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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된장 맛의 비밀

“좋은 재료와 환경이 맛의 90%를 결정한다”

글 : 서철인  월간조선 기자  ironin@chosun.com

사진 :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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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소스 개발에 한계를 느낀 세계 스타 셰프들이 한국의 장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박형희 한국외식정보 대표)
⊙ ‌세계 콩장은 삼국시대 이전 한반도에서 기원해 중국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
⊙ ‌메주를 자연 발효할 경우 여러 균주의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증식, 맛의 깊이와 풍미 더해
⊙ ‌수입 콩보다 6~7배 비싼 국산 콩으로 담근 전통 된장 가격은 공장형 된장의 2~3배로 저렴한 편
  “나는 된장이 아주 흥미로운 식재료라 생각한다. 매우 강력한 맛이다. 일본에도 간장·된장이 있지만 요리업계에서는 일본 것보다 한국 것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쌀을 섞어서 중화된 맛을 내지만 한국은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맛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 고메(Seoul Gourmet)’에 참석한 스페인의 세계적인 요리사 호안 로카(Jean Roca)가 국내 한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서울 고메’는 미슐랭 스타 셰프를 포함해 국내외 최정상 셰프와 해외 미디어를 초청해 한식(韓食)의 맛과 매력을 소개하는 미식(味食) 축제다. 2011년 이 행사에 초청된 호안 로카는 미슐랭 3스타이며 2011·2012년 연속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2위에 오른 ‘엘 세예 데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의 오너 셰프다.
 
  호안 로카는 1년 후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요리 박람회 ‘마드리드 퓨전’에서도 “한국의 많은 음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된장’이었는데, 발효된 된장은 무한한 맛을 가졌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한국 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심지어 “한국의 된장을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요리할 때 사용한다”고까지 밝혔다.
 
  된장을 비롯한 한국의 장류(醬類)에 매료된 이는 비단 호안 로카뿐만이 아니다. 벨기에의 저명한 음식 저널리스트 장 피에르 가브리엘은 “된장찌개, 백김치, 게장 등 다 좋아하지만 무인도에 가서 한 가지만 먹으라고 한다면 단연 된장찌개를 꼽겠다”며 된장찌개 예찬론을 펼쳤고, 브라질 요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요리사 알렉스 아탈라는 한국의 장류를 맛본 후 “발효음식의 복잡한 맛이 감동적”이라며 감탄했다.
 
  또 세계 3대 요리학교인 일본의 쓰지조그룹교(tsujicho)의 쓰지 요시키 교장은 “강한 된장 맛이 소고기의 지방 맛을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게 한다. 한국의 간장, 된장은 깊은맛이 난다. 염분의 비율도 다르고 향기가 매우 좋다”고 극찬했고,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 거장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는 “한식, 특히 장류를 이용한 한국 요리는 세계적인 요리가 될 수 있는 영리함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특유의 향미(香味) 때문에 세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속단하는 우리와 달리 세계 요리사들의 된장에 대한 찬사는 상상 그 이상이다. 연중 반 이상을 세계 음식 박람회나 요리 축제 현장에서 보낸다는 박형희(朴亨熙) 한국외식정보(주) 대표는 “세계의 음식 트렌드는 웰빙(Well being)에서 로하스(Rohas)로, 로하스에서 힐링(Healing)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유럽의 스타 요리사들이 새로운 소스 개발에 한계를 느끼는 가운데 동양, 특히 한국의 장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계 요리 트렌드를 리드하는 스타 셰프들이 힐링 푸드 개발에 한국의 장류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스타 셰프들은 한국의 장류 중에서도 전통 방식으로 발효된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이 “군내 난다”며 기피하는 재래식 된장과 간장에서 이전에 없던 깊고 오묘한 맛을 찾은 것이다.
 
  자연발효 음식은 재료와 제법(製法)은 물론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르다. 기자는 된장 맛의 비밀을 취재하기 위해 장류 명가들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된장의 기원을 찾아 역사 속에서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된장은 한반도에서 기원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우리 전통 된장과 간장은 삶은 콩을 으깨 메주를 만들어 띄우고 소금물에 발효시켜 완성한다. 메주는 된장이 되고, 소금물은 간장이 된다. 제법상 된장과 간장은 한 몸에서 나오는 셈이다.
 
  한국은 이웃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쌀이나 밀을 섞지 않고 순수 콩만으로 된장을 만든다. 한국장류기술연구회 신동화(申東禾) 회장(전북대 식품공학과 명예교수)은 “콩장은 한반도에서 기원했다”고 말한다. 콩의 원산지가 남만주와 한반도를 연결하는 동북아 일대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우리 민족은 4000년 전부터 콩을 재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함경북도 회령과 평양시 삼석 구역, 경기도 팔당 수몰지구, 경남 김해 등지의 청동기 유적지에서 콩이 발견되었다. 이 콩을 이용한 발효기술이 정착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농서 《제민요술(齊民要術)》에는 동이족(東夷族)이 시작한 시(豉)와 두장(豆醬) 기술이 중국에 전파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신동화 교수는 “이때의 ‘시’는 청국장으로 곰팡이를 이용하는 현대의 메주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삼국시대 장류에 대한 기록은 고구려인들의 생활상을 전한 중국의 《삼국지(三國志)》와 백제의 생활상을 기록한 《주서(周書)》에도 등장한다. 또한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도 신문왕(神文王)이 부인을 맞는 절차를 묘사한 기록 속에 폐백음식으로 장(醬)과 시(豉)가 나온다.
 
  신동화 교수는 “삼국시대에는 장(醬)과 장(漿)이 나오는데 메주와 함께 있 는 것을 장(醬)이라 하고, 거른 것을 장(漿)이라 구분하고 있다”며 “이 점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오늘날과 같이 간장과 된장이 함께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시대에는 장(醬)에서 간장을 분리해 ‘장즙(醬汁)’이라고 표현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의약서(醫藥書)로 알려진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 ‘염(塩)과 시(豉)를 각각 조금씩 물에 담가…’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때의 시는 오늘날과 같은 메주의 뜻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에는 메주를 ‘말장(末醬)’이라고도 지칭한 듯하다. 문종 7년(1053)에 메주 만드는 틀을 말장곡(末醬斛)이라 하여 치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 일부 학자들은 이 ‘말장’이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일본 된장인 ‘미소(味噲)’가 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식품기술사인 이한창(李漢昌) 박사는 “이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본의 미소에는 중국의 춘장처럼 곡물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전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조선시대에는 장과 시의 구분이 명확해진 가운데 마침내 ‘간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장의 종류도 세분화되기에 이른다. 단종 원년(1452)의 기록에는 묵힌 장을 진장(陳醬)이라 하였고, 중종 22년(1527)에 발간된 《훈몽자회(訓蒙字會)》는 간장을 첨장(甛醬), 단장, 장유(醬油)로 분류하였다. 또한 시를 전국시(戰國豉)와 두시(豆豉)라 하였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두장, 어장(魚醬), 소맥장(小麥醬), 육장(肉醬), 전국장(戰國醬), 황증(黃蒸·날메주) 등과 함께 약용 된장도 등장한다. 1600년대 말의 조리서 《주방문(酒方文)》에는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된장 제법이 설명되어 있고,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洪萬選)이 엮은 농서 겸 가정생활서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생황장(笙黃醬), 숙황장(熟黃醬), 면장(麵醬), 대맥장(大麥醬), 유인장(楡仁醬), 대하장(大蝦醬), 우육장(牛肉醬), 수육장(獸肉醬) 등 여러 장류와 함께 그 제법이 소개돼 있다.
 
 
  단백질 함량 높은 콩이 좋아
 
  오늘날 우리가 먹는 된장 제법은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속에도 담겨 있다. ‘여자들아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11월령 중), ‘집안의 요긴한 것은 장 담그는 일이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놓고 법대로 담그리라’(3월령 중), ‘장독을 살펴보다 제 맛을 잃지 않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을 족족 떠 내려라’(8월령 중) 등이다.
 
  전통 장은 정월(음력 1월) 말(午)날에 담가야 맛있게 익는다고 한다. 이는 조선 명종 때 학자 어숙권(魚叔權)이 엮은 생활서 《고사촬요(攷事撮要)》 기록에 따른 것이다. 보통 된장을 담근다는 말은 소금물이 든 옹기에 띄운 메주를 담그는 것을 이른다. 지역마다 집마다 다르지만 메주 쑤기는 대개 추수가 끝난 후인 동짓달(음력 11월)에, 된장 간장 가르기는 음력 3월에 한다.
 
  장 담기를 날씨가 찬 정월에 하는 이유는 날파리와 각종 해충으로부터 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날파리와 해충이 활동하기 때문에 장에 이들의 유충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가르기 후 된장과 간장은 각각의 옹기에 담겨 일정 기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 떠먹는다. 일반적으로 오래 묵을수록 맛이 깊어진다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간장의 경우 묵을수록 맛이 진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된장은 숙성이 끝나면 맛에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된장이 맛있으려면 우선 원재료인 콩이 좋아야 한다. 된장에 사용하는 콩은 메주콩이라 불리는 백태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재배되는 백태 품종은 황금, 태광, 대원 등이다. 맛으로 승부를 거는 된장 명인들은 국산 콩을 고집하며, 이 중에서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국내에서 재배되는 콩은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품질이 다르다.
 
  식품 전문가들은 “된장은 콩 속의 단백질이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아미노산이나 펩타이드 형태로 바뀌어 맛을 낸다”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으로 만든 된장이 더 감칠맛이 난다”고 말한다.
 
  전통 된장 맛의 두 번째 비밀의 열쇠는 발효에 있다. 발효는 각종 미생물이 효소를 만들고 이들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신동화 교수는 “메주의 발효 상태가 장류의 품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발생한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서 생성되는 물질도 달라지게 되어 있어 장류의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이다.
 
  “콩의 단백질은 단백질분해 효소인 프로테아제(Protease)만 첨가하면 쉽게 분해되어 아미노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복잡하게 자연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은 메주에 관여하는 미생물이 단일 균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메주에는 복합 미생물이 관여해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물질을 생성합니다. 가령 된장과 간장의 경우 황국균(黃麴菌·누룩)의 단백질 분해와 효모의 알코올 발효, 그리고 세균의 산 생성 등으로 독특한 맛과 향의 조화가 이뤄지죠.”
 
  메주를 자연발효할 경우 여러 균주의 미생물이 복합적으로 증식하여 맛의 깊이와 풍미가 더해진다는 얘기다.
 
 
  미생물이 맛에 관여
 
정도연 순창미생물관리센터 소장.
  이들 미생물은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종류는 물론 증식 정도가 다르다. 똑같은 재료로 된장을 담그는데도 집마다 혹은 같은 집이라도 해마다 맛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맛의 균일성과 표준화가 생명인 현대식 장류제조공장에서는 순수 분리한 단일 균주로 발효한다. 공장형 된장의 경우 대부분 메주를 만들지 않고 증자한 콩에 황국균과 유산균을 투입해 속성으로 발효한다고 보면 된다. 전통 된장이 완성되기까지 보통 6~10개월 정도 소요되는 반면 공장형 된장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공장형 된장처럼 인공적으로 발효할 경우 배양된 황국균과 유산균을 투입하게 되는데, 이 경우 1992년 제정된 생물다양성 협약에 따라 일본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이들 균주의 추출·배양기술 특허권이 일본에 있기 때문이다. 된장뿐만 아니라 막걸리, 음료 등의 식품 제조에 들어가는 균주 역시 특허권이 일본에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일본에 내야 하는 로열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음식인 막걸리를 마시고 된장을 먹을 때마다 판매액의 일부가 일본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국제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1년 전북 순창에 순창군발효미생물관리센터가 산업통상자원부 승인 법인으로 설립되었다. 발효미생물 자원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발효산업에 필요한 다양하고 우수한 발효미생물을 발굴 공급하는 것이 이 기관의 설립 목적이다.
 
  현재 한국종규협회, 한국식품연구원, 전북대학교 RIC, 대상(주), 한국절임(주), 황금나무(주) 등의 입주기관과 기업(산학연관 시스템 구축)이 한 공간에서 미생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정도연(鄭都延) 센터장은 “전통 방식의 된장을 만들 메주를 지푸라기로 묶는데, 이는 지푸라기에 있는 미생물이 발효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메주를 묶는 지푸라기에는 수천 종의 균주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이 중 절반은 유해균이죠. 저희는 지푸라기에 있는 미생물이 메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콩 발효에 적합하면서 우리 몸에도 좋은 균주 선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콩을 발효시키는 주요 균은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균(고초균)과 황국균이다. 그런데 콩의 발효 과정에는 병원성 균도 함께 자란다. 고초균의 사촌이면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이 바로 그것이다. 센터는 최근 바실러스 세레우스균을 제어하는 길항 미생물을 세계 최초로 발굴했다. 정 센터장은 “바실러스 세레우스균 길항 미생물을 포함해 장맛에 관여하는 미생물 4가지를 발굴해 특허 등록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은 50년 전부터 미생물을 연구해 황국균의 경우 여러 종류의 균주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쳤고, 랩까지 만든 상태입니다. 자연에서 발효에 좋은 미생물을 분류하고, 우수 균주를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부지런히 뛰어야 하죠. 현재 순창 장맛을 결정하는 곰팡이가 무엇인지 찾고 있는데, 앞으로 우수발효미생물 30만 균주를 전통발효식품에서 찾아내 자원화할 계획입니다.”
 
  미생물 박사인 정도연 센터장은 “된장 맛은 메주에 관여하는 다양한 미생물과 숙성 환경(용기)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옹기에 미생물 많아
 
  콩을 삶아 벽돌 모양으로 성형한 메주는 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조절하며 수분이 15% 정도가 될 때까지 한 달 정도 건조한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한 발효가 일어난다. 발효가 잘 되고 안 되고는 메주에 핀 곰팡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희고 노란 곰팡이가 적당히 어우러져 있는 메주가 잘 뜬 것”이라고 말한다. 바실러스 서브틸리스균과 유산균은 곰팡이 색깔이 흰색을 띠고, 황국균은 노란색을 띤다.
 
  메주를 잘랐을 때 총천연색 곰팡이가 핀 것은 좋지 않다. 특히 녹색 곰팡이는 우리 몸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곰팡이는 누룩곰팡이류에 속하는 애스퍼질러스 플라부스균인데,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을 분비한다는 연구결과가 1960년대 초 발표된 바 있다. 다행히 우리 메주와 같이 자연 상태에서 혼합 균주에 의해 발효되는 식품에는 아플라톡신 생성 자체가 극히 적어 크게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잘 뜬 메주는 햇볕에 건조시킨 후 먼지와 곰팡이를 털어내고 적당히 염도를 맞춘 소금물과 함께 옹기에 담아 숙성시킨다. 된장 명인들은 “옹기는 유약이 발라져 있지 않아야 숨을 쉬며 오래된 것일수록 장맛을 좋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듯하다. 정도연 박사는 “오래된 옹기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박혀 있기 때문에 맛이 좋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에 똥통으로 사용된 옹기라면 나쁜 미생물이 많아 장이 썩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된장과 간장이 숙성되는 동안에는 틈틈이 옹기 뚜껑을 열어 볕을 쏘여야 맛이 깊어진다. 단 이때는 된장을 좋아하는 파리나 벌레가 날아들지 않게 위생 상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부분의 명인들은 곤충의 유입을 막기 위해 항아리 입구를 천으로 감싸놓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파리나 벌레들이 된장에 알을 낳아 유충이 생긴다고 한다.
 
  숙성 기간은 보통 35~40일 사이다. 숙성이 끝나면 된장과 간장을 분리해 각각의 옹기로 옮긴 후 2~3개월 동안의 후숙 과정을 거친다. 이때 역시 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볕을 쏘이면 맛이 깊어진다. 그렇게 여름을 지나 밭의 콩이 여물어갈 즈음이면 햇간장과 햇된장이 완성된다.
 
  지역에 따라 혹은 전해 내려오는 집안의 가풍(家風)에 따라 제법에 약간씩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명인들은 이 과정을 거쳐 된장, 간장을 내놓는다. 좀 더 구체적인 제법을 알아보기 위해 맛 좋기로 소문난 된장 명인들을 찾아나섰다.
 
  참고로 이들 중에는 정부가 인정한 명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현재 국내 장류 명인 중 정부 인증을 받은 이는 숙황장의 김병룡씨, 어육장의 권기옥씨, 순창 고추장의 문옥례씨, 동국장의 한안자씨, 진장의 기순도씨, 대맥장의 성명례씨 등 6명이다. 이 중 김병룡씨는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들은 나이가 이미 6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고려전통식품 奇順度 대표
 
  “竹鹽으로 담아 부드럽고 달다”
 
고려전통식품의 기순도 대표.
  고려전통식품은 전남 담양군 창평면 슬로시티 안에 위치해 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35호인 기순도(奇順度) 대표는 창평면 일대에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는 장흥 고(高)씨 종부(宗婦)다. 기씨는 시어머니 이규례씨로부터 종가 음식을 전수받은 진장 명인이다. 진장은 5년 이상 숙성된 장을 말한다.
 
  간장이 맛있으면 된장도 맛있게 마련이다. 이 집 된장은 깊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명동점)과 현대백화점(압구정동점), 롯데백화점(소공동점) 명인명품 코너에 진열돼 있다. 기씨는 “간수 뺀 신안 천일염을 대나무 통에 넣어 구운 후 염수로 사용하기 때문에 된장, 간장 맛이 깊고 달다”고 말했다.
 
  죽염은 매일 생산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인부들이 죽염을 굽느라 분주했다. 대나무와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작업장이 흡사 산불이라도 난 듯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뜰에는 소금 가마니와 장정 팔뚝보다 굵은 대나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소금은 매년 1000가마니씩 구입해 2~3년 동안 묵히며 간수를 뺀 후 대나무 통에 넣어 숯을 굽듯이 밤새 굽습니다. 올해 800가마니를 구웠는데도 부족하네요. 죽염을 쓰면 청국장에서도 냄새가 덜 나 된장으로 알고 먹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려전통식품은 3년 묵은 천일염으로 죽염을 만들어 장을 담는다.
  6600m2(2000평)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 살림집을 비롯해 메주 건조실, 죽염작업실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마당에는 700여 개에 이르는 항아리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다. 기씨는 “지난해 이곳 담양과 장흥 지역에서 재배한 태광 품종 콩 2200가마니를 구입해 1000가마니는 된장을 담았고, 나머지는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청국장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말했다.
 
  “메주콩은 너무 굵으면 싱겁고, 너무 잘면 차진 맛이 덜합니다. 태광은 콩알 굵기가 적당해 맛이 고소하지요. 항아리 하나에 들어가는 메주는 콩으로 치면 두 가마니 정도 됩니다. 시집 와서 40년 넘게 담아본 경험으로 된장은 양이 많을수록 맛이 좋더군요.”
 
  350년 된 종가에서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아 식구들 먹을 된장만 담던 기씨는 1996년 남편이 지병으로 쓰러지자 집안의 감 밭에 전통된장 공장을 세웠다. 대숲에서 이는 바람에 송홧가루가 날려 된장 맛을 더하는 천혜의 장소였다.
 
  사업 초기 죽염 바람이 불었다. 기씨는 식구들 건강을 생각해 구워놓은 죽염에 지하 150m 암반수로 장을 담갔다. 그 맛이 기가 막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기씨가 작년에 담근 된장을 맛보이기 위해 항아리 뚜껑을 열자 전통 된장 특유의 깊은 향이 코끝에 훅 끼쳤다. 보기에도 잘 익은 듯 먹음직스러운 된장은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났다.
 
  “장맛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정성입니다. 저는 몸에 좋은 보약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장을 담지요. 장을 완성하기까지는 수도 없이 많은 과정이 필요한데, 그중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하면 여지없이 맛이 떨어집니다. 농사도 그렇지만 장은 참 정직해요. 정성을 들인 만큼 맛이 나지요.”
 
  기씨는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이들은 모두 기씨를 도와 장류 사업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한 장남 고훈국씨는 경영을,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딸 민견씨는 생산을, 식품영양학 박사 학위까지 받은 막내 봉국씨는 기획과 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자연주의 된장예술 金種姬 대표
 
  “간장 양 적어야 된장이 맛있다”
 
자연주의 된장예술 김종희 대표.
  자연주의 된장예술은 충북 청원군 내수읍 마산리에 위치해 있다. 충주 MBC 아나운서 출신인 김종희(金種姬) 대표는 600년 전 이 지역에 터를 잡은 문화 유(柳)씨 20세조 8대손 종부다. 김씨는 같은 방송국 PD로 근무했던 남편 유상현(柳尙鉉)씨와 결혼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종부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바쁜 방송국 생활을 하면서도 종부로서 챙겨야 할 집안 대소사 때문에 본가를 자주 드나들었던 김씨는 10여 년 전 남편의 뜻을 좇아 귀농(歸農)했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남편은 귀농해서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했어요. 저 또한 그게 싫지 않아 인생 2막을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본가에 들어오게 되었죠. 이후 일가친척들과 마을 사람들의 권유로 된장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씨는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를 일절 쓰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콩만으로 장을 담근다. 처음에는 직접 농사를 지은 콩으로 만들었으나 양이 늘면서 지금은 엄선한 농가에서 계약재배 방식으로 콩을 수급한다. 유기농 콩은 매년 생산량이 일정치 않아 간장, 된장 양도 들쭉날쭉이라고 한다.
 
  “해마다 100~200가마니의 해콩으로 된장을 담급니다. 저희가 계약재배하는 콩은 2005년경 종자개량한 황금콩이라는 품종이에요. 알이 잘고 단단해 이 콩으로 된장을 담그면 맛이 구수하고 차집니다. 간장 위에 기름띠가 형성될 정도로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이죠.”
 
자연주의 된장예술은 문화 유씨 종가의 전통에 따라 유기농 콩으로 된장을 담는다.
  콩은 전통 방식 그대로 일일이 가마솥에 삶고, 손으로 메주를 빚는다. 메주는 지푸라기로 묶어 28℃의 황토방에서 1~2개월가량 자연 건조시킨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나쁜 곰팡이가 피기 때문에 수시로 환기시킨다고 한다.
 
  “장맛은 ‘신의 섭리’로 결정되는 것 같아요.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도 바람과 햇볕 등 자연이 도와주지 않으면 제맛이 나지 않죠. 한국의 전통된장은 자연이 빚은 예술품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잘 뜬 메주는 햇볕과 바람에 말려 염수와 함께 항아리에 담는다. 염수는 3년 묵어 간수가 다 빠진 신안 천일염을 사용하고 있으며, 침지 하루 전날 염도를 맞춰 다른 항아리에서 하룻밤 재운다. 그렇게 하면 소금에 배어 있던 미량의 펄과 불순물이 항아리 벽에 흡착돼 정제된다고 한다.
 
  “저희 집 된장은 염도가 낮은 염수를 조금만 붓고 메주를 많이 넣어 만듭니다. 250리터 사이즈 항아리의 3분의 2를 메주로 채우죠. 이렇게 하면 된장도 간장도 맛이 짜지 않으면서 진합니다. 된장 간장 분리는 침지 후 40일 만에 하는데, 이때 된장의 염도를 낮추기 위해 콩 한 말 분량의 메주에 한 되 정도 되는 생콩을 삶아 섞습니다. 그런 다음 여름 지나 가을부터 먹기 시작하죠. 장은 숙성 기간이 길수록 깊은맛이 나는데, 개인적으로 3년이 시작되는 즈음의 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이 집 된장은 현대백화점 8개점과 인터넷·전화 주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만드는 양이 워낙 적어 일찌감치 품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씨는 “나물이든 국이든 소금 대신 된장이나 간장으로 조미하면 맛이 깊고 건강에도 좋은데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의 전통 장을 기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진원농장 成明姬 대표
 
  “직접 재배한 콩만 사용해요”
 
수진원농장의 성명희 대표와 사위 박주형, 아들 정홍교씨.
  수진원농장은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삼성리에 위치해 있다. 52만8000m2(16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농장은 양평 내륙 깊숙이 흐르는 흑천(黑川)이 둥글게 휘감아 돌아 경치가 뛰어나면서 기름져 보였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이 농장은 말표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주) 창업주 고(故) 정두화(鄭斗和) 회장이 1970년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정 회장의 며느리이면서 장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성명희(成明姬) 대표의 말이다.
 
  “생전에 저희 아버님께서는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한국 전통 음식의 맥이 끊기는 것을 안타까워하셨어요. 그래서 50세 되던 해에 현직에서 물러나 당신 고향인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간장·된장을 담그기 시작하셨죠.”
 
  판매하기보다는 한국 전통 장의 맥을 잇고 젊은 세대에게 전수하기 위해 장을 제조했다고 한다. 농장 업무는 성씨의 사위인 박주형(朴柱炯) 수진원장이 총괄하고 있다. 그는 “농장 조성 초기에는 궁중요리연구가인 황혜성(黃慧性) 선생님께서 이곳에 장독대를 두고 선대 회장님과 함께 장 연구를 하셨다”며 이렇게 말했다.
 
  “선대 회장께서는 전통 장맛을 결정하는 것은 물, 콩, 환경 등 자연이 90%이고, 나머지 10%가 사람의 정성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때문에 물 맑고 햇볕 잘 드는 이곳에 농장을 조성하셨죠.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장독대는 이곳 농장 중에서도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박 원장의 말대로 장독대는 양지 바른 곳에 계단식으로 조성돼 있었고, 모양도 크기도 각기 다른 700여 개의 항아리가 봄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항아리는 선대 회장이 전국을 돌며 하나하나 수집한 것으로, 10년 이상 된 진장이 담긴 독 중에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장독대 앞 비석에 정 회장의 신조였던 ‘우리 민족의 전통 장 문화를 영원히 보존하자’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올해 담근 수진원농장의 장. 아직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지 않았다.
  장독대 너머에는 6만6000m2(2만 평)에 이르는 너른 콩밭이 펼쳐져 있고, 10여 명의 인부들이 성급하게 돋아난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다. 박 원장은 “저희는 선대 회장 때부터 유기농법으로 콩을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은 물론 메주를 묶는 지푸라기를 생산하기 위해 벼농사도 유기농법으로 짓고 있습니다. 퇴비 주고 풀 뽑는 일을 사람이 일일이 해야 하기 때문에 늘 일손이 부족하죠. 그렇게 정성들여 제조한 장을 판매하고 있지만 솔직히 현상유지비도 나오지 않아요. 매년 회사에서 1억원씩 지원해 주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 원장은 “선대 회장의 뜻이 전통 장맛을 잘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통은 염두에 두지 않고 오직 품질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선대 회장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선대 회장님께서 살아계실 때 일본에서 미소 관련 대표들이 한국 장맛이 궁금하다며 방문했습니다. 그분들을 직접 맞이한 회장님께서는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해보자’며 그들이 선물로 가져온 미소와 우리 된장을 놓고 미각의 달인인 파리가 어느 쪽에 앉는지 지켜보기로 했죠. 한여름이어서 곧 파리 몇 마리가 날아들었고, 파리들은 하나같이 저희 집 된장에 앉았습니다. 그러자 선대 회장님께서는 매우 흡족해하시며 ‘우리는 파리를 교육시킨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죠.”
 
  비영리 목적으로 제조했던 수진원 된장은 방문자와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자에 한해 판매해 왔다. 그러다 4년 전부터 ‘해바랑’이라는 브랜드로 현대백화점 ‘명인명촌’ 코너에 들어가고 있다. 박 원장은 “전통 음식에 대한 상품 기획자의 철학이 좋아 함께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농업회사법인순창장류(주) 金中必 대표
 
  “현대화시설에서 전통 장맛을 냅니다”
 
김중필 대표.
  국산 콩만을 엄선해 전통 방식으로 담그는 명인들의 된장은 시중에서 일반 된장의 2~3배 가격에 판매된다. 일반 된장의 대부분은 수입산 콩을 사용한다. 국산 콩이 수입산 콩의 가격에 비해 7~8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된장 값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니다. 전통 장의 경우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전통 장은 힘만 들 뿐 남는 게 없다는 이유 때문에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60, 70대 제조자들이 손을 놓으면 문을 닫아야 할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농업회사법인 순창장류(주)는 사양 길에 접어든 전통 장류 산업을 살릴 대안으로 2010년 출범한 회사다. 장류의 고장인 전북 순창의 고추장마을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김중필(金中必) 대표는 “장류 특구 1호로 지정된 순창도 숙련된 기술자들은 연세들이 많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추장 단지인 이곳 민속마을도 장류 제조 가구가 초창기 54가구에서 35가구로 줄었습니다. 다들 연세들이 많은데다 만들어도 팔아줄 사람이 없으니까 문을 닫는 것이지요. 물론 장사가 좀 되는 집에서 매물로 나오는 즉시 인수를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문을 닫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제조 인구가 줄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요. 저희 회사는 이런 안타까운 상황의 보완제적 성격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지난해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공장은 메주 공장과 간장 공장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원료인 콩을 정선하고 세척해서 증자, 성형, 건조 등의 과정을 거치는 메주 제조는 전 공정이 자동화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연중 최대 1000톤의 콩을 소화할 수 있는 규모”라며 “이 정도 규모의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 저희 회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자동화 설비가 구축된 공장에서 직원들이 메주를 포장하고 있다.
  철저한 방역 작업을 거쳐 2중 3중 문을 지나 공장 내부에 이르니 반도체 공장 클린룸 같은 작업실에서 완성된 메주를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성형 후 1차 건조된 메주가 발효실로 이동하고, 발효가 끝난 메주가 포장실로 옮겨지는 모든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어서 직원은 많지 않았다.
 
  “메주 제조 방식은 전통 메주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만 제조 환경을 최적화해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성형 후 55℃ 방에서 24시간 겉말림을 한 후 30℃의 발효실에서 14일 동안 띄우지요.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발효 균주도 황국균과 고초균으로 단일화했지요.”
 
  원료인 콩은 순창군 내에서 생산되는 콩만을 엄선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순창군 내에서 수확하는 콩 총생산량은 연간 700~800톤 정도다. 이 중 200톤은 자가소비하고 500~600톤이 시중에 나오는데, 물량의 절반 정도를 이 회사가 구매해 소화하고 있다.
 
  간장 된장은 제2공장에서 생산한다. 염도 25%로 맞춘 염수는 신안 도초도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으로 만들고 용기는 전통 옹기 대신 과학적으로 설계·제조한 스테인리스 탱크를 사용한다. 김 대표는 “스테인리스만큼 위생적이면서 발효에 적합한 용기는 없다”면서 “간장 된장 분리 후 된장은 사실 내부에 있는 산소를 제거해야 이상적으로 발효가 된다”고 말했다.
 
  순창장류(주)는 현재 완성된 메주와 간장 된장을 학교와 공공기관 등의 단체급식소에 납품하고 있고, 인터넷 판매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위생적으로 안전하면서 전통의 맛이 살아 있는 제품인 만큼 앞으로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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