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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성격과 삶》 쓴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신과 의사가 본 역대 대통령과 與野 대선 주자들의 성격유형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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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고난 성격, 쉽게 바꿀 수 없어… 장단 알고, 보완만 가능할 뿐”
⊙ “‘탄핵 촛불시위’는 ‘집단 콤플렉스’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
⊙ “문재인과 같은 내향적 감각형은 통찰력 부족하고 세부적인 데 집착”
⊙ “직설적이고 핵심 잘 짚는 윤석열… 감정 열등해 ‘욱’할 수도”
⊙ “최재형은 통찰력 발달하고 공감 능력 뛰어나… ‘종교인’ 같아 주위에서 어려워할 수도”
⊙ “이재명, 눈치 빠르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감수성 등 ‘공감’ 능력에는 의문”
⊙ “이낙연,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것을 중시하는 감각형일 가능성”

金昌潤
1958년생. 서울대 의대 졸업, 同 대학원 의학 석·박사 / 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과장 역임 / 現 울산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진=서울아산병원
  최근 ‘MBTI’라는 성격(性格)유형 검사가 유행하고 있다. MBTI는 1940년대 당시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년)의 ‘성격유형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말한다. 외향성(E)과 내향성(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 같은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16가지 심리유형으로 분류한다. 국내의 경우 얼마 전까지 경영학 또는 행정학에서 ‘조직행동’을 배울 때 등장했던 MBTI는 근래 들어 대중에게 ‘성격’을 파악하는 유효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지도자 뽑는 과정에서도 MBTI가 언급될 정도다.
 
  지난 7월 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토론회에서 각 후보는 자신의 MBTI 유형을 공개했다. 이낙연(李洛淵)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ESFJ(외향적·감각형·감정형·판단형)’, 정세균(丁世均) 전 총리는 ‘ESTJ(외향적·감각형·사고형·판단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李在明) 경기도지사는 “2002년 장난 삼아 해봤는데, 의사가 ‘이런 성격에 어떻게 험한 시민운동을 했느냐’면서 결과를 보고 울었다. 섬세하고 내성적이라 사회활동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I(내향형)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하자, 이 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렇듯 전 사회적으로 ‘성격유형 분석’이 유행하지만, MBTI로는 ‘개인을 특징짓는 지속적이며 일관된 행동양식’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징’인 성격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응답자가 스스로 판단해 자신의 점수를 매기는 ‘자기보고형 심리검사’의 한계 때문에 그렇다.
 
  성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을 발견했다. 김창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쓴 《성격과 삶》(2020년 11월 출간)이다. 김 교수는 책에서 “개개인 성격의 우월한 기능과 열등한 부분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융의 성격유형론만 한 이론이 없다”면서 그를 바탕으로 한 성격유형 분석과 함께 마음의 병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했다. 또 “융의 성격유형론은 개인의 의사 결정 방식과 행동 양식을 예측하고, 대인 관계 또는 부부 갈등을 해결하고,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기업 구성원의 역량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더십 역시 성격유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국내외 정치인과 기업인의 성격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8월 4일, 김 교수와 만나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과 국가 운영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격’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성격 열등한 부분 보완 못 하면 제 발목 잡을 수도”
 
김 교수는 저서 《성격과 삶》에서 카를 구스타프 융의 ‘성격유형론’에 따라 국내외 인사들의 성격을 분석했다.
  — 책에서 “성격을 알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성격 자체가 그 사람의 정신세계 전체를 말하는 거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 있죠. 그 사람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죠.”
 
  — 요새 대중매체에서 MBTI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융의 성격유형을 검사하는 도구로 널리 쓰이는데, 항상 맞는 건 아니죠. 거꾸로 나오는 경우도 꽤 많고요. 참고하는 정도로 쓸 수 있죠. 자기보고식 검사라 성격의 무의식적 부분이나 객관적 관점이 MBTI에서는 반영이 잘 안 돼요. 실제 자신과 달리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모습에 맞춰서 응답할 수도 있고요.”
 
  — 검사해보니 응답 과정에서 실제 성격이 아닌 자기가 바라는 모습을 투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던데요.
 
  “자기보고식 검사의 태생적 한계죠. 심리학자들은 타당성과 신뢰도의 입증이 안 됐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 성격은 타고나는 겁니까.
 
  “후천적으로 일부 다듬어지긴 하지만, 대부분 타고난다고 봐야죠.”
 
  — 후천적 학습이나 사회화 과정을 통해 바뀌지 않습니까.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타고나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니까 그 사람 운명도 결정되는 것’이란 식의 ‘결정론’적 주장을 하는 건 아닙니다. 타고난 성격의 열등한 부분을 의식적으로 보완하면, 이제껏 알지 못했던 성격이나 콤플렉스에 발목 잡히는 일을 줄일 수 있죠.”
 
  — 성격마저 유전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입니까.
 
  “그렇죠. 일반적으로 유전자가 성격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죠. 타고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무슨 유전자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그게 앞으로의 연구과제예요.”
 
  — 호르몬 분비량 또는 뇌 구조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성격이 ‘급변’하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환경의 영향을 받죠. 타고난 성격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성격이 행동으로 드러나거든요.”
 
  — 우리는 보통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여겼는데, 그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네요.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 그걸 바꾸려고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받아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으로 살려고 하면 좀 피곤해요. 그 반대도 그렇고요. 대개 타고난 성격은 보기에 적절하고 자연스럽지만, 과잉보상된 성격은 부자연스러워요.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으로 활동하면 어딘가 좀 어색하거나 과장된 듯하고, 너무 튀어서 돈키호테처럼 보이기도 해요.”
 
  —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는 외향적인 게 더 유리합니까.
 
  “맞아요.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외향적 기능을 요구해요. 잠재적 능력이 아닌 가시적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죠. 그런 면에서 외향적 성격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유리합니다. 다만, 외향적인 사람은 모든 일이 잘 풀리면 문제가 없지만 좌절하게 될 경우에는 그간의 성취 지향적 삶에 회의를 느끼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어요. 메릴린 먼로는 외향적인데, 결국 우울증에 빠졌죠. 어떤 게 좋으냐? 그건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요. 젊을 때는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외향적 삶을 살아야 하고, 중년 이후에는 내향적 삶이 필요해요.”
 
 
  “최순실·조국 사태 이면에서 발견되는 ‘집단 그림자’”
 
김창윤 교수는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와 관련해서 소위 ‘최순실 의혹’이 우리 사회의 ‘집단 그림자’를 건드려서 과민반응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 2016년 ‘박근혜(朴槿惠) 탄핵 정국’ 때도 그렇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툭하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촛불시위’를 하지 않습니까. 그 ‘집단 심리’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 예민한 얘기라서 세월이 좀 더 지난 다음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것 같은데요. 다들 ‘그것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해야 일반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맞춰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생각할 점이 많죠. 제 책에서 개인이 집단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한 것도 그걸 염두에 둔 거예요.”
 
  — 자존감이 낮고, 소외감을 느끼던 이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콤플렉스인데요. 융은 무의식에 잠재돼 있다가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인격의 한 부분을 ‘콤플렉스’라고 했어요. 열등감도 그중 하나죠. 예를 들어 법적 판단을 떠나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재산 축적 또는 자녀 교육 과정이 우리 국민의 특혜나 편법, 불공정에 대한 콤플렉스를 건드린 거죠. 인간은 누구나 인격에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 부끄러운 부분, 본능적인 부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거든요. 그게 바로 ‘그림자’입니다. 우리는 최순실씨에게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집단 그림자’, 그걸 본 거예요. 우리가 어떤 사람을 봤을 때 혐오감을 느끼는 건 사실 내 안의 어떤 면을 봤기 때문에 그게 싫어서 더 과민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내가 그렇지 않으면 ‘저건 옳지 않아’ 하는 정도에서 멈추는데,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건 그게 바로 우리 안의 ‘그림자’였기 때문이에요. 최순실을 비난하는 나는 ‘최순실과 다른 사람이야’란 느낌을 받는 거죠. 사실 최순실 같은 면이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누가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식의 얘기는 아니고요.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법적 판단에 맡기면 되는데 집단적으로 과하게 반응했다는 거죠.
 
  왜 당시 우리 국민은 그처럼 강렬한 반응을 보였을까요? 예를 들어 외모에 열등감 가진 사람한테 외모 얘기하면 팍 뒤집히거든요. 콤플렉스는 누구나 있어요. 그게 이상한 건 아닌데 거기에 사로잡히거나 휘둘릴 때 문제가 되는 거죠. 집단적으로 우리의 그림자, 콤플렉스에 휘둘린 부분이 있죠. 이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사회적으로 잘못된 행위를 단순하게 개인의 심리적 문제로 환원한다는 비판이 있을까 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합리적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개개인이 좀 더 성숙해질 때 집단에 매몰되는 행동이 줄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휩쓸리는 걸 보면 집단주의·전체주의적 속성이 강한 것 같은데요. 그것도 ‘성격’에서 기인한 겁니까.
 
  “관점이 다양하겠지만, 개인이 집단에 동화되면 ▲소속감 ▲안정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집단에 동화되면 덜 불안해요. 그 집단이 ‘지배세력’일 때는 보잘것없는 자신이 그런 그룹에 동화됐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치 자기가 힘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거죠.”
 
  — 심화하는 집단주의 근간에 ‘소속감’이 있다면, 이는 반대로 평소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존감이 낮고 소외감을 느낀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까.
 
  “자존감 문제보다는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모두의 공통된 콤플렉스를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봐요. 개개인이 각자의 콤플렉스를 의식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집단에 매몰되면 그게 안 되는 게 문제입니다. 개인이 ‘자기실현을 위해 진정한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인 ‘개성화’가 중요한데요. 집단에 속한다고 해서 개성화가 이뤄지는 건 아니에요. 대중의 한 사람이 될 뿐이죠. 물론 우리가 사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적응할 필요는 있지만, 너무 동화돼서 휩쓸린다면, 결국 자신을 잃게 될 뿐이죠.”
 
  한편 김창윤 교수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와 유사한 행태를 보인 2008년 광우병 사태에 대한 논문을 쓴 일이 있다. 그가 책임 발표한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인간 광우병 발생 위험과 관련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태도 조사〉는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리 국민의 유례없는 우려와 반발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 광우병 위험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받고 확률이 낮은 인간 광우병 발병에 대해 과장된 공포를 느끼는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5일부터 10일까지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참가자 3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응답자 중 적어도 248명(64.4%)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인간 광우병의 발병 위험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즉 다수의 참가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인간 광우병의 발병 위험도를 과장되게 알고 있거나(175명, 44.6%), 위험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78명, 19.8%) 집회에 참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각각 229명(75.6%)과 338명(86.0%)의 참가자들이 미국 내 인간 광우병 증례 발생이 없을 경우나, 비행기 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인간 광우병에 이환될 확률이 낮을 경우에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참가자들의 인간 광우병 발병에 관련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태도가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하기보다 정서적인 측면이 강함을 시사한다. (중략) 언론의 영향과 네티즌들의 입소문을 통해 일단 인간 광우병을 ‘걸리냐, 안 걸리냐’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한 사람들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에 압도되어, 극히 낮은 확률적인 수치를 내밀어도 ‘어쨌거나 나는 먹지 않는다’는 합리적이지 않은 태도를 고수하게 되는 것일 수 있다.〉
 
 
  건국과 근대화 이룬 이승만·박정희는 ‘직관형’
 
  김창윤 교수는 저서 《성격과 삶》에서 국내외 정치인과 기업인을 예로 들어 성격유형을 설명했다. 다음은 그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에 관한 기술 내용 중 일부다.
 
  〈“이봐, 해봤어?”로 요약되는 도전과 개척 정신으로 유명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전형적인 외향적 직관형이다. (중략) 평소 정해진 방식대로 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 정주영 명예회장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점에서 직관형의 전형이다. (중략) 정주영 명예회장을 가장 답답하게 하는 것은 간단히 개선할 방법이 있는데도 고정관념에 갇혀 그냥 예전 방식대로 아까운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이들이었다. 소양강댐을 건설할 때도 일본의 댐 전문가가 설계한 콘크리트 방식을 자재 조달의 어려움과 고비용의 운송비를 이유로 거부하고, 대신 소양강 주변의 풍부한 모래와 자갈을 이용한 사력댐 방식을 독창적으로 제안하여 공사비를 20% 이상 절감하기도 했다.〉(90쪽)
 
  이처럼 유명인사들의 언행을 통해 그들의 성격을 유추하는 김창윤 교수에게 역대 대통령과 현재 주요 대선 주자에 대한 분석을 요청했다. 참고로, 해당 분석은 직접 면담하거나 관찰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타당성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한다.
 
  — 아무래도 지금 국민적 관심사는 대선이지 않습니까. 이와 관련해서 역대 대통령과 주요 대선 주자들의 성격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데요.
 
  “직접 만나보지 않은 사람의 성격을 얘기하는 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개인적 평가라는 전제하에 얘기해보겠습니다.”
 
  — 이승만(李承晩) 전 대통령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이승만 전 대통령은 외향적이고 직관적이에요. 김구(金九) 선생은 내향적이고 직관적이에요. 어떤 차이가 있느냐? 외향적인 사람은 객관적으로 보고, 내향적인 사람은 주관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 대통령은 정부 수립과 관련해서 굉장히 현실적이고, 외교를 강조했어요. 김구 선생은 민족의 자각과 행동이 중요하지, 외국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식이었죠.”
 

  —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은요.
 
  “박 전 대통령은 내향적 직관형입니다. 감정보다는 사고가 발달한 분이기도 하고요. 내향적 직관형은 큰 방향을 정할 때 판단이 빨라요. 본질을 꿰뚫고 미래를 예측합니다만, 내적 관조에 몰입해 다른 사람에 대한 인간적 배려가 부족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눈앞의 현실에는 둔한 편이라서 남들은 다 아는 현실 문제를 혼자만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또 주관을 중시하니까 독단적으로 비칠 수 있어요.”
 
  —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외향적 감각형일 가능성이 커요. 외향적 감각형은 눈앞의 손익 계산에 빠르고, 현재 눈에 보이는 구체적 사실이나 수치를 중시합니다. 감각적 안목이 있지만, 생각의 깊이는 없습니다. 늘 안테나를 세우고 정보를 수집하나, 직관적 예측은 근거 없는 얘기라고 무시합니다. 보이는 것을 별 생각 없이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용주의자라서 물질적인 것을 중시하고, 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생각은 실생활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무시합니다. 분위기 파악이 빠르고, 임기응변과 현실 적응에 능합니다. 외향적 감정 기능이 곁들여지면 사교적이고 주위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도 있습니다.”
 
  —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내향적이지 않습니까.
 
  “내향적 감정형일 가능성이 있어요. 카메라로 사진만 찍어서 머릿속에 담아두는 거지, 사진에 대한 판단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아요. 남다른 미적 감각과 재능을 가진 예술가일 경우에는 그 세계관을 작품으로 표현하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게 잘 드러나지 않아 평범해요. 무감각하고 수동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해요.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는 성격이에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좌고우면한다고 하잖아요? 갈등 상황에서 가치 판단을 못 하고 적당히 중립을 지키면서 조심하려고 애쓰는데 이편도 저편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죠.”
 
  —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외향적 성격일 것 같은데요.
 
  “외향적 감정형이라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붙임성이 있고, 혼자 있기보다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합니다. 외향적 감정형은 행동이 사회적 기대와 상식에 어긋나지 않고, 협조적이며 분위기에 따라 감정 표현도 적절하게 합니다. 생각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감을 중시하고요. 논리, 원칙, 철학이 아니라 느낌이 중요해요. 논리적인 사고는 열등해요.”
 
  —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어떤 성격입니까.
 
  “보기에 따라 헷갈릴 수 있는데, 저는 외향적이라고 봐요.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이 든 뒤에는 내향적으로 보이겠지만, 젊을 때 활동한 걸 보면 외향적 사고형이 아닐까 생각해요. 상당히 직관적인 면도 있어 보이긴 합니다. 외향적 사고형은 구체적인 사실과 경험적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고, 요약해서 객관적 결론을 도출하는 데 능숙해요. 다만, 모든 일을 객관적 공식 또는 원칙에 끼워 맞추려고 하고, 남들도 이 공식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그 원칙은 내향적 사람의 관념적 사고와 달리 상당히 현실 지향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자신의 원칙을 비판할 경우에는 감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달라질 수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외향적 사고형은 감정 표현이 미숙해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슈퍼인싸’ 이명박과 ‘얼음공주’ 박근혜의 성격유형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친화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재임 당시 국제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뉴시스
  — 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노 전 대통령은 내향적 직관형이에요. 내향적인데 파격적이라서 외향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과 어울릴 때보다는 혼자 있을 때 더 편안해하는 분일 겁니다. 굉장히 직관적이라서 핵심을 잘 짚고, 정면 돌파를 합니다. 감정은 열등해서 화를 잘 내고 욱하면서 형식, 격식 안 따지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본질적인 걸 강조하다 보니까 현실 감각은 떨어질 수 있어요. 창의적 아이디어가 많은 데 비해 실행능력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걸 잘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집권 초반에 고건 총리와 함께한 게 의도치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좋았던 거죠. 그 뒤에 총리를 한 이해찬씨는 노 전 대통령과 성격이 비슷해서 단점을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겁니다.”
 
  — 현재 온라인상에서 ‘슈퍼인싸’로 통하는 이명박(李明博) 전 대통령의 성격은 외향적이지 않습니까.
 
  “그게 뭐예요?”
 
  — 워낙 외향적이고 활동적이었고, 역대 대통령과 달리 국제무대에서 각국 정상들을 주도한 걸 두고 그렇게 부르는데요.
 
  “외향적 사고도 발달한 분이지만, 감각형일 가능성이 커요. 이 전 대통령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상황 판단이 빠르고, 실용적이에요. 기본적으로 성격상 이념에 관심이 없고, 그분은 그냥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걸 중시하죠. 외향적 감각형은 탁상공론을 싫어하고, 현장에서 주어진 일을 신속하게 마무리 짓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외향적 사고 기능이 잘 받쳐주면 뛰어난 행정 능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내향적이었다면 정주영 회장한테 인정받기 어려웠을 거예요. 정 회장은 외향적 직관형이라서 아이디어가 끝없이 나오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는 건 떨어지거든요. 그걸 실행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외향적 감각형인 이 전 대통령이 일을 마무리하는 뒷받침을 한 거죠.”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내향적 감정형’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종교인’과 같은 고고한 인상을 줘서 주위의 접근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사진=뉴시스
  —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연히 내향적 성격일 듯한데요.
 
  “내향적 감정형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향적 감정형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차갑게 보일 수 있어요. 박 전 대통령을 ‘얼음공주’라고 했잖아요. 종교인들한테서 많이 관찰되는 유형인데요. 속은 굉장히 사려 깊고,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평온하고 조화롭지만, 속을 헤아리기 어려워요. 가까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심하고 차가운 인상을 줍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따뜻한 느낌을 받지 못하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과소평가 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내면은 매우 예의 바르고, 타인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 능력과 경건한 마음이 숨겨져 있습니다. 내향적 감정형은 정의롭지 못한 거, 편법을 좋아하지 않아요. 도도한 인상을 줘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감정이 발달해서 흥분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절제된 모습을 보입니다. 2012년 대선 때 이정희 후보가 토론하면서 그렇게 자극하는데도, 박 전 대통령은 발끈하지 않았습니다.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는 사람들의 행동을 가식적이라고 느끼고 올바르게 사는 걸 강조하는데, 고지식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내향적 감정형’이라서 그래요.”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내향적 감각형’은 통찰력이 부족하다. 자신만의 철학이 없어서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경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사진=뉴시스
  —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의 성격유형은 어떻습니까.
 
  “언젠가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을 분석한 모(某)씨는 ‘문 대통령이 굉장히 논리적인 내향적 사고형’이라고 했는데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 대통령은 ‘내향적 감각형’입니다. 일반적으로 내향적 감각형은 문제의 본질을 통찰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세부적인 데 집착하고 큰 그림을 못 봐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 이면이나 숲을 못 보는 경향이 있어요. 자신의 철학과 생각이 없어서 일관되지 않고, 때에 따라 말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정해진 방식을 따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경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생각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자신이 휘둘린다고 생각하면 고집을 부려 주위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신은 이런 분석에 동의하지 않겠죠. 누군가의 생각을 자기 생각이라고 믿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재명, 이낙연, 윤석열, 최재형의 성격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같은 ‘내향적 직관형’은 ‘큰 틀’을 보고, 직설적이며, 핵심을 잘 짚으면서도 세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 지금 세간의 관심 대상인 여야 대선 주자의 성격도 궁금한데요.
 
  “일단 윤석열(尹錫悅)씨는 내향적 직관형이에요. 감각과 감정은 열등해요. 직관적이라서 큰 틀을 보는 성격이에요. 직설적이고 핵심을 잘 짚죠. 남이 뭐라 그러거나 말거나, 현실적이든 아니든, 나름 옳다고 믿는 바를 추구하는 ‘마이웨이’형입니다. 본질과 무관한 형식적이거나 부차적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세부적인 사실을 잘 보지는 못해요. 사고 기능이 보완해주긴 하는데요. 원래 직관적인 사람은 사실관계에 어둡고, 옳고 그른 가치판단을 깐깐하게 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처럼 ‘내향적 감정형’인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외향적 사고 기능이 ‘과잉 보상’ 되면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논리에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 사진=뉴시스
  — 최재형(崔在亨) 전 감사원장의 경우 어떻습니까.
 
  “누가 봐도 최재형씨는 내향적으로 보이잖아요.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성격을 지닌 분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철학이 있고, 문제의 본질에 대한 직관적 통찰력도 발달한 편이나 감정형일 가능성이 커요.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속이 무척 깊은 분입니다. 감정은 공감을 바탕으로 공정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능력과 관련된 기능입니다. 가치판단 능력이 무척 발달한 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게 사고형과 달리 논리적 사고나 원칙보다는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기능이라는 거죠. 감정은 애덤 스미스(《국부론》 《도덕감정론》의 저자)가 얘기한 우리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공정한 관찰자’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굉장히 온화한데, 종교인 같은 인상을 줘 혹시 주위 사람들이 괜히 어려워할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내향적 감정형의 외향적 사고 기능이 과잉 보상되면 지나치게 객관적 자료나 근거에 의존할 수도 있습니다. 그냥 느낌대로 얘기하면 될 내용을 필요 이상으로 객관적 자료를 준비해서 논리적인 연설을 하려고 들 수 있습니다. 윤석열씨는 직관형에 사고형이라서 최재형씨와 달리 감정 기능은 좀 미숙한 편입니다.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하지 못하고 참다가 욱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같은 ‘외향적 감각형’은 눈치가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한 반면 옳고 그름에 대한 감수성 등 ‘공감’ 부문에서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사진=뉴시스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성격은 최 전 감사원장과 반대일 것 같은데요.
 
  “이재명씨는 자기 MBTI에 대해서 ‘I로 시작한다. 내향적이다’라고 했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주도적으로 나서는 외향적인 사람입니다. ‘의사가 내성적이라서 사회활동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고 하는데, 그건 어렸을 때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위축됐던 게 내향적인 것처럼 보였을 뿐이에요. 이재명씨 보면, 눈치가 상당히 빠르고 임기응변에 능하잖아요. 다른 사람의 가려운 곳을 금방 알아내고, 잘 긁어줘요. 그게 외향적 감각형의 특징인데요, 이런 사람은 판매원을 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성과가 뛰어날 사람이에요.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종교적 심성이나 철학과는 거리가 멀어요.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외향적 감각형의 경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을 쓸데없이 벌이지 않습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일 처리가 현실적이라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편할 겁니다. 감각적이면서 외향적 사고도 적당히 발달한 것으로 보여 행정 능력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직관과 감정 부분이 열등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거나, 당장 드러나지 않은 문제의 본질을 잘 파악하지 못할 수 있어요. 대인 관계에서 눈치는 빠르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감수성을 포함한 진정한 의미의 깊은 공감 능력을 보일지는 의문입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향적 감각형’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성격유형의 경우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은 있다. 단, 직관적이지 않아서 핵심을 짚거나 이를 전달하는 능력을 부족할 수 있다. 사진=뉴시스
  —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어떻습니까.
 
  “이낙연씨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스스로 MBTI 결과를 ‘외향적(ESFJ)’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외향화되었으나 원래는 내향적인 분 같아요. 세세한 사실관계를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직관적이지는 않아요. 진중한 모습에 가려져 있으나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는 것을 중시하는 감각형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언변은 뛰어난데, 좀 진부한 느낌이 듭니다. 꼬투리 잡을 건 없지만 뜨뜻미지근하잖아요.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요. 표를 얻기 위한 것인지, 원래 성격이 그런 것인지 모호하긴 해요.”
 
  — 정치지도자로서 적합한 성격유형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무엇보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하죠. 큰 지도자가 되려면 우리가 어디서 와서, 현재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큰 그림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분열된 국론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공감 능력,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 능력도 있어야 하죠. 현실적인 감각도 있어야 하고요. 결국 모든 성격유형의 기능이 다 필요한데, 한 사람이 이걸 다 갖출 수는 없어요.”
 
  —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자신의 성격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성격 중 뭐가 열등하다는 걸 알고 보완해야죠. 또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그런 부분이 발달한 사람을 주위에 둬야죠. 결국 인사(人事)를 잘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 보는 눈, 즉 성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피해야 할 ‘惡人’의 특징은?
 
  김창윤 교수는 《성격과 삶》에서 ‘악인(惡人)’에 대해 비중 있게 기술하면서 이와 관련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다. 이는 비단 개인의 성격과 인간관계에 그치는 주제가 아니라 기업과 국가 등 조직 운영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동기가 주어지고, 외부의 힘이 저지하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부당한 일을 할 용의가 있는 사람을 ‘악인’”이라고 규정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는 좋은 점뿐만 아니라 못된 면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 내용을 보면 잘못인 줄 뻔히 알면서도 뻔뻔하게 자행하고, 아무런 죄책감 없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다니는 국내 정치권의 ‘소시오패스’형 인사들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다음은 관련 대목을 정리한 것이다.
 
  〈겸손하고 선량한 사람처럼 보이나 사리판단을 못 하고 기회주의자로 처신한다. 무능하지만 눈치가 빠르고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아 긍정적 인상을 준다. 그러나 옳고 그른 것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계산된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이다. 현명한 사람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때는 큰 문제는 없으나 스스로 판단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위치에 올라가면 예상치 못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중요한 일에서 비판적 의견이 제시되면 해맑은 얼굴이 벌게지면서 고집을 부려 조직 구성원 모두를 난감하게 만든다. 겸손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매우 권위적이고 합리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말하는 내용이 상반되기도 한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추기면서 조종하는데,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조직은 분열시킨다. 소통의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조직의 이해관계보다는 본인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외로 매우 뻔뻔하다.
 
  선량해 보여도 리더가 무능하여 사리 판단을 제대로 못 하면, 본인 체면만 생각하고 고집을 부리며, 조직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무능한데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줄도 모르고, 자신이 옳다고 고집을 부려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사람은 못된 사람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략) 못된 사람이라면 각별히 주의해서 대할 필요가 있다. 원래 본성은 착한데 약간 못된 면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원래 본성이 못된 사람이라고 보고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 ‘악인’에 대한 기술에 지면을 꽤 할애했는데요. 그 의도는 뭡니까.
 
  “흔히들 사람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보라고 하는데요, 우리 사회에는 못된 사람들이 꽤 많아요. 그 ‘악인’을 남보다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도 한병태가 엄석대의 문제를 고발했는데, 선생님은 한병태가 문제라고 해요. 우리 사회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죠. 그런 걸 알고, 못된 사람들과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쓴 거죠. 엄석대처럼 못된 사람이 바로 소시오패스예요.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진정성이 없고, 어려워하거나 삼가는 게 없고 뻔뻔하죠. 죄책감을 못 느끼고, 사람을 이용하고, 피해를 주면서 타인의 감정은 개의치 않아 합니다.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먼저 다가가 호의를 베풀고, 상대의 약점을 잡고 이용하는 능력도 뛰어나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도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로 둘러대거나 다른 사람의 허물로 자신의 잘못을 덮고 모두 남 탓을 하지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외향적 감각형 사람이 사고나 감정 기능이 매우 열등할 경우 그런 성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 그 대목을 쓸 때 혹시 우리 국민 누구나 아는 유력 인사를 염두에 두고 썼습니까.
 
  “제가 실제 겪은 사람을 연상하며 쓴 건데요.”
 
  — 무능하고, 아무 생각 없는 사람이 한 조직의 지도자가 된다면 “문제를 공개하고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가장 합리적(197쪽)”이라고 했습니다.
 
  “권력을 줬을 때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으니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그게 가능할 경우의 얘기입니다.”
 
  — ‘악인’을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들 언행에는 무슨 특징이 있습니까.
 
  “못된 면이 항상 드러나는 건 아니거든요. 상황이 조성됐을 때 자기를 드러내거든요. 세상에는 그런 사람이 많아요. 《햄릿》에 나오는 말처럼 ‘세상은 잡초가 무성한 정원’이라서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많아요.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썼는데요. 융도 사람한테 속아서 분개했어요. 저도 속은 뒤에 상당히 괴로웠죠. 그런데 직접 당하기 전까지는 옆에서 그런 사람이란 걸 얘기해줘도 몰라요.”
 
  —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가 의심되는 인간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이 보입니다. 최근 들어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 겁니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사람은 원래 많았습니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거나 주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리를 두고 조심하며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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