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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토론

한국의 핵 보유 타당한가

“미국은 서울을 위해 LA를 희생할 용의가 있는가” (李春根 실장)
“어느 누가 핵무장한 통일한국의 출현을 원하겠는가” (全星勳 선임연구위원)

글 :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글 :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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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논쟁이 뜨겁다. 지난 1월 20일 세계경제포럼(WEF)의 연례회의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중국과 일본 등 외교전문가들은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중국 칭화대 옌쉐퉁(閻學通) 국제문제연구소장은 “통일한국의 핵무기 보유가 중국 등 주변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한국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설사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된다 해도 통일한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으며,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전 일본 외상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반도 통일을 일본으로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며 “한반도가 통일되면 반드시 비핵화된 민주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통일한국이 결코 핵보유국으로 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의 소위 ‘자위적(自衛的) 핵무장론’을 둘러싸고 한국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측은 “북핵의 용도를 상쇄하자는 것인데, 그런 논의조차 못한대서야 자위국가, 자존국민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월간조선》(月刊朝鮮)은 대한민국의 핵 보유 당부론(當否論)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북핵 전문가 지상(誌上)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과연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 등 주변국이 반대할 것인가, 한국의 핵보유가 일본 등 아시아 주변국의 핵확산을 촉발할 것인지, 이춘근(李春根) 자유기업원 부원장(핵보유 당위성)과 전성훈(全星勳)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부당성)의 주장을 지상중계한다.
 
 
  ■ 나는 이래서 찬성한다
 
  “대한민국도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다”
 
李春根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 59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美텍사스대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同 부원장 역임.
  ⊙ 저서 :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한국도 핵무장을 갖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조선일보》 지난 2월 25일 자는 2월 18일부터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핵무장에 관해 긍정적인 답변(‘지지한다’ 34.3%, ‘대체로 지지한다’ 32.5%)이 66.8%였다고 밝혔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대체로 지지하지 않는다’(17.4%)와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11.7%)를 합쳐 29.1%로 조사됐다. 다른 여론조사들도 약 3분의 2가 한국 국민이 핵무장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인터넷을 통해 약식으로 조사되는 경우 80% 이상의 한국 국민이 핵무장을 지지하는 경우도 보인다.
 
  한국 국민들이 이처럼 핵무장을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물론 2010년 1년 내내 북한에 속절없이 당했다는 분노의 발로라는 감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국제정치학의 학술적 측면에서 볼 때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 보유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핵확산금지조약)과, 비록 현실적으로는 북한에 의해 무참히 파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남북한 간에 약속했던 ‘기본합의서’의 핵무장 포기 약속을 저버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더 나아가 한국의 핵무장 결심은 핵확산 금지에 노심초사(勞心焦思)하고 있는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일이 될 것이며, 한미동맹을 불편하게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핵무장 결정은 그러지 않아도 대단히 취약한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치와 안보구조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다.
 
2009년 5월 26일 평양의 평양체육관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 성공 자축 기념 군중대회가 열렸다.
 
  실패로 돌아간 국제사회의 북한 핵 폐기 노력
 
2009년 5월 25일 일본 도쿄에서 외국인들이 북한의 핵실험 소식을 보도한 요미우리 신문의 호외판을 보고 있다. 이날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주체 98(2009)년 5월 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고려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장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북핵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의 일이었다. 공산주의 진영의 붕괴와 더불어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 북한은 체제개혁이 아닌 핵무장을 통해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으려 했다. 김정일(金正日) 정권은 개혁개방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국가경제를 살리는 개혁개방 대신에 정권을 유지시키는 핵무장과 고립을 선택했던 것이다. 북한 핵을 협상에 의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일이다.
 
  김정일 정권은 안전을 보장해 주는 확실한 방법이 제공되면 핵무장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에 제안했다. 김정일 정권이 생각하는 확실한 방법이란 한미동맹을 끝장내는 일이다. 즉 한국을 무력 통일할 수 있는 길을 터 달라는 얘기다. 북한 핵 개발을 막는다는 허무한 목적 아래 팀스피리트 훈련도 폐지됐고, 주한미군 전술핵도 모두 철거됐다. 미국은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에서 북한이 핵개발 노력을 ‘동결’하는 대가로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동결’은 폐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말이다. 북한이 더 이상 핵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것이 동결이다. 이미 핵이 한두 발 있었다면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 동결이다. 미국의 북한 핵 해결방식이 그랬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북한 핵 1~2발은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네바 핵합의의 본질이었다. 이걸 우리는 ‘북핵 해결’이라고 기뻐했다.
 
  물론 북한은 핵개발을 동결하지도 않았다. 1994년 이후 북한의 핵개발은 농축 우라늄을 통한 것이었고, 그것이 다시 밝혀진 것이 2002년 10월 17일이었다. 10월 3일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국무차관보 제임스 켈리 일행은 북한 측으로부터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 계획이 진행 중에 있다”는 사실을 실토받았다. 미국의 추궁에 당황한 북한 측은 “그래 있다 어쩔래, (핵보다) 더 강력한 것도 있다”고 응수했다. 그날 이후 오늘까지 북한 핵으로 인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6자회담이라는 것이 있다. 세계 4대 강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와 대한민국이 북한 핵을 폐기시키기 위해 북한과 함께 베이징에서 여는 회담이다. 2003년 시작했으니 금년이 8년째인데, 이 기간 동안 북한은 핵실험을 두 번이나 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 돼 버렸다. 그런데 지금도 6자회담에 연연한다는 것은 웬일인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을 폐기시킬 수 있다는 순진한 믿음은 이제 종식돼야 한다.
 
  천안함 사건에서조차 북한을 두둔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어떻게 북한 핵을 폐기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은 북한 핵의 직접 피해 당사국이다. 더 이상 6자회담 참여국들의 미지근한 태도에 북한 핵 포기를 맡길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핵무장 결단은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는 마지막 경고이며, 6자회담을 지지부진 끌고 있는 나라, 특히 중국·미국에 대한민국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으니 가부간 결판을 내 달라는 강력한 의사전달이다.
 
 
  핵 가진 북한의 對南전략을 막을 대안 없어
 
1998년 12월 19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북한의 포스터. 북한의 미사일의 공격 대상 중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 국민들 가운데 일부는 북핵이 결국 ‘우리’ 것이 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문제는 그 ‘우리’란 바로 북한이 의미하는 ‘우리’라는 데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통일을 위한 남북대결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은 온갖 다양한 수단으로 대남(對南)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아직 북한이 정교한 핵무기 체계(Nuclear Weapons System)는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은 곧 정밀 타격이 가능한 중장거리 미사일, 소형화된 탄두 등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작년 천안함 사건이 발발했을 때, 연평도 포사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 많은 한국 국민은 우리나라가 북한에 제대로 무력 대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그래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우리 군과 정부 당국자들을 꾸짖었다. 북한의 군사공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서 분개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차라리 행복할지도 모른다.
 
  만약 북한이 핵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수준으로 핵무기 체계를 완성한 후, 천안함 사건과 같은 사건을 또 일으킨다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 수 있단 말인가? 핵무기 체계를 완성한 북한을 향해 강력한 응징을 가하자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날, 북한이 또다시 천안함 수준의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때 우리는 보복은커녕 북한에 굽실거리며 필요한 것이 무어냐고 조아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핵무기는 절대적인 무기이며 핵무기를 가진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는 동등한 수준에서 전략경쟁을 벌일 도리가 없다.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필요에 따라 게릴라전을 벌일 수도 있고, 천안함·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을 할 수도 있고, 도발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우리나라 서해에 있는 섬 하나를 점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핵무기 체계를 완비하고 있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해 대한민국은 무(無)대책으로 있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어떻게 싸우겠는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날, 북한은 한국을 적화통일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이 도와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프랑스의 핵무장 논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60년대 프랑스가 핵무장하려 할 때 미국이 만류하며 말했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도와 줄 터인데 왜 스스로 핵무장을 하려느냐고. 프랑스가 되물었다. 만약 소련이 파리를 핵공격하면 미국은 모스크바를 대신 핵공격해 줄 것이냐고. 그럴 경우 소련은 뉴욕을 향해 보복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을 터인데.
 
  즉 ‘미국은 파리를 위해 진정으로 뉴욕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프랑스가 물은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로스앤젤레스를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날, 우리는 우리의 핵무장을 만류하는 미국에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서울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용의가 있는 것이냐”고. 미국인들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거짓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대안, 핵무장 결단
 
  중국이야말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다. 중국학자, 전문가 혹은 관리들에게 이 말을 하면 거의 예외 없이 그들은 “북한이 독립국(獨立國)인데 중국이 어떻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느냐”며 반문한다. 북한의 핵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을 극구 두둔했고, 앞으로도 북한의 붕괴를 결코 허락하지 않을 태도다. 솔직한 중국인들은 이미 북한의 핵무장은 중국의 안보를 위해서 나쁠 것 없다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의 안정이란 남북한 체제의 ‘영속적인 분단’을 의미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 핵을 방치한다면 우리의 마지막 대안은 핵무장 결단이다. 북한의 핵무장이 북한 국내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 중국식 논리라면 한국의 핵무장은 한국 국내문제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하지는 않다. 북한 핵무기를 머리에 인 채로 대한민국이 존립할 수 없듯, 대한민국이 핵무장하는 날 중국의 국가안보도 대단히 복잡하게 꼬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핵무장 그 자체가 중국을 위협하는 직접 요인은 아니다. 우리가 왜 중국을 겨냥하겠는가? 그러나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거의 자동적으로 일본의 핵무장과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중국은 일본의 핵무장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결심하는 날, 그것은 일본의 핵무장과 직결되며 아시아는 파국(破局)으로 들어갈지도 모른다. 혹은 케네츠 월츠 교수의 말대로 ‘모든 나라가 다 핵무장하는 날, 차라리 전쟁이 억지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시아의 패권이라는 중국의 꿈은 일본이 핵무장하는 순간 무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도 국제정치를 뒤엎어 놓을 수 있는 지렛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을 때가 됐다.
 
 
  핵무기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핵무기 없는 세계,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강력히 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만이 다른 나라의 핵 공갈 앞에서 벌벌 떠는 그런 상황을 감내(堪耐)할 수는 없다. 일본 지진으로 인한 핵발전소 사고 이후 방사능 누출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한국 국민들 중 5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중국이 핵실험할 때마다 방사능 낙진 때문에 쩔쩔맸던 어린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원자력 기술을 보유한 나라다. 북한은 물론, 중국보다 핵발전소 건설능력이 우수하다. 한국 핵과학자들은 국가가 결단하면 대한민국도 곧 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등 북한 핵을 폐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가진 나라들과 한국 핵무장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에 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할 경우 우리는 마지막 남은 옵션, 즉 핵무장을 결단할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 물론 이 선언에 앞서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들과 충분히 협의해야 하며, 대한민국의 핵무장은 국가안보를 위해 결단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정책 합리적 접근’(Policy Rational Approach)이었다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 나는 이래서 반대한다
 
  “南이나 北이나 핵에 손대는 한 국제사회 지지받는 평화통일은 불가능”
 
全星勳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49세. 고려대 산업공학과 졸,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 공업경제학 석사, 캐나다 워커루대 대학원 공학박사.
  ⊙ 국방부 군비통제관실, 미국 랜드연구소 초청연구위원,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 초청연구위원 역임.
  ⊙ 現 통일연구원 경제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은 1970년 초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시절 프랑스로부터 재(再)처리시설을 도입해서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추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월남패망, 주한미군 철수, 국력이 우세한 북한의 빈번한 군사도발 등 대내외 안보 악재(惡材)에 직면한 정부가 자구책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이 잘못된 것이며 심지어는 원죄(原罪)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위해 대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원죄론’은 잘못된 평가다.
 
  당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출범한 초기로서 지금과 같은 엄격한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고, 일본, 서독, 스웨덴 등 많은 나라가 NPT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핵무기를 개발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은 한국의 안보가 위협받으면 핵무장할 수 있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막고 안보를 지키려고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박정희 정부의 구상은 물거품으로 돌아갔고, 이후 역대 정부에서 핵무장은 진지하게 고려된 적이 없다.
 
 
  우리 사회의 핵무장 논의는 ‘감상적’
 
  1991년 11월 8일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은 핵문제에 관한 최초의 공식정책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관한 선언’을 발표하고 핵개발 포기를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이 선언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①핵무기의 제조·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을 금지하는 비핵 5원칙 선포 ②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보유 금지 ③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약속. 이 선언에 기초해 남북한은 같은 해 12월 31일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는데, 비핵 5원칙에 핵무기의 시험·생산·접수를 금지하는 세 가지 원칙이 추가된 것이 차이점이다.
 
  주한미군이 대공산권 억지(抑止) 차원에서 1950년대 중반부터 1991년까지 많게는 수백 기(基)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지만, 미군의 전술핵은 한국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에서 한국군과는 완전히 격리돼 있었다. 건국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핵무장 옵션이 진지하게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도 거의 없고, 일반 국민이 핵문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한국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여론이 70~80%를 상회했지만, 이는 우리 국민의 다분히 ‘감상적’인 의사표시일 뿐, 구체적으로 계산되고 정제된 의지의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1990년 북한 핵문제가 공개적으로 불거진 이후 지난 20년간 이 문제를 접하면서 우리 국민은 핵문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됐다. 북한 핵문제뿐만 아니라 핵을 둘러싼 국제정치적 동향, 핵 비확산 체제와 규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의식이 일깨워지고 그 수준이 높아졌다. 특히 북한을 도와주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망’을 넘어 ‘절망’으로 다가오면서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핵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게 됐다. 이런 국민적 인식의 변화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핵실험을 거치며 단단하게 다져졌고, 2011년 초부터 더욱 각인되면서 하나의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북한이 핵을 보유했으니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하에, 우리도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이런 현상은 북핵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지난 20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허무감, 북한정권의 강력한 핵보유 의지와 설득을 통한 핵 포기가 불가능하다는 데 대한 좌절감,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무력감, 남북간의 전략적 균형이 깨졌다는 자괴감, 그리고 천안함 공격·연평도 포격에서 보듯이 핵을 가진 북한이 더욱 무모한 도발을 할 것이라는 위기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민심(民心)의 울림이다.
 
 
  유엔 제재를 받으면서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지위를 누릴 수 있을까
 
김정일은 노무현 대통령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표한 지 4시간 만에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비핵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여론은 김정일에겐 늘‘소귀에 경읽기’다.
  북한의 핵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전체적인 국익(國益)을 고려해서 자체 핵개발을 하지 않는 ‘비핵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21세기의 현 시점에서 비핵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40년 전에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장 시도가 잘못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정책을 펴자는 것이다.
 
  핵 비확산은 21세기의 국제질서를 규율하는 기본 토대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을 제외하고 NPT 체제를 거부하면서 핵무장을 추진한 나라는 없다. 이란과 시리아가 북한을 모방하려 하지만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와 견제로 핵개발이 여의치 않다. 핵무장에 필요한 충분한 기술력과 자금력을 갖춘 서방 선진국들은 핵무장을 포기하고 국제협력과 규범의 준수를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 냉전종식 이후 남아공(南阿共)과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함으로써 정권을 유지했다.
 
  북한이 NPT 체제 내에서 국제사회를 속이며 핵을 개발한 나쁜 선례를 만들어 낸 이후 핵개발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다. 더욱이 우리는 북한 내부의 변화를 계기로 민족통일의 숙원을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 남이나 북이나 핵에 손을 대는 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어느 누가 핵무장한 통일한국의 출현을 원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북한 핵은 민족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가장 반(反)통일적인 골칫거리다.
 
  정책의 세계에서는 감상적·이상적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오로지 국익을 위해 각축을 다투는 냉엄한 현실이 지배할 뿐이다. 지금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서 국제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고 있다. 6·25전쟁 이후 최초의 대북(對北)제재 결의안인 1718호는 재래식무기 금수(禁輸), WMD(대량살상무기) 기술과 자금지원 금지, 사치품 금수와 같은 경제제재를 가했고, 1874호에 의해 그 강도가 배가됐다.
 
  우리도 북한처럼 나라의 문을 닫아 걸고 오로지 핵무장에 전념한다면 핵을 가질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겠는가? 21세기의 핵 비확산 규범을 거역하며 핵무장을 하는 경우 초래될 국익의 손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이 안보리결의안 1718호와 1874호에 의거한 대북 경제제재와 같은 제약을 받으면서도 지금과 같은 세계 10대 무역대국의 지위를 누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제재가 가동되면 경제적인 타격도 타격이지만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외톨이가 된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 핵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북한과 똑같이 행동하며 국제사회로부터 지탄받을 핵개발의 길을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래서는 주변국들의 집요한 방해로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도 불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이익뿐 아니라 통일된 한국과 민족 전체의 이익을 고려할 때,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정부 차원의 진지한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은 정부의 정책적·외교적 입지를 넓혀 주고 북한과 주변국들을 압박하는 역할을 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할 두 가지 일들
 
북한은 2009년 4월 7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로켓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은 로켓 머리에 인공위성을 실어 지구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인공위성 발사는 위장일 뿐 사실은 장거리 미사일‘대포동 2호’를 시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체 핵무장은 포기하지만 한국이 국격을 바로 세우고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 각각 해야 할 일이 있다.
 
  ① 비핵화 공동선언의 효력상실 확인
 
  첫째, 비핵화 공동선언의 법적·실질적 효력이 상실되었음을 공식 확인하는 일이다. 북한은 이 선언을 체결하기 전부터 비밀리에 핵개발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철저하게 기만(欺瞞)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체결 당시에 이미 효력을 상실한 사생아(私生兒)와 같은 불행한 문건으로서 종이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미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북한은 이 선언이 금지하고 있는 재처리 시설을 선언 체결 전부터 가동해서 1992년 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시작되던 즈음에 10~14kg의 플루토늄을 보유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진행, NPT 탈퇴, 핵보유 선언, 두 차례의 핵실험과 핵기술 확산 등을 자행하면서 비핵화 공동선언을 해를 거듭하며 지속적으로 유린했다. 그 사이에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던 북한의 위협은 ‘남한을 잿더미’로 만들겠다는 정도로 높아졌다. 핵공격으로 잿더미가 된 히로시마의 참상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협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1990년대 후반 북한의 핵개발이 가속화되었을 때, 북한정권에 대해서 제대로 문제제기도 못한 채 결국에는 핵보유를 선언하고 핵실험을 실시하는 것까지 그대로 방치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 이 선언의 이행 약속을 명기하는 중대한 실책도 범했다. 합의 당사자가 서명시점부터 고의로 집요하게 위반하면 그 선언은 원천 무효가 된다. 그런 선언을 그대로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이다. 지난 시기,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한다면서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는가.
 
  비핵화 공동선언은 우리 정부가 북한에 ‘퍼 주고 끌려다닌’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대외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해서 정부가 나서기 어렵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는 북한의 일관되고 집요한 위반으로 인해 법적·실질적으로 비핵화 공동선언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것을 국회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②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6자회담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났지만 그 사이 북한의 핵능력은 대폭 강화되고, 회담의 마지막 레드라인(정책전환의 한계선)이었던 ‘핵기술 수출금지’도 깨졌다. 6자회담 8년 동안 플루토늄 보유량은 4배로 늘어났고, 두 번의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시리아에 원자로를 건설해 주었다. 2010년 11월에는 북한 당국이 집요하게 존재를 부인하던 첨단 원심분리기 시설이 공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로 포장된 회담만 무한정 지속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이제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역시나’ 하는 좌절로 바뀌는 반복되는 모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환상을 떨쳐버려야 한다. 기존 협상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북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국면전환을 위한 대결단이 필요하다.
 
 
  核에는 核으로 전략균형 맞춰야
 
  건국 이후 최대의 국가안보 위협인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의 대안은 1991년에 철수된 주한미군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와서 북한 핵과 맞대응해 놓은 후, 북핵 폐기와 전술핵 철수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시작전권이 전환되는 2015년 12월을 협상에 의한 북핵 폐기의 시한으로 설정, 그때까지 협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주한미군 전술핵을 남한에 재배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협상시한까지 북핵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준비된 전술핵을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재배치하고, 이 시점부터 ‘북한의 일방적 핵포기’에서 ‘북한 핵과 주한미군 전술핵의 쌍방 군축’으로 북핵문제의 국면을 전환시킨다. 주한미군 전술핵의 조건부·한시적 재배치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가진다.
 
  -우리가 핵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이 핵을 못 쓰게 하기 위해서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우리 사회와 군(軍)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북한이 핵무기를 믿고서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은 국지도발을 함부로 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핵에는 핵으로 전략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아예 핵이 없으면 협상에서 우리의 발언이 먹혀들지 않고 협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중국도 북한 핵으로 인해 전략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을 높이고 안보공약을 더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해서다.
 
  -‘선(先) 비핵화’라는 남북대화의 조건을 털어 버리고 북한에 대한 전략적 개입과 연계를 강화해서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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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이    (2011-04-21)     수정   삭제 찬성 : 479   반대 : 563
핵주권은 생존권 차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걸핏하면 도발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 북한이 핵을 절대포기 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또한 이러한 북한의 행위를 두고 중국이 계속 이를 비호하고, 두둔을 하는 마당에 우리도 자위권을 위해 핵무장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2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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