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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료 분석

주변 4강의 ‘안보전략서’를 통해 본 한국의 ‘국방개혁안’

중국 ‘국방백서’, 한국과의 海上 군사협력 강화 밝혀

글 :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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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주변강국들은 스스로의 안보위협들에 대응해 동맹과 우방 국가들, 나아가 국제기구와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위협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 특히 미국겴瞿퍊중국 등은 공통적으로 ‘한국과의 동맹관계’ 또는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朴榮濬
⊙ 48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서울대대학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일본 도쿄대 국제정치학 박사.
⊙ 육군사관학교 교관, 국방군사연구소(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하버드대 방문교수 역임.
⊙ 現 아사히신문 객원칼럼니스트, 동북아시대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자문위원,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 저서: <제3의 일본>.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국방개혁 307계획의 변경된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2011년 3월 7일 대통령에게 보고된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원안에 가깝게 추진하려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일부 예비역 장성들이 이 계획에 포함된 군 상부구조 개편방안, 특히 합참의장의 군령권 확대구상에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방부 주도로 열린 설명회가 예비역 장성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몇 차례 열렸지만, 반발 기운이 완전히 사그라든 것 같지는 않다.
 
  국방개혁안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국방과 군사전략에 상응하는 위상을 갖게 된다. 국방개혁안이라는 군사전략은 국가안보 전략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방·군사전략은 국내 전략가와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를 갖고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전략은 가상적국들에 의한 도발의지를 억제하거나, 무력도발이 발발했을 경우 이를 분쇄할 수 있는 위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국방·군사전략이 그 수립과정에서 전략가들 사이에 알력이 생겨나고, 국민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는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국방개혁 기본계획안이 수립됐던 작년과 올해에 걸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에서 주요 군사전략과 국가안보전략이 책정됐다. 그렇다면 각국은 과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떠한 내용의 국방·군사전략을 공표한 것일까. 우리의 국방개혁안 책정과정이나 그 내용에 참고가 될 만한 요소는 없는 것일까.
 
 
  ‘슐리펜 플랜’ ‘마지노선’ ‘제국국방방침’… 실패한 군사전략의 ‘반면교사’들
 
  한 나라가 어떤 군사전략을 갖는가 하는 문제는 ‘국가정책’과 ‘국제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미국 MIT의 배리 포젠(Barry Posen) 교수는 “군사전략을 공격, 방어, 억제 전략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면서 “각국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유형의 군사전략을 갖는가에 따라, 국제관계의 성격은 물론, 해당국가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좌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제1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은 프랑스와 러시아, 그리고 영국과 미국과의 ‘양면전쟁’을 위해 ‘슐리펜 플랜(Schlieffen Plan·독일 참모총장 슐리펜의 작전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 공격적 군사전략은 승리를 보장하지 못했다. 독일은 총력전에 대한 준비도 없었고, 슐리펜 플랜에는 영국과 대결하는 작전계획도 빠져 있었다. 그 결과, 서부전선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교착상태에 빠졌고, 결국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마지노선(Maginot Line·프랑스가 독일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국경에 구축한 대규모 요새선)’으로 상징되듯,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가 채택한 대(對)독일 방어전략 역시 기갑부대를 앞세운 히틀러의 전격전(電擊戰·blitzkrieg)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중일(中日)전쟁과 태평양전쟁 시기에 일본의 제국(帝國) 육·해군이 운용했던 ‘제국국방방침(帝國國防方針)’의 공격전략도 결국 미국을 위시한 연합국의 공세에 직면해 일본을 패전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즉, 국제정세와 상대방의 국력을 적절하게 고려한 국방과 군사전략은 평시에 위협을 줄이고, 전시에는 전승(戰勝)을 보장한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군사전략은 전시에 패배를 부른다. 국방과 군사전략의 책정을 수립하려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분명히 식별하고, 그러한 위협들을 물리치기 위해 군사적, 혹은 비군사적 수단까지도 충분히 강구하는 방책들이 담겨져야 할 것이다.
 
 
  미국 국가군사전략서(NMS), “핵테러 확산이 가장 위험한 요인”
 
2010년 자위대 창설일에 맞춰 일본 국민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있는 특수임무 부대 ‘중앙즉응집단’ 소속 육상자위대원들. 일본은 방위계획대강에서 ‘동적 방위력’ 개념을 도입, 자위대를 주변지역 평화유지활동에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국가안보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와 ‘4개년 국방태세보고서’(QDR·Quadrennial Defense Review)를 공표한 데 이어, 올 2월에는 미 합참이 ‘국가군사전략서’(National Military Strategy)를 공개했다. 미국은 1986년 제정된 ‘골드워터-니컬스 법’에 의해 새로운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대통령이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국방장관은 국가안보전략서에 준해 ‘국방전략서’(National Defense Strategy) 혹은 4개년 국방태세보고서(QDR)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그리고 합참의장은 ‘군사전략서’를 작성해 각각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제출해 미군의 전략방향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10년의 ‘국가안보전략서’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리즘,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 우주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비대칭적 위협, 실패한 국가들에 의한 분쟁 가능성, 글로벌 범죄 네트워크, 자연재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 기후변화와 범세계적 질병 등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협요인들에 대처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는 국토방위 등에 힘쓰면서 동맹국들, 인도·중국·러시아 등의 파트너들, 기타 국제기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국가안보전략서’는 북한과 이란에 의한 핵개발 시도를 주의 깊에 관찰하면서, “이들 국가가 핵개발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면 국제사회와 정치적·경제적으로 통합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만일 국제의무를 무시한다면 이들 국가를 고립시키고 국제 비확산 규범에 순응하도록 하는 다양한 수단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미 합참이 2004년 이후 처음 발표한 ‘국가군사전략서 2011’은 “미국이 여전히 세계 초강국이지만, 다른 글로벌 파워들의 등장에 의해 국제질서가 다극화하는 양태로 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적대국가와 세력들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그리고 핵테러 확산이 가장 위험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합참의 ‘국가군사전략서’는 “아시아에서 북한의 핵능력과 불안정한 권력이양이 지역안정과 국제적 비확산 노력에 대한 위협요인”이라고 언급했고,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가 우주, 사이버공간과 인접 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위협요인들에 대해 미 합참은 “알 카에다와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를 패퇴시키고, 합동군 체제와 전략무기 강화를 통해 국지전을 억제하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더불어 국제안보와 지역안보의 협력 틀을 확대하며, 제한된 국방예산 속에서 미래의 전력요소들을 강화하겠다”는 전략방침을 밝혔다.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하는 ‘동적 방위력’ 발표
 
2010년 11월 1일 쿠릴열도 남방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최남단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를 방문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러시아 정교회 건물앞에서 사할린 주지사 알렉산드르 호로샤빈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일본은 메드베데프의 방문 사실에 발끈했다.
  일본도 2010년 12월을 기해 6년 만에 새로운 ‘방위계획대강’을 책정했다. 2004년에 공표됐던 이전의 방위계획대강은 당시의 자민당(自民黨) 정권이 주도한 것이었다. 2009년 8월, 민주당은 자민당을 압도적으로 물리치며 55년 만에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달성했다. 이후 새로운 집권당으로 부상한 민주당은 자신들의 안보정책 성향에 부합하는 각계의 전문가들을 위촉해 국가안보전략의 초안 문서를 다시 작성케 했다. 이를 토대로 민주당은 공식적인 국방전략 문서인 ‘방위계획대강’의 최종 문안을 확정한 것이다.
 
  방위계획대강 2010에서 “일본 정부는 미국의 안보전략 문서와 마찬가지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확산, 국제테러조직, 해적행위, 지역분쟁과 파탄국가의 존재, 해양 및 우주와 사이버 공간의 안보, 기후변동 문제가 글로벌 질서에서의 새로운 위협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또 방위계획대강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이 불안정한 요인이고, 중국의 군사적 불투명성도 우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위협요인들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기존 군사력 증강의 기준개념으로 적용해 왔던 ‘기반적 방위력’ 개념을 포기하고, 새롭게 ‘동적(動的) 방위력’ 개념을 제시했다.
 
  그동안 일본은 순수한 방어, 즉 ‘전수(專守) 방어’라는 자위대의 목적에 걸맞게 주변 지역에 불안정 요인이 되지 않을 최소한의 방위력만을 갖추는 ‘기반적 방위력’ 개념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11년부터 ‘동적 방위력’ 개념을 도입, 자위대를 지역적으로 유연하고 폭넓게 운용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군사력 증강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미일(美日)동맹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국과 호주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주변국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면서 잠재적 위협에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국, 긴급사태 대응을 위한 ‘특수부대’ 창설 밝혀
 
  중국도 2011년 3월, ‘국방백서 2010’을 공표했다. 중국은 ‘군사전략지침’이라는 별도의 문서체계를 갖고 있으나, 1993년에 ‘신시기 적극방어전략’이 표명된 이후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2년마다 공표되고 있는 ‘국방백서’가 사실상 중국의 국방과 군사전략을 판단케 하는 중요 자료인 셈이다.
 
  ‘국방백서 2010’에서 중국은 대만과 티베트 등의 분리독립 움직임, 영토와 해양에 대한 도전, 에너지, 금융·정보, 자연재해와 같은 비전통적 안보위협,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등이 안보의 도전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방어적 국방정책과 평화적 외교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신시기 적극방어’의 개념하에 인민해방군의 기계화와 정보화, 긴급사태 대응을 위한 특수부대 창설 등을 추진할 것이고, 아울러 핵무기 선제사용정책 포기와 같은 군비통제 및 주변국가와의 군사적 신뢰구축 등도 적극적으로 도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도 2010년 2월, 새로운 군사전략을 공표하면서 2000년 채택했던 기존의 군사전략을 대체했다. 러시아는 향후 러시아가 직면할 수 있는 분쟁의 유형으로 무력충돌, 지역전쟁, 국지전, 대규모 전쟁 등 4가지 유형을 상정했다. 러시아는 만일에 대비해 핵무기와 재래식 군사력 등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또 그 방식도 제시하고 있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NATO도 2010년 11월, 새로운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 for the Defense and Security of the members of the NATO)을 발표했다.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나토의 신전략 개념은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등의 전문가 그룹이 공동으로 기초해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Anders Fogh Rasmussen) 나토 사무총장에게 제출했다. 이후 리스본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전략개념이 공식적으로 승인되면서 나토의 공동 전략문서로 채택됐다.
 
  이 문서에서 나토는 나토 지역에 대한 재래식 공격위협은 감소했으나, 탄도미사일의 확산, 핵무기와 기타 대량살상무기 확산, 테러리즘, 사이버 공격, 통신수송과 주요 교통로에 대한 교란 위협, 레이저 무기와 전자전쟁 등 우주에 대한 접근을 방해하는 기술 발달, 건강위험, 기후변화, 수자원 부족, 에너지 수요 증대 등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새로운 위협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는 “핵무기와 재래식 군사력으로 구성되는 방어와 억지수단 확보, 잠재적 분쟁지역에 대한 위기관리, 군비통제와 군축 등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전쟁 가능성은 감소했지만…
 
중국이 2008년 12월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한 신형 구축함. 중국 인민해방군이 군 창건 이후 처음으로 전함을 실제 작전에 파견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강국들은 새로운 전략문서들을 통해 21세기 이후 자국이 직면한 안보위협 요인을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적, 외교적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의 안보환경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될 수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각국의 이 같은 동향은 한국의 국가안보전략과 군사전략을 검토하거나 새롭게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점이 적지 않다.
 
  주요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대규모 전쟁의 가능성이 감소되었지만, 테러리즘이나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그리고 사이버 및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개발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국제사회 공공의 안보위협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의 국방전략도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잠재적인 기타 안보위협 요인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자체적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나아가 동맹과 다른 우방국들과의 협력 강화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요 강국들은 향후 발생 가능한 분쟁유형을 예상하면서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준비를 모색하고(러시아의 경우), 위협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위력 개념을 제시하며(일본의 경우), 대(對)테러부대 창설 등 맞춤형 전력 창설을 서두르면서(중국의 경우) 새로운 위협요인들에 대응해 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도 유의할 만하다.
 
  우리의 국방전략도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개념 도출과 ‘맞춤형 전력증강’에 주력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비전통적 안보위협 요인에도 대처할 수 있는 전략개념이나 군사력 건설이 요구된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은 스스로 직면하고 있는 안보위협들에 대응해 동맹과 우방, 나아가 국제기구와의 다양한 안보협력을 통해 위협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특히 이들 각국이 공통적으로 한국과의 ‘동맹관계’ 또는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일본·중국, 한국과 동맹관계 또는 안보협력 강조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서’나 ‘군사전략서’는 “한국이 글로벌 이슈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리더가 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는 물론, 핵확산 대처, 테러리즘, 기후변화, 국제경찰, 사이버 안보 등의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해 갈 것”이라는 의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일본도 ‘방위계획대강’에서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처음으로 명시했다.
 
  중국의 ‘국방백서’도 한국과의 해상군사협력과 군사관계 강화의 필요성을 거듭 밝히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국가적 위상이 그만큼 부상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건을 잘 활용해 북한의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질서의 안정을 위해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일본과 중국 등 여타 우방 국가들과의 우호적 관계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번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노무현(盧武鉉) 정부 시기에 추진되었던 ‘국방·군사전략구상’, 소위 ‘국방개혁 2020’에 비해 개선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책정과정에서 ‘국방개혁 2020’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해 이루어졌던 것임에 반해,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17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국방선진화위원회를 통해 한반도 안보환경을 재평가하고, 그에 대응하는 국방개혁 관련 71개 과제를 도출, 이를 바탕으로 여론을 청취해 국방개혁안을 만들려고 했다는 점이 평가받을 만하다.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은 핵개발을 추진하던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북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의 개발, 연평도 포격사건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지전 도발, 사이버 테러와 같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인식은 2006년과 2009년 실시된 북한의 핵실험, 작년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한에 의한 일련의 군사도발에 비춰 당연한 결과다.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일본 등 국제사회의 우방 국가들과도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21세기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요인을 가감없이 직시(直視)했다는 점에서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이전의 ‘국방개혁 2020’이 가졌던 근본적 한계를 바로잡고 있다고 보인다.
 
 
  ‘적극적 억제(proactive deterrence)’ 개념
 
  종전의 한국군 전략개념은 ‘거부적 억제(deterrence by denial)’ 혹은 ‘거부적 방어(defense by denial)’로 표현돼 왔다. 적(敵)이 감히 공격을 하지 못할 정도의 전력을 갖춰 적의 공격의지를 무력화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이를 대체한 ‘적극적 억제(proactive deterrence)’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 이전의 ‘거부적 억제’ 개념이 주로 재래식 전력 증강을 전제로 했다면, ‘적극적 억제’란 북한의 비대칭적 전력까지도 무력화할 수 있는 압도적 전력을 보유해 적의 도발의지를 사전에 억제하며, 실제 도발시에는 이를 격퇴하고 응징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개념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사실상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큰 안보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본다면, 이 같은 새로운 개념의 개발과 적용은 적지 않은 적실성(適實性)을 가진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적극적 억제’ 개념에 입각해 북한에 의한 핵개발, 국지전적 도발, 그리고 사이버 테러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다. 이를 위해 종심(縱深)지역 타격이 가능한 정밀 유도무기의 확보,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강화, 장사정포(長射程砲) 대응능력의 강화,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신설, 사이버사령부 신설과 기능 강화 등의 구체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맞춤형 전력증강과 조직 강화는 당면의 위협요인들에 즉각 대응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미(韓美) 간에 논의되고 있는 ‘확장억제’와 더불어, ‘적극적 억제’의 전략개념을 구현하는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다.
 
 
  효과적인 ‘군령권 하달’ 위해 기본계획 더 보완해야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은 ‘적극적 억제’ 능력 강화를 위한 핵심과제의 하나로서 합동성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방책으로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으로 이어지는 군령권의 계선(系線)에 각군 참모총장들을 새롭게 위치하게 하는 ‘상부 지휘구조 개편’, 합동군사대학 창설과 3군 사관학교의 통합교육 방안 등을 제시했다. 1988년에 추진됐던 ‘818계획’ 이래 합동성 강화는 우리 군의 숙명의 과제였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합동성 강화의 구체적인 방책들이 제도화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을 제도상으로, 그리고 실제 전력증강 면에서 구현해 나가는 작업은 1988년 이후 틀이 정해진 기존의 합동군 체제를 수정하고, 경우에 따라 국방예산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행상의 문제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통령→국방장관→합참의장으로 이어지는 군령권의 계선에 3군 참모총장을 포함시키고, 신설되는 합참차장과 각군의 참모차장 등도 군령권에 관여하는 체제가 마련됐다. 그 결과, 실제 작전지휘체계가 오히려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예컨대 종전 합참의장이 직접 각군의 작전사령관에게 군령권을 하달하는 체제에서 국지도발이나 전면전 도발을 대비해 왔으나, 변화되는 체제에서는 각군 참모총장은 물론, 합참차장과 각군 참모차장도 군령권 행사에 관여하게 됐다. 이 같은 지휘구조가 기민한 대응이 요구되는 국지도발과 전면전 도발시 효과적인 대응책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염두에 두고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군령권 수행을 위한 지휘구조에 대해 심층적인 연구와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합참과 육·해·공 3군본부가 ‘별거’하는 게 합동성에 도움 될까?
 
  또한 합동성 강화와 ‘적극적 억제’ 전략 구현을 위해 현재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에 소재하고, 육·해·공군의 3군 본부는 계룡대에 ‘별거(別居)’하고 있는 현실이 적합한가의 여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합동군제를 지향하는 국가들은 합참과 각군 본부가 같은 건물 안에 위치하면서 실질적으로 합동성을 강화하는 환경하에 놓여 있음을 숙고해야 한다.
 
  ‘적극적 억제’ 전략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특전사령부, 도하(渡河)부대 등이 수도권을 벗어나 경기도 남부로 이전하도록 한 조치들이 대북 억제력과 합동성 강화에 역행하지 않는가도 살펴야 할 것이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이 표방하고 있는 ‘적극적 억제’ 전략의 구현을 위해 정찰감시 전력, 정밀유도무기 전력, 종심타격 전력 등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국방비의 증액이 불가피할 것이다. 건전재정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어떻게 재원을 확보하고 조달할 것인가도 검토해야 한다.
 
  군사전략으로서의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이 상위 문서에 해당하는 ‘국가안보전략서’, 즉 2009년 3월에 공표된 ‘성숙한 세계국가’에서 나타난 안보전략과 부합하는지 또한 검토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전략서로서의 위상을 갖는 ‘성숙한 세계국가’에서는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구현이 안보전략의 중요 과제로 제기됐고, 이를 위해 한반도 비핵평화 구조의 공고화, 남북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 각종 협력추진 등이 공표됐다.
 
  물론, 이 같은 대북전략의 기조는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실제 정책 면에서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와 그 하위문서인 ‘국방·군사전략서’ 사이에 대북정책에 관한 한 불일치가 존재하는 듯한 양태에 대해 국민과 우방들에 적절히 설명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민주정부하에서 군사전략의 책정은, 미국 등이 그러하듯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통치권한에 해당하는 사항이다. 대통령으로부터 군정(軍政)과 군령(軍令)을 위임받은 국방장관은 책임감을 갖고 새로운 국방·군사전략이 적의 도발의지를 분쇄하고, 전쟁 가능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운용의 묘(妙)를 살려야 할 것이다. 새로운 ‘국방개혁 기본계획 11-30’이 현존하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물론, 잠재적 안보위협들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해 국가안보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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