 소행이라고 판단했습니까.
 
  “세 가지였습니다. 배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 북한의 소행, 기뢰에 의한 폭파 가능성이었죠.”
 
  ―북한의 소행이라는 단정적 선입견을 가졌던 것은 아니네요.
 
  “그렇죠.”
 
  ―지금도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거나 친북좌파 또는 종북세력이거나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해 때문에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폭침 사건 조사는 객관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자신합니까.
 
  “사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각계 전문가 49명, 미국, 스웨덴, 호주, 영국 등에서 온 외국 전문가 24명 등 총 73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단은 과학수사, 함정구조/관리, 폭발유형분석, 정보분석의 4개 분과로 나뉘어 모든 형상분석, 폭약성분분석, 수중폭발 시뮬레이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결과는 UN 등 국제사회에 설명했고 국문(國文)과 영문(英文)으로 발간됐습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더 이상 잘할 수 없는 조사였다고 생각합니다.”
 
 
  피를 흘릴 때 흘리지 않으면 노예가 된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천안함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는데요.
 
  김 전 총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 소식을 듣고 그 사람들이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한 내용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지만 참여연대의 서한 발송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이해할 수 없는 행위로 국가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입니다. 대다수의 국가도 명백한 증거를 바탕으로 북한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있는데 오히려 대한민국 국민이 나서서 자국 정부의 결과를 인정치 않는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국제사회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국가 위신만 추락시키고 사회 혼란만을 부추기는 반국가적 행위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이들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에 대한 응징을 말했지만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응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사결과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났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 변함없는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 우리 해군은 전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고 우리의 바다를 침범하는 어떠한 적들도 철저히 응징해야 합니다. 피 흘릴 각오 없이 승리를 얻고자 하는 자는 피 흘릴 것을 불사하는 자들에 의해 정복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 전 총장은 말미에 윈스턴 처칠의 이런 말을 읊조리듯 덧붙였다.
 
  “피를 흘릴 때 피를 흘리지 않으면 남의 노예가 되고, 땀을 흘릴 때 땀을 흘리지 않으면 가난에 빠지게 되고, 눈물을 흘릴 때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악에 둔감해진다.”
 
  ―군이 북한의 도발에 곧바로 응징할 경우 남북 관계가 경색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군에는 각종 상황에 대비해 만든 교전규칙 등 매뉴얼이 있습니다. 두 배 세 배로 보복 타격을 가한다든지 하는 매뉴얼이 있어요. 그 수준에서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죠. 그런 규칙이 있는데 위만 쳐다보며 ‘어찌하오리까’하고 묻는 것은 군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죠.”
 
  ―지휘관들이 정확히 숙지하고 있습니까.
 
  “네, 그렇죠.”
 
지난해 4월 30일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 전 총장. 천안함 폭침 사건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아덴만 여명 작전 때 144시간 동안 상황실에
 
  김 전 총장이 40여 년의 군 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로 꼽는 게 ‘아덴만 여명’ 작전이다. 화제가 아덴만 여명 작전 이야기로 넘어가서야 그의 웃음기 띤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덴만 작전 때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습니까.
 
  “아덴만 여명 작전은 금년 1월 15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1월 21일 오전 10시에 작전이 종료됐습니다. 144시간 동안 진행된 작전이었죠.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을 보낸 우리 해군은 긴급통신 상황을 접수한 이후부터 해적 13명을 제압 완료할 때까지 상황실에서 모든 작전 상황을 지켜보며 합참과 긴밀한 협조하에 지원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44시간 동안 상황실에 머문 겁니까.
 
  “그렇죠. 작전이 종결될 때까지 뜬눈으로 지새우며 소말리아 아덴만 현장에 가 있는 청해부대장과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작전 성공은 지도자의 과감한 결단, 그리고 정부와 군, 현지 청해부대 장병의 혼연일체가 큰 힘이 되었지만 미군과의 공조에도 힘입은 바 큽니다. 당시 미 5함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했고 미 해군 헬기의 지원은 부상자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어두운 밤 대신 여명(黎明)을 작전 시간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 작전의 핵심은 우리 해군특수전부대(UDT) 대(對) 테러팀이 삼호주얼리호에 무사히 승선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승선하면 고도로 훈련된 UDT 대 테러팀이 해적을 제압하는 것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해적들의 경계가 가장 소홀한 새벽 시간에 승선하되 승선이 완료되는 시간에는 선원과 해적의 식별이 가능하고 구조물 파악이 용이한 여명이 되도록 작전 시간을 선택한 것입니다.”
 
  ―아덴만 여명 작전 성공 후 UDT 지원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 해군 UDT는 어려운 선발 과정을 거쳐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 해군특수전부대(SEAL)와 매년 실전 같은 연합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계 최강 수준의 부대라고 자부합니다. 북한은 해상특수부대로 2개의 해상 저격여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도 UDT의 능력을 시급히 보강해 전시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해상에서의 대 테러작전, 해상구조작전 등 여러 가지 우발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해군 병력 증강해야
 
지난 9월 2일 제주 해군기지 공사 현장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 전격 투입된 경찰 기동대원들이 시민단체 회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우리 해군은 소말리아 해역에 청해부대를 파병하고 있다. DDH-Ⅱ급(약 4500톤급 구축함) 1척이 나가 있는데 아덴만 해역을 중심으로 대 해적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된 전력은 적절한 수준인가요.
 
  “최근 소말리아 해적의 활동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동부 해역 및 인도양까지 임무수행 구획이 확장돼 이곳에서 우리 상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테러방지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2척 정도는 파견해야 하지만 현재의 우리 해군 전력수준과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2척을 파병할 여력은 없는 실정입니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은 우리 어선의 조업활동을 포함해 한국국적의 상선이 연간 500여 척 통과하는 해역으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아주 중요한 해역입니다. 앞으로 함정을 추가 파병해야 할 시기가 곧 올 것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습니까.
 
  “세계 19개국 58척의 함정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 영국, 일본, 중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 스페인, 태국 등 9개국에서는 2척 이상의 구축함과 항공기를 파견해 자국의 상선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바랴크급 항모를 진수해 시운전 중이고 2020년까지 항공모함 3척 확보를 목표로 항모를 건조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도 항공기 운용이 가능한 항모형 호위함을 건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우리도 항공모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항공모함은 10개국에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항공모함은 강력한 전력투사능력을 보유해 전쟁을 억제하고 적의 도발시는 전승(戰勝)을 보장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수단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가 동북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군사적, 경제적 위상과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군의 활동영역도 확장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항공모함은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군 병력도 증강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고 봅니다. 우리 국가의 경제 현실과 안보환경을 고려한다면 해양에 대한 안보역량 확보는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또 해군이 수행하는 다양한 임무를 보세요. 우선 서북도서와 NLL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독도, 이어도, EEZ를 포함한 해양 영토를 보호해야 하고 유사시 필요한 해상교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주변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유지하고 세계 평화 유지 등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병대 2만7000명을 제외한 4만1000명의 해군 병력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전 해군의 수장으로서 김 전 총장은 해군 병력 증강 문제와 관련해 할 말이 많은 것 같았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북한이 왜 해상도발을 끊임없이 반복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휴전 이후 1954년부터 2010년까지 총 2660건의 침투·도발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55%인 1430건이 해상 침투·도발이었습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은 물론이고 정규 전력 간 전투가 있었던 제1, 2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도발 등 모두 바다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덴만 여명 작전도 바다에서 행해진 작전이었습니다. 그만큼 바다가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우리의 경제활동과 국민의 생활이 바다를 통하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시점에서 해양 안보에 대한 비중은 당연히 더 높아져야 합니다.”
 
 
  바다와 관련된 일 하고 싶어
 
  ―군인으로서 우리 국민들의 안보관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일부 국민들은 북한을 너무 안이하게 대하고 감상적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친북좌파와 종북세력들의 활동이 노골화하고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한 이들은 국가의 안보를 무력화하거나 경시하는 행동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그릇된 국가관, 역사관을 주입시키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안보 불감증이 증폭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친북좌파, 종북세력을 국민의 힘으로 찾아내 이들을 제거해야만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고향이 해군작전사령부 등 해군 시설이 밀집해 있던 진해라서 해군을 선택한 겁니까.
 
  “그런 영향도 있죠. 주변에 있는 선배들 중에 해군 장교가 많아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해양의 미래를 밝게 봤던 것도 한 요인이었죠.”
 
  ―40여 년을 군인으로서 바다와 함께했는데 전역 후에도 바다와 관련된 일을 할 생각입니까.
 
  “당연하죠. 해양력을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헌신하고 봉사할 생각입니다. 직접적으로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바다에 관한 강연이든 뭐든 바다와 관련된 일에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가 손을 내밀었다. 인터뷰 시작 전 느꼈던 그의 강한 악력(握力)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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