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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의 라운지

趙培淑 前 국민의힘 전북지사 후보

‘호남 출신은 대통령·당대표 안 된다’ 호남 가스라이팅 해온 민주당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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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호남을 이용해왔습니다.
호남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호남을 세뇌했어요.”


⊙ 민주당 출신 4선 의원 조배숙, “내가 민주당을 떠난 진짜 이유”
⊙ 최초의 여성 검사, 법조 3역 모두 거친 4선 의원으로 민주당 떠나 국민의힘에서 전북도지사 도전, 17.88% 득표
⊙ 최초로 전북, 전남, 광주 모두 광역단체장 지지율 15% 넘겨… 지역주의 극복의 희망 싹터
⊙ “호남에서 소외되어온 전북, 윤석열 정부에서 ‘전북·새만금 특별자치도’ 지정돼 발전해야”
⊙ ‘호남 출신은 대통령·당대표 안 된다’ 호남 가스라이팅 해온 민주당
⊙ “민주당이 제정하려는 차별금지법, 전체주의적 사상 통제의 시작”

조배숙
1956년생. 서울대 법대, 동대학원 석사 / 제22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2기), 서울지검·인천지검 검사, 수원지법·대구지법·서울지법·서울고법 판사 역임 / 제16·17·18·20대 국회의원, 민주평화당 당대표 역임
  “호남은 왜 민주당을 찍을까요?”
 
  조배숙 전 전북지사 후보에게 물었다. 6월 7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조 후보와 마주 앉았다. 그는 6·1 지방선거 ‘낙선 인사’를 위해 국회를 찾은 참이었다. 조 후보가 답했다.
 
  “집단적 피해의식과 관성 탓이죠. 그걸 이용해 민주당은 지금껏 선거를 치러왔고요.”
 
  ― 어떤 피해의식인가요.
 
  “‘보수 진영은 똘똘 뭉쳐 자기들만 이권을 차지하고 호남을 핍박한다’는 의식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겪은 탄압을 호남 탄압으로 생각해왔고요. 이번엔 딴 사람 찍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손이 거기(민주당)로 간다고들 해요.”
 
 
  민주당의 호남 가스라이팅
 
민주당 당대표로 출마한 조배숙 당시 민주당 의원이 2010년 9월 15일 대구 JS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경상북도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도 20년이 지났는데, 변한 게 없는 듯하네요.
 
  “영남 정권, 영남 당에 대한 적대감이 관성처럼 이어져왔지요. 정치권이 선거를 위해 지역감정을 이용했잖아요. 호남 유권자들이 아셔야 할 게 있어요. 민주당은 호남을 이용해왔습니다. 호남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우리(호남)를 세뇌했어요.”
 
  ― 그런 말을 당 내부에서 명시적으로 하나요?
 
  “그럼요. 호남 출신이 대선 후보로 나오려 하면 ‘호남색을 희석해야 된다’며 반대했어요. 전당대회에 호남 출신이 당대표로 나가려고 하면 이렇게 말하지요. ‘우리 당은 전국 정당이지 지역당이 아니다. 호남 출신이 대표가 되면 호남당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안 된다.’”
 
  ― 내부에선 호남을 역차별하네요.
 
  “‘영남 출신 대선 후보를 세워야 영남에서 표를 좀 가져오고 호남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서 우리가 이길 수 있다’ 항상 이런 도식으로 우리를 세뇌했어요. 보수 진영은 안 그러잖아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신은 경상도 사람이니 지역색 때문에 선거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나요?”
 
 
  호남에 싹튼 희망
 
  어차피 승리는 꿈도 안 꾼 선거였다. 6·1 지방선거 호남 지역 얘기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결과는 역시나, 단체장은 민주당의 전승(全勝)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희망의 싹이 보인다. 전북, 전남, 광주에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가 모두 득표율 15%를 넘겼다. 지방선거를 치러온 이래 최초다.
 
  조배숙 후보 17.88%,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 18.81%, 주기환 광주광역시장 후보 15.9%. 윤석열 대통령이 3·9 대선에서 받은 득표율(전북 14.42%, 전남 11.44%, 광주 12.72%)을 넘어선 지지율이었다. 기초의원 선거 결과도 이례적이다. 광주에선 최초로 보수 진영(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탄생했다. 전북에서도 비례대표 도의원 1명과 비례대표 기초의원 3명, 전남에서도 비례대표 도의원 1명과 비례대표 기초의원 1명이 배출됐다.
 

  ― 유세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같이 사진 찍자는 분도 계셨고, ‘2번 환영한다’는 말도 들었어요. 그건 전라도에선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대놓고 욕도 했으니까요. 선거 사나흘 전부터는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라고요.”
 
  조 후보는 더구나 여성 후보였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가 더욱 고무적이다.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또 다르다. 영호남을 불문하고 남부권에선 여성이 단체장으로 당선된 적이 없다. 과장을 보태자면, 신라 진성여왕(887~897년)이 마지막인 셈이다. 조 후보는 그동안 걸어온 이력과 4선을 거치며 다져놓은 지지기반으로, 여성이라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상쇄했다. 조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휘한 하종대 총괄선대위원장은 유세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현장에서 보니 조 후보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검사였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높이 사더군요. 그 시절에 여성 검사였다니, 대단하다는 거죠. 2030들은 상당히 조 후보와 국민의힘을 반기는 분위기였어요. ‘이러다 20대 지지율이 50%에 육박하는 거 아니냐’는 희망 섞인 예측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국힘 기초의원 0명
 
  조 후보는 “민주당 일당 독재를 막자는 구호가 유권자들 마음에 닿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호남이 민주당에 너무 ‘몰빵’했어요. 전라북도 광역기초의원 236명 중에 국민의힘 의원은 0명이었어요. 기네스북 감이에요. 민주주의에서 어떻게 한 당이 다 차지합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민주주의가 아닌 거죠. 그렇게 해서 전북이 민주당에서 얻은 게 뭡니까.”
 
  ― 국민의힘 0명은 충격적이네요.
 
  “견제와 경쟁이 없어졌어요. 그 결과 기업은 떠나고 전북의 1인당 소득은 전국 최하위권이에요. 충청도 예를 들며 호소했어요. 충청도는 JP 이후엔 절대 한 당에 올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양당에서 구애를 하거든요. 그 결과 충청권이 발전해왔고요.”
 
  ― 이정현 전남지사 후보도 18.81%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사실 호남에선 이런 얘기도 있었어요. ‘보수당 후보를 찍어주려고 해도 찍을 사람이 없다.’ 인물 부재론인데, 이게 악순환되는 겁니다. 당선이 어려우니 경쟁력 있는 후보가 나오기 힘들죠. 그런데 이번엔 이정현 후보 같은 분이 출마하니 좋은 평가를 한 겁니다.”
 
 
  “전북이 光州·전남 들러리인가”
 
  ― 지난번 대선에서 ‘광주에 없는 것들’이 화제가 됐습니다. 호남에 대형복합쇼핑몰이 없어서 광주에서 대전까지 원정 쇼핑을 가는 현실도 알려졌고요.
 
  “광주처럼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도시에 대형 쇼핑몰이 없다, 사실 그런 것들이 일반 국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민주당은 정치 셈법으로만 계산해서 조직화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어요. 더 많은 일반인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조직화되지 않았으니까요. 이런 게 쌓여 민주당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 기대감을 품었다고 봅니다.”
 
  조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윤석열 정부와 함께 전북에 10조 예산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외쳤다.
 
  ― 전북은 전남·광주와 사정이 좀 다른가요.
 
  “달라요. 중앙에서 호남 몫으로 뭔가를 배정하면, ‘우리가 호남 대표’라고 하며 광주가 가져갔어요. 아니면, 전남이 가져갔고요. 전북은 항상 뒷전이었어요. 전북이 광주·전남의 들러리인가요. 그래서 이번에 제가 5극(極) 3특(特)을 주장한 겁니다.”
 
  5극 3특 체제는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광역경제권을 5개 메가시티와 3개 특별자치도로 개편하는 국가균형발전전략 구상이다. 5극은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권, 광주·전남, 수도권 등 5개 메가시티, 3특은 전북·새만금, 강원, 제주 등 3개 특별자치도를 말한다. 애초 대통령인수위는 5극 3특에서 전북·새만금이 빠진 5극 2특도 검토했다. 조 후보와 정운천 의원이 5극 3특을 적극 주장했다.
 
  “‘왜 전북은 항상 찬밥 신세냐, 새만금과 함께 특별자치도로 독립하겠다’고 인수위 지역발전균형 특별위원회에 건의했어요. 그제야 위원들이 호남 속에서 전북의 미묘한 입장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윤석열 정부에서 3특 체제로 개편되도록 하는 게 전북의 목표입니다.”
 
 
  익산에서 尹 유세 도와
 
2월 22일 익산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조배숙 전 의원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선 유세 기간인 2월 22일 윤석열 당시 후보가 익산역 광장에서 유세를 했다. 예상치 못한 인물이 깜짝 등장했다. 민주당 출신 익산의 대표적인 정치인 조배숙이었다. “여러분, 제가 이 자리에 나타나서 깜짝 놀라셨죠?” 그의 지지연설이 이어졌다.
 
  “저도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고뇌가 있었습니다. 원래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에서 정치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치를 떠나서 제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생각하니 호남을 위해서, 익산을 위해서 정권 교체가 답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인데요, 대학 때도 서로 알았나요.
 
  “글쎄, 저한테 막걸리를 얻어 마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였어요. 제 생일날 포장마차에 모였는데 후배들도 오라고 했거든요. 여러 명이 왔는데 그때 왔나 봐요. 저는 기억이 잘 안 나요. 윤 대통령이 당시 검찰총장에 취임하고,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였던 저에게 인사를 와서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 익산 유세 후에 지역 반응이 어땠나요.
 
  “배신자, 철새… 배신자는 화형(火刑)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 화형이요?
 
  “페이스북에 그렇게 썼더라고요. 움찔했는지 나중엔 계정을 폐쇄했더군요.”
 
  ― 그런 건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위협인데요.
 
  “예상은 했지만, 며칠간은 충격 속에 있었어요. 전화를 걸어와서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었어요. ‘당신이 그럴 수가 있느냐, 내가 누구라고 밝히진 않겠지만 누군지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저를 아끼시던 어느 목사님도 그러시더군요. ‘우상에게 절하며 십계명 중 1계명을 어긴 사람을 어떻게 지지하느냐.’”
 
  ― 뭐라 답했나요.
 
  “이재명 후보는 완벽하냐고요. 민주당이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반문했죠. 물론 국민의힘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죄했어요.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여졌지요. 정당 역사상 최초로 30대 야당 대표도 배출했어요.”
 
 
  법조 3역에 4선 의원
 
판사 시절의 조배숙 후보. 사진=조배숙 후보 제공
  어찌 보면 격한 반응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조 후보는 인구 28만 명의 익산에서 태어나 검사, 판사, 변호사를 모두 거치고 4선 국회의원이 됐다. 새천년민주당 16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소속으로 익산에서 3선을 했다. 법조 3역에 국회 4선이라니, 익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을 뒤져봐도 보기 드문 이력이다. 이런 인물이 국민의힘으로 돌아섰으니 지역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을 터다.
 
  ― 주변의 반응 때문에 힘들었겠네요.
 
  “국민의힘으로 가겠다고 하니 막 화를 내던 분들이 그래도 나중엔 결국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래, 뜻을 갖고 하겠다는데 우리가 도와야 되지 않겠나.’”
 
  ― 가족들은 뭐라 했나요.
 
  “처음엔 반대했어요. 여태껏 쌓아온 정치적 자산을 모두 잃는 거 아니냐고.”
 
  ― 충분히 할 수 있는 우려지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잘못하면 이 사람들(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파괴한다, 그걸 아는 이상 도저히 민주당 정권을 밀어 달라는 얘기를 못 하겠다. 이제 나도 나이가 있는데 자유롭게 얘기하고 싶다. 자리를 탐해서 내 신념을 감추면서 살고 싶지 않다.’”
 
  ― 수긍하던가요.
 
  “그렇죠. 눈치 보면서 비겁하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니 이해해줬어요.”
 
 
  ‘판사 되겠다’ 각서
 
  조 후보의 부친도 살아계셨다면 아마 딸의 뜻을 이해해주셨을 것 같다. 이리(익산의 옛 지명)에서 영화관을 운영하던 그의 부친은 1남 5녀의 자녀 중 셋째 딸인 조 후보를 상당히 믿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딸을 앉히고 종이를 내밀었단다. ‘배숙아, 여기에 판사가 되겠다고 각서를 써라.’
 
  “아버지가 사업을 하며 법원을 드나들면서 보니 판사가 참 좋아 보였나 봐요. 자식 중에 누구에게 말할까 하다 저를 고른 거죠. 공부를 좀 잘했거든요.”
 
  어린 조배숙은 아버지의 요구대로 각서를 썼다. ‘저는 커서 법대에 가서 판사가 되겠습니다.’ 부친은 당신이 늘 쓰던 앉은뱅이책상 위에 각서를 붙여놨다. ‘바라봄의 법칙’이 작용한 걸까. 각서대로 조 후보는 법대에 진학했다.
 
  사시 준비 시절 겪은 특별한 일화가 있다. 앞으로 자신이 어떤 길을 걷게 될 건지 꿈으로 미리 보았다.
 
  “그때 제가 김홍섭 판사의 책을 틈틈이 읽었어요. 잘 때도 머리맡에 책을 두고 잤어요.”
 
  김홍섭(1915~1965년) 판사는 전라북도 김제 출신으로 일제강점기에 법학을 공부했다. 조선변호사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로 활동했다. 해방 후엔 검사와 대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세례명은 바오로였다. 그는 도시락으로 고구마를 싸 갖고 다니는 청빈한 판사였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법조인이었다. ‘사도법관(使徒法官)’으로 불린 이유다. 사형 판결을 내리며 이렇게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하느님의 눈으로 보면 재판장석의 나와 피고인석의 여러분 중 누가 죄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이 능력이 부족해서 여러분을 죄인이라 단언하는 것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유독 전북에서 명(名) 법조인이 여럿 나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홍섭과 가인(佳人) 김병로(金炳魯·1887~1964년), 화강(華剛) 최대교(崔大敎·1901~ 1992년)다. 가인은 항일의병 출신으로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한국 법률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명이다. 화강은 직을 걸고 정치권력에 맞선 강직한 검사의 표상이다.
 
  그런 김홍섭 판사가 어느 날 사시준비생 조배숙의 꿈에 나타났다.
 
  “지금도 생생해요. 김홍섭 판사가 금실로 수놓아진 감색 법복을 입고 나타나셨어요. 근엄한 표정으로 저에게 법복을 건네주셨어요. 그런데 그 법복에 처음엔 ‘검사 조배숙’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좀 있다 ‘판사 조배숙’으로 바뀌는 거예요. 후에 제가 검사를 하다 판사로 전관했으니 참 신기하지요.”
 
 
  “운동권 출신과 결이 달라”
 
민주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는 2019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피해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도 일부 지우고, 피해자 전체 구제를 위한 기금도 설치하는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진=조배숙 후보 제공
  ― 함께 국민의당에 몸담았던 김관영 전북지사 당선인(前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으로 도로 들어갔지요. 이번 선거에서 전북지사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요. 김관영 당선인과 달리 민주당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현재 민주당에 있는 분들과 저는 결이 좀 다릅니다. 저는 운동권 출신이 아니거든요. 저는 김대중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창당할 때 전문가 영역으로 영입돼서 정치를 시작했어요. 노무현 정권 시기, 운동권들이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했잖아요. 그러면서 좌파를 흡수했어요. 상당히 과격하고 이념적인 정당이 되어버렸어요.”
 
  ― 운동권 출신들이 장악하고 당내 문화가 달라졌나요.
 
  “당론이나 논평이 나오는데, 사실 제 생각과 좀 안 맞았어요. 타협은커녕 상대를 거악(巨惡)으로 만들고 증오합니다. 상대가 옳은 말을 하면 인정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옳은 말이라도 저쪽에서 얘기하면 인정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를 비롯한 몇몇 다선 의원이 의문을 제기했어요. 그래도 안 되더라고요.”
 
  ―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진영논리가 너무 심해졌죠.
 
  “상대도 대한민국이 잘 되자고 하는 얘기인데, 올바른 점은 우리가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되지 않느냐 그랬더니 아니라는 겁니다. ‘쟤네가 주장했기 때문에 이건 안 돼, 그건 폐기하고 몇 가지를 더해서 우리가 내놓고 이게 맞다고 하자’ 이런 식이에요.”
 
  ― 정치 문화가 퇴보한 듯합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양성인데, 그걸 인정 안 하는 태도들이 굉장히 불편했어요.”
 
  ― 운동권 출신들이 당 운영은 민주적으로 하던가요.
 
  “당내에서 총선을 앞두고 경선할 때 굉장히 의문점이 많았어요. 경선 자료를 보관하지 않더군요.”
 
  ― 그건 당연히 보관해야 할 텐데요.
 
  “그렇죠. 당내 경선 결과를 두고 분쟁이 생겨서 재판으로 가거나 했을 때, 제대로 검증이 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말로는 ‘이런 걸 검증하면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상당히 많죠. 투명하지 않아요.”
 
 
  돈 벌어본 이 드문 민주당
 
  ― 남한테는 엄격하고 자신들에게는 관대하군요.
 
  “‘내로남불’이죠.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면, 상대가 잘못을 해도 그렇게 극악하게 비난을 못 해요. 나도 불완전하니까요. 그런데 극악하게 비난을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자신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반성은 안 하고, 자기 잘못은 슬쩍 넘어가잖아요.”
 
  ― 한두 번이 아니었죠.
 
  “정부의 행동은 일반 국민들에게 윤리적인 규범을 알려주는 기준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민주당 같은 식이면 국민들이 혼란스러워요. 가치관이 흔들리는 거죠. 사회를 굉장히 위험하게 만드는 겁니다.”
 

  ― 조국, 노영민, 김의겸, 윤미향 등 논란이 된 인물들이 지금도 버젓이 버티고 있지요. 이제는 의원이 된 이재명 전 지사도 있고요.
 
  “지금 우리는 앞으로 나가기도 바빠요. 어제의 신기술이 오늘은 휴지 조각이 되는 현실입니다. 미래를 준비하기도 바쁜데 과거사만 계속 들춰왔잖아요.”
 
  ― 문재인 정권 끝날 때까지 적폐 청산을 외쳤죠.
 
  “한두 번이어야지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얘기해야지요. 과거에만 집착하니, 이게 도대체 뭔가 싶었어요. 북한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평화라는 게 말로만 지켜지는 게 아니잖아요. 북한에 단호하게 하지 못해 안보를 불안하게 했어요.”
 
  ― 아파트값을 다락같이 올려놓고 문재인 정권 누구도 국민들에게 사과 안 하더군요.
 
  “기본적으로 민주당(지도부)엔 자기 손으로 돈을 벌어본 사람이 드물어요. 그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작은 마트 주인도 아르바이트생 월급 줘야지, 월세 내야지 정말 처절하게 삽니다. 실물경제는 그런 거예요. 다양한 변수가 있어요. 그런데 탁상머리에서 이념으로 경제를 운용하니 뭐가 되겠습니까.”
 
 
  자유 침해하는 차별금지법
 
2018년 4월 23일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야 3당은 드루킹 특검이 수용돼야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 사진=조선DB
  조 후보가 민주당 혹은 문재인 정권을 이끈 운동권 세력들과 결이 좀 안 맞았겠다 싶은 대목이 또 한 가지 있다. 종교다. 조 후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사법시험 준비를 하던 힘든 시절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맞은 야인(野人) 시절도 신앙의 힘으로 견뎌냈다. 지금은 기독교 법률가들의 모임인 복음법률가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딱히 반(反)기독교를 표방했던 건 아니지만, 여러 번 기독교계와 각을 세운 건 사실이다. 물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사찰 입장료는 통행세’ 발언으로 불교계와 척을 지기도 했다. 조 후보의 말이다.
 
  “저는 사실 결정적으로 민주당의 차별금지법에 대한 태도를 보고 결별을 한 겁니다. 민주당이 제정하려 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전체주의적 사상 통제의 시초가 될 수 있어요.”
 
  차별금지법은 이름 그대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소위 진보 진영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함께 진보 의제 2대 법안으로 꼽는다. 1997년부터 시작된 입법 시도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시기인 2020년엔 장혜영 의원 등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10인이, 2021년엔 이상민, 박주민, 권인숙 등 민주당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해왔다.
 
 
  사전 검열하는 차별금지법
 
  어느 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차별금지법엔 논란이 될 만한 대목이 여러 군데다.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성적 지향과 성적(性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쉽게 말하면 동성애나 양성애, 그리고 게이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 표명을 금지한다는 얘기다. 박주민 의원 발의안은 이렇게 규정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 행위는 차별로 본다.’ 이게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작성한 게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두 번째는 기본권 침해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차별금지법은 일종의 포괄적인 사전 검열이다. 반대를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원천적으로 제한한다. 자유권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
 
 
  小兒性愛도 인정?
 
  사실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 발언이나 차별 행위는 피해 발생 시, 현행법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를 적용하면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뭘까. 조 후보의 설명이다.
 
  “언어 혼란 전술이라고 해요. 차별금지법이라고 하니 아주 좋은 말 같지요. 뭘 모르는 사람들은 차별을 금지한다는데 왜 반대하나 싶을 겁니다. 중요한 건 내용이에요. ‘성적 지향’이라는 게 범위가 모호합니다. 동성애, 양성애는 물론 소아성애(小兒性愛)도 개인의 ‘성적 지향’이라 주장할 수 있어요. 독일 녹색당은 같은 논리로 소아성애도 인정하자고 했다가 뒤늦게 사과했습니다.”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독일 녹색당은 동성애와 소아성애 합법화를 추진하는 단체를 지원했던 전력이 있다. 논란이 일자 2014년 당 차원에서 공식 사과했다. 조 후보의 말이 이어졌다.
 
  “인종이나 장애 여부, 피부색처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 때문에 차별을 당하는 건 옳지 않아요. 성적 지향이라면 어떨까요.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인격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단 동성애에 대해 우리가 객관적으로 토론할 수는 있잖아요.”
 
  ― 반대한다는 의사도 표명하지 못하게 하나요.
 
  “차별금지법은 토론도 못 하게 하는 겁니다. 반대할 수 있는 자유를 없애는 사상 통제의 시초예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겁니다. 그 배후에는 유럽에서 이미 한 번 유행하고 저물고 있는 네오 마르크시즘이 있다고 봅니다.”
 
  ― 민주당 발의안을 보니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고 쓰여 있던데요.
 
  “그러니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주사파(主思派) 사상을 추앙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는 겁니다. 굉장히 심각해요. 이 법이 통과되는 순간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사회가 될 겁니다. 성소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법을 만든다고요? 좌파들이 그렇습니다. 어떤 사건이 하나 발생하면 온 세상이 부조리한 것처럼 온통 떠들어서 법을 만들어요. 윤창호법을 보세요.”
 
  윤창호법은 2018년 부산 해운대구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윤창호 육군 병사 사건을 계기로 2018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말한다. 음주운전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하고 반복된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5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윤창호법의 일부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로 두 차례 이상 적발된 사람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2000만원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 윤창호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죠.
 
  “아니, 세상이 어떻게 100퍼센트 완벽합니까. 부조리가 있을 수 있어요. 그것 때문에 온통 뜯어고치겠다며, 그때마다 입법을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물론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성급하게 법을 만들었어요. 그러니 위헌 판결을 받는 거지요.”
 
 
  민주당, 차별금지법 밀어붙여
 
  지난 5월 25일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불참하고 민주당 의원들만 참여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손팻말을 들고 그 자리에 나타났다.
 
  과거 상처에서 시작된 호남의 정서와 그 상처를 이용해 영원히 표밭으로 삼기 위해 호남을 ‘가스라이팅’ 해온 민주당, 호남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이전까지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던 보수 정당이 만들어낸 삼각지대. 원래는 조 후보에게서, 강고한 것만 같았던 이 삼각지대에 금이 갔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대선(大選)과 지선(地選)이 끝나자마자 차별금지법이라는 전장(戰場)이 열렸다는 경고음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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