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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영혼 추적기

인간이 과연 우주의 주인일까?

글 : 김영남  在美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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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정부의 UFO 보고서 발표로 시작된 1년간의 추적기
⊙ UFO 목격·외계생명체 조우·외계인에 의한 납치·臨死체험·還生을 좇다
⊙ 회의론자에서 ‘뭔가 있다(something there)’는 입장으로 바뀌게 된 과정
⊙ ‘인간은 우주에 있는 하나의 점’일 뿐이라는 UFO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
⊙ 육체와 뇌가 소멸해도 意識과 영혼은 살아남는가라는 인간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다섯 살 때 집 뒷마당에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봤다. 이 생명체들은 나를 데려가 실험을 했는데 내 중추신경을 검사하며 다른 사람과 공감하는 나의 역량을 확인했다. 여러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분석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지구에 오기 전) 에너지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별 혹은 빛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당시 매우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떠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어디론가 가게 된다는 것에 매우 흥분됐다. 나는 웜홀 같은 것을 타고 우주를 가로질러 아래로 내려오게 됐다. 그다음의 기억은 어머니 배 속에 들어가 있는 장면인데 오빠 세 명과 언니가 떠드는 것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때 내가 ‘인간의 몸을 하고 지구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 또 지구에 왔구나’라며 아쉬워했다.”
 
  UFO를 보고, 외계생명체가 신체검사를 하고, 인간의 모습을 하기 전의 상황을 기억한다는 여성이 2021년 10월 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 수잔 매너위치라는 이 여성은 에너지 관련 일을 하는 성공적인 여성 CEO로 각종 국제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되는 사람이다. 기자는 이를 어떻게 기사화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었다.
 
  기자가 이런 취재를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2021년 5월 중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미국 정부가 다음 달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보고서를 발표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조사를 해보겠느냐’는 것이었다.
 
 
  영화 〈E.T.〉도 본 적 없어
 
  기자는 어려서부터 공상과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 유명하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검지를 갖다 대며 인사를 하는 제스처를 하면, 외계인들이 저렇게 인사를 하나보다 하고 생각하던 수준의 관심뿐이었다.
 

  단순한 해프닝 차원의 UFO 보고서일 것으로 생각했던 기자는 취재를 시작하자마자 ‘장난이 아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가장 처음 정독한 기사는 미국의 주간지 《뉴요커(New Yorker)》가 쓴 장문의 기사였다. 제목은 ‘국방부는 왜 UFO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는가(How the Pentagon Started Taking UFOs Seriously)’였다.
 
  UFO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쟁은 수십 년간 이어져왔고 UFO의 실재(實在)를 주장한 사람들은 대개 음모론자로 치부됐다. 《뉴요커》는 이런 음모론적 시각을 소개한 뒤 미국 국방부가 UFO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된 과정을 추적한 내용을 보도했다. 전직 정보당국 관계자 및 전투기 조종사의 증언으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랫동안 UFO를 믿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해온 사람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잡지는 정부의 반응 변화에 핵심 역할을 한 것은 이를 오랫동안 취재한 탐사 전문 기자들과 정치인들이었다고 했다. 황당한 주장을 정부 공식 보고서 발표로 이어지게 하는 데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팩트가 공개됐어야 하고 정부에 조사를 강제할 의회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기자와 정치인들이 이를 해냈다는 것이 기사의 핵심이었다.
 
 
  ‘UFO는 물체다’라는 충격적인 정부 보고서
 
지난 5월 17일 미 의회에서 열린 UFO 청문회에서 몰트리(오른쪽) 국방부 정보차관과 스콧 브레이(왼쪽) 미 해군정보국 부국장은 UFO의 존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사진=AP/뉴시스
  오랫동안 이 문제를 취재한 탐사 보도 기자들은 미국 국방부에서 비밀리에 UFO 전담부서를 운영해 이를 연구했다는 사실을 2017년 12월 《뉴욕타임스》를 통해 폭로했다. 기사와 함께 미 해군 등이 촬영한 UFO 추정 영상을 공개했다. 이 특종 보도를 계기로 전직 정보당국자는 물론 정치권에서 UFO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2019년 국방수권법(國防授權法)에 국방부로 하여금 UFO 문제를 조사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의회에서 통과된 2021년 회계연도 정보수권법안에는 국방부로 하여금 180일 이내에 UFO 관련 조사 결과를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2021년 6월 25일 UFO에 대한 9쪽짜리 예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UFO가 무언가를 잘못 본 것이 아니라 물체(physical object)라는 것이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 인류가 만든 증거가 없으며 외계에서 왔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음모론으로 치부되고 조롱의 대상이 되던 UFO가 국가 안보의 영역, 나아가 과학의 영역으로 이동하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음모론자로 조롱받던 UFO 신봉자들로서는 명예 회복의 순간이었다.
 
  이로부터 얼마 후인 2021년 11월 미국 국방부는 보고서 발표의 후속 조치 차원으로, UFO의 실체를 조사하는 전담부서를 공식적으로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새로운 조직은 ‘특수 공역(空域)’ 내에서 관심 대상을 식별하고 항공기 안전과 국가 안보의 위험을 평가 및 완화하기 위해 다른 부처들과 조율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 발표로부터 약 1년 뒤인 2022년 5월 17일, 미국 연방하원은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UFO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로널드 몰트리 국방부 정보 담당 차관, 스콧 브레이 해군 정보국 부국장이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에게 UFO는 물체라는 점, 훈련 장소에서 자주 목격되는데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이날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브레이 부국장이 ‘물체’라는 것은 ‘다가가서 만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부분이었다.
 
  보고서에 담긴 물체라는 표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물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의 의견과 물체라고 정의했다는 것은 ‘UFO가 자연현상 등을 착각한 것이 아니라 실체가 있다’라는 다른 쪽의 해석이 충돌했다. 브레이 부국장이 내린 물체에 대한 정의(定義)는 이런 충돌을 곧바로 잠재웠다.
 
 
  NASA, 공식 UFO 조사팀 구성
 
  청문회 약 3주 뒤인 6월 9일, 미 항공우주국(NASA)도 공식 UFO 조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외계에서 왔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국가 안보와 항공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적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항공 및 우주 관련 기관으로 꼽히는 NASA가 UFO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자 언론은 큰 관심을 보였다. UFO 회의론자들은 NASA가 명성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실수를 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다른 쪽에서는 NASA가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단순한 UFO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외계생명체의 존재 여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것이 지난 1년간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대략적 개요다. 2021년 6월 정부 보고서 발표 이후 1년은 약 70년 이상 이어져온 UFO 논쟁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UFO에 대해 축소·은폐적 태도를 보였던 미국이 공식 보고서를 통해 UFO의 실체를 공식 인정함으로써 음모론의 낙인이 벗겨졌고 국방부에 이어 의회와 NASA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공개적으로 조사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UFO의 진실을 찾아서
 
  기자는 1년간의 취재를 하며 UFO에 대한 여러 책을 읽어봤다. 평소에 관심이 없었던 때문인지 UFO에 대한 책이 이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 했다. UFO는 ‘UFO學(Ufology)’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정식 학문으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추세다. 다른 분야였다면 공신력 있는 대학교에서 이를 연구하는 교수들이 쓴 책을 읽고 이들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면 될 문제였다. 하지만 UFO는 그런 학문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쓴 책을 다 읽어보고 이 중 신빙성이 있는 분석을 내놓는 사람을 추려낼 수밖에 없었다.
 
  일부 책은 선입견을 갖지 않고 이 주제를 공부하려던 기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도 황당한 내용이 많았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부터 최근의 대통령들까지 모두 UFO를 목격하고 이를 연구했으나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내용이 한 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UFO 관련 비밀을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털어놓으려고 한 게 빌미가 돼 암살당했다는 내용도 있다. 케네디가 이를 슬쩍 메릴린 먼로에게 이야기해줬다가 먼로 역시 목숨을 잃었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뉴욕타임스》 특종 기사 필진 중 한 명인 프리랜서 기자 레슬리 킨의 책 《UFOs》를 읽고 난 뒤부터 취재 방향이 확실해졌다. 킨 기자는 이란과 페루, 브라질,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전투기 조종사들의 UFO 목격담, 각국 국방 관계자들의 공식 조사 내용을 책에 담았다. 킨 기자를 인터뷰한 것을 계기로 이 주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전문가 집단을 소개받아 교류하며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얻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취재 과정에서의 큰 행운이었다.
 
  기자는 UFO 현상이라는 것이 단순한 목격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취재 얼마 후 깨닫게 됐다. UFO 현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 중 하나가 ‘클로스 인카운터(Close Encounter)’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맞닥뜨리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 UFO 학계의 아버지’ 앨런 하이넥
 
  이 표현은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 천문학자인 앨런 하이넥(1910~ 1986년)이 처음 사용했다. 그는 미국 공군이 실시했던 UFO 조사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사인(Project Sign·1947~1949년), 프로젝트 그러지(Project Grudge·1949~1952년), 프로젝트 블루북(Project Blue Book·1952~1969년)에 모두 참여한 인물이었다. 그는 UFO의 존재를 믿지 않는 회의론자였다. 당시 프로젝트 블루북은 1만2000건의 UFO 목격 사례를 조사했고 14만 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6월에 발표된 미 국가정보국장실 및 국방부의 보고서(144건 조사)와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프로젝트 블루북은 최종 보고서에서 목격 사례의 95%는 사람들의 착각이라고 했지만 5%에 대해서는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이넥은 1960년대 말에 들어서는 UFO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그는 1977년 《하이넥 UFO 보고서》라는 책을 썼다. UFO 목격 주장의 논리를 깨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목격자와 관계자, 현장을 조사하는 집념의 수사관이자 학자였던 그가 미국 정부의 UFO 관련 사실에 대한 은폐를 폭로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는 ‘현대 UFO 학계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이넥은 총 세 종류의 ‘근접 조우’를 정의했다. 1단계는 근접 거리에서 UFO를 목격한 경우다. 2단계는 근접 거리에서 UFO가 목격됐고 UFO가 떠난 자리가 그을렸다든지 등 실체가 있는 증거를 남긴 경우다. 3단계부터가 고차원, 혹은 음모론으로 치부되기 쉬운 내용인데 사람이 UFO에 있는 ‘생명체’를 직접 목격한 경우다. 하이넥은 이렇게 3단계까지를 연구했는데 이후 UFO 마니아들은 약 7단계까지 만들어냈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4단계는 UFO 또는 ‘점유자’에 의해 인간이 납치되는 사례다. 5단계는 외계인과 인간이 직접 소통했다는 주장, 6단계는 UFO를 목격하거나 관련이 있는 동물 및 인간이 사망했다는 주장이다. 7단계는 인간과 외계인의 인공적인 출산 등 잡종의 탄생이라고 한다.
 
  기자는 각국 전투기 조종사의 목격담, UFO를 목격하고 외계생명체와 조우(遭遇)했다는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대다수의 학자가 거들떠도 보지 않던 ‘UFO에 납치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여다봤다. 호기심에 시작한 취재였지만 이 분야를 오랫동안 진지하게 연구한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이들의 도움으로 UFO를 둘러싼 1차원적인 의문, 보다 고차원적인 의문을 탐구해볼 수 있었다.
 
 
  ‘뭔가 있다!’
 
로엡 하버드대 교수. 사진=로엡 교수 제공
  이 과정에서 기자는 ‘과연 인간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하게 됐다. UFO 학자는 물론, 국방부 및 NASA 등 미국 정부 기관, 나아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반응은 ‘뭔가 있다(something there)’는 것이다. UFO는 세계 최고의 항공 기술을 가진 미국의 기술로도 설명이 안 되는 비행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일부 사례의 경우는 목격자의 착각이지만 일부는 확실한 실체가 있는 ‘물체’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가능성은 외계 기원설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일례로 프랑스 국방고등연구소에서 활동하던 12명의 전·현직 국방 관계자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프랑스 심층위원회(COMETA)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프랑스에서 보고된 UFO 목격 사례를 조사했다. 이들도 보고서에서 “외계에서 왔다는 가설(假說)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UFO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인동설(人動說)이라고 해야 하나,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우주에 있는 하나의 점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우주의 탄생인 빅뱅은 137억 년 전에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하계엔 수천억 개의 별이 있고, 우주엔 그런 은하계 같은 게 수천억 개가 있다고 한다. 지구의 바닷가 모래알 수만큼 많은 별이 있고 그 우주가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우주가 무수할 것이란 멀티버스(multiverse) 개념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유일한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하다는 것이 UFO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을 취재하다 보니 인간의 한 명으로서 저절로 겸손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천문학자인 에이브러햄 로엡 하버드대학 교수는 2021년 여름부터 세계 곳곳에 천체망원경을 설치, UFO를 관찰하는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별이 태양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면, 우리와 같은 문명을 가진 곳이 수십억 년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왜 외계생명체를 연구하는 것이 무시당해야 하느냐”라며 “이는 ‘현실을 증명하라’는 물리학의 목적에 위배된다”고 했다. 그는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면서도 인간이 새를 따라 할 수 있게 된 것은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뒤부터라고 했다. 인간보다 수만 년에서 수억 년 앞선 문명이 있다면 이들의 기술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들렸다.
 
  미국 정부 보고서 발표에 핵심 역할을 한 레슬리 킨 기자는 의회 청문회 현장에 직접 참석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UFO가 외계에서 왔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 역시 큰 진전이라고 했다. 그는 “UFO가 지구에서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무도 취재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슬리 킨 기자와 그의 《UFOs》. 사진=레슬리 킨 제공
  기자는 UFO를 취재하며 여러 전문가를 만났는데 이들이 UFO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각기 다르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또한 UFO를 믿는다(?)고 해서 다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믿는 범위가 다르기도 했다.
 
  레슬리 킨 기자는 1999년 프랑스 COMETA 보고서의 번역문을 처음 입수한 것을 계기로 UFO 문제에 빠지게 됐다. 그는 특종이라 생각해 보도를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했다. “UFO 문제를 다루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아무도 이를 취재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이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버드대학의 로엡 교수는 2017년 ‘오무아무아(Oumuamua·하와이어로 ‘먼 곳에서 찾아온 메신저’라는 뜻)’라는 성간(星間) 천체가 관측된 이후부터 외계생명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로엡 교수는 이 천체가 외계생명체가 보낸 인공물(人工物)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하버드대학 교수가 제정신이 아닌 말을 하고 있다고 그를 공격했지만 그는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며 고화질의 UFO 사진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랄프 블루멘탈 기자는 2017년 12월 레슬리 킨 기자와 함께 《뉴욕타임스》의 UFO 특종 보도를 한 인물이었다. 그는 2021년에는 하버드대학 의대 정신과 과장을 지낸 존 맥 박사의 전기(傳記)인 《빌리버(Believer)》를 냈다. 맥 박사는 UFO 현상보다 한 차원 위인 ‘외계인에게 납치된 사람들’을 연구한 인물이다. 약 200명의 납치 경험자를 만난 뒤 ‘이들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지 않으며 이들의 말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블루멘탈 기자는 40년 넘게 《뉴욕타임스》 기자로 활동하며 여러 분야에 대한 취재를 해왔고 이에 대한 연장선에서 UFO를 취재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UFO에 빠져든 ‘퓰리처상 수상자’
 
랄프 블루멘탈 기자와 그가 쓴 《빌리버》. 사진=랄프 블루멘탈 제공
  블루멘탈 기자가 취재한 존 맥 박사의 삶도 흥미롭다. 그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의 주인공인 영국인 장교 로렌스의 전기(《A Prince of Our Disorder》)를 써 1977년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94년에 쓴 책 《납치(Abduction)》에서 총 13명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의 납치 사례를 소개했다. 그가 여러 차례 만나며 최면 치료를 진행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으로 활동하던 맥 박사가 외계인 납치 사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여성 동료 한 명이 그에게 어느 날 외계인에 의해 끌려간 사람들을 조사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맥 박사는 “그 사람이나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일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다 납치 경험자들을 실제로 만나본 뒤 “40년 가까이 정신과 일을 해왔는데 이런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들을 연구하게 된 것이었다. 맥 박사는 그의 책에서 “이 현상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영혼,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우리가 지능이 있는 생명체로 가득한 ‘우주’, 혹은 ‘우주들’에서 우리를 분리시켜버렸고, 이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기자가 납치 문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전문가들은 엇갈린 조언을 내놨다. 레슬리 킨 기자는 납치라는 더 특이한 현상을 다루게 되면 UFO의 기본을 파헤치는 자신의 신뢰도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이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납치 현상에 대한 연구 역시 중요하지만 이는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로엡 교수는 맥 박사와 마찬가지로 하버드대학 소속이라는 점을 이유로 자주 비교가 되는 인물인데 그와 비교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는 맥 박사는 정신심리학자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는 사람이지 자신처럼 망원경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려는 과학자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블루멘탈 기자는 “납치 경험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고 정신질환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라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런 사람들이 나타나는데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이들에게 무언가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과 의사들의 일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이야기를 듣고 특정 기억을 재구성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神과 접촉한 사람들?
 
윌리엄 부셰. 사진=윌리엄 부셰 제공
  기자는 ‘외계생명체로부터 우주의 섭리를 배웠고 엄마 배 속에서의 기억이 난다’는 사람, ‘외계인들이 외계인과 인간의 혼종(混種) 아기를 보여줬다’는 납치 경험자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봤다. 술이나 마약에 취했겠지, 유명세를 위해 거짓말을 했겠지, 정상이 아닌 사람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이들을 만나봤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진지했고 몇십 년이 지난 기억임에도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해냈다. 한 납치 경험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당신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고 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한 말이 있다. ‘진실은 소설보다 더 기묘하다. 왜냐하면 소설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을 그려야 하지만, 진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이 나의 상황을 대변해준다고 믿는다.”
 
  기자는 이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존 맥 박사와 함께 근무했고 여전히 그의 이름을 딴 연구소에서 기록보관담당자로 활동하는 윌리엄 부셰 씨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그는 기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논문 하나를 보내줬다. 맥 박사가 생전에 납치 경험자 40명과 일반인 40명을 대상으로 정신감정 비교를 해본 것이었다. 세부적인 항목에서 약간의 차이점은 있었지만 납치 경험자들이 정신적으로 이상하다는 결과는 없었다. 즉 납치 경험자들이 일반인보다 망상에 더 쉽게 빠지거나 지능적으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사람들은 존 맥이 외계인의 존재를 믿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다른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맥 박사는 사실 신(神)과 접촉한 사람들을 목격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도 했었다”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런 존재가 납치 경험자들과 접촉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었다”고 했다.
 
  부셰 씨는 “수천 년 전부터 영적(靈的)인 존재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은 일화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종교적인 의미로 인식했다”며 “하늘의 천사(天使)이거나 악마(惡魔)라는 식으로 받아들였는데, 우리는 요즘 들어 이런(UFO 납치) 공상과학과 같은 현상 뒤에는 외계인이 있다고 상상한다”고 했다.
 
  UFO의 목격 사례에서 납치 사례를 조사하다 보니 외계생명체가 사실상 신이 아니냐는 고민을 한 학자까지 만나보게 된 것이었다. 납치 사례들을 보면, 외계인 여성과 성관계를 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가장 단순한 사례 수준이다. 주기적으로 외계인에게 납치돼 이들로부터 지구와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사랑하고 아껴줘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는 이야기, 나아가 외계인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전생(前生)의 삶과 인간의 모습으로 현생(現生)에 오게 된 과정을 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자신은 외계인인데 어쩔 수 없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반인반수(半人半獸)가 아니라 반인반외(半人半外)라고 해야 하나.
 
 
  샤론 스톤의 臨死체험
 
  기자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意識)과 영혼(靈魂)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UFO가 행성 간을 이동하고 인간이 우리가 이해하는 3차원의 시공간(時空間)을 뛰어넘어 외계인과 교류한다고 하면 현실 세계에 있는 물리적인 육체와 인간의 의식이 분리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분석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가 임사체험(臨死體驗·Near-death experience)이다. 임사체험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다 되살아난 체험을 말한다. 임사체험을 했다는 사례들을 조사하고 이를 연구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식이라는 것이 뇌와 따로 기능한다는 것으로 종결된다. 인간의 몸이나 뇌가 죽은 후에도 의식이 어떤 형태로든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기자는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임사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봤다. 먼저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잘 알려진 미국 여배우 샤론 스톤이 임사체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자서전을 찾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2001년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갑자기 빛으로 된 긴 터널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게 됐다고 한다. 터널 안에서 이미 세상을 뜬 사람을 여럿 봤는데 이들은 다 ‘괜찮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느 하루는 세상을 뜬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했다.
 
  샤론 스톤 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심정지 상태, 즉 임상적으로 사망한 상태에서 의사들이 자신을 살리려는 모습을 병실 천장에서 내려다본 경우, 육안으로는 찾기 힘든 곳에 방치된 물건을 영혼의 상태에서 봤는데 일치한 경우 등이다.
 
 
  前生을 기억하는 2500명의 아이들
 
톰 슈로더의 《올드 솔》.
  이런 사례에 고민하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의 ‘지각(知覺)연구팀(Division of Perceptual Studies)’이라는 곳을 찾았다. 1967년 이언 스티븐슨 박사가 설립한 이 연구팀은 정신의학계에서는 비주류 학문으로 꼽히는 인간의 뇌와 영혼, 의식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연구팀은 약 60년 동안 25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연구했다. 이 아이들은 전생(前生)을 기억한다는 아이들이었는데 연구팀의 조사 및 검증 결과 3분의 2 이상의 아이들이 말한 내용과 전생에 존재했다는 인물의 실제 삶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별로 구체적인 내용을 떠올릴 수 있는지는 차이가 있었다.
 
  버지니아대학교 의대 정신과 과장을 지낸 스티븐슨 박사 역시 우연한 계기로 전생을 기억한다는 아이들을 연구했다. 그는 향정신성 물질로 흔히 마약으로 분류되는 LSD가 조현병(調絃病) 등 정신질환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LSD를 이해하기 위해 이를 직접 투약해봤고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자각 능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초자연적인 현상과 신지학(神智學), 즉 보통의 신앙으로는 알 수 없는 신의 심오한 행위, 신비적인 체험을 통해 알게 되는 철학 및 종교적 지식을 연구하는 것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39세의 나이로 버지니아 의대 정신과를 이끌던 그가 임상 활동을 그만두고 40년간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게 된 것이다.
 
  스티븐슨 박사는 그의 연구 사례들을 여러 책으로 냈다. 그의 책에 소개된 사례도 흥미롭지만 《워싱턴포스트》 주말판 편집장을 지낸 톰 슈로더 기자가 회의론자의 입장, 검증을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스티븐슨 박사를 동행하며 쓴 《올드 솔(Old Souls)》이라는 책 역시 흥미로웠다. 슈로더 기자는 1998년 무렵 80세를 앞두고 있던 스티븐슨 박사와 함께 레바논과 인도 등을 방문, 그의 연구 내용을 검증하는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재혼한 前生의 남편과 20년 넘게 전화하는 레바논 여성
 
이언 스티븐슨. 사진=이언 스티븐슨 제공
  이 책에는 스티븐슨 박사 일행이 레바논에서 수잔 가넴이라는 20대 여성을 만난 사례가 담겨 있다. 이 여성은 5세 때부터 자신의 이름은 하난 만수르였다며 과거에 살던 집이 훨씬 더 크고 좋았다고 했다. 16개월쯤 됐을 때부터 말을 하기 시작했는데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대며 “안녕, 레일라니?”라는 말을 하곤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레일라는 세상을 뜬 전생의 대상자로 추정되는 하난 만수르라는 여성의 딸이었다. 하난은 심장수술을 받다 숨졌는데 죽기 직전 딸 레일라와 통화를 하려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잔은 남편을 비롯한 가족 13명의 이름을 떠올려냈는데 모두 전생 대상자의 삶과 일치했다. 수잔은 하난의 삶을 살 때 죽기 직전 자녀들을 위해 보석을 남겼다고도 했다. 하난의 자녀들을 만난 자리에서 보석은 잘 전달받았냐고 묻기도 했다. 하난은 이를 그의 남동생, 즉 자녀들의 외삼촌을 통해 전달했는데 하난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였다.
 
  수잔은 하루에 세 번 이상 전생의 남편에게 전화를 거는 등 집착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남편(?)의 재혼 사실을 알고서는 ‘5세 아이’가 그에게,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사랑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티븐슨 박사는 수잔이 5세였을 때 그를 인터뷰했고 20년이 지난 1998년 슈로더 기자와 함께 다시 그를 찾았다. 수잔은 여전히 전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한 남편을 용서했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슈로더 기자는 이런 사례들을 보며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인도와 레바논에서 여러 환생(還生) 사례들을 조사했는데 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의 입장에서 계속 의심을 해야 한다는 직업의식을 느꼈지만 ‘왜 이들 사례가 사실이라는 가장 당연할 수 있는 해답을 놔두고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還生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4년 반
 
  스티븐슨 박사는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빙의(憑依)됐을 가능성, 부모가 아이에게 거짓을 사실처럼 주입했을 가능성 등을 검토했지만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빙의가 됐다면 어른이 돼서도 계속 기억을 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아이가 6~7세가 되면 기억을 잃어 빙의 가능성은 성립이 안 된다고 봤다. 또한 부모가 거짓을 아이에게 주입하기 위해서는 특정 동기가 필요한데 이런 동기가 없다고 했다.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하지 못하게 해도 계속 전생 이야기를 하고 현생에 대한 불평불만을 털어놓아 부모자식 간의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잦았다. 왜 갈등을 유발하는 거짓 사기극을 벌이냐는 것이 스티븐슨 박사의 의견이었다.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갖고 있는 선천적 장애나 흉터 및 모반 등도 중요했다. 이런 상처와 반점은 전생 대상자의 상처 및 장애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전생에서 가슴에 총상을 입고 숨졌다는 아이의 가슴팍에 의문의 상처 혹은 반점이 태어날 때부터 있는 경우다. 스티븐슨 박사는 빙의나 사기극으로는 이런 신체적 특징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했다.
 
  버지니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자신이 전생에 유명인이었다고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이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꽤 가까운 곳에서 산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이들이 떠올려내는 기억은 전생 대상자의 말년(末年)에 집중돼 있었고, 전생 대상자가 죽고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4년 반이었다.
 
 
  恨 많은 삶
 
  스티븐슨 박사의 뒤를 이어 현재 버지니아대학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짐 터커 박사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통계를 소개했는데, 70%는 전생 대상자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즉 살인, 자살, 사고 등으로 죽은 사람이 많았다는 통계다. 전생 대상자가 평범하지 않게 죽은 아이들의 35%는 전생 대상자의 사망 원인과 똑같은 일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일례로 스리랑카에 사는 샴리니 프레마라는 갓난아기는 물을 극도로 싫어했다. 목욕을 시키려면 성인 세 명이 달라붙어야 했다고 한다. 그는 나중에 전생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이 물에 빠져 죽었다고 했다고 한다.
 
  터커 박사는 한 논문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까지 조사한 강력한 사례들을 보면 기억과 감정, 어떨 때에는 신체적 트라우마까지도 하나의 삶에서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으로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다. 이는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이 특이한 사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사례가 카르마[註:불교에서 말하는 업(業), 이는 윤회(輪廻) 등의 믿음으로 이어진다] 등 특정 종교의 사상이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환생(reincarnation)’이라는 표현보다 ‘캐리오버(carryover·이어지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이런 사례들은 죽음 뒤에도 의식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아직 모를 뿐이다”
 
존 맥 박사와 그의 저서 《납치》. 사진=윌리엄 부셰 제공
  기자는 정신의학 측면에서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들을 연구하는 버지니아 의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에 이어 최면 치료를 통해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내는 상담사들의 조사 결과를 계속 공부하고 있다. 보통 5세 이하의 아이들이 전생을 떠올려내는데 이런 사례를 하도 많이 접하다 보니 네 살 된 조카를 볼 때마다 ‘너도 전생을 기억하니’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다가도 매형의 눈치를 보느라 묻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혼자 헛웃음을 짓기도 한다. 아무런 고민도 없어 보이는 조카 또래의 아이들이 ‘나는 전생에 살해를 당했다’라든지 ‘집이 불에 탔는데 아무도 나를 구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 나이의 아이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존 맥 하버드 의대 정신과 과장은 그의 책의 결론 부분에서, “우리는 아직 모를 뿐이고, 이를 받아들일지에 대한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했다. 처음 그의 책을 다 읽고 ‘뭐 이런 허무한 결론이 있나’라고 생각했던 나는 취재를 계속할수록 나의 생각 역시 그의 결론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닫게 됐다.
 
  한 납치 경험자는 “기술(과학)적으로는 다른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영혼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메모지에 썼던 글로 이 기사를 마친다.
 
  〈과학: 우주와 시간을 정해진 방식으로 여행.
 
  영혼: 우주와 시간을 무한한 방식으로 여행.
 
  과학: 제한된 여행.
 
  영혼: 무제한적인 여행.
 
  만약 이 두 개의 티켓 중 하나를 사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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