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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일본 축구, 어떻게 해서 강해졌나?

“중계권료 수익 상위팀에 몰아주면서 上向평준화 꾀해”

글 : 장원재  축구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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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FA와 J리그는 국가대표-풀뿌리-프로축구의 선순환 삼각 구조”(박공원 축구협회 이사)
⊙ 세계 축구계는 일본은 월드컵 16강 안정권, 한국은 16강 도전 가능권으로 평가
⊙ 유럽 구단 인수하고 독일에 베이스캠프 마련
⊙ 일본축구협회(JFA), 2005년 ‘일본의 길’ 프로젝트 발표… 2050년까지 축구 관련 인구를 1000만 명까지 늘리고 월드컵 우승 목표
⊙ JFA 등록 선수 82만 명… 한국은 등록 선수 9만 명
2022년 12월 2일 스페인전에서 승리,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환호하는 일본팀. 사진=AP/뉴시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5대륙이 모두 16강 진출팀을 배출한 사상 최초의 대회다. 유럽 8팀, 남미 2팀 외에도 북중미 1팀(미국), 아프리카 2팀(모로코, 세네갈)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놀라운 것은 ‘축구의 변방’ 아시아의 약진이다. 한국, 일본, 지리적으로는 오세아니아지만 아시아 축구연맹 소속인 호주 등 무려 3팀이 16강 고지에 올랐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다른 아시아 팀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첫 경기에서 메시가 버틴 절대 강자 아르헨티나를 물리치며 승전고(勝戰鼓)를 울렸다. 조별리그 아시아팀의 대(對) 유럽팀 성적은 오히려 5승 4패로 아시아의 우세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한국이 포르투갈을, 호주가 덴마크를, 이란이 웨일스를 물리쳤다. 아시아 대 남미팀 예선 대결도 1승 1무 1패로 호각(互角)이다. 세계 축구계가 상향 평준화됐음을 알리는 아시아의 진격(進擊)이다.
 
 
  10년 사이에 한일 경기력 역전
 
  16강전에서 일본이 크로아티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격전 끝에 패하고, 한국은 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수비 위주가 아닌 정면 대결을 펼치다 1대4로 패했다. 한일 모두 기다렸을 꿈의 대진표, 한국 대 일본의 월드컵 준준결승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은 아직 월드컵에서 만난 적이 없다. 유럽을 제외하고는 같은 대륙 팀의 조별리그 배정을 금(禁)하는 월드컵의 규정상 양 팀 모두 첫 관문을 통과한 이후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꿈의 대결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지만, 다음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국과 일본은 누가 더 강한가. 딱 잘라 말씀드릴 수 있다. 일본이다. 월드컵 직전 발표 FIFA 랭킹은 일본이 24위, 한국이 28위다.
 

  다른 지표도 있다. 일본은 2회 연속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 팀으로서는 최초의 업적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 2위로 16강에 진출, 벨기에와의 맞대결에서 분루(憤淚)를 삼켰다. 47분, 52분 강력한 중거리슛 두 방으로 2대0으로 앞서가다 90+4분에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하며 2대3으로 무너진 것이다.
 
  세계 축구계는 일본의 실력을 월드컵 16강 안정권, 한국의 실력을 16강 도전 가능권이라 평가한다. 인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본의 전력(戰力) 안정성이 우리보다 위라는 뜻이다. 역대 한일전 전적은 한국이 42승 23무 16패로 압도적 우위지만, 지난 10년 사이에 경기력이 역전된 것이다. 무엇이 일본 축구를 탈아시아급 강팀으로 만들었는가.
 
 
  ‘일본의 길(Japan’s Way)’ 프로젝트
 
2022년 11월 23일 독일전에서 승리한 일본 국가대표 축구팀이 환호하고 있다.
  장기적인 계획과 착실한 집행이 실력 향상의 열쇠다. 일본 대표팀은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19명이다. 벤투호(8명)의 2배가 넘는다.
 
  그만큼 한일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큰가? 아니다. 일본 선수의 유럽 진출은 일본 축구계가 ‘근본적 개혁’을 모토로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물이다. 최근 들어 유럽 구단 사이에서 일본 선수들이 인기가 높다. 상대적으로 낮은 몸값, 현지 적응력, 탈선 등 사생활 문제없음, 훌륭한 기본기 등이 유럽 구단이 일본 선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배경이다. ‘즉각 활용 가능’이라는 장점에 더해 ‘육성해서 가치를 높여 되파는 상품’으로서의 신용도 획득한 것이다. 이 저변에 2005년 일본축구협회(JFA)가 발표한 ‘일본의 길(Japan’s Way)’ 프로젝트가 있다. 2050년까지 축구 관련 인구를 1000만 명까지 늘리고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풀뿌리부터 대표팀까지를 망라한 비전 제시다.
 
  대표팀, 유소년, 지도자, 축구 저변 확대가 ‘일본의 길’의 4대 기둥이다.
 
  글로벌 통계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JFA에 등록된 선수는 82만 명을 상회한다. 우리는 9만 명 남짓이다. 82만 명은 우리 기준으로 따지자면 프로축구 선수와 진지한 생활체육인을 망라한 숫자다. ‘축구의 인기와 축구선수 숫자가 그 나라 축구 수준을 결정한다’는 믿음으로, 축구를 향한 모든 종류의 열정을 협회로 수렴(收斂)하도록 애쓰는 것이다.
 
 
  ‘유럽 수준의 지도자 양성’ 추진
 
일본의 미토마 가오루 선수가 2022년 12월 2일 열린 스페인전에서 결승골 직전 크로스를 올리는 모습. 사진=AP/뉴시스
  계획만 세운다고 일이 성사되지는 않는 법. 일본 축구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했는가. 1993년 J리그가 출범할 당시 나온 문서가 ‘100년 구상’이다. 100년 안에 일본을 월드컵에서 우승시키겠다는 장대(壯大)한 청사진이다. 일본은 ‘100년 구상’ 계획을 지금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다. 100년 구상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최근 5~6년 사이의 구체적인 움직임만을 분석해보자.
 
  2016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이사진은 일본 선수의 경기력 정체(停滯)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결론은 “일본의 코칭 프로그램은 세계적 기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유소년 프로그램이 그렇다”였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일본은 유럽 전역을 돌며 각지의 유소년 아카데미를 연구했다. 일본의 선택은 런던을 본거지로 하는 구단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체격 발달 조건에 맞춰 섬세하게 기술 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콘셉트가 일본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일본 축구계는 웨스트햄 유소년 아카데미의 총괄 책임자 테리 웨스틀리를 전임 고문으로, 운영 책임자 애덤 레이메스는 전략 기획 이사로 초빙했다. 그러고 전권(全權)을 주고 미래를 맡겼다. 핵심은 유럽 수준의 ‘지도자 양성’이었다. 유럽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들을 길러낼 능력을 갖춘 일본 지도자를 양산(量産)하자는 목표였다. 여기에 독일 시스템의 장점을 접목해 일본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우수한 지도자가 늘어나면 양질의 선수들이 대량으로 배출되는 길이 열린다. 그 노력의 결실이 이번 월드컵이다.
 
  독일과 스페인을 격침(擊沈)한 일본의 4골이 모두 이 프로그램을 거쳐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의 발끝에서 나왔다. 코스타리카에 패한 후 많은 이가 일본의 스페인전 패배와 예선 탈락을 점쳤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유럽 강호들과의 맞대결에 “자신 있다”고 했다. 일본의 핵심 미나미노 다쿠미(AS 모나코)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과의 대결을 두려워하는 선수는 (대표팀에) 한 명도 없다.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유럽의 소속팀에서 평소에 하던 것처럼 뛸 것”이라고 했다. 결과도 보여줬다.
 
  일본의 성취가 놀라운 것은 웅크리는 축구가 아니라 자기 축구를 하면서도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의 키워드는 압박, 빌드업, 전환이다. 모든 선수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골키퍼부터 이어지는 패스 길을 차단하는 압박, 볼의 소유권을 유지하며 정확한 패스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뚫고 공격 루트를 개척하는 빌드업, 상대의 강력한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반대편의 넓은 공간을 활용, 빠르게 침투하며 찬스를 만드는 전환. 이러한 요소를 완비하지 않고는 세계 수준에서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일본에는 전 포지션에 세계적 기량과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는 건 세계 축구계의 공통된 평가다.
 
 
  피라미드 시스템
 
  일본 축구계의 또 다른 힘은 피라미드 시스템이다. 모든 선수가 전업(專業) 선수인 프로축구 리그는 3부까지 58팀(한국은 2부까지 25팀). 세미 프로 지역 리그까지 합치면 9부리그까지 조직을 마쳤다.
 
  2019년 J리그에서 3개월가량 연수를 받는 등 일본 축구에 정통한 박공원 대한축구협회 이사는 “JFA와 J리그는 국가대표-풀뿌리-프로축구의 선순환(善循環) 삼각 구조를 이뤘다”고 평가한다. 박공원 이사는 비(非)경기인 출신으로, 전남, 경남의 프런트를 거쳐 안산FC, 서울 이랜드 FC 단장을 역임한 입지전적 축구산업인이다.
 
  박 이사에 따르면, JFA가 풀뿌리 수준에서 저변을 넓히고 기술적, 체력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모은다면 J리그는 선수들을 최대한 유럽으로 보내려고 집중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선수가 나오면 협회가 소속 구단에 보상금을 주고 유럽 진출을 돕는다는 것이다. 구단도 ‘일본 축구의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를 수락한다고 한다.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유럽에 보내는 것보다 아예 구단을 매입, 유럽 진출의 거점으로 삼자는 아이디어도 실행에 옮겼다. 통신판매업 회사인 DMM이 2017년 11월 벨기에 1부리그 신트트라위던을 인수한 것이다. 벨기에와 포르투갈이 비유럽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규정이 없는 점을 활용했다. 신트트라위던은 스즈키 유마,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등 매해 7~10명 사이의 일본 선수를 보유한다. 우리나라의 이승우 선수도 2019~2021년 사이 이곳에서 뛰었다.
 
  유럽 진출 선수가 80명을 넘다 보니 JFA는 아예 유럽 한복판에 일본 대표팀을 위한 베이스캠프를 만들었다. 파주 NFC와 흡사한 시설을 독일 뒤셀도르프에 마련한 것이다. 일본축구협회는 이곳을 거점으로 언어, 문화적 적응 등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축구를 산업으로 인식
 
2022년 12월 2일 이른 아침 도쿄 시부야에서는 수많은 팬이 모여 스페인과 맞붙은 일본팀을 열광적으로 응원했다. 사진=AP/뉴시스
  일본 축구의 발전이 ‘자본의 힘’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축구를 산업으로 인식한다. 축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수익을 토대로 더 우수한 선수들을 길러 유럽에 수출한다. 구단의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흑자 달성’이다.
 
  J리그가 처음부터 번성했던 것은 아니다. 1992년 창설, 1993년 첫 시즌 개막 후 몇 년 동안은 흥행 성적이 좋았다. ‘1990년대 일본의 3대 히트 상품 가운데 하나’라고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관중이 급감하고 리그의 열기가 식었다. 너도나도 ‘우승’만을 목표로 과잉 투자를 자행한 대가였다.
 
  파산 위험에 몰린 구단이 속출하자 구단과 선수가 힘을 합쳐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1990년대 말 선수들이 자진해서 연봉을 절반으로 삭감한 자구(自求) 노력이다. 구단 임직원들도 연봉 삭감에 동참했다. 이때가 J리그 산업화의 분기점(分岐點)이다. 대기업 지원을 등에 업고 성적을 내는 일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밀착형 영업을 통해 자생력(自生力)을 길렀다. 자체적으로 이익을 내 외부의 도움 없이 생존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익을 내는 산업’이 되니 참가 팀 수가 늘어났다. 부동(不動)의 일본 최고 스포츠는 프로야구다. 야구가 도쿄와 오사카, 요코하마, 고베 등 대도시를 연고지로 하기에, 일본 프로축구는 중소도시를 거점으로 삼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그렇게 만들어간 ‘우리 도시, 우리 팀’이라는 팬덤은 일본 축구의 자부심 가운데 하나다.
 
  연봉 삭감으로부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의 성적표를 살펴보자. 2007년 당시, 1부리그 18개 팀과 2부리그 15개 팀 중 흑자 구단이 26팀, 적자를 낸 팀은 7개 구단(FC도쿄, 요코하마FC, 니가타, 빗셀 고베, 미토, 도쿠시마, 사간도스)이다. 최고 인기 팀인 우라와 레즈는 무려 79억6400만 엔(당시 환율 기준 약 1120억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당해 대한축구협회의 1년 수입을 능가한 엄청난 액수다.
 
 
  ‘J리그는 승부조작 없는 리그’ 인식
 
  지난 2017년 일본 J리그가 영국 미디어 그룹 DAZN과 10년간 2100억 엔(당시 환율로 한화 약 2조1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한 일도 화제였다. 양자는 2022년 총액 2239억4600만 엔(약 2조1783억원)에 2년 연장계약에 합의했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동으로 책정한 중계료는 250억원이다. 그나마 2019년의 180억원에서 39% 올린 금액이다. 대표팀 경기(A매치)와 K리그 1·2부의 통합 중계권 가격이 그 정도다.
 
  일본과 한국 축구의 품질이 시장 가치로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박공원 이사의 분석을 또 들어보자.
 
  “계약 당시에도 일본 J리그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초대박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는지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었다. 경기력은 K리그가 더 좋다며 국내 축구 관계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히 부러웠으니까. 이 계약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영국의 DAZN이라는 기업부터 알 필요가 있다. 이 회사는 2007년에 설립된 인터넷 스트리밍 기업이며, 골닷컴 등 미디어와 기타 관련 사업체를 인수하며 거대 스포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근본이 스트리밍 방송이라고 해 OTT 서비스를 위한 투자라고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진짜 본질은 ‘베팅’이다.”
 
  ― 무슨 뜻인가.
 
  “아시아에는 여러 축구 리그가 있지만 일본 J리그만의 특장점이 있다. 유럽에서는 J리그를 승부조작이 없는 공정한 리그라고 인식한다. 영국 DAZN이 주목한 점은 바로 이 점이다. 점점 영향력을 늘려나가고 있는 스마트폰 OTT에 베팅을 결합했다. 단순한 중계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면서 베팅까지 하는 이들까지 최대한 품어 극도로 수익성을 추구한 것이다. 그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리그가 바로 일본 J리그였다. 아쉽지만, K리그는 몇 차례의 승부조작 논란으로 DAZN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
 
  ― 그 점만 보고 거액의 중계 계약을 맺은 것인가.
 
  “아니다. J리그가 유럽 축구에 비해 재미는 덜하지만, 상업적 가치도 적지 않다. 현재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리그에서 J리그가 톱레벨인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세련된 경기장, 거리, 관중 모습 등 화면에 나가는 그림도 유럽에 비해 손색이 없다.”
 
 
  “장기적 수익이 보장되니 장기적 계획 가능”
 
박공원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박공원
  박공원 이사에 따르면, 일본 축구의 저력은 DAZN의 막대한 중계권료를 상당히 영리하게 활용한 점에 있다.
 
  “이 금액은 당연히 일본 J리그의 유소년 육성 자금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일본 J리그는 분배금 배분 방식을 조정했다. 각 클럽에 되도록 공평하게 분배하던 돈을 순위에 따라 상위 팀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 하위 구단은 불공평하다며 반발할 것 같다.
 
  “불공평함을 지렛대로 삼아 리그의 전반적인 상향평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 일본 J리그의 우승 상금은 약 3억 엔(약 28억원)에 불과하다. K리그 우승 상금 5억원, 준우승 상금 3억원과 비교해 큰 액수지만, 일본 실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중계권료의 기술적 차등 분배를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기술적 차등 분배’라면?
 
  “J1리그에서 우승하면 3년에 걸쳐 15억5000만 엔(약 148억3000만원)을 받는다. 1년 차에는 10억 엔(약 95억원), 2년 차에 4억 엔(약 38억원), 3년 차에 1억5000만 엔(약 14억3000만원)을 받는 식이다. 일단 정상을 찍으면 3년 동안 우승 상금까지 포함해 2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는 것이다. 장기적 수익이 보장되니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유스는 물론 A팀에 재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각 팀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하는 당위성을 부여해 리그를 지배하는 ‘빅클럽’의 등장을 꾀한다. 리그의 구성 자체를 유럽형으로 만든다는 계획인 셈이다. 현재 상당수의 일본 J리그 클럽들이 이에 도전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자생력을 확보한 뒤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거액의 중계료를 챙긴다. 우수 선수 육성과 발굴이 막대한 수익으로 이어지니 투자의 선순환이 잇따른다. 육성한 선수는 유럽에 수출해 대표팀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 협회가 앞장서 적극적인 유럽 진출을 장려해 J리그 선수 수출의 문호를 넓힌다.
 
  축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보험 산업과 자동차 산업 사이에 자리한 산업 규모 제11위의 거대한 글로벌마켓이다. 지난 10년간 일본 축구는 산업적 토대 구축 그리고 경기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한일 축구 실력의 차이는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2050년 월드컵 우승팀은 일본이 아니라 통일 한국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도 ‘자기 축구’ 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도 자기 축구를 했다. 수비 위주의 수세적 역습 축구가 아니라, 빌드업을 통해 착실하게 찬스를 만드는 적극적 공세적 축구를 했다. FIFA 통계에 잡히는 점유율, 유효슛, 공격 진영에서의 플레이 시간 등 모든 지표가 ‘한국 축구의 적극성’을 웅변한다. 벤투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일본은? 일본의 플레이를 자세하게 분석하는 일은 다음 기회로 미루자. 다만, 《조선일보》 배준용 기자의 글을 인용한다. 배 기자는 월드컵을 결산하는 칼럼에서 “일본이 이번 월드컵에서 빌드업과 압박, 전환 세 가지를 다 보여줬다면, 벤투가 이끌었던 한국은 이제 빌드업 하나를 마스터한 것이 두 나라의 간격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썼다. 기사 중에는 “한국 축구가 아등바등해서 16강에 가는 기적이 아니라 일본이나 다른 나라처럼 좋은 모습을 꾸준히 월드컵에서 보여주려면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황인범 선수의 귀국 직전 발언도 실려 있다.
 
  진단(診斷)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處方)이 나오는 법이다. 진실을 외면하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불평불만과 하소연은 경기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축구는 지금 한국 축구보다 확실하게 몇 걸음을 앞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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