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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전의 현대차는 잊어라! 체질을 싹 바꾼다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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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영업이익률 2.3%(2020년)에서 6.1%(올 상반기)로 급증
⊙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수소
⊙ “사람을 위한 혁신 아니면 의미 없다”
⊙ 정주영의 개척자 정신 계승은 앞으로도 계속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2018년 9월에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을 맡은 그는 지난해 10월 14일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부친인 정몽구 회장은 자연스레 명예회장으로 물러났고, 현대가(家) 3세 시대가 열렸다.
 
  그의 회장직 승계는 당연한 순서였다. 수석 부회장 시절부터 사실상 회장 역할을 했고, 현대차와 기아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일찌감치 경영 수업을 했다. 왕좌에 오를 타이밍만 남겨뒀던 그였던 만큼 정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 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현대차를 더는 자동차 메이커사가 아닌 인류의 삶과 행복, 진보와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그의 꿈을 하나하나 실현시켜나가고 있다.
 
 
  현대차 순익 1조9000억원대(2020년)에서 3조5000억원대(올 상반기)
 
  ‘경영자 정의선’에 대해 외부의 기대는 크다. K.C.크레인 《오토모티브뉴스》 발행인은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정몽구 명예회장이 헌액돼 정의선 회장이 대리 수상을 했을 때,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고, 그룹의 미래 방향성은 고객, 인류, 미래, 그리고 사회적 공헌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일본 《닛케이산업신문》은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기존 자동차 메이커의 틀에 놔두지 않고 폭넓은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의 경영 실적은 그에 대한 기대가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현대차는 2020년 매출 103조9000억원대, 영업이익 2조3000억원대를 기록했고, 기아는 매출 59조1000억원대, 영업이익 2조원대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현대차는 2020년 매출의 절반을 상회하는 매출 57조7000억원대, 기아는 매출 34조9000억원대를 올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양사 모두 영업이익률이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는 점이다. 2020년 매출 대비 2.3%였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 6.1%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매출 대비 3.4%였던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올 상반기에 7.3%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2배가량 늘었다. 2020년 1조9000억원대였던 현대차의 순익은 올 상반기 3조5000억원대, 2020년 1조4000억원대였던 기아의 순익은 올 상반기 2조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의 메카인 북미 시장과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올 1~9월)는 작년 동기보다 13.3% 늘었고, 유럽에서는 무려 28.3%가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SUV와 고급차, 고성능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는 와중에 일궈낸 실적이라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정의선의 4대 화두
 
201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에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당시 수석 부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정의선 시대’ 이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대차·기아가 다른 회사와 전략적 협업을 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일이 늘었다는 점이다. 최근 3년 동안 현대차는 미국, 영국, 중국, 스위스, 핀란드, 이스라엘, 싱가포르는 물론 국내의 LG, SK, 포스코 등과 50여 건 이상의 협업(혹은 투자)을 했다. 한 달 사이에 4~5번 협업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 체질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정 회장의 결단 때문이었다.
 
  정의선 회장의 화두는 명확하고 뚜렷하다. 그는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 비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로봇 회사 인수를 깜짝 발표했다. 대상은 세계 최고의 로봇 기업인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였다. MIT에서 분사 형태로 창립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00년에 로봇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며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2015년에는 상업용 로봇인 ‘스팟(Spot)’ 시제품과 바퀴 달린 로봇을 공개하는 등 물류, 건설, 에너지 분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지분 80%를 인수하는 데 투입한 비용은 1조원대로 정 회장이 취임한 후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다. 정 회장의 개인 자본까지 투자됐다는 것은 그의 로봇 분야에 대한 강한 도전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미래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
 
  자동차 회사가 로봇 회사를 인수한 것에 대해 세간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언뜻 봐서 접점이 없어 보여서다. 하지만 현대차는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말한 바로는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경제·사회 활동 전반이 콘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이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간단한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분야에서의 서비스 로봇 수요도 앞으로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의 미래를 현실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회사가 바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였다. 회사는 이미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 인지, 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가 차세대 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로봇 기술은 필수다.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 확장이 가능하다.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도 구축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토대다.
 
 
  정주영·정몽구 정신 위에 정의선 색깔 입힌다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정몽구 정신을 계승할 뜻을 밝혔다. 고 정주영 선대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은 조부와 부친에 대해 각별한 정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정신 위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1년 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범현대그룹 창업자인 고(故) 정주영 선대회장과 현대차그룹을 세계 톱5 회사로 성장시킨 정몽구 명예회장의 경영 철학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두 분의 숭고한 업적과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더 나아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미래를 열어가는 여정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안 되면 되게 만드는’ 창의적인 그룹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힘을 모으면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되면 되게 만드는’이라는 문구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하긴 해봤어?”를 연상시킨다. 오늘날 널리 회자하는 정 선대회장의 이 말은 직원들이 처음 접하는 사업에 우려하며 난색을 보일 때마다 그가 했던 말이다. 그는 “길이 안 보이면 찾고, 없으면 만들어라”고 했고, 직원들이 반대하면 “당신 해봤어?”라고 물었다.
 

  정의선 회장은 여전히 현대차그룹의 정신이 이 말에 녹아 있다고 믿는다. ‘정의선 시대’는 여기에 ‘미래’를 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룹 회장이 되기 전인 2019년 새해 메시지에서도 그는 “현대차가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나가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해야 한다”고 했다. 2020년에는 “현대차그룹의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핵전쟁 후 혼돈에 휩싸인 지구에 복제인간이 잠입하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는 1993년 작품임에도 상상 속 미래 도시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암울한 거리에 거대한 전광판, 하늘로 날아다니는 곡선 모양의 자동차들이 현실이 되겠느냐는 시각이 많았다.
 
 
  2019년부터 미래 모빌리티 구상
 
  정의선 시대의 화두인 ‘도심공항모빌리티’는 더는 상상 속의 모습만은 아니다. 그는 그룹 총괄 수석 부회장을 맡은 2년 동안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재편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이 개최됐다. 정부 관계자, 미국의 도시개발 건축가,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 등이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을 공유하는 자리다. 기조 연설자였던 정 회장은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개발 철학은 인간 중심’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저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혁신적 모빌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갖게 됐다. 도시와 모빌리티는 우리 인간을 위해 개발되고 발전한 만큼, 현대차는 보다 넓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럼이 열린 지 일주일 뒤에 현대차는 미국 LA에 ‘모션랩’ 법인을 만들었다. 카셰어링 서비스, 로보택시, 셔틀 공유, 다중 모빌리티 서비스 등 첨단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사업을 실현할 회사다.
 
  차세대 도시에 걸맞은 모빌리티를 구현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뜻은 해를 거듭할수록 구체화했다. 정 회장은 2019년 말에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로 전환해 2025년에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3대 자동차 제조 기업으로 도약할 뜻을 밝혔다. 자동차는 개인용 비행체(PAV), 로보틱스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키로 했다. 여기에 플랫폼 기반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해 고객에게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하겠다는 포부였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우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연기관 생산업체에서 탈피해야 했다. 현대차는 과거 물량을 확대했던 전략을 던지고 내연기관과 전동차, 시장과 차종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내다보기로 했다. 핵심은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의 글로벌 판매를 총 67만 대까지 확충키로 했다. 또 2021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전용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2년 전 약속은 현실이 됐다. 최근 제네시스는 전기 전용차 ‘GV60’을 내놨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자동차와 정비, 관리, 금융, 보험, 충전 등 주요 서비스를 결합해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키로 했다.
 

 
  ‘완전 자율주행’ 가능한 기술 이미 개발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전통의 자동차 메이커사가 아닌 인류에 도움을 주는 회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더 편하게, 더 아름답게, 더 효율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에 대한 꿈은 실현 막바지에 와 있다. 정의선 회장은 자율주행 부문도 미래의 사업군으로 낙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e)는 5대 5로 지분을 투자해 ‘모셔널’을 만들었다. 회사 이름인 모셔널은 ‘운동’ ‘감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모션(motion)’과 ‘이모셔널(emotional)’을 결합해 만들었다. 현대차 측이 말한 바로는 ‘모션’은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기술로 이뤄낸 자율주행차의 움직임을, ‘이모셔널’은 안전과 신뢰에 기반을 둔 인간 존중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뒀고, 최근 우리나라에도 거점을 마련했다. 서울 거점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테스트 역할을 맡게 된다. 두 회사가 합작 법인까지 만든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서다.
 
  모셔널 CEO인 칼 이아그넴마는 “앱티브의 첨단 기술과 현대차의 자동차 연구개발, 제조 분야 리더십이 결합된 우리의 DNA는 사람들의 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가 이동수단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소비자는 더 많은 신기술을 요구한다.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기술이 일상생활에 접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모셔널은 2015년에 완전 자율주행차로 미국 대륙을 횡단했고, 2016년에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에서 로보택시 시범 사업을 했다. 일반 소비자들과 거리가 있는, 자신들만을 위한 기술력 개발이 아니었다. 모셔널은 2018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10만 회 이상 고객에게 제공됐고, 탑승자의 98%가 서비스 만족도 만점을 줬다고 한다. 현재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 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는 4족 보행 로봇이 돌아다닌다
 
현대차가 인수한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사’의 첫 번째 작품,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의 모습.
  정의선 회장은 지난 6월에 미국으로 출국해 보스턴에 있는 ‘모셔널’ 본사를 찾았다. 현대차그룹의 투자 발표 후에 정 회장이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올해 새해 메시지에서 강조한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정의선 회장은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현황과 로보택시 추진 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현지 임직원들과 사업 영역 고도화 및 시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모셔널이 개발 중인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을 적용한 ‘아이오닉 5’를 직접 테스트했다.
 
  이후 그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챙겼다. 지난 9월에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첫 번째 협력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산업 현장의 위험을 감지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이었다. 기아의 오토랜드 광명 내에서 시범 운영도 시작했다. 이 4족 보행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이동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과 계단 등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특히 유연한 관절의 움직임을 활용해 사람의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까지 파악할 수 있다.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은 근무자들이 퇴근한 새벽 시간에 정해진 영역을 자율적으로 이동, 점검하며 새벽 순찰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안전 환경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수소 불모지’에서 피어난 ‘수소 사랑’
 
  정의선 회장의 마지막 화두인 ‘수소’는 그가 아주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것이다. 국내외 소셜네트워크를 대상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정의선’의 연관 검색어로 ‘수소’가 나올 정도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그룹 최고 경영자의 연관 검색어가 수소인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현대차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현재의 수소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단기간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간과 비용 면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가 있어서다. 하지만 정 회장의 생각은 확고하다. 그는 그룹 내에서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수소 기술이 수익을 창출한다는 생각보다는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들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태초의 청정에너지 수소는 미래와 지구, 인류를 위한 솔루션이다.
 
  현대차가 수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8년 수소연료전지 개발 조직을 만들면서부터다. 당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수소전기차에 관심은 컸지만 불확실한 전망과 수익성 때문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많은 이에게 수소는 불모지로 인식됐지만, 현대차그룹은 대규모의 자원과 인재를 수소 기반 기술 개발에 투입했다. 결국 승용과 상용 모두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시대를 열었다.
 
  정의선 회장은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기간에 설립된 글로벌 CEO 협의체 ‘수소위원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19년 1월에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을 맡으며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 협력하는 글로벌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는 등 국경과 민관을 초월한 공조를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10월에 프랑스 ‘에어리퀴드’, 다국적 에너지기업 ‘엔지’ 등과 프랑스 내 수소전기차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사우디 아람코와도 수소에너지와 탄소섬유 소재 개발 분야에서 협업(2019년 6월)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 트럭은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상용차 박람회에서 ‘2020년 올해의 트럭 혁신상’을 받았다.
 
  현대차의 ‘외길 수소 사랑’은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중국, 스위스, 사우디, 크로아티아는 물론 국내 업체들도 현대차에 손을 내밀었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12월 수소연료 발전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기로 했고, 포스코, SK 등도 수소생태계 확대 방안을 위해 협력기로 했다.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업체로 도약”
 
정의선 회장은 ‘수소차’에 이어 ‘수소 도시’ ‘수소 사회’를 언급하며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정의선 회장의 시선은 더는 ‘수소차’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는 ‘수소 도시’ ‘수소 사회’를 언급한다. 현대차는 지난 9월에 ‘2040년 수소에너지의 대중화’를 선언했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8%는 수소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시장 규모는 2700억원대(2조5000억 달러),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는 60억 톤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고비용 문제로 외면받았던 수소에너지는 최근 불거진 기후 문제로 인해 세계 각국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독일은 2020년 6월에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하고 연방정부 차원에서 수소 시장 개발에 나서고 있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같은 해에 전 산업 분야에서 수소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같은 해 10월에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에서 ‘2025년 수소전기차 누적 100만 대 보급’ 목표를 설정했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는 미국 교통·환경센터가 2035년까지 수소버스 1만7000대 도입 등을 공개했다. 이들보다 훨씬 앞서서 수소를 연구해온 현대차는 “204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인류가 환경재앙을 극복하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솔루션 중 하나가 확실하다. 일부 국가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수소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기는 쉽지 않지만, 현대차그룹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소 사회를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은 부하가 아닌 나의 고객”
 
  올해 쉰하나인 정의선 회장은 젊은 경영인이다. 그는 상황에 따라 경쟁 자동차 회사와 손을 맞잡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업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조직원들에게도 일방적인 충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는 ‘내부 구성원은 회사의 고객’이라고 규정했다. 과거 사내 포럼에서는 “저는 여러분을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감동을 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임원 워크숍에 참석해서는 거북선과 이순신 장군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거북선은 위에 쇠못이 있고, 용두에서 연기가 나고 포를 발사하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외부의 완벽한 설계가 있지만 내부에는 수군이 쉴 수 있는 공간도 갖춰져 있어 놀랍다고 소개를 했단다.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부리는 병사’가 아닌 ‘고객’으로 배려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수석부회장 재임 시절부터 조직문화를 바꾸고 있다. 유연 근무제, 복장·점심시간 자율화, 자율 좌석제, 직급 체계 통합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지난해 정의선 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 현대차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그가 이끌어갈 현대차의 미래를 향한 여정에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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