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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였던 한원주

“힘내, 가을이야, 사랑해” 세 마디 말 남기고 별세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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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DB
  구순이 넘도록 놓지 않았던 청진기를 내려놨다. 국내 최고령 현역 의사 한원주 내과과장(경기도 남양주 매그너스요양병원)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2020년 9월 30일, 향년 94세. 떠나기 전 가족과 직원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씀은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 세 마디였다고 한다.
 
  그는 영면에 들기 며칠 전인 9월 7일까지 환자를 진료했다. 노환으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지만 “평소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뜻에 따라 9월 23일 매그너스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 추석을 하루 앞두고 영면했다.
 

  의료법인 매그너스의료재단은 지난 12월 8일 한 전 과장을 명예원장으로 추대하고 그를 기리는 추모비를 재활 파크에 조성했다. 재활 파크는 그가 생전에 산책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쉬던 곳이다. 이곳에 ‘한원주의 길’이라는 이름도 달았다. 환자를 돌보던 진료실은 그대로 보존해 평소 사용하는 물품과 애용품을 진열했다. 병원 현관에는 생전에 환하게 미소 띤 모습의 사진과 함께 마지막으로 남긴 세 마디 말을 현판에 새겼다.
 
  손의섭 매그너스의료재단 이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힘내, 가을이다, 사랑해’라는 말씀으로 우리를 위로해 주셨다.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용기를 주신 고(故) 한원주 명예원장님이 보고 싶다. 그리울 때 언제나 찾아뵐 수 있도록 추모비와 추모공간을 마련했다”고 했다.
 
  한 명예원장은 영면하고 한 달 후인 2020년 10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박애장 금장’을 받았다. 박애장은 인명을 구제하거나 어려운 이웃의 복지 증진에 탁월한 공로가 있는 인물에게 주는 상이다.
 
  한 명예원장은 1926년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인 부친 한규상과 대한애국부인 회원으로 독립운동자금을 모으며 항일 투쟁을 도운 모친 박덕실의 여섯 자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부친의 영향으로 1949년 고려의대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의사의 길을 걸었다. 1959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에는 물리학자이자 국비 연수생으로 발탁된 남편을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시카고병원에서 인턴을, 메릴랜드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원호병원에 취직했다.
 

  1968년, 10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개원의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1978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지난 생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1979년부터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의료선교의원에 터를 잡고 의료봉사에 나섰다. 1982년에는 환자의 정서나 환경까지 치료 영역으로 포괄하는, 당시로선 선진 개념인 ‘전인 치유진료소’를 열었다. 가난한 환자들의 생활비는 물론 장학금까지 지원하며 온전한 자립을 도왔다. 그렇게 30년 가까이 의료선교의원에서 봉사의 길을 걸었다.
 
  팔순을 훌쩍 넘긴 2008년, 치매·중풍·파킨슨병 등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고 있는 매그너스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요양병원에서 받는 월급의 대부분은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기부한 단체는 10곳이 넘었다.
 
  그는 저서 《백세 현역이 어찌 꿈이랴》에서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부모님이 의사가 되고 교사가 되어 우리들을 교육시키시고 봉사의 모범을 보여주셨다”면서 “교육만이 이 나라가 다시 일어나 살 길이라고 우리를 격려해주셨고, 의술을 통하여 모두에게 봉사해야 함을 몸소 보여주셨다. 그렇기에 지금 나 자신도 의료봉사의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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