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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동섭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의료의 핵심은 사람… 인재 육성해 국가에 이바지할 터”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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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 타임스고등교육이 발표한 ‘국내 1위 대학’
⊙ 의대생 중 과학자 소질이 있는 학생들을 ‘의사과학자’로 양성 中
⊙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3만례 달성(2021년), 4만례 목전에(올해 말)

尹東燮
1961년생. 경남고ㆍ연세대 의과대학 의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의학석사ㆍ고려대 대학원 의학박사.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주임교수ㆍ강남세브란스 병원장 역임. 간담췌외과학회 이사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 역임. 現 연세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ㆍ대한병원협회 제41대 회장. 대한외과학회 회장ㆍ한국의학교육협의회 회장
사진=조준우
  대학 순위가 발표되면 대학들은 바짝 긴장한다. 지난해보다 올해 순위가 떨어져 있지는 않은지, 이 결과에 따라 유능한 학생들의 학교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지 싶어서다. 모교(母校) 순위를 지켜보는 졸업생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이하 THE)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 기관으로 꼽힌다. 1971년에 설립돼 2004년부터 매년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연구실적, 교육여건, 논문 피인용도, 국제화, 산학협력수익 등 5개를 평가 지표로 삼는다. 최근 연세대학교는 ‘2023 THE 세계 대학 평가’에서 임상·보건 부문 국내 1위, 세계 32위를 기록했다. 2020년 68위였던 순위는 2021년 61위, 2022년 5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껑충 상승했다. 특히 연구실적, 교육여건 부문에서 연세대는 세계 12위에 올랐다.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은 “의대, 치대, 간호대, 보건대학원이 지속적으로 연구·교육 분야의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을 이어온 결과라 기쁘다”고 말했다.
 
 
  췌장암 외과의에서 기관장으로
 
외과의 시절 수술을 집도 중인 윤동섭 원장. 사진=연세의료원
  2020년 8월부터 연세의료원을 이끄는 윤동섭 원장은 췌장암·담도암 수술 분야의 권위자다. 윤 원장은 최고의 난치암으로 손꼽히는 이들 분야에서 많은 수술 건수는 물론 국내 첫 로봇수술 적용 및 술기 개발 등 많은 임상 업적을 갖고 있다. 특히 췌장암은 암(癌) 중에서도 5년 생존율이 10%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장 예후가 안 좋은 암이다. 환자의 죽음과 가족들의 눈물을 보며, 수술방에서 인생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는 것이 이번 생(生)의 운명이라 믿었던 그는 고향 선배의 말로 인해 병원 경영을 책임지는 기관장이 됐다. 2018년에 강남세브란스 병원장, 2020년에는 임기 4년의 연세대 의료원장이 됐다.
 
  “한 고향 선배가 환자 한 분을 잘 대해줘 봐야 몇 분이나 잘해줄 수 있겠느냐고 했습니다. 만약 병원장이 되어 모든 의료진이 환자를 성심(誠心)으로 대하는 문화를 만들면 환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지 않겠느냐고 조언하시데요. 그 일도 보람이 있겠다 싶어서 도전했는데 기회가 닿아서 연세대 의료원장까지 하게 됐습니다.”
 
  ― 수술방 집도의 시절이 그립지 않으신지요.
 
  “천직(天職)이라 믿었는데 왜 안 그렇겠습니까. 수술방을 떠난 지 4년 됐는데, 아직도 저한테 치료받았던 환자들이 전화를 주시곤 하는데, 그때마다 흐뭇합니다.”
 
 
  “MZ 세대들의 얘기 많이 들어”
 
  ― 환자 한 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잘 대하겠다는 꿈, 이뤘습니까.
 
  “진행 중입니다. 의료원장으로 취임해서 처음 인재경영실을 만들었습니다.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직장 문화를 바꾸고 현장 중심으로 젊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요. 교직원들부터 행복해야 환자들에게 성심을 다할 수 있겠지요. 연세의료원은 1만4000명의 교직원, 65개 직종이 있는 곳입니다. 적어도 이들 중 60~70%는 이전보다 훨씬 더 환자들을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병원의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쉬울 리 없죠.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채용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습니다. 간호사, 행정직,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 다양한 직군(職群)으로 구성된 채용전문면접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에 쉽게 적응하며 실질적인 업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긍정적인 조직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MZ 세대들의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워라밸(일과 개인사의 균형)을 중시하는 MZ 세대는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병원 근무 문화가 낯설 겁니다. 하지만 이를 어려워하는 것을 MZ 세대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세대가 바뀌었으니까요. 2030 직원들로 구성된 ‘컬쳐보드’라는 조직이 ‘번 아웃 예방’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등의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 병원에서 근무하면 번 아웃 되기가 쉽죠.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예방을 해야 합니다. 과로로 인한 번 아웃, 심리적 요인의 번 아웃 등을 막기 위한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병원의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 만족도 높이는 서비스해야”
 
진료실 동료들과 함께한 윤동섭 원장. 사진=연세의료원
  ― 동네 병원에 가면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아무래도 종합병원은 그렇기 어렵겠죠.
 
  “사람을 살리는 의료업을 서비스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병원에서 서비스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서비스라고 한다면 그건 곧 환자 치료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 식음료 서비스의 개념은 아니지만, 환자의 만족도는 높여야 한다는 얘기네요.
 
  “그럼요. 우리 기관 병원에는 ‘꿀잠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어요. 다인실(多人室) 병동에서는 주변의 소음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입원 환자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을 위한 것인데 인기가 많습니다. 요즘은 디지털 시대라 모바일 앱 등을 이용해 병원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겪는 불편사항을 접수하고 개선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 의료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당연하지 않겠습니까(웃음). 연세의료원은 무엇보다 연구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습니다. 2013년에 가동을 시작한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첨단 인프라를 바탕으로 의과학산업 활성화, R&D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윤동섭 원장이 자랑하는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ABMRC)’는 지하 5층, 지상 6층, 전체 면적 4만229㎡의 규모로 중대형 동물실험실과 수술실, 전기생리실, 전자 현미경실 등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지원받아 기초 및 임상 연구 활성화에 매진하고 있고 우수한 연구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신진 교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치과대학과 간호대학 역시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BK21 사업’을 수행하며 치의학, 간호학 분야의 연구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업을 수행하며 미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교육,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 세대에 대비할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연구 성과물,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
 
  윤동섭 원장은 “교원들의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기초의학·임상 분야 등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결과 교원들의 연구 역량이 지난해 다수의 성과로 증명됐다”며 뿌듯해했다. 연세의료원 측에 따르면 교원들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란셋(Lancet·IF 202.731)》 《란셋 마이크로브(Lancet Microbe·IF 86)》 《네이처(Nature· IF 49.962)》등에 게재됐다. 또 2022년에 발표된 Clarivate Analytics 2021 JCR(저널인용도·Journal Citation Report) 기준 연세메디컬저널(YMJ)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는 3.052로 전년도(2.759)보다 상승했다. 총 인용수(Total Citations)도 5198에서 5415로 늘어났다. YMJ의 국제적인 영향력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인용 현황을 살펴보면 교내 인용은 약 4%, 교외 인용이 약 9%이지만 해외 인용 비율은 87%에 달한다. 연세의료원 측은 이런 성과들이 기반이 돼 이번 ‘THE 세계대학평가’에서도 연구실적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의 사명(使命)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이다. 국내 최초로 서양 의학을 교육한 기관인 연세의료원은 ‘The First’를 넘어서 교육 분야에서 ‘The Best’를 꿈꾸고 있다.
 
  ― ‘The Best’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이지요. 우수한 의학 교육을 통해서 미래 의료를 이끌어갈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육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와 의학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교육에 투자하는 이유입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하셨나요.
 
  “의과대학은 2022년에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을 발족시켰습니다. 의과대학 인재들을 의생명과학과 바이오산업 리더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수술방에서 의술(醫術)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바쁠 것 같은데, 바이오산업 리더로까지 키운다니요.
 
  “수술방에서 수술하는 의사도 있지만 모든 의대생이 외과적 수술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병원은 출퇴근 시각이 정해져 있는데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선호하는 학생도 있고요. 의과대학에 진학한 학생 중에 과학자 소양을 갖춘 이들이 다수 있습니다. 의사 교육과정을 밟거나 마친 이들 중에서 이에 기반을 둔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Physician-Scienctist)’를 키우고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백신 개발 등 의사과학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과기 분야 박사과정(MD-PhD) 지망 미리 선발”
 
  ― 하긴 코로나19가 터진 이후 세계 각국이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었죠.
 
  “맞습니다. 연세대학교는 현재 의학 교육 전 주기에 걸쳐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의대 학생들이 생명과학, 인공지능, 공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러 교육과정을 마련했습니다. 또 석사, 연세 장학사업을 통해 의사 자격 취득 후 과학기술 분야 박사과정(MD-PhD)을 지망하는 학생을 미리 선발하고 있습니다. 전공의 대학원생 가운데 전문의 취득 후 과학기술 분야 박사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지원사업’을 통해 연세대 공과대학, 생명시스템대학, 약학대학, 이과대학과 함께 과학기술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은 매년 의대 졸업생과 전문의 취득자 중에서 신규 전일제 박사과정 10명을 최대 선발한다. 이들이 MD-PhD 취득 후에도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연수 및 중개연구교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연세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은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해 연세대학교를 세계적인 의사과학자 양성의 성공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인턴 급여, 레지던트 수당 올려줘
 
  ― 수술방 의사 소질은 분명히 있는데 인턴, 레지던트 시절을 힘겨워하는 의료인도 많지요.
 
  “인턴과 레지던트, 즉 전공의들은 미래 의료를 이끌어나갈 재원입니다. 전공의 수련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환경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 종합병원에 붙은 전공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심심찮게 봤습니다.
 
  “2020년에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무분별한 연속 수련시간, 연이은 당직 등에 대한 불만 사항이 있죠. 전공의들이 부당한 처우를 당하거나 제때 휴식하지 못하면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質)마저 떨어집니다. 병원 내 폭행, 폭언 역시 사라져야 합니다.”
 
  연세의료원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 TFT를 꾸려 정례 회의를 열고 있다. 2022년 3월에는 전공의 급여 체계를 개편해 인턴 급여 인상, 레지던트 수당 상향을 결정했다. 수련 현장에서 환자 드레싱 등을 위한 간호사, 심전도 검사를 위한 의료기사 등을 충원해 전공의의 노동강도를 낮췄다. 인턴과 간호사의 소통 프로세스를 개선해 세브란스병원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신저를 사용해 전공의가 업무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면(對面)한 윤동섭 원장은 상당히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였다. 어조는 일정했고 예고 없이 묻는 말에도 흔들림 없이 술술 답했다. 수십 년 동안 가장 까다로운 암과의 전쟁을 벌였던 외과의사여서 이럴까 싶었는데, 정작 그는 ‘치아 하나만 뽑아도 벌벌 떠는 겁 많은 스타일’이라고 했다.
 
  “제가 겁도 많고 눈물도 참 많아요. 환자들의 수술에 성공했는데도 어떤 분은 멀쩡히 병원을 걸어서 나가고, 어떤 분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책도 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 가슴이 따듯한 의사라는 얘기인가요.
 
  “그냥 환자들의 상태가, 보호자들의 눈물이 남의 일 같지 않더라고요. 돌을 열흘 앞둔 아들을 둔 젊은 어머니가 암 선고를 받고, 제게 ‘아들, 초등학교 입학 때까지만이라도 살아 있게 해주세요’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복강경으로 암 주변을 살펴볼 수 있던 시절도 아니었거든요. 막상 개복(開腹)해 보니 좁쌀만 한 암세포가 다 퍼져 있어서 결국 덮고 일찍 나왔지요. ‘수술이 일찍 끝난 것을 보니, 잘된 것이냐’고 묻는 환자를 두고 돌아서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수십 년이 지나도 그런 기억은 생생히 남습니다.”
 
  ― 눈물 많은 의사 맞네요.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겠죠.
 
  “그럼요. 가끔 전공의 중에 새벽 2~3시에 환자 보호자들의 얘기를 듣는 수련의를 보면 ‘저 아이는 참 심성이 착한 의사구나’ 생각하며 돌아선 적도 많습니다. 한 번은 딸아이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코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보면 아주 간단한 수술인데 딸아이가 수술받는 내내 의자에 한 번을 못 앉았습니다. 마취제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 어쩌나, 혹여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서요. 환자나 보호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자녀들, “의대 강요하지 않아 고맙다”
 
  ― 실례지만 슬하의 1남 1녀 중에 의료인의 길을 걷는 분이 있나요.
 
  “없습니다. 각자 사회심리학,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큰아이는 대학 진학 전에 제게 ‘어떤 진로를 선택하기를 바라느냐’고 묻더군요. 아무래도 아빠가 의사니까, 제가 자신에게 의대 진학을 권유하지 않을까 싶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의사는 참 좋은 직업이다. 하지만 어떤 전공을 선택하든, 어떤 인생의 길을 가든 전적으로 너의 선택이다’라고 했습니다. 가끔 큰애가 ‘아빠가 그때 의대를 강요하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고맙다’고 합니다. 두 아이가 저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보다 훨씬 나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웃음).”
 
  ― 왜 묻는지 짐작이 가시지요. 의사 가문 이어가야 한다며 적성도 안 맞는 자식을 의대 보내고, 공부 잘하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의대 보내는 현실 때문이죠.
 
  “의사는 분명히 좋은 직업입니다. 아픈 사람을 아프지 않게, 고통받는 사람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직업 아닙니까. 누구든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보람을 느낄 만한 직업입니다. 그런데 적성에 따라서 졸업이 힘들 정도로 맞지 않는 사람도 있는 직업입니다. 저와 함께 입학한 사람 중 같이 졸업한 사람은 절반 정도뿐이었습니다. 국시(國試)에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위 학년에서 유급할 수도 있고요. 적성에 안 맞으면 정말 괴로운 직업 중의 하나거든요. 게다가 아주 오랜 시간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써서 만약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면, 연구자든 벤처기업가든 그 길로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의사, 섬김의 자세 있어야”
 
  ―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직업인데 인성(人性)도 필요하지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인데 도덕성, 사명감은 필수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섬김의 자세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섬김이요?
 
  “의사가 섬겨야 할 대상은 비단 환자뿐이 아닙니다. 의료는 협업(協業)을 기반으로 하는 분야라 치료라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의료인 간의 시너지, 하모니가 필수입니다. 우리 의과대학은 2014년에 전(全) 학년을 대상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했습니다. 국내 모든 의대가 상대평가인 A, B, C, F 학점을 줬는데 우리는 통과(pass)와 탈락(non pass)만으로 점수를 매기고 있습니다.”
 
  ― 이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네. 의대생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은 단순 경쟁만 일으킬 뿐입니다. 의대로 진학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재란 소리입니다. 이제 성적에서 벗어나 동료 간 화합하고 하나의 결과를 내는 것이 학생들로 하여금 섬김과 화합의 중요성을 체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래도 분명히 훌륭한 의대생, 그에 못 미치는 의대생이 있을 텐데요.
 
  “의료 서비스의 질적(質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 학생들은 절대평가를 도입한 이후에 오히려 의사 국시 등에서 다른 학교보다 높은 학업 성취도를 거뒀습니다. 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학습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한 공동체 그룹에 본과 1~4학년까지 30명 정도가 배정됩니다. 이 공동체 속에서 선배는 후배들을 가르치고, 공동체별로 지도교수들이 배정돼 학생들의 학습, 생활, 진로, 경력을 관리해줍니다. 상대평가에서 0.1점을 더 받으려고 경쟁하는 시간에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함께 연구, 봉사를 하면서 의사가 되는 데 필요한 인성과 역량을 스스로 기르는 겁니다.”
 
  연세의료원 측이 말한 바로는 이런 교육 시스템 변화는 학생들의 연구 성과로 나타나고 있단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2021년 SCI급 논문 41개를 포함해 총 42개를 유명 저널에 게재했다. 논문 중 학생이 주 저자인 경우는 18건이었고, 공동저자는 24건이었다. 특히 저널 인용보고서(Journal Citation Report) 기준으로 상위 1%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24건이고, 상위 5%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17건이었다.
 
 
  의료불균형 해결 필요
 
  ― 요즘 정밀 의료를 통한 난치병 극복이 관심사입니다. 어느 수준까지 왔습니까.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암이 존재하고 같은 암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릅니다. 정밀 의료의 방점은 이러한 ‘다름’에 찍혀 있죠. 어머니와 이모를 유방암으로 잃은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자신도 그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유방암 확률이 50%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았습니다. 우리 기관은 암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이러한 암 예방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 중입자 치료라고 하나요? 그런 자료화면을 흔히 봅니다.
 
  “기존 방사선 치료로는 한계가 있는 암의 종류의 치료 성적을 높이고자 중입자를 활용하는 겁니다. 이것도 정밀 의료 고도화의 하나죠. 이 외에도 혈액암 치료에서 환자 세포를 사용하는 카티(CAR-T) 치료제 등도 개인 맞춤형 치료법입니다. 이미 폭넓게 정밀 의료는 진행 중이며 실제로 난치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연세의료원뿐만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정밀의료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 소아과, 산부인과 등 일부 과가 조만간 소멸한다고 우려가 큽니다.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쏠림현상이 심각한 문제죠. 대학병원에 소아청소년과가 없어서 입원, 응급 진료가 중단되고, 지역에 출산 가능한 병원이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건너가고요. 사실 젊은 의료인들이 생명과 직결되는 고(高)난도·고위험 과 지원을 피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위험을 감당하는 것은 둘째치고 안전하고 자기계발 기회가 많은 서울을 떠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답을 구하기 너무 어려워요. 그동안 젊은 의료인에 대한 적절한 동기부여,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정부, 의료인, 병원이 경제적 논리나 정치적 논쟁보다 좀 더 눈높이를 맞춰 ‘사람’에 집중해야 합니다.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의견을 수용해야 국민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의 실타래를 풀 수 있습니다.”
 
 
  “공공의료기관 신설은 비효율적”
 
  ―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까.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라는 것에 의문이 있습니다. 한 명의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 비용이 필요하거든요. 본인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도자들, 스태프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한데 과연 공공의료가 단시간 내에 이 부분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저는 신설의대나 공공의대보다는 현재의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얘기인가요.
 
  “41개의 의료대학 중에 아직 의료진을 더 키워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이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도 약간 정원을 더 받을 수 있고요. 이런 곳에 의료인의 숫자를 늘리고, 지방에 있는 훌륭한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 혹시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를 보셨는지요.
 
  “드문드문 봤습니다. 저도 외과의라서 재밌게 봤죠.”
 
  ― 거기 나오는 ‘돌담병원’이라는 곳이 지방에 있지만 24시간 수술이 가능한 숨은 진주 같은 병원으로 나오거든요.
 
  “사실 그런 곳이 꽤 됩니다. 문제는 막내 의사가 45세일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는 건데요, 저는 그런 병원을 선별해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의 활동을 돕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의료기관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초’ 타이틀 이어가는 연세의료원
 
  연세의료원은 1885년 미국 선교의사인 알렌(Dr.Allen)에 의해 세워진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이다. 광혜원으로 출발해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오늘날의 의료원으로 성장했다. 서울 신촌에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치과대학병원이 있고,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또 앞으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송도세브란스병원(가칭)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연세의료원은 최초의 의료기관답게 그동안 ‘국내 최초’라고 불릴 만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세브란스는 1971년에 국내 최초로 의대 내에 교육계획위원회를 만들어 미래 교육을 준비하는 일에 앞장섰고, 1996년 우리나라 최초로 의학교육학과를 개설해 의학 교육 자체를 하나의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2004년에는 한국 의학 교육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커리큘럼인 ‘CDP 2004’를 시작해 학생들의 진로 계획에 맞춘 창의적인 의학 교육을 시행했다. 이후 ‘CDP 2013’에서는 우리나라 의학 교육 역사상 최초로 절대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국내 의학 교육을 선도해온 세브란스는 2021년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을 개원해 의학 교육의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연세동곡의학교육원은 의과대학의 미래 교육을 체계화, 전문화, 지속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동곡의학교육원은 교육개발센터, 교육평가센터, 교수개발센터, 교육연수센터 등 4개 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개발센터는 중장기 교육 정책 수립과 교육커리큘럼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평가센터는 의대 교육과정 전체에 대한 프로그램 평가 설계 및 총괄을 담당한다. 의대생, 대학원 그리고 전공의 교육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주기적인 평가활동을 통해 현재의 의학 교육 질을 체계적으로 개선해나가고 미래 의학 교육을 준비하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또 교수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교수개발센터는 의학 교육자 양성프로그램, 직급별 교수 개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리더십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교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육연수센터는 연세 의학 교육의 국제화 및 교육을 내용으로 하는 국제 개발, 국내외 의학 교육 관련 연수 프로그램 기획 등을 수행하게 된다.
 
 
  치과대학, 6년 연속 최우수 인증
 
  치과대학은 2022년에 ‘2021년도 치의학 기본교육 평가인증’에서 6년 인증을 획득했다. 6년 인증은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이 최우수 교육기관에 부여하는 최장기간 인증으로, 치대의 교육 환경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입증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치과대학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치의학교육평가원을 통한 교육 평가에서 최고 인증 결과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치과대학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을 갖춘 치과의사 양성과 사회적 기여 활동, 교육전담교수를 통한 임상교육의 질 향상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외에도 치과대학은 미국 치과대학 인증기관인 CODA(Commission on Dental Accreditation) 인증도 다시 진행할 계획이다.
 
  간호대학은 2021년 쉴즈 시뮬레이션센터를 개소해 간호 임상 역량을 강화했다. 학부 교육과정에 시뮬레이션 교육을 확대해 응급관리, 감염관리, 중환자관리 등 전문간호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 운영은 물론 자체 개발한 임상 시나리오를 통해 간호대 학생들의 학습성과를 향상시켰다.
 
  ― 연세의료원이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답게 최초 타이틀을 이어가고 있어 뿌듯하시겠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한 것은 아니고 역대 기관장, 의료진, 모든 스태프가 합심(合心)한 결과물입니다. 이제는 미래 의학 교육 방향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 예전에는 재벌가(家)에서 암에 걸리면 M.D앤더슨 등 으레 미국에 갔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지요.
 
  “수술 능력, 임상 경험, 연구는 이제 전 세계가 비슷한 수준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겠지만 모든 것은 사람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 연세의료원도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요.
 
  “학생들을 ‘리더’로 육성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는 단순히 관리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팔로어(follower)들을 가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단순 의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의학 분야 전반을 이끄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CDP 2023’의 목표입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촉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편하고 학술 활동 또한 강화할 계획입니다.”
 
  ― 디지털 의료 세상도 대비를 해야 하지요.
 
  “디지털 의료는 정밀 의료와 궤를 같이합니다.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환자 질병, 건강 정보를 분석하고 치료에 적용한다면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자 디지털 조직을 정비했고, 지난해 6월에 디지털 헬스센터를 개소했습니다.”
 
  연세대 의료원의 디지털 헬스센터는 의료원 IT 조직인 ‘디지털헬스실’과 의료 자료를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 연구를 진행하는 ‘디지털헬스케어혁신연구소’로 구성된다. 디지털헬스실은 기간계 시스템과의 연계를 지원하며 국책과제 등을 통해 완성된 ICT 시스템의 실증과 적용을 담당한다. 또 산·학·연·병 융합 디지털 헬스 관련 공동연구와 기업연구에 대한 개방형 실증, 연구개발과 관련된 각종 행정 연계를 지원한다. 디지털헬스케어혁신연구소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자산 결집, 국가과제 주도 그룹 형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연구와 개발, 실증 과정 체계화 등을 담당한다.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는 “디지털 의료 분야 스타트업은 물론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분석센터 등이 자리 잡고 있고 의료원과 시너지를 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올 전염병에 충분히 대응 가능”
 
윤동섭 원장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세의료원
  ―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나요? 이제 정말 종식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유행기가 아닌 한참 뒤에 걸렸습니다. 저는 딱 걸려보니 ‘코로나19구나’ 알겠더라고요. 목소리부터 확 변하던데요.”
 
  ―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까지 정말 의료진이 고생 많이 했지요.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에 130개가 넘는 병상을 운영하며 코로나19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2021년 1, 7월에는 연세대 기숙사 우정원에서 생활치료센터도 운영했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해지는 시기에 맞춰 생활치료센터를 설치해 무증상이나 경증 확진자뿐만 아니라 증상이 심할 경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고령의 환자까지 폭넓게 진료했죠. 의료진을 보은생활치료센터, 대구동산의료원, 충주의료원에 파견해 다양한 지역에 의료를 지원했습니다. 지역에 파견된 의료진의 경우 스스로 잔류기간을 연장했지요. 참 고마웠고, 우리 의료원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일익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짧은 주기로 다양하게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지요. 그나마 각종 전염병을 겪으며 병원과 의료진, 정부까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웠다는 점이 참 고무적입니다.”
 
 
  “송도세브란스, AI와 빅데이터 등 접목”
 
  ― 송도세브란스병원(가칭)은 연세의료원의 또 다른 미래지요.
 
  “송도세브란스병원(가칭)은 미래 의료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정밀의료병원을 목표로 순항 중입니다. 2022년 12월에 송도세브란스병원 신축부지에서 착공식을 진행했는데 지하 3층, 지상 15층, 800병상 규모로 건립될 예정입니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미래형 병원으로서 AI와 빅데이터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해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겁니다. 세포치료, 첨단 유전체 기반 의료 등 환자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미래 의료의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정밀의료병원을 구현해낼 겁니다. 또 바이오 분야 연구 기능을 갖춘 바이오산업화 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겁니다.”
 
  윤동섭 원장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고 1995년부터 평생 연세의료인으로 지낸 터라 기관장이기에 앞서 ‘동문’으로서의 자부심이 강해 보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사명을 철칙으로 삼고 지낸다.
 
  “연세의료원은 1885년 미국 선교의사에 의해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 아닙니까. 우리나라의 기독교, 의학 교육과 연구, 병원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며 한결같이 국민 건강을 지켜왔는데 동문으로서 자부심이 큽니다. 앞으로도 세브란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의료 취약 지역 대상 의료봉사,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 활동, 몽골 의료선교, 나눔운동, 병원학교 운영 등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선한 영향력 펼쳐왔죠.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라는 사명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갈 겁니다.”
 
  ― 췌장암 권위자이시니, 예방법을 여쭤보지 않을 수 없네요.
 
  “근본적으로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1차 예방뿐 아니라 치료가 가능한 시기의 조기암을 발견하는 2차 예방도 포함됩니다. 즉각적인 금연, 지방 섭취 줄이기, 야채나 과일 섭취 늘리기, 체중 관리로 비만 조절하기, 당뇨 관리 등이 필수적이죠. 유전적 변이, 직계 가족 중 2인 이상의 췌장암 병력, 만성췌장염, 점액성의 췌장 낭종, 흡연하는 당뇨 환자 등 췌장암 발병의 위험이 큰 경우에는 완치가 가능한 초기에 췌장암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진료와 조언을 통해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췌장암의 치료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세대, AI 활용 로봇수술 분야에서 독보적”
 
  ― 연세의료원을 얘기할 때 로봇수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죠.
 
  “연세의료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수술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니까요. 2005년 국내 최초로 수술용 로봇을 이용한 외과적 수술에 성공했고 이후 비뇨의학과, 위장관외과, 갑상선내분비외과 등 다양한 임상과에 로봇수술을 적용해왔습니다. 2013년에는 로봇수술 1만례, 2018년 2만례, 2021년에는 단일 의료기관 세계 최초로 로봇수술 3만례를 달성했습니다. 올 하반기면 4만례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 장비도 어마어마할 텐데요.
 
  “세브란스병원 본관 수술실에 5대, 연세암병원 수술실에 3대를 보유해 국내 최다(最多)인 8대의 수술용 로봇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7개 임상과의 90여 명의 의사가 로봇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풍부한 임상 경험과 우수한 학문 실적을 바탕으로 로봇 술기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는 해가 갈수록 발전하는 로봇수술 시장에서 앞장서 수술용 로봇 개발과 교육을 위한 산학 협력에 적극적입니다.”
 
  ― 연세의료원 자랑하시려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보입니다.
 
  “여태 이뤄온 것보다 앞으로 해나갈 일이 많아서 설렙니다. 의료인으로서, 또 의료원장으로서 소속기관과 국가·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어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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