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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범죄사냥꾼’ 이대우 경정의 조폭과 경찰 이야기

“지금은 조폭도 스마트화되고 각자도생하는 시대”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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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관련 인터넷 카페, 유튜브 운영하며 책까지 낸 ‘천생 경찰’
⊙ 법 테두리 내에서 활동하는 ‘조폭 유튜버’, 일반 조폭만큼 위험
⊙ 조폭, 강원랜드 카지노 시들해지니 불법 私設 카지노에 손대
⊙ 유튜브 시작하니 악플 달려… “난 정치적으로 중립”
⊙ “가정에 비중 두는 경찰 많아지면 곤란하다”

李垈祐
1966년생. 광주공고, 방송대 법학과 졸업. 경찰종합학교 160기 입교 / 前 서울특별시 경찰국 형사기동대, 서울 은평경찰서 형사과 강력반,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 강력부 파견,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장·강력형사팀장,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 형사계장, 서울 용산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장. 現 강원 춘천경찰서 형사과장
  1966년 전남 강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이 아이에게 소망은 없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기, 그 시절 아이들이 그러했듯 이 소년도 밭 갈고 소여물을 주는 등 집안일에 몰두해야 했다.
 
  답답한 생활에 지친 소년은 광주(光州)에 있는 공고(工高)에 진학했다. 하나 공고는 체질에 맞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던 1986년, 그는 의경(義警)으로 입대했다. 형사과장 운전병을 하던 그는 범죄 현장을 들락날락거렸다. 잘은 모르지만 왠지 흥미를 유발했다.
 

  제대 후인 1989년 직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우연히 경찰시험 공고를 보게 됐다. 의경으로 짧게나마 경찰 물을 먹은 그는 ‘까짓것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응시했고, 운명처럼 합격했다. 천직(天職)과 만난 것이다.
 
 
  온·오프라인 넘나드는 ‘천생 경찰’
 
이대우 형사과장이 지난 7월 출간한 《다시 태어나도 경찰》.
  이대우(李垈祐·54·경정) 춘천경찰서 형사과장의 삶은 ‘경찰’이란 한 단어로 요약된다. ‘강진 촌놈’에서 경찰을 천직으로 삼은 지 이제 30년이 넘었다. 50대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경찰이란 단어는 아직도 이대우 경정을 설레게 한다.
 
  그의 인생은 경찰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는 만족한다. 이대우 경정에게 있어 경찰은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대우 경정은 경사 시절인 2000년 ‘범죄사냥꾼’이란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당초 ‘경찰에 대한 편견을 바꿔드리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개설한 카페였지만, 일반인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폭발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게 범죄 관련 제보가 쇄도했고, 동시에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도 희석됐다.
 
  유튜브 시대가 도래하자 이번엔 동명(同名)의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유튜브상에서 활동하는 조폭을 감시하고, 이들을 퇴출하기 위함이다. 지난 3월 6일 올린 ‘조폭들 유튜브 진출 이대로 좋은가?’라는 영상은 총 43만5689회(2020년 11월 6일 기준)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난 7월엔 《다시 태어나도 경찰》이란 책도 냈다. 이 책엔 ‘8개의 키워드로 들여다보는 형사의 일상’이 담겨 있다. ‘상상’ ‘의심’ ‘근성’ ‘기지’ ‘추적’ ‘체포’ ‘증거’ ‘경청’이 그것이다. 8개 키워드 모두, 범인 검거와 수사에 있어 고참 경찰이 긴 시간 터득한 동물적 감각이 물씬 배어난다.
 
  온·오프라인에서 범죄 소탕을 위해 활약하고 있는 이대우 경정을 강원도 춘천에서 만났다. 일단 첫인상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갸름한 얼굴에 군살 없는 날렵한 몸매, 번득이는 눈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구수한 말투(?) 이면에 숨은 날카로움도 느껴졌다.
 
  그와 함께 의암호(衣岩湖)가 바라보이는 어느 테라스형 카페를 찾았다. 통상 인터뷰는 마주 보고 앉는 게 관례지만, 우리는 마치 서로 짠 듯이 의암호를 바라보며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앉았다. 정다운 남녀 한 쌍도 아닌 사내 둘이 아름다운 정경(情景)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다소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자 우리 둘은 실소(失笑)를 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됐다.
 
 
  “나는 野戰 체질… 현장 돌아다녀야 재미”
 
  ― 책 판매는 잘됩니까.
 
  “출판사에서 판매하는 거니까 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베스트셀러가 됐다가 안 됐다가 그러더라고요.”
 
  ― 책을 읽어보니까 기자들도 한번 읽으면 좋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자들이 또 경찰과 불가분(不可分)의 관계 아닙니까.
 
  “기자들이 뭘 파헤친다는 점에서 경찰과 비슷하죠. 우리 경찰도 수사 아이템을 발굴하듯이 기자도 기삿거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고요. 무엇보다 경찰이나 기자 모두 진돗개 같은 근성을 필요로 하죠.”
 
  ― 요새 젊은 기자들이 의욕과 열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경찰은 어떻습니까.
 
  “기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선배들 관점에서 보면 후배들이 성에 차겠습니까?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신입 경찰들 보면, 부족한 게 보일 수밖에 없죠. 비교를 한다는 게 사실 어려울 수밖에요. 그래도 경찰서 뛰는 수습기자나 신입 경찰들 보면 귀엽죠.”
 

  ― 귀엽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기자들한테는 정보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죠. 경찰들이 바빠서 모른 체해도 어떻게든 뭐 하나 더 알아내려고 이리저리 묻는 기자들이 있어요. 그런 근성을 보이는 기자들한테는 ‘단독 거리’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요.(웃음) 서로 윈윈(win win)하는 거죠.”
 
  ― 책 출간 뒤에 방송 출연 요청 횟수가 더 늘지 않았나요. 과거에도 좀 출연했잖아요.
 
  “〈경찰청 사람들〉 〈리얼 경찰 24시〉 〈시티헌터〉 〈도시경찰〉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죠. 이젠 관리자 위치(형사과장)에 있으니까 방송 출연이 쉽지 않아요. 저한테 관리자라는 건 어떤 면에서는 적성에 안 맞아요.(웃음)”
 
  ― 왜요?
 
  “저야 야전(野戰) 체질이니까요. 현장을 돌아다녀야 재미가 있죠.”
 
 
  “조폭 유튜버의 한 달 수입 1000만원 웃돌아”
 
이대우 형사과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범죄사냥꾼’.
  ―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걸로 압니다.
 
  “뉴스에 약간 보도는 됐는데, 사실 큰 비중은 아니었어요. 제가 조폭 유튜버를 고발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니까 그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출석을 요구한 거죠.”
 
  ― 출석해보니 어땠습니까.
 
  “야당 의원 한 분이 갑자기 ‘책 내셨죠? 제목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는데, 제가 쓴 책인데도 순간 예상치 않은 질문을 받으니 경직돼 책 이름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웃음)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갔는데 당황했죠. 혹시 또 모르죠. 책 선전해주려고 그런 걸지도요.(웃음)”
 
  ―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하게 된 겁니까.
 
  “조폭들이 유튜브로 돈을 벌고 있다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었죠. 조폭들이 하는 유튜브를 보니까 욕설에, 거기서 세(勢) 싸움하며 후원까지 받는 등 한마디로 난장판이더라고요. 조폭 유튜버의 실상을 알리고, 시민들의 제보를 받기 위해 (채널을) 개설한 겁니다.”
 
  ― 조폭들이 그렇게 벌어들이는 돈이 많나요.
 
  “많죠. 그들 한 달 수입이 1000만원을 웃돕니다. 이제 조폭도 음지(陰地)에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양지(陽地)에서 일반인들과 똑같이 활동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경찰 입장에서는 단속하기가 더 어려워졌죠.”
 
  ― 조폭 유튜버들에겐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자기 스스로 본인이 조직 생활을 했다고 스스럼없이 밝혀요.(웃음) 어디 조직이라는 거까지 자신 있게 밝힙니다. 조직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까지 다 얘기해요. 그래서 그놈에 대해 확인을 해보면 웬만한 전적(前績)이 다 나오죠.”
 
 
  “조폭이 개입한 ‘무자본 M&A’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
 
  ― 조폭의 판도가 많이 바뀐 셈이네요. 유튜브에까지 진출하고.
 
  “사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조폭들은 어떤 면에서는 진짜 조폭이라고 보긴 힘들어요. 과시욕이 강하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조폭 유튜버들은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게 문젭니다.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일반 조폭만큼 위험하다고 할 수 있죠.”
 
  ― 근데 그건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하지 않잖아요. 말 그대로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하니까요.
 
  “그렇죠. 그래서 그 조폭 유튜버의 개별 범죄를 제가 별도로 제보를 받아요. 그럼 생각보다 구체적인 제보가 많이 들어와요.”
 
  ― 조폭 취재를 하려고 사건이 발생한 관할의 몇몇 경찰관에게 물었더니 다소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한편으론 ‘이 경찰들이 조폭과 유착(癒着)돼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기자들도 각각의 성향이 다르듯이 경찰도 마찬가지예요. 꼭 유착돼 있다고 보진 않았으면 합니다. 그 경찰이 강력 계통의 조사를 많이 안 해봤기 때문일 수도 있고, 또 그런 사건에 연루되기 싫을 수도 있고요.”
 
  ― 조폭이 유튜브를 하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즘 조폭의 행태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기업을 운영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진화(進化)한 것 같아요.
 
  “나와 사건으로 마주친 적은 없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A라는 기업은 실제 깡패들이 운영하는 회사예요. 조폭이 임원으로 들어앉은 기업이 몇 군데 됩니다. 하여간 돈 돌아가는 곳에는 조폭이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조직 차원이 아니더라도 조폭 구성원 몇 놈이 그런 식으로 특정 회사에 끼어들어 가는 경우는 아주 많죠. 그런 조폭들은 흔히 이사(理事)라는 직함 등으로 활동합니다.”
 
  ― 이번에 불거진 옵티머스 사기 사건에도 조폭의 흔적이 보이더라고요.
 
  “기업을 ‘무자본 M&A’하는 과정에 조폭의 돈, 또는 조폭이 개입한 사례죠. 그간 드러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쉽게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그런 M&A가 합법을 가장(假裝)했기 때문이고요. 금감원 눈 피해 유상증자하며 기업의 몸집을 부풀리니까 잘 드러날 수가 없었어요. ‘요시찰(要視察)’하지 않으면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최근 들어 불법 私設 카지노에 손대는 조폭
 
이대우 형사과장은 최근 강원랜드 카지노가 시들해진 틈을 타 불법 사설 카지노가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조선DB
  ― 조폭들이 해외 거점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같은 건 법망(法網)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엔 조폭이 몇몇씩 꼭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현금 돌리기가 편하니 조폭들이 인터넷 도박 사이트 개설에 열을 올리죠.”
 
  ― 인터넷 도박의 구조는 정확히 어떻게 됩니까.
 
  “예를 들어 내가 도박을 하려면 조폭의 관리를 받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지정한 은행계좌에 베팅할 돈을 입금해야 합니다. 그때 조폭들이 돈을 받는 계좌는 다 대포 계좌예요. 이용자들은 보통 한 번에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을 입금해야 해요. 그래야 도박할 수 있는 코인을 발급받을 수 있거든요.”
 
  ― 인터넷 도박 외에 조폭들이 손대고 있는 또 다른 건은 뭡니까.
 
  “요즘 코로나19로 강원랜드 카지노가 휴장(休場)과 제한 영업을 반복하면서 시들해졌잖아요. 그래서 그런가 불법 사설(私設) 카지노가 성행하고 있나 봐요.”
 
  ― 일명 ‘하우스’를 말하는 건가요.
 
  “네, 하우스. 강원랜드 카지노와 비교했을 때 규모만 다르지 카지노랑 똑같이 꾸며놓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곳도 있고요. ‘홀덤바’[카지노 게임의 한 종류인 홀덤을 즐길 수 있는 바(bar) 형태의 업장]라는 합법 게임장을 개설해놓고 뒤로는 불법 도박게임을 조장하는 거죠.”
 
  ― 조폭들이 룸살롱으로 돈 버는 시대는 갔군요.
 
  “구식이죠.(웃음) 지금은 사설 카지노, 경마, 경정(競艇)이 많죠. 또 위장(僞裝) 법인을 만들기 위해 조폭들끼리 대포 통장을 대여(貸與)해주기도 합니다. 통장 하나당 월(月) 수백만원씩 받고요. 그 대포 통장이 수십 개에서 수백 개라고 하면 조폭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겠습니까. 앉은 자리에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버는 건 일도 아니죠.”
 
 
  “조폭도 스마트화되고 있다”
 
어느 조직폭력배의 결혼식에 참석한 조폭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조선DB
  ― 어떻게 보면 돈 벌기 편해진 셈이네요.
 
  “영화에서 보듯이 조폭 두목이 돈 왕창 벌어서 부하들에게 하사(下賜)하는 경우는 요즘엔 거의 없어요.(웃음) 그건 영화고, 제대로 된 조폭은 절대 안 그래요. 조직이란 틀 안에서 (조폭) 조직원 몇몇이 점(點)조직으로 활동하거나 이권에 개입해 그걸 해결해주고 이권에 걸린 금액을 일정 부분 받는 방식이 대체적입니다.”
 
  ― 그럼 조폭 두목이 하는 일은 뭡니까.
 
  “그들은 어떤 이권을 찾아서 조직원들에게 ‘이거 해결 좀 해봐’라고 지시하면 조직원들은 지시를 받고 그 일을 해결하고, 이권(利權)을 해결하고 나면 그때 나오는 수입에서 조직원들에게 용돈을 내려주는 식이죠. 두목이 조직원들에게 거액을 내려주는 건 없다고 봐도 됩니다. 조폭도 지금은 각자도생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 각자도생요?
 
  “네. 조폭들도 내 조직, 내 소속은 있지만 최근엔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추세예요. 끼리끼리 다 통하니까 굳이 조직 단위로 안 움직이고, 어떤 이권에 따라 모입니다. 그래서 각자도생을 한다는 거죠.”
 
  ― 조폭도 문제지만 조폭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더 문제 아닐까요.
 
  “그렇죠. 조폭을 필요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으로 하려면 뭐든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웃음) 불러다가 기(氣) 한 번 죽이면 일이 해결되잖아요. 수요와 공급이 있으니 조폭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지는 거죠.”
 
  ― 과거처럼 칼까지 동원해 위해(危害)를 가하는 일은 많이 없는 거 같습니다.
 
  “특별히 조직 간 거액의 이권이 걸려 대립하거나 조직 간 감정이 많이 쌓이지 않는 한 드물죠. 신생 조폭들이 옛날처럼 힘쓰고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요즘 사회도 스마트화됐잖아요. 조폭도 거기에 발맞춰 스마트화되고 있는 거죠.”
 
 
  과거엔 합의금 상납하는 폐단도 있었다
 
  ― 의경으로 경찰에 첫발을 내디딜 때 형사과장 운전병이었다면서요? 그때는 형사과장에게도 관용차가 있었나 봅니다.
 
  “지금은 없지만 그땐 형사계장, 정보계장에게도 차가 있었어요. 저도 형사과장 동정(動靜)에 맞춰 계속 다닐 수밖에 없었죠. 그 사람 업무가 끝나야 쉬니까요.”
 
  ― 형사과장 하는 일을 보면서 ‘형사과장 예행 연습’을 한 셈이네요.
 
  “조금 맛만 본 거죠.(웃음)”
 
  ― 그래도 경찰로서 일찍부터 일한 셈이니 남다른 촉(觸)이 발달하지 않았겠습니까.
 
  “윗사람을 통해 보고 듣는 게 있으니까,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연결고리 찾는 거… 뭐 이런 게 좀 발달했을 수 있죠. 저는 촉보다는 바닥부터 박박 기면서 수사를 해 밑바닥부터 훑는 스타일이죠.”
 
  ―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그려진 경찰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경찰에 들어왔을 때에만 해도 약간의 부정(不正)과 비리(非理)가 있긴 있었어요. 물론 지금은 그런 게 완전히 사라졌죠.”
 
  ―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었습니까.
 
  “예를 들어 상해(傷害) 폭력 사건이 있었다고 칩시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합의를 하면 합의금을 받잖아요. 그럼 피해자들이 합의금 일부를 담당형사에게 ‘고맙다’면서 밥값이나 하라고 주고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럼, 그걸 받은 담당형사가 소속 형사반장에게 일부를 상납해야 했고요. 저도 사건 종료하고 결재를 받으러 갔는데 이상하게 결재를 안 해주더라고요.”
 
  ― 돈 상납 안 한다고?
 
  “네.(웃음) 처음엔 왜 그러나 이유를 몰랐는데 ‘받아온 합의금 왜 안 갖다 바치냐’는 의미였죠. 저는 받은 게 없었는데요. 그 당시 형사반장은 제가 혼자 받아 쓴 줄 알았나 봐요.(웃음)”
 
  ― 그래서 상사와 한판 붙었나요.
 
  “제가 형사 선배이자 조장(組長)인 동료에게 ‘아니 왜 반장님이 결재를 안 해주는 겁니까’ 했더니 ‘폭력사건 합의했다면서? 돈 좀 안 생겼어?’라고 묻데요. 그래서 제가 ‘아~ 씨~ 커피 한 잔 안 사줍디다’ 그랬더니, 그제야 ‘그럼 그런 상황을 네가 잘 얘기해줘라. 안 그러면 오해 산다’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아까도 말했지만, 그런 악습(惡習)은 1990년대 중반에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 악플러가 내 옆에 있었다면 진짜…”
 
  ― 가혹행위도 좀 있지 않았나요.
 
  “있었죠. 근데 그것도 2000년 이전에 완전히 없어졌어요. 조사하다 마음에 안 들면 손부터 올라가는 거죠. 저도 처음엔 ‘절대 선배들처럼 손찌검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어요. 근데 어느 날, 손이 확 올라가는 저 자신을 봤어요.(웃음) 물론 손만 올라간 겁니다. 나중에 경험이 좀 쌓이니까 강압적인 방법 없이도 조사하는 방법을 알겠더라고요.”
 
  ― 지금은 경찰의 청렴도나 투명도가 많이 높아졌죠.
 
  “그렇죠. 경찰만큼 조직의 투명성이 높은 조직도 아마 없을 겁니다.”
 
  ― 반면 대접은 제대로 못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이 없다고는 말 못 하죠. 일단 경찰은 법 기반 위에서 제재를 가하는 조직이다 보니, 사람들의 반발을 사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조직이라고 말은 못 하지만 순수하게 대민(對民) 서비스만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도 있어요. 그런 곳보다 경찰이 상대적으로 대접을 덜 받는 건 사실입니다. 똑같은 공무원 조직이지만요. 지금은 국민의식이 향상돼 그런 편견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 21대 국회의원 중 경찰 출신이 9명으로 역대 최다(最多)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경찰의 위상 강화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경찰 출신이 국가 요직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다만, 고위직에 있던 분들은 경찰 밑바닥 정서나 현실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분들이 경찰의 바닥 민심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아요.”
 
  ― 대외(對外) 활동을 많이 하다 보면, 외부에서 이런저런 뒷말도 꽤 나올 거 같습니다.
 
  “요즘 유튜브를 하니까 그런 지적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튜브는 정치적으로 딱 양분돼 있더군요. 몇몇 시청자가 저한테 ‘이대우 진보인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이러고, 또 다른 시청자는 ‘보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라면서 비방을 해요. 저는 공무원이니까 정치적으로 중립이고, 실제로도 그렇거든요. 하지만 일부 유튜브 시청자들은 유튜버들에게 특정 정치 성향을 강요하는 것 같아요.”
 
  ― 그런 반응 보면 어떤 기분이 듭니까.
 
  “저도 몰랐는데, 그런 댓글 공격을 약 한 달 정도 받다 보니까 ‘이래서 연예인들이 자살하는구나’ 하는 심정이 들더라고요. 그 악플러가 만약 내 옆에 있었다면 진짜….”
 
 
  “강력팀장일 때 가장 행복했다”
 
  ― 여태껏 잡아들인 범죄자가 1000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조폭 포함해서 대략 1000명 되더라고요.”
 
  ― 1000명의 원수가 생긴 셈이네요.
 
  “원수는 무슨… 법으로 처벌할 건 처벌하는 거죠. 법에 따라 처분하면 저한테 악(惡)감정 가질 이유가 없어요. 내가 경찰로서 본분을 지키면서 가벼운 형(刑)을 받은 사람들과는 형 동생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그건 사적인 영역에 한해서죠. 그러다가 잘못하면 또 (감옥에) 가야지.(웃음)”
 
  ― 그런 관계 설정이 자칫 위험한 거 아닙니까.
 
  “경찰도 전과자들과 어느 정도 네트워크가 있어야 수사하는 데 용이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게 지나치면 위험하죠. 저는 후배들에게 그랬어요. ‘전과자들에게 밥을 한 끼 얻어먹더라도 그놈이 오늘 잘못했으면 당장 수갑을 채워 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럴 자신 없으면 그들과 자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죠. 그게 안 되면 아예 상종을 하지 말라고요.”
 
  ― 내부에서 본인을 보는 시각은 대체로 어떻습니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나요.
 
  “‘이대우가 수사한대’ 그럼 ‘아이고 다 죽었구나’ 해요.(웃음) 제가 사건을 맡으면 제 고참들도 저에게 어떤 부탁 같은 것을 안 해요.”
 
  ― 시쳇말로 ‘얄짤 없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확실하게 해야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라고요.”
 
  ― 제일 행복했을 때가 언젭니까.
 
  “서울 서대문경찰서 강력팀장일 때 가장 행복했던 거 같아요.”
 
  ― 주로 어떤 수사를 많이 했습니까.
 
  “주로 인지(認知) 사건을 많이 했죠. 거기서 7년 있었는데, 그때 하고 싶은 사건 다 했거든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사건이라면 다 했죠. 강도·절도에 지능범죄, 부정부패까지요. 기획 사건 같은 중요한 건은 수사기간도 많이 걸리고 피의자의 인원수도 많기 때문에 다른 팀과도 협업(協業)을 해야 해요. 그래야 효율적이죠.”
 
  ― 포기했던 사건은 없습니까.
 
  “포기한 적은 아직까지 없었던 거 같습니다. 비틀어도 보고,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어떻게든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어요. 새로운 사건을 맡으면 처음엔 당연히 힘들죠. 그래도 근성 있게 매달려보는 거죠. 그럼 반드시 풀리게 돼 있습니다.”
 
 
  가정에 비중 두는 경찰 많아지면 곤란
 
  ―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옵니까.
 
  “모든 수사를 시작할 때에는 목표를 정해야 합니다. 목표 없이 무슨 일을 해요. 기자들도 기사를 써야 한다는 목표로 일하는 거 아닙니까.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 목표는 ‘실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설정돼야 합니다. 그런 도전정신으로 하는 거죠, 뭐.”
 
  ― 요즘 트렌드와 부합하진 않는 거 같아요. 요즘엔 일보다는 가정이 우선이니까요.
 
  “그렇죠. 요즘 현대인들은 일과 가정의 비중이 50대 50인 거 같아요. 나쁘다고 할 순 없죠. 그 정도만 돼도 잘하는 거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정에 더 치중하는 분위기가 점점 팽배해지는 거 같아요. 특히 강력 계통 경찰에 가정에 비중 두는 사람이 많아지면 곤란해요. 여기는 최일선 현장이에요. 피 터지게 싸워야 하는 곳이죠. 돌격대, 행동대 같은 조직인데 여기 와서 가정을 찾고, 개인의 안전을 찾으면 곤란합니다.”
 
  ― 그런 점에서 지금은 좀 지루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강력 사건이 넘쳐나는 서울 쪽이 적성에 맞는 거 아닙니까.
 
  “뭐 여기 경치 좋잖아요.(웃음) 나 없어도 잘 돌아가죠. 경찰은 시스템화돼 있는 조직이니까요.”
 
  ― 춘천에서는 주로 어떤 수사를 담당하고 있습니까.
 
  “여긴 인지 사건보다는 아무래도 발생 사건이 많습니다. 1년에 살인 사건 두어 건 정도라고 봅니다. 그래서 타(他) 지역 사건도 수사하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엔 홍수로 인해 발생한 의암호 조난사고 수사에 투입됐었습니다.”
 
 
  경찰인 동생까지 인터넷 카페 운영 제안 거절
 
이대우 형사과장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범죄사냥꾼’ 초기 화면.
  ― 20년 전 인터넷 카페 ‘범죄사냥꾼’을 운영했잖아요. 당시로선 대단히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순경으로 처음 경찰에 들어왔는데 이게 내 천직(天職)인 거예요. 다시 태어나도 경찰을 하고 싶었을 정도니까요. 2000년에 경사로 승진했는데,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그때까지만 해도 안 좋았거든요. 그런 편견을 바꾸기 위해 ‘범죄사냥꾼’ 카페를 만든 겁니다.”
 
  ― 범죄 제보 외에 카페를 통해 다른 여러 활동도 벌인 걸로 아는데요.
 
  “범죄 피해 신고 외에 형사 일일 체험 같은 이벤트도 실시했죠. 그 현장 체험이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어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일반인들이 경찰 대동하에 직접 현행범을 잡으러 다니기도 했으니까요. 그게 화제가 돼 한때 회원 수가 3만명에 육박했죠. 경찰에 편견 가졌던 사람들이 오히려 ‘경찰 마니아’가 됐어요. 한번은 작가 지망생이 저한테 연락한 적도 있어요. 경찰과 범죄에 관한 시나리오를 쓰겠다면서요.”
 
  ― 경찰 일 하랴, 카페 관리 하랴 두 배로 바빴을 거 같은데요.
 
  “카페에 민간인 운영자 몇 명을 선정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그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무엇보다 다른 경찰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데 나는 앉은 자리에서 정보가 들어오니까 쉽게 일한 셈이죠. 그래서 카페를 이 후배들에게 넘겨주려고 했는데 아직 맡아서 운영하겠다는 후배들이 없네요.(웃음)”
 
  ― 저 같으면 넙죽 받았을 텐데요. 그게 수사에 있어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아닙니까.
 
  “(카페를) 운영하고 관리할 엄두가 안 났던 거겠죠. 심지어 제 동생도 경찰인데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 후배들이 밑에서 많이 힘들어했던 거 아닙니까.
 
  “좀 빡세게 조이면 (후배들이) 힘들어하죠. 그래도 보람은 있었어요. 함께 일한 팀원 중 7명이 특진(特進)도 했으니까요. 경찰 생활 전체로 따지면 11명을 특진시켰어요. 그럼 저도 후배들에게 나름 제 몫을 한 거 아닙니까.(웃음)”
 
 
  호기심을 갖고 즐기면서 일하는 경찰 돼야
 

  ― 경찰 생활하면서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까.
 
  “위협은 없었고, 위기에 처한 적은 있었죠. 순경 4년 차 때였어요. 그때 형사 4명, 깡패 5명끼리 4대 5로 붙었어요. 근데 두 놈이 도망가더라고요. 그중 한 녀석 팔이 부러진 겁니다. 그 일이 좀 커졌어요.”
 
  ― 어떻게요.
 
  “그거 때문에 제가 폭력 전과(前科)가 생겼어요. 벌금 70만원.(웃음) 그땐 진단서가 3주만 나와도 영장을 칠 때였어요. 근데 팔 부러진 놈이 6주 진단을 받았어요. 저는 당연히 영장감이었죠. 게다가 그게 언론에 보도가 됐어요. TV에서 제 사건이 나오는 걸 봤는데, 닭똥 같은 눈물이 나옵디다.”
 
  ― 조직을 위해서 일한 거였는데….
 
  “그때 추석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는데 시골도 못 내려가고…. 마음이 아팠죠. 그래도 그 일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됐어요.”
 
  ― 32년 경찰 생활을 되돌아볼 때 어떤 경찰이 이상적인 경찰이라고 봅니까.
 
  “일을 즐기면서 하는 경찰이죠. 다 그렇잖아요? 좋아서 하지 않으면 무슨 성과가 있겠어요. 저는 즐기면서 경찰 생활을 했던 거 같아요.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파헤쳐보자는 심정으로요. 저는 후배들에게 ‘목에 깁스하고, 어깨에 힘주고 다니지 말라’고 자주 말해요. 피해자와 민원인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진정한 ‘경찰이 돼라’고 말하는 거죠. 이러면 나도 꼰대인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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