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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가 말하는 외교관의 언어

“외교에서 언어는 곧 힘이다”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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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전은 국격이다
⊙ 영부인이 대통령보다 앞서 걷는 것은 무지의 소치
⊙ 역대 정부 중 문재인 정부가 외교를 제일 못 한다
⊙ 방문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 국기를 올리는 실수를 하는 것은 의전이 아닌 행사로 보기 때문
⊙ 文 정부는 외교부를 배제하고 청와대가 모든 의전을 기획하는 데서 실수 반복
최병구 전 노르웨이 대사. 사진=최병구 전 대사 제공
  최근 주한(駐韓)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막말 파문이 도마에 올랐다.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는 한 언론사 기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해 본국으로부터 귀국 명령 조치를 받았다.
 
  외교언어는 민감하다. 잘못된 말 한마디가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대부분의 외교관이 말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해당 파견 국가의 대통령 등에 반박하는 행위는 외교에서는 큰 실수라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외교언어》라는 책을 펴낸 최병구 전 노르웨이 주재 대사는 외교관의 막말에 대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을 하대하는 자세에서 이러한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대사는 1978년부터 2014년까지 36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일해왔다. 최 전 대사는 미국·영국·이스라엘·노르웨이·베트남·필리핀 등지에서 근무했고, 브루나이·노르웨이 주재 대사 등을 역임했다.
 
  그를 만난 것은 지난 8월 3일 경기도 인근 한 카페에서였다.
 
  ― ‘외교언어’와 관련된 책은 국내에 별로 없는 것 같던데요.
 
  “네, 아마 외교언어에 초점을 맞춰서 쓴 건 한국에서 처음일 겁니다.”
 
  ― 외교언어를 주제로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현직 외교관들도 외교언어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 이런 책이 나오길 기다렸는데 결국은 제가 쓰게 된 거죠. 외교언어에 대해선 현장에서 체험해보지 않으면 쓰기 어렵죠. 저의 36년 현장 생활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책을 쓴 겁니다. 그리고 지금 정부는 외교언어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대한민국 위상 추락시키고 있어”
 
2011년 8월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최병구 브루나이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무슨 뜻인가요.
 
  “예를 들어 외국에 있는 A라는 사람이 다양한 표현을 써가면서 말을 했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외국어로 말했으니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죠. A의 말 이면에 담겨 있는 뜻을 직업 외교관들은 알 수 있죠. 그런 내용을 책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조금 다른 얘기입니다만 2019년 12월 한중(韓中) 정상회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통상 정상회담을 하면 외교부에서 해당 국가의 담당 국장이나 그 나라 언어를 아는 사람이 배석하게 됩니다. 그런데 당시 정상회담 배석자를 보니 외교부 직원들은 배석하지 않고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배석했더라고요.”
 
  ― 관련 의제가 있으면 일자리수석이 배석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물론 의제가 있으면 배석할 수도 있죠. 그러나 당시에는 일자리 관련 의제가 없었습니다. 중국 측은 외교부 부부장과 그 밑에 한국 담당 전문가가 배석했어요.”
 
  ― 중국이 한국 담당 전문가를 배석시킨 이유는 뭐라고 봅니까.
 
  “간단하죠. 우리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죠. 보통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전문가들은 해당 국가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고, 그 나라의 언어뿐만 아니라 정치·경제 등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해당 국가 지도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하는지 바로 간파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는 일자리수석이 참석했으니 말이 되는 겁니까.”
 
  ― 외교부를 배제한 거네요.
 
  “그렇죠. 지금 문재인 정부는 대외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외교부는 참여도 시키지 않을 겁니다. 대외정책뿐입니까 해외 순방을 갈 때도 청와대 참모들이 다 알아서 진행하고 외교부는 아예 손도 못 대게 한답니다.”
 
  ―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하면 외교부에서 의전을 담당하지 않나요.
 
  “통상 그렇죠.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게 되면 외교부 의전장이 모든 지휘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교부의 전문가들이 의전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의전장이 총괄하는 것이 아니라 청와대에서 모든 것을 하니 의전 실수가 계속해서 나오는 거죠.”
 
  ― 문재인 정부의 의전 실수에 대해 어떻게 보셨나요.
 
  “지금까지 벌어진 문재인 정부의 의전 실수는 기본 중의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는 겁니다. 정말 수치스러운 실수예요. 이는 실수에 대한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의 문제입니다. 순방 국가의 국기를 몰라서 다른 나라 국기를 게재하고, 다른 나라 대통령 사진을 마음대로 잘라내는… 그런 결례가 어디 있습니까.”
 
  최 전 대사가 말한 국기를 잘못 게재한 사건은 지난 6월 15일 청와대가 오스트리아에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소식을 소셜미디어로 전하면서 독일 국기를 올린 것이다. 또 청와대는 같은 달 12일 영국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단체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사진에서 삭제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바 있다.
 
 
  “의전이 아니라 행사를 기획”
 
2019년 9월 6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라오스를 떠날 때 공항에서 열린 환송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문 대통령보다 몇 발짝 앞서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 공개되자 의전 실수라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 왜 이런 기본적인 실수들이 반복되나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의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를 기획하기 때문입니다. 탁현민이 청와대에서 설치기 때문입니다. 의전을 모르는 사람이 의전을 관리하니까 당연히 실수를 하죠. 탁현민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의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더군요. 의전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 의전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국내에서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얼굴이고, 해외 나가면 그 나라의 국격이죠. G10인 나라에서 정말 기본적인 실수를 연달아 하고 있으니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갈수록 추락시키는 거죠.”
 
  ― 라오스 순방 때도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보다 앞서 나가는 실수를 했죠.
 
  “정말 무식해서 저지른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외교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본 중의 기본이죠. 아무리 영부인이라고 해도 의전 서열 1위인 대통령보다 앞서 걷는 경우는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외교를 망치는 것입니다.”
 
  ― 이런 모습이 공개되면 해외에서 뭐라고 할까요.
 
  “공개적으로 뭐라고 하지 않겠죠. 근데 뒤에서는 얼마나 비웃겠습니까. 정말 코미디 중에 이런 코미디가 없습니다. 정말 다시는 우리 외교사에서 나와서는 안 될 장면 중 하나입니다. 김정숙 그분도 정말 다시는 이러면 안 됩니다.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잖아요.”
 
 
  “보은 인사가 대한민국 외교를 망칠 수도 있어”
 
  ―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면 현지 대사관들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다른 나라들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정상회담을 하면 보통 현지 대사를 배석시킬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현 정부에서는 대사관들이 역할을 전혀 못 하고 있어요. 유명무실한 거죠.”
 
  ― 외교관들이 근무지로 나갈 때 해당 국가에 대한 교육은 받나요.
 
  “지금은 모르지만 제가 일할 때까지는 교육이 없었습니다. 자기가 다 알아서 공부해야 하고 스스로 찾아서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선이 끝나고 보은 인사로 파견되는 대사들의 경우 그 나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많죠. 외교적인 능력이 전혀 없어요.”
 
  ― 그럼 대사들은 전문 외교관이 가는 것이 맞겠네요.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수혁 주미 대사를 보십시오. 그 사람도 외교관 출신인데 아무런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이런 국가들은 오히려 유명 정치인이 가는 것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있어 보면 다른 나라들은 총리급 인사가 대사로 오곤 합니다. 그렇게 고위 공무원들이 와주면 좋을 때가 있습니다.”
 
  ― 중국의 경우 장하성 전 대통령 정책실장이 나가 있는데요.
 
  “반대의 경우죠. 장하성 대사는 중국어도 못 해 그렇다고 외교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정말 보은 차원의 인사로 간 경우죠. 모든 정부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특히 현 정부가 이상하게 하는 거죠.”
 
  ― 그럼 보은 인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가요.
 
  “그거야 대통령의 마음이죠. 그 사람이 해당 국가에 적합하다면 보은 인사도 맞는데 적절하게 잘 배치해야 한다는 거죠. 잘만 배치한다면 큰 성공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이것을 잘 못 하고 있어서 문제죠. 문재인 대통령이 한 보은 인사가 대한민국을 망칠 수 있어요.”
 
  ― 보통 외교관들이 해외 나가서 말실수를 많이 하나요.
 
  “거의 안 하죠. 물론 일부러 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중국은 실수라기보다 그냥 막말에 가까운 수준의 발언을 하죠.”
 
  ―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도 문제가 됐죠.
 
  “정말 이런 문제는 외교상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고, 외교관의 언어도 아닙니다. 중국 시진핑이 지시를 내려서 싱 대사가 그대로 전달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죠.”
 
 
  “中, 우리 국민 무시해서 나오는 행동”
 
2021년 7월 16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압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싱 대사의 발언이 중국 지도부의 뜻이라는 건가요.
 
  “그렇죠. 과연 싱 대사가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 없이 그런 반론을 했을까요? 절대 못 합니다. 특히 중국은요. 싱 대사는 중국을 믿고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을 그냥 하대하는 겁니다. 그러니 부임해서부터 그런 행동을 하죠.”
 
  ― 어떤 행동을 했습니까.
 
  “싱 대사가 지난 1월 30일 부임했는데, 2월 4일에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했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모든 대사는 파견국에 도착하면 해당 국가에 신임장을 제출하고 대통령이 승인해야 모든 활동이나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 신임장이 제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했네요.
 
  “그렇죠. 싱 대사는 입국 후 외교부에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기는 했지만, 정식 신임장 제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사로서 활동한 거죠. 이런 외교적 결례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까 정부가 부랴부랴 2~3일 만에 제정한 거죠.”
 
  ― 보통 신임장 제정은 얼마나 걸리나요.
 
  “보통 30~40일 정도 걸립니다. 그 정도가 보통 외교적 통례입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이 신임장을 받아주지 않아서 50일 정도 걸렸다고 하더군요. 근데 우리는 3일 만에 넙죽 받아준 거죠. 그럼 중국이 왜 이러겠습니까. 이런 외교적 결례는 우리 국민을 무시해서 하는 행동입니다. 그걸 문재인 정부가 제공하고 있고.”
 
  ― 중국이 해외에서도 외교적 실수를 많이 하나요.
 
  “뭐 나라마다 다릅니다만, 많이 하는 편이죠. 제가 노르웨이에서 근무할 때 중국대사관이 하도 실수를 하니 노르웨이 정부가 중국대사를 10번 넘게 초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정말 이건 외교 역사상 제일 많은 초치일 겁니다. 지금도 중국은 외교 무대에서 막무가내식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는 어떤 사건이 있었나요.
 
  “2020년 영국 주재 대사가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우리의 상대나 친구가 되지 않고 중국을 적대적 국가로 다룬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막말을 했죠. 또 같은 해 11월에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호주가 아프간 민간인을 살해했다’며 편집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문제가 됐죠. 이것으로 중국과 호주 관계는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 싱 대사의 행동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오만방자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외교관은 주재국에 대해 충고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싱 대사의 내정 간섭, 대선 개입 언행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궁금합니다. 문 정부가 취임 이래 보여온 비굴한 굴종적 자세가 이런 결과를 나은 원인입니다.”
 
  ―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나요.
 
  “네, 많았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중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중국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한미동맹은 냉전이 남긴 유산’이라는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됐죠. 이 밖에도 많습니다. 근데 이렇게 대놓고 현재 야권 유력 대선 후보를 향해 막말을 한 것은 처음일 겁니다.”
 
 
  “일본 외교관들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것”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망언을 한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 최근 일본 총괄공사의 막말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말이 외교관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 일본 외교관들도 이 같은 말실수를 많이 하나요.
 
  “일본 외교관들은 노련한 사람들입니다. 예전에도 만나보면 중국처럼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그럼 한국에서만 막말을 하는 건가요.
 
  “주한 일본 외교관들 사이에 반한(反韓) 감정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일본 외교관들의 반한 감정이 심한가요.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더 심해졌죠. 죽창가, 토착왜구 등의 발언이 나오고 기존 합의했던 사안들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그들로 하여금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거죠. 일본 외교관들도 엄청나게 답답할 겁니다.”
 
  ― 어떤 부분이 답답하다는 거죠.
 
  “본국에서는 한일 관련 현안들을 해결하라고 압박하지, 현지에서는 반일 감정이 더욱 고조되니 그럴 수밖에 없죠.”
 
  ― 일본공사의 부적절한 발언 배경에는 반한 감정이 깔렸다는 거네요.
 
  “그렇죠. 이건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일본 외교관 한 사람의 실수라고 보기에는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그들의 내면에는 반한 감정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부적절한 발언이 나오는 거죠.”
 
  ― 이 사건으로 외교부가 일본대사를 초치했고, 중국에 대해선 강력한 항의를 못 했네요.
 
  “그러니까요. 잘못하긴 마찬가지인데 일본은 대사를 초치해서 항의했고, 결국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는 귀국 명령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대해선 주의를 당부하는 차원으로 끝났습니다. 주의를 줬는지조차 의심이 듭니다.”
 
 
  “日 반대로 D10 가입 무산”
 
  ― 일본 입장에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네요.
 
  “당연하죠. 중국엔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 하고, 자신들에겐 대사까지 초치해서 결국엔 당사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일까지 벌어지니 일본 외교관들 입장에선 화가 나죠. 그런데 이를 표출할 수도 없고, 다른 곳에서 한국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겠죠.”
 
  ― 압력을 행사한다면 어떤 것을 말하는 건가요.
 
  “우리는 역사 때문에 일본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물론 과거엔 잘못했지만 외교 차원에서 볼 때는 일본과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합니다. 지난해 ‘D10’ 국가에 들어가려다 일본의 반대로 무산됐잖아요. 이런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일본이 압력을 행사한다는 거죠.”
 
  D10은 ‘민주주의 10개국(Democracy 10)’의 줄임말이다. 주요 7개국(G7) 국가에 한국·호주·인도를 더한 10개국을 지칭한다. 이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20년 5월, 5G 분야에서의 대(對)중국 대응 협력을 위해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언급된 바 있다.
 

  ― 당시 일본의 반대로 D10에 한국이 못 들어간 건가요
 
  “네, 원래 러시아까지 포함하려고 했어요. 근데 독일과 영국, 캐나다가 반대해서 결국엔 D10으로 가려고 했죠. 그런데 여기서 일본이 한국은 안 된다고 거부권을 행사했어요. 그 이후로 D10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 한국이 만약 D10에 들어갔다면 국제적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갔겠네요.
 
  “말해 뭐합니까. D10에 들어가는 순간 기존 대한민국 위상이 한층 더 발전하는 거죠. 그런데 일본의 반대로 무산된 거죠.”
 
  ― 일본이 반대한 이유는 뭡니까.
 
  “이유야 많죠.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어떻게 했습니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죽창가, 토착왜구… 뭐 다시는 지지 않겠다며 반일 감정을 키웠으니 당연히 일본 입장에선 한국에 좋은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하죠. 거기에 2017년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우리는 미국과 동맹이지 일본과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해버렸으니 일본 입장에서야 당연히 한국의 가입을 반대하죠.”
 
 
  “미국 언제든 우리나라를 떠날 수 있어”
 
  최 전 대사는 다른 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도 중요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는 계속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 미국과 한국은 이미 한미동맹으로 잘 유지되고 있지 않나요.
 
  “물론 아직까진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잘 유지되고 있죠. 그런데 그들이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겁니다. 특히 이번 정부처럼 미국과의 관계는 뒷전이고 북한과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펼친다면 미국은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 미국도 한국이 필요하지 않나요.
 
  “물론 필요로 하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과 미군 철수를 외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미국을 나가라고 주장한다면 그들은 미련 없이 돌아설 것입니다.”
 
  ―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요충지인데 쉽게 떠날까요.
 
  “아마 미국은 이미 미군 철수를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여론이 계속해서 미군 철수 쪽으로 간다면 한국을 포기할 것입니다.”
 
  ― 주한미군 철수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힘을 더 키워주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미국은 일본, 호주 등과 긴밀한 관계가 있기에 별로 아쉬울 건 없다고 봅니다. 1950년에 만들어진 ‘애치슨 라인’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은 뭡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맹국으로서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줘야죠.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과의 관계도 잘 풀어나가야 합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끝내는 일본의 편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본이 마지노선이기 때문이죠.”
 
  ― 일본과 관계 형성을 잘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면….
 
  “만약 전쟁이 터지면 일본에 있는 미군의 전력이나 일본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사적 문제가 남아 있긴 하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죠.”
 
  ― 만약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나요.
 
  “가장 먼저 북한이 밀고 내려오겠죠.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놓고도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주한미군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쟁이 나면 미국뿐만 아니라 그 동맹국까지 참전하면 북한에 승산이 있을까요.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북한이 내려오지 못하는 겁니다.”
 
 
  “北 중심으로 하나의 나라가 되길 꿈꾸는 사람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봅니까.
 
  “36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본 제 관점에서 말씀드리면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는 순간 자신의 체제가 망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포기하겠습니까. 안 합니다.”
 
  ―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거라고 합니까.
 
  “그건 본인의 바람이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만 관심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을 위해서라면 국제적 외교를 거의 포기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그 어린 김여정이 자신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데도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우리와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서라고 변명이나 하고 있습니다.”
 
  ― 최근에도 김여정이 성명을 냈는데요.
 
  “네, 언론에서 잘 해석했더라고요. 보십시오, 김여정이 한마디 하니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그룹 여기저기서 한미군사훈련 연기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나라입니까. 이 사람들은 북한 중심으로 한반도가 하나의 나라로 만들어지길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 왜 이러는 겁니까.
 
  “민족주의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거죠. 문재인 대통령 자체가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지난번 평양 갔을 때 자신을 남쪽에서 온 사람이라고 소개했잖아요. 이건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이고 전 세계 10위 안에 들어가는 대국입니다.”
 
 
  “36년 국가를 위해 헌신한 내 삶 후회스러워”
 
  ― 지금까지 외교적 실수를 많이 한 정부는 어느 정부인가요.
 
  “지금이죠. 이전 정부는 국익을 위해 실수인지 알면서 일부러 했어요. 근데 문재인 정부는 정말 기본적인 의전에서 실수하고 있으니 이건 정말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워요. 이런 것들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키는 거죠. 정말 후회스럽습니다.”
 
  ― 무엇이 후회스럽다는 거죠.
 
  “제가 36년간 국가를 위해, 또 국가의 위상을 높인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그래서 힘든 곳에도 불만 없이 가서 나라를 위해 일했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외교관이 그럴 것입니다. 외교관만이 위상을 높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헌은 했다고 봅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쌓아온 위상인데 문재인 정부가 그것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있으니 후회스럽죠.”
 
  ― 외교관 일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우리나라가 88서울올림픽을 끝내고 북방정책을 펼 때였죠. 그때 저도 관련 부서에서 일했는데 정말 힘든 줄 모르고 일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한창 공산권 국가들과 정상회담하고 수교도 하면서 외교부가 할 일이 많았죠. 너무 일이 많아서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했어요. 그래도 매우 신이 났었죠. 근데 지금 와서 문재인 정부가 하는 모습을 보면 후회가 됩니다.”
 
  ― 다른 한 가지는 뭡니까.
 
  “이 사건은 아마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김영삼 정부 때였어요. 뉴질랜드 주재 대사관 직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사건이었어요.”
 
  ― 외교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나요.
 
  “절대로 안 되죠. 그것도 야당 쪽을 도왔어요. 김영삼 대통령은 당장 해당 직원을 귀국시켜서 철저히 조사하라고 난리를 쳤죠.”
 
  ― 어떻게 됐나요.
 
  “근데 참… 귀국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 이 직원이 뉴질랜드로 망명해버린 거예요. 그래서 뉴질랜드에 해당 직원을 인도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당연히 안 된다는 답만 돌아왔죠. 청와대에선 무조건 그 직원을 데려오라고 하고, 뉴질랜드에서는 못 보내준다고 하니 그때 정말 힘든 시기였어요. 김영삼 대통령이 최후통첩했죠.”
 
  ― 어떤 최후통첩이죠.
 
  “청와대에서 지시가 떨어졌는데 뉴질랜드가 해당 직원을 내주지 않으면 외교 단절까지 불사하라고 하더라고요.”
 
  ― 어떻게 해결했나요.
 
  “그때 다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서 슬쩍 흘렸죠. 대통령이 지금 외교 단절까지 생각한다고. 그 친구가 뉴질랜드대사관 직원에게 그걸 말한 거예요. 뉴질랜드 쪽에서 기겁한 거죠. 그로부터 며칠 지나서 해당 직원이 귀국했고, 그 일은 잘 마무리됐죠.”
 
  ―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막 얘기해도 되는 건가요.
 
  “원래는 안 되죠.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으면 공개될 것이고, 대놓고 얘기한 것이 아니라 외교적 언어로 얘기했죠. 그래서 외교언어라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정말 큰 사건도 말 한 마디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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