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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

“지금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 여야가 싸울 때 아니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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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노조 첫 여성 부위원장, 국회 환노위원장,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거친 4선 야당 중진
⊙ 민주당 내 주류 아니면서도 4선에 국회 2인자 자리에 오른 비결은
⊙ 20대 국회 하반기부터 탄핵 사태와 코로나19, 대선과 지선 이어지면서 국회는 수년째 비정상 상태
⊙ 의원외교 활성화시키고 의원 정책 입법 활동 지원 확대할 계획
⊙ “민주당 내부 갈등 있지만 분당은 일어나지 않을 것… 열린우리당과 국민의당 경우와는 다르다”
⊙ 정부·여당은 거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의회를 존중해야
사진=조준우
  농구선수 출신 정치인, 금융노조 최초 여성 부위원장, 서울이 지역구인 4선 의원,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헌정사상 두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까지.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다양한 경력을 보유한 중진 정치인이다. 김 부의장 자신의 말대로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시민단체나 전문직 출신도 아니고, 민주당 주류 계파에 소속된 것도 아닌’ 그는 어떻게 입법부의 2인자가 됐을까.
 
  스스로의 겸손한 평가와 달리 김 부의장은 지난 5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5선 변재일 의원과 양자대결로 맞붙어 큰 표차로 당선됐다. 당내에서는 ‘의리의 정치인’, 균형감각을 갖춘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국민의힘 측에서도 ‘합리적인 정치인’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7월 4일 하반기 의장단을 선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법사위원장과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등 현안을 놓고 여야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주일 이상 원 구성에 합의하지 못했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 전인 김 부의장을 7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부의장실에서 만났다. 부의장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였다.
 
 
  국회부의장의 역할은 균형과 협치
 
  ― 헌정 사상 두 번째 여성 국회부의장입니다. 첫 번째였던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당내에서 추대됐고, 경선을 거쳐 당선되고 취임한 여성 부의장은 처음이죠.
 
  “첫 번째는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당내 여성 의원들 합의하에 추대라는 형식을 취했던 것이고요, 이번엔 여성 의원이 당당하게 경선으로 선출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상반기에서는 여당이었지만 하반기에는 야당이다 보니 여소야대의 거대 야당 소속 부의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더 클 것 같습니다.
 
  “국회부의장은 소속 정당보다는 국회 운영에 대한 책임감과 균형감각이 더 중요합니다.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는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당 지도부의 책임이 크고, 부의장은 여야 균형과 협치에 앞장서야죠.”
 
  ― 신임 김진표 의장, 국민의힘 정진석 부의장과 첫 만남에서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그 어느 때보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할 때라는 뜻을 함께했습니다. 김진표 의장도 행정 경험과 국회 경험이 많고 정진석 부의장도 합리적인 사람이라 하반기 국회는 균형 잡힌 국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 대치하고 있는 걸까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무엇보다 지금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 아닙니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高)’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민생을 위해 정치적인 대립은 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전 세계 정부들이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이 심해졌죠.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원과 곡물 공급에 문제가 생겼고 세계 경제도 우리 경제도 흔들리고 있어요. 미국이 저 정도로 급격하게 금리를 올린 사례가 또 있었습니까. 이런 3고 시대를 헤쳐나가려면 국회와 정부와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에 합심해야 합니다.”
 

  ― 정치인들은 다들 민생이 우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야 대치 정국이 수십 일째 이어지고 원 구성도 못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의장단도 일단 국회를 열고 민생부터 챙기자고 양쪽을 설득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국회여야지 내편의 입장이 더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모두 굉장히 큰 심적 부담을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정치인과 정당의 선명성과 방향성은 조금 내려놓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여야가 맞서서 의견 대립할 시점이 아니에요. 사실 당장 큰 선거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총선도 2년이나 남았는데 그렇다면 자신들의 방향성보다는 국민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원 구성과 입법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습니까. 선거를 앞두고 있다거나 해서 힘겨루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지금 같은 경제난에서는 그런 문제는 일단 접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 그 정도로 국가적인 위기라고 보십니까.
 
  “제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이었거든요. 금융기관은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이 40%씩 잘려나갔죠. 그때 서민층과 중산층은 무너지는 반면 부유층은 금리가 폭등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그 상황을 즐기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 이런 위기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느 정권이든 초기에는 혼란한 시기가 올 수밖에 없고, 그걸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는데요,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웠던 공약과 정책을 진행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고 비전을 보여주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정부 정책이 달라지면 정부는 무조건 밀어붙일 게 아니라 ‘달래기’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처음 해봐서 잘 모른다’고 변명하거나 이전 정권을 탓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 윤석열 정부에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거죠.
 
  “상당히 우려가 됩니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두 달째인데 벌써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선거 때는 반드시 협치를 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몇 년째 혼란에 빠진 국회
 
  ―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가려면 다수당으로 국회 주도권을 가진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물론 민주당이 다 잘했다는 건 아니고요. 민주당은 야당이지만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국정에 동반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예전 여당 시절 야당이 될 줄 모르고 협상을 잘 못 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법사위원장 문제 같은 거죠. 그런데 그것만이 문제일까요. 여당이 된 국민의힘도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대 야당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협의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양쪽 모두 소통과 협력을 잘 못 한 건 사실입니다. 양쪽 원내대표 모두 강성이기도 하고요.”
 
  ― 사실 언젠가부터 여야가 힘을 합쳐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보다는 대립하는 모습만 국민에게 보이고 있습니다. 20대 당시 이른바 ‘동물국회’ 사건과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 21대 들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등 수많은 사건이 있었고 이제는 원 구성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죠.
 
  “맞습니다. 20대 국회 하반기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국회는 강(强) 대 강 대치를 계속해왔고 21대 들어서는 코로나19 시국이 계속되면서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에서 좀 벗어나는가 싶더니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있어서 수년간 국회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지금 국회의장단은 실종된 의회정치를 복원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몇 년 간 여야를 막론하고 중진 의원들 다수가 의회정치 정상화를 거론해왔습니다.
 
  “의원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겁니다. 그래서 이번 국회의장단이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해요.”
 
  ― 민주당과 친야 세력을 합치면 개헌이 가능한 의석수입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은.
 
  “개헌에 대해서는 꾸준히 논의 중입니다. 지금 헌법은 35년 전의 법이잖아요. 그때도 충분한 논의에 의해 도출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대통령 직선제 내용을 담아서 급히 만들고 국민들에게 사실상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든 법 아닙니까. 강산이 바뀌어도 네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고 지금 헌법은 시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시대에 맞는 개헌이 필요합니다. 또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입장입니다. 당내에서도 크고 작은 이견은 있지만 개헌에 대한 방향은 같다고 봅니다. 다만 아직 의견을 모은 상태는 아닙니다.”
 
 
  국회의원의 외교 활동 및 정책
  입법 지원 확대 계획

 
  ― 국회부의장으로서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가장 하고 싶은 일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의원의 정책 및 입법 활동 지원 확대이고, 두 번째는 의원외교 활성화입니다.”
 
  ― 의원의 활동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역대 의장단에서도 꾸준히 계획해왔던 것 아닌가요.
 
  “제가 17대에서는 비례대표, 19-20-21대는 지역구 의원을 지내면서 의정 활동의 현실에 대해 느낀 점이 많습니다. 다선 의원이나 지역구 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모을 역량이 있지만 비례대표나 초선 일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아요. 특히 비례대표 의원은 대부분 각 분야의 전문가 출신으로 실제 정치적 역량은 지역구 또는 다선 의원에 비해 부족하고 원하는 수준의 입법 활동을 하기 힘든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부분을 국회에서 파악하고 지원하려 합니다. 특히 정책 개발 분야에 대해서는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고요.”
 
  ― 사실 국회의원 관련 비용을 늘리는 건 여론에서 좋은 반응을 얻긴 어렵죠.
 
  “지금도 비용은 감사와 시민단체의 감시 등으로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의원들이 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현실적으로 의원들은 매일 정책간담회에 포럼에 회의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거든요. 좀 더 의원 활동 지원을 늘려서 더 많은 정책과 입법이 이뤄지는 게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홍보해야겠죠.”
 
  ― 두 번째로 의원외교는 어떤 활동을 뜻하는 겁니까.
 
  “외교를 대통령과 외교부, 대사관이 전담하면 실제 우리 기업이나 교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자원외교, 투자외교, 기업 진출 등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각각이 헌법기관인 의원 300명이 각자 전 세계에서 외교에 나서면 방금 얘기한 기업 활동 등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국회의원이 해외를 방문하면 총리와 장관 등 해외 정부 고위 관계자,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국가기관 관계자 등을 당연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해외 현지 기업 및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만나기도 쉽고요. 실제로 의원들이 특정 국가를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인들과 현지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등을 연계시켜 일을 진행시킨 사례도 상당수 있습니다.”
 
  ― 다만 국회의원의 해외 방문은 종종 언론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죠.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이 해외에 나가는 것은 외유(外遊), 즉 놀러 간다는 의미로 불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17대 국회부터는 출장 계획서를 철저하게 작성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관광은 거의 불가능해요. 실제로 제가 작년 12월에 국회 중남미포럼 일원으로 멕시코를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가기 전에 멕시코에서 더 할 일이 없나 검토하던 중 멕시코에 요소수 공장이 4곳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국내 요소수 품귀 사태가 심각했던 시기였죠. 그래서 미리 그쪽 정부와 연락해 만남을 잡고 KOTRA와 연계하는 등 바쁘게 움직여서 요소수 1200톤을 국내에 수입하기로 하고 정부로 토스한 일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니면 유럽이나 미주를 2박 4일이나 3박 5일로 다녀오면서 자유시간은 한 시간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의원들이 해외 출장에서 얼마나 바쁘게 일하는지,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홍보가 된다면 여론의 응원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역시 우리 국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겠죠.”
 
  ― 지금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부가 각국에서 표를 얻기 위해 바쁘게 뛰고 있다는데요, 그런 경쟁에 의원외교가 힘이 될 수도 있겠군요.
 
  “맞습니다. 경쟁자가 사우디인데 로비 자금으로는 사우디를 이길 수가 없잖아요. 유치전에 드는 자금과 인력 등을 정부가 전담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의원들이 각 국가를 맡아 외교전에 나서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분당은 없을 것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주52시간 근무제 및 최저임금 도입에 앞장섰다. 사진=조선DB
  ― 정치권 얘기로 넘어가 볼까요. 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재명과 반이재명으로 맞서면서 당내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분당설도 나오는데요.
 
  “저는 분당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제가 4선으로 중진이고 현역 여성 최다선인데, 그동안 열린우리당 분당과 국민의당 분당을 다 겪었잖아요. 언론에서 우려가 크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는 현상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지지층과 국민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자중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각자 가진 생각을 무조건 다 이야기할 게 아니라 자제도 좀 해야 한다고 봅니다.”
 
  ― 당내 중진이며 계파색이 옅은 김 부의장에게 화합을 이끌어낼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의원들이 저에게 표를 몰아주신 것도 그런 뜻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노조 출신이고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념적인 선명성이 있어 보이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과격하지 않고 어느 계파와도 잘 지내왔다는 점을 다들 알아주신 거죠.”
 
  ― 본인은 정세균계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정세균 전 총리는 스스로 계파를 만들거나 강한 색깔을 내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를 비롯해 가까운 사람들이 만든 공부 모임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수십 명을 ‘거느린’ 계파로 인식되기도 했죠. 하지만 민주당이 계파 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 정 전 총리께서 모임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지금 민주당에 많은 계파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 당 내부가 복잡한 상황에서 중진이며 국회부의장으로 당 화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정치인이 신념과 성향을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지만 국민이 어려울 때는 자신의 신념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국민을 위한 일부터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상대방이 잘못했다라고 주장한다면 자신이 정치를 왜 하는지, 국민을 위해 하는지 자신을 위해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 그래도 내후년이면 총선이 있으니 공천권을 노린 당권 경쟁과 줄 서기 등 의원들의 개인적인 야심도 드러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 약 2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는 건 정치권이 민생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뜻입니다. 이럴 때, 그리고 지금처럼 국민이 너무 힘들 때 정치권이 협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어요.”
 
 
  정치를 시작한 이유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7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영주 부의장은 젊은 시절 서울신탁은행 소속 농구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 후 은행원이 됐고, 여성 직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자 금융노조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금융노조 최초의 여성 부위원장으로 정치권의 시선을 끌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할 때 입당 제의를 받았다. 16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례대표 39번을 받아 낙선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앞 순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 후 19대 총선에서 다시 출마해 당선됐고, 20대와 21대까지 잇달아 당선돼 4선 고지에 올랐다.
 
  ― 4번의 국회를 거쳤는데, 가장 열심히 일했거나 보람 있게 일했던 국회는 언제입니까.
 
  “제가 처음 들어온 17대 국회를 꼽고 싶습니다. 당시 초선 의원으로 개인적 의욕이 충만하기도 했지만, 17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의원님이 가열하게 일했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열린우리당의 여성 의원들도 언론인 박영선, 당직자 김현미, 노동계 김영주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이 모여 협력했고, 성매매특별법, 호주제 폐지 등 의미 있는 법안도 다수 통과됐습니다. 그때 배운 점이 많아서 저도 후배 정치인들을 양성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애초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오래 정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나요.
 
  “아니죠. 나의 경험이 국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입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가 결국 수락했는데, 의정 활동을 해보니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고 그러면서 계속 정치를 하게 됐습니다.”
 
  ― 민주당 내 주류가 아닌데도 공천 실패 없이 4선을 기록하고 국회부의장 자리까지 올랐는데요.
 
  “민주당의 영입 인사들은 주로 시민사회운동가, 즉 관련 단체 출신이었어요. 저는 그런 것도 아니고 고졸로 일하다 방송통신대를 졸업했고… 줄을 설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7대 4년 내내 국정감사 최우수의원상도 받았고 각종 단체에서 의정 활동 우수 의원으로 여러 차례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 19대, 20대 상반기까지도 의정 활동에 혼신의 힘을 쏟았는데 탄핵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의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서 예전처럼은 못 한 것 같아 아쉬움도 있죠.”
 
  ―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주52시간 근무를 실현한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인데 행복지수는 낮고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한국인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매우 크고, 근로시간이 선진국 기준에 한참 못 미쳤어요. 근로시간을 줄이고 생활이 안정돼야 정치도 경제도 안정된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영등포의 생활정치인
 
  장관과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정치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김 부의장은 자신을 ‘중진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생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 지역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제가 비례대표 의원 때 다음 총선은 영등포에서 출마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지역을 돌아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아이 봐주는 분 말씀이 아이가 학교에서 화장실을 못 가서 병에 걸릴 지경이라는 거예요. 학교에 찾아가 보니 화장실 냄새가 말도 못 할 정도였습니다. 남녀 아이들이 화장실을 같이 쓰게 돼 있는 학교도 있었어요. 그리고 영등포 지역 개발이 계속되다 보니 공사 소음에 생활권을 침해당하는 주민들도 너무 많은 겁니다. 그래서 악취방지법과 소음진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죠.
 
  그런 일을 하다 보니 비례대표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느꼈고 지역구 의원이 돼서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지역구 의원이 되고 나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고요. 이제 다시 시장과 국회의원으로 만나게 돼서 또 여러 가지를 부탁드리려 합니다.(웃음)”
 
  ― 노동계 출신이고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도 많이 냈죠.
 
  “환노위에서 활동하고 환노위원장 할 때는 물론이고요, 최근엔 대학 청소부 근로환경 개선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노동부 장관 시절에도 청소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는데, 대학 중에서도 제일 열악하다는 인천의 모 대학에서 만났어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그분들을 만나고 환경을 보니 너무 충격적이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더운 8월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나면 집이 멀어도 버스나 지하철을 못 탄다는 거예요. 쉰내가 너무 나서 주변 사람들이 다 피하니 탈 수가 없다고요. 더위에 야외노동을 하고 샤워는커녕 손발 씻을 곳도 없고 점심 먹을 곳도 없어 화장실 칸 안에서 먹는 실정이었으니까요. 일단 그 학교는 해결이 됐고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서 8월 1일부터 시행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혹시 법이 세밀하지 못해 샤워시설에 대한 조항은 없는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이 돼 보완할 것이 없는지 다시 살펴보라고 지시한 상태입니다.”
 

  ― 사실 중진급 의원들은 생활정치와 좀 멀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하죠.
 
  “제가 4선이든 5선이든 정치를 그만두면 바로 국민의 한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정치인은 항상 생활정치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영등포에서 내리 3선을 할 수 있었던 비결도 생활정치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영등포는 일제 시대 전부터 존재했던 도심입니다. 그런데 워낙 교통의 요지이다 보니 교통지옥이 벌어지고 난개발로 주변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주민 생활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신월지하차도,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독도전시관 개장, 녹지와 도심숲 조성, 쪽방촌 재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또 인구 천만 서울시에 대형공연장이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두 곳밖에 없는 점에 착안해 남서 지역에 대형공연장을 유치하기로 서울시와 협의를 마쳤고요, 문화도시 조성과 도심정비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타임스퀘어 독도전시관은 뭡니까.
 
  “일본에는 국회 옆에 아주 큰 다케시마 전시관이 있어요. 학생들의 수학여행 코스인데 ‘다케시마는 원래 우리 땅이고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가르치는 겁니다. 근데 서울에는 독도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는 공간이 없잖아요. 그래서 타임스퀘어 건설 당시 영등포구가 영구기부채납을 받은 800여 평의 공간에 독도전시관을 조성했고 오는 9월 개장할 겁니다.”
 
 
  정부·여당은 거대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해야
 
  김 부의장은 이야기하는 내내 정치적으로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이어갔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아쉬움은 적지 않다고 했다.
 
  ― 21대 하반기 국회는 균형과 협치가 잘 이뤄질까요.
 
  “정부와 여당은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야당도 국정운영을 잘 도와야겠죠. 다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 정부가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야당이 도와주는 게 최선 아니겠습니까.
 
  “정부·여당이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제대로 인정해줬으면 합니다. 대통령이 의회 기능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인사청문회를 건너뛰고 자격 미달의 장관들을 마구 임명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걸까요. 대통령은 야당 비대위원장이 영수회담 요청을 했으니 영수회담도 하고, 여야가 협력해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이 이뤄져야 국민들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 안 되죠.”
 
  ― 정부·여당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 외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가장 아쉬워하는 첫 번째가 인사 문제잖아요.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위원장에 검찰 출신을 임명한 사례가 있죠. 금감원은 잘못을 감사하는 게 최대 업무가 아닙니다. 잘못되는 일,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걸 관리하는 게 금감원의 의무이고 금융 전문가들이 담당해야 하는 겁니다. 굳이 검찰 출신을 넣어 감시와 처벌 역할을 강조해야 하는 걸까요. 이런 게 국민들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일 아니겠습니까.”
 
  ― 그럼 앞으로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여야는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대립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들을 협력시키고 묶어주는 역할을 책임감 있게 해야 합니다. 자신의 뜻을 펼쳐나가는 열정은 좋지만 열정이 지나치면 화를 불러옵니다. 안개 낀 숲에 들어가면 당장은 보이지 않고 답답하지만 끈기 있게 가다 보면 길이 나오잖아요. 인내와 끈기를 갖고 함께 여럿이 균형을 잡고 가면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영주 부의장은 인터뷰 내내 ‘균형’을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17대와 19대 국회 때만 해도 여야가 함께 국정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자리가 많았다며 ‘낭만이 있었다’고 표현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때만 해도 여야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일은 많아도 의원들끼리는 공식 공부 모임을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적으로도 허물없이 모여 현안을 얘기하고 나라를 걱정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문화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일단 여성 의원들부터 여야 모임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정치인이 늘 싸우고 대립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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