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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흙수저에서 수백억원 자산가 된 ‘슈퍼개미’ 김정환

조정 후 대세 상승장 전망, “3년 내 슈퍼개미 또 나올 것”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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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 수익이 불로소득이라고요? 本業만큼 노력해야 법니다”
⊙ 7000만원이 5년 만에 100억원 된 비결은 ‘집중투자와 複利효과’
⊙ 추천 분야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확정된 미래’에 투자하라
⊙ 딸에게 주는 투자편지 엮어 책으로… ‘가치 투자’의 중요성 강조
⊙ 경제적·시간적·관계적 자유 얻어 부러울 것 없지만, “세금은 무서워”

金政煥
1969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同 대학원 MBA 졸업. 미국 스탠퍼드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 e삼성 오픈타이드 차이나 부장, e-SKetch 대표, 밸류투자자문 대표 역임 / 現 케이공간 대표·슈퍼K 유튜브 크리에이터
사진=김정환 제공
  서울 논현동 금싸라기 땅, 그 위에 유명 건축가가 지은 건물. 이곳의 주인은 ‘개미’다. 전 재산이던 전세금 7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100억대로 불린 김정환(53)씨. 단 5년 만이다. 세입자는 그렇게 건물주가 됐다. 지난 3월 2일, 이 ‘슈퍼개미’의 사무실을 찾았다. 장 마감 시각인 오후 3시30분.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를 입은 그는 “몰골이 좀…”이라며 엉거주춤 인사를 건넸다. 책상 위 모니터 두 개엔 주식 창을 띄워 놨다. 커다란 TV에서는 경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 하루에 주식 창을 몇 번 들여다보냐고 물으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군요.
 
  “24시간 열어놔요. 공시(公示)와 기업리포트, 상황리포트를 비롯해 하루 쏟아지는 모든 기사, 뉴스를 다 봅니다. 투자 종목과 다른 분야라도 제목까지는 다 읽어요.”
 
  ― 잠은 언제 잡니까.
 
  “원래 잠이 많았는데 주식 투자 시작 후 가슴이 벌렁벌렁해져가지고…. 4시간 정도 잡니다. 어느 날 보니 의자에 곰팡이가 폈더군요. 하도 앉아 있어서. 머리는 하얗게 셌고요.”
 

  모니터 옆, 양주 몇 병과 각종 영양제가 눈에 들어왔다.
 
  ― 술과 영양제가 나란히 있군요.
 
  “유산균, 비타민, 루테인 뭐 여러 가지 챙겨 먹습니다. 술은 일주일에 세 번 마십니다. 시간을 정해서 정확히 지킵니다. 취해도 될 때 취하고, 깨야 할 때 깹니다.”
 
  ― 투자를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전혀요. 많이 벌었잖아요. 치열하게 살면 또 그만큼 처리 용량이 커지더군요.”
 
 
  지금은 하락장 아닌 조정장
 
올해 초 코스피 3000을 돌파한 것도 잠시, 국내 증시는 계속해서 ‘파란불’이다. 사진은 3000 돌파 당시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조선DB
  메아리처럼 맴돈다. ‘전혀요. 많이 벌었잖아요.’ 나도 벌고 싶다. 이왕이면 많이 벌고 싶다. 이런 생각으로 여기저기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요즘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788만 개다.(2021년 2월 19일 기준)
 
  ― 인구 절반 이상이 주식 투자를 하는 시대입니다. 긍정적으로 봅니까.
 
  “중복 계좌를 빼고 나면 실질적 투자자는 1000만명 정도 될 겁니다. 어쨌든 관심이 뜨거운 건 사실이고 굉장히 좋은 현상입니다. 그간은 투자라는 게 부동산에 몰려 있다 보니 자금이 흐르지 않았어요. 이자도 내야 하니 소비도 활발하지 않았고요. 주식은 환금성(換金性)이 높아 시장이 좋아지면 자금이 풀립니다. 부동산으로 가는 사다리가 없어져 ‘주식밖에 없다’며 성난 개미들이 몰렸다는데, 동기가 어찌 됐건 자금의 선순환 차원과 시장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주식 투자 인구가 많아진 건 좋다고 봐야 합니다.”
 
  ― 월가(街)의 구두닦이들이 주식 얘기를 시작하자 대공황이 왔다죠. 너도 나도 주식 투자를 하는 것, 과연 좋다고만 할 수 있습니까.
 
  “대공황 때 얘기를 오늘날까지 하는 건데요, 요즘 투자자들은 수준이 다릅니다. 특히 젊은 층들의 산업 이해도와 기업 분석력은 정말 뛰어나요. 종목 리포트를 보면 완벽에 가깝습니다.”
 
  말마따나 ‘수준 높아진’ 천만 동학개미들은 올해 1월 6일,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다. 그런데 오래가지는 않았다. 1월 말부터 3000선 붕괴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일각에서는 추세적 하락장이라며 우려한다.
 
  ― 지난 연말부터 올 초까지 샴페인을 터뜨리던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들리는데요.
 
  “단기간 가파른 상승 때문이라 봅니다. 코로나19로 1400대로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가 1년도 안 돼 3250까지 갔으니까요. 여기에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더해진 건데, 금리는 곧 안정세를 띨 거라 봐요. 또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축복’입니다. 작년까지 경기가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에서 1조9000억 달러 부양책으로 유동성을 완화시킨 건데, 지난 10년간 디플레이션에 갇혀 있었기에 인플레가 가속화될 수 있지만 결국 소비 진작과 기업실적에는 호재로 작용할 거라 봅니다.”
 
  ― 하락장이 아닌 조정장이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다만 해마다 오는 2월, 9월 조정장과는 성질이 조금 다르죠. 단기간 급등한 주가로 기관과 연기금에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졌고 외국인들의 헤지(현금 챙기기)도 (조정에) 한몫했으니까요.”
 
 
  현금도 종목이다
 
  ― 이런 조정장 대응법은 뭡니까. 크게 ‘물타기’(떨어진 주식을 계속 사들여 평균단가를 낮추는 일)와 관망, 그리고 손절매(損切賣)로 나뉘더군요.
 
  “20~30% 정도 현금을 만들어놓는 겁니다. 현금도 종목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현금이 있으면 이런 조정장이 행복해요. 싸게 살 수 있으니까요. 급등한 종목을 분할 매도해서 떨어진 종목에 투입하기도 합니다. 조정장에서는 이처럼 치고 빠지는 전략도 필요해요. 흔히 ‘하락장에서도 돈 번다’고 하죠.”
 
  ― 현금으로 헤지를 하는 거군요.
 
  “전문용어가 따로 있긴 한데, 그렇게 말해도 무리 없을 듯합니다.”
 
  ― 이번 조정 이후 올해 주식시장은 호조세를 띨 거라 봅니까.
 
  “그럼요. 계속해서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고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도 좋아지고 있으니 실적장세로 갈 겁니다. 단적으로 수출 실적 보세요. 올해 2월 일평균 수출이 26.4%나 증가했잖아요.”
 
  ― 오는 5월 3일 공매도 부분(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 종목) 재개 후 개미들이 받게 될 변동성은 없겠습니까.
 
  “크게 없을 거라 봅니다. 저는 개인과 시장은 반대로 간다고 봐요. 개인들이 숏포지션을 많이 잡는 종목은 의외로 기관과 외국인들이 롱포지션을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미들에게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겁니다.”
 
 
  7000만원을 100억원으로 만든 비결
 
  그래서 김정환이 누군데? 쉽게 말하면 개인 투자자들의 멘토다. 그의 투자 신화를 잠깐 소개한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2004년 주식 투자에 발 디뎠다. 웅진코웨이 임원이던 지인이 ‘우리 회사의 적정 가치가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물어온 게 계기였다.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복잡한 질문. 밸류에이션 평가기법 등을 배워 집요하게 따져봤다. 결론은 저평가. 서른 중반의 나이, 아내에게 물었다. 우리 전 재산이 얼마지? 전세금 7000만원. 과감히 뺐다. 주당 4000원이었던 웅진코웨이 주식에 ‘몰빵’했다. 1년도 안 돼 5~6배의 수익을 냈다.
 
  그 무렵, 한강 둔치에 산책을 갔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부쩍 많이 보였다. ‘삼천리자전거’를 검색해봤다. 당시 주가는 하락세였다. 2200원. 이거다 싶었다. 2년에 걸쳐 꾸준히 매수했다. 소외종목. 주변에서는 ‘미쳤다’고 했다. 2200원은 곧 5000원이 됐다. 5억원을 벌었다. 이듬해, 3250원으로 떨어졌을 때 다시 35만3220주를 사들였다. 지분이 5.27%를 넘어 지분 공시까지 하고, 8만9477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투입금액은 총 15억5800만원. 이를 6개월 뒤 주당 6000원에 모두 팔았다. 차익만 11억. 이후에는 ‘일신바이오’에 투자해 500% 정도의 수익을 더 냈다. 이렇게 성장성이 보이는 저평가 종목에 과감히 투자한 뒤, 몇 배의 수익을 내고 팔기를 수차례 되풀이하며 자산을 불려 나갔다.
 
  ― 주식 초보에게는 ‘분산 투자’가 원칙 아닙니까. 처음부터 ‘몰빵’을 하셨네요.
 
  “금액이 적을 때는 종목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워런 버핏 또한 확신이 있을 때는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죠. 웅진코웨이 투자 당시에는 그 기업만 팠으니 다른 데는 투자할 수가 없었죠.”
 

  ― 언급한 종목들 아직도 보유하고 있습니까.
 
  “다 팔았죠. 돌이켜보면 일신바이오는 너무 일찍 팔았다 싶어요. 5~6배 오르고 매도했는데 지금은 한 50배 뛰었거든요. 바이오 세대가 올 것이고 그때 초저온냉동고와 동결건조기가 가장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급등한 거죠.”
 
  치열한 분석을 통해 세운 기준. 팔 때도 그만의 원칙이 있다. 예를 들어 ‘6개월 목표로 투자했으나 한 달 만에 급등할 경우’ ‘내가 투자를 결심한 이유가 아닌 것으로 급등할 경우’에는 전량 매도한다.
 
  “삼천리자전거를 가졌을 때입니다. 갑자기 남북경협으로 두 번이나 상한가를 가더군요. 개성공단 루머가 돈 겁니다. 검토한 적은 있지만 삼천리자전거는 개성공단에 공장이 없었어요. 그때 30만 주를 전량 매도했어요.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분명 떨어지게 돼 있거든요. 그리고 다시 매수 기회를 본 겁니다.”
 
  ― 10~20년씩 장기 투자를 하지 않고 중간중간 이익 실현을 하는 이유는 뭡니까. 내가 선택한 종목이 꾸준히 우상향할 거라 믿지는 않는 겁니까.
 
  “그런 종목이 많이 없는 게 사실이죠.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10년 전 주가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알 겁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예요. 시총 1위였던 엑슨모빌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잖습니까. 10년 전 지금의 테슬라가, 애플이 있었나요. 세상은 빠르게 변해요. 산업의 흐름과 트렌드를 이해하고 변화에 대처하는 투자를 해야죠. 그래서 투자자들은 더 바빠졌습니다. 더 똑똑해졌고요. 유명한 모 자산운용 대표 말처럼 한 종목 사서 장기 투자만 하다 보면 큰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집중투자와 복리효과
 
김정환 대표가 최근 펴낸 《나의 첫 투자 수업》. 딸에게 전하는 투자 비책을 콘셉트로 한 만큼 쉬우면서도 진정성 있다.
  그는 ‘슈퍼K-슈퍼개미 김정환’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5개월 만에 45만명의 구독자가 몰렸다. 누적 조회 수는 3500만을 돌파했다. ‘개형’(개미들의 형)이 애칭이지만, 시장 방향과 지수 흐름을 정확히 맞춰 ‘개신’(개미들의 신)으로도 불린다. 최근에는 《나의 첫 투자 수업》이라는 책도 냈다. 두 권짜리다. 딸(14)에게 투자 비책을 전수하는 콘셉트인 만큼, 쉬우면서도 진정성 있다. 요컨대 방법론을 숟가락에 올려 떠먹여 주는 수준이다. 이를 통해 “가치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주식 투자하는 데 있어서 하수, 중수, 고수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요.
 
  “남한테 듣고 산다, 하수. 남한테 듣고 차트를 본다, 중수. 내가 보고 내가 분석하고 내가 산다, 고수.”
 
  ― 개미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패착은 뭐라 봅니까.
 
  “여러 사람 입에 오르내리는 종목을 사는 것. 그때는 이미 오를 대로 올랐어요. 고수들은 TV에서 뉴스가 나올 때를 매도 타이밍으로 잡습니다.”
 
  ― ‘가치투자’라는 게 뭡니까. 최대한 쉽게 설명하자면요.
 
  “집 앞에 핫도그 가게를 갔어요. 메뉴판을 봤어요. 핫도그가 2000원이에요. 비싸잖아요. 그럼 안 사 먹죠.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회사의 주가가 비싸면 투자를 안 해야죠. 그러려면 싼지 비싼지 알아야겠죠. 기업의 값어치를 알고, 그보다 쌀 때 투자하는 것. 숨은 맛집을 찾는 것처럼요.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게 중요한 겁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가격이 오르기 전에요. 그러지 않으니까 이번 같은 조정장이 힘든 겁니다. 좋은 종목인데 왜 떨어지냐고 합니다. 들여다보면 다 고점에 잡아놨어요.”
 
  ― 좋은 종목 고르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또 싸게 사야 하는군요. 방법은 뭡니까.
 
  “기본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을 볼 줄 알아야죠. 주식 투자의 기본인 주당순이익, 주당순자산, 주가이익비율, 주가순자산비율, 자기자본수익률은 꼭 알아야 하고요. 저평가 주식은 기업의 현재 시가총액을 내재가치와 미래가치에 맞게 산정해 보며 찾습니다. 적정주가에 미래의 ‘멀티플’을 주는 건데 이를 계산하려면 미시경제, 거시, 기업의 변화, 경쟁자, 소비자 패턴, B2B, B2C, 세그멘테이션, 타겟팅, 4P 등을 두루 살펴야 해요.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공부해야 할 분야도 무궁무진해요. 자율주행 하면 V2X(차량이 모바일 기기와 도로 등 사물과 정보를 교환하는 통신 기술)가 뭔지 알아야죠. 드론 하면 UAM(수직 이착륙 비행체를 이동수단으로 하는 교통서비스)이 뭔지 알아야 관련 기업을 분석해볼 수 있겠죠. 이를 미리 내다보고 저평가 때 사놓으면 훗날 오르는 겁니다.”
 
  ― 복잡하군요. 만일 지나가던 중학생이 ‘어떻게 5년 만에 7000만원을 100억원으로 불렸나’ 묻는다면 뭐라 답할 겁니까.
 
  “‘집중투자와 복리(複利)효과’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복리효과 무섭습니다. 만일 1000만원을 투자해서 매년 25%씩 수익을 내면 40년 후에 750억원이 됩니다. 40년의 시간이 요원하면 이걸 40개 종목으로 치환하면 됩니다. 1000만원을 한 종목에 투자해 25% 수익을 올리고 또 다른 종목에 재투자해 25%의 수익을 올리는 걸 40번 반복하면 됩니다.”
 
  ― 그건 마치 로또를 두고 ‘45개의 숫자 중에 6개만 맞히면 당첨된다’는 것과 비슷하게 들리는데요. 25%는 꿈의 수익률인데, 그걸 40번이나 연달아서 내는 게 가능합니까.
 
  “주식 투자는 ‘홀짝 게임’이 아닙니다. 운에 맡기는 것과 내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죠. 철저히 기업을 분석하면 저평가된 기업은 찾을 수 있습니다. 싸게 사놓은 좋은 기업의 매출액이 증가했는데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게 보면 성공 확률은 100%인 거죠. 제 채널 구독자 중에도 벌써 8번, 10번씩 연달아 25% 수익을 달성한 이들이 있습니다. 10번만 해도 수익이 수십억이에요.”
 
 
  ‘공짜 점심은 없다’
 
  ― 혹자는 주식 투자를 하고 노동의 가치가 절하됐다고 말합니다.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노 프리 런치(No free lunch)’라고 하죠. 시장 흐름과 산업군(群) 그리고 기업들을 일일이 분석하다 보면 쓰러질 만큼 힘들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뭘 해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야 합니다. 본업만큼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어요. 주식 투자로 번 돈은 결코 불로(不勞)소득이 아닙니다.”
 
  그는 주식 투자자 중에서도 꼼꼼한 편에 속한다. 한 바이오 종목을 보유했을 때의 일화다.
 
  “미국에 자회사가 있던 회사입니다. 한국 본사에 미국 공장 탐방 요청을 했더니 일정을 안 잡아주더군요.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고 찾아갔습니다. ‘주주인데 공장 탐방을 왔다’고 하니까 예상외로 우호적이었어요. 30분 동안 방호복을 입고 꼼꼼히 둘러봤죠. 당연한 얘기지만 직접 현장에 가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입니다. 기술과 실적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할 수 있어요. 문서로 분석한 내용이 부풀려지지는 않았는지, 경영진의 인성은 어떤지까지도요.”
 
  ― 탐방 후 투자를 철회한 적도 있습니까.
 
  “많죠. 일례로 또 다른 바이오 회사였어요. 대표이사와 IR담당자를 만났는데 굉장히 다급해 보이더군요.”
 
  ― 다급해 보인다?
 
  “반드시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느낌? 몇 월 며칠 FDA 승인을 받을 건지 등 스케줄을 너무 구체적으로 알려주더군요. 법에 저촉될 만한 얘기도 쉽게 던지기에 ‘이건 뻥이구나’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뒤 대표이사가 주가조작으로 구속돼 7년 형을 받더군요.”
 
  그는 “탐방을 가면 회사 수위 아저씨와도 얘기를 해본다”고 했다. 이를 통해 이 회사 대표는 술에 찌들어 사는구나, 하는 단서를 얻은 적도 있다.
 
  ― 미국 주식도 합니까.
 
  “안 해요. 한국에 앉아서 미국 주식의 면면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가보거나, 적어도 주식 담당자와 전화통화도 자주 해야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까요.”
 
  ― 얼마 전 나스닥 상장사인 ‘이항’이 스캠(사기) 논란으로 폭락했죠. 개인 투자자의 노력으로 이러한 손실도 막을 수 있었다고 봅니까.
 
  ‘이항’은 한국 개미의 투자금이 6000억원 들어간 중국의 드론 회사다. ‘드론 대장주’로 불리며 주가는 연일 상승세였다. 지난 2월 한 공매도 업체가 “이항이 생산, 제조, 매출, 사업 협력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는 보고서를 냈고 주가는 60% 이상 빠졌다.
 
  “적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봐요. 이미 인공위성 카메라로 해외 공장까지 다 둘러보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회사에 어떤 차가 들어오는지까지 다 보이거든요. 거래처 트럭이 얼마나 드나드는지를 보면서 매출액을 분석하는 기법도 있고요.”
 
 
  低평가주 아직도 많아
 
  ― 처음 주식을 시작한 2004년은 대세 상승장이었죠. 투자 성공에 운도 한몫한 거 아닙니까.
 
  “투자하기 좋은 때였던 건 맞습니다. 2002~2003년부터 2008년까지가 확실히 대세 상승장이긴 했어요. 전방산업도 좋았고 사는 것마다 급등했죠. 그때 슈퍼개미들이 많이 출현했고 한동안 뜸했던 게 사실이죠. 그러다 지금 다시 대세 상승장이 왔습니다. 아마 2~3년 뒤에 슈퍼개미가 또 여럿 나올 겁니다.”
 
  그러면서 “펀더멘털상 우리나라 주식은 아직 싸다”며 한국 주식시장의 잠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 한국 주식시장 잠재성의 근거로 ‘아직 성장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이게 ‘잠재성이 높다’와 동의어는 아니지 않습니까. 작은 몸집으로 평생을 갈 수도 있는데.
 
  “시총 기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입니다. 상장 기업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요. 일본은 7%예요. 막상 1인당 GDP(2019년 기준)는 일본(약 4만 달러)과 한국(약 3만1000달러)의 격차는 그만큼 크지 않습니다. 여기에다 글로벌 핵심 기술인 반도체와 2차전지 기술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죠. 코스피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올해 60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현대차가 글로벌 4위까지 올라갈 거라는 전망입니다. 지수는 자연히 더 오를 것이고, 더 많은 회사가 상장하게 되겠죠. 게다가 올해는 오랜만에 전방산업도 좋고요. 미국의 다우지수나 나스닥은 10년 동안 4~5배 올랐는데 우리나라는 박스피에 갇혀 있다가 이제 막 치고 올라오는 중입니다.”
 
  ― 그런데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부터 왜 계속 국내 주식을 매도하고 있을까요. 내년 말까지는 국내 주식 16.8%, 해외 주식 25.1%를 목표비중으로 두고 있는데요.
 
  “연기금 비중을 조절하는 건 글로벌 자산 배분 차원으로 봐야 합니다. 단순히 미국에 투자를 더 많이 한다 라고 보기에는 그렇고 전 세계 증시에 고루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죠. 차익 실현을 위한 기계적인 매도 차원도 있고요.”
 
  ― 연기금 비중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보지 않는 겁니까.
 
  “얼마 전에 워런 버핏이 말했죠. ‘국가에 반(反)하여 투자하지 말라’고요. 그 말이 정답 같아요. 우리나라의 발전 가능성을 믿는다면 연기금 또한 그 과실을 함께 느끼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연기금으로 국내 기업들의 배당 성향을 늘려간다면, 배당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연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 시황 전망과 별개로, 정부의 대기업 규제와 낮은 배당 성향 등으로 한국 주식을 외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대기업 규제는 많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금 많은 기업들의 경우, 유보금으로만 두지 말고 이를 배당금으로 돌리는 구조로 개편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전반적으로 좀 더 유연해질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코스닥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앞서 구속된 대표이사 사례처럼 불법 M&A, 주가조작 세력 등 투자자들에게 리스크가 산재한 시장이지 않습니까.
 
  “작전 세력들은 주로 1000억원 미만의 작은 회사를 대상으로 움직이는데, 방식이 점차 고도화・지능화되고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죠. 진정한 투자자인 것처럼 CB를 발행해 들어가고 자회사를 통해 자금을 빼 내가는 작업을 몇 년에 걸쳐서 하니까요. 금감원과 금융위가 보기에도 ‘만만치 않다’고 할 정도인데, 당하지 않는 방법은 역시 기업 펀더멘털이 좋은 곳을 찾으면 됩니다.”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 다짜고짜 ‘종목 추천해달라’고 하면 뭐라 말합니까.
 
  “실제로 대뜸 메일을 보내 ‘하나 찍어주세요’ 하고 전화번호를 남기는 사람도 있어요. 그냥 무시합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어요.”
 
  ― 포트폴리오(보유 종목 목록) 공개는 안 합니까.
 
  “초기에는 했습니다만, 지금은 하면 큰일 납니다. 제 말의 영향력이 커져서….”
 
  ― 지금 몇 종목이나 갖고 있습니까.
 
  “12종목요.”
 
  ― 향후 5년간 들고 가기 좋은 종목은 어느 분야에서 고르면 좋겠습니까.
 
  “반도체, 반도체, 또 반도체요. 그리고 자동차와 2차전지요. 전기차 보세요. 작년에 테슬라가 약 50만 대 팔렸고, 현대차는 올해 약 20만 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매량이 테슬라의 5분의 1~5분의 2가량인데 시총은 기아차 40조, 현대차 60조로 테슬라 700조(2월 말 기준)에 훨씬 못 미칩니다. 현대·기아차는 내연·수소차도 갖고 있죠. 시총이 300조 정도는 돼야 한다고 봅니다.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은 28%까지 급격히 상승할 전망입니다. 관련해 반도체, 2차전지 등 장치산업의 발전은 ‘확정된 미래’인 겁니다. 특히 반도체는 자율주행, 무인드론, 무인택배 등 쓰일 데가 너무 많습니다. 휴대폰은 점차 고도화될 거고요. 첨단기기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데이터는 더 많아질 것이고 그걸 일일이 저장하려면 그래픽 카드부터 시작해서…. 와,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참 알수록 놀라워요.”
 
  ― 주식 투자의 가치는 알지만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을 파악하기는 머리 아프다 하는 사람은 뭘 하면 좋습니까.
 
  “기업을 모른다면 지수추종펀드(ETF)를 추천합니다. 반도체 ETF 같은 걸 매달 적립식으로 모아가면 좋겠죠. ETF도 종류가 많으니 이것도 공부를 좀 해야 할 겁니다.”
 
 
  세금 체계 개편해야
 
  그는 논현동 건물 외에도 강남, 송도에 아파트 한 채씩과 강원도 평창에 별장을 갖고 있다. 4주택자다. 시가로 약 150억원 정도다.
 
  ― 보통 주식 투자자들은 부동산 자산에 비교적 회의적이던데요.
 
  “금액으로 따지면 부동산 자산 비율이 좀 더 높습니다. 포트폴리오상 안전 자산으로 일정 부분을 둔 겁니다.”
 
  ―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꼈다고 봅니까.
 
  “아니요.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식과 코인(가상화폐) 등으로 돈을 번 신흥 부자들이 나왔습니다. 그들의 부동산 매수세가 이어지는데 땅은 한정돼 있으니 희소가치가 있는 강남, 뉴욕, 런던 등 지역의 가격이 오르는 거죠. 이런 지역은 앞으로도 떨어지진 않을 거라 봅니다. 다만, 부동산으로 수익을 내는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저 자산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인 거죠. 세금도 너무 올랐고요. 제가 전 재산을 정확히 말 못 하는 게 ‘청산가치’가 있잖아요. 부동산 자산이 현시세로 150억원가량 되지만 현금화했을 때 세금을 떼면…. 갑자기 아찔하네요.”
 
  ― 안 그래도 세금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려면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데요,(그는 유튜브에서 정치 성향을 밝힌 적이 있다) 세금으로 진짜 너무 힘들긴 합니다. 출구전략이 없으니 ‘모르겠다. 거둬가라’ 하고 있는 거죠.”
 
  ― 2023년부터는 모든 상장 주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죠. 연 3억원 이상 수익을 낼 경우 세금이 25%라지요?
 
  “참… 이 정도 증시에서 그만큼의 세금을 매길 때가 아닙니다. 물론 복지를 위한 과세를 이해는 하지만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는 느낌은 있어요. 더욱이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져 증시 활성화를 위해 힘을 써야 하는 시기에 증세를 한다고 하니까요. 과거 대만에서도 양도세를 도입하려다가 주식시장이 30% 폭락해 철회한 적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주가 폭락의 전철을 밟게 될까 우려됩니다.”
 
  ― 세금 때문에 2023년에는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세금은 굉장히 예민한 문제입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더 그렇고요. 2023년이 되면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날 생각도 합니다.”
 
  ― 갑자기 그런 폭탄 발언을?
 
  “세금이 그만큼 무섭다는 겁니다. 구독자들에게는 얘기한 적이 있어요. 2023년에는 다 같이 떠나자고. 멕시코 칸쿤으로 가서 좀 쉬자고. 전세기 빌려서요. 그랬더니 얼마 후 전세기 회사에서 메일이 오더군요. 하하하.”
 
  ― ‘슈퍼개미’의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요.
 
  “이건 하나의 해프닝이고요. 개미들이 기업을 잘 분석하고 그로 인해 투자에 실패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사회 전반에는 ‘주식은 투기가 아닌 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고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면 스스로 모범이 돼야 하니 작은 선행도 베풀고 있습니다. 수익금 일부를 장학재단 등에 기부하고 힘든 자영업자들에게 무료 광고를 해주기도 하고요. 장사가 안 되던 어느 가게는 광고 후 일 매출 3000만원을 찍기도 했죠.”
 
 
  주식 투자로 얻은 세 가지 자유
 
지난 3월 2일 논현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터 린치의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이 적힌 티셔츠를 들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주식 명언이다. 사진=박지현 기자
  시쳇말로 ‘흙수저’였다. 학창 시절 내내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14평짜리 집에서 살았다. 친구들이 집이 어디냐고 하면 심장이 뛰었다. 10만원 남짓. 수학여행 비용도 제때 못 냈다. 고층 아파트를 보며 저곳의 삶은 어떨까 상상했다. 일기장에는 ‘내게 언제 자유가 올까’라고 썼다. 공부는 곧잘 했다. ‘빈부격차’라는 게 어째서 일어나는 건지 알고 싶었다. 성균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경영학을 배웠다. 투자에 뛰어들기 전까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했다.
 
  ― 주식 투자로 성공하는 데 공부머리도 필요합니까.
 
  “전혀요. 더하기 빼기만 알면 됩니다. 뉴턴도 주식으로 재산의 90%를 날렸다는 기록이 있어요. 수학적으로만 접근해서죠. 이과 지식보다는 인문학, 역사, 철학이 더 필요해요. 실제로 주식은 심리전이기도 하고요. 주식 투자자 중에 학벌 좋은 사람 거의 없어요. 워런 버핏도 마찬가지잖아요.”
 
  ― 가장 좋아하는 주식 관련 명언은 뭡니까.
 
  “피터 린치의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입니다. 늘 되새기며 건방진 투자자가 되지 않게 마음을 다잡습니다.”
 
  ― 큰돈을 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불안하지는 않습니까. 험한 세상인데요.
 
  “세상에 거부(巨富)가 얼마나 많은데요. 혹시 몰라 잠금장치를 여러 개 해놓긴 했습니다.”
 
  ― 돈이 많아져 보니 어떻습니까, 좋습니까.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 주식 투자를 통해 돈 말고 또 뭘 얻었습니까.
 
  “시간과 관계의 자유입니다. 돈만 많아서는 행복하지 않잖아요. 억대 연봉인데 하루 종일 직장에 얽매여 있으면 좋습니까. 저는 일하고 싶을 때 하고 놀고 싶을 때 놉니다. 시간적 자유죠. 특히 관계적 자유를 얻은 게 가장 좋아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요. 쓸데없는 회식과 모임, 사내 정치, 파벌에서 벗어나 행복합니다.”
 
  ― 반대로 돈 주고도 못 사는 건 있던가요.
 
  “명예죠. 품위하고요. 스스로의 값어치를 높이는 건 별개의 문제더군요. ‘잡놈’ 기질은 어디 안 가더라고요.(웃음)”
 
  ― 명예와 품위를 줄 테니 전 재산을 달라고 한다면요.
 
  “그냥 이대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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