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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토지와 자유 (황보영조 지음 | 삼천리 펴냄)

아나키즘을 통해 보는 스페인 현대사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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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무정부주의(無政府主義)’라고 알려져 있는 아나키즘(anarchism)은 참 묘한 사상이다. 의회민주주의를 배격하고, 노동자들의 권리와 생산수단의 집산화(集産化)를 주장하며, 테러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급진좌익사상과 맥을 같이하지만, 권력에 의한 일체의 속박을 거부한다는 점에서는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세기 말 이래 100년여에 걸친 스페인 아나키즘 운동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세 이래의 봉건주의의 유산과 가톨릭에 의해 지탱되는 전(前)근대적 왕정(王政)이 오래 지속됐던 스페인에서는 19세기 말 미하일 바쿠닌의 아나키즘이 전래된 이후 아나키즘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갔다.
 
  1936년 프랑코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이에 맞서 바르셀로나 등지에서 제일 먼저 총을 들고 일어선 세력이 바로 아나키스트들이었다. 이들은 계급장도 없이 병사가 장군과 맞담배질을 하는 평등한 군대를 만들었고, 그런 혁명무력을 앞세워 토지개혁을 쟁취했다. 이들이 내걸었던 ‘토지와 자유’라는 구호는 오랜 세월 억압받았던 스페인 민중의 한(恨) 맺힌 외침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아나키즘 운동에 결정적 타격을 준 것은 공화정부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우던 스탈린주의 공산주의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나키즘이나 스페인 역사는 우리에게는 많이 생소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념갈등 때문에 전쟁을 치렀고, 지금도 ‘이념내전’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대사가 오버랩된다. ‘토지와 자유’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던 스페인에 비하면 건국과 함께 ‘토지와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대한민국은 참 행복한 나라다. 어쩌면 그것들을 너무 쉽게 얻은 탓에 그 고마움을 모르게 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이 표류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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