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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편지

6·25 斷想

어려웠던 시절 기억하면서 포퓰리즘 조심해야

글 :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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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에서 30년간 일하다 정년퇴직한 후 아직도 중소기업에서 봉급생활자로 사회활동을 하는 70대 중반 노인이다.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자부하지만, 속이 답답하고 가슴이 터질 듯한 세상이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병이 날 것 같아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본다.
 
  6·25 때 동네 형의 인솔로 시골에 있는 학교에 다니던 것이며, 가가호호 부역을 나가던 일, 동네 이장이 미군 C-레이션을 나누어주던 일 등이 지금도 기억난다. 졸졸 따라다니면서 “헬로, 기브 미 쪼꼬레또” 하면 미군이 주머니에서 꺼내주던 껌이나 초콜릿은 얼마나 신기하고 맛이 있던지…. 그 미군 아저씨가 시키는 일이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군이 씹다 버린 껌을 물에 씻어 먹겠다고 친구들과 다투던 일도 기억난다.
 
  6·25 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가 수십 개국이라고 하는데, 생각나는 나라는 미국뿐이다. 그나마 그 고마움을 기억하는 것은 70대 이상 정도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 고마움을 잊고 산다. 망각 일등 국민이라고 할 만하다. 우리가 어려울 때 신세 진 것을 기억하고 갚아야 할 것이다.
 
  6·25 직후 동네에서 머슴살이하거나 소작농 하던 사람들이 북한 인민군의 앞잡이가 되어 잘사는 사람들, 공무원·군인들을 핀셋으로 짚어내듯이 짚어내던 일들이 생각난다. 인민군 장교가 “이렇지 않습니까?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들어보시오!” 하면, 처음에는 한 사람도 손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이 평소 품고 있던 불만의 표시로 앞뒤 눈치를 살펴 가면서 손을 들면, 인민군 앞잡이가 손을 번쩍 들면서 “죽여야 한다!”고 선동했다. 동네에서 아주 착하고 경위 바르던 아저씨가 그렇게 해서 총살당하는 것을 보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이웃 마을에 놀러 갔다가 사람들 눈을 수건으로 가리고 담벼락 앞에 세워놓은 후 총살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완장’이라는 말도 6·25 때 처음 들었다. 북한에는 인민군하고 완장 찬 사람들만 사는 줄 알았다.
 
  그때는 사람을 왜 죽이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쏴 죽이는 정서와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자기 고모부를 죽이고 이복형 김정남을 죽인 김정은이 남한을 흡수통일 하면, 제일 먼저 종북(從北)세력을 숙청할 것이라고 한다면 억지일까?
 
  나는 6·25를 경험하고 반공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세대다. 나 스스로 ‘보수(保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방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통’이었다고 떠들어대고, 지난 정권의 ‘적폐’ 이야기로 도배를 하니 ‘정말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또 재벌들이 부당하게 특혜를 받았다는 식의 보도를 보면, 이 정부는 공정하고 객관성 있게 김영란법을 준수하면서 우리같이 힘없는 백성들을 보호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정부가 나 같은 노인들을 돌보아주는 정책을 편다는 보도를 접하면 ‘그러다가 이 나라가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처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귀가 솔깃해진다.
 
  그래서 방송이 국가의 장래를 좌우하고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방송이 그 힘을 나라를 위해서 선용(善用)해주기 바란다.
 
  북한에서는 아직도 쌀밥과 고깃국 먹는 것이 지상의 목표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배고픈 북한 인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우리는 먹는 문제는 해결한 지 오래이지만, 6·25 때보다 불평불만은 수십 배 늘어난 것 같다.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나라가 그리스 같은 나라들처럼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완섭·서울 동작구 흑석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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