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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생충〉의 역설

글 : 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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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포스터.
  2019년 제72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奉俊昊·50)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8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관람객 평점도 10점 만점에 9.11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1000만 관객’ 돌파도 너끈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정밀한 기법과 섬세한 연출로 표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기생충〉을 비롯해 봉 감독의 역대 영화들은 계급투쟁 등 사회적 갈등을 반미(反美) 또는 반자본주의(反資本主義)적 시각으로 다뤄왔다는 지적이었다. 자칭·타칭 소위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거니와, 봉 감독도 이념적으로 ‘진보 성향’에 가깝지 않으냐며 눈총을 쏘기도 한다.
 
  지난 6월 2일 기자도 극장에서 〈기생충〉을 봤다. 유쾌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객석에서는 웃음·비명·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빛났고 공간·소품 연출도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생각이 깊어지는 지점도 있었다. “기우(최우식 분)가 지하실로 수석(壽石)을 들고 내려갔다가 화를 당한 사건에는 개연성이 있었나” “사제(師弟)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기우와 다혜(정지소 분)도 기생충과 숙주의 관계일까” “극 중 ‘냄새’가 갖는 존재 의미는 기택(송강호 분)이 동익(이선균 분)을 살해할 만한 동기로 충분했나” 같은 의문을 들게 했다.
 
  비평가들처럼 현란한 언어로 정치한 분석은 하지 못해도, 한 가지만은 확실하게 느꼈다. 〈기생충〉은 ‘단죄(斷罪)의 서사’가 아니었다. 선악(善惡) 대비가 극명한 권선징악 구도도 아니었고, 대중의 분노를 유도하는 강박적인 사건들도 없었다. 현실과 괴리된 ‘억지 감동’ 이야기로 눈물샘을 짜내지도 않았다. 통쾌한 해답 대신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언제까지 빈민들은 부잣집에 기생충처럼 빌붙어서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식상한 울분이 아니었다. ‘기생이 아닌 공생(共生)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통합의 조건을 고민케 했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그것의 출발은 바로 각 계층에 대한 ‘이해’였다. 봉 감독은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못된 사람들이 사실 우리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니까 ‘부자는 탐욕스럽다’ ‘게을러서 가난한 거다’라는 오해들이 계층을 갈라놓는 벽처럼 자라난 것이다. 〈기생충〉의 두 계층도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부족했다. 득실(得失)로만 관계를 따졌고 예의보다 욕망이 앞섰다. 동익 집에 과외교사·운전기사·가사도우미로 위장 취업한 기택의 가족은 빈 저택에서 술판을 벌였다. 동익과 그의 부인 연교(조여정 분)도 기택이네 반지하 냄새에 몸서리치면서 그들이 ‘선을 넘어오는 것’을 경계했다. 밖에서는 근엄한 기업 회장과 정숙한 사모님인 동익 내외도 밤에는 낯 뜨거운 말을 하며 부부관계를 즐기는 인간일 뿐이었다. 서로 분출하기 바쁜 욕망들 속에서 어느 가정이 ‘착하고 나쁜’ ‘숙주와 기생충’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했다. 영화는 ‘적당히 뻔뻔하고 적당히 무례한’ 군상(群像)을 통해 ‘계층 갈등은 한쪽의 잘못으로 인한 비극이 아닌, 우리 모두가 책임지고 풀어야 할 복잡한 숙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것이 바로 좌우(左右) 이념을 떠나 〈기생충〉이 말하는 ‘계층의 역설’이다.
 
  최근 해프닝으로 끝난 봉 감독과 배우 김혜자 간 ‘미투’(?) 사건도 김혜자의 발언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한 네티즌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김혜자는 “봉 감독이 칸에서 상 받고 왔다. 그렇게 국위선양하고 돌아오니 흠집 내고 헐뜯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념에 갇힌 예술이 선전이 되듯, 덮어놓고 하는 비난도 초라하다. 때로 인간은 응원에서 긴장을 느낀다. 맹목적 질타보다 진솔한 격려가 듣는 사람을 더 ‘각성’시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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