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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의 ‘시사와 역사로 주역을 읽다 以事讀易’ 〈10〉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離는 반듯함이 이롭고 형통하니 암소를 기르듯이 하면 길하다”

글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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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어난 이가 임금이 돼 천하(의 일)를 들어 밝은 곳을 향해 다스린다”
⊙ “九五는 구덩이가 가득 차지 않았으니 이미 평평함에 이르면 허물이 없다”
⊙ “임금다운 자가 이 상구의 다움[德]을 써서 밝게 비추고 강하게 결단해… 굳세고 눈밝음[剛明]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도리[居上之道]다”

이한우
1961년생. 고려대 영문학과 졸업, 同 대학원 철학과 석사,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박사 과정 수료 / 前 《조선일보》 문화부장, 단국대 인문아카데미 주임교수 역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조선DB
  지난 6월 1일 빈사(瀕死) 상태에 빠진 미래통합당(통합당)의 ‘구원투수’로 김종인(金鍾仁)씨가 등판했다. 여야(與野)를 넘나들며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전파해온 노(老)정객의 통합당 대수술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는 그의 명운(命運)이 관심은 아니다. 오히려 위기와 곤경에 처한 통합당의 처지를 《주역(周易)》으로 진단한 다음에 과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런 난관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지 짚어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는 《주역》의 정확한 활용법을 또 하나 추가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러 차례 당명(黨名)을 바꿔온 미래통합당은 지난 4·15총선의 참패로 4대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해 회생(回生) 불능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리더십과 가치의 부재(不在), 통합당 의원들의 능력과 헌신 부족, 시대의 변화에 눈 감고 귀를 덮은 당과 지지자들, 미래를 향한 담론 부재 등 통합당을 향해 던지는 비난의 화살은 끝이 없다.
 
 
  卦를 통해 사태를 파악
 
  이미 두 차례 정당 회생의 이력을 갖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이 과연 이번에도 통합당을 구원해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을 갖고 《주역》의 처방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공자(孔子)는 《주역》을 풀이한 ‘계사전(繫辭傳)’이란 글에서 “군자가 평소 가만히 지내면서 편안하게 짚어보는 것은 역(易)의 차례이고 즐기면서 깊이 음미하는 것은 효(爻)의 말[辭]이다. 그래서 군자는 평소 가만히 있을 때에는 그 상(象)을 살펴보면서 그 말을 음미하고 일에 나설 때에는 그 달라짐[變]을 살펴보면서 그 점(占·미래추이)을 음미한다. 이 때문에 하늘에서 도움을 주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곧 점을 치라는 것이 아니라 평소 《주역》을 읽고 또 읽으며 일의 형세[事勢]를 판단하는 훈련을 하고 일에 임해서는 일의 이치[事理]에 맞게 일을 행하고 풀어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주역을 배우는 일[學易]이다.
 
  여기서 공자는 “군자가 평소 가만히 지내면서 편안하게 짚어보는 것은 역(易)의 차례”라고 했다. 이것은 곧 공자가 《주역》을 풀이한 열 가지 보조장치인 십익(十翼) 중 하나인 서괘전(序卦傳)을 가리킨다. 서괘전은 고스란히 일의 형세 차례, 즉 일이 진행돼가는 과정을 원론적으로 제시한 글이다.
 
  일단 우리는 64개의 괘 중에서 위험이나 곤란, 곤경 등과 관련된 괘를 골라서 현재 통합당이 겪고 있는 위기와 가장 가까운 괘를 찾아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통합당 앞에 주어진 과제는 무엇이며 그 잣대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의 미래를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64괘 중 ‘험난함’ 관련 괘
 
  64개의 괘 중에서 ‘험난함’과 관련된 괘는 준(屯)괘(☵☳), 고(蠱)괘(☶☴), 감(坎)괘(☵☵), 건(蹇)괘(☵☶), 곤(困)괘(☱☵) 5개다.
 
  이 5개의 괘가 뜻하는 험난함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준괘 경우에는 어떤 일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국가 창건이나 회사 창업에서 초반에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난관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의 해법에 대해 공자는 ‘조심스럽게 잘 길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준괘 다음에 어리석음이나 미숙함을 일깨워주는 몽(蒙)괘(☶☵)가 이어진다. 지금 통합당이 당면한 어려움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고괘 경우에는 사람들이 많이 따르면서 생겨나는 어려움이다. 이 괘는 현재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에서 생겨날 수 있는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즐거운 비명에 가깝다. 참고로 고괘 뒤는 임(臨)괘(☷☱)가 받는데, 이는 잘 다스릴 수 있는 큰 인물이 나와야 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참조해야 할 괘의 상황이라 할 것이다.
 
  건괘 경우에는 일을 서두르거나 서툴게 하다가 맞게 되는 어려움이다. 공자는 일을 하는 태도의 핵심은 삼감[敬]에 있다고 했다. 그 삼감을 잃는 바람에 맞게 되는 어려움인 것이다. 그러나 그 뒤를 해(解)괘(☳☵)가 받는데 이는 해법이 사람의 노력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있다. 따라서 이때 중요한 것은 적중한 해법[中道]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끈기 있게 참아냄이다. 시간을 견딤으로써 자연스럽게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니 지금의 통합당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해서 남는 것은 두 가지인데, 감괘와 곤괘다. 그런데 곤괘는 어떤 일이 잘 풀리다가 결국은 피로현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승(升)괘(☷☴)의 뒤를 이어받은 것이다. 누가 보아도 통합당이 지금 잘나가다가 피로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마지막으로 감괘에 이르게 됐다.
 
 
  大過괘, 감괘, 이괘
 
  먼저 서괘전에 나오는 감괘의 앞과 뒤를 함께 살펴보자. 공자가 말했다.
 
  〈이(離)괘의 뒤를 대과괘(大過卦)로 받았다. 일이란 끝내는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대과괘의 뒤를 감괘(坎卦)로 받았다. 감(坎)이란 (함정 등에) 빠진다[陷]라는 말이다. 빠지면 반드시 걸리는 바[所麗]가 있다. 그래서 감괘의 뒤를 이괘(離卦)로 받았다. 이(離)란 걸리다, 붙다[麗麗]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크게 지나치면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일이 지나쳐도 어려움이 생겨날 수 있는데 하물며 통합당처럼 안 좋은 일이 심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래서 대과괘 다음에 감괘가 오게 되는 것이다. 감괘는 흔히 습감(習坎)이라고 부르는데 이때의 습(習)은 거듭되다[重]라는 뜻이다. 어려움이나 험난함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그 ‘거듭’의 뜻은 괘상(卦象)에 그대로 나타난다. 그래서 이름도 감위수(坎爲水)괘(☵☵)라고 하는데 아래 위 모두 물을 뜻하는 감(坎)괘(☵)다. 물의 본체[體]는 곧 빠진다[陷]이다. 반면에 불의 본체는 없앰이나 비움[虛]이다.
 
  어려움에 빠질 경우 거기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기 마련이고 이때 도움을 주는 것이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걸리는 바 혹은 붙게 되는 바[所麗]란 바로 그것을 말한다.
 
 
  “離란 ‘밝히는 것’”
 
  이위화(離爲火)괘(☲☲)는 아래 위 모두 불을 뜻하는 이(離)괘(☲)다. 괘의 의미를 풀이한 ‘설괘전(說卦傳)’에서 이(離)를 이렇게 말했다.
 
  “이(離・불)란 밝히는 것 혹은 밝음[明]이니 만물이 다 서로 만나보는 것이고 남쪽[南方]의 괘(卦)다. 빼어난 이가 임금이 돼[南面·남면은 임금이 돼 다스린다는 뜻이고 북면(北面)은 누구의 신하가 된다는 뜻이다] 천하(의 일)를 들어[聽=聽斷=治. 註·천하의 일을 경청해 잘 다스린다는 말] 밝은 곳을 향해 다스린다는 것(註·공명정대하게 다스린다는 말)은 (그 밝음의 뜻을) 대개 여기서 취한 것일 것이다.”
 
  즉 이(離)는 ‘붙음’ ‘걸림’ 이외에도 ‘밝히다’라는 뜻이 있다. 즉 정리하자면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본인이 노력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괘의 모양과 관련해서 송(宋)나라 학자 정이천(程伊川)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離)괘(☲)는 가운데가 비어 있으니[虛] 그 뜻을 취하면 밝다는 뜻이 된다. 이(離)는 불이니 불의 본체는 비어 있음이고 다른 물건에 붙어서[離=麗] 밝은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개략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감괘에 비친 미래통합당의 현주소
 
  어려움에 빠진 통합당의 지도부 모습은 감괘의 밑에서 다섯 번째 양효와 여섯 번째 음효에 대한 풀이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하게 된다.
 
  “구오(九五)는 구덩이가 가득 차지 않았으니 이미 평평함에 이르면 허물이 없다.”
 
  “상륙(上六)은 동아줄로 결박해 가시나무 숲 속에 가둔 채 3년이 돼도 벗어나지 못하니 흉하다.”
 
  먼저 구오(九五)다. 감괘의 밑에서 다섯 번째 양효에 대해 공자는 ‘구덩이가 가득 차지 않은 것은 중(中)이 아직 크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풀었다. 구오는 강(剛)으로 중정(中正)을 얻었다. 효만 놓고 보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임금 자리에 있다. 그럼에도 주공의 효사에서 ‘구덩이가 가득 차지 않았으니 이미 평평함에 이르면 허물이 없다[坎不盈 祗旣平 无咎]’라고 했다. 구덩이가 가득 차지 않았으니 평평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구오가 아직 크지 못해서라는 것이다. 이유는 밑에 호응하는 이가 없다. 함께 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구이는 아직 험한 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나머지는 모두 음효라 세상을 구제할 만한 재주가 없다. 결국 구덩이가 가득 차야 허물이 없어지게 된다는 말은 그전까지는 임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허물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왕 효종(孝宗)이나 현종(顯宗)은 모두 여기에 해당되는 인물이라 하겠다. 이미 평평하게 되는 것은 숙종(肅宗) 때에 이르러서였다. 임금이 본래의 권위를 되찾고 마침내 백성을 위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리더십 붕괴에 빠진 통합당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어서 상륙(上六)이다. 감괘의 맨 위에 있는 음효에 대해 공자는 ‘도리를 잃어 흉함이 3년이나 간다’고 풀었다. 주공은 효사에서 ‘동아줄로 결박해 가시나무 숲 속[叢棘·총극]에 가둔 채 3년이 돼도 벗어나지 못하니 흉하다’고 했다. 동아줄이란 감옥에서 쓰는 포승줄이다. 가시나무 숲 속은 감옥을 나타낸다. 감옥을 총극이라고 했다. 이는 곧 감옥에 붙잡혔다는 뜻이다. 그 험난함이 극에 이르렀다.
 
  음유의 자질로 스스로 지극히 험난한 곳에 처하게 됐는데 벗어날 가망도 없다. 감옥에서 3년이란 너무나도 긴 기간이기 때문이다. 흉함이 정말로 지극하다.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의 말년을 떠올리게 하는 효사와 소상전이다.
 
 
  “離는 반듯함이 이롭고 형통하니”
 
  먼저 이괘 전체에 대해 주나라 문왕은 이렇게 글을 달았다.
 
  “이(離)는 반듯함이 이롭고 형통하니 암소[牝牛]를 기르듯이 하면 길하다.”
 
  이에 대한 공자의 풀이다.
 
  “이(離)란 붙어 있음[麗]이다. 해와 달이 하늘에 붙어 있고 오곡백과와 초목이 땅에 붙어 있다. 거듭되는 밝음[重明]으로 바름에 붙어[以麗乎正] 마침내 천하를 교화해 이루어낸다[化成]. 부드러움이 중정(中正)에 붙어 있어 그 때문에 형통하니 이 때문에 (단사에서) ‘암소[牝牛]를 기르듯이 하면 길하다’고 한 것이다.”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붙어 있고 땅에는 만물들이 붙어 있다. 이는 마치 중력(重力)을 연상시킨다. 하늘과 땅이 그러하듯이 그렇다면 사람은 어디에 붙어야 하는 것일까? 단사(彖辭)에서 ‘반듯함[貞]이 이롭고 형통하니’를 공자는 ‘바름에 붙어[以麗乎正]’로 풀어낸다. 특히 이괘의 두 음효가 모두 가운데에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서 ‘부드러움이 중정(中正)에 붙어 있어 그 때문에 형통하니’로 연결 지었다. 즉 바름에 붙어 부드럽게 바른 도리를 지키니 형통하다는 말이다.
 
  암소의 비유가 흥미롭다. 이미 소라는 동물은 고분고분하다[順]. 그래서 ‘바름에 붙어’라고 했다. 이어 암놈은 수놈에 비해 더 고분고분하다. 그래서 암소라고 했다.
 
  다만 육이(六二)는 중정(中正)을 얻었지만 육오(六五)는 가운데에 있어도 음효로 양위에 있으니 실은 지위가 바르지는 않다. 이에 대한 정이천(程伊川)의 해명성 풀이다.
 
  “이괘(離卦)는 붙음을 주장하니 오위(五位)는 중정한 자리인데 음효가 바른 자리에 붙어 있으니 바로 바름이 되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때와 마땅함[時義]을 알아서 (사안의) 가볍고 무거움을 놓치지 않는다면 역(易)을 말할 수 있다.”
 
 
  주호영과 김종인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주 대표는 六五,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上九에 해당한다. 사진=조선DB
  감괘에서 이괘로 넘어간다는 것은 바른 도리를 통해 곤경에서 벗어난다는 뜻이 된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것이 반듯함[貞]이나 바름[正]이다. 그렇다면 이때 지도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앞서 감괘는 실상에 대한 지적이라면 이 이괘에서 육오(六五)와 상구(上九)는 지향해야 할 처방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육오(六五)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퍼하는 것이니 길하다.”
 
  상구(上九)는 왕이 그로써 출정을 하면 아름다움이 있다. 괴수를 죽이고 잡아들인 자들이 추악한 무리가 아니라면 허물은 없다.
 
  육오를 주호영 원내대표, 상구를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상응시킬 수 있다.
 
  먼저 육오다. 이괘의 밑에서 다섯 번째 음효에 대해 공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퍼하는 것이니 길하다’고 풀었다. 육오는 앞서 말한 대로 자리가 바르지 않지만 중정(中正)에 붙어 있는[離=麗]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음유한 자질로 밑에서 호응하는 자도 없이 두 강함 사이에 끼여 있다. 참으로 위태롭고 두려운 형세다. 다만 사리를 밝게 알기 때문에[明] 두려움이 깊어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근심이 깊어 눈물을 줄줄 흘린다. 그래서 끝내는 목숨을 보전함으로써 길할 수 있다.
 
  조선의 두 번째 임금 정종(定宗・1357~1419)이 이러했다. 그는 동생 태종에게 붙어 그 자리에 있었고, 위아래로 사실상 포위된 채 있었으나 순리를 벗어나지 않아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
 
 
  ‘나라를 바로잡는 것’
 
  이괘의 맨 위에 있는 양효에 대해 공자는 ‘왕이 그로써 출정을 한다는 것은 나라를 바로잡는 것이다’라고 풀었다. 주공의 효사는 ‘상구(上九)는 왕이 그로써 출정을 하면 아름다움이 있다. 괴수를 죽이고 잡아들인 자들이 추악한 무리가 아니라면 허물은 없다’이다. 먼저 효사에 대한 정이천의 풀이다.
 
  “양효가 위에 있으면서 이괘의 맨 끝에 있으니 굳세고 눈 밝음[剛明]이 지극한 자다. 밝으면 비추고 굳세면 결단할 수 있으니 비추면 간악함을 살필 수 있고 결단하면 위엄과 형벌을 행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임금다운 임금이 마땅히 이와 같이 굳셈과 눈 밝음을 써서 천하의 간악함을 구별해 정벌을 행한다면 아름다운 공로가 있다.
 
  그리고 천하의 악을 제거할 적에 만약 물들어 그릇된 것들을 끝까지 구명한다면 어찌 이루 다 벨 수 있겠는가? 상하고 해치는 바가 참으로 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만 괴수만을 꺾어 취할 것이요 잡은 것이 일반 무리가 아니면 잔혹한 허물은 없는 것이다. 《서경(書經)》 윤정(胤征)편에 이르기를 ‘큰 괴수를 섬멸하고 위협으로 인해 따른 자들은 다스리지 말라’고 했다.”
 
  이어서 상전에 대한 정이천의 풀이다.
 
  “임금다운 자가 이 상구의 다움[德]을 써서 밝게 비추고 강하게 결단해 천하의 악을 살펴 제거하는 것은 나라를 바로잡아 다스리는 것이니 굳세고 눈 밝음[剛明]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의 도리[居上之道]다.”
 
 
  태종의 강명함
 
  상구는 조선의 태종 이방원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해당할 수 없는 효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의 강(剛)과 명(明)은 옛날 우리 조상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임금됨의 원칙이었다. 수시로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이 강(剛)일 수 없으며 주변에 아첨꾼들을 들끓게 하는 사람이 명(明)일 수 없다. 특히 강명(剛明)의 문제와 관련된 한 가지 기록을 소개한다.
 
  이성계는 건국의 영웅이지만 동시에 아들에게 권력을 빼앗긴 어리석은 군주[闇君]다. 결코 강명한 군주였다고 할 수 없다. 그런 그가 1400년 11월 이방원이 드디어 형님 정종의 권력을 이어받아 대위(大位)에 오르던 날 의미심장한 말 한마디를 던졌다.
 
  “강명(剛明)한 임금이니 권세가 반드시 아래로 옮기지 않을 것이다.”
 
  이 말 앞에는 ‘내 권력을 앗아간 괘씸한 아들이긴 하지만’ 혹은 ‘다른 것 몰라도’라는 부분을 넣어 읽어야 온전한 의미가 통한다.
 
  과연 김종인 위원장은 조선 태종에 준하는 강명함을 보일 수 있을지… 바로 여기에 김종인 개인뿐만 아니라 통합당 전체의 미래가 걸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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