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그룹 인터뷰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이 말하는 원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과학을 믿지 않고 음모론만 난무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막연히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걷어내고 본질을 보면, 원자력만큼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도 알게 될 거라 믿었다. 그 때문에 대통령 후보 공약에 탈원전이 언급돼 있더라도 결국 달라지리라 생각했다.”

“원전은 과학이고 증명된 경험. 비과학적 음모론에 휩쓸리는 상황이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황당하다.”


⊙ 체르노빌·후쿠시마·TMI 사망자 43명 vs 벼락으로 인한 사망자 6000명(매년)
⊙ 문재인 대통령이 감동했다는 영화 〈판도라〉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아
⊙ 바이든 美 당선자 ‘원전 상업화’ 언급… 독일·프랑스·스웨덴·스위스 원전 비중 높아져
⊙ 국내 취업 막힌 학생들 외국 간다
2020년 11월 9일, 서울대 교내 게시판에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도록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 대자보를 붙인 녹색원자력학생연대는 서울대·카이스트를 비롯해 전국 107개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11월 9일, 전국 107개 대학에 대자보가 붙었다.
 
  〈현 정부의 월성 원전 기획 살인사건.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처음부터 청와대와 산업부는 월성 원전을 죽이기로 작정하고 원전 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당시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감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조사에 들어가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이와 관련한 자료 444개를 은폐·삭제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펴면서 현장에서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지는 이후에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대자보는 어마어마한 음모를 엿볼 수 있는 ‘전초전’이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대자보를 쓴 주체인 ‘녹색원자력학생연대’였다. 학업에 매진해야 할 학생들이 왜 이런 모임을 결성했으며,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고 1인 시위를 하면서까지 알리고 싶은 진실은 무엇일까.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를 비롯해 감동훈(카이스트 박사과정 졸업), 윤선광(과학기술연합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한상빈(세종대 원자력공학과 학부생), 김가온(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과 학부생), 서영찬(전북대 양자시스템공학과 학부생)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조재완 대표의 얘기다.
 
  “원자력 살리기 운동을 위해 결성된 학생 연합입니다. 2019년 2월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현재 500여 명이 활동 중입니다. 대부분 원자력을 전공한 학생들이고 다른 학과 학생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 정부가 원전을 폐쇄하니까 전공 학생들이 일자리를 뺏길까 봐 단체행동에 나선 것인가요.
 
  “‘자기 밥그릇 지키려고 단체행동하는 것이냐’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학생들 취업의 문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現)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로잡겠다는 뜻이 더욱 강합니다.”
 
 
  원전은 위험하다?
 
2020년 10월 19일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 회원들이 삼청동 감사원 정문 앞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책임자의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원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자력발전소의 줄임말이다. 사람이 사용하는 에너지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화석연료는 태고의 생물이 오랜 기간 지하에 매장돼 석탄·석유·천연가스 같은 화학적 에너지로 변환된 연료다. 원자력은 우라늄같이 무거운 원자들의 핵분열 반응을 통해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핵에너지다. 수력은 강물 등 물이 가지는 위치 등을 이용한 중력 에너지다. 풍력은 태양 복사열에 의한 대기의 운동 에너지다. 태양 에너지는 태양 내부 수소 원자들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다. 이는 모두 우리가 에너지를 얻는 수단이다. 석탄·석유냐, 우라늄이냐, 물이냐, 태양 빛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때문이다. ▲원전은 위험하다 ▲원전은 환경을 파괴한다 ▲원전에서 탈피해 신(新)재생 에너지(태양광·풍력·수소 등)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원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막연하게 ‘무섭다’는 생각은 한다. 원전 원료인 우라늄(Uranium)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다. 우라늄은 천연으로 존재하는 원자번호 92번의 원소다. 1789년에 클라프로트가 발견했는데 천왕성(Uranus)에서 이름을 땄다. 천연 원소 중에서 가장 무겁다. 천연 우라늄 중에 가장 흔한 동위원소는 ‘-238’과 ‘-235’다. 우라늄은 약한 방사성을 띤다. 우라늄의 핵 특성 때문에 원자력 발전의 재료 또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 물론 천연 우라늄으로 핵폭탄을 만들 수는 없고 ‘농축’이라는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기 때문에 핵폭탄을 얘기할 때 ‘고농축 우라늄’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우리나라 원전 인근 주민, 원전 방사능에 의한 직접 피해 사례 단 한 건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내세웠다. 2012년 대선 때 채택했던 내용을 확장·발전시킨 내용이다. 대선 공약집에 보면 ‘원전사고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돼 있다. ‘사고’와 ‘걱정’에서 엿볼 수 있듯이 원전은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고뭉치라는 생각이 깔렸다. 원전사고가 일어나면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는데, 원전 설비는 노후화됐기 때문에 언제든 사고 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다.
 
  우리나라는 원전 인근 주민이 원전 방사능에 직접 피해를 본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역사적으로 상업용 원전의 중대 사고는 총 3건 있었다. 최초는 미국의 스리마일섬 사고(Three Mile Island Accident· 1979년 3월 28일)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있는 스리마일섬의 원전 2호기에서 냉각 장치가 파열돼 핵연료가 공기에 노출됐다. 미국 원전 역사상 최악의 사고지만 원자로 격납 용기가 붕괴하지 않아 피폭량은 미량이었고, 외부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나흘 만인 1979년 4월 1일, 당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 TMI를 방문했을 정도다. 당시 언론은 “대통령의 방문은 지역 주민과 국민을 안심시켰다”고 보도했다.
 
  두 번째는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 4월 26일)다. 원전사고를 얘기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고 영화 소재도 됐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 제4호기 원자로가 폭발했다. 원자로의 설계적 결함, 운전 미숙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사망자는 43명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는 후쿠시마 원전사고(2011년 3월 11일)다.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선이 누출됐다. 3월 12일에 1호기에서 수소 폭발, 3월 14일에 3호기 수소 폭발, 15일에는 2호기 및 4호기 수소 폭발과 폐연료봉 냉각보관 수조 화재 등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기체가 외부로 대량 누출됐다. 하지만 방사선 피폭에 의한 사망자는 없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TMI 사고 사망자는 0명, 체르노빌은 43명, 후쿠시마는 0명”이라고 말했다. 무시무시한 여파가 필수인 원전사고 치고 뜻밖에 사망자 수는 적다.
 
  하지만 탈원전을 외친 문재인 정부 측의 계산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2017년 6월 19일)에서 “2016년 3월 현재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원전사고 사망자 43명(전 세계) vs 코로나19 사망자 556명(우리나라, 2020년 12월 10일 기준)
 
2013년 11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 세미나를 민주당 우원식·유인태 의원과 공동주최한 문재인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쿠시마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0명인가, 1368명인가. ‘사망자가 1명 있다’는 주장도 일본 정부가 2018년 폐암으로 사망한 후쿠시마 원전 근로자(50대)에게 처음으로 배상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당시 《포브스》는 영국 과학자(Dr. Geraldine Thomas)의 발언을 인용해 “일본 작업자의 폐암이 방사선 피폭에 의한 것이라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 동료의 흡연이 영향을 끼쳤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이 근로자에게 배상했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로 기록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1368명 사망’ 발언에 대해서는 일본 역시 발끈한다. 당시 《산케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근거 없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368명 사망 발언에 일본 부흥청(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흥을 목적으로 설치된 일본 중앙기관)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총 43명이 사망한 체르노빌 사건에 대해서도 학계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조건우 박사(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위원)의 말이다. 조 박사는 블로그에서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 2008년 보고서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고 시 화재 진압에 동원된 작업자 중 134명에게서 급성방사선 증후군이 발생했고 이 중 28명이 곧바로 사망했다. 2006년까지 나머지 106명 중 19명이 사망했는데 이들의 사망 원인은 방사선 피폭과 관련이 없다. 106명에게서는 대부분 심각한 피부 손상과 백내장 발생이 있었다.
 

  따라서 UNSCEAR 2008년 보고서에 의하면, 체르노빌 사고 결과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2005년까지 총 43명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후쿠시마 재난으로 573명이 사망했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재난 대피 상황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망했다고 한다. 또 한 명은 방사선 피폭이 아니라 폐암으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원전사고로 인해 방사선이 유출돼 사망한 사람으로 총 43명(현재까지의 정설)이 적은 수이냐고 묻는다면, 모든 인간의 목숨은 고귀하기에 답은 없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1973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만 교통사고로 약 33만5000명이, 전 세계적으로는 벼락으로 해마다 약 6000명이 사망하는 한편, 역사적으로 원전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43명이다”라고 말했다.
 
  2020년 12월 10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는 556명이다. 원전사고는 인재(人災)이고 코로나19는 자연재해에 가깝기 때문에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에너지원과 비교해보자. 《포브스》 에 따르면,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할 때(1000TWh) 원자력 90명(체르노빌, 후쿠시마 포함), 태양광(지붕) 440명, 천연가스 4000명, 석탄 10만명이 사망한다고 했다.
 
 
  원전의 중요성을 알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탈원전 정책 철회
 
2019년 11월 22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원들이 ‘월성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심사 중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차치하고, 탈원전을 외치는 사람들이 원전이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원전 노후’ 때문이다. 원전은 한번 건설하면 40~80년을 사용한다. 만일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지어진 지 60년이 됐다면 주민들은 붕괴의 두려움에 떨는지 모른다. 그런 논리가 원전 설비에도 적용된다.
 
  문재인 대통령만 탈원전을 외친 것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탈원전을 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로부터 전기 에너지 공급에 대한 얘기를 듣고는 탈원전 정책을 철회했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2007년 11월,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 착공식에서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중국 등이 원전 확대를 계획 중인데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있다”며 ‘원전 세일즈맨’ 역할까지 자처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막연히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걷어내고 본질을 보면, 원자력만큼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가 없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도 알게 될 거라 믿었다. 그 때문에 대통령 후보 공약에 탈원전이 언급돼 있더라도 결국 달라지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결심을 확고하게 만들었다고 알려진 영화 〈판도라〉(2016년 12월 7일 개봉)에서도 ‘노후화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이 영화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모티브를 따온 원전 관련 재난영화다. 처음부터 ‘픽션(허구)’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가 있든 없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숨통을 조인 영화라고 일각에선 평가하고 있다. 대사 중 일부다.
 
  〈본부장: 아니, 내진 설계가 됐는데 왜 문제가 생긴 겁니까?
 
  소장: 1호기 이놈은 지은 지 40년이 다 돼갑니다. 가정집 수도관도 40년이면 부식이 돼서 관이 막히거나 균열이 생깁니다.
 
  본부장: 그럼, 지금까지 노후된 설비 교체를 한 번도 안 했다는 겁니까?
 
  소장: 수백억을 들여서 골백번도 더 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시설은 밸브만 3만 개, 배관 길이가 170km, 전선 길이는 1700km입니다. 어느 구석이 녹이 슬었고 균열이 생겼는지, 어디에 불량품이 들어가 있는지, 모든 걸 속속들이 파악하려면 몇 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그 작업을 겨우 두 달 만에 끝내고 가동시킨 것 아닙니까! 제대로 된 점검은 애당초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영화 대사 중)
 
 
  ‘픽션 영화’ 〈판도라〉에서 보여준 장면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아
 
2016년 12월 18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국 재난영화인 〈판도라〉 박정우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혹하는 ‘픽션 대사’다. 이에 대해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주요 부품은 주기적으로 성능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연관 구조물이나 계통은 비상시에 작동하게끔 주기적으로 점검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격납건물 종합누설률 시험(ILRT: Integrated Leak Rate Test)입니다. 원전에 수많은 안전장치가 겹겹이 있지만, 설사 모든 안전 계통이 실패하더라도 방사성 물질 누출 없이 안전하게 막아주는 것이 격납건물입니다.”
 
  ― 영화를 보면 원전 건물이 폭발하면서 콘크리트가 사방으로 날아가는데요.
 
  “불가능합니다. 영화에서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출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격납건물이 제 역할을 하는지 5년마다 한 번씩 고압의 기체를 채우고 24시간 동안 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종합누설률 시험입니다. 공기는 어느 한 곳이라도 약점이 있으면 새어 나가기 때문에 압력을 측정하면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내 모든 원전은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가동할 수 있습니다.”
 
 
  세계 5위의 원전 强國
 
  쉽게 이해하기 위해 원전 원리에 대해 간단히 알아야 한다. 전통적인 발전소는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고, 터빈이 발전기를 돌리는 형태다. 물을 끓이는 데 석탄을 쓰면 화력발전, 핵에너지를 쓰면 원전이다. 전 세계 원전의 90%를 차지하는 ‘경수로형 원전’의 원리는 이렇다. 우라늄(약 430kg·농축도 3~5%)을 핵연료봉(4m)에 넣어 핵을 분열해 에너지를 내서 발전용으로 사용한다. 우라늄을 한 번 넣으면 18개월 동안 가동한다. 18개월 뒤에 3분의 1은 ‘사용후핵연료’로 분류해 물탱크로 옮긴다. ‘사용 후’로 분류했지만 아직까지 열을 내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냉각시켜야 한다. 바닷가에 원전을 많이 건설하는 이유가 증기 냉각과 사용후핵연료 냉각을 위한 물 조달이 쉽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하면 미국처럼 냉각탑을 만들기도 한다. 3분의 1의 사용후핵연료를 제거한 후 남은 핵연료봉을 재배치하고 빈 공간에 새로운 연료봉을 넣는다.
 
  우리나라는 1958년에 공포한 원자력법을 기반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원전을 도입했다. 1978년 4월에 고리 원전 1호기(현재 영구정지)가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에 원전을 지속적으로 늘려 현재 24기가 가동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력량의 26% 내외를 원전이 담당하고 있다. 발전량을 기준으로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 규모다.
 
  우리나라는 원료인 우라늄을 호주, 캐나다, 미국 등에서 수입한다. 원전 하나를 건설하고 운영할 때 우라늄은 전체 단가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광산에 따라 우라늄 질(質)의 차이는 있다. 1kg 우라늄 원료는 석탄 3000t, 석유 2200t이 생산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라늄이 석탄의 약 300만 배, 석유의 220만 배 에너지를 내는 것이다.
 
 
  원전은 인류 지식의 집약체
 
  원전의 핵심은 건설 노하우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원전의 기술력은 인류 지식의 집약체”라고 말했다.
 
  “원전은 전자, 물리, 기계, 화학, 생물 등 인류 지식의 집약체로 볼 수 있습니다. 핵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질량과 에너지가 사실상 동등하고 상호 교환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E=mc²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계측 제어를 하는 전자, 열전달, 화학물질, 생물, 기계설비 등 모든 과학기술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실제로 가서 보면 이것이 현실화됐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세계 톱이라던데요.
 
  “과거 주요 선진국들이 탈원전을 할 때 우리가 저렴하게 기술을 들여와 집중 투자해서 원자력 강국이 될 수 있었습니다. 원전은 단순한 제조업이 아닙니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과 국방, 외교 등이 총망라되는 사업이라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도 국가가 움직입니다. 애써 선점한 우리의 경쟁력을 잃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 있다. 한국 실정에 맞게 국내 기술로 개발한 원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1992년부터 10년 동안 2300억원을 투입해 개발됐다. 과거 원전과 비교해 발전 용량이 커졌고, 원전 가동 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었다. ‘APR-1400’은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수출했고, 완공 후에 UAE 전력의 20%를 담당하게 될 것이다. ‘APR-1400’은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인정받은 국내 유일의 기술이다. 탈원전을 국가 정책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2018년 3월 26일에 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는 참석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의 증언에 따르면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에 대한 관리는 철저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우라늄 취급 전(全) 과정을 통제받고 있다. IAEA에서 사전 예고 없이 불쑥 방문도 한다.
 
 
  멀쩡히 잘 지은 시설을 650억원 들여 용도 변경
 
2019년 1월 11일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본부’ 회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우리나라는 원전을 건설할 때마다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원전 건설에 반대한다며 서명 운동을 벌이고, 간혹 도로를 막는 시위행진도 있었다. 대부분의 이유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과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였다. ‘방사능이 누출되면 반경 20km까지 고 위험 지역이 된다’ ‘연료봉을 식힌 물을 우리 앞바다에 방출해 물고기가 떼죽임을 당하는 등 죽음의 바다를 만든다’는 등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이유 중 하나인 환경 파괴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식수(食水) 공급을 위해 부산 기장군에 만든 시설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고리 원전에서 방류하는 방사성 물질이 든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냐”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부산은 낙동강 최하류 물을 정수해 수돗물을 만들어왔다. 깨끗한 대체 수원(水源) 확보는 부산의 숙원사업이었다. 부산은 1954억원을 들여 5년 공사 끝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들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의 설명이다.
 
  “해수담수화 시설은 역(逆)삼투압 기술을 이용해 바닷물의 염분과 불순물을 걸러내고 수돗물로 만드는 것으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수심 10~15m의 바닷물을 시설까지 끌어와 정수 처리를 통해 하루에 4만5000t의 수돗물을 생산합니다. 기장 일대 5만 가정에 수돗물을 공급기로 했는데 주민의 반대로 공업용수로 사용키로 했습니다. 공업용수로 공급하려면 650억원을 추가로 들여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 왜 그렇게 됐죠.
 
  “고리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라는 것이 앞바다까지 흘러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삼중수소는 시설에서는 정화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 사실입니까.
 
  “실제 고리 원전에서 담수화 시설 앞바다까진 11km 떨어져 있습니다. 삼중수소는 원전에서만 발생되는 물질이 아니라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인데요, 담수화 시설 앞바다까지 누출될 수 있는 방사성 물질 양은 지극히 소량(0.3Bq/L)입니다.”
 
  ― 그게 적은 수치인가요.
 
  “해당 식수의 방사능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 1kg에 들어 있는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배추는 4만, 미역은 14만, 콩은 53만, 홍합은 120만 리터의 식수와 동일한 방사능을 갖고 있습니다.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은 다른 식수원보다 오히려 안심할 수 있는 식수원입니다. 방사능 흡수 수준 430번 수질(水質) 검사에서 식수로 적합하다고 판정됐는데 공업용 용수로 사용돼 안타깝습니다.”
 
원자력 전공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원전에 대한 오해
 
  Q : 원전이 핵폭탄처럼 터져서 콘크리트 벽을 뚫고 나오는 것 아니냐.
  A : 불가능하다. 알코올에 불을 붙이면 불이 붙는다. 맥주나 소주에는 알코올이 포함돼 있으나 불이 붙지 않는다.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불이 붙지 않게끔 설계가 된 것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폭발할 수 없게 설계돼 있다. 저농축 우라늄은 터트리고 싶어도 터지지 않는다.
 
  Q :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 않나.
  A : 체르노빌은 상업용 원전 측면에서는 잘못 설계됐다. 우리나라 원전과 동일 선상에서 보면 안 된다. 오늘날의 우리나라 원전은 인위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려 해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자동으로 정지되게끔 설계돼 있다.
 
  Q :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나라 원전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A : 후쿠시마 이후로 전 세계 모든 원전이 재정비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게끔 준비를 마치고 나서야 원전 재가동을 승인했다. 또 국내 원전에는 후쿠시마에 없었던 1.2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격납건물이 있다. 모든 안전장치가 실패하고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방사선 누출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TMI 사고에서 격납건물의 안전성이 입증됐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팬텀기로 원전 격납건물을 추돌하는 실험을 했지만 손상되지 않았다.
 
  Q : 천재지변인 지진, 쓰나미, 해일이 우리나라에 없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나.
  A : 국내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은 지진 6.5(0.2g)~7.0(0.3g)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지진을 가정한 기준이다. 게다가 원전에서 말하는 내진 설계 기준은 일반 건축물과 다르다. 건축물은 붕괴를 기준으로 하지만 원전은 전혀 손상 없이 안전하고 가동 중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말한다. 실제로 쓰나미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을 때 지진 발원지에서 더 가까운 오나가와(女川) 원전을 대피소로 사용했다.
 
  Q : 원전 지역은 방사선 양이 높다는데.
  A : 방사선 수치가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원전 가동 중인 지역은 실시간으로 더욱 철저하게 관리한다.
 
  Q :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에 걸린다는데.
  A : 유전자 손상이 일어나야 암이 발병한다. 방사선 피폭량과 암의 유의미한 인과관계는 100밀리시버트(mSv·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유효선량의 단위) 이상부터 보인다. 그 이하 미량의 방사선이 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에 과학계는 동의하지 않는다.
 
  Q : ‘방사선 고등어’ 먹으면 몇만 배 피폭되나.
  A : 1kg당 100Bq(정부 기준)의 방사성 세슘(Cs-137)으로 오염된 고등어를 매일 200g씩 1년 동안 총 73kg을 먹었다고 가정할 경우, 방사선 양은 약 0.1밀리시버트다. 0.1밀리시버트는 뉴욕~서울 구간을 왕복비행(0.0793 x 2 = 0.1586밀리시버트)하는 동안 받는 피폭량보다 적다.
 
  양이원영 의원이 ‘지구상에서 불가능하다’던 일, 한국연구원이 2020년 10월에 해냈다
 
  일부에서는 원전에서 냉각수를 오염된 상태로 방류한다고 지적한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측은 “우리나라의 원전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을 방류하는 경우는 없다. 원전 온배수를 광어 양식장에 활용할 정도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원전은 그 자체로 탄소 배출 차원에서도 안전한 에너지원이다. 2019년 국제에너지 기구(IEA)는 “2018년 저탄소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에너지원은 수력, 그다음은 원자력”이라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과학을 믿지 않고 음모론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춰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탈핵(脫核)운동을 벌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2018년 정부 예산안 평가의견서)라는 주장을 펼쳤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이렇게 비(非)과학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 정부의 핵융합 관련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20년 10월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인공 태양을 20초 동안 구현했습니다. 연구원이 만든 KSTAR(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를 이용해서 1억 도의 초고온 플라스마가 20초 이상 연속 발생했습니다. 이런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를 길게 유지한 것은 세계 최초입니다. 양이원영 의원의 말대로라면 지 구에서 할 수 없는 일인데 대한민국에서 한 겁니다. 원전은 과학이고 증명된 경험입니다. 비과학적 음모론에 휩쓸리는 상황이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황당합니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트’로 신재생 에너지 얘기를 꺼낸다. 신재생 에너지가 인류와 지구를 위해 가야 할 길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측에 따르면 원전의 원가(原價)는 60원, 석탄 80원, 가스 120원, 태양광 150원 정도다.
 
  지금 사용 중인 원전을 모두 원가가 2배 이상되는 가스나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우리가 지금보다 전기료를 더 내야 할 게 뻔하다. 지금도 전기료가 부담되어 여름・겨울에 냉난방기를 맘껏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 빈곤층이 많고,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에서 원가가 비싼 전력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매정하고 무책임한 처사다. 더군다나 대체하고 싶다 한들 태양광이나 풍력같이 기후요소나 지리적 조건에 의존적인 불안정한 에너지로 안정적인 전력원인 원전을 대체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의 원전 관련 말! 말! 말!
 
  -“비록 확률이 수백만분의 1밖에 안 되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막아야 한다.”(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 2016년에 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고)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세계적 추세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줄여가고 미래 에너지를 늘려가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 2017년 7월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자부·국토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됩니까?”(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들었다는 산자부 A 과장의 증언)
 
  -“슬로바키아 원전 건설에서 한국을 선택한다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문재인 대통령, 2018년 4월에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너 죽을래?”(백운규 당시 산자부 장관, 2018년 4월에 원전 담당 과장이 월성 1호기를 더 가동하겠다는 보고서를 쓰자)
 
  -“한국의 뛰어난 원전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사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문재인 대통령, 2018년 11월에 체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다. 검찰은 위험하고도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춰주기 바란다.”(이낙연 대표, 2020년 11월에 검찰이 산자부와 한수원을 압수수색하자)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량 늘어나는 추세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및 국제원자력협회(WNA)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원전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31개국 중 2018년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원전 비중을 확대한 곳은 16개국으로 집계됐다. 2017년(11개국) 대비 5개국이 늘었다. 2011년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에선 2017년 11.6%였던 원전 비중이 11.7%(2018년)로 높아졌다. 프랑스에서는 71.6%에서 71.7%로, 스웨덴은 39.6%에서 40.3%, 스위스는 33.4%에서 37.7%로 높아졌다. IEA의 2020년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원전 발전량이 2020년에 줄었으나 2021년에 사태가 해결된다면 2023년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발전량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원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2021년 1월 20일 취임 이후에 청정에너지 확대와 기술 혁신 등에 4년 동안 2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선진 원자력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은 차세대 소형 원전을 키우겠다는 전략이지만, 1979년에 TMI 원전사고 이후 중단됐던 원전기술 개발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은 풍력・태양광・수력과 함께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의 ‘조선비즈’ 기고문에 따르면 구글은 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구분하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은 ‘가변적 무탄소 자원’, 원자력은 ‘고정적 무탄소 자원’으로 구분했다고 한다. 하루 24시간, 주 7일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햇빛 있을 때만, 바람 불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 에너지로만 100%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유망 학과’에서 ‘적폐’로 내몰려… 해외 취업 러시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2호기 모습. 사진=뉴시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원자력을 전공한다고 하면 유망 학과에 진학했다고 했는데, 요즘은 ‘원전 마피아’ ‘적폐’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한 학생의 얘기다.
 
  “예전에는 원자력 공부한다고 하면 주위에서 ‘장래성 있는 연구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대학 졸업하고 취업이나 돼?’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원자력 공부하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국익(國益)에 도움이 되는 연구이고, 적어도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원자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 따르면 요즘 전공자 중에는 해외 취업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한다. 한 참석자는 “해외에서 한국 원전 전공자를 상당히 좋아한다. 월급도 많이 주고, 이민도 도와준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자력은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독립 기술인데, 한국에서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전공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재단의 지원, 인턴십도 상당 부분 끊겼다고 한다.
 
  어떤 대학원 학생들은 차세대 원전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 cessing)’과 ‘소듐냉각고속도(Sodium Cooled Fast Reactor, SFR)’ 연구에 참여했는데 정부 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수년간 수행하던 연구를 중단하거나 연구 주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SFR’은 기존 원전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다시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1997년부터 역대 정부가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통해 20년 동안 미국 아르곤연구소와 함께 연구개발했다. 투입된 비용만 7000억원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로서, 전통적인 방식과 달리 핵무기 제조가 불가능하기에 핵 비확산 측면에서 각광받는 기술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과학자들이 노력을 많이 해서 미국 정부에서 우리와의 공동 연구를 허가해준 것으로 알아요. SFR 기술은 전부가 극비예요. 20년 동안 이어진 연구였고, 사실상 연구를 끝마치고 실증 단계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올스톱됐습니다. 파이로프로세싱과 SFR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인 만큼 이후 처분해야 할 사용후핵연료 양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핵물질들이 안정화 되는 데까지 수십만 년이 걸리던 것을 300년으로 줄여주는 기술로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생매장시키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황당한 정부의 ‘투트랙’ 원전 정책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자 문재인 정부는 ‘투트랙’이라는 전대미문의 정책을 내놨다. ‘우리나라에서 원전 비중은 줄이지만, 원전 수출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됩니까?”라고 청와대 행정관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감사 결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백운규 당시 산자부 장관은 원전 담당 과장이 ‘월성 1호기를 더 가동하겠다’는 보고서를 쓰자 “너 죽을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현 정부의 ‘탈원전 의지’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 행보는 달랐다. 월성 원전 1호기 영구 가동 중단 시기를 물은 문 대통령은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에서 “슬로바키아 원전 건설에서 한국을 선택한다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개월 뒤에는 체코 총리를 만나 “한국의 뛰어난 원전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체코에서 추진되는 원전 사업에 우리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정부의 원전 투트랙을 듣고 헛웃음이 났다. 내 가족에게 먹일 수 없는 음식을 남들에게 팔겠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원전 제대로 알리기 총대를 멘 녹색원자력학생연대 학생들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
 
  “편견과 싸우는 일이 어렵지요. 하지만 원전은 과학이니까 우리가 계속 노력한다면,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원전에 대한 진실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