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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호박 눈의 산토끼 (에드먼드 드 발 지음 | 아르테카 펴냄)

아주 작은 장신구 속에 담긴 가문과 유럽 문예의 역사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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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케(根付)는 에도(江戶) 시대에 만들어진, 기모노에 매는 주머니의 끈에 달린 장신구다. 요즘으로 치면 핸드백이나 휴대폰에 다는 액세서리라고 할까? 상아나 나무를 깎아 만드는데, 크기는 아주 작지만 형상은 기기묘묘하다. 호박(琥珀) 눈을 한 산토끼, 졸고 있는 하인, 사무라이 투구를 갖고 노는 아이들, 부러진 나뭇가지에 달린 벌집 위에 앉은 말벌, 벌거벗은 여인과 문어…. 19세기 말 프랑스 등 유럽에서 자포니즘(Japonism) 열풍이 불었을 때,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네스케를 열심히 수집했다.
 
  이 책은 친척으로부터 264점에 달하는 네스케를 물려받은 저자가 그 수집품들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게 된 과정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러시아 오데사(지금은 우크라이나 영토임)에서 곡물상으로 시작, 파리와 빈으로 진출해 금융계의 대부호가 되었다가 몰락한 유대인 가문의 역사이기도 하고, 19세기 말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예술사이자 문학사이기도 하며, 홀로코스트라는 참극을 불러온 사회사이기도 하다. 네스케라는 아주 작은 액세서리와 거대한 역사의 흐름, 벨 에포크 시대 부유한 파리 댄디 보이의 달달한 사랑과 끔찍한 홀로코스트, 다양한 문예사조가 꽃 피는 시기였던 19세기 말~20세기 초의 빈과 정치적 혼란과 광기(狂氣)가 지배했던 전간기(戰間期) 빈, 몰락한 사무라이들이 자신들의 유산을 헐값에 팔아넘겼던 메이지유신 전후의 초라한 일본과 세계적인 경제·문화 중심지로 우뚝 선 현대의 도쿄가 끊임없이 대비된다. 생소하지만 재미있다.
 

  저자는 영국 태생의 도예가이자 작가이다. 이 책은 2010년 출간된 후 《가디언》지에 의해 ‘올해의 책’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으로 선정되었으며, 29개국에서 번역·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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