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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4년째 락스퍼국제영화제 여는 허은도 수석프로그래머

“북한 인권 얘기하면 후원 꺼리는 풍토”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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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 개막식에 21개국 대사 참석했는데 예산이 없어 리셉션도 못 열어”
⊙ “통일부·문화체육관광부 공모도 떨어져”
⊙ “우리끼리 보는 종교 영화에서 벗어나 상업 영화 문법으로 역사 풀어내자”

許銀道
1961년생. 위드시네마(With Cinema) 대표, 명보아트시네마 대표 역임. 남북함께국민연합 공동대표,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 영화 〈방황의 날들〉(2007), 〈나무 없는 산〉(2008) 제작,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바시르와 왈츠를〉 〈스틸 라이프〉 등 수입
사진=하주희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허은도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가 말했다. 지난 6월 7일 서울 종로구의 CGV피카디리1958에서 마주 앉은 참이었다. 그곳에서는 6월 5일부터 9일까지 제4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가 열렸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예산 없어 개막식 리셉션도 못 열어”
 
지난 6월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4 제4회 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사진=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예산이 모자라 계획했던 프로그램의 3분의 1을 덜어내야 했습니다. 청계광장에서 해 질 녘에 고전 영화를 보는 ‘선셋시네마’도 없앴고, 고교 댄스 페스티벌도 축소했어요. 축소했는데도 적자가 심해 앞으로 영화제를 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왜 그런 건가요.
 
  “특정 지자체의 지정 영화제가 아니라면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래서 영화제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지역에서 하는 거예요. 그래도 저희는 지자체에 속해 있지 않고 올해가 4회인데도 이름을 많이 알린 편이지요. 영화제는 10회쯤까지 가야 안착을 하거든요.”
 
  ― 정부 지원 사업에 신청을 안 했나요.
 
  “통일부와 문체부의 공모에 신청했는데 떨어졌어요. 저희가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두 부처가 얼마만큼 인식하고 있는지 아쉽습니다. 특히 올해는 북한 인권 문제에서 특별한 해거든요. 올해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의 날(7월 14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어요.”
 

  ― 영화제 개막식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규모 있게 열렸던데요.
 
  “겉으로는 그랬지만 사실은 참 부끄러운 행사였습니다. 21개국에서 대사들과 외교 관계자들이 참석했어요. 대사관 측에서 한국 정부 인사는 누가 참석하냐고 계속 문의하는데, 현직 인사는 아무도 안 왔어요. 김상한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유일했지요.”
 
  ― 개막작이 우크라이나 전시 상황을 다룬 영화(〈마리우폴에서의 20일〉)였지요?
 
  “각국 대사들의 반응은 좋았어요. 우크라이나 대사는 ‘개막작을 통해 우크라이나 상황을 알려지게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지요. 미국 대사 대리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예산이 없어 개막식 리셉션을 못 했어요. 리셉션을 안 하는 영화제는 전 세계 하나도 없어요. 리셉션에서 사람도 사귀고 얘기도 나누거든요. 각국 대사들을 모셔놓고 정말 망신이었어요.”
 
 
  영화 수입과 제작에 평생 바쳐
 
6월 5일 집행위원장인 이장호 감독이 개막 선언으로 제4회 락스퍼국제영화제가 개막됐다. 사진=윤상구
  그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영화를 실컷 보고 싶어 영화관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20대 후반 영화 판권업에 뛰어들면서 영화판에 발을 들였다. 외국 영화를 수입해 배급하는 일을 했다.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4), 지아 장커 감독의 명작 〈스틸 라이프〉(2014), 이스라엘에서 만들어진 다큐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2008) 등 작품성 높은 영화를 주로 들여왔다.
 
  ― 영화 수입하며 돈을 벌지 않았나요.
 
  “영화 하는 사람들은 돈 벌어봐야 소용없어요. 벌면 딱 챙겨놔야 되는데 바로 재투자를 하니까요. 일이 좋아서 그랬지요. 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해요. 저희 회사(위드 시네마) 필모그래피를 보곤 외국 영화인들이 놀랍니다. ‘이 영화를 다 수입했다고?’ 수준 높은 영화들을 들여왔거든요. 스칼렛 요한슨을 우리나라에서 유명하게 만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나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아 각종 상을 휩쓴 〈몬스터〉(2003)도 제 손을 거친 영화지요.”
 
  그는 영화 제작도 했다. 〈방황의 날들〉 (2007)과 〈나무 없는 산〉(2009)이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김소영 감독을 만났어요. 재미동포 출신 감독이었어요. 같이 영화 두 편을 만들었는데 전 세계에서 상을 수십 개 받았어요.”
 
  〈나무 없는 산〉은 형편이 어려워져 친척들에게 맡겨진 두 여자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본 영화다. 두바이영화제와 호주 애들레이드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59회 베를린영화제 포럼 부문에도 공식 초청돼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워낭소리〉(2009)를 능가할 영화로 평가받아 CGV가 배급에 나섰어요. 한데 개봉 열흘을 남겨놓고 신종 플루 사태가 터진 겁니다. 결국 흥행에 실패했지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민국 미래 달려”
 
  지난 2016년부터는 충무로에서 명보아트시네마를 운영했다. 명보극장의 명맥을 이은 영화관이었다. 다른 영화관에서는 외면당한 우파 성향의 영화들과 독립 영화, 고전 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지난 2021년 문을 닫았다.
 
  그는 명보가 문을 닫기 직전 락스퍼영화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권영화제로 출발했고, 지금은 인권을 주제로 한 국제영화제로 자리 잡았다. 락스퍼(Larkspur)는 꽃의 이름이다. 보라색 꽃잎이 아름답다. 꽃말은 ‘정의’ ‘자유’다. 그의 말이다.
 
  “명보아트시네마는 노년층의 문화 향유를 위해 입장료 2000원씩을 받고 고전 영화를 상영했어요. 다른 극장에서 안 틀어주는 독립 영화와 자유 우파들이 만든 영화들을 상영하기도 했지요. 매년 7000만~8000만원씩 적자였어요. 2021년 12월에 폐관했지요. 문 닫기 전에 락스퍼영화제를 만들었어요. 제가 극장을 운영할 때 영화제를 만들어야지, 나가서 만들려고 하면 예산 때문에 못 만든다 싶어서였습니다.”
 
  ― 영화 일을 하다 북한 인권 문제엔 왜 관심을 갖게 됐나요.
 
  “애국심이라고 할까요. 원래부터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공산주의를 싫어했고요. 탈북민을 우연히 알게 돼 도움을 주다가 본격적으로 북한 인권 운동을 하게 됐어요. 2020년엔 ‘남북함께’라는 단체도 만들었지요.”
 
  ― 상당히 본격적으로 했군요.
 
  “북한 인권 운동은 탈북민들이 아니라 남한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국제적으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게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 아닌가요? 인권 문제를 덮고, 종전 선언을 하면 그다음 수순은 뭐겠습니까. 미군 철수지요. 북한 인권은 단지 북한 주민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에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후원에 인색한 우파”
 
올해 열린 제1회 락스퍼그림공모전에 출품된 그림들.
  영화관 한 편에서는 그림 전시도 열리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연 락스퍼그림공모전에 출품된 작품들이다. 인권, 자유 등이 주제다.
 
  “영화제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싶어요. 미국 텍사스에서는 매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예술 축제가 열립니다. 복합 문화 축제예요. 영화제, 음악 공연, 미술 전시, 세미나 같은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열려요. 그런 문화 축제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10회가 되기 전에 락스퍼영화제를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 축제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예산이 부족해도 공모전이나 댄스 페스티벌을 여는 겁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 해’라고 하면 결국엔 못 하거든요.”
 
  ― 영화제에 후원은 안 들어오나요? 기업 같은 곳에서요.
 
  “자유, 북한 인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파로 분류가 돼요. 그러면 아무래도 기업들이 거리를 두곤 합니다. 해마다 영화제를 열고 있으니 사람들은 돈이 남아서 계속하는 줄 알아요. 작년 영화제도 빚을 져가며 열었어요. 오랫동안 거래해온 곳들이니 기다려줍니다. 올해는 적자 금액이 커서 걱정이에요.”
 
  현장에서 들어보면 우파와 좌파 시민운동의 차이점이 바로 ‘지속적인 후원’이다. 우파 시민단체와 비교해 보면 좌파 단체엔 후원과 기부가 지속적으로 후하게 들어온다. 영화계도 다르지 않다. 그의 얘기가 이어졌다.
 
  “명보아트시네마를 닫을 때, 경향아트힐에 들어갈까 알아봤어요. 보증금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서울극장에 있던 서울아트시네마가 경향아트힐로 들어갔어요. 그러자 배우 유지태가 후원에 나서서 극장 의자를 교체해줬어요.”
 
  유지태는 지난 2월엔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의 상영 티켓을 100장 구입하며 후원하기도 했다.
 
 
  시 예산으로 좌파 다큐 지원한 전주시
 
  ― 좌파 진영에 속한 영화인은 후원을 많이 받나요.
 
  “돌아가는 구조 자체가 우파와 다릅니다. 뉴스타파라는 매체가 있잖아요? 아예 회사 내에 다큐멘터리 감독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를 만들었어요. 거기에서 감독들을 키워냅니다. 이렇게 양성된 사람들이 좌파 성향의 다큐를 제작하겠다며 제작비 펀딩을 요청해요. 5000만원 모으는데, 3억원, 4억원이 걷혀요. 그러면 〈조국입니다〉 〈길위에 김대중〉 같은 다큐가 제작되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 참 부러워요.”
 
  아예 시비(市費)가 좌파 성향 다큐멘터리 제작비로 지원되기도 한다. 〈문재인입니다〉의 경우다. 2023년 개봉한 〈문재인입니다〉는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 제작비 1억원을 지원받아 제작됐다.
 
  〈문재인입니다〉 제작진은 제작 지원을 받기 위해 전주영화제 조직위에 제출한 기획서에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더불어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문재인 대통령에의 헌화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문재인과 한국의 민주적 정통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재했다. ‘헌화’라는 표현에 걸맞게 다큐멘터리는 문재인 대통령을 미화하고, 정권의 실정(失政)은 전혀 담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문재인입니다〉를 제작 지원 영화로 선정하며, ‘정치적 색깔이 반복되는 작품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다. 정치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로 장편영화가 흥미로울 수 있을지 우려가 있지만 사전 기획이 탄탄하고 준비 시간이 많아 작품의 완성도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 영화계에서 자신이 ‘우파’라고 밝히기 쉽지 않겠네요.
 
  “어렵지요. 좌파 성향 영화인들은 자랑스럽게 밝히지만요. 어렵게 우파라고 밝혀도 실익이 없잖아요. 우파들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쉽게 도와주지 않거든요.”
 
 
  거세지는 중국의 문화 침투
 
이번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인기를 끈 영화 〈마싼쟈에서 온 편지〉는 중국 내 인권 문제를 다룬 영화다. 사진=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 이번 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인기 있는 영화는 뭔가요.
 
  “〈마싼쟈에서 온 편지〉라는 영화입니다. 중국 정부가 어떻게 인권을 탄압하는지 폭로한 영화예요.”
 
  그는 중국의 영화 침투를 막아내기도 했다. 2021년 한 영화 수입사가 〈1953금성대전투〉라는 중국 영화를 국내에 들여오려 한 적이 있다. 6·25 전쟁 시기 중공군의 영웅담을 그린 영화다. 그는 영화가 수입됐다는 사실을 알고는 나서서 여론을 환기했다. 결국 수입사는 등급 분류 신청을 취하했다. 한국 영화든 수입 영화든, 등급 분류를 받아야 국내에서 상영할 수 있다.
 
  ― 〈1953금성대전투〉의 국내 상영을 저지했네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으니까요. 배급사들도 많이 알고요. 지금 그게 큰 문제입니다. 미국 영화사가 한국에 영화를 직접 배급하겠다고 직배사를 설립했잖아요. 이런 식으로 중국 법인이 직배사를 한국에 설립해 직배하고, 극장 몇 군데 사버리면 저희가 막을 방법이 없어요. 어떻게 대비할 건지 준비를 해야 해요.”
 
  ― 듣고 보니 그렇군요.
 
  “지금 한국의 주요 엔터테인먼트사, 영화 제작사, 배급사들 중 중국 투자 안 받는 회사가 없어요.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지요. 계속 이런 식이라면 미래 세대들에게는 분명히 큰 타격이 갈 겁니다. 중국은 인정사정없이 문화 침투를 합니다. 할리우드도 장악됐다고 봐야 해요. 원래 장진호 전투를 다룬 영화가 미국에서 제작될 예정이었어요. 감독 발표되고 배우 캐스팅까지 되어 있었는데 엎어졌어요. 중국에서 압력을 행사해 투자가 안 된 겁니다.”
 
  한국 전쟁을 한미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가 엎어진 예는 또 있다. 흥남 철수를 다루겠다며 2011년에 제작 발표까지 한 한미합작영화 〈아 흥남〉도 끝내 제작이 무산됐다. 반면 중국은 일명 ‘항미원조(抗美援朝)’ 영화들을 계속 제작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전쟁을 항미원조 전쟁이라 부른다. 미국에 대항해 북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이다.
 
 
  “〈건국전쟁〉에서 더 나아가야”
 
  ― 문화 침투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결국 알아야 안 속습니다.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해야 해요. 작년부터 시작했어요. 딱딱한 세미나 형식이었는데도 100명 이상 모이셨어요. 제일 좋은 건 재미있는 상업 영화를 만들어 우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국군 포로 이야기를 람보 스타일의 영화로 만드는 거죠. 영화 마지막에 ‘북한은 국군 포로 7만여 명을 억류했다. 이들 중 일부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자막을 한 줄 올리면 국군 포로 문제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그런 식으로요.”
 

  ― 영화 〈건국전쟁〉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지요. 이승만 대통령 재평가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관객을 교육하는 식에서 더 나아가야 해요. 자칫 우리끼리만 보는 종교 영화가 될 우려가 있어요. 〈건국전쟁〉을 117만 명이 봤다고 하는데, 좌파 혹은 중도 진영에서 몇 명이나 봤을까요? 1만 명도 안 될 거라 생각해요. 우파들끼리 본 겁니다. 우파들의 결집력이 강해졌을 뿐이에요. 박정희 대통령을 다룬 뮤지컬도 마찬가지예요.”
 
 
  내년 영화제 주제는 ‘유엔 창설 80주년’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한국이 1954년 최초로 FIFA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어요. 그때 한국과 일본이 최종예선을 치르는데 원래는 경기를 한국에서 한 번, 일본에서 한 번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에서만 두 번 했어요. 왜 그랬나요?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인들이 한국땅을 밟지 못하게 하라’고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이 말 한마디로 이승만 대통령이 친일파가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되잖아요. 축구 얘기를 재미있게 영화로 그리면서 이승만 대통령 얘기가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식으로 만들자는 거예요. 결국 영화적 완성도가 중요한 겁니다. 영화로 주입식 교육을 하려고 해봤자 거부감을 느끼고 튕겨져 나가요.”
 
  ― 영화 자체로도 재밌겠네요.
 
  “좌파들이 그런 걸 잘해요. 영화 〈서울의 봄〉 보세요. 실화가 아니라고 하면서 영화 마지막에 실제 사진을 넣어버리잖아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도 마찬가지예요. 실제 사건이 아니라고 하면서, 마지막에 김재규의 최후 진술을 넣잖아요. 그러면 관람객은 영화 전체가 사실인 걸로 인식하게 되죠.”
 
  ― 그렇군요.
 
  “그래서 제가 락스퍼영화제를 하는 겁니다. 가두리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영화들을 우파들이 접해야 해요. 내년은 유엔 창설 80주년 되는 해잖아요. 내년 락스퍼영화제는 유엔 창설을 주제로 열릴 겁니다.”
 
  내년 영화제 얘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영화제가 끝나고 몰려올 청구서를 걱정하면서도 꿈꾸듯 내년 영화제를 말하는 그를 보며, 든든하기도 애처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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