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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의 安保 - 천안함 둘러싼 美·中 갈등

“서해는 천안함 사건 본질에서 벗어나 美·中 갈등해역 돼”

글 : 박승준  인천大 초빙교수·前 朝鮮日報 베이징특파원  sjpark77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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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천안함이 피격 침몰한 백령도 근해에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 합동훈련을 하는데 대해 왜 그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서해는 1894년 청 왕조가 일본과 벌인 청일전쟁의 결과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 최초의 경험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 천안함 피격침몰 이후 중국이 노래를 부르듯 강조해 온 것은 ‘냉정과 절제’
⊙ ‘중국인들에게 황해의 중요성은 멕시코만이 미국에 대해 가지는 중요성보다 절대 작지 않다’
    (<차이나 데일리> 6월 29일 자 논평)
⊙ 한국은 이번 천안함 사건 대처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풀어 주는 국면주도
    역할을 할 수 없었을까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참여한다. 지난 2008년 10월 7일 부산 앞바다에서 조지 워싱턴호가 정박사열을 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 침몰 사건은 마치 잠수함처럼 수면 아래에 감추어져 있던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갈등을 물 위로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했다. 남북한은 각자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 직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즉각 표명했고, 중국은 북한을 감싸고 도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숨기지 않았다. 그런 미국과 중국은 마침내 서해상의 한미합동 군사훈련에 미국이 항모(航母)를 파견하는 문제를 놓고, 원색적인 말을 주고받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한미연합훈련 해역이 자신들의 앞마당이라는 점에서 극도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를 놓고 그런 날카로운 갈등을 빚은 것은 때마침 6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태였다. 중국정부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의 황상양(Huang Xiangyang) 논평원이 지난 6월 29일 자에 실은 논평 ‘황해의 미군(US military presence in the Yellow Sea)’은 중국 정부의 속마음을 잘 설명해 주었다. 다소 길지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6월 28일 발표한 동(東)중국해 실탄 사격훈련(6월 30일~7월 5일)은 1996년 3월 대만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경고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한 이래 처음 시행되는 훈련이다. 이 지역의 지정학과 군사전략에 대한 기초지식을 조금이라도 갖춘 사람이라면 인민해방군의 그런 발표가 바로, 황해(서해)상에서 한국과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할 것이라는 발표에 대항해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황해는 한 국가가 자신들의 힘자랑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황해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앞마당(front yard)이었다. 1894년 청(淸) 왕조는 바로 여기에서 일본과 해전을 벌였다. 중국인들에게 황해의 중요성은 멕시코만의 미국에 의해 가지는 중요성보다 결코 작지 않다.
 
  중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지만, 미 국방성은 중국의 전략적인 최후의 선을 시험해 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미국의 핵 추진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한미합동훈련에 참가한다면,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같은 중요 도시와 동부연안의 경제발전 지역들이 미군의 군사적인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미국은 어떤 나라의 대사관에 오폭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닐 것이다. 중국 속담에는 ‘쥐도 구석에 몰리면 문다’는 말이 있다. 중국의 현관 앞에서 벌이는 미국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해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외침의 물결이 그 말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중략)…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중국을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지만,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문화 때문이다. 중국이 뭐라고 하든 황해에 출현하는 미군과, 중국의 해안선에 대한 끝없는 정찰활동들은, 게이츠 장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엉클 샘이 표리부동하다’는 중국인들의 평소 느낌을 강화해 줄 뿐이다.
 
  1996년 중국이 대만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훈련을 했을 때, 미국은 2대의 항모를 대만해협으로 파견했다. 미국의 그런 행동은 (한국전쟁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동이었다. 미국에 비하면 중국은 아직도 약하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위대한 국가가 되기 위해 미국의 군사행동에 저항할 것이며, 특히 중국의 연안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군사행동에 저항할 것이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6월 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만난 결과를 설명하면서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10만 8000리나 떨어져 있는 나라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천안함 사태에 대한 중국의 북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후진타오 주석이 그의 이웃과 동맹국에 대해 자제심(restraint)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자제심과 현존하는 문제들에 대해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것(willful blindness)은 서로 다른 것이다.
 
  나는 후 주석이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평양이 선을 넘었다는 점에 대해 분명히 말을 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나는 어제 후 주석을 만났을 때 그가 이 점에 대해 대단히 둔감하다(blunt)는 것을 느꼈다.
 
  미국은 사건 발생지역이 중국의 뒷마당(back yard)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대해 계속해서 모른 척한다면, 국제사회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줄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행동에 관한 한 우리가 추악한 사실들에 대해 모른 척하고, 어쨌든 평화는 유지돼야 한다는 환상을 갖는 것은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호전적인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그렇게 비판하고 나서자,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월 29일 “우리는 불난 데에 기름을 붓는 행동 같은 것은 하지 않으며, 화재를 틈타 협박하는 것 같은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통상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이 즉흥적인 경우는 거의 없으며, 사전에 회의를 거쳐 사용할 용어를 미리 정해서 언급하는 것이 보통이다. 친강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취하는 입장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것이며, 나무랄 데 없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난하면서 자신들에 대해서는 자화자찬하는 말을 했다.
 
  친강은 G20 폐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 발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해 달라고 하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중국은 한반도에 이웃한 나라”라고 한 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한 우리 중국의 생각과, 한반도에서 10만8000리나 떨어져 있는 국가가 느끼는 것은 같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10만8000리나 떨어져 있는 나라와는 달리, 직접적이고 엄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과 미국이 천안함이 피격 격침된 서해상에서 합동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은 마샤오톈(馬曉天)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었다. 공군 중장 출신으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인 마샤오톈은 7월 1일 홍콩의 위성 뉴스 방송 봉황(鳳凰)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명백한 반대의 뜻을 밝히고 나섰다.
 
  “미국과 한국이 황해에서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데 대한 우리들의 태도는 명확한 것이다. 황해는 중국 영해로부터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 거기서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데 대해 우리의 태도는 명확하다. 우리는 분명히 반대(非常反對)한다는 것이다.”
 
 
  中, 6자 회담 재개 주장
 
  7월 6일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마샤오톈 부총참모장의 발언이 중국정부의 공식입장임을 분명히 밝히면서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우리는 마샤오톈 부참모장의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당면한 형세에서 관련 당사자들은 냉정과 자제력을 발휘해 이 지역의 정세를 긴장시키지 말기를 바란다.” 친강은 이어 7월 8일에는 보다 분명한 언사로 중국이 황해에서의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중국은 이미 관련국들에 엄중한 관심을 전달했다.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 외국 군대의 군함이 중국 근해에서 중국의 안전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데 대해 결단코 반대한다. 우리는 관련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력을 발휘해서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지 말기를 바란다.”
 
  중국은 7월 10일 천안함에 대한 공격이 문맥상으로는 북한임을 지칭하면서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발표되자, 즉각 국면을 6자회담으로 전환할 것을 제의하고 나섰다. 중국의 뜻은 ‘이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도 채택되고 했으니,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이니 뭐니 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6자회담으로 국면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그런 중국의 국면전환 제의에 한국과 미국이 연합훈련 계획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이 되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동중국해에서 실시된 중국군의 실탄 사격 훈련에서 해군 미사일 고속정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중국언론은 이번 훈련에 군함 수십 척과 전투기 100여 대가 참가했고, 발사된 미사일의 80% 이상이 표적을 맞혔다고 전했다.
 
  1984년 청일전쟁의 패배를 연상케 해
 
  중국은 천안함이 피격 침몰한 백령도 근해에서 미 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 합동훈련을 하는 데 대해 왜 그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그것은 <차이나 데일리>의 6월 29일 논평 ‘황해의 미군’이 적시한 것처럼, 황해는 1894년 청 왕조가 일본과 벌인 청일전쟁의 결과 수천 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한 최초의 경험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반도에서 발생한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한반도에 진주한 청과 일본의 군대는 한반도와 서해에서 전쟁을 일으켰고, 이 전쟁에서 패배한 청은 1895년 2월 1일 시모노세키(下關)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북양대신(北洋大臣)이라는 직책을 맡아 중국 해군을 책임지고 있던 리훙장(李鴻章)은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결과 일본 시모노세키로 건너가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함께 전문 11개 조항으로 된 굴욕적인 강화조약에 서명했는데, 그 시모노세키 조약의 제1조가 ‘청국은 조선이 완전무결한 독립 자주국임을 인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청국이 랴오둥(遼東)반도와 대만섬, 펑후다오(澎湖島)를 일본에 할양하고, 전쟁배상금을 지급하며, 중국 내 주요 항구도시들을 일본에 무역항으로 개방한다는 등의 내용은 2조 이하에 있었고, 제1조는 ‘청국은 조선이 완전무결한 독립자주국임을 인정한다’, 다시 말해서 수천 년 동안 한반도에 대해 행사해 오던 영향력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은 바로 이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했고, 제국주의 일본은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한반도를 청에서 떼어내고, 다시 1905년 러시아와 랴오둥반도에서 전쟁을 벌여 승리한 결과 체결된 포츠머스 조약으로 한반도에 대한 정치, 경제적 이권을 확보하는 순서를 밟았다. <차이나 데일리>의 논평은 그런 역사적 배경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서해(황해)는 중국의 앞마당
 
  우리는 60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마오쩌둥이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한 지 불과 1년 만인 1950년 10월 국내 형편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수십만의 중공군을 압록강을 건너 한반도로 진군하라는 명령을 내려 참전한 이유를 이해하게 된 셈이다.
 
  중국은 당시에도 “한반도 전쟁의 불길이 압록강을 건너 중국땅으로 건너오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서”, “집과 나라를 지키고, 조선을 도와 미국에 저항하기 위해(保家衛國, 抗美援朝)” 수십만의 군대를 한반도로 들여보내 참전한다는 명분을 세웠었다. 중국 공산당은 60년 전의 그런 명분을 지금도 각종 영화와 드라마, 도서를 통해 끊임없이 인민들에 대한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선전과 학습 과정의 논리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항공모함을 파견해 한국과 서해에서 합동군사훈련을 벌이는데 중국 지도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형편이다. 서해는 <차이나 데일리>의 논평 ‘황해의 미군’에 나오는 것처럼 중국의 ‘앞마당(front yard)’이지 결코 오바마 대통령이 표현한 것처럼 ‘뒷마당(back yard)’ 정도가 아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100여 년 전 국제정세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도 못하고 국력도 쇠한 가운데 서해를 미국과 유럽, 일본, 청국이 다툼을 벌이는 ‘분쟁해역(troubled water)’이 되도록 방치하더니, 다시 100여 년 뒤에는 천안함 사건이 본질을 벗어나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또 다른 분쟁해역화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연 북한의 어뢰로 침몰한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에 경고하기 위해 미국의 핵 추진 항모 조지 워싱턴호를 백령도 해역으로 진입하도록 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되는지, 또 꼭 필요한 과정인지, 과연 그렇게 하는 것만이 주권국가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미리 제대로 검토를 했어야 할 것이다.
 
 
  천안함과 우리 외교력
 
  한국은 이번 천안함 사건 대처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이 서로 의사소통을 잘하도록 도와줌으로써 국면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었을까. 오바마 미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의 행동에 눈을 감고 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중국은 “미국이 불난 곳에 기름을 붓고, 화재를 틈타 위협과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격한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틈에 끼여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이 조성하는 트러블의 바다에서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미국과 중국의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천안함 처리를 주도하는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 역할을 할 수는 없었을까.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 침몰 이후 중국이 노래를 부르듯 강조해 온 것은 ‘냉정과 절제’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측에 냉정과 절제를 주문하면서 강조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깨는 것은 누구든 그 책임을 묻겠다”는 다짐이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그렇게만 말하는 중국이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불만스러워했다. 중국은 과연 일방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고, 북한을 보호하기 위해 ‘냉정과 절제’만을 강조했을까. 되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6월 초 베이징을 방문한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에게 선물했다는 족자에 담긴 한문 글귀는 중국 외교 당국자들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 할 말을 제대로 못해 무척 답답해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이 선물한 족자는 ‘天下有大勇者(천하유대용자·천하의 큰 용기가 있는 자는) 卒然臨之而不驚(졸연임지이불경·갑자기 어떤 일이 닥쳐도 놀라지 않으며)…’로 시작하는 글귀로, 이른바 송대(宋代)의 문호 소동파(蘇東坡)가 쓴 산문 ‘유후론(留侯論)’의 앞부분으로 한국에 참을 것을 주문한 내용이다.
 
 
  崔天凱 副部長이 선물한 족자의 의미?
 
  그러나 이 유후론을 잘 읽어 보면 중국은 천안함 피격 침몰과 관련, 북한이 공격자라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이 참아야 한다는 뜻을 한국정부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유후론의 ‘유후’란 소동파보다 1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으로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이 진(秦)을 멸망시키고 새로운 왕조를 건설하는 데 1등공신이었던 장량(張良)의 관직을 말하는 것이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장량은 진(秦)에 의해 멸망한 한(韓)나라 사람으로, 나중에 진 시황(始皇)이 된 진왕 정(政)이 수많은 한나라 인사들을 펄펄 끓는 기름솥에 밀어 넣고, 목을 친 데 대해 복수하기 위해 진 시황을 암살하려다 실패하고 머나먼 서주(徐州·지금의 상하이) 부근으로 도망쳐 숨어 살던 사람이었다. 그런 장량이 어느 날 다리 위를 지나가는데 웬 노인이 병법이 적힌 책을 주어, 장량은 진시황을 살해하려던 마음을 접고 병법을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은 진나라를 멸망시키는 데 1등공신이 됐고, 그런 유후 장량의 행동을 1000년 뒤의 문인 소동파가 평가한 글이 유후론인 것이다.
 
  소동파는 유후론에서 만약에 장량이 진시황 살해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모하다가 체포돼 살해됐다면 이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화난다고 검을 뽑아 드는 것은 ‘하책(下策)’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다리 위의 노인이 장량에게 가르친 것은 병법이 아니라 참는 방법”이었다고 쓴 글이 바로 소동파의 유후론 내용이다. 소동파의 유후론은 그러면서 “부귀한 집 자제들은 도적의 손에 죽고 싶어 하지 않는 법이며, 그 이유는 그들의 생명이 존귀하고 도적의 손에 죽는 것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일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물론 중국 외교부 당국자들이 북한을 유후론의 도적에 비유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중국 외교부가 유후론 글귀를 천영우 제2차관에게 선물한 것은 유후론이라는 글에 담긴 깊은 뜻, ‘능력이 있거나 부귀한 사람들은 화난다고 칼을 뽑아 들거나, 도적과 맞서 싸우려고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중국의 의도 좀 더 잘 헤아렸다면…
 
  추이톈카이 부부장은 중국 외교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악필에 속하는 사람이다. 중국 외교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 외교부 내에서는 아무도 그 글씨를 추이 부부장이 썼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런 정도의 글씨는 달필인 양제츠(梁潔) 부부장이나, 평소 고전의 글귀를 많이 인용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정도는 되어야 쓸 수 있는 글귀라는 것이다.
 
  어쨌든 중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의 천안함 사태 관련 속마음을 담은 글귀는 천영우 제2차관이 소지하고 있다가 한국 언론에 공개됐으며, 중국 외교 당국자들이 공개를 희망했는지 아니면 공개되지 않기를 희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글귀가 말하고 싶은 것이 ‘한국이 천안함 사태 해결과 관련, 북한에 대해 보복하는 것은 하책이며, 참고 더 넓은 범위에서의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라고 보면 자연스럽다고 하겠다. 한국이 중국의 그런 마음을 잘 파악해서 미국에 전달하고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에서 한·미 대 북·중의 구도가 아니라, 한·미·중과 북한의 구도를 만들 수는 없었을까? 우리 외교 당국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천안함 피격 침몰 사건은 이른바 ‘한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는(同舟共濟)’ 관계임을 서로 인정하는 이 시대의 미·중관계가 한반도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여주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보여준 갈등과 대립은 글로벌한 전략에서 서로 협조관계인 미·중관계를 근본적으로 위기로 몰아갈 소재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이미 천안함 피격을 규탄하는 유엔안보리 의장성명도 채택된 마당이 아닌가. 이제 우리 외교 당국은 중국과 북한이 합의해서 설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6자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외교란 그런 것이며, 변화하는 상황에 또다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면, 서해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진 46명의 우리 해군 병사들의 죽음을 너무 헛되게 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어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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