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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내 생애 단 한 번 (장영희 지음 | 샘터 펴냄)

“나는 여전히 싸우겠습니다, 에이허브처럼”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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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서강대 장영희(張英姬·1952~2009) 교수가 처음으로 쓴 에세이집 《내 생애 단 한번》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당시 ‘올해의 문장상’을 안긴 책인데, 초판 1쇄가 2000년 9월에 나왔다. 21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생전 인터뷰를 기억하는 기자는 재출간이 반갑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허먼 멜빌의 명작 《백경(白鯨)》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와 눈길이 간다. 분명 장 교수는 이 소설을 즐겨 읽었으리라.
 
  어느 날, 학생들과 《백경》의 135장 ‘심포니’를 읽고 있었다.
 
  백경이 나타나기 며칠 전날, 에이허브가 뱃전에 기대어 뭍에 두고 온 젊은 아내와 아들을 생각하며 회한에 젖는다. 일등 선원 스타벅이 뱃머리를 돌릴 것을 종용하지만, 에이허브는 ‘운명의 힘’을 개탄하며 이렇게 말한다.
 
  “무엇인가, 그 무슨 알지 못할 힘이 내게 명령하는가. 인간은 이 세상에서 운명이라는 지렛대에 의해 돌고 돈다.”
 
  바로 그때 한 학생이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은 운명론자입니까?”
 
  신체장애가 있는 장 교수는 잠시 침묵하다 이렇게 답했다.
 
  “나는 운명론자도, 그렇다고 비운명론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에이허브를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설사 운명이란 것이 있어서 내가 내 삶의 승리자나 패배자가 되는 것이 나의 자유 의지와 무관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싸우겠습니다, 에이허브처럼.”
 

  그때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고 황급히 결론을 내렸다.
 
  “인간이 운명과 맞서 싸워야 한다면, 바로 그 투쟁이야말로 삶의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들 것입니다.”
 
  깊어가는 가을, 그의 문장이 오늘을 살아갈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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