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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라임 몸통’ 김영홍 父 “아들은 이미 한국 사람 아니다”

수년 전 연락 두절, 호적 떼보니 국적 말소… 검찰은 몰랐나? 알고도 말 안 했나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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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 1년 훌쩍 지났지만 主犯 행방 묘연… ‘부실 수사’ 논란 불가피
⊙ 부친 A씨, 감감무소식 아들에 답답… “지금이라도 귀국해 수사기관에 소명했으면”
⊙ 외국인임을 알았다기에는 애매한 서울남부지검장의 국감 답변
⊙ 못 잡나? 안 잡나? 검찰, “김영홍 국적 認知 여부 밝힐 수 없어”
사진=뉴시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모양이다. ‘라임 몸통’으로 지목된 김영홍(48·적색수배 중) 메트로폴리탄 회장의 국적이 이미 오래전 말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홍의 부친인 기업인 A씨(74)는 “수년 전부터 아들과 연락이 끊겨 6년 전 어느 날 호적을 떼어봤더니, 국적 말소가 돼 있더라”면서 “라임사태 훨씬 이전부터 아들은 외국인 신분이었다”고 했다.
 

  그간 김영홍은 당연히 내국인으로 전제됐다. 김영홍의 고소·고발인 측에서 “최근 국적 세탁을 했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를 촉구한 것도 그래서다. 이들은 “1년여간 수차례 검·경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진술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단 한 번도 그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고지해주지 않았다”면서 부실·축소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라임의 실질적 몸통
 
2020년 4월 검거된 김봉현이 수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조선DB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으로부터 3500 억원을 투자받은 부동산 시행사다. 해외 리조트 및 카지노 사업 명목이었지만 투자금은 목적과 달리 쓰였다. 라임이 투자했던 코스닥 상장사들의 부실 전환사채(CB)를 되사는 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3500억원이 라임사태를 일으킨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이 정도지, 제이제이씨홀딩스, 제이케이인터내셔널, 캄보디아 리조트 1억 달러(약 1200억원)까지 합치면 그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5000억원이 넘는다. 만일 그렇다면 김씨가 횡령한 돈은 라임 피해금액(1조6000억원)의 30~40%를 차지하게 된다. “김영홍을 잡지 않고는 라임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봉현 또한 옥중서신에서 몇 차례 ‘실질적 몸통’은 김영홍이라고 했다.
 
  검찰은 김영홍을 이종필과 ‘경제공동체’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 부사장이었던 이종필은 지난 1월 징역 15년, 벌금 4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영홍은 아직 그림자도 못 찾았다. 그는 라임사태 직전인 2019년 10월 종적을 감췄다. 이 사건으로 도피한 인물 중 이처럼 베일에 싸인 인물은 없었다. 그 흔한 사진 한 장 나오지 않고 있다.
 
 
  김영홍의 부친 A씨 입 열다
 
라임자산운용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찰. 사진=뉴시스
  어렵게 닿은 연락이었다. 부친 A씨의 명함은 경남 지역의 한 사업가로부터 받았다. 설득 끝에 A씨와 만나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 시각이 임박하자 그는 “아무래도 만나기에는 조심스럽다”며 정중히 양해를 구해왔다. 걸려온 전화를 붙잡고 몇 가지를 물어봤다. ‘라임’ 이야기를 꺼내자, A씨는 “사태의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저는 알면 안다고 얘기합니다. 만나기로 해놓고 생각해보니, 내 이야기가 아니라 (라임 관련 일일 텐데) 도움이 전혀 안 될 것 같더군요. 또 아버지 된 입장에서는…. 사실 (사태가) 잠잠해지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다시금 아들 이름이 거론된다는 게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A씨 또한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1990년대. 건설사, 백화점, 언론사, 종합금융사 등을 소유한 그룹사의 회장이었다. 지역 재벌로 통했다. 막대한 자금력에다 지방 상공회의소 회장도 지냈다. 오래가진 못했다. 곧 정치자금 상납설과 정치권 비호설에 휩싸였다. 유명 재벌 회장의 부인이자 인기 가수였던 B씨와의 염문도 뿌렸다. 몇 차례 검찰에 불려 다녔고 징역도 살았다. 이후 그룹은 파산했다. A씨도 그렇게 잊혀갔다. 올해로 74세. 그의 기세는 많이 꺾인 듯했다. 다소 힘이 없는 목소리였다.
 
  ― ‘메트로폴리탄’이라는 회사를 들어봤습니까.
 
  “메트론가 뭔가도 언론을 통해 처음 들었어요. 아들이 전에 같았으면 나랑 의논도 하고 그랬을 텐데…. 다 크고 지 사업한다고 다녔기 때문에 저는 내용을 몰라요. 아버지라고 다 큰 아들 일에 어디 관여한답니까. 언론 보도가 무서워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저도 (언론에) 두들겨 맞을 만큼 맞아본 사람인데, 이건 아이 문제잖아요. 진짜로 아는 게 없어요.”
 
  ― ‘메트로폴리탄이 라임사태의 단초다’ ‘김영홍이 몸통이다’라는 말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저도 은행을 여러 개 경영해봤지만, 이게 결국 대출 문제 아닙니까. 아무런 근거 없이 돈을 빌려주지는 않잖아요. 라임에서 담보도 안 잡고 (메트로폴리탄에) 돈을 내어줬을 리는 없잖아요. 몇백만원도 아니고 하물며 수천억원을요. 담보를 잡고 이사회 결재 등 절차를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 돈이 나갔을 텐데, 그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사에서 처리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들, 귀국해서 소명했으면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편지 일부. 실질적 몸통은 김영홍이라 지목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영홍은 죄가 없다?
 
  “사태가 터지고 여기저기 아들 이름이 오르내리는데 영문을 모르니까 (제) 자문 변호사에게 체크 좀 해달라고 했어요. 검토를 해보더니 영홍이는 큰 문제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지금이라도 들어와서 검찰에 설명하면 정리가 가능한 사건이라고요. 만일에, 만에 하나 죄가 있다고 한다면 혼자 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상대가 있었다면 그 상대가 우리 힘에서 벗어난 사람일 텐데 그러면 굉장히 민감해지는 거고….”
 
  ― ‘힘에서 벗어난 상대’라 함은요.
 
  “이 사건 관련해서 정부 관료 개입에 관한 여론도 돌기 때문에 (더 이상 말하기가) 굉장히 민감하고,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 죄가 없다면 들어와서 소명하면 될 일인데요.
 
  “그게 저도 참, 답답합니다. 어디 있는지 알면 들어오라고 할 텐데 행방을 모르니까요. 부모 된 마음에 자문 변호사한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한 것밖에 없어요. 변호사가 그리 얘기하기에 얼른 들어왔으면 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되니…. 이건 가부(可否)를 정리할 문제지요.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당사자가 없으니, 원…. 자꾸 의혹만 커지고요. 실체가 뭔지는 본인이 밝혀야지, 누가 밝힐 수 있겠습니까.”
 
  A씨는 3남을 뒀다. 김영홍은 그중 장남이다. 10년 전에는 A씨 소유의 건설사에서 일한 적도 있다.
 
  ―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언제입니까.
 
  “6~7년은 됐을 겁니다.”
 
  ― 행방을 정말 모릅니까. 친족은 책임조각사유 인정으로 도피를 도와도 죄가 되지 않는데요.
 
  “이런 얘기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영홍이는 이미 한국 사람이 아닙니다. 애가 연락이 하도 안 돼서 6년 전에 호적을 떼본 일이 있습니다. 아무리 아버지라도 호적 떼볼 일은 잘 없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국적 말소’라 뜨더군요. 그걸 보고 깜짝 놀라가지고….”
 
 
  가족과 조국 모두 버린 아들
 
  ― 어느 나라 신분인지는 모릅니까.
 
  “그건 안 나오고 말소 사실만 나왔어요. 집안의 장손이고 우리 집 큰아들인데 말이 안 되는 얘기 아닙니까. 주민등록지 하나 옮겨도 가족한테 알리는 법인데 아버지랑 상의도 없이 국적을 바꿔버렸다고요. 가족을 버리고, 한국을 버린 겁니다. 그래, 제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 하면서도… 심정을 말로 다 못합니다.”
 
  잠적한 김영홍은 현재 필리핀의 한 리조트에 은거하며 온라인 아바타 카지노를 국내에 송출 중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마르지 않는’ 도피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건데, 관련 혐의로 강원지방경찰청에 고발된 상태이기도 하다.
 

  ― 필리핀에 은닉하며 카지노를 운영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미안하지만 외국인이 외국에서 카지노 게임을 하는 게 문제가 됩니까.”
 
  ―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운영하며 도피자금을 마련한다는데.
 
  “카지노를 소유했다면 주식만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은데…. 내용을 잘 모르니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공개적으로 ‘귀국해 죄를 소명하라’고 전할 생각은 없습니까.
 
  “다 큰 아들이고, 그 애 생각하고 내 생각이 다를 수 있잖아요. 내 말이 아들에게 누(累)가 될까 걱정도 되고요. 죄송한 얘기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우리 애가 남한테 거짓말하고, 남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교육도 받을 만큼 받고 사업도 저 따라다니면서 배울 만큼 배워, 이리 허무맹랑한 일을 저지를 아이는 아닌데….”
 
  ‘국적 말소’를 언급할 때는 원망도 다소 묻어났다. 그러나 부성(父性)은 숨기지 못했다.
 
  “아무리 연이 끊겼다 해도, 부자지간 정은 있지 않겠습니까. 오래전 연락을 끊은 아버지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걸 그 애가 알면, 지가 이해를 해주면 좋겠지만 자칫 누가 될까 봐 걱정입니다. 안 그래도 요즘 마음이 안 편할 텐데….”
 
  김영홍이 국적 말소가 됐다면 둘 중 하나다. 호적법 제15조 1항에 의거해, 자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와 2항 1호의 외국인과 혼인한 경우다. 김영홍에게는 이미 취학 자녀가 둘 있는 것으로 미뤄봤을 때 전자(前者)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그가 외국인임을 알았을까
 
2020년 10월 19일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선DB
  일각에서는 김영홍이 ‘도피 이후 신분세탁했을 가능성’을 최악의 수(數)로 봤다. A씨의 말대로라면, 시작부터 최악이었다. 2019년 10월 잠적. 검찰이 메트로폴리탄을 압수수색한 건 그로부터 4개월 뒤였다. 그 때문에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적색수배와 국제사법 공조도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런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지난해 10월 19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홍이 거론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박순철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수천억원을 투자받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느냐”고 물었다. 박 지검장은 이에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다. 검거돼야만 인도 청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지검장은 이후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며 사퇴했다.
 
  그때 박 지검장의 답변을 곱씹어본다. 라임 수사가 진행된 지 1년이 다 돼가던 시점. 검찰은 그가 외국인임을 알았을까. 이 답변만으로 ‘몰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알았다’고 보기는 더 힘들다. 적색수배자가 외국인일 경우, 한국인을 체포 및 구금해 송환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수배자의 국가와 주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어서다. 안 그래도 늑장 수사라 질타를 받던 검찰 입장에서 이 사실을 굳이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피의자의 국적이 외국이기 때문에’라고 설명하는 게 자연스럽다. ‘필요 이상으로 소극적인 답변’이었다는 얘기다.
 
  해외 은닉재산 추적·환수·국제소송 전문 백왕기 변호사는 “인터폴 적색수배는 외국으로 도주한 자가 한국인일 경우에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일 경우 여러 변수로 인해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면서 “만일 김영홍이 외국인이라면 적색수배 발령뿐만 아니라 범죄인인도법상 범죄인 인도 또는 긴급인도구속 제도 등도 병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지검장의 ‘검거돼야지만 인도 청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타당성이 없다.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은 국가와는 검거 전이라도 인도 청구가 가능하다. 그가 현재 은닉 중으로 추정되는 필리핀과는 조약을 맺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인도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김영홍 국적 認知 여부 못 밝혀”
 
  검찰의 입장이 궁금했다. 김영홍을 내·외국인 중 어디에 전제하고 수사 중인지, 범죄인 인도 요청은 언제 할 건지, 소재 파악은 됐는지 물어봤다.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의 공보관은 이에 “원칙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국적을 묻는 질문은 처음인데, 그게 왜 궁금한지, 혹시 외국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건지’를 되물었다. 그리고 “확인 후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몇 시간 후. 그는 “앞서 공보한 ‘사법 공조와 인터폴 수배를 내렸다’는 사실 외 다른 수사 상황에 대한 공보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어 답변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 적색수배가 된 인물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정도는 알려줄 만하지 않은가.
 
  “수사 중인 상황에서 검찰이 도중에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 일일이 공개하는 것은 공보 규정에 반한다. 예를 들어 소재지 파악이 됐다고 알리면 수배자가 도망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 이종필은 도피 직후 캐나다 국적임이 알려졌는데.
 
  “이씨는 금방 잡히지 않았나. 김씨 경우는 추적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면 검거하는 데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씨는 금방 잡히지 않았나.’ 어딘가 갸우뚱한 답변. 질문을 거듭하자 그는 “물음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면 수사 상황이 노출되고 만다”며 양해를 구한 뒤 통화를 매듭지었다.
 
  백왕기 변호사는 “증거 인멸, 도주 방지를 위해 필요한 ‘수사의 밀행성’이 만일 개인 기본권이나 공공의 알 권리를 과도하게 제약한다면 오히려 기본권 침해나 공공복리 위해에 해당하게 된다”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오래전 해외로 잠적한 김 회장의 국적이 밝혀지는 것은 수사에 지장을 빚는 게 아니라 외려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많은 피해자의 공익과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밝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홍은 최근 회계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순천 출신이며, 대형 로펌 소속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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