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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新통제사회와 맞선 한헌수 숭실대 前 총장

“코로나 겪으며 권력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아”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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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들여다볼 것인지는 권력자의 의지에 달려”
⊙ “감염자의 확산경로 차단하려 개인의 휴대전화 기록, 신용카드 내역, CCTV까지 파악”
⊙ 新통제사회… “5G 통신의 초정밀성·초고속성·초연결성이 모든 사물과 사람들을 연결”
⊙ “일본은 주민등록증을 만들려고 20여 년을 노력해도 발급자가 전 국민의 16% 불과”

韓獻洙
1959년생, 숭실대 전자공학과 졸업, 미국 서든 캘리포니아대학 전기공학 석·박사 / 숭실대 IT대학 정보통신전자공학부 교수, 숭실대 IT대학 학장(2012~2013), 숭실대 13대 총장(2013~2016) 역임 /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회장, 現 통일한국세움재단 이사
한헌수 숭실대 전 총장.
  로봇공학자인 숭실대 한헌수(韓獻洙·62·전자정보공학부) 전 총장은 2019년 10월13일자 《조선일보》를 읽다 깜짝 놀랐다. 개천절 태극기 집회에 관한 기사였는데 인용된 데이터의 양과 질에 혀를 내둘렀다.
 
  신문은 ‘오후 2~3시 무렵, 광화문 집회 참가자 중 50대는 7만1000명(전체 참석자의 15.2%)이고 그중 남성은 3만4000명(48.0%), 여성은 3만7000명(52.0%)’이라 전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참가한 것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이례적’이라고 했다. 또 ‘전체 집회 참석자 46만6000명 중 남성은 57.8%, 여성은 42.2%’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 쓰인 데이터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일까. 서울시가 KT와 협업해 매일 실시간으로 서울 전 지역에 사람이 얼마나 있었는지 집계한 ‘열린 데이터 광장’ 홈페이지(data.seoul.go.kr)에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었다.
 
  그나마 올해 개천절은 ‘재인산성’을 쌓아 광화문 집회가 원천 봉쇄됐지만, 그는 지난해 《조선일보》 기사를 떠올릴 때마다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 구(區)에 사는 집회 참가자의 성별, 세대까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정보를 독점한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집회 참석자 면면을 다 파악할 수 있고, 잘못하면 국민에게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경고로 여길 소지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9월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 창의관에서 만난 한헌수 전 총장은 “이런 정밀한 데이터가 ‘정보’인지 아니면 (정보를 독점한 권력의) ‘경고’인지 애매한 경계를 느낀다”고 우려했다.
 
  “한국 사회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정보화·전산화가 이뤄져 정부가 사실상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활용할 수도 있어요. 정보가 과연 개인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기 위한 것인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언론지상에 뜨거웠던 전자팔찌 착용 논란을 떠올렸다.
 
  “지난 2월 제가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돌아와 자가격리 중이었는데 마침 수천 명의 자가격리자 중에서 몇 명이 격리장소를 이탈한 일이 발생했어요. 질병관리본부에서 ‘이탈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보도를 접했죠. 전염병 전파를 막겠다는 방역 당국에 협조해서 기꺼이 개인의 자유를 유보하면서 15일간이나 자가격리 중인 사람에게 ‘전자팔찌를 채워 감시하겠다’는 말을 정부 당국자가 저렇게 쉽게 하는 것이 가당한지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K-방역이 성공한 이유
 
숭실대 총장(2013~2016) 시절의 한헌수 교수. 당시 최연소 숭실대 총장이자 이공대 출신 최초 총장이었다.
  그런데 한헌수 전 총장을 더 놀라게 한 것은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의견에 거의 모든 국민이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사람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기꺼이 개인의 자유마저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마스크 쓰지 않으면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나 자가격리 이탈을 막기 위해 전자팔찌를 채우겠다는 발상은 ‘사회의 안정과 질서유지를 위해 국민의 자유를 일시 유보할 수 있다’는 계엄포고문과 뭐가 다른가 싶어요.
 
  사람들은 ‘내’가 전자팔찌 해당자가 아니라고 다른 사람의 손에 팔찌를 채우는 것에 동의하면 어느 순간 무슨 일로 ‘내’ 손에도 팔찌가 채워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해요.”
 
  잠시 침묵하더니 이런 말을 덧붙였다.
 
  “감염자의 확산경로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비록 법이 허용하고 있지만) 감염자의 이동경로를 휴대전화 기지국의 접속기록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촘촘한 CCTV로 확인합니다. 감염자가 경유한 업소가 공개되고, 같은 시간대에 방문했던 사람들도 ‘검체 검사에 응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습니다. 이게 바로 K-방역의 작동법이고 K-방역이 성공한 이유죠.”
 
  그러고 보니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성매매 업소는 2393개로 전국의 고등학교 수보다 많고,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석 달간 600만명이 룸살롱을 다녀갔다’는 언론 보도가 최근 있었다. 그의 말이다.
 
  “유흥업소에 간 모든 사람이 죄인은 아니고 그들이 자가격리를 어긴 사람도 아닙니다. 이런 식의 보도는 매우 위험한데 ‘코로나19를 위해 뭐든지 해도 돼. 무슨 정보든지 다 이용해’라는 잘못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어요. 코로나19 사태 같은 일이 이번 정권에만 있겠어요? 더구나 우리는 코로나19 위험보다 더한 남북 군사충돌 위험이 상존하는 나라잖아요.
 
  어느 권력도 사생활을 마음껏 들여다보고 개인의 행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순 없어요. 그런 권리를 (권력에게) 허락하거나 양도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미 완벽한 통제시대에 들어섰다. 5G 통신의 초정밀성·초고속성·초연결성이 모든 사물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 그 연결에 자신을 내맡기지 않으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없다.
 
  “이런 감시체계가 완벽하게 동작하도록 만들어준 것은 컴퓨터와 정보통신 덕입니다. 30년 전의 슈퍼컴퓨터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을 호주머니에 넣고서 영화 한 편을 1초에 내려받을 수 있죠.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통화하며 문자와 동영상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니까요.”
 
  5G 통신은 사람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TV, 컴퓨터뿐 아니라 모든 시설과 설비를 연결한다. 가정 구석구석 들어오지 않은 곳이 없다. 일상의 편리한 기술이, 그러나 개인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누구도 권력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어
 
로봇공학자인 한헌수 전 총장은 “국민이 통제를 거부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정교해진 감시역량을 지닌 AI가 국민을 통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모든 신분 확인이 이 번호로 이뤄진다. 주민번호가 개인을 완벽하게 식별하다 보니 이를 매개로 행정, 세무, 경찰, 보험, 은행 등 모든 기관에서 개인의 정보관리를 주민번호로 파악한다. 한 전 총장의 말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하는 개개인의 금융거래 내역, 이메일과 소셜미디어(SNS), 메시지 등의 통신 내역, 인터넷의 정보검색 내역, 즐겨 시청한 TV 프로그램 내역, 이동경로 내역, 출입국 내역, 어떤 질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는지, 어디서 누구와 같이 있었는지 등 모든 내용이 그대로 저장되고 있어 그야말로 ‘뒤지면’ 다 나옵니다.”
 
  심지어 각종 민간업체나 웹사이트도 서비스 제공을 명목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이러다 보니 어느 한 곳이 해킹당하면 개인신상 정보 전체가 공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관리하면서 개인의 통신과 금융 정보를 이용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을 본 서구권 국가들의 시각이 한국 정부에, K-방역에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더군요. 개인정보를 국가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니 서구인들에게 한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로 생각됐을 겁니다.”
 
  서구 사회의 개인식별 방법은 한국과 너무 다르다. “한국의 주민번호처럼 개인식별 번호를 부여하거나 개인정보를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영국은 정부가 개인에게 공식적으로 발급하는 신분확인증서는 출생증명서, 운전면허증, 여권입니다. 이는 개인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뿐 국가가 국민을 관리하기 위한 것은 아니죠.
 
  미국 역시 정부기관이 공유하는 개인식별 번호는 따로 없어요. 세금 신고와 사회보장 혜택을 위해 출생신고서와 여권으로 사회보장 카드를 발급받습니다. 여기에 표기되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는 그야말로 일련번호일 뿐이죠. 그 번호로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개인의 나이, 성별, 주거지역 같은 신상정보는 알 길이 없죠. 심지어 그 번호도 평생 10회까지 바꿀 수 있어요.”
 
한헌수 교수와 학생들이 인공지능 로봇 ‘로만’을 전시회에 출품하고 시현하는 모습.
  일본에는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마이넘버 카드’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이 카드를 보유한 국민에게 온라인으로 재난지원금 10만 엔(약 110만원)을 신청토록 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 주민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지급이 지연돼 ‘디지털 후진국’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그의 말이다.
 
  “일본은 주민등록증을 만들려고 20여 년을 노력해도 발급받은 사람이 전 국민의 16%밖에 안 된다고 해요. 반면 우리나라는 간첩 식별을 위해 발급된 주민등록증을 전 국민이 1년 만에 만들 정도입니다.”
 
  한 전 총장은 “감시와 통제의 권한이 정말 나쁜 의지를 가진 권력자의 손에 쥐어지거나 남을 해코지하려는 사람의 손에 들어갈 경우 끔찍한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모든 사람의 개인정보와 사생활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를 통해 사람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망을 무시할 수 있는 권력자가 있을까요?”
 
  그는 냉정하게 인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 사회의 누구도 권력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그리고 “이제 우리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들여다볼 것인지는 권력자의 의지에 달리게 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10조. 모든 국민은 행복하다고 느껴야 한다’
 
한헌수 전 총장이 최근 펴낸 《COVID-19 사태로 본 완벽한 통제의 시대》.
  한헌수 전 총장은 최근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과 《1984》를 다시 꺼내 읽었다. 두 소설이 처음 출간됐을 때는 전체주의 국가나 공산국가에서만 가능한 일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때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인의 행정, 금융, 보건, 교육, 통신, 교통 등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로 쌓이면서 감시와 통제가 ‘안전’이란 이름으로 충분히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다.
 
  “여론이 인터넷 포털과 소셜미디어로 형성되는 사회에서 여론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선출된 권력이라 하더라도 이런 정보화 기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정책을 펼쳐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COVID-19 사태로 본 완벽한 통제의 시대》(바른북스 刊)를 통해 2040년 AI(인공지능)가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예측했다. ‘오세아니아’의 권력자 ‘햇님’의 10계명은 이렇다. ‘햇님’은 《동물농장》의 ‘나폴레옹’, 《1984》의 ‘빅브라더’와 같은 권력자다.
 
  〈…1조. 모든 사물에는 오감센서(카메라와 마이크 필수)를 설치하여 인터넷에 항상 연결되어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2조. 모든 금융거래는 전자화폐로만 가능하며 거래금지로 지정된 곳과는 금융거래를 포함한 어떠한 형태의 현물교환도 할 수 없다.
 
  3조. ‘햇님’과 ‘햇빛당’을 비방하는 어떤 형태의 데이터도 교류할 수 없다.
 
  4조. 질서를 어지럽히는 언동은 금지한다.
 
  5조. 이성 간 성적 접촉은 잉태 목적으로만 허용하며, 동성 간 결혼도 허용한다.
 
  6조. 종교의 자유를 가지나 집회는 지정한 때와 장소에서 허용된 방식으로만 할 수 있다.
 
  7조. 외국 여행이나 상거래 등 모든 교류는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8조. 범죄행위가 예상되는 자는 사전에 격리한다.
 
  9조. 모든 국민과 기업은 당이 정한 한도까지만 재산을 보유할 수 있다.
 
  10조. 모든 국민은 행복하다고 느껴야 한다.…〉
 
 
  ‘2040 오세아니아’
 
  《동물농장》에서 ‘나폴레옹’은 7개 계명으로 통치했다. 7계명에는 ‘옷을 입지 말 것’ ‘침대에서 자지 않을 것’ ‘술을 마시지 말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감시하는 것은 9마리의 개와 그 추종자들의 눈과 귀다.
 
  《1984》에서 ‘빅브라더’는 자신을 숭배하지 않는다고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못 하도록 철저히 금지했다. 금지목록에는 일기를 쓰거나 이성 간의 성행위, 걱정하는 표정까지 포함한다. ‘빅브라더’에 대한 불경스러운 언사는 당연히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2040년 ‘오세아니아’는 훨씬 정교해진 10계명과 감시역량을 지닌 AI로 국민을 철저히 통제한다.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끊임없이 방송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로 세뇌시킨다. 한 전 총장의 말이다.
 
  “‘오세아니아’ 시민 누구도 임의로 인터넷 연결을 끊을 수 없게 합니다. 목욕탕, 침대, 화장실, 옷장이나 냉장고 등 모든 사물에 명함같이 얇게 제작된 카메라와 마이크가 부착돼 24시간 감시하죠. 이를 통해 수집되는 정보는 AI를 통해 실시간 자동 저장됩니다.
 
  ‘2040 오세아니아’ 세상은 전체주의적 통제가 시행되는 지금의 여러 나라와 SF 영화에 나올 법한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충분히 현실로 나타날 개연성이 있어요.”
 
  그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선출된 권력이 국민의 안전과 건강, 전쟁으로부터 보호를 내세우고,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명분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나설 경우 ‘오세아니아’ 같은 끔찍한 나라가 생겨날 수 있어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전 총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정부가 통성기도 금지하는 나라
 
한헌수 교수가 숭실대 교정에서 학생들과 자장면을 먹고 있다.
  〈…정부가 교회에 대해 집회를 금지하고 예배 중 통성기도나 찬양을 하지 말라는 행정명령을 내려도 교회가 이에 대해 반발해야 하는지 순응해야 하는지 판단조차도 못 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 말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예배시간에 목사님이 ‘정부가 통성기도를 하지 말라고 하니 통성기도라는 용어를 쓰지 말고 합심기도라 부릅시다’는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교회가 통성기도나 찬양을 하는지를 정부 관리가 와서 보고 문제 삼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인가요?
 
  군사정권 시대에도 설교 내용은 시비했어도 통성기도를 하는지 찬양하는지 감시하러 공무원이 예배를 지켜보는 일은 없었잖습니까? 실제 감시를 했는지 모르나 목회자가 그런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절망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오랜 역사를 통해 교회가 세속의 권력과는 구분이 되는 것으로 존중받아왔는데 어쩌다가 사회단체 중의 하나로 취급받으면서도 분노하는 모습도,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외침도, 당당한 방어도 없느냐는 것입니다.
 
  ‘신천지’와 전광훈 목사의 일로 한국 교회 전체가 매도되고 이젠 대놓고 교회가 무시당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도 말이죠. 교회가 시대정신을 주도하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 내에서 세속의 기준보다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런 취급을 자초한 것을 인정하고 이제라도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었으면 합니다.”
 
 
  완벽한 통제 사회로 옮겨가는 것을 막으려면…
 
지난 2017년 8월 숭실 개교 120주년 기념 ‘한라에서 백두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헌수 전 총장. 옌볜에 위치한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찾았다.
  그렇다면 이런 통제 세상으로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을까? 사회안전과 국가안보를 내건 통제로부터 개인의 재산과 생명, 그리고 자유를 지켜낼 수 없을까?
 
  한헌수 전 총장은 “완벽한 통제사회로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통제를 거부하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국민 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면서 불가피하게 허용하더라도 반드시 의회와 당사자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기술들이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자동적으로 감시하는 연구도 반드시 필요하죠.”
 
  AI 기술이 잘못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현재 유네스코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각각 AI의 활용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AI 개발과 실행, 사용을 위한 포괄적 원칙’에서 인권, 포괄성(inclusiveness), 양성(flourishing), 책임성, 책무성, 민주성, 그리고 좋은 지배구조를 지킬 것을 정하고 있다. OECD는 ‘AI 원칙’에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웰빙(well-being)을 목적으로 사용할 것과 투명성, 설명 가능성, 강건성, 안정성, 책무성을 천명하고 있다.
 
  “지난 사스 사태가 가라앉는 데 4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고, 이후에 또 어떤 전염병이 창궐할지 알 수 없어요. 더구나 국가안보와 관련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이런 어려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 일상화된다면, 그때마다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그 사이에 권력자나 정치 세력이 억압과 통제를 강요할지 모를 일입니다.
 
  따라서 국제기구들이 제시하는 방안을 기반으로 위기상황 시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준수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를 위한 연구와 노력이 코로나19가 창궐한 지금, 시작돼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대학과 청년의 미래는…
 
  “재난지원금 14조5000억원이면 청년 24만 쌍에게 15평 아파트 줄 수 있어”
 
  한헌수 전 총장은 “코로나 사태로 대학사회는 커다란 변화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학이, 그리고 대학의 구성원인 청년이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선 교육 당국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입학 자원이 흘러넘치던 시대에 대학은 통제의 대상이었죠. 대학의 입학선발권과 재정 운용, 학생들에게 성적 주는 것, 출석 체크까지 교육부의 감시 대상입니다. 대학을 선진화한다고 대학평가제도를 만들고 전국의 모든 대학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시작했죠. 그 결과를 대학 재정 지원에 활용했고요.
 
  모든 대학이 그 기준에 따라야 했고, 특별히 사립대 총장들은 그 평가를 잘 받는 것이 업적이니 교수들에게 기준에 따르도록 강제했죠. 그래서 잘하면 상금 주고 승진시키며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도, 교수들도 평가의 기준에 순응하면서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버렸지요.
 
  이제는 출생인구 100만명 시대가 지나고 30만명 미만의 초저출산 시대가 됐어요. 여전히 교육부는 대학의 입학정원을 줄이겠다며 또 다른 기준을 만들고, 그것으로 대학들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10년을 넘기면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던 각종 교육 서비스는 상당히 축소되었고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교육이 대학의 의미와 존재가치마저 되돌아보게 만들었죠.
 
  지금까지 대학 교육의 80%를 담당했던 사립대학의 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합니다. 그리고 사립대학에 대한 모든 규제와 통제를 없애면서 사립대와 국립대가 함께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립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면서 이보다 더 나은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립대학만 살아남게 유도해야 합니다. 그 평가는 입학생들이 할 것입니다.
 
  국립대보다 10배 많은 등록금을 내고도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사립대를 선택하고 그렇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니까요. 모든 대학을 국립대 형태로 유지하면서 등록금을 받지 않던 프랑스조차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경쟁력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제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거든요.
 
  사립대는 각기의 설립 목적에 맞는 교육을 하면서 사회에 다양한 자질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누구를 뽑아서 어떤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는 사학의 몫이지 강제해선 안 됩니다.
 
  이렇게 대학이 바뀌면 청년세대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출산율 0.92명이라는 경이적인 수는 청년세대가 직면한 현실의 상징입니다. 듣기로는 지난 십수 년 동안 최소 수십조원을 청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썼다고 하는데 한 번도 예산 사용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언뜻 계산해보니 이번에 전 국민에게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 14조5000억원이면 매년 결혼하는 24만 쌍에게 15평 아파트를 한 채씩 줄 수 있더라고요.
 
  한국 청년의 장점인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날 수 있는 지원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들에게 기술적인 것이든 경제적인 것이든 무엇인가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볼 때 설령 실패하더라도 보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며 격려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어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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