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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터뷰

전직 청와대 의전 담당자가 본 ‘탁현민표’ 의전, 이강래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탁현민의 가장 큰 잘못은 ‘국민’ 아닌 ‘문재인 대통령’만 주인공 만드는 것”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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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 병풍 지적에 ‘악마 같은 기사’?… 성찰의 자세는 ‘1’도 없나?
⊙ 6·25전쟁 70주년 행사와 유해 봉환 따로 분리했어야
⊙ 친환경 행사에 모형 풍력발전기 돌리려 발전기 투입, 의전 기본 원칙도 없는 듯
⊙ 탁현민 비서관 P4G 때 서울이 평양으로 둔갑한 영상 안 봤다면 직무유기
⊙ 탁 비서관 어떨 땐 자기 정치 한다는 생각 들기도
  ‘의전(儀典)’에 ‘의’자도 몰랐다. 혈기 왕성한 30대였던 2008년 청와대 외신 대변인실에서 근무하던 중 의전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결원이 생겼는데,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새로운 도전, 경험을 하고 싶었다. 이게 의전과의 첫 인연이다.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의전비서관실로 간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위암(胃癌). 위의 3분의 2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고 3개월쯤 뒤에 복귀했다. 의전비서관이 많이 배려해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원하자마자 출근한 그를 직접 격려했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배가 아프고 속이 뒤집혀 화장실을 가고 국물 한 수저만 먹어도 난리가 났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의전에 매달린 게 3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의 터줏대감이 된 셈이다. 이후 퇴임 때 까지 대통령의 다양한 기획 행보를 수립하고 일정조정회의를 주관하는 홍보기획비서관실에서 대통령 이미지(PI) 총괄을 맡았다. 청와대를 나오고 나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을 완성하는 사람》이라는 의전 관련 책을 내기도 했다. 이 책은 2017년 세종우수도서(구 문체부 우수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또 다른 전공은 정책학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6년째 겸임교수로서 ‘정책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강래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이야기다. 그는 대통령 의전에 민감하다. 과장을 조금 보태 목숨과 의전을 동일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전은 국가 간의 예절이며 통치자에 대한 존중이기에 보여주기식 쇼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전 행정관은 같은 편에게는 천하제일 기획자란 칭송을 듣지만, 상대 진영으로부터는 대통령 행사를 화려한 쇼로만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 ‘탁현민표’ 의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왜 문재인 대통령은 다수 언론으로부터 ‘쇼통령’이라는 지적을 받을까. 11월 10일 이 전 선임행정관을 만나 물었다.
 
 
  “올림픽 결승전 시합 전 대통령이 생방송 연설하는 것 봤나?”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1일 오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 참관을 마치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기획한 누리호 행사에 대해 ‘과학자들을 병풍으로 만들었다’는 등의 말들이 많았는데요.
 
  “대통령의 방문이 예정된 곳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경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경호구역 내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하게 됩니다. 당연히 구역 내에 있는 사람들은 평소처럼 생활하기 어렵죠. 심지어 행사 통제구역으로 설정한 지역은 ‘진공상태’가 됩니다. 당연히 과학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죠.”
 
  ― 행사가 생방송으로 진행됐는데, 그럼 더 피해가 갑니까.
 
  “그럼요. 보통 정해진 행사는 사전답사와 리허설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방문합니다. 특히 생방송이면 더 준비할 게 많지요. 방송중계차에 연결되는 케이블을 포함한 여러 방송 장비를 옮기고 또 많은 관계자가 수시로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는 이야기입니다.”
 
  ― 탁 비서관은 누리호 발사 당시 ‘이벤트 기획사 직원들이 뛰어다니고 방송 카메라 중계를 위한 무대를 설치하느라 시장통 같았다’라는 지적에 대해 “역사적인 현장과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방송하고 그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왜 하필 생방송 시점이 발사 당일, 그것도 발사통제동 내부일까요. 예를 들어, 올림픽 결승전 시합 바로 전, 선수 존에서 대통령이 생방송 연설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분명히 비난받았을 겁니다. 그야말로 선수들에게는 1분 1초가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리호 발사의 주인공이 누구입니까. 대통령입니까, 과학자들입니까. 행사 때문에 신원이 확실한 과학자들도 MD(금속탐지기) 통과하고 행사와 관련된 회의참석 또는 지시사항을 전달받고 숙지하는 등 정신없었을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 주인공인 과학자들이 발사에 전념할 수 있었겠습니까. 주인공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행사가 어디에 있습니까?”
 
 
  ‘악마 같은 기사’
 
  ― 과학자 병풍 보도에 대해 탁 비서관은 ‘악마 같은 기사’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대통령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던 한 사람으로서 행사에 대해 평가는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죠. 탁 비서관도 엄청나게 고생할 겁니다. 실무자들은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완벽한 준비를 했어도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돌발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행사가 끝나면 리뷰(평가)를 통해 점검하고 다음 행사에 참고합니다. 언론의 지적도 귀담아듣고요.
 
  그런데 언론 보도에 대한 탁 비서관의 대응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없는 사실을 허위로 보도한 것도 아닌데 ‘새빨간 거짓말’ 또는 ‘악마 같은 기사’와 같은 상스럽고 저급한 표현으로 언론 보도에 대해 반박하는 걸 보면서 성찰의 자세는 ‘1’도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리호 발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할 때 과학자들을 동원, 병풍 논란이 있었다’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당시 현장 분위기가 실제로 그랬다. 통제동이 발사를 앞두고 정신없이 바쁘고 신경줄이 잔뜩 조여진 상황이었는데, 청와대 의전팀·경호팀뿐 아니라 이벤트 기획사 사람들까지 돌아다녔다. 발사 당일 아침에는 통제동 출입까지 일일이 통제해서 연구원들이 이동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발사 후 본부장을 비롯한 항우연 엔지니어들을 40분 이상 뻗치기(대기) 시킨 게 결정타가 됐다. 애초 항우연에서는 발사 현장에 대통령이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대통령이 발사 현장에 오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통제가 많이 이뤄지고, 방해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발사 현장에 직접 오지 않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친다.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조 전 원장은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의 ‘맏형’이다. 그는 2013년 한국 최초의 우주 로켓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킨 주역이다.
 
  이 전 행정관은 “발사체를 우주 700km 고도까지 올려보내는 것은 성공했지만, 마지막에 위성 모사체(더미 위성)의 궤도 안착은 실패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실패한 원인을 찾고 후속 조치에 정신없이 움직여야 할 엔지니어들이 대통령 생방송 행사를 위해 40분 이상 대기했다고 한다. 이게 말이나 되나.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라고 했다.
 
  ― 항우연에서는 발사 현장에 대통령이 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는데 굳이 왜….
 
  “저도 강행 이유가 참으로 의아합니다. 대통령이 방문하면 어쩔 수 없이 통제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실무자들은 큰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죠. 과연 탁 비서관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탁 비서관의 행사가 ‘쇼’, 여기의 주연인 문 대통령이 ‘쇼통령’이란 비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죠.”
 
 
  6·25 유해 송환식 주인공은 전사자와 유족
 
작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국군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사진=조선DB
  ― 6·25 전사자 유해 송환식도 레이저 쇼로 만들었죠.
 
  “행사의 기본은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철저히 주인공 입장에서 준비해야 하죠. 이런 점에서 6·25 전사자 유해 송환식은 기본적인 것을 검토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검토하고서도 영상쇼를 위해 모르는 척했는지 의문이 드는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 유해가 도착한 시점은 2020년 6월 24일 오후 5시인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 때 ‘복귀 신고’를 하기 위해 27시간을 대기시켜 유해를 ‘쇼 소품’ 취급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유해는 하와이에서 운구 때 사용된 공군 공중급유기에서 꺼내져 다른 항공기에 옮겨 보관됐는데, 청와대는 방역 때문에 유해를 이송해온 기체를 행사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경위야 어떻든 6·25 기념식 ‘밤 이벤트’를 위해 유해가 이리저리 옮겨지고, 대기한 것은 팩트죠. 7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유해 봉환을 만 하루를 넘겨 한 것은 호국 혼(魂)에 대한 모독이었다고 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9년 10월 델라웨어주의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전사자들의 관을 거수경계로 맞이하고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전사한 군인들의 유해에 경의를 표하고자 새벽 4시에 기지를 찾았다. 사진=AP/뉴시스
  ― 2009년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도버 공군기지에서 새벽 4시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도착하는 전사자의 유해를 거수경례로 맞은 것과는 차이가 있어 보이네요.
 
  “오바마 대통령은 거수경례하고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줬습니다. ‘미국이라서 그렇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요. 오바마 대통령은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죠. 6·25 전사자 유해 송환식의 주인공은 당연히 전사자와 유족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행사를 기획했다면 유해가 도착하는 당일 대통령이 미리 공항에 마중 나가 전사자 유해를 맞이하고 유가족을 위로했어야 합니다. 아마 그랬다면 어떤 화려한 영상 투사 이벤트(미디어 파사드)보다 더 큰 감동과 의미로 국민에게 다가갔을 겁니다.”
 
  ― 결국, 대통령만 돋보이게 하려다 탈이 난 것이네요.
 
  “6·25전쟁 70주년 행사와 유해 봉환을 따로 분리해서 했다면 아무 문제 없지 않았겠습니까. 무리하게 쇼를 위한 행사를 진행하려고 하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행사마다 ‘쇼통’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의전의 기본 원칙도 없는 듯”
 
  이 전 선임행정관은 지난 2월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풍력단지 48조 투자 협약식’ 행사를 보면 “탁 비서관은 의전의 기본 원칙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이 행사는 뭐가 잘못된 겁니까.
 
  “행사장에 거대한 크기의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모두 모형으로, 이를 위해 3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더군요. 원래 ‘의전’의 기본 원칙은 기존 시설물을 이용하는 친환경입니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정부가 행사를 위해 모형 풍력발전기를 큰 예산을 들여 설치한 것은 의전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더욱 놀란 것은 풍력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발전기를 투입한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풍력발전기로 전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리는 행사에 발전기로 풍력발전기 모형을 돌리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지난 10월 1일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 2월 상생 일자리 협약식장 풍력기 모형 제작·설치를 위해 한 도급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액은 2억9666만5000원이었다.
 
  풍력발전기 회전을 위해서는 초속 4m의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당시는 초속 2~3m에 불과해 발전기가 투입됐다. 발전차 2대와 대용량 배터리 등을 대여하는 데에는 3000만원이 소요됐다. 이는 2억9666만5000원 외 별도 예산이었다.
 
  ― 작년 12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경기 화성시 동탄 임대주택 행사에도 인테리어비와 행사 진행비 등 총 4억5000만원의 예산이 쓰였다고 하던데요. 다 국민의 혈세 아닌가요.
 
  “혈세를 낭비한 과잉 의전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행사의 본질과 상대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이미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에 방문했으면 당연히 입주민 집에 방문해서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사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 등을 직접 묻고 고민해야 하지 않나요? 오히려 빈집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미느라 불필요한 공사 소음으로 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을 겁니다. 쇼를 위한 행보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어요. 오로지 주인공(대통령)만 있죠.”
 
 
  평양 둔갑 영상 안 봤다면 직무유기
 
이강래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임기 5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쇼 무대’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5월 27일 탁현민 비서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5월 30~31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리는 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를 홍보했다. 탁 비서관은 “개막식 행사는 우리가 가진 모든 미래기술을 다 한번 넣어봤다”고 했다. 그런데 개막식 영상에 서울이 아닌 평양 위성사진이 들어갔다. 대동강 능라도를 시작으로 평양, 평안도, 한반도 순으로 줌아웃 되는 영상이다. 평양을 개최지로 둔갑시킨 것이다.
 
  정부는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외교부 준비기획단 공무원들을 문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사 총괄책임이 있는 청와대 의전 담당자는 문책 대상에서 빠졌다.
 
  탁 비서관이 아주 의미 있는 행사라며 우리가 가진 모든 미래기술을 다 넣었다고 자랑했는데,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 이런 행사를 개최할 때 리허설 영상을 시사(試寫)하지요.
 
  “당연하죠. 지겨울 정도로 보고 또 봅니다. 행사 취지에 맞게 제작이 되었는지, 영상 시간은 적당한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해 확인합니다.”
 
  ―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은 문책 대상에서 빠졌던데요. 여긴 잘못이 없나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담당자들도 기획단과 함께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 봅니다. 그리고 영상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를 회의도 하지요. 상황을 보니까, 결국 영상을 제작한 업체와 외교부 공무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꼴입니다. 민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공무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죠.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서 끝난 해프닝이 아닙니다. 그렇게 준비를 많이 하고 정부가 자랑한 국제행사에서 행사의 목적은 사라지고 능라도 영상이 주목받은 것은 행사의 실패이자 국제적인 망신입니다.”
 
  ― 탁 비서관이 영상을 봤다는 이야기죠.
 
  “이런 행사의 경우 업체와 준비기획단이 준비 단계서부터 의전비서관실에 보고하고 컨펌을 받습니다. 논의를 거쳐 행사 전체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면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많은 관련자가 이 영상을 시사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단 한 명도 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믿기지 않아요. 봤는데 못 발견한 게 아니라 별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안 본 거라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이강래 전 선임행정관은 “탁 비서관은 P4G 행사가 그간 우리가 만들었던 국제회의 중에 가장 규모가 크다고 했다”며 “규모가 컸으니 당연히 망신살도 월드클래스였을 것”이라고 했다.
 
  ― 사소한 문제라도 이런 실수가 드러나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외부로 드러나면 언론과 국민의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정부 또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요.”
 
  이 전 선임행정관은 탁 비서관이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에서 피가 났다’ 등의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자기 정치”라고 꼬집기도 했다.
 
  “자신은 소통한다는 명분 아래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린다고 할 겁니다. 그런데 청와대에는 ‘홍보’를 하는 팀이 따로 있습니다. 진짜 알리고 싶은 성과가 있으면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브리핑하면 됩니다. 또 필요할 경우 대변인을 통해 본인이 직접 해도 되고요. 저는 (탁 비서관이) 자기 정치, 자기 장사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얼마 전 국무회의 때 아주 이색적인 모습이 벌어졌습니다. 누가 봐도 이날의 주인공은 의장대장 의상을 입고 나타난 탁현민 의전비서관이었습니다. 의전을 담당하니까 입었다고 하더군요. 그럼 왜 대통령은 용포를 입지 않았나요. 의전비서관 때문에 ‘가을 한복 문화주간’을 맞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일부러 챙겨 입었던 한복은 눈길을 끌지 못한 채 탁 비서관만 단연 관심의 대상이 됐죠. 오색찬란한 구군복이 한복 확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묻고 싶네요.”
 
 
  탁현민표 의전의 특징
 
청와대 근무 당시 이강래 전 선임행정관. 그는 “최고의 의전은 VIP(대통령)를 띄우고, 감동시키는 게 아니라 VIP가 만나는 사람, 더 나아가 그걸 뉴스를 통해 보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사진=본인제공
  ― 탁현민표 의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최고의 의전은 VIP(대통령)를 띄우고, 감동시키는 게 아니라 VIP가 만나는 사람, 더 나아가 그걸 뉴스를 통해 보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입니다. 초청 인사가 감동하고, 국민이 감동하면 그 신뢰와 지지는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옵니다. 그러나 대통령만을 위한 행사를 하면 기획자와 대통령 본인은 좋겠지만, 참석자는 힘들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은 불편하죠.”
 
  ― 모든 행사의 주인공이 대통령이다?
 
  “탁 비서관은 오로지 문재인 대통령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행사에 따라 많게는 수천 명이 참석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더 많은 인력과 예산 투입, 그리고 참석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참석자들의 불만과 실망은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에게 돌아오기 때문이죠.”
 
  ―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참석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말씀인가요.
 
  “얼마 전 서울의 모 호텔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경호구역에 화장실이 제외됐다고 합니다. 참석자들은 행사 중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MD를 통과하고, 주머니 속 소지품을 모두 꺼내 경호관으로부터 검사를 받는 번거로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경호처의 잘못도 있지만, 행사를 총괄하는 의전의 최종 책임입니다. 대통령만 생각하는 탁 비서관의 자세로 인해 행사에서 더 중요한 부분(참석자들에 대한 배려)을 간과한 것이죠.”
 
  이 전 선임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임기 5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쇼 무대’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역대 정부도 각종 행사를 했지만, 이 정부처럼 쇼와 무대를 더 중요시했던 적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탁 비서관이 만들어낸 작품(행사)을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민이 주인공’이 아닌 늘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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