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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희의 라운지

부친의 부동산 의혹 책임지고 사퇴한 윤희숙 前 국민의힘 의원

“계속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지고 싶었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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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문제에 대해 톤다운하며 정치하고 싶지 않았다”
⊙ “국민의 삶이 어려워졌는데 왜 이 정권에선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나”
⊙ “경제학 원론도 모르는 국회 기재위원들, 정부 눈치 보는 관료들, 통계청장도 바꾸는 정부”
⊙ “코로나19 이전부터 골병이 든 한국 경제, 차기 정부에 나라 명운이 달렸다”
⊙ “윤석열 후보는 중산층 가정에서 반듯하게 자란 소탈한 사람”

尹喜淑
1970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同대학원 석사 졸업. 美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박사 / KDI 연구위원,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교육부 규제완화위원회 위원 역임. 前 국민의힘 서초갑 국회의원 / 《정책의 배신》 《정치의 배신》 저술
사진=조준우
  대개 두 가지 반응이다. ‘의원직 사퇴는 성급했다. 윤미향 의원 같은 분도 건재한데’, 혹은 ‘가족의 허물까지 책임지려는 그 책임감이 훌륭하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서초갑 의원에 대한 세상의 말들이다.
 
  윤 전 의원을 처음 만난 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였다. 평생 공부를 한 학자치고도 상당히 명민(明敏)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현상과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는 속도가 아주 빨라 보였다.
 
 
  주목받는 야당 의원으로
 
지난해 7월 30일 윤희숙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임대차법에 반대하는 5분 연설을 했다. 사진=조선DB
  그러더니 역시 국민의힘 초선 중에서 가장 먼저 주목을 받았다. 작년 7월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순식간에 전국구 정치인이 됐다. 지난해 12월 필리버스터 때는 12시간47분이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8월 그는 또 한 번의 기록을 세웠다. 부친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의원직을 스스로 사퇴했다. 부동산 문제에 연루된 수두룩한 여야 인사 중 최초였다. 아마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과수(過手)와 사석(捨石)이라는 바둑 용어가 있다. 전자는 지나치게 욕심을 낸 수를 의미한다. 사석은 더 큰 것을 위해 돌을 희생하는 걸 뜻한다. 윤 전 의원의 퇴장은 여운을 남겼다. 머리 좋은 사람 특유의 성급한 과수일까, 야당의 지루한 대국(大局)을 풀어낼 사석일까. 지난 11월 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 후회하지 않나요.
 
  “일종의 가치의 문제예요. 제가 정치권에 들어온 건 단순히 국회의원 몇 번 해보려는 게 아니었어요. 제가 머릿속에 그린 건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정치인이었어요. 책임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 부친에게 설혹 잘못이 있다 해도 부모의 문제를 자식이 책임져야 하나요? 한국에 연좌제가 있나요.
 
  “의혹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그랬어요. ‘별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 분야에 대해 몇 달만 톤다운(tone down·수위를 낮춤)하고 지내면 된다.’ 연좌제는 아니지만 가족이 연루되어 있는 문제이니 책임을 안 지고 넘어가려면 일정 기간 톤다운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거예요.”
 
  — 보통 정치인들이 그렇게 수습하죠.
 
  “근데 저는 톤다운하면서 정치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게 책임정치라 생각하니까요. 정치인들은 자기의 흠이 밝혀지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굴고, 남은 아무런 근거 없이 음해해요.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병이 그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국민들이 정치를 믿지 않고 정치권에 형편없는 사람들이 들어와요.”
 

  — 악순환이군요.
 
  “문제는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는 거예요.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에요.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비전을 제시해 에너지를 모아 개혁하는 정치인이 필요해요. 지금 한국 정치는 그 역할을 할 수 없어요. 그러니 가치의 문제예요. 저와 생각이 다른 분이라면 당연히 ‘연좌제도 없는데’라고 할 거예요. 저와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을 비판할 마음은 전혀 없어요. 중요한 건 제가 정치를 하면서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뭐냐는 거예요.”
 
  윤 전 의원 부친이 받은 의혹은 간단하다. 세종시 전의면 일대의 농지 10871㎡(3288평)를 2016년 매수했다. 매수 직후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농지임대차계약을 맺었다. 농부에게 땅을 빌려줬단 얘기다. 5년간 농어촌공사를 통해 땅을 빌려주다 올해 1월부터는 임차인과 직접 계약을 맺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어촌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한 데에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윤 전 의원은 “경찰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 뭐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시 윤 전 의원에게 물었다.
 
  — 책임을 지는 방법이 의원직 사퇴밖에 없었을까요? 의혹이 생길 때마다 사퇴하면 국회에 누가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국회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과, 내려놓으면서 던질 수 있는 메시지의 무게 사이에서 제 나름 잰 거예요. 남은 2년 반 동안 국회의원을 더 한다고 해서 이번에 사퇴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건넨 메시지의 크기보다 더 큰 메시지를 던질 자신이 없었어요.”
 
  — 책임을 지고 그만둔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정치 일을 하나요.
 
  “정치인은 그 자체로 메시지라 생각해요. 국회 안에서 던지는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던지는 메시지도 역시 중요합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
 
2021년 8월 25일 윤희숙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를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조선DB
  — 사퇴를 함으로써 부친이 위법했다고 인정한 걸로 비치지 않을까요.
 
  “그건 법이 판단할 문제예요. 불법성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불법이 있었으면 벌 받으면 됩니다. 아버지의 일은 저와는 별개예요. 저와 상관없는 문제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책임을 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저는 계속 부동산 문제를 떠들어야 하니까요. 제 메시지가 오염되거나 희화화되지 않으려면 전 남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책임을 져야 해요.”
 
  — 국민의힘 내부에선 ‘한 석이 아쉬운 상황인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라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제 지역구가 서초가 아니었으면 조심스러웠을 거예요. 당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다른 지역구였어도 저는 사퇴했을 거예요.”
 
  — 잊히는 게 두렵지 않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잊는다는 말이 있는데요.
 
  “못 잊도록 해야지요. 왜 잘 잊겠어요. 눈높이가 너무 높아서 그래요. 기존의 정치인들을 보며 냉소하고, 포기하는 거죠. 그걸 바꾸지 않으면 나라에 앞날이 없어요. 정치인이 아무리 이상해 보여도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건 결국 정치인이거든요.”
 
  — 선택은 이미 한 거니, 그 후에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선택의 무게가 판단되겠군요.
 
  “저는 일단 메시지를 던진 거고,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저의 메시지를 소환해 평가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제일 중요한 단계의 일은 이미 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이 메시지와 일관된 방식으로 살아야죠.”
 
 
  경제학 모르는 기재위원
 
  — 국회에서 한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지금 국회가 180대 100이잖아요. 거대 여당이 너무 강해서 뭘 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 국회는 특히 힘의 논리가 장악해서, 합리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죽어가고 있었어요.”
 
  — 야당은 번번이 여당의 벽에 막혔지요.
 
  “그러니 국회 내에서 의정활동을 통해 뭘 하는 게 아니라 개인플레이를 한 게 많았지요. 연설도, 필리버스터도요. 그렇게라도 정책의 합리성에 대해 지적했고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이 성취라면 성취인데, 허망한 거예요. 국회에선 사실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 아쉬운 건 없나요.
 
  “개인적으론 없어요. 저는 열심히 했어요. 다만 이런 건 있어요. 지금 국회엔 맞느냐 틀리느냐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진영 논리만 갖고 우리 편 얘기만 무조건 따라가면 그게 무슨 국회예요? 제가 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경제정책과 세제를 다루는 곳이에요. 그런데 경제학 개론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예요. 대학을 안 나온 사람이 국회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적어도 기재위에 오려면 경제학 개론 정도는 읽고 와야죠.”
 
  — 그런 분은 기재위에 왜 올까요.
 
  “경력 관리를 위한 게 아닐까 싶어요.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임위인데도 아주 기본적인 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예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면 정말 무책임한 태도예요. 우리나라 국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거죠. 합리적으로 논의하고 소통하는 게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구성되는 거예요.”
 
 
  관료들의 정신 사라져
 
지난해 12월 11일 윤희숙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답답했겠네요.
 
  “절망스러웠어요. 어떻게 저런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을까. 그런데 예전에도 그랬을 거예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에 무지해진 거라 생각하진 않거든요. 단지 예전엔 행정부가 어느 정도 중심을 잡았어요.”
 
  — 정부 관료들이 국회의원을 보완했다는 거군요.
 
  “‘우리가 이렇게 해봤는데 이런 문제가 있고, 이 사안에 대해 우리 의견은 이렇습니다’라고 공무원들이 내놓으면 중요한 정보가 되잖아요. 그걸 참고해 여야가 토의를 하면 돼요. 이번 정부 들어서 관료들의 정신이 완전히 사라져버렸어요. 두 가지 이유예요. 첫째, 청와대와 여당이 너무 세요. 서슬이 퍼레요. 둘째, 그 센 권력을 함부로 휘둘러요. 부총리에게도 소리 지르고, 한국은행 총재한테도 ‘너나 잘하세요’ 그러잖아요.”
 
  — 관료들이 몸을 사리겠군요.
 
  “여당이 좋아할지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를 해요.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면서 상위 2%에 세금 물리겠다고 했잖아요. 공시가격 얼마 이상은 얼마 식이 아니라 ‘2% 사람들’ 운운했어요. 이건 세상에 없는,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세제거든요. 기재부가 여당 눈치 보느라 그 말을 못 하더라고요.”
 
  여당에 쓴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일을 했을 뿐인데 부처장이 경질성 교체를 당한 곳도 있다. 통계청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고, 분배가 악화됐다는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통계를 발표한 직후인 2018년 8월,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물러나고 강신욱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임명됐다.
 
  — 통계청장이 갑자기 바뀌었지요. ‘통주성(통계 주도 성장)’이란 말도 나왔고요.
 
  “거기서부터 시작이 된 거예요. 통계를 만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정권이라는 게 놀라운 거죠. 기본이 안 된 정권이에요.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예요? 21세기에 들어서 통계에 손을 대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문제예요.”
 
  — 가계동향지표가 악화로 나왔으니 통계청장을 교체하자는 발상의 전환이 참 놀라웠지요.
 
  “다른 나라는 통계청에 전문성 있는 사람만 임명해요. 정치적 중립이고 뭐고 필요 없어요. 정치논리가 들어갈 여지가 없으니까요, 아르헨티나만 빼고요.”
 
  아르헨티나는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을 가리기 위해 정부가 통계 조작을 했다. 이 때문에 2013년 IMF에서 불신임 조치를 내렸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무도(無道)하다는 말을 하잖아요.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습니다. 선진국에 가까워질수록 넘으면 안 되는 선을 지키면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해요. 정부와 여당이 자유롭게 선을 넘으니까 공무원들이 눈치를 보는 겁니다. 관료로서 식견이 있는 말을 하면 자리가 날아갈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 예전 정치권은 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기 식견을 내놓은 거예요.”
 
 
  국민 눈 가리는 기재부
 
  그는 국회 입성 당시 ‘재정준칙’을 제정하겠다는 포부를 말했다. 재정준칙은 과도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가가 국가채무비율 등 주요 재정지표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만든 규범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예산을 펑펑 쓰는 걸 막기 위한 법적 장치다. 지난해 10월 기재부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한국형 재정준칙’이 포함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기재부가 제안한 재정준칙을 어떻게 봅니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잖아요. 이번 정부는 실컷 쓰고 다음 정부는 옴짝달싹을 못 하게 하는 내용이에요. 제정돼도 보나 마나 사문화(死文化)될 겁니다.”
 
  —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기재부가 기본적으로 현재 국가채무 증가속도에 겁은 내는데, 국민들에게 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려고는 안 해요. 그러면 현재 정부의 재정 상태를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국민들이 경계심이 들잖아요. ‘상황이 이런데 왜 이렇게 써?’”
 

  — 국민들 눈을 가리는군요.
 
  “그래서 아주 우스꽝스러운 걸 해놨어요. 장기 전망 자체를 재정 상황이 한참 나쁘다가 오히려 좋아지는 것처럼 그렸어요. 공무원들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니까 내용 자체가 뒤틀리는 거예요. 상황이 심각한 건 아는데 국민들한테 보여주면 안 되니, 장기 전망은 우스꽝스럽게 해놓고, 현 정부가 돈 쓰는 것은 합리화를 해야 하는데 자기들도 겁이 나니, 이 정부와 다음 정부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나게 해놓은 거죠.”
 
  — 재정준칙대로라면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처럼 각종 지원금을 살포하기 힘들겠군요.
 
  “여당이 재정준칙에 더 반대해요. 우리는 기축(基軸)통화를 발행하는 나라가 아니고,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라는 걸 모르는 척하는 거죠. 이재명 후보는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잖아요.”
 
  이재명 후보는 11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초과 세수가 약 40조원가량 될 거라고 한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나라는 부자가 되고 있는데 국민은 지출 여력이 없어 지갑을 닫고 있다”며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고도 했다. ‘곳간 꽉꽉’ 발언은 홍남기 부총리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정했다.
 
 
  ‘나는 임차인입니다’
 
  —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이 화제가 됐지요. 그때 예견한 대로 작년 7월 31일부터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전세에서 월세로 임대 시장이 빠르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다음 정권에서 임대차 3법을 없앤다 한들 상황이 나아질까요.
 
  “국가가 법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면 많은 혼란을 가져오니까 만약 국민들이 적응을 했다고 하면 굳이 없앨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작년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뭐라고 했어요? 가을 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요. 가을 되니 더 심해졌어요. 그러니까 내년 1월 되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어요.”
 
  —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심각해졌지요. 전세 계약하려고 새벽부터 세입자들이 줄 서는 장면도 나오고요.
 
  “통상은 법을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는 것은 극약 처방인데, 임대차 3법은 없애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자율이 낮아지고 저성장 체제로 들어가면 월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전세보증금으로 뭘 해도 투자수익률이 안 나오니까요.”
 
  — 아직도 한국인들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지요.
 
  “그러니 전세에서 월세로 가는 흐름을 굳이 빨리 가게 촉진할 필요가 없어요. 임대차법이 이 흐름을 어마어마하게 촉진시킨 거잖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법으로 정한 것을 굳이 어기지는 않아요. 법을 없앤다고 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지만 현재의 월세로의 전환 경향을 어느 정도 속도는 늦출 수 있겠죠.”
 
 
  ‘집 가지면 保守 된다’
 
  — 현 정부는 집권 후 재개발, 재건축을 막고 강남권 주택 거래를 허가제로 바꿨지요.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이 비트코인도 아니고 불과 몇 년 만에 전국적으로 폭등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극도의 자산 양극화가 이 정권의 원래 목표 아니었냐는 의심까지 드는 상황입니다. 집이 있는 사람과 무주택자를 갈라치기 하면서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책에 그런 내용이 실제로 나오지요. ‘사람들이 집을 갖게 되면 보수(保守) 성향으로 바뀐다’고요. 지역구에 좋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당장 선거 결과가 보수화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그래서 민주당은 뉴타운이 들어서는 걸 좋아하지 않죠. 그런데 국가 전체적으로 그런 음모가 있었을 거라는 건 심증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어요.”
 
  작년 12월 9일 그는 페이스북에 “평생 본 꿀은 586 꿀인데, 이들이 꿀타령을 하니 어이가 없다”는 글을 썼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야당은) 독재의 꿀을 빨더니 이제 와서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간다”는 말을 한 직후였다. 윤 의원이 이 발언을 한 맥락과 속내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가 무심결에 본심을 실토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은 우리가 꿀을 빨 시간이다.’
 
  “우리가 본 꿀은 586 꿀이에요. 산업화 시대 사람들이 꿀 빤 건 1970년대생한테는 안 보여요. 저도 학교 다닐 때 운동권에 기웃거렸어요. 운동하는 선배들이 멋있어서였어요. 이기적이지 않고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고, 20대 마음이 맑을 때 많이 좋아했어요.”
 
  — 그렇군요.
 
  “나중에 사회 나가서 보니 좀 달랐어요. 맑은 마음으로 공정하고 성실하게 사회생활을 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안 그런 사람이 꽤 많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586들이 국회에도 많이 들어와 있지만, 자기 힘으로 열심히 살아온 경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어딘가에 붙어 있던 사람들이 많아요. 각종 부패와 연결돼 있어요. ‘떡고물 인생들’인 거지.”
 
 
  떡고물 인생 586 정치인들
 
  — 어디서 차분하게 근무한 경력은 없는데 자제분들은 또 외국 유학들을 보내더군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재산 신고를 한 금액이 4억3000만원이었어요. 그런데 딸을 시카고 아트 스쿨에 유학 보냈잖아요. 윤미향 의원의 딸도 미국 UCLA 음대 유학 중이에요. 이게 말이 되나요.”
 
  두 학교 모두 학비에 생활비까지 합치면 1년에 적게는 7000만~8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든다고 한다. 윤미향 부부는 의원이 되기 전까지 1년 치 소득세로 백만원 남짓을 신고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적게 신고한 생활비가 문제가 됐어요. 586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처럼 원리·원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문화가 없어요.”
 
  — 선민(選民)의식도 갖고 있는 듯하지요.
 
  “‘우리는 올바르니까, 특별하니까 뭘 해도 된다’는 거죠. 확실한 건, 이제 세상이 많이 변해서 국민들이 그런 의식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아요.”
 
  —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어떤 걸까요. 정부 주장과 체감경기가 너무 달라서 혼란스럽네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훨씬 더 완만하게 코로나19 시기를 지나갔어요. 경제가 타격을 덜 받은 거죠. 성장률이 덜 내려갔으니 올라가는 것도 별로 없어요. 내려가긴 내려갔으니 지금보다 더 올라갈 거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더 안 올라가고 있어요. 다른 나라는 많이 꺼졌다 많이 올라가고 있고요. 그러니 경제가 회복기인 건 맞지만 충분해 보이진 않는 거예요.”
 
  — 이유가 뭘까요.
 
  “우리 경제 체질이 매우 안 좋아졌어요. 코로나19 상황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2년 반 이후, 즉 3년째에 발발했어요. 그 이전에 경제정책을 너무 잘못한 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 기억에서 상당 부분 사라졌지만요. 정부 1년 차에 최저임금 올리고 52시간제 시행해서 기업 활동을 엄청 위축시켰어요. 그걸 안 보이게 하려고 돈을 엄청 풀었고요.”
 
  — 그때부터 이미 돈을 풀었군요.
 
  “경제성장에 미치는 민간과 정부의 기여도. 즉 정부가 더 많이 성장을 시키냐 민간이 더 많이 성장을 시키냐 봤을 때 민간이 많이 기여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정부는 어차피 민간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하니까요. 그런데 문재인 정부 3년 차 때 이게 완전히 뒤집혔어요. 정부가 주도하는 경제가 돼버렸죠. 그래서 지금 우리 경제 체질은 굉장히 안 좋아요.”
 
  — 코로나19를 앓기 전부터 골병이 들어 있었군요.
 
  “체질이 좋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운동도 하고 좋은 거 먹고, 군살도 빼야 하잖아요. 경제도 같아요. 곪은 부분은 잘라내고 우리 안에 뭘 고칠지 고민해야 돼요. 문재인 정부 시기 한 번이라도 그런 논의가 있었나요.”
 
  — 집권 초기엔 일자리 얘기가 자주 나왔지요.
 
  “성장을 이야기하면서 항상 돈을 넣는다는 이야기만 했어요. 뉴딜, ‘160조를 넣어서 일자리를 190만 개 만든다’… 일자리가 자판기예요? 일자리가 돈을 넣는다고 펑 튀어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해요. 이 정부는 과거 어떤 정부와 비교해도 정말 특이한 게 있어요.”
 
  — 그게 뭔가요.
 
  “어떤 개혁도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어요. 규제 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했어요. 어마어마하게 필요한 상황인데도요.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부의 특징은 말도 안 꺼냈다는 거예요.”
 
  — 개혁 시도도 안 한 거군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만들어오라고 하더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되돌려보냈잖아요. 국민 눈높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쪽으로 가 있으면 본인이 설득을 해야지요.”
 
  — 극도의 포퓰리즘이네요.
 
  “그렇죠. 문제는 극도의 포퓰리즘보다 더한 포퓰리스트가 지금 오고 있다는 겁니다.”
 
 
  ‘음식점 총량제’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 충격적인 발언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음식점 총량제’ 발언도 그중 하나다. 10월 27일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에서 열린 전국 소 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에서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해서 못 하긴 했는데 총량제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 음식점 총량제라는 게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는 얘기인가요.
 
  “슬로건이 ‘이재명은 합니다’잖아요. 수단·방법 안 가리고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근데 그 이야기를 어디서 했어요? 자영업자 간담회였어요. ‘당신들은 들어와 있으니 앞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막아줄게, 그 사람들한테 권리금 받게 해줄게’ 이 얘기거든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기분 좋게 해주려 한 얘기인 거예요.”
 
  — 일종의 매표(買票)군요.
 
  “똑똑한 매표는 아닌 게 거기 가서 이야기하면 언론에 나오잖아요. 밀실에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니까요. 전 국민이 알게 되지요.”
 
  — 시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총량제가 되면 음식점 면허를 거래하게 됩니다. 권리금이 엄청 올라가겠지요. 그 비용은 다시 다른 곳으로 전가가 되고요.”
 
  — 논란이 되자 해명하면서 자영업자들을 ‘불나방’이라 표현했지요.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왜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걸까요? 불나방이라니요. 우리나라 경제에서 제일 취약한 부분이 자영업이에요. 저부가가치 서비스업, 음식 소매, 사람들이 먹고살 게 없으니 거기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만들어주기 위해 경제를 어떻게 잘 운영할 것인가, 그래도 자영업에 들어온다면 준비해서 들어가도록 어떻게 정부가 도울 것인가 고민해야죠.”
 
 
  현실성 없는 기본주택 공약
 
  윤 전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일 나쁜 점은 그 주장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이 아니에요. 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거예요. 은퇴하고 왜 너도나도 닭을 튀기겠어요.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적당한 게 있으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잖아요. 우리 경제에서 제일 아픈 문제 중의 하나를, 거기 있는 사람 기분 좋으라고 그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그는 이재명 후보와 ‘기본소득 공약’을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이재명 후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MIT 교수도 기본소득에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두 학자는 부부다.
 
  윤 전 의원은 해당 교수들이 선진국엔 기본소득이 필요 없다는 전제를 달았다는 걸 알려줬다. 이 후보는 아프리카 국가의 공약을 대신 주장해준 게 아니다. 한국은 두 학자의 설명대로라면 기본소득이 필요 없는 나라다. 이 후보의 주장은 서점에 가서 책만 한 번 들춰봐도 단박에 들통날 거짓말이었단 얘기다.
 
  —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 외에 역세권 기본주택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역세권에 30년간 살 수 있는 임대주택 100만 호를 지어 공급하겠다네요.
 
  “그렇게 좋은 일을 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안 했겠어요. 어마어마하게 돈이 들어가니, 그 돈을 여기 쓰는 게 맞나, 이런 문제 때문에 어떤 나라도 그걸 안 한 거예요. 이 후보는 그걸 합리화하려 ‘나랏돈 하나도 안 들어가게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꼬이기 시작해요. 현실성이 없어요.”
 
  — 임대주택 공급에 특별한 신념이 있는 걸까요.
 
  “성남시장 시절인 2013년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이렇게 얘기해요. ‘임대주택은 적자라 안 짓는다.’ 세상의 어떤 정치인도 빈민을 위한 임대주택을 적자라 안 지을 거라고 쉽게 말하지 않아요. 적자인 걸 알면서 사회적인 목적을 위해 짓되, 적정 규모를 고민하는 거잖아요.”
 
 
  ‘바보이거나 썩었거나’
 
  — 이 후보의 공약에 공감하는 분들도 있어요.
 
  “굉장히 순발력 있는 포퓰리스트인 거예요.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전체 경제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에 대한 식견이 없으니, 자리자리마다 말을 막 던지는 거죠.”
 
  — 그걸로 경기도지사까지 올라갔잖아요.
 
  “경기도 살림을 얼마나 잘 했는지는 봐야 돼요. 대장동 개발 보고 누가 이 후보를 유능하다고 생각하겠어요. 수익이 얼마만큼 나는지에 따라 회수를 결정하는 건 민간과의 계약에서는 당연한 거예요.”
 
  — 본인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라고 말하던데요.
 
  “진중권씨가 그랬지요. 전체 구조를 이 후보 본인이 설계했다고 하니, 최소한 배임이거나 단군 이래 최대의 비리라고요. 그 말이 맞다면 둘 중 하나인 거죠. 바보거나 썩었거나.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걸 보니 그분은 바보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 같아요.”
 
  —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나고 홍준표 의원이 그랬죠. ‘이번 선거는 지는 사람이 감옥에 가는 선거다.’
 
  “저는 중요하다고 봐요. 이번 선거처럼 여야 후보들이 다 상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한 선거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이번 선거의 특성이에요.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는 건 검사잖아요. 근데 대통령으로서 상대를 감옥에 보내겠다고 약속하는 건 구태예요. 검찰을 움직이겠다는 겁니까.”
 
  —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직후부터 검찰 개혁을 외쳤는걸요.
 
  “우리나라가 문재인 정부하에서 옛날로 회귀한 거예요.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는 청와대 실(室)마다 법률전문가를 둬서 대통령의 통치 행위가 법을 지키는지 보겠다고 약속했어요. 무소불위(無所不爲)적인 대통령을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좋은 얘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감옥 보내겠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아직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대통령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관성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아요.”
 
  — 차기 정권이 출범하면 살펴봐야 할 건 철저히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울산시장 선거나 월성 원전 같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요. 국민들이 의심하는 건 철저히 보겠습니다, 그렇게 얘기해야죠.”
 
 
  수습의 시간
 
  —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에, 차기 정부는 누가 되든 고통스러운 세월을 감내해야 한다고 썼지요.
 
  “이젠 전 세계적으로 수습의 시간이에요. 돈을 엄청 풀어놔서 이제는 수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에요. 엄청나게 풀린 돈을 어떤 식으로 충격 없이 거둬들이느냐 이게 핵심이에요. 중요한 건 망할 만한 기업들을 이제까지 살려놨다는 거예요. 그건 경제에 있어 활력이 떨어졌다는 얘기예요.”
 
  —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걸 말하는군요.
 
  “근로자들을 자르지 않도록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대줬어요. 이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나쁜 보조금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고용은 안 늘어나고 체질만 나빠지거든요. 이제 모든 나라가 인공호흡기를 떼는 단계인데, 우리는 고령화 때문에 구조개혁 과제도 너무 많은 거예요.”
 
  — 연체료까지 더해진 청구서가 돌아오는군요.
 
  “여기에 코로나19 기간에 산업 지형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걸 맛봤잖아요. 플랫폼 기업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재택(在宅) 문화가 정착됐지요. 앞으로 노동시장은 재택 할 수 있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나뉠 거예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여러 격차가 나타날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사회를 통합시키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해요.”
 
  — 노동시장 혁신이 필요하겠군요.
 
  “사람들이 회사를 옮기기 위해 잠깐 쉬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해야 해요. 그러려면 안전망이 굉장히 좋아져야 해요. 실업급여를 실질적으로 더 많이 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겁이 날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보다 돈이 엄청 더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 재교육도 필요하겠군요.
 
  “국가에서 교육과정도 잘 준비해야 하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쓸 수밖에 없는 돈이에요. 이렇게 빨리 변하는 시기에 국가가 돕지 않으면 사람들은 겁이 나서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돈 쓸데는 많고 사회는 너무 빨리 변하고, 우리는 구조 개혁할 게 너무 많고 초고령화는 코앞이고 정말 어려운 상황이에요. 다음 정부는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 거예요.”
 
 
  차기 정부에 나라 명운이
 

  — 다음 정부의 책임이 막중하군요. 나라의 명운(命運)이 달렸네요.
 
  “어쩔 수 없어요. 누가 되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없는 정권이에요. 그러면 정직하게 국민에게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한 거죠. 우리가 어떤 나라를 지향하는지, 당장 5년 동안 엄청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그곳으로 가는 과정이다, 지금 힘들다고 미루면 더 큰 고통이 따를 거다, 이걸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야 해요. 차기 정부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을 해내야 해요.”
 
  — 포퓰리즘의 시대가 5년 더 이어지면 나라가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진짜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있나요.
 
  “그렇게 된다는 데 한 표를 던집니다.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는 건, 정부가 국가 자원을 자기 패싸움하는 데 쓰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민간 부문이 발달했기 때문에 완전히 망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정부 부문이 점점 중요해지는 추세예요. 코로나19 이후의 수습 과정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스마트해야 해요.”
 
  — 베네수엘라처럼 된다는 게 그런 의미라면, 우리는 벌써 베네수엘라에 다가섰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재명 후보는 개혁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성장이 중요하다며 갑자기 박정희 대통령을 언급해요. 21세기에 무슨 국가 주도 성장을 해요. 그러면서 내놓는 정책은 지그재그입니다. 자영업자 총량제, 기본소득, 토지공개념, 막 던져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혹할까만 생각하는 거예요. 우리는 어떤 나라로 가야 하고 어떤 계단을 밟아갈 거란 청사진은 없어요. 그런 나라가 베네수엘라처럼 되는 거죠.”
 
  — 큰일이군요.
 
  “나라 곳간이 꽉꽉 차 있다니요. 정부 적자가 100조원인데요. 다행스러운 건 젊은 사람들이 잘 안 넘어가요. 그 빚을 자신들이 다 갚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막 던진다고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베네수엘라처럼 될 수 있어
 
  — ‘벼락거지’ 사태에 절망한 일부 젊은 층 중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던데요? ‘이렇게 된 이상 이재명을 뽑아서 다 같이 거지 되고 잿더미에서 새출발하자.’
 
  “깊이 절망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도자들이 잘 하지 못한 나라들이 주기적으로 정권을 뒤집었잖아요. 그런 나라 중에 잘된 나라가 있나요? 국가와 사람의 삶이 나아진다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합니다. 한 큐에 뒤집을 순 없어요. 우리는 그런 나라가 아니에요.”
 
  — 불과 4년 동안 자산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으니까요.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겨우겨우 쌓아온 나라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든 게 자산 격차예요. 이 정부의 죄지요. 어쩔 수 없었다? 뭐가 어쩔 수 없어요. 노무현 정권 때와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잘못을 해서 똑같은 결과를 가져왔잖아요.”
 
  — 놀랍도록 똑같았지요. 공급 줄이고, 세금 올리고, 거래량 줄이고, 정확히 주택 가격이 상승할 정책만 골라서 했어요.
 
  “노무현 정권 초반기가 그랬거든요. 상승기에 임기가 시작됐어요. ‘공급을 늘려야 하는구나’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이분들은 정확히 반대로 했어요. 이분들 머릿속 회로로는 문제가 생기면 해법을 찾는 게 아니라 희생양을 만들어요. 그 점에서 똑같다는 거예요. 김현미 장관 취임 일성이 이거였어요. ‘투기꾼들 때문이다.’”
 
  — 거의 매주 부동산 규제가 쏟아졌지요.
 
  “그들의 씻을 수 없는 잘못은 수십 년 전도 아니고 불과 십몇 년 전에 똑같은 잘못을 해놓고 똑같은 인간들이 이번에도 똑같이 행동했다는 거예요. 이건 국민의 삶을 위해 해법을 찾는 게 아니고, 자기들 이데올로기 싸움, 자기 패거리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편 거예요. 결과적으로 부동산이 이렇게 돼서 정권도 힘들어졌지만 진성 팬들은 여전하잖아요.”
 
 
  시급한 과제, 부동산
 
  — 소주성 실험은 세계 경제사에 흥미로운 사례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OECD도 그랬잖아요. 선진국 규모의 경제에서 최저임금을 이렇게 큰 폭으로 올리는 건 위험하다고요. 경제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를 수 없거든요. 실행에 옮겨서 난리가 났으면 책임을 져야지요.”
 
  —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엔 자신이 잘못했다고 하는 사람이 어째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홍장표 전 청와대 수석이 5월에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으로 갔어요. 그분은 청와대 경제수석과 소득주도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분이에요. 정책이 실패했으면 집에 가셔야지 왜 KDI로 갑니까. 무슨 염치로 계속 주요 보직에 있는 거죠? 국민의 삶이 힘들어졌는데 왜 아무도 그 책임을 안 지나요?”
 
  그러고 보니 현재 경제 상황에 책임이 있는 홍남기 부총리는 3년이나 장수하고 있고, 김동연 전 부총리는 이번엔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다.
 
  — 차기 대통령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뭘까요.
 
  “역시 부동산이에요. 국민들이 너무 화가 나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해결하겠다는 희망을 줘야 해요. 그다음엔 산적해 있는 개혁과제들을 풀어나가야지요. 윤석열 후보가 국민에게 소환된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규범이 무너져서 사람들이 마음 놓고 경제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 둘째, 사회 내부에 증오가 넘치니 원칙을 바로 세워 국가를 통합하자.”
 
 
  윤 후보는 소탈한 사람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윤 전 의원의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 상식에 기초해 진영 논리를 끝내달란 거군요.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를 좋아했던 이유는, 뭘 해도 지지부진한 나라에서 이 사람이 하면 그래도 뭐라도 할 것 같은 매력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대장동 개발 건이 터진 거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제대로 수순을 밟지 않는 사람에겐 이런 문제가 생기는구나, 유능함도 없구나’… 이재명 후보에겐 치명적이에요.”
 
  — 윤석열 후보를 만나 보니 어떻던가요.
 
  “소탈하다고 할까, 중산층 가정에서 반듯하게 잘 자란 분 같아요.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 거죠. 이재명 후보는 어느 자리에 가든 밑도 끝도 없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막 던지잖아요. 이분은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 윤 후보 스스로 《정책의 배신》을 읽었다고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열심히 읽고 와서 자기 생각을 피드백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기본적인 원칙을 존중하는구나, 전문가에게 피드백을 받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윤 전 의원은 인터뷰 내내 ‘책임’과 ‘메시지’를 언급했다.
 
  “메시지 파워를 잃어버리는 것보단 국회의원 배지를 잃어버리는 게 저에겐 더 나아요. 결국 저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니까요. 자신이 한 일에 책임지는 정치권, 사회가 되었으면 해요.”
 
  세상이라는 바둑판 위에서 그저 한 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멋진 대국을 위해 자신의 돌을 포기할 줄 아는 이들이 있다. 후자는 대개 위인전을 열면 만날 수 있다. 윤 전 의원의 한판이 어떻게 끝날지 아직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제 우리도 동시대에 사는 정치인 중 자신의 돌을 포기한 이를 한 명 알게 됐다는 점이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시대에 그가 어떤 수를 놓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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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병일    (2021-11-25) 찬성 : 8   반대 : 0
윤의원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꼭 나오시기 바랍니다.
국민들이 가장 관심있게 국가의 비젼을 듣고 생각하는 때가 대통령후보가 공약을 설명할 때입니다.
정의와 공정, 책임이 무엇인지, 어렵지만 감내하고 이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다시한번 알려 주시고 도약할 수 있게 앞장서 주십시오.

20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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