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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삼겹살 맛의 비밀

숯불엔 두껍게 철판엔 얇게 구워야 맛 좋아

글 : 서철인  월간조선 기자  iron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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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겹살을 신선육 상태로 구워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 일제 때 炭夫들이 먹기 시작
⊙ 황사 때 삼겹살 판매 급증, 실험 결과 삼겹살의 지방이 체내 중금속 배출 돕는 것 확인
⊙ 국내 돼지고기 전체시장 연간 20조~30조원 규모, 이 중 60%는 삼겹살로 연간 28만여 톤 소비
⊙ 시중의 삼겹살 절반은 수입산… 냉동 삼겹살 특징은 분홍색이면서 구울 때 하얀 점액질 나와
  “오늘 저녁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직장인들에게 이처럼 매혹적이고 달콤한 멘트는 없을 것이다.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말만 들으면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뜨거운 불판에 노릇노릇 구운 삼겹살 특유의 고소한 맛과 냄새에 입 안 가득 군침이 고인다.
 
  삼겹살은 남녀노소(男女老少) 불문하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다. 각종 모임이나 회식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가 삼겹살이다. 소고기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맛 또한 좋아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돼지고기는 보통 부위별로 목살, 등심, 안심, 갈비, 갈매기살, 삼겹살, 앞다리, 뒷다리, 사태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삼겹살은 갈비를 떼어낸 부분에서 복부까지 넓고 납작한 부위를 일컫는다. 살코기와 지방층이 세 겹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삼겹살이라 하는데, 이는 그대로 음식 이름이 되었다.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중 지방이 가장 많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잘 먹지 않는다. 먹더라도 염지(鹽漬·원료육에 식염, 육색 고정제, 염지 촉진제 등의 염지제를 첨가하여 일정기간 담가놓는 제조공정)와 훈연을 거친 후 얇게 썬 베이컨으로 소량씩 썰어 먹는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과 일본은 삶거나 튀겨서 먹는다. 삼겹살을 신선육 상태로 구워 먹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인은 언제부터 삼겹살을 구워 먹기 시작했을까. 또한 삼겹살은 어떻게 구워 먹어야 가장 맛있으며, 지방 함량이 높다는데 어느 정도 먹어야 건강에 도움이 될까. 황사와 삼겹살데이(3월 3일) 때문에 삼겹살 소비가 급증한다는 3월을 맞아 삼겹살의 모든 것을 알아보았다.
 
 
  삼겹살 역사 의외로 짧아
 
경상대 축산학과 주선태 교수.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돼지는 복(福)과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매우 상서로운 동물이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중요한 제사를 지낼 때 돼지를 제물로 썼다는 기록이 적지 않게 나온다. 조선시대에도 종묘(宗廟)와 사직(社稷) 등의 제사와 사신(使臣)을 접대할 때만 돼지를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돼지고기는 신(神)에게 바치는 제물인 동시에 일반인들은 맛보기 힘든 귀한 육류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일반 농가에서는 돼지를 사육하지 않았다. 농사에 필요한 소를 더 많이 키웠다. 이 같은 현상은 일제 시대까지 지속됐다. 1922년 일본인이 조사한 전국의 가축 수는 소가 148만 두, 돼지가 97만 두였다. 소와 돼지의 수치가 역전된 것은 광복 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이 돼지를 즐겨 먹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돼지고기 요리는 찜이나 국이었던 만큼 삼겹살의 역사는 더더욱 짧다. 아쉽게도 삼겹살의 기원에 관한 기록은 없다. 다만 구전(口傳)으로 내려온 이런저런 설이 있을 뿐이다. 일제 강점기 탄광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목에 낀 먼지나 석탄분진(粉塵) 등을 제거하고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로 공해가 심해지면서 현장 근로자들이 기관지나 폐를 보호하고 진폐증을 예방하기 위해 먹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들 이야기의 공통점은 삼겹살이 유해 먼지나 분진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말로만 전해지던 삼겹살의 효과는 전문가들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한국식품연구원은 1999년 서울대 수의과대학과 공동으로 2년여 동안 수행한 돼지고기의 중금속 해독효과를 발표했다. 흰 쥐에게 납과 카드뮴을 투여한 후 돼지고기를 먹여 그 경과를 살펴본 이 실험 결과, 지방이 적절하게 섞인 돼지고기를 먹은 쥐가 그렇지 않은 쥐보다 더 많은 중금속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2007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실시됐다. 한국식품연구원 한찬규 박사 연구팀이 치과기공소, 엔진부품공장, 피혁가공공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 58명을 대상으로 6주 동안 2~3회, 100~150g의 돼지고기를 섭취토록 한 후 체내에 잔류하는 납과 카드뮴의 농도를 조사한 것. 실험 결과 돼지고기 섭취 전에 비해 납의 농도는 약 2%, 카드뮴의 농도는 무려 9% 가량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박사’로 불리는 주선태(朱宣泰)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이 같은 실험 결과에 대해 “돼지고기가 중금속 해독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돼지고기 지방의 특성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4:6으로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습니다. 불포화지방산은 등 푸른 생선이나 호두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지방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돼지고기 지방은 고체에서 액체로 바뀌는 온도인 융점(融點)이 사람 체온보다 낮아 위장에서 녹아 흐르는 상태로 존재하며 흡착력이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돼지고기 지방이 액체 상태로 장(腸)을 통과하면서 혈관 속에 있는 중금속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돼지고기에 대한 항간의 오해
 
(주)선진의 식육연구센터장 문성실 박사.
  《대한민국 돼지고기가 좋다》의 필자인 주선태 교수는 ‘돼지고기 전도사’다. 그는 “돼지고기가 비만과 성인병을 부르는 식품이라는 생각은 오해”라며 “세계 제1의 장수촌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오키나와와 최근 세계 제1의 장수국으로 등극한 홍콩의 공통점은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오키나와 주민과 홍콩인들은 1년에 1인당 70kg 정도의 돼지고기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돼지고기 섭취량은 1인당 평균 19.1kg 정도다.
 
  주선태 교수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돼지고기는 건강에 나쁜 음식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강조한다. 식품영양학자로 유명한 한영실(韓榮實) 전(前) 숙명여대 총장은 “돼지고기에 콜레스테롤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고혈압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편견”이라며 “돼지고기를 먹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돼지고기로만 섭취되는 영양성분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전 총장이 말하는 영양성분은 활성 비타민 B1(티아민)이다. 피로회복 영양소로 불리는 비타민 B1은 돼지고기 100g당 0.72~0.96mg으로 다른 고기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 B1의 양은 1.1~1.3mg으로 부족할 경우 극심한 피로를 느끼며 기억력 저하와 집중력 산만, 어깨결림증 등이 나타나기 쉽다.
 
  육가공 업체인 (주)선진의 식육연구센터장 문성실(文成實) 박사는 “돼지 등심과 안심, 전지(前脂)와 후지(後脂)는 고단백 저칼로리 부위로 닭 가슴살처럼 다이어트와 근육 형성에 좋다”고 말한다. 닭 가슴살에 비해 맛이 월등해 먹기도 편하다고 한다.
 
  양질의 단백질 덩어리인 돼지고기는 성장기 아이들의 발육에도 좋다. 주선태 교수는 “돼지고기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이 인체의 단백질과 유사해 흡수가 잘된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우리 몸을 형성하고 있는 근육, 뼈, 내장, 피부, 털, 이 등 거의 모든 기관은 단백질로 만들어집니다. 때문에 한참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야 하는 성장기에는 필수아미노산의 조성이 우수한 돼지고기와 같은 식품의 섭취가 절실히 필요해요.”
 
  돼지고기는 성장기 아이들뿐만 아니라 중풍이 많이 발생하는 노인들에게도 좋다고 한다. 주 교수는 “노인들의 경우 뇌혈관이 젊은 사람들처럼 탄력적이거나 튼튼하지 못해 뇌졸중이 발생한다”며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 뇌혈관 벽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육가공 업체인 (주)선진에서 지육 상태인 돼지를 탈골 후 부위별로 해체하고 있다.
 
  1+등급 암퇘지가 최고
 
  이쯤 되면 많은 이들이 “기름이 많은 삼겹살은 좀 다르지 않으냐”고 의문을 품을 만하다. 삼겹살은 50%가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 주 교수는 한국인이 삼겹살을 좋아하게 된 배경을 지방 함량이 높다는 데서 찾는다. 육류 섭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 삼겹살은 더없이 좋은 단백질과 지방 공급원이었다는 것이다.
 
  “삼겹살의 진한 풍미와 고소한 맛은 풍부한 지방과 양질의 단백질에서 나옵니다. 풍부한 지방에서는 고소한 풍미물질들이 분해되어 나오고 양질의 아미노산 조성을 갖추고 있는 단백질은 감칠맛을 내는 핵산물질을 만들어내죠. 여기에 지방과 단백질의 적절한 비율이 더없이 부드러운 식감을 제공합니다.”
 
  한국인들은 삼겹살을 불판이나 숯불에 구워 각종 채소에 싸서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양질의 단백질은 취하면서 몸에 나쁜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섭취량은 상당량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성실 박사는 “살과 지방 비율이 적절한 삼겹살은 맛은 물론 영양도 좋다”며 “지방 함량이 40~50%인 삼겹살이 A급”이라고 말했다.
 
  문 박사는 과거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소·돼지 등급사(평가사)로 10년 동안 근무했다. 그가 책임자로 있는 식육연구센터는 돼지고기 품질 향상에 중점을 둔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식육 전문 연구소로 7년 전 문을 열었다. 사육에서부터 가공과 유통은 물론 요리까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맛있는 돼지고기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하고 기준을 세우는 것이 주요 업무라고 한다.
 
  문 박사에 따르면 국산 돼지고기는 사육→도축→품질평가→가공의 과정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그는 “돼지고기 맛은 도축 전 단계에서 50%, 그 이후 단계에서 50% 결정된다”고 말했다. 즉 맛의 50%는 어떤 품종의 돼지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키웠는지에 따라 결정되고, 나머지 50%는 어떻게 도축해서 가공하고 유통했으며 요리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국산 돼지는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등급 판정을 받아야 유통이 가능하다. 이는 가공 전 단계의 돼지고기 품질은 등급 판정으로 쉽게 알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돼지 등급은 고기의 품질 정도를 나타내는 육질 등급과 돼지의 도체중(屠體重·생체에서 머리·내장·족·가죽 등을 제외한 무게)과 지방 두께, 외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규격 등급으로 구분한다. 마블링 상태가 판정 기준인 육질 등급은 1+, 1, 2 등급으로 표시하고, 도체중과 지방 두께가 판정 기준인 규격 등급은 A, B, C로 표시한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달리 등급 표시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 않고, 가격 차이도 없다. 때문에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구매하려면 소비자가 안목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삼겹살의 경우 지방 두께가 적당하면서 윤기가 있고, 살코기 부분의 마블링이 발달해 있으면서 선홍색을 띠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식육전문가들은 “맛있는 삼겹살을 먹고 싶다면 잘 아는 동네 정육점에 가서 1+등급 암퇘지를 주문하라” 조언한다. 시중에서는 규격 등급은 취급하지 않으나 1+ 등급은 무조건 A등급(90~110kg)이기 때문에 이렇게 주문하면 최고 품질의 삼겹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알아두면 좋은 상식
 
  돼지고기 부위별 특징 및 용도
 
   ❶ 목살-여러 근육과 지방층으로 구성되어 풍미가 좋고, 육질이 부드럽다. 소금구이, 보쌈, 주물럭.
 
  ❷ 등심-살이 연하고 지방이 적다. 스테이크, 커틀릿, 불고기, 찌개.
 
  ❸ 안심-등심보다 더 부드럽고, 지방이 적다. 장조림, 돈가스, 꼬치구이, 탕수육.
 
  ❹ 갈비-지방이 조금 있는 편이나 감칠맛이 있다. 구이와 찜.
 
  ❺ 앞다리-다소 거칠고 색도 진한 편이지만 지방이 적다. 불고기, 찌개, 수육, 보쌈.
 
  ❻ 뒷다리-육색이 짙고 지방이 적다. 수육, 보쌈, 햄, 장조림.
 
  ❼ 갈매기살-횡격막과 간 사이에 붙어 있다. 근육살이 많아 쫄깃하다. 구이.
 
  ❽ 사태-운동량이 많은 부위라서 결이 거칠다. 장조림, 찌개, 수육.
 
  ❾ 삼겹살-지방과 살이 번갈아 있어서 진한 맛이 난다. 로스트, 불고기, 수프, 조림, 베이컨, 다진 고기 요리.
 
  *자료/한돈자조금
 
  육질이 탄탄하고 마블링 좋아야
 
지난해 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제주 석림농장의 김남태 대표.
  그렇다면 어떻게 사육하는 돼지가 1+A등급 판정을 받을까.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매년 축산 우수 농가를 선정해 시상하는 ‘축산물품질평가대상’을 주관하고 있다. 김남태(金南泰) 석림농장 대표는 육질 1등급 이상 90.4%(전국 평균 66%), 규격 A등급 출현율 67.8%(전국 평균 38.4%)의 성적으로 ‘2012 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양돈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기자는 제주도 한림읍에 있는 그의 농장을 찾아가 최고 품질의 돼지는 어떻게 키우는지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김씨는 2000여 두의 돼지 중 한두 마리가 설사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농장 방문을 정중히 거절했다. 정확한 병명을 모르는 상황에서 외지인을 농장 안으로 들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돼지 사육 노하우를 들었다.
 
  김남태 대표는 올해로 33년째 양돈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백돈(白豚) 2300두를 키우고 있는데 농장 규모상 3000두까지 사육이 가능하지만 품질 관리를 위해 일부러 여유 공간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반 농장과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의 차이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일반 농장에서는 보통 도체중이 A등급 기준인 90~110kg만 되면 돼지를 출하합니다. 이 경우 출하 일령이 160일이죠. 저는 도체중이 A등급 기준을 벗어나더라도 마블링 지수를 높이기 위해 출하 일령을 180일 정도에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농장에 비해 회전율은 떨어지고 사료값이 더 들어가죠. 수익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 품질의 돼지를 키우겠다는 고집과 자긍심이 없었다면 저 또한 일반 농장처럼 출하 일령 단축하기 경쟁을 했을 거예요.”
 
  돼지는 소고기와 달리 등급 간의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한 마리당 1만원 이하라고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질보다 양을 추구한다. 김 대표는 “농장 경력 10년 안팎이라면 몰라도 30년 경력자가 회전율에 욕심을 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말대로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사육 160일 만에 돼지를 출하한다. A등급과 회전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유리한 시기여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기간이 지나면 지방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사료량 조절로 지방 함량 대신 마블링 지수를 높이고 육질이 탄탄하게 하는 방법을 5년 전에야 터득했다”며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했다.
 
  “돼지는 보통 비육돈 사료와 육성돈 사료를 먹고 큽니다. 단백질 함량이 많고 열량이 높은 비육돈 사료를 먹이면 돼지가 빨리 크는 대신 지방 함량이 많은 물 돼지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반대로 단백질 함량이 적고 열량이 낮은 육성돈 사료를 먹이면 천천히 자라는 대신 지방 함량이 적고 살이 탄탄하죠. 육성돈 사료값은 비육돈 사료값보다 톤당 3만원 정도 비쌉니다. 이 때문에 비육돈 사료만 먹이는 농가가 많죠. 저는 80~90kg대까지 비육돈 사료를 먹이다 육성돈 사료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돼지를 키웁니다. 돼지 상태를 살피며 사료량을 조절해 주면 마블링이 발달하면서 육질이 탄탄한 돼지가 되지요. 이렇게 하려면 돼지 상태를 살피며 사료량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농장주가 하루 종일 양돈장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는 “모든 농작물이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라듯 가축 역시 주인의 정성을 먹고 큰다”고 말했다.
 
 
  국산 돼지 판매점 인증제 실시 중
 
   출하되는 돼지는 도축을 거쳐 머리와 꼬리, 내장, 발을 제거한 지육(枝肉) 상태로 등급 판정을 받는다. 등급 판정을 받은 돼지 중 일부는 육가공 업체로, 일부는 경매를 거쳐 도매업체로 간 다음 백화점이나 마트 혹은 정육점을 통해 소비자와 만난다. 고깃집들은 대부분 육가공 업체나 도매업체와 직거래한다.
 
  지육에서 뼈와 지방을 발라낸 상태를 정육(精肉)이라 하는데, 이 작업을 통해 브랜드 돼지고기로 유통하는 곳이 육가공 업체다. 문성실 박사에 의하면 현재 국내 메이저급 육가공 업체는 10군데 정도다. 그는 “잘 사육한 돼지고기 맛이 유지되려면 도축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고, 냉장시설이 잘 갖춰진 육가공 업체를 통해 유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소매 기준 연간 20조~30조원에 이른다. 총 소비량 96만 톤(2012년 기준) 중 삼겹살은 28만208톤으로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국내산 삼겹살은 14만4300톤이고, 수입산 삼겹살이 13만5908톤이다. 국내산과 수입산 차이가 불과 1만 톤도 되지 않는다. 시중 유통 삼겹살 중 절반은 수입산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이치 때문인지는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은 수입산보다 국내산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수입산 가격은 국내산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일부 식당에서는 이를 악용해 수입산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수입산 삼겹살이 국내산에 비해 맛이 없거나 영양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냉장 상태로 수입되었느냐 냉동 상태로 수입되었느냐에 따라 맛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한 식육전문가는 “해외산 삼겹살은 대부분 냉동 상태로 수입된다”며 “냉동 삼겹살을 녹여서 생 삼겹살인 양 판매할 경우 불판에 구우면 하얀 점액질이 나온다”고 말했다. 주선태 교수는 “구울 때 하얀 점액질이 나오는 고기는 좋지 않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고기를 얼리면 고기의 기본적인 세포(근섬유) 내에 있는 수분이 얼어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에 세포막에 손상이 옵니다. 이 때문에 얼린 고기를 녹이면 육즙(고기 속에 있는 수분)이 밖으로 많이 빠져나오는데, 삼겹살의 경우 지방 함량이 많기 때문에 지방도 함께 용출되지요. 하얀 점액질은 육즙과 지방이 섞인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입산 삼겹살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업소가 많아지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국내산 삼겹살만 취급하는 업소 역시 수입산 고기를 파는 것으로 오해를 받아 피해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돈(韓豚) 홍보 기관인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한돈 판매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산 돼지고기만 판매하는 업소가 한돈 판매점 인증 대상이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770여 업소가 한돈 판매점 인증을 받았다. 인증 업소는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porkboard.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은 삼겹살을 확보했다면 이제 맛있게 구워 먹을 차례다. 맛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 국민들은 좋아하는 삼겹살을 기호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워 먹는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굽는 직화구이를 선호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철판이나 돌판에 굽는 불판구이를 좋아하는 층도 상당수다. 삼겹살은 어떻게 구워야 맛있을까. 삼겹살 전문점으로 대박을 터뜨린 삼겹살 고수들을 만나 알아보았다.
 

  林鍾勳 ‘黑豚家’ 대표
 
  15~17mm 두께로 참숯불에 구워야
 
‘흑돈가’의 임종훈 대표.
  ‘흑돈가(黑豚家)’는 제주산 흑돼지를 참숯에 구운 후 멸장(멸치젓을 끓여 맑게 걸러 간장처럼 만든 향토음식)에 찍어 먹는 것으로 승부한 맛집이다. 2006년 제주시에서 창업한 후 서울로 진출, 삼성점, 노원점, 강남점, 여의도점, 명동점, 신논현점 등을 차례로 오픈했다. 모두 직영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가 400~500석 정도로 상당히 크다는 특징이 있다.
 
  점포마다 사장이 따로 있지만 전체를 관리하는 총괄 사장은 제주 본점의 임종훈(林鍾勳) 대표다. 한 달에 두세 차례 서울 점포들을 순례하는 그를 여의도점에서 만났다. 500석 규모의 여의도점은 점심시간인데도 삼겹살을 구워 먹는 직장인들로 만원이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숯불에 고기를 굽는데 실내에 연기가 없고, 고기 냄새도 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임 대표는 “완전 연소된 백탄 참숯과 특별히 고안한 숯불 화덕에 비밀이 숨어 있다”면서 자세한 내용은 밝히길 꺼렸다.
 
  이곳의 삼겹살은 두께가 15~17mm로 두툼한 편이었다. 삼겹살 양쪽에는 칼집이 들어가 있었고 굵은 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임 대표는 “고기는 숙성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제주에서 도축된 지 하루나 이틀 된 흑돼지를 두 번 숙성시켜 씁니다. 진공 포장 상태로 공수해 온 고기를 1~0℃의 숙성실에서 2~3일 동안 1차 숙성시킨 후 칼집을 넣은 다음 2℃ 상태로 2~3일 2차 숙성시켜 사용하지요. 이렇게 하면 맛이 부드러우면서 풍미가 있습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삼겹살은 기름기가 쫙 빠졌는데도 맛이 부드럽고 고소했다. 멸장이 그나마 남아 있는 기름기를 잡아주어 느끼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임 대표는 “삼겹살 맛이 고소하면서 담백해 젊은 여성들도 2인분은 거뜬히 먹는다”고 말했다.
 
‘흑돈가’에서는 제주산 흑돼지 삼겹살과 목살을 참숯에 구워 먹는다.
  지금의 삼겹살 맛을 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임 대표는 제주 토박이가 아니다. 서울 출신인 그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후 호주에서 사업을 하다 집안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귀국했고, 우연한 계기로 1997년 형과 함께 일식집을 시작했다. 임 대표의 말이다.
 
  “처음에는 일본인 관광객 대상의 횟집을 했습니다. 250석 규모로 제주에서 가장 큰 횟집이었는데,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IMF가 터졌지요. 매달 2천만~3천만원씩 적자가 났습니다. 그런데도 문을 닫지 않고 8년을 유지한 덕분에 요식업에 눈을 떴죠. 그때부터 제주도 흑돼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생선회는 굳이 제주도가 아니어도 동해나 서해에 가면 먹을 수 있지만 흑돼지 삼겹살은 제주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횟집을 흑돼지 삼겹살집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제대로 된 고기 맛을 찾아 전국을 6개월 동안 돌아다녔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맛집에서 얻어낸 노하우가 대학 노트 한 권 분량이었다. 그의 설명이다.
 
  “멸장은 젓갈을 즐겨 먹는 전라도 지역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하게 됐고, 참숯은 소고기 구이 명가에서 노하우를 빌렸어요. 당시 일반 삼겹살집에서는 구멍이 뚫린 열탄(합성탄)을 사용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저희는 업계 최초로 참숯을 사용했어요.”
 
  굽기 전에 뿌리는 소금도 신안 천일염을 엄선했다. 흑돼지 역시 비육 후 육성 사료를 먹여 육질이 탄탄하고 마블링이 잘 발달된 것으로만 골랐다. 임 대표는 “제주 지역에서 출하되는 흑돼지 7만 두 중 2만5000두를 저희 집에서 소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는 연평균 16℃에서 자란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는데, 제주의 연평균 기온이 16.5℃입니다. 이 지역에서 자란 돼지는 청정한 자연 속에서 화산암반수를 먹고 자라 무기물질이 많고 잡냄새가 없지요.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탄탄하죠. 이 때문에 타지역 돼지에 비해 가격대가 두세 배 높게 형성됩니다.”
 
  제주산 돼지는 흑돈뿐만 아니라 백돈도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임 대표는 “제주산 백돈을 판매하는 새로운 고깃집 ‘제주 16돈가’를 낼 예정”이라고 했다.
 

  張甫煥 ‘하남돼지집’ 대표
 
  참숯 초벌구이로 육즙 잡고 불판에 익혀야
 
‘하남돼지집’의 장보환 대표.
  뜨거운 불꽃이 솟구쳐 오르는 석쇠에 20mm 가량의 두툼한 삼겹살을 올린다. 희고 붉은 삼겹살 표면이 순식간에 노릇노릇 구워진다. 이렇게 초벌구이한 삼겹살을 꽃미남 청년들이 각 테이블의 불판 위에 올린 후 가위로 자른다. 표면과 달리 속살은 스테이크 레어(rare)처럼 붉다. 불판에 속살을 익혀 먹으니 고소한 맛과 함께 풍부한 육즙이 입안에 퍼진다. 이곳은 삼겹살을 450℃ 이상의 참숯불에 초벌구이한 후 불판에 익혀 먹는 것으로 대박을 터뜨린 ‘하남돼지집’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17개의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본점은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주택가 외곽에 위치해 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한적한 곳인데도 80여 석 규모의 가게는 매일 저녁 만원이다. 주말에는 30~40분씩 대기하는 게 기본이다. 장사가 이렇게 잘되는데도 낮에는 문을 닫고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이 난센스를 30대 후반의 젊은 오너 장보환(張甫煥) 대표가 풀어주었다.
 
  “낮에는 본업인 프리랜서 기획자로 일을 하고 밤에 취미 삼아 운영해 볼 생각으로 시작한 일입니다. 놀이 개념으로 즐겁게 살아보자고 한 일이 지금은 본업이 되었는데, 굳이 낮에 하지 않아도 수익이 충분해 애초의 영업 패턴을 유지해 오고 있죠.”
 
  장 대표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강남 8학군 출신인 그는 수도권의 한 대학 경영학과에 진학했지만 중도에 자퇴했다. 이후 술집 웨이터와 컴퓨터 총판장 판매사원, 아웃렛 홈쇼핑 기획팀장을 거치며 뛰어난 영업실력을 발휘했다. 그 덕분에 국내 최고의 인터넷 종합쇼핑몰 기획자로 스카우트돼 팀장까지 지냈다. 그는 “고학력 사회에서 임원으로 승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독립을 준비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삼겹살집을 하게 되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다니던 인터넷 쇼핑몰 회사가 강남역 부근에 있었어요. 회사 건물 뒤편에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었는데 유난히 삼겹살집이 많았습니다. 팀장이던 저는 팀원들과 함께 삼겹살집에서 회식을 자주 했는데, 불판 위에 삼겹살을 올려놓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기가 타거나 과자처럼 바삭해져서 식감이 떨어지는 게 불만이었어요. 그 불만이 삼겹살집을 열게 한 원동력이 되었죠.”
 
‘하남돼지집’에서는 일반 돼지 삼겹살과 갈매기살, 항정살 등을 숯불에 초벌구이한 후 불판에 익혀 먹는다.
  그는 언젠가 팀원들과 MT를 가서 숯불에 구워 먹은 삼겹살 맛에 매료됐다. 그 기억을 살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삼겹살을 만들어 보리라’ 다짐하곤 맛내기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숯불에 굽기로 한 만큼 좋은 숯을 찾아나섰다. 값이 저렴해 시중에서 많이 쓰는 합성탄은 대부분 중국산인데다 폐자재로 만든 것이어서 난방용이면 몰라도 구이용으로는 적합지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참숯이었다. 그는 최고의 참숯을 쓰고 싶어 서울에서 맛있기로 유명한 한우 숯불갈비집 앞을 지켜 어렵게 숯 공급자를 만났다. 이 공급자를 통해 바비큐 맛 나는 삼겹살에는 이자카야에서 꼬치구이용으로 사용하는 백두산 참숯이 적당하다는 것을 알고 공급받게 되었다.
 
  백두산 참숯은 돌처럼 단단해 화염방사기를 사용해야 불이 붙는데, 불의 강도가 일반 백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세다고 한다. 그는 육즙 잡기에 좋은 20mm 두께의 고기를 이 숯불에 구운 후 제주 화산석에 익혀 울릉도 명이나물에 싸먹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맛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두산 참숯에 한라산 화산석과 울릉도 명이나물, 그럴 듯하지 않습니까. 한반도의 자연을 한 상에 받는 기분이 들게 하자는 게 저의 콘셉트였습니다.”
 
  ‘하남돼지집’은 삼겹살 외에 갈매기살과 항정살도 똑같은 방식으로 구워 판다. 고기는 모두 근처 육가공 업체에서 1+A등급 암퇘지만 공급받고 있으며, 숙성 과정 없이 사용한다. 그는 “돼지고기는 소고기와 달리 숙성을 시키면 육즙이 빠져서 맛이 퍽퍽하다”고 말했다.
 
  “삼겹살도 그렇지만 갈매기살이나 항정살은 신선할수록 맛이 좋습니다. 도축한 지 3~4일이 지나면 누린내가 납니다. 냉동하면 근육이 굳어서 질겨지고요. 저희는 여름에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에어컨 앞에서 손질합니다.”
 
  이 집에는 양념고기가 없다. 장 대표는 “고기가 신선하지 않을 경우 양념을 하거나 와인에 재워 위장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고기 다루는 노하우를 응용해 그가 론칭한 ‘하남돈가스’도 성업 중이다.
 

  金鎭淑 ‘은주정’ 대표
 
  2~3일 숙성시켜 솥뚜껑에 뭉근하게 구워야
 
‘은주정’의 김진숙 대표.
  “돼지고기는 도축 후 2~3일 숙성시켜야 맛나요. 금방 잡은 것은 살이 물컹물컹해서 맛이 없어. 사내들 물건도 탱탱해야 맛있지 않소.”
 
  아낙의 입담이 걸지다. 50대 초반, 푸근한 인상의 이 아낙은 강북에서 가장 유명한 삼겹살 전문점 ‘은주정’의 주인 김진숙(金鎭淑) 대표다. 서울시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은주정’은 사실 김치찌개가 더 유명하다. 이 집 김치찌개는 김치보다 고기가 많아 ‘고기찌개’로도 불린다. 돼지 목살과 전지·후지, 삼겹살 등을 넣고 끓이는 김치찌개는 맛이 진하고 고기를 건져서 쌈에 싸먹는 재미가 있다. 방산시장의 명물이 된 이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점심시간 때면 50m 이상 길게 줄을 선다.
 
  점심의 메인 메뉴가 김치찌개라면 저녁은 삼겹살이다. 저녁때 역시 서둘러 가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한다. 삼겹살을 시켜 먹으면 점심때 파는 김치찌개가 무한리필 무료로 제공돼 인기가 많다. 평일 오후 6시 무렵에 찾아갔는데도 50석 규모의 가게가 꽉 차 있었다.
 
  삼겹살은 6~7mm 두께로 솥뚜껑에 구워 먹을 수 있게 나왔다. 쌈은 상추와 깻잎은 물론 치커리, 케일 등 다양하면서도 싱싱했고, 떨어지기 전에 바로바로 채워줄 정도로 아끼지 않았다. 밑반찬 중에는 작은 바닷게로 담근 간장게장이 눈에 띄었는데 맛이 훌륭했다. 김 대표는 “날이 추워 야채값이 비싸지만 한 달 보고 하는 장사가 아니라 좀 손해를 보더라도 푸짐하게 낸다”며 웃었다.
 
‘은주정’에서는 일반 돼지 삼겹살을 솥뚜껑에 구워 먹는다.
  솥뚜껑에 구운 삼겹살은 숯불에 구운 것에 비해 느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강했다. 김 대표는 “5~6년 전 고기를 바꾸고 잡다한 메뉴를 정리하면서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방산시장에서 음식 장사한 것이 30년이 넘소.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파는 가정식 백반집을 했는데 손님이 많이 들지 않습디다. 2003년에는 손님이 너무 없어서 파출부 일을 했소. 가게를 그냥 접어버릴까도 생각했지. 그때 신랑이 메뉴를 정리하고 삼겹살집을 한번 해보자고 하대. 그런데 그것도 신통찮았어. 횡성산 돼지를 사다 썼는데 누린내가 좀 나니까 손님들이 싫어하더라고. 마지막이다 싶은 마음으로다가 돼지고기를 전북 익산 것으로 바꿔 보았지. 그때부터 손님이 미어터지더라고.”
 
  ‘은주정’은 현재 30여 석 규모의 별관도 운영 중이다. 김 대표에게 “솥뚜껑 삼겹살은 어떻게 구워 먹어야 맛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처음에는 센불에 굽다가 서서히 불을 줄여 중불에 구워 먹어야 맛있소. 남자와 고기는 살살 다뤄야 맛있어.”
 
  숯불 삼겹살과 철판 삼겹살 맛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경상대 주선태 교수는 “숯이나 연탄불처럼 화력이 센 조건에서 고기를 구울 때는 고기가 두툼해야 육즙 삼출 및 굽기 정도를 조절하기 편하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철판의 경우 열이 올라가는 속도가 늦은 반면 불을 제거한 후에도 열기가 남아 있어 대패 삼겹살과 같은 얇은 고기는 충분히 구워지지만 10mm 두께의 삼겹살은 설익는 경우가 생깁니다. 반면 숯불에 구울 때는 얇은 대패 삼겹살의 경우 올리자마자 육즙 삼출이 급하게 일어나며 쉽게 타버리는데 10mm 두께의 삼겹살은 숯 특유의 향이 배어 풍미와 맛을 높이지요.”
 
  주 교수는 “숯, 연탄, 번개탄 등에 고기를 굽게 되면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발화에 의한 물질이 다량 생성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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