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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임영웅 현상

팬카페 회원 20만 명 자랑하는 국민가수 임영웅 팬덤의 현장을 찾아서

“영웅이 노래 듣고 삶의 기쁨 찾아”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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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지순례(임영웅 성지순례)’, 경기도 포천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 임영웅 팬덤의 세 가지 특징은 ▲스타와 팬의 유대 ▲장년 문화의 힘 ▲확장성
⊙ “말도 별로 없고 얌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임영웅이 아르바이트했던 식당 사장)
⊙ “우울증 약을 1년 6개월 동안 먹다가 영웅이 노래 들으면서 딱 끊었어요”
⊙ “새로운 플랫폼 참여하는 방식 배우느라 치매 안 걸릴 것 같아”
⊙ “영웅이가 청년 피자 광고할 때는 원주시까지 가서 피자 시켜 먹어”
⊙ “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 있는 1집 앨범 이후 1020 팬들이 엄청 많아졌어요”
⊙ 넓어지는 팬층, 임영웅에게 1020세대는 ‘본업존잘’, 3040세대는 ‘국민새아빠’
⊙ “실버 포함해 全 세대 강타하는 大히트곡이 나올 거 같다는 예감 들어”(‘사월과오월’ 출신 싱어송라이터 백순진)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임영웅 공연에서 임영웅이 ‘건행’ 인사를 하고 있다. ‘건행’은 ‘건강하고 행복하시라’는 뜻이다. 사진=임영웅 오피셜 인스타그램
  고백하자면 임영웅에 대해 잘 몰랐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을 한 번씩 챙겨 보긴 했지만 경연이 끝나자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미스트롯〉 끝나고서는 콘서트도 가보곤 했는데 〈미스터트롯〉 방영 직후엔 코로나19가 한창이라 공연도 가보기 힘들었다. 2020년 〈미스터트롯〉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가수들이 워낙 인기가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 정도였다. 세상 사람들 거개가 기자 같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4월 임영웅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긴 스타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아이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모두 제쳤다. 임영웅 팬카페 ‘영웅시대’는 회원 수 2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임영웅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50만 명을 넘겼다.
 
  콘서트 실황을 담은 다큐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은 지난 3월 개봉 이후 25만 명이 관람했다. 자꾸 방탄소년단과 비교하는 것 같아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 관람객 수 역시 방탄소년단을 앞섰다. 지난 2월 개봉한 방탄소년단의 공연 영화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BTS Yet To Come in Cinemas)〉는 9만2000여 명이 관람했다. 거의 세 배 차이가 난다. 1991년생, 이제 서른 초반인 임영웅은 대체 어떤 존재가 된 걸까.
 
 
  ‘웅지순례’
 
  임영웅 팬들 사이에 ‘웅지순례’라는 용어가 있다. 임영웅과 관련된 곳을 성지순례하듯 찾아다닌다는 뜻이다. 웅지순례 1번지는 경기도 포천시다. 포천은 임영웅의 고향이다. 실제로는 경기도 연천군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포천시로 이사 와서 쭉 성장했다. 알려진 대로 부친을 사고로 잃은 후 모친이 미용실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렸다. 임영웅은 포천시 홍보대사를 하며 ‘포천의 아들’로 불리기도 한다. 웅지순례 첫 번째 코스로 포천을 가보기로 했다.
 

  포천은 경기도 북부에 위치해 있다. 북쪽으로는 강원도 철원군과 화천군, 남쪽으로는 의정부, 남양주시를 면한다. 경기도의 시 중 가장 면적이 넓다. 번화가가 있는 소홀읍과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는 선단동 정도를 빼면 거개가 농지와 산지다. 일동, 이동 막걸리가 유명하다. (일동과 이동은 지역 이름이다.) 위치가 북한과 가깝다 보니 군사 시설이 집중 배치되어 있다. 인구는 14만5000여 명. 버거킹, 맥도날드 같은 햄버거 가게가 자주 눈에 띄었다.
 
 
  임영웅이 아르바이트 했던 식당
 
경기도 포천에 있는 8요일키친. 임영웅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이다.
  ‘8요일키친’을 찾아갔다. 식당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건물 1층. 식당 창문에 임영웅 사진이 붙어 있었다. 임영웅이 포천 거주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다. 여기와 대진대학교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했다.
 
  식당 안에도 온통 임영웅 사진 천지다. 입구 쪽 테이블 하나는 통째로 임영웅 액자 전시대로 쓰고 있었다. 식당 안쪽엔 실물 크기 입간판도 서 있었다. 벽에 걸린 대형 TV에선 임영웅 콘서트 장면이 흐르고 있었다. 지난해 고척돔에서 열린 공연이다. 화장실로 향하는 벽엔 웬 대형 아기 사진도 붙어 있다. 임영웅 돌사진이란다. 원래는 화장실 내부에도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팬들이 ‘임영웅이 보고 있는 것 같아 일이나 제대로 보겠나’라고 해 뗐다고 한다.
 
  11년 전부터 영업해온 식당은 2020년, 임영웅의 운명과 함께 전환점을 맞았다.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찾는 명소가 됐다. 명준식 사장은 “손님 10명 중 8명이 임영웅 팬”이라고 말했다.
 
  “영웅이가 여기서 아르바이트는 대여섯 달 정도 했는데, 일 안 할 때도 자주 왔다 갔다 했어요. 친구들이랑 와서 돈가스도 먹고, 제 딸들이랑도 친했어요. 작은 딸이랑은 동갑이거든요. 큰딸 결혼할 때는 결혼식 축가도 불러줬어요.”
 
식당 한쪽엔 한국 및 전 세계에서 찾아온 팬들이 쓴 메모가 붙어 있다.
  〈미스터트롯〉 경연 기간에도 8요일키친을 찾았다고 한다.
 
  “〈미스터트롯〉 결승 직전에 여기 와서 엄마랑 삼촌이랑 밥 먹고 두세 시간 있다가 갔어요. 영웅이 엄마 아는 분들이 사인해달라고 하니까 그걸 군말 없이 다 해주더라고.”
 
  임영웅 성지라는 식당까지 왔는데 밥을 안 먹어볼 수 없었다. 8요일키친에서는 돈가스 종류와 파스타를 판다. 경양식을 생각하면 된다. 메뉴를 들여다보자 명씨는 치즈돈가스를 권했다. 임영웅이 좋아하는 메뉴란다. 어쩐지 방문 후기를 읽어보니 하나같이 치즈돈가스 얘기였는데 그제야 이해가 됐다.
 
임영웅의 돌사진이 붙어 있다.
  본메뉴가 나오기 전에 명씨가 직접 끓였다는 수프가 나왔는데 꽤 맛있었다. 치즈돈가스와 커피 모두 맛있었다. 공연 영상이 나오는 텔레비전을 힐끔거리느라,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들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맛있게 먹었다.
 
  꽤 많은 손님이 들락날락거렸다. 오늘은 적은 편이란다.
 
  “이번 달 남은 예약이 아직도 많아요. 여기 칠판에 적혀 있는 걸 보세요. 대구에서 58명, 목포에서 15명, 지금까지 관광버스로 수십 대는 왔다 갔어요. 와서 영웅이 노래 들으면서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놀다 가세요. 왔던 분이 또 오세요. 부산에 사는 어떤 분은 일곱 번을 오셨어요. 외국에서도 와요. 일본,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메모지에 적혀 있어요.”
 
  그러고 보니 식당 입구 쪽 벽면이 종이 메모들로 덮여 있다. 팬들의 흔적이다. 임영웅의 팬들은 아예 포천을 한 바퀴 돌며 여행을 하고 간다고 한다. 부근에는 산정호수와 포천아트밸리, 2020년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한탄강세계지질공원, 백운계곡 같은 여행지가 있다.
 
 
  “영웅이 노래 듣고 삶의 기쁨 찾아”
 
8요일키친 사장 명준식씨가 ‘건행’ 인사를 하고 있다.
  식당은 임영웅 팬들의 사랑방 역할도 했다.
 
  “크리스마스, 영웅이 생일(6월 16일)에 행사를 열었어요. 팬들이 모여서 노래 부르고, 악기 연주도 했지요. 올해 생일은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겠어요.”
 
  ― 팬들은 임영웅을 왜 좋아하는 것 같나요.
 
  “영웅이 팬들 중엔 나이 들고 혼자 외롭게 지냈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영웅이 덕분에 정말 많이 치료된 경우가 많아요.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았다고 할까요. 부부가 왔는데 영웅이 노래 들으면서 부인이 막 울어요. 부인이 암에 걸려서 삶의 의지를 잃었는데 영웅이 노래 들으면서 다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거야.
 
  강원도에 영웅이 관련 물품 수집으로 유명한 팬이 있는데 이분도 사연이 있어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동시에 병에 걸리셔서 병간호를 하다가 이분들 다 돌아가시니까 너무 허무해서 자살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한데 영웅이 노래 듣고 나서 삶의 기쁨을 찾았다는 겁니다. 이 정도예요.”
 
 
  ‘우리 영웅이 좀 무대에 올려주세요’
 
  임영웅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이사한 이도 있다고 한다.
 
  “목포에 사는 분이 식당에 와서 그래요. ‘고향 사람 중에 남진도 있고 유명한 사람이 많지만 노래를 듣고 이렇게 빠진 건 영웅이가 처음이다’ 그러면서 영웅이 가까운 곳에서 살면서 보고 싶다고 서울로 이사하겠다고 하더니 진짜 이사를 한 거예요. 그 정도예요.”
 
  임영웅은 평소 얌전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까불고 그런 스타일이 전혀 아니에요. 말도 별로 없고 얌전해요. 그래서 사실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요. 예전에 외할머니가 애를 많이 썼어요. 포천에서 지역 행사가 열리잖아요. 그러면 외할머니가 주최 측에 쫓아가서 ‘우리 영웅이 좀 무대에 올려주세요’ 부탁하곤 했답니다.”
 
  외할머니가 매니저 역할까지 한 셈이다. 모친은 일을 하다 보니 임영웅은 외할머니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다. ‘까도 까도 미담(美談) 인생’이 된 건 ‘조손(祖孫)’ 교육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영웅이는 앞으로 더 잘될 것 같아요. 대개 사람들이 남 잘되는 거 안 좋아하잖아요. 누가 잘되면 친구들이 주변에서 배 아파하면서 예전 얘기 퍼트리는 경우가 많은데, 영웅이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학창 시절 친구가 얼마 전 결혼했는데 거기에도 왔더라고요. 사전에 온다 안 온다 말 안 하고 다녀갔더라고. 하객들이랑 사진도 다 찍어줘서 사람들이 참 좋아했대요.”
 
  임영웅 미담 중에 기자가 가장 놀라웠던 건 교통사고 현장 인명구조 건이다. 지난해 1월 21일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도 방향 반포대교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당시 스케줄을 마치고 귀가하던 임영웅은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최초 신고 후 운전자를 차량 밖으로 꺼내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런 후 운전자가 의식을 찾고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운전자를 후송하는 것까지 확인한 후 떠났다고 한다. 구급대원들이 최초 신고자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일화다.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 나서기 여러모로 쉽지 않았을 상황이었을 텐데 대단하다 싶다. 정작 본인의 설명은 단순하고 진솔하다.
 
  “TV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 그 상황에 그런 판단을 할까 나라면 못할 텐데 대단하다 생각했다. 막상 제 앞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니 저도 배운 대로 그렇게 하게 되더라.”
 
 
  無名 임영웅 치료해준 사장님
 
서울 합정동에 있는 코리아식당 홍대점. 임영웅이 단골로 다니던 식당이다(사진 왼쪽). 코리아식당의 사장은 임영웅이 자전거를 타다 다쳤을 때 치료를 해주기도 했다.
  다음 행선지는 서울 합정동. ‘코리아식당 홍대점’이다. 여기도 역시 성지순례 1번지다. 2020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임영웅이 생활고(生活苦)를 겪던 시절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이런 얘기를 했다.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가다 넘어져서 데굴데굴 굴렀다. 온몸이 다 다쳤는데 약을 사기에는 돈이 많지 않았다. 단골 식당 이모님께 연고 좀 얻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약을 사다 발라주고 치료해주더라. 과하게 붕대로 칭칭 감아주셨는데 감동을 받았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당시 임영웅은 합정동 부근에 살고 있었다. 정작 코리아식당 홍대점 사장은 치료해줬던 일을 잊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라디오스타〉에서 그 얘기를 하기에 깜짝 놀랐어요.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영웅이를 8년 전부터 알았어요. 가수가 아니고 그냥 우리 집에 밥 먹으러 오는 총각이었어요. 포천에서 서울 와서 저 건너편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부터 우리 집에 다녔죠. 지금 기획사인 물고기뮤직 사장님도 예전부터 우리 집 단골손님이었어요.”
 

  임영웅의 무명(無名) 시절을 지켜본 셈이다.
 
  “영웅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봤으니 좋죠. 〈아침마당〉에 나갔다 1등을 못 해 풀 죽어서 밥 먹으러 들어오고…. 너무 정이 들었어요. 영웅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아요.
 
  변한 게 하나도 없어요. 항상 반듯하고 배려심이 많아요.”
 
  ― 예를 들면요?
 
  “이런 거예요. 혼자 왔는데 두 사람 앉는 자리가 없어서 네 사람 앉는 자리에 앉았어요. 그런데 먹다 보니 세 사람이 한 팀인 손님이 왔어요. 그러면 얼른 다른 자리가 있나 보고 자리를 비켜주거나 합석을 마다않는 식이에요.”
 
  메뉴판을 흘깃 보자 사장은 “임영웅은 청국장을 좋아한다”고 말해줬다. 치즈돈가스에 이어 청국장도 먹어봐야 되나 싶었지만, 일부러 식당이 한가한 시간인 낮 3시에 찾아간 거라 뭘 먹기도 어중간했다. 참고로 코리아식당 홍대점은 인근 직장인들이...
 
   이어지는 기사는 월간조선 6월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은 6월 1일 자 월간조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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