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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지대

가발의 세계

외모 관리를 위한 자연스러운 액세서리로 진화 중

글 : 신승민  前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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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의 역사·공정·종류·재질과 착용 방법까지
⊙ 사기꾼과 영부인이 가발 가게에 온 이유
⊙ 가발산업은 흑인종 많은 아프리카가 ‘미래 시장’
하이모레이디 종로점의 마네킹에 여성용 가발이 걸려 있다. 사진=조선DB
  또각또각… 이슬비 내리는 종로 거리에 하이힐 소리가 들려온다. 우산 쓴 여인의 걸음걸이가 도도하기 이를 데 없다. 늘씬한 몸매와 단아한 복장보다 행인들의 시선을 더 사로잡는 것은 바로 윤기가 흐르는 그녀의 긴 생머리. 반대편에서 오다 여인의 외모에 매료된 남자는 그녀가 편히 지나가도록 우산을 비스듬히 든다. 여인이 미소를 띠며 길을 지나려던 찰나, 그녀의 머리칼이 남자의 우산대에 걸려 흘러내리는데…. 아뿔싸, 훤히 드러나는 여인의 민머리에 남자의 눈이 커진다. 두피에 달라붙는 바깥 공기에 놀란 여인은 벗겨진 머리채를 재빨리 뒤집어쓰고 뛴다. 우산도 하이힐도 팽개칠 만큼 그녀는 무척 ‘다급’했던 모양이다.
 
  차마 웃지 못할 이 해프닝은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가발(假髮)이 부끄러운 시대가 아니다. ‘탈모 인구 1000만명’에 달하는 지금, 가발은 자신의 외모 관리와 자신감 상승을 위해 착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실제 모발처럼 우리 몸의 한 부분으로 소중히 다루는 사람부터,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배우 이덕화는 최근 한 방송에 나와 자신의 가발 컬렉션을 ‘쿨하게’ 공개했고, 탈모로 고생하던 한 청년이 ‘연매출 6억원’의 가발 사업가로 성공한 스토리가 주목받기도 했다. 가발산업 규모는 이미 5년 전에 1조원대를 돌파했다. 가발 제조 기술도 발전해 쉽게 벗겨져 낭패를 보는 일이 드물게 됐다. 오랜 내력을 바탕으로 진보와 혁신을 거듭해온 가발 세계 속으로 들어가보자.
 
 
  역사 속 가발은 부와 권위의 상징
 
배우 이덕화는 최근 한 방송에 나와 본인의 가발 컬렉션을 공개했다. 가발은 본인의 외모와 자신감 상승을 위해 착용하는 필수품이 됐다. 사진=조선DB
  가발의 역사는 오래됐다. 개화기 이전 왕조시대에는 가체(加髢·주로 여인들이 머리를 꾸미기 위해 다른 머리를 얹거나 덧붙이던 것)라고 불렸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251년 고구려 제12대 임금 중천왕(中川王)이 장발의 미인을 총애하자 이를 시기한 왕비가 “그 미인을 위(魏)나라로 보내야 한다”고 간청하는 대목이 나온다. “위나라가 가체를 만들기 위해 장발을 구한다니 그녀를 보내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핑계였다. 고구려 제16대 임금 고국원왕 재위 시절인 357년에 축조된 안악 3호분 벽화에는 가체를 쓴 여인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723년 신라 조정에서 사신과 함께 가체를 의미하는 다리(月子)를 당나라에 예물로 보낸 기록도 전해진다. 당시 사람의 머리카락은 귀금속만큼 귀했다고 한다. 송나라 때 당의 역사를 적은 책 《신당서(新唐書)》에는 신라 여인들의 머리치장에 대해 “아름다운 머릿결(가체)을 머리에 두르고 구슬과 비단으로 장식한다”고 나와 있다.
 
  고려 명종 때 무신(武臣) 조원정은 백성의 장발을 수탈하여 가발을 만들기도 했고, 명나라 때 환관 윤봉은 조선에 사신으로 와서 길고 가는 머리털로 만든 가발 50채를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조선시대 부녀자들 사이에서 사치품으로 가체가 유행하자 영조(英祖)는 “가체 대신 족두리를 쓰라”고 엄명을 내리기까지 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크고 무거운 가체를 쓴 한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맞으러 방에서 일어서다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천장에 가체가 눌려 목뼈가 부러져 즉사를 했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도 가발은 ‘부(富)’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기원전 30세기경 이집트에서 처음 등장한 가발은 치장을 하거나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삭발 후 썼다고 한다. 인모(人毛)를 구하기 어려울 때는 양털이나 종려나무잎의 섬유 등으로 만든 가발을 썼다. 그리스 배우들은 배역에 맞게 분장하기 위해, 로마의 부유층 여성들은 풍성한 머릿결을 자랑하기 위해 가발을 애용했다. 1660년에는 프랑스 궁정(宮廷)에 소속된 가발관리사만 200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왕족과 제후들은 정자세로 눕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긴 가발을 썼다고 전해진다. 이때의 가발은 인모와 양털 외에 말총으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흰색 양머리 가발’은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1638~1715), 영국에서는 찰스 2세(1630~1685) 시절부터 쓰기 시작했다. 그때는 밀가루로 색깔을 냈는데, 냄새를 맡은 쥐들이 가발에 달려드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형태의 가발은 18세기로 넘어오면서 ‘위엄’과 ‘지혜’를 상징하는 물건이 됐다. 유럽의 왕부터 수상·장군·법관 등 고위층이 주로 썼다. 지금도 그때 전통을 지키는 영국에서는 재판이 열리면 판사가 가발을 착용하고 법정에 서야 한다.
 
 
  사치품에서 ‘수출 효자상품’으로
 
  우리나라에서 가발은 수출 효자상품이었다. 6·25전쟁 이후 산업 기반이 열악했던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상품이었다. 당시 가발은 우리나라 수출량에서 10.8%를 차지해 전체 수출 품목 중 3위에 달했다. 가발 수출만으로 1억 달러를 벌어들여 ‘세계 1위 가발 수출국’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미국이 수입하는 가발 중 절반이 한국산일 정도였다. 당시 가발을 생산한 구로공단 여공들은 파독(派獨) 광부·간호사들과 함께 ‘한강의 기적’을 일군 산업 역군들이었다.
 
  지금도 가발은 수작업으로 만든다. 근래 일본에서 전용 기계가 만들어졌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고객의 두상과 모발 상태 등을 고려해 컬(curl·머리털을 곱슬곱슬하게 만드는 일)이나 볼륨을 섬세하게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 손이 아니고서는 만들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 얘기다. 주로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현지 공장을 세워 가발을 제작한다. 인건비 문제도 있거니와 국내 기술자들이 일부 남아 있지만 이미 고령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노포(老鋪)의 경우 주인과 그 자손들이 대를 이어 직접 만들기도 한다.
 
  가발 공정(工程)은 대강 이렇다. 우선 고객의 두상과 모발 상태, 탈모 수준부터 파악한다. 고객이 종사하는 분야와 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해 소재를 선택하고 디자인을 구상한다. 고객 머리에 맞게 본을 뜨고, 그 틀 위에 망을 놓고 인모 또는 인조모를 심어 매듭을 짓는다. 고객의 모량(毛量)과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한 올씩 심거나 몇 올씩 묶어 심는다. 머리카락을 한 번 감아 심는 걸 ‘싱글’, 두 번 감아 심는 걸 ‘더블’, 머리카락의 3분의 2를 접어 심는 걸 ‘반싱글’이라고 한다. 만드는 데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가발 고정 방법으로는 클립·단추·밴드·본드(의료용)·테이프·벨크로(일명 찍찍이) 등이 있다. 착용자의 남은 머리칼에 고리를 걸어서 착용하는 클립형이 일반적인데, 스포츠를 즐기는 등 평소 움직임이 많은 사람은 완전 고정이 가능한 본드형 또는 테이프형을 쓰면 좋다. 마지막으로 가발이 완성되면 고객의 착용감을 점검하고 때에 따라 애프터서비스(A/S)를 실시한다.
 
 
  人毛는 ‘검은 황금’
 
  가발은 크게 탈모 부위에 쓰는 ‘맞춤가발’과 액세서리 개념의 ‘패션가발’로 나뉜다. 착용 형태에 따라 부분가발과 전체가발(통가발)로 분류되기도 한다. 가발은 모발(모질), 망사, 스킨(skin·피부 형태의 접촉면)으로 구성돼 있다. 원재료인 모발은 인모와 인조모로 나뉜다. 인모의 경우 인조모에 비해 공급량이 적고, 가발 제작 시 고가에 팔려 업계에서는 ‘검은 황금’으로 불린다. 국내에는 거의 없는 편이고 주로 중국·북한·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된다. 특히 불교와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는 종교 특성상 ‘모발 공양(供養)’이 많은데, 이때 수거한 머리칼이 가발에 사용된다. 인도 모발은 굵기가 가늘어서 나풀거리는 유럽형 가발에 주로 쓴다. 국내용 가발 만들 때는 인도 모발과 중국 모발을 혼합해 쓴다. 인조모의 경우 합성섬유로 만든다. 아크릴, 폴리염화비닐(PVC), 폴리프로필렌(PP) 등이다. 과거에는 지나친 광택 때문에 부자연스럽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개선된 편이라고 한다. 소재 특성상 컬을 고정시킬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인모와 인조모를 6:4 또는 7:3 비율로 혼합해 쓰기도 한다.
 
  스킨의 경우 두피에 직접 닿는 부분으로 폴리우레탄(PU)이 주재료다. 폴리우레탄을 두껍게 쓰는 ‘일반 스킨’은 내구성과 가발 고정 면에서 좋다. 반면 얇게 쓰는 ‘나노 스킨’은 이마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데 좋다. 망사의 경우 모발의 원형을 유지하고 통풍 및 노폐물 배출 기능을 하는데, 구멍 크기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구멍이 작은 ‘모노망’은 남성용 맞춤가발에서 가르마 부분에 사용되고, 모노망보다 조금 큰 ‘스위스망’은 이마 부분의 헤어 라인을 구현하는 데 쓰인다. 구멍이 큰 편인 ‘그물망’은 통풍 면에서 좋아 여름용 가발에 사용된다.
 
  가발은 매장에서 손질하는 것 외에 평소 집에서 세정(洗淨)을 잘 해야 오래 쓸 수 있다. 가발 전문기업 하이모 관계자는 “부착식(본드·테이프 등) 가발은 쓴 채로 머리를 감듯이 세정하면 된다. 단, 린스는 접착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모발 끝에만 발라야 한다. 탈착식(클립·벨크로 등) 가발은 가볍게 주물러서 세정해야 한다. (샴푸 등으로) 모발에 거품을 낼 때는 서로 엉키지 않도록 빗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발 가격은 모발의 양·재질·스타일에 따라 폭이 넓다. 보통 수십만원대에서 시작해 수백만원대 제품까지 있다고 한다.
 
 
  “이방자 여사부터 영부인까지 애용”
 
서울 충무로에서 45년째 운영 중인 가발 가게 ‘스카라가발’에서 가발을 만드는 모습. 가발은 망사에 인모나 인조모를 심고 매듭을 지어 만든다. 사진=신승민
  가발은 누가 쓰고 왜 쓰는 걸까. 가발 착용 이유로는 ▲대인관계 ▲주변의 시선 ▲자신감 확보 ▲지인의 권유 ▲탈모 스트레스 ▲취업·결혼 및 개인적 목표 등이 꼽힌다. 이 중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탈모 문제’다. 사연도 다양하다. 부드러운 인상을 갖기 위해서, 이마 양쪽에 머리숱이 없어서, 외출할 때마다 모자를 써야 하는 불편함 때문 등이다. 정수리 탈모로 외부 활동을 꺼리던 사람이 지인의 추천으로 쓰기도 하고, 두피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사람이 탈모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쓰기도 한다. 여성이 아버지와 애인에게 선물로 권하는 경우도 있다. ‘헤어피스’라고 불리는 앞머리 가발을 쓰는 여성들도 있다.
 
  2017년 하이모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모를 겪고 있는 남녀 중 81%가 가발 착용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이모 측은 “가발은 탈모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저하된 외모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모발의 양은 피부·생김새보다 동안(童顏)의 우선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현준 ㈔대한가발협회 이사장은 “(가발을 쓰게 된 사람들의 동기는) 스스로 ‘내가 좀 젊어져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외모가 경쟁력이 되지 않았나”라며 “단순히 자기 만족보다는 ‘나의 변화를 통해 주변의 시선을 바꾸고 싶은’ 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황범자 스카라가발 대표는 “유명 배우·가수·코미디언부터 사기꾼에 이방자 여사, 대통령 영부인까지 가발을 맞추러 왔다”고 했다. 사진=신승민
  충무로에서 45년째 가발 가게를 운영하는 황범자 스카라가발 대표는 “주로 탈모를 앓는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특별한 경우도 있다. 바로 ‘변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며 “예전에는 사기꾼이 찾아와 가발을 맞춰 가기도 했다. 그때 수표로 계산을 했는데 나중에 정체를 알고 경찰서에 달려가 신고했다”고 회고했다. 황 대표는 “가발 잘 만든다고 입소문이 나서 유명 배우·가수·코미디언들이 찾아올 정도였다”며 “이방자(李方子·일본 왕가 출신의 대한제국 영친왕의 비) 여사도 우리 가게에서 가발을 맞추고는 돌아가셨다. 신문에 부고 기사가 난 걸 보고 ‘이 가발이 임자를 잃었구나’ 했는데, 돌아가신 지 일주일쯤 있다가 나이 많은 비서가 찾아와 ‘태워드린다’고 하면서 가져갔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언젠가는 할머니 한 분이 오신 적이 있어요. 검은 양복 입은 남자들이 두세 명씩 따라 들어오더라고요. ‘무슨 일을 하는 분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대통령 영부인이 되셨더라고요. 청와대에 들어가신 뒤로는 비서들이 대신 왔지요. 숱을 좀 풍성하게 하고 싶어서 부분 가발을 원하셨지요.”
 
 
  “가짜 머리? 패션 헤어!”
 
이현준 ㈔대한가발협회 이사장은 “가발은 ‘가짜 머리’가 아닌 ‘패션 헤어’다. 젊고 활력 있는 사람들의 자랑거리다”라고 했다. 사진=신승민
  전문가들은 가발의 소재나 디자인보다 본인 상태에 맞게 가발을 제작해줄 수 있는 사람부터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현준 이사장은 “가발은 대충 썼다가 벗는 싸구려 기성품이 아니다. 신체의 한 일부분을 담당하는 맞춤제품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설계가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가발산업에 있어서 두발 상태를 측정하는 3D 스캐너 등 첨단 장비와 세계적인 기술이 있다. 탈모가 그렇듯 가발 쓰는 것도 더 이상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젊고 활력 있는’ 사람들의 자랑거리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이다.
 
  “가발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민머리 아저씨’가 쓰는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잖아요? 가발을 꼭 머리숱이 없는 사람들만 쓴다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연예인들도 쓰고, 휴가 나온 군인들도 쓰고, 젊은 사람들이 멋으로 쓰기도 하잖아요. 기분 전환을 하고 싶어서 또 어떤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서도 쓰고요. ‘가짜 머리’가 아니라 ‘패션 헤어’인 것이죠. 요즘은 많이 바뀌었지만 예전만 해도 가발이나 민머리가 코미디 소재로 쓰였잖아요. 가발 쓴 사람을 우스운 사람으로 표현했고요. 가발이 어때서요? 가발은 ‘모자란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자기 외모에 관심 있고 경제력 있는 ‘멋진 사람’이 쓰는 거예요.”
 
 
  “아프리카 인구의 90%가 가발 수요”
 
  이 이사장 말에 따르면, 지금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 가발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고 한다. 유통 면에서 중국이 추격해오고 있지만, 기반 시설 보유율이나 시장 점유율에서는 아직도 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가발산업의 ‘황금 시장’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프리카 인구 중 90%가 가발에 대한 수요를 갖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이사장은 “흑인종들의 곱슬머리는 안쪽으로 자라면서 살을 파고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땋아서 늘어뜨리는 레게가 발전하게 된 것”이라며 “보통 레게머리를 돌돌 말아서 정리를 하고 그 위에 가발을 쓴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 손 잡고 가발 매장 가는 게 그들의 문화”라고 했다. 현재 한국 가발 사업가들은 발 빠르게 현지에 진출해 아프리카 수요의 50%를 담당하고 있다. 흑인종이 많은 미국에도 전체 가발 매장 1만1000곳 중 7000~8000곳을 한국인들이 운영한다. 이 이사장은 “근대화 시기 ‘민족산업’이 지금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황범자 대표는 “옛날에는 눈만 돌리면 숱 없는 머리를 드러내놓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새는 없지 않나”라며 “가발 쓴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가발은 전도 유망한 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이모 측의 전망이다.
 
  “탈모가 보편화됨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또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두피 케어용 제품 사용, 약물요법, 가발 착용, 모발이식 등이 있는데, 이 중 가발은 한 번 착용만으로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취업·학업 스트레스, 생활습관의 변화 등으로 젊을 때부터 부분가발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발도 키높이 구두, 볼륨업 브래지어처럼 ‘외모 관리를 위한 자연스러운 액세서리’로 인식될 날이 머잖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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