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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영진 대구시장

코로나19 대유행 1년, 권영진 대구시장의 세 가지 도전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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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지역재난대책 본부장이니 얼른 백신 맞으라더니, 공개 접종 선언하자 접종 불가 공문 내려와
⊙ “가덕도 신공항법 제정은 국기문란·입법독재… 희대의 국민 사기극으로 남을 것”
⊙ 대구·경북 행정 통합 성공해 TK메가시티 탄생할까
⊙ 지역주의 녹이는 대구·광주의 ‘달빛동맹’
⊙ “대선 주자 하나 못 키워낸 당이 무슨 주류 정당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사진=조준우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각, 동대구역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총총히 어디론가 사라지는 젊은 여성, 의자에 앉아 자신의 기차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아이의 손을 잡고 빵을 고르는 엄마…. 얼굴마다 쓰고 있는 마스크만 지우면 어쩐지 코로나19 발병 이전 풍경 같았다.
 
  역사(驛舍)에 연결된 백화점으로 향하는 통로, 길을 막고 있는 발열체크용 카메라가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일깨워줬다. 백화점 입구에서도 체온을 재야 했다. 백화점 식당가엔 식당마다 손님들이 그득했다. 작년 이맘때의 대구는 방문 후 자가격리를 각오하고 찾아야 하는 도시였다.
 

  지난해 대구를 강타한 코로나19 대유행의 흔적은, 그러나 아직 남아 있다. 시내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았다. 주차할 곳을 미처 찾지 못한 차들이 카페 앞을 맴돌았다. 1층 창가 나란히 앉은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눈부셨다. 커피를 주문했다. ‘지금부터 1시간만 머무르세요.’ 영수증을 건네며 직원이 당부했다. 서울의 지점에선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의례적인 말만은 아니었다. 동행한 대구의 지인에게 물으니, 작년에 확진자가 나온 지점이란다.
 
 
  정 총리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 제안
 
  3월 9일, 권영진 대구시장을 만나기 위해 대구를 찾은 참이었다. 지난해는 대구 시민은 물론 권 시장 개인에게도 상당히 힘든 시간이었다. 위암이 발견돼 위를 절반 절제했다. 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권 시장은 상당히 건강해 보였다. 살이 약간 빠져서인지 인상은 외려 전보다 더 좋아 보였다. 원래대로라면 인터뷰 전날인 3월 8일에 권 시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기로 되어 있었다.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맞는 거였다. 그러던 게 불발됐다. 정부의 ‘불허’ 때문이었다.
 
  ― 백신은 왜 못 맞게 됐습니까.
 
  “이유가 좀 석연치 않아요.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지난 2월 28일에 정세균 총리가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참석했어요. 제가 말했어요.
 
  ‘총리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다들 걱정이 많습니다. 총리님과 우리 시·도지사들이 같이 공개적으로 맞읍시다.’”
 
  ― 어떤 대답이 돌아왔나요.
 
  “‘아, 좋지’ 그러시더군요. 며칠 후에 지역재난대책본부(지대본) 본부장, 차장들은 빨리 백신 접종을 위한 명단 등록을 하라고 안내가 왔어요. 제가 지대본 본부장을 맡고 있어요. 얼른 명단 등록을 하니, 3월 6일에 우리가 맞을 백신이 대구에 도착했어요. 발표했지요. ‘난 공개적으로 백신을 맞겠다’고.”
 
  ― 백신까지 도착했는데 왜 못 맞았나요.
 
  “3월 8일이 접종일인데, 3월 7일 저녁에 공문이 내려왔어요. 지자체장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다고요. 백신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워요. 저는 암 수술을 했기 때문에 제가 공개적으로 맞으면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리라 생각했습니다. 혹시 이걸 또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신천지 초기 대응, 쇼를 안 했을 뿐”
 
  권 시장의 백신 접종을 정부가 막자, ‘백신 접종 차례도 안 된 권 시장이 새치기해서 먼저 맞으려 했던 것’이란 댓글들이 달렸다.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들이 곧장 진실을 덮어버렸다. 이런 식의 왜곡은 지난해 3월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했을 때 권 시장과 대구를 더 힘들게 했다.
 
  ― 작년 3월 11일이었나요, ‘사면초가’라고 페이스북에 썼더군요.
 
  “그때가 제일 어려울 때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재난 대응에 있어서 아직도 극복해야 될 게 있어요. 책임론입니다. 코로나19는 전쟁이거든. 전쟁 때는 책임을 논하면 안 돼요. 당시 중국 우한을 보면서 정작 우한과 같은 대유행이 왔을 때 어떻게 할 건지 우리는 준비를 못 한 상황이었어요. 심지어는 감염병 대응 매뉴얼도 메르스 매뉴얼을 갖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와 메르스는 다르거든요.”
 
  ― 당시 한국 사회 전체가 우왕좌왕하고 있었지요.
 
  “우한에서 확진자들이 들어오는 걸 못 막았으니 정부 책임이다 라고 하니 다시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아야 되잖아요? 신천지와 대구, 심지어는 제가 신천지에 연루되었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코로나19 대응에만 전념하기에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대구를 봉쇄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절규하는 심정으로 사면초가라 쓴 겁니다.”
 
  ― 대구시가 초기에 신천지발(發) 폭증에 대응을 제대로 못 했다는 인식이 지금까지도 있는데요.
 
  “첫날 나온 환자가 신천지 교인이었어요. 둘째 날 10명 환자 중 7명이 신천지 교인이에요. 그때 감을 잡았어요. ‘신천지를 중심으로 상당 부분 퍼져 있다’고. 그날 바로 신천지 교회를 폐쇄했어요. 우리는 언론사를 불러 신천지 예배당을 폐쇄하는 쇼를 안 했지요. 그럴 여가가 없었어요.”
 
 
  ‘대구 코로나’라 조롱한 親文 인사들
 
《월스트리트저널》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한 대구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1년 전을 잠시 떠올려보자. 대구가 한창 코로나19와 전쟁 중일 때였다. 대구 소식이 들릴 때마다 대구시와 시민들의 고통이 느껴져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런 와중에 친문(親文) 방송인 김어준은 TBS 라디오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라고 말했다. 소설가 공지영은 대구·경북의 코로나19 현황이 담긴 도표와 함께 ‘투표 잘 합시다’라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구 확진자 수용을 거부하면서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대구를 봉쇄할 수는 없으므로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행정안전부의 보도자료에도 ‘대구 코로나’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당시 진중권씨는 돌아가는 모습을 더 이상 못 보겠는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대구 시민들이 가장 고생했지만 김어준, 공지영, 전우용, 김정란 등 친문 인사들은 대구 시민을 모욕하기 바빴다. 이재명 지사는 대구에서 들어오는 이들을 검문을 하는 방안을 넌지시 시사하기도 했다. 사태 수습에서 가장 수고한 것도 대구시장(통합당 소속 지자체장)이었는데 정작 미디어의 관심을 받은 것은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이었다. 누구는 신천지 본부로 쳐들어가는 활극을 벌여 일약 코로나 극복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 코로나19 전쟁 한쪽에선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코로나19 대유행은 ‘신천지=대구=권영진’이라는 프레임이었어요. 여기선 죽기살기로 하고 있는데, 유시민 같은 사람은 ‘대구시장은 정치에 이용하려 코로나 열심히 막을 생각 없다’는 말까지 했어요. 그때 사면초가라면서 ‘다 덤벼라. 나는 죽기를 각오했다’는 결기를 보인 이유였습니다.”
 
  대구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고 확진자 수가 절정을 찍은 지 52일 만에 신규 확진자 수 0명을 기록했다. 그 말 많던 친문 인사들은 또 이건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해외 언론들은 달랐다. 이들은 대구가 세계 최초로 시작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등 기발한 방역 아이디어와 대구 시민들의 인내에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차례나 대구를 크게 다뤘다. 한 번은 대구 거리를 찾아 대구 시민들의 노력과 성과를 기사에 담고, 한 번은 한국의 방역을 소개하며 대구의 예를 들었다. 독일의 《슈피겔》, 영국의 BBC도 D(대구)-방역을 자국에 알렸다.
 
  ― 다행히 당시 예상보다 확산세가 빨리 잡혔습니다.
 
  “기적이었어요. 긴급조치나 통행금지 같은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오직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지침 준수로 이룬 결과라는 게 놀라운 겁니다.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어요. ‘지금 우리는 굉장히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집에서 나오면 안 된다. 지금 나의 심정은 권한이 있으면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싶은 지경이다. 가급적 외출하지 말고 증상이 있으면, 빨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대구 시민정신이 대한민국 지켰다”
 
  ― 시민들이 따라주었나요.
 
  “그렇죠. 지난해 2월 말, 3월 초엔 상점의 90% 이상이 문을 닫았어요. 동성로에 개미 한 마리 안 보인다고 할 정도였어요.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봉쇄한 겁니다. 공포와 두려움이 대구를 덮쳤지만 나 혼자 살려 하지 않고 함께 의연하게 코로나19에 대응했어요.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도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휴지가 바닥이 나는 판에, 대구에선 사재기 일절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탈(脫)대구’ 하지 않았어요.”
 
  당시 대구에 사는 기자의 지인(知人)은 아이를 낳고도 백일 넘게 양가 부모님을 만나지 않았다. 대구 시민들에게는 지난해 봄과 여름은 잊고 싶은 날들이었으리라. 권 시장의 생각은 좀 달랐다.
 
  “그때 만약 대구 시민들이 혼자만 살겠다고 대구에서 도망쳐서, 결과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이 수도권으로 번져나갔으면 우리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겁니다. 빛나는 시민정신이 대구도 지켰지만 대한민국을 지켰다고 봅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대구 시민들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 그 후로 1년이 지났습니다. 되돌아보면 뭘 느끼게 됩니까.
 
  “미리 대비하는 것. 대한민국은 닥치면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데는 약합니다. 사스, 메르스 모두 경험해놓고도 코로나19에 대한 대비는 없었어요. 대구시도 반성했습니다. 1차 유행이 끝나자마자 2차, 3차 유행에 철저히 대비했어요. 병상도 정부가 지정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유지했고, 민간 의료진과 협업 체계를 탄탄히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3차 유행이 왔을 땐 서울·경기·광주 환자들을 대구에서 많이 치료했거든요. 아픈 경험 후에 방역 체계가 탄탄해진 겁니다.”
 
 
  대통령 4명 배출한 대구
 
2019년 4월 광주에서 열린 228번 버스 번호 명명식에 참석한 권영진 시장(왼쪽)과 이용섭 광주시장. 사진=대구시청
  생각해보면 대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병(病)을 앓고 있었는지 모른다. ‘정치피로증’이라고 할까. 대구를 두고 ‘보수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대구는 4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대통령. 이들의 임기를 합치면 39년이다. 그 기간을 거치며 대구, TK(대구·경북)는 보수(保守)의 본진(本陣)으로 인식됐다.
 
  냉정히 따져보면 보수의 본진이 되었다고, 대구의 시민들이 뭐 어마어마한 경제적 영화(榮華)를 누린 건 아니다. 지난해 기준, 대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였다. 반면, 중앙으로 나간 대구 출신 정치인들의 실패와 실수는 대구 이미지에 찰싹 들러붙었다. 대구를 지치게 하는 것들이었다.
 
  이번 정권 들어서는 ‘TK 패싱’ ‘TK 홀대’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갑자기 등장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득달같이 통과시키면서, 오랜 기간 준비해온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은 아직이다. 국민의힘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비대위(非對委) 체제 아래서 당 내부 정비도 아직이다. 대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이 매일 쏟아지는 이슈에 몰려다니는 동안, 권 시장은 대구에서 세 가지 도전을 하고 있었다.
 
  첫째, 지역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광주(光州)광역시에는 228번 버스가 다닌다. 대구의 2·28민주운동을 기리는 의미다. 대구엔 518번 버스가 다닌다. 권 시장과 광주의 이용섭 시장이 일종의 결연을 맺은 결과다. ‘달빛동맹’, 두 도시의 옛 이름인 ‘달구벌’(대구)과 ‘빛가람’(광주)을 합친 명칭이다.
 
  ― 달빛동맹은 왜 맺었나요.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몇 가지 숙제 중 하나가 지역주의입니다. 지역주의는 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서로 교류가 없을 때, 나쁜 정치와 군사문화가 만들어낸 허위의식이에요.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확산·재생산 했단 말입니다. 영호남이 갈등하고 분열하는 동안 어떻게 됐습니까. 영호남 모두 어려워지고 수도권만 비대해졌어요.”
 
  ― 영호남은 정작 덕을 본 게 없군요.
 
  “지역주의 이용해서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대통령이 된 사람은 좋았겠지요. 호남과 대구·경북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좋아진 게 뭐가 있습니까.”
 
  ― 달빛동맹이 실효적인 효과가 있나요.
 
  “있습니다. 달빛동맹은 시민연대예요. 광주시와 대구 시민들이 요즘엔 서로를 왜곡된 지역주의의 잣대로 보지 않습니다. 대구가 코로나19와 싸울 때 제일 먼저 마스크를 보내주고 대구 환자들을 받아준 게 광주입니다. 광주가 수해(水害)를 입고, 2차 코로나19 확산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수해 복구를 가고, 광주 환자들을 받아서 치료한 게 대구고요. 자연스럽게 그리 됐어요.”
 
 
  민주당 인사를 부시장으로
 
  ― ‘그런거 왜 하느냐’는 목소리는 처음엔 없었나요
 
  “처음엔 오해도 좀 있었죠. 요즘엔 시민사회끼리 더 활발히 교류합니다. 의료계, 법조계, 여성계… 왕래하고 어려움 있으면 지원하고, 그런 식으로 나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인위적으로라도 일단 만나보면 마음이 풀리고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지난해 7월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구 부시장에 취임했다. 권 시장의 제안을 홍 전 의원이 받아들였다.
 

  ― 대구 시민들 반응이 어땠나요.
 
  “잘했다는 사람도 많았고, 왜 사람이 없어 여당 쪽 사람을 쓰냐는 의견도 나왔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이 생각만 했어요. ‘대구가 어떻게 하면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까.’ 현 정부는 포용하는 정부가 아니거든요. 피아(彼我)가 너무 분명한 정부예요.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완전히 1당으로 가지 않았습니까.”
 
  ― TK 민심이 야당에 결집했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도시는, 중앙정부의 재정이나 정책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어요. 그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통로 역할을 하던 김부겸 전 의원 같은 분들이 다 없어진 거예요. 대구 시민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협치(協治)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홍 부시장을 모셔온 겁니다.”
 
  ― 예전엔 연정(聯政)에 부정적이었잖아요. 중앙정치의 갈등구조가 지자체에도 옮겨진다고요.
 
  “진영 논리가 우리 정치에서 너무 강화돼가니까요. 서울은 모르지만 지방은 협치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어요.”
 
 
  “가덕도신공항법은 입법독재”
 
  ― 소속 당이 다른 지자체장이 모인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탄생시킨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지난해 8월이었어요. ‘공항 때문에 영남권이 갈등하고 분열하면 안 된다. 상생의 길을 찾자’면서 결성했습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송철호 울산시장, 저 이렇게 다섯 명의 지자체장이 모였어요.”
 
  ―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논의했나요.
 
  “지난해 8월 1차 회의 때는 영남권 교통망 구축에 대한 발전계획을 같이 만들기로 해서 그건 지금 하고 있어요. 지난 2월 8일 열릴 2차 회의 때 공항을 비롯한 영남권 전체 발전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그 사이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발의된 겁니다.”
 
  ― 그래서 무슨 얘기가 오갔나요.
 
  “회의 자체가 취소됐어요. 김경수 지사가 개인 사정으로 2차 회의에 못 온다고 하더군요.”
 
  ― 시장으로 있으면서 영남권 신공항 논의과정을 다 지켜보았잖아요. 가덕도에 공항 만들겠다고 땅을 파도 문제 아닌가요.
 
  “여러 번의 연구 용역에서 공항 입지로 부적절하다는 결론이 난 곳입니다. 물론 저는 부산 시민들이 인천을 보며 느끼는 부러움을 이해합니다. 지방 도시들이 인천을 부러워해요. ‘우리는 왜 수도권 옆에 있지 않을까. 서울 옆에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기업도 오고 인구도 늘 텐데’ ‘우리도 국제 항만과 국제 공항이 있는 도시면 좋겠다’.”
 
  ― 지방 도시의 로망이군요.
 
  “그런데 공항은 수요가 있어야 해요. 부산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남권 신공항으로 추진한 겁니다. 가덕도와 밀양이 맞붙다, 김해신공항으로 결정난 거 아닙니까.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김해 신공항을 법으로 백지화하고, 환경성·안전성·경제성에 문제가 있어 부적합한 입지로 결론 난 가덕도에, 그것도 앞으로 돈이 십몇조가 들지 이십몇조가 들지 모르는데 일방적으로 법을 만들어 밀고 나가는 건 국기문란, 입법독재입니다. 나중에 희대의 국민 사기극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아요.”
 
 
  TK메가시티 탄생할까
 
  권 시장의 두 번째 도전은 ‘분지(盆地) 대구’에 대한 도전이다. 권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 통합을 추진 중이다. ‘대구・경북특별광역시’ 혹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만들겠다는 말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논의 중이다. 올해 안에 시도민 투표를 거치겠다는 목표다.
 
  ―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 왜 필요한가요.
 
  “시대마다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독립-건국-산업화-민주화의 소명을 거쳐왔어요. 이제는 통일과 지방분권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봅니다. 현재의 17개 광역시도 체제로는 균형 발전이 불가능해요.”
 
  ― 왜 불가능한가요.
 
  “재정 분권부터 안 되고 있어요. 지금은 지방소비세의 21%를 지방에 줍니다. 나머지는 국세로 들어가고요. 2단계로 21%에서 30%까지 교부율을 늘리는 게 목표인데 이렇게 되면 경북도나 전남도 같은 곳은 손해를 보거든요. 그래서 반대합니다. 대구와 경북이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지요.”
 
  ― 단순히 예산만 합친다고 발전이 되나요.
 
  “지금은 도시 간 경쟁 시대입니다. 지방은 수도권과도 경쟁하지만, 해외 도시와도 경쟁해야 해요. 해외 기업을 하나 유치하려 해도 인구 200만명으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500만명 이상의 광역도시가 되면 매력적인 시장이 됩니다.”
 
 
  시·도지사들의 화두, 행정 통합
 
  ― 대구・경북특별광역시가 되면 대구는 해안을 갖게 되네요.
 
  “500만 도시로 넓혀지면 대체적으로 도시가 항만과 공항을 갖게 됩니다. 자족적(自足的)인 자체 인프라가 갖춰지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자기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초(超)광역 통합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야 될 길입니다. 대구·경북이 먼저 가보는 겁니다. 단박에 쉽진 않을 거예요. 다음 지방선거는 통합광역시로 치르자는 목표입니다.”
 
  대구 인구는 약 240만명이다. 대구・경북으로 넓히면 510만여명이 된다. 한국은 도시의 확장을 마치 나쁜 현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세계 주요 도시들은 확장을 거쳤거나 거치고 있다. 메가시티의 시대다. 그레이터 런던이나 도쿄도(都)가 대표적인 예다. 초광역 통합으로 발전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의 지방행정 체계가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사인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몇몇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도시들은 인구 감소와 불황에 걱정이 잔뜩이다. 그런데도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기초의회 의원들의 일탈은 눈뜨고 보기 힘든 애교로 봐주더라도, 지방 주요 대학들이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맞는 것은 씁쓸하다.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부산대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올해 충남대 수학과엔 수학 8등급인 학생이 합격했다. 학령 인구 감소 탓이 크지만, ‘인서울’ 선호도 한몫했을 터다.
 
  ― 행정 통합은 다른 지역에도 적용이 되겠네요.
 
  “시·도지사들이 모이면 화두가 행정 통합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살림살이를 살아보면 이대로 안 된다는 한계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파마 머리 한 시장
 
시장에 취임한 후 한동안 파마 머리를 했던 권영진 시장. 사진=대구시청
  세 번째 도전은 ‘변화가 없는 도시 대구’를 깨려는 노력이다. 이젠 지난 얘기가 됐지만, 권영진 시장의 등장 자체가 대구에는 신선한 바람이었다. 권 시장 이전까지 민선 대구시장은 전원 경북고-행정고시 출신이었다. 민선 첫 시장을 제외하면 전원 서울대 출신이었다. 권 시장은 관료 출신도 아니고 경북고-서울대 출신도 아니다. 그런 그가 취임 직후 파마(펌)를 했다.
 
  ― 파마한 게 화제가 됐지요.
 
  “대구시장이 파마한 게 뉴스가 되는 게 대구예요. 서울시장이 파마하면 뉴스가 안 됐겠죠. ‘파마하는 대구시장을 받아들이는 대구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제가 만 52세에 시장에 당선됐거든요. 대구에선 저보고 젊다고 어리다고 하는 겁니다. 아니, 오세훈 시장이 만 44세에 서울시장을 했고, 저는 만 44세에 서울부시장을 했어요. 이거는 바꿔야 된다, 파격을 줘야 된다 생각했어요.”
 
  ― 뭐라 하는 시민들도 있었나요.
 
  “혼났죠. 한 어르신은 부르시더니 ‘보수도시의 시장이 파마를 하면 되겠냐’고 하셨어요.”
 
  ― 어떻게 답했나요. 그래서 파마 머리를 유지하지 않은 겁니까.
 
  “‘파마하는 것 가지고 뭐라 하시면 어떡합니까, 대구도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했지요. 사실 파마 머리는 제 취향이 아니에요.”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멈춰 있지만 이제는 전국적으로 크게 알려진 대구의 ‘치맥페스티벌’을 비롯해 ‘컬러풀페스티벌’ ‘국제뮤지컬페스티벌’ ‘국제오페라축제’ 등 4대 축제와 ‘김광석거리’, 서문 야시장을 운영해 대구는 젊은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민본21’ 이후 개혁보수 그룹 없어
 
  변화를 생각하자 답답해졌다.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닐까. 그는 서울 노원구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두언·남경필·홍일표·김용환 의원 등과 함께 쇄신그룹 ‘민본21’을 결성해 개혁보수로 활동했다.
 
  ― 지금 민본21 같은 당내 쇄신그룹이 필요한 거 아닙니까.
 
  “사실 예전엔 끊임없이 혁신그룹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죠. 화석 정당처럼 굳은 정당이 됐어요. 보수정당 개혁운동의 시발은 미래연대였어요. 1999년도에 만들어졌는데, 저는 초대 사무총장이었습니다. 당시 공동대표가 남경필·김부겸·오세훈·원희룡·임태희·김영춘이었거든요. 그게 수요모임, 민본21로 이어졌는데 19대부터 혁신그룹이 사멸(死滅)했어요.”
 
  ― 왜 그렇게 됐습니까.
 
  “결과적으로 계파싸움에 휘말린 탓이죠. 와해됐어요. 20대, 21대까지도 보수정당 내에 개혁그룹이 자리 잡지 못하고 있어요. 아무리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모셔놓으면 뭐해요. 개혁의 동력은 내부에서 나와야지, 외부에서 전지전능한 사람이 와도 안 돼요.”
 
  ― 그러고 보니 20대부터는 개혁그룹이 안 보이네요.
 
  “20대 초선의원들에게 개혁그룹 만들라고 강연도 하고 조언도 했는데 안 되더라고…. 개혁의 길을 걸어온 분들이 아니라, 권력에 순치된 모범생들만 모여 있었던 탓이 아닌가 싶어요.”
 
  ― 공천의 실패가 보수정당의 실패로 이어진 거군요. 21대 총선 공천은 어땠나요.
 
  “확실하게 당원이나 국민에게 맡겨서 제대로 된 경선을 하든지, 아니면 진짜 개혁 공천을 했어야 해요. 줄서서 잘 보이면 공천받으니 국회의원들이 본인을 국회의원 시켜준 게 국민이라고 생각 안 하잖아요. 그러면 평소에 열심히 할 필요가 없지요. 줄만 잘 서서 공천받으면 되니까. 근데 그나마 그럴 수 있는 지역도 영남 정도밖에 안 남았잖아요.”
 
  ― ‘강남 영남당’ ‘영남 자민련’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죠. 국민의힘 의원들은 듣기 싫어하더군요.
 
  “잘못된 보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그동안 새누리당-자유한국당-국민의힘으로 오면서 잘 보여주고 있잖아요. 기득권 지키려고 계파 싸움한 거 아닌가요? ‘친이-친박’ 갈등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거였습니까? 기득권 독식하려 공천 학살하고, 그렇게 대권 주자도 못 키워냈어요.”
 
  ― 국민의힘에 희망이 있을까요.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대선에서 이길수 있느냐를 놓고 보면 희망이 있다 말하기 어렵지요. 그래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국민의힘 당원마저 열광하는 거 아닌가요. 반성해야죠. 대선 후보 하나 못 키워낸 정당이 대한민국 주류 정당입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요.”
 
 
  “윤석열, 응원해주고 싶었다”
 
3월 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지검을 찾았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인사를 나눴다. 사진=대구시청
  ― 윤석열 전 총장이 대구지검 방문했을 때 왜 꽃다발 들고 만나러 나갔나요.
 
  “응원의 의미였어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가 완전히 무너지고 정의와 상식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윤석열식 표현에 전 동의해요. 야당이 제대로 저항하고 있냐고 하면 저항 못 하고 있어요. 저는 윤석열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뭐, 호기로운 칼잡이겠지…’. 그런데 현 권력이 총동원돼서 1년 이상 찍어내려고 핍박하는데 견뎠잖아요. ‘나름대로 철학과 원칙이 있구나’ 했죠. 그런데 외롭잖아요. 대구시장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내라 응원해줘야겠다 싶었어요.”
 
  ― 사전에 무슨 교감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원래 검찰총장들이 대구에 방문하면 미리 연락하고 같이 식사도 하고 담소도 했어요. 김진태·김수남 총장 모두 그랬지요. 그런데 윤 총장은 온다고는 하는데 연락이 없더라고. 아침에 제 쪽에서 연락을 했어요. ‘대구 오는데 시장 안 만나고 갈 거냐’고. ‘일정이 너무 빠듯하고 민감한 시기라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죠. ‘미안할 게 뭐 있냐. 부담없이 잠깐 보자.’ 검찰청 올라가는 입구에 있을 테니 거기에서 인사나 하자고 했어요.”
 
  ― 검찰청 안마당에서 만나지 않았나요.
 
  “검찰청 입구에 찬성파, 반대파 시민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거기에 차를 세웠다가는 윤 총장이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한테 손 흔들었다, 이렇게 왜곡될 것 같아서 거기 세우지 말고 마당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 윤 총장 환영 인파가 꽤 많았지요.
 
  “대구여서 나온 특이한 현상은 아니고, 전국적인 지지가 아닐까 싶어요.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 있는 거예요. 보수정치권에서 해결을 못 해주고 있어요. 그 사이에 혜성인지, 신데렐라인지 모를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이제 시작이라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검찰총장으로 남아주기 바랐어요. 그러나 나무가 가만히 있고자 해도 바람이 가만두지 않잖아요.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야겠죠.”
 
 
  “대구는 고립되지 않아”
 
  ―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가덕도로 ‘갈라치기’ 되면서 대구가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고립시킨다고 해서 고립되지 않을 겁니다. 대구 정신이라는 게 그래요. 일제 강점기 항일운동이 가장 치열했던 곳이 대구·경북이에요. 6·25전쟁 때는 낙동강 방어선을 지켜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켰습니다. 이승만 정권의 불의에 대항해 2·28민주운동으로 민주주의의 깃발을 처음으로 올린 것도 대구였어요. 새마을운동도 대구에서 퍼져나갔고요. 대구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면서 새 길을 열어왔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권 시장은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돌아보면 어떻게 7년을 했을까’ 하며 ‘개인적으로 3선의 짐은 피하고 싶다. 대구 시민들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지난 3월 9일 발표한 《영남일보》-KBS대구 설문조사에서 대구 시민의 51%가 권 시장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대구・경북 통합광역시 출범’ 등 대구에는 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권 시장과 대구의 도전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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