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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兵 복무기간 24개월로 환원되어야 한다

글 :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국방선진화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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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泰宇
⊙ 1950년 출생.
⊙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美 뉴욕주립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국방현안위원장 역임.
    現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
⊙ 저서 : <한국핵은 왜 안 되는가> <북핵 감기인가 암인가>
    <미국의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공저)
적정한 국방력 유지를 위해서는 군 복무기간을 24개월로 되돌려야 한다. 사진은 구보 중인 훈련병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李相禹)가 출범한 것은 2010년 초의 일이었다. 방대한 세금을 써야 하는 ‘국방개혁 2020’을 군(軍) 자체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변의 조언들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 시각으로 감시하고 개선점을 건의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취지였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기구가 독립적 지위를 가지지 못하고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국방부의 자문기구로 출발한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처음부터 아쉬운 대목이었다.
 
  개혁이 필요한 사안 중에는 군이 정신을 차리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도 있고, 군을 질타하기에 앞서 국민이 먼저 풀어주어야 할 과제도 있다. 군 간 예산경쟁이 심해 조정이 만만치 않은 사업들도 많고, 국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아무도 거론하지 않는 사안들도 있다. 민간의 간섭을 싫어하는 군의 속성으로 힘든 싸움을 벌여야 하는 때도 있다. 해서 추진위원들은 어떤 사안을 다루는가에 따라 우군과 저항세력이 달라지는 혼란과 함께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2010년 3월 26일 46명의 장병을 수중고혼(水中孤魂)으로 만든 천안함 피격 사태는 국가와 유족에게 엄청난 시련을 주었지만, 안보와 국방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국방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방선진화추진위보다 더 큰 그림으로 국가안보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기 위해 설립된 안보총괄기구는 천안함 피격 사태가 직접 탄생시킨 기구라 할 수 있다.
 
 
  국방개혁을 위한 3대 출발점
 
  개혁을 필요로 하는 사안들은 많지만 그것들을 나열해 보면 줄기에 해당하는 것들과 가지에 해당하는 것들로 구분된다. 다시 말해, 다른 개혁들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먼저 개선되어야 하는 출발점에 해당하는 것들과 그것에 따라 가능해지는 후속조치들로 구분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무형전력(無形戰力)의 강화, 군 일체화를 위한 군 수뇌부의 개조, 병(兵) 복무기간의 24개월 환원 등을 진정한 국방개혁을 위한 3대 출발점으로 간주한다.
 
  무형전력이라 함은 장병들의 국가정체성에 대한 인식, 주적관(主敵觀), 훈련 강도, 장교의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형체로 표현되지 않는 일체의 군사력을 말한다. 한국 국민은 “식량, 물자, 장비 부족 등으로 북한군의 상황은 열악하다” “북한군 병사의 평균 신장이 우리 군인보다 10cm나 작다” 등 통계를 토대로 하는 막연한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이 7년 이상을 복무하면서 강력한 주적관과 강도 높은 훈련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물질적 풍요가 승리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중·고교들이 한국전쟁을 포함한 현대사 과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오늘날 한국군의 신세대 병사나 초급장교 중에는 북한을 ‘동족(同族)’으로만 인식하고 한국전쟁을 ‘북침(北侵)’전쟁으로 믿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군의 장비가 아무리 우수해도 장병들이 북한을 ‘동족’으로만 인식한다면 주적개념이 분명한 북한군과 싸워서 이길 수 없다. 무형전력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군대에는 비싼 장비를 사주고 우수한 복지를 제공해도 국방력 증강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상태를 방치한다면 국방비의 효율적 집행이나 무기구입 과정의 투명성을 백 번 논의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국방개혁을 위한 두 번째 출발점은 군 일체화를 위해 육·해·공군 3군의 대표성이 역할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반영되도록 군 수뇌부(국방부, 합참)를 개조하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보다 고질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육군을 제외한 다른 군이, ‘군 수뇌부의 요직이 육군에 의해 독식되고 군 구조 개선이나 무기구입 같은 중요정책이 육군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한, 군 일체화를 위한 어떤 방안도 제대로 실천되기는 어렵다. 요즘 합동성(合同性) 강화라는 말이 부쩍 유행하고 있지만 각 군 간 차별감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는 이 또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군 간 협력이나 합동성이란 각 군이 자군에 대한 자부심에 충만하고 사기가 높을 때에만 가능하다. 군 간 차별의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중요한 사업을 논하더라도 각자는 자신이 입은 군복의 색깔에 따라 자군 이기주의적 발언만 늘어놓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는 군 간 예산경쟁이 심한 무기도입 사업, 장성의 숫자가 바뀌는 군 구조 개선, 유사기능 기관의 통폐합 등 개혁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이 제대로 논의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군 일체화 없이는 국방개혁 난망
 
  필자는 선진화추진위에서 해·공군 작전사령관의 대장보임 문제를 거론했다가 육군 장성들의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육군의 야전군 사령관이 대장이라면 전쟁시 전체 공군을 움직이는 공군사령관과 해군 전체의 작전을 관장하는 해군사령관의 계급도 대장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필자의 논지가 일부 육군 장성들에게 ‘기존의 전통’을 무시하는 이상한 주장으로 들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공군 전체 또는 해군 전체의 전쟁수행 역할은 결코 육군 1개 야전군에 뒤지지 않는다. 역할의 크기나 임무의 중요성에 걸맞게 계급을 조정하는 것이 한국군 전체를 놓고 보면 사기를 높이고 국방력을 키우는 일이다.
 
  또 한번은 공군 조종사 유출 방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열악한 자녀교육 환경, 허술한 조종사 관사 등 생활여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보고자의 말을 막았다가 원망을 자초한 적도 있다. 그런 문제는 모든 군의 장교들에게 해당하는 문제이며, 굳이 그런 여건을 논한다면 벽·오지로 옮겨다니는 육군 장교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가 하면 해군에 대해서도 싫은 얘기를 했다가 냉랭한 반응을 자초했다. 현재 해군과 해병대는 6만8000명의 병력을 6 대 4의 비율로 양분하여 운영하는 형태로, 장교정원, 보직, 파견 등의 운영은 해군의 몫 중 일정부분을 해병대에 나눠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해병대는 해군에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위관급 장교는 해군이 3배, 영관급 이상은 4배가 될 정도로 불균형이 심하다. 함정을 운용하는 기술군의 특성상 해군이 상대적으로 많은 장교를 보유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현재의 불균형은 지나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지적을 할 때에는 언제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이런 지적은 특정 군에 대한 싫고 좋음과 무관하게 한정된 국방비로 최대의 국방력이 발휘되기를 원하는 납세자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제기하는 것이지만, 군 간 밥그릇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논쟁은 언제나 ‘자군(自軍) 이기주의의 격돌’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군 간 차별의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육군은 해·공군의 역할을 인정하고 미래지향적 군사력 건설을 위해 해·공군의 육성이 필요함을 공감해야 한다. 해·공군은 어떤 경우에도 육군이 중심군이 될 수밖에 없는 한반도의 여건을 인정하고 불필요한 차별감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해병대 역시 ‘귀신 잡는 해병’의 전통에 자부심을 느끼며, 차별감보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군대로 성장해야 한다. 군 수뇌부의 개조는 이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당연한 출발선이다.
 
 
  병 복무기간 환원은 국민이 풀어야 할 과제
 
  돌이켜 보건대, ‘국방개혁 2020’에 의해 병력을 대폭 감축하면서 병 복무기간을 육군 기준 24개월에서 18개월(해군 26→20개월, 공군 27→21개월)로 줄이기로 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박은 ‘안보 대못’이었으며, 이 대못을 뽑아 주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노무현 정부의 복무기간 단축 결정 이후 복무기간이 지나치게 단축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2009년 8월 단축기간을 6개월에서 2개월로 줄이는 취지의 병역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으나 2010년 국방위에서 부결되었다. 한편 ‘군사원호 대상자 고용법’과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공무원 채용 시 만점의 3~5% 가산점을 군 복무자에게 부여하던 제도는 19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중단되었다. 위헌 결정 요지는 “헌법상 근거가 없는 제도로 여성 및 장애인,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후에도 가산점 제도의 부활을 위한 입법시도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에 2008년 김성희·주성영 의원의 주도로 국회 국방위가 위헌시비를 피하기 위해 가산 범위를 축소하고 가산점 부여기간과 횟수를 제한하면서 혜택 합격자가 전체의 20%를 넘지 않게 하는 내용의 새로운 제도를 의결했지만,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의 반대로 현재 법사위(法司委)에 계류 중이다.
 
 
  18개월 복무로는 안보인프라 구축 불가능
 
북한은 7년 이상 장기 복무한 120만 정규군과 각종 예비군 등 800여만 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복무기간 단축은 문제투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위협에 대한 당시의 예상과 달리, 두 차례의 핵(核)실험과 천안함 피격에서 보듯 북한의 위협은 증가되고 있으며, 핵무기, 미사일, 잠수함, 장사정포 등 비대칭성에서 오는 위협도 심해지고 있다.
 
  병력 규모에서의 양적 비대칭도 방치하기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다. “군사력의 양(量)보다는 질(質)이 미래전쟁의 승부를 결정한다”라는 타당한 논리도, 지나치면 병력 규모의 비대칭성을 간과하게 만드는 고정관념이 될 수 있다. 한국이 370만명 규모의 현역 및 예비군을 2020년까지 237만명(현역 51만7000명, 예비군 185만명)으로 줄이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120만명의 정규군에다 한국의 동원예비군에 해당하는 교도대 170만명, 한국의 향토방위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농적위대 410만명 및 붉은청년근위대 80만명, 속도전 청년돌격대 5만~6만명 등을 합쳐 도합 800여만 명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예비군들은 연간 30일 동안 입영하여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데 이는 연간 100시간 이하의 훈련을 받는 한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옳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친 수적 열세가 상대의 도발의지를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병 복무기간 단축은 장교 양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대학들의 학군장교 후보생 모집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조차 군의관 지망을 기피하고 사병복무를 희망하는 해괴한 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병력의 양적 축소를 보완하고자 도입된 유급지원병제도로 인한 국방예산 부담 증가, 위화감 조성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데, 2008~2009년 시험운영평가 결과 지원율이 하락하면서 애초에 계획했던 4만명 유지도 곤란한 처지임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 출산율을 감안할 때 2020년 이후에는 병역자원 급감이 예상되어 복무기간 18개월로는 국방개혁 수정안이 계획하고 있는 51만 7000명조차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이제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한 때
 
  모든 것을 떠나, 남북한 군사대치가 해소되지 않고 북한군이 7년 이상 복무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복무기간이 2년도 되지 않는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당장 18개월로는 안보 인프라를 구축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무한정 국방비를 늘려 최고가의 군사장비만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는 2010년도 국방예산 증가율(3.6%)을 감안하면 ‘국방개혁 2020’에 의해 2020년까지 집행하기로 되어 있는 599조원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값비싼 장비들을 구입한다고 해도 그렇다. 복무기간이 18개월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고가의 군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우리의 K-2전차가 아무리 우수한 성능을 가진 100억원대의 장비라 하더라도, 숙련도가 낮은 신병들이 운전하는 K-2전차가 주적개념이 뚜렷한 숙련병들이 모는 북한군 전차를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국가사회는 군에 위국헌신의 의무를 요구하기에 앞서 군에 적정수준의 병력을 공급하고 군 복무자들이 자신의 복무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사회복지사, 컴퓨터·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소지자 등에게 가산점을 주는 마당에,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유수의 선진국들이 가산점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의 남성들이 병역으로 봉사하는 동안 입는 학업중단, 사회진출 지연 등의 손실에 대해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배려조차 받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통념상으로도 맞지 않다.
 
  물론 불과 얼마 전에 젊은이들에게 18개월만 복무하면 된다고 했다가 다시 24개월로 환원한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은 문제다. 군은 물론 정부조차도 거론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권은 더욱 그렇다. 젊은 층의 표를 포기하면서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 문제를 거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공감할 것이다.
 
  정부와 국방부는 지체없이 복무기간과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복무기간은 종전대로 24개월로 환원하되 그 한도 내에서 신축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며, 유급병(有給兵) 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군 가산점 제도 역시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2008년 국방위 의결안을 중심으로 부활되어야 마땅하다.
 
  한국이 천안함 피격을 계기로 진정 안보태세를 점검하고자 한다면, 군 복무기간의 24개월 환원 문제는 빠뜨릴 수 없는 중요의제이며, 이런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천안함 영웅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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