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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지음 | 이규원 옮김)

역사는 되풀이된다. 전염병의 역사도…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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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8년 3월 미국 캔자스주 해스켈의 의사 로링 마이너는 《퍼블릭 헬스 리포트》라는 주간지에 수십 명이 죽은 중증 인플루엔자에 대해 보고했다. 인플루엔자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군(軍) 기지를 거쳐 미국 전역, 더 나아가 유럽 전역으로 번졌다. 힘차게 군가를 부르며 가족들과 이별한 병사들이 전선(戰線)에 도착하기도 전에 픽픽 쓰러졌지만, 군 당국과 정부는 이 사실을 외면했다. 언론도 보도하지 않았다. 전시(戰時)에 군과 국민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행위는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주 보건국장은 “여러분은 미국 보병이 그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은 그 문제에 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그 병’ 때문에 67만5000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1년여 동안 전 세계에서 2000만~1억명이 사망했다. 이 전염병에는 엉뚱하게도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립국이었기에 인플루엔자의 발생과 확산에 대해 제대로 보도할 수 있었던 스페인이 마치 발원지인 것처럼 알려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에 의한 초동 대처 실패와 언론의 침묵이 세계적 대재앙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와 흡사하다.
 
  이 책은 이 스페인 독감을 비롯해 로마제국을 멸망으로 몰아넣은 안토니누스역병, 14세기 유럽 인구의 30%인 2000만~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래톳페스트(흑사병),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거의 멸종시키다시피 한 두창(천연두), 그리고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결핵, 콜레라, 나병, 장티푸스, 소아마비 등을 다루고 있다. 어둡고 끔찍한 이야기들이지만, 저자는 신랄한 유머를 섞어가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질병은 도덕적 선악(善惡)의 문제가 아니며, 질병에 걸린 자를 낙인찍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문제를 직시하면서 공동체가 환자들을 이해하고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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