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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노벨 문학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

“10살 때부터 죽음에 관해 썼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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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에서 길어낸 투명한 애도(哀悼). 스웨덴 한림원은 202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시인 루이즈 글릭을 선정했다. 글릭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 16번째 여성 수상자이자 역대 두 번째 여성 시인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서정 시인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첫 작품집 《맏이》(Firstborn, 1968) 이후로 13권의 작품집을 꾸준히 냈다. 2003년엔 계관시인으로 뽑혔다. 글릭의 삶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글릭에게는 언니가 있었는데, 글릭이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 태어나자마자 시인의 삶에 드리워진 죽음은 이후 오랫동안 시인에게 인생의 주제(主題)가 되었다.
 
  “나는 10살 때부터 죽음에 관해 썼어요.”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글릭은 고등학교 시절 거식증에 걸렸다. 학교를 그만두고 치료에만 전념해야 할 정도였다. 결국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7년여 재활치료 기간 동안 그녀는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글릭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새러 로렌스(Sarah Lawrence) 칼리지와 컬럼비아대학에서 시 창작 과정을 수강하며 시를 공부했다.
 
  글릭은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시를 쓰며 시련을 통과했다. 1980년엔 화재로 전 재산을 잃었다. 그러나 시인에겐 신화와 전설이 있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이다. 러시아계 유태인이던 어머니와 헝가리계 유태인이던 아버지는 글릭이 어릴 때부터 그리스 신화를 들려주고 읽혔다. 신화는 그녀의 시 세계에 중요한 기둥이 됐다. 5년 후 발표한 시집 《아킬레스의 승리》(The Triumph of Achilles, 1985)로 평단에서 찬사를 받았다. 1992년에 낸 《야생 붓꽃》(The Wild Iris, 1992)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자연과 신성(神性)의 대화가 담긴 시집이다.
 
  글릭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시인으로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단어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해요. 엄청난 공백 속에서 어떻게든 문장을 재건하거나 포기해야 하지요. 늙는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고 몸은 아프지만 예술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글릭의 수상을 두고 노벨위원회가 “안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한국 독자들에겐 먼 얘기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그녀의 수상을 듣고 문득 월트 휘트먼을 떠올렸다. 휘트먼 역시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세상을 그린 서정 시인이다. 지난해 뉴욕 공립도서관을 찾았을 때 휘트먼 특별 전시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휘트먼의 시 낭독을 배경음으로 한 다큐멘터리에서 한참 동안 눈을 뗄 수 없었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 다닌 글릭도 대학 강단에 서고, 계관시인이 되어 미국 의회도서관에 자문을 해줬다. 시인을 기린다는 건 그런 것이리라.
 
  우리에게도 그런 시인이 있다. 미당(未堂)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이같이 생긴 꽃이여’ 등의 시구 앞에서 고등학교 중퇴니 뭐니 하는 학력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역시 작년에 전북 고창에 있는 미당의 기념관에 갔다. 다 둘러보고 나니 어쩐지 울적해졌다. 시인의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인지 자기 고백인지 모를 전시물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었다. 미당문학상은 2018년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폐지됐다.
 
  글릭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오히려 새로운 시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망이 있는 곳에 예술이 있다”고 했다. 눈을 한국으로 돌려보자면, 예술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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